[1] 난 몰라요 사고쳐버렸어요 예정했던것보다 훨씬 빨리 올리게 됐군요. 아아.이제 소설연재 시작하면 맘껏 잠도 못자고 놀다가도 집에 후다닥 들어와야하구. 인제 한 2.3개월간 또 머리에 쥐나겠군요. 그래도 그 여러가지 고통들보단 여러분들이 주시는 감상이 훨씬 크기에.. 이렇게 용감하게 올려버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 "어휴 뭐니 정말 쟨 왜 뻑하면 남학교와서 난리래?난 저런애 진짜 싫드라.남의 학교 앞에 와서 껀들대구." "졸업하면 저런놈은 뻔한거라니까.돈이 많길하냐. 머리에 든게 있길하냐.빽이 있냐.그냥 건들건들 해가지구." "지 씹는건 아나보다.어우 무서워.어머 어떻게 쳐다봐.!!" 탁.. 반 친구들이 창문을 닫음과 동시에. 내 가슴도 무참이 무너져내렸다. 아니나 달라. 눈치 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여보세요..." "어이 나야 나 !! 나와 !!" "내가 학교 앞엔 오지 말라구 했잖아" "그래서 오늘은 학교 뒤루 왔다!!하하" "기다려." 핸드폰을 닫고.조심스레 아이들 눈치를 보며. 계단을 내렸다. 행여 알기라도 하면. 저놈이 내 남자친구라는거 알기라도 하면. 아후.창피해. 종종 걸음으로 교단을 벗어나. 놈이 서있는 후문을 쓰윽 지나쳐버렸다. "어디가 야야 나 여깄잖냐" "어어.알아.선생님들 눈에 띄면 안된다구" "아.그런거야?^-^" 남의 속도 모르고 마냥 좋다고 쫄래 쫄래 뒤를 따라오는 창피한 남자친구. 이윽고 학교 근처를 500미터쯤 벗어나서. 헐레벌떡 걸음을 멈추었다. "왜?" "학교 앞에 안와두 된다구 했잖아" "내가 안오면 우리 언제봐." "하루쯤 안보면 어때서" "그럼 나 죽어^-^" "바지말이야.바지" "응?" "밑단 좀 뜯울수 없어..?니가 건달두 아니구. 우리 나이에 이러면 .. 양아치 소리밖에 더듣냐구.." "어?그말 재수없어.ㅇ_ㅇ" "말을말자..-_- 어휴 그리구 걸음좀 일자루 못걷니!?" "일부러 이렇게 걷는거 아니라니까!!" "뭐가 아냐!너 중학교땐 그렇게 안걸었잖어!" "다리가 길어졌잖냐!!" 으악! 됐다 말을 말자.너랑 말싸움하면 늘 마지막엔 내가 이상해지는 느낌이 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2년간 만나온 남자친구 은형이. 그때만 해도 싹싹하고 귀여워서. 3.14일 놈의 고백을 받고 바로 승낙해서 이제껏 사귀어왔건만. 정확히 말하자면.그래.은형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뒤부터.점점 한심스레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그를 향한 내 사랑도 조금씩 바닥나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서. 더 확실한 이유를 찾자면.. 올해 같은반이 된 승현이라고나 할까.. 나도 미쳤지.짝바람이나 피고 말이야. 그러니까 왜 자꾸 정떨어지는 짓만 골라하느냔 말야 권은형!!ㅠ0ㅠ "자 오늘밤 그녀와 함께 신나게 불태울 이밤 우우 ! 어디서부터 시작할까.먼저 머리를 홀라당 제끼고.♬" 꺄아아 또 시작이야 ㅠ0ㅠ 남문 롯데리아를 지날 무렵.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설스러운 노래를 꽥꽥 지껄여대는 은형이. 안그래도 바짝 마른 뜨거운 햇빛이 내 인상을 차츰 구겨놓고 있었는데. 놈의 듣기 괴로운 노래소리는 내 얼굴을 한층 더 빨갛게 달구어놓는다. "이마에서 부터 천천히 ♬ 오 목선 죽이는데♬" "권은형!!" "응?" "너 왜그래 진짜!그러면 멋있어보이는줄 알어?! 얼마나 웃겨보이는데!!" "웃기면 웃어라.? 야.야.고데기 부인 머리 말렸네 2탄 개봉했다.보자보자" 쩍 벌린 입의 나를 질질 끌고서. 바로 옆에 보이는 영화관 매표소로 발을 옮기는 은형이. "교복입었잖아!!" "복학생이라구 쌔기지 뭐" "그런거 너 혼자봐!!" "그래?그럼 너 좋아하는거 보지 뭐" 내 의견은 단박에 무시한채 토요일에 개봉한 바보 라는 영화 티켓을 뚝 끊어버리는 은형이. "나 영화 보는거 싫어하는데..!" "너 멜로영화 좋대매!4시 10분에 상영시작 어!벌써 했다!! 구겨진 내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스윽 문지르더니. 다짜고짜 손을 붙들어잡고서 영화관 안으로 들어와버린 은형이. 멧돼지같은 괴력에 3층까지 끌려와버리고. 놈은 티켓두장을 문앞의 언니에게 건네주더니. 한치의 망설임없이 어두침침한 극장안으로 몸을 내던지는게 아닌가. 덩달아 딸려와버렸다 ㅠ_ㅠ 꽉꽉 좌석을 메운 사람들의 머리가 보이고.. 너무 너무 어두워서 아주 조심히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였다. 지금 막 시작된 영화. 여주인공이 하늘을 보고 활짝 웃는 장면이였다. 나는 예쁜 그녀의 모습에 잠시 넋을 놓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어이!!5관 9열 14번 앉은 사람 손좀 높이 들고 흔들어봐!!!!" 아악!! 누구였겠는가.물을것도 없이 권은형 이 작자지. 웅성대며 우리를 노려보는 무수한 관객들.ㅠ-ㅠ "보던 영화 계속들 봐요! 5관9열14번 손좀 들어보라니까?!" 정말이지 죽어버리는게 낫겠어. 뒤도 안돌아보고. 문을 벌컥 연채 그곳을 뛰어나왔다. 아니.도망나왔다. 쿵쾅쿵쾅 빨간 카펫이 깔린 계단을 미친듯이 내려오는데.. 어느새 내 앞을 막아서버린 은형이. "야.왜 뛰냐?" "미쳤어?!진짜 왜그래?너 그러구 싶니?진짜 제정신이야?!" "내가 뭘..ㅇ_ㅇ.." "거기서 왜 소릴질러!!" "자리가 안보이잖아..친구들두 다 그래 임마." "하.좋겠다.멋진 친구들 둬서?!" "그래?그럼 일요일날 소개시켜주까.?!너 보여달라구 난리다" "비켜!!-0-"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로 놈의 왼쪽 어깨를 세게 밀쳐내고. 무언가에 쫓기듯 영화관을 쑥 나와버렸다. "잠깐만..뭐야 넌 짜샤 너무 소심해!!" "소심이고 뭐고!!난 집에 갈꺼야!!!-0-" "돈 아깝잖아.!기껏 표 끊었는데" "멋진 친구랑 손 꼭 붙들구 봐!!택시!택시이!!!!-0-" 용돈도 다 떨어져가는구만. 미친듯이 택시를 불러세웠다는건. 그만큼 지금 상황이 괴롭다는 뜻. "아 진짜 뭐냐 여자가 쫌스럽게" "여자라서 쫌스럽다 왜!!" 최대한 정떨어질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냉큼 앞좌석에 올라타버렸다. 차 문을 다시 열어제끼려는 놈을 보고 "아저씨 빨리 빨리가요!!!!-0-!!" "왜.저 학생이 짖궂게 괴롭혀?" "네!!그러니까 빨리요!" 붕붕 고맙게도 바로 차를 출발시키는 아저씨. 빽미러로 보이는 놈은. 미치겠다는 얼굴로 택시 뒤꽁무니를 쳐다보고있었다. "학생이 인기가 좋은가봐?" "아예.조금요.감사합니다." "-_-.." 곧바로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어버리는 무정한 아저씨. "아참.인계동으루 가주세요.." 인제 당분간은 연락 안하겠지. 저놈도 자존심하면 울엄마 못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정말이지 어쩐단말이냐. 이미 내맘은 승현이에게로 완전히 기울어져버렸구만. ㅠ_ㅠ 힘빠진 몸으로 집앞에 도달했을때. 오늘도 어김없이 동네를 쩌렁쩌렁 울리는 언니의 기합소리. 찰카닥. 문을 염과 동시에. 예상대로 언니는 기왓장 격파중. "언니..신문지 펴놓구 하지 그래.아빠 보심 난리날텐데" "필요없어!!" "-_-..오늘은 몇개까지 했어?" "아직 한개도 !! " "뭐야..한달째 연습하면서.한개두 못깨냐.." "썩 들어가지 못해!?!" "-0-.알았어 들어가" 45일전. 가장 절친한 예쁜이 언니에게 남자친구를 뺏긴뒤부터. 무시무시한 복수를 해줄꺼라며 저렇게 기왓장 격파를 시작한 가여운 언니. 물론.전 남자친구에게 복수다. 그 후부터 그녀는.여자이길 포기한것 같다. 가엾게도.. 가방을 벗어놓고.. 벌러덩 침대에 가로누웠다. 천장에 뭉개뭉개 떠오르는 승현이의 얼굴. 아아.그 해맑은 미소.. 살아있는 눈동자.. 귀티나는 말투와 표정.. 꾹 다문 입술사이로 살짝 보이는 하얀 치아.. 미치겠구나. ㅠ_ㅠ 으악 베개를 감싸안고 한바퀴 두바퀴 디굴디굴 구르고 있는데.. 예상보다 빨리 핸드폰이 나를 부른다. 뭐야.화난줄 알았는데. 20분두 안되서 전화냐.. 느릿한 동작으로 핸드폰액정을 바라보는데.. .. 화진이 번호다. 이게 이시간에 어쩐일루. "여보세요.?" "꺄꺄" "왜그래!" "나 오빠가 크리스챤 디올꺼 로고이어링 사줬어!!무지 이쁘다구>_<" "-_-그거 자랑할려구 전화했어?" "응 무지 예뻐!그때 내가 카달로그에서 갖구싶다구 지나가는 말루 했었는데 오빠가 진짜 사준거 있지!" 그저.명품이라면.. "그래그래.부럽다" "응응.울오빠 너무 예뻐!!" 다른놈이 명품 구두 사주면 뒤도 안돌아보고 그놈에게 달려갈 착한 친구. "그래.알았어.너희 오빠 참 예뻐.-_-;" "그러니깐 너도 돈많은 오빠랑 사귀라니깐. 은형인 동갑에다가 돈많은것두 아니구.집안이 빵빵한것두 아니구.. 솔직히 요즘에 얼굴따져 뭐해?그게 밥맥여주는것두 아니구.게다가 좀 애 가 양아치 같잖.." "응.응.내일 보자.엄마가 설겆이 하래서.끊어요^0^" 탁. 말끝마다 양아치 양아치. 돈없다 빽없다. 그래도.남자친군데.그런말 들으면.기분나쁘단 말이야. .. 자꾸 주위에서 안좋은 얘기만 들으니까. 귀얇은 나로써는..더이상 견뎌낼수가 없다. 모르겠다. 누운 자리 그대로.눈을 꾹 감구선 잠을 청했다. 5시10분이라는 이른시각임에 불구. 꿈을 꿈과 동시에. 부모님의 대화를 어렴풋이 들은것 같다.=_= "저 지지배는 먹구 자구 싸구 . 내 배루 낳았지만 증말 얄밉기 짝이 없네" "내비둬 그래도 심부름은 잘하잖아" "하긴.것두 아니였어봐 벌써 내다버렸지.으이구 속터져 강윤이 저년은 날마다 멀쩡한 기왓장을 끌어다 두들기질 않나" "아 거참 시끄럽네.!넌 잠두 없냐!" "잠이 안오는걸 어떻게!여보야 나 커피타줘" "니 커피 니가 타먹어!!" 피식피식. 늘 그렇듯 유치한 말싸움을 벌이는 아빠 엄마. 꿈을 꾸면서 다 들을수 있다니. 난 정말 지구인간이 아닌가봐.. 붙들고 늘어지고픈 나의 수면시간이 무심히 흐르고. 오늘도 언니의 기합소리로 잠이 번쩍 깨버렸다. [2] "이얍얍!!!!!" "강윤아!!제발 그짓좀 그만해라!태권도 학원을 다니든가!" "어.정말 그럴까?!" "그래!!아주 너땜에 요새 정신이 산란해!" 유치한 모녀같으니. 후다닥 아침을 먹어치우고. 핸드폰 배터리를 꼭 챙겨놓고. 등교길에 올랐다. 죽은듯이 조용한 핸드폰. 그래 잘됐다 이거야 그냥 이참에 연락끊고 슬며시 깨버리자고. 눈앞에 떠오르려는 은형이 얼굴을 휘휘 지워버리고_ 몇번의 심호흡과 함께 교실뒷문을 열었을때. 역시나.내 예상이 딱 맞으셨군. 화진이 자리로 둥그렇게 모여 호들갑을 떠는 아이들. "우와 이거 얼마짜리래.ㅠㅠ?넘 이쁘다.ㅠㅠ" "내 귀랑 잘어울리지?" "응 ㅠㅠ화진아 나 오빠 친구 하나만 소개시켜주라 응?" "야 나 먼저!!!" "아니야 내가 그때 먼저 부탁했었잖어!" 저 기집애 눈에 띄이면 안돼 또 내 앞에 찰싹 붙어서 자랑을 해댈꺼야 조심조심 그녀의 눈을 피해 의자앉기에 성공. "쟤넨 저러구 싶을까..?" 응응? 한숨섞인 혼잣말. 혹시나 해서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이다!내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는 승현이. "니.니 자리 여기 아니잖아.." "응.쟤네가 저기 우글대서 자리를 잃어버렸어" "우와..그렇구나.." "응" "아.." "왜?" "아니야.." 으읏 으읏 어떻게 >_< 바로 뒤에 앉아있어 내 머리카락을 보고있어. 내 등을 보고있어. 승현이가 내 뒤에 앉아있다구. 게다가 오늘은 세마디 이상했다.아악악>_< 벅찬 기쁨도 잠시. "어머.이강순 왔음 왔다구 말을 해야지!!" 제기랄. 그새 날 발견해버리다니. 1교시가 시작하고 6교시가 끝날때까지 이어링 자랑을 해댄것도 모자라.. 이젠 지랑 같이 수원역엘 나가잔다. "왜!!" "그냥.햄버거도 먹고 이미지 사진두 찍구 그러자.ㅇ_ㅇ싫어?" 싫고 말고다!! 너의 자랑은 이제 나에게 공포가 되어버렸단 말이야ㅠㅠ 그러나 끌려가는 중. ㅠ_ㅠ "어?오늘은 권은형 안왔네.어쩐일이야.싸웠어?" "응.." "왜에?" "그냥..영화관에서 소리지르길래.창피해서.." 학교에서 20분 거리인지라. 버스를 타지않고 화진이와 나란히 수원역을 향하는 걸어가는중이다. 선선한 바람도 한몫을 했지만. "영화관에서 소릴질러?아우 쪽팔려" "니가봐두.은형이.너무 어리지.." "어리다 뿐이야?삼류 저질 양아치 정말 정말 싫어>_ "니가 말하는 일류는 뭔데..?" "우리오빠지 뭐야" "돈많고?미래확실하고?" "그거면 땡큐지." 돈벌레. 그때였다. 난데없이 작은 건물 안으로 나를 이끄는 화진이. "여긴왜.." "들어가보면 알어" "너 또 누구 불렀지.!" "우리오빠^ㅇ^" "둘이 만나!!나 그냥 들어가게!" "안돼!!!너 우리오빠 한번두 못봤잖어.얼굴만 보구가라.응?" "또 내 앞에서 무슨 닭살을 부릴라구!" "닭살 안부릴께.절대 맹세.됐지?" 말을 마치고. 맞은편에 보이는 4층건물 안으로 성큼 들어가버리는 화진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역시나.예상대로 화진인 2층 커피숍에서 걸음을 멈추었고. 주머니에서 파우더를 찍어바르는등 한참 부산을 떨다가.. 큼큼 헛기침까지 하더니 조심스레 문을 민다. "어.화진아 여기!!" 내 이럴줄 알았다. 얼굴만 보고 가.? 이 앙큼스러운것. 창가 맨 구석에서 손을 흔드는 벙거지모잘 눌러쓴 남자. 그리고 그 옆에서 씽긋 웃고있는 낯선 남자. 점점 그들자리로 다가가며. 들릴듯말듯한 작은 목소리로 따져댔다. "뭐야 뭐야 너 죽을래 저 남자 니가 불렀지" "가만있어.애들이 오빠 친구 소개시켜달라구 난리야. 넌 친구 잘 둔줄 알어." 팍 눌렀다가.다시 찍 오그라트린 얼굴. 그래 이렇게 묘사하면 딱이겠다. 화진이 남자친구는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그런얼굴을 가지고있었다 그옆의 친구는. 백지장 같이 휜 얼굴에 나보다 말라보이는 팔뚝을 소유하고있다. 언니가 제일 혐오하는 스타일.. 게다가 짝쌍커플!!이것 역시 언니가 제일 혐오하는. 그냥 길거리에 널부러진 얼굴이라고나 할까. 나는 도끼날 같은 눈으로 그들 외모를 뜯어보았고. 밝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털퍼덕 앉는 화진이. "오빠 많이 기다렸지? "아니 별루.얘가 니가 말한 친구야?" "응.나랑 젤 친한친구^-^" "누가!!!-0-?!?" 헉.실수해버렸다. 나의 짧고 굵은 외침에 모두가 당황한듯 했고.. 왼쪽 손가락으로 나의 허벅지를 꾸욱 비트는 화진이. 이런.아프다 ㅠ_ㅠ "친구가.참.재밌네.하하.어려서 그런가?" "응.오빠 친구는.말없어보이네^-^" "얘가 원래 여자앞에서 폼잡느라 그래.원래 말두 아끼는 편이구^-^" 아끼는게 아니라 못하는거겠지. 딱보니까 비리비리 오래비 같이 생겨가지고. "일단 나가자" "오빠 시킨건 다 먹구 나가지" "이깟거 얼마 한다구.압구정으루 갈래.?" "그럴까.?오빠 차 갖구왔어?" "아니.이녀석이.친구분두 일어나세요^^" 이깟거 얼마한다구? 압구정으루 갈래? 하 참 나도 오늘부터 열심히 기왓장 격파 연습을 해야겠군. 팍 눌렸다가 찍 오그라붙은 그는 계산대로 향했고.. 나는 주춤대며 커피숍을 나와버렸다. 재빨리 뒤따라나오는 화진이. "야.저 오빠 괜찮지.응?" "괜찮냐?괜찮냐?그럼 니가 갖지?! "말투가 그게 뭐야!" "몰라 난 남자친구 있다구 말할꺼야" "악 안돼 그럼 나 오빠한테 혼난다구!!" "난 절대 안!!" 내 말을 끊어먹은건 딸랑 하고 열려버린 커피숍 문 팍 눌렸다가 찍 오그라붙은 그가 화진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가자^-^둘이 같이 내려와요" 이이이..ㅠ_ㅠ.. 혓바닥을 낼름 해보이곤 계단을 쿵쿵 내려가버리는 화진이. "이름이.강순이라구요?" "아 네" "이름 귀엽네요" "네.감사합니다" 고개도 들지않고 대답하는중. 아까 들어갈때 보았던 튜닝된 투스카니가 이 비리비리 차였나보다. 건물에서 나온 비리비리가 앞좌석에 올라탔고. 이어 화진이와 팍 눌렸다 찍 오그라붙은 그가 뒷자석에 타버렸다. "뭐해요 안타구?" "저 그냥 가볼께요.^^" "네?" 황당하다는듯 다시 되묻는 비리비리. 그리고 열린 창문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내미는 화진이. "뭐야 너 이강순 빨리 타!!" "나 언니땜에 급히 가봐야돼.죄송합니다.재밌게 노세요. 화진이 넌 낼 학교에서 만나자?" 멍해있는 그들을 내비려두고 몸을 휙 돌리려는 찰나. 재빨리 차에서 튀어내린 화진이. 막무가내로 내 손목을 잡아끈다. "너 진짜 왜이래 이강순 너 이렇게 가면 나 뭐가 되니. 생각좀 해봐라.응?" "아닌건 아닌거잖아." 승현이면 모를까.ㅠ_ㅠ "내 입장 봐서.한번만.ㅠ_ㅠ." "니가 진작 말을 했음 이런일두 없었잖아.." "으엉엉 강순아아" 난처함에 어쩔줄을 몰라하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우왁스레 나를 잡아끄는 화진이. 그녀의 엄청난 괴력에 의해 내 몸이 자동차 앞문에 다다랐고.. .. "에라이 방세야 넌 나이가 몇인데 구구단두 못외우냐?!" "넌 알어?!" "그래 안다!" "칠육은 뭐냐!!" "칠육?칠육 말이냐?!" "시간끌지 말구 빨리 대답해!" "참나 내가 짐 시간끄는거 같냐?!" "빨리 지금 대답하라니까!!!" "지랄하네 벼엉신" 거리에서 흔히 볼수있는 교복입은 무법자들. 건너편 차도까지 들릴만한 커다란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온다. 당당히 어깨를 쭉 편채 껀들껀들 다가오는 그들 "양아치들..빨리 타.빨리" 혐오스러운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리곤. 나를 차 안으로 들이미려는 화진이. 그러나 이미 그 자리 고대로 굳어버린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나즈막히 속삭였다. "저기.은형이 있다" "뭐?!" "은형이 있다고.." 그랬다. 그 세명의 무법자중 제일 끝으로 걸어오는 놈이 바로 나의 남자친구 권은형이였다. "어떻게 빨리 타 빨리!!" "벌써 봤어" "난 몰라.." "너 얼른 차 타구 출발해.." "알았어! 다급한 얼굴의 화진이가 차에 쏙 올라타고. 사정을 알리없는 비리비리가 빵빵 클락션을 울려댔다. 얼른 출발하라는 화진이. 그리고 창문까지 열고서 나를 부르는 비리비리. "안타요.?후회하지 말구 빨리타요!" "너 내려" 심장을 멎게 만드는. 은형이의 나즈막한 저음. [3] "누구..?" 놀란 토끼눈으로 은형일 올려다보는 비리비리. "차 뒤짚어버리기 전에 내려" "뭐야..또..." 비리비리는 정말 내릴 모양이였다. 팍 눌렸다가 찍 오그러붙은 그역시 인상을 구기며 차문을 열려했고. 나는 흥분한 은형이의 두팔을 꼬옥 잡았다. "너 왜그래? 친구 남자친구야" "친구 남자친구가 너보고 왜 타래!!!!" "집에 데려다 준다구 그런거야." "넌 지금 내가 병신으로 보여?!?" "뭐라구?너 말 심한거 아니야?" 나와 은형이가 말다툼을 하는사이. 은형이 친구들은 차 옆에 다가가 비리비리를 갈구어대고있었다. "야.짜샤 너 내려봐" "어이구 차 조오타 튜닝하는데 얼마 들었냐??"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챈듯. 얼른 출발해버린 비리비리의 투스카니.. "아새끼 쫄았네 어이구우 잘가라 번호판 외웠으니 조심하고오!!" 하..정말..쌍쓰럽고..무식스러워. 화진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저 남자들은 또 뭐라구 생각할꺼야.. 가방을 다시 추켜메고 돌아서려는데 .. 발걸음을 채 옮기기도 전에 내 어깨를 꽈악 붙드는 은형이. "이강순.너 지금 니가 잘했냐?" "아니..그치만 잘못한것도 없어" "이럴려구 학교앞에 오지 말랬어..?" "뭐야 그게 아니잖아.!!" 점점 높아져가는 나와 은형이의 목소리에. 당황한듯 뜯어말리기 시작하는 구구단 브라더스. 일단은 그렇게 부르겠다. "야 너네 왜그래 길거리에서 창피하게 정말 잘하는짓이야!!그래 계속 싸워" "미친놈아 지금 장난칠테야.자자.일단 오해를 풀자. 어이 은형이 여자친구야 빨리 변명을 해봐" "맞아 말 지어낼 시간 5분을 줄께" "너 진짜 뒤질래?!지금 심각한 상황이잖아!!" "알았어.미안미안.내가 원래 좀 유머쟁이잖아" 풋.웃음이 터져나오려는걸 간신히 참고서.. 차갑게 굳은 은형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화진이가 같이 놀자구 나왔어. 그리구 남자친구 보여준다구 커피숍간거구. 친구 데리고 온진 나도 몰랐어.갑자기 압구정동 가자길래. 난 안간다구 한거야.." "뭐래 지가 뭔데 너보고 거길 가쟤!!!!" "...결국 안갔잖아" "내가 안왔음 갔을꺼 아니야! 그새끼 전화번호 뭐야!집주소는 뭔데!!" 또 나왔어 다혈질. 흥분한 은형이를 양쪽에서 꼬옥 붙들어잡는 구구단 브라더스. "야 진정해 니 여자친구가 무슨죄냐. 와 근데 이렇게 만나보게 되다니. 얘기 많이 들었어." "어..응..나두..반가워." "하하 얘 웃기는 애롤세.누가 언제 반갑다고 했나" -_-.. 그래 이놈이다. 방금전부터 이상한 유머로 분위기를 다운시킨 놈. 그나마 정상인듯한 나머지 아이는 그 이상한 놈 머리를 콱 쥐어박았다. "왜때려!!울엄마두 안때리는 머리를 니가 왜때려!!" "병신아 그만해 진짜안웃겨" "그래?알았어.자.그럼 우리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가자 가자.참 내 이름은 김동영이야.현재 여자친구 없어.이상형은 이나영이고.참고해둬" "넌 푼수좀 그만떨어.쪼발리지두 않냐.?니들은 뒤에 천천히 따라와.^-^" 정상적인놈이 김동영이라는 아이와 어깨를 나란히 한채 앞장섰고.. 나는 어색한 침묵으로 은형이와 뒤를 따랐다. "...화났냐?" 다혈질의 달인답게. 5분도 안되어 화가 누그러진 놈-_- "화는 무슨..쟤네가 니가 말한 멋진 친구들이야.?" "어.머리 짧은애가 동영이고.키큰애가 광민이.애들 귀엽지 하하" "퍽이나 귀엽다.." 10분가량을 걷다가. 커다란 닭갈비집 앞에서 멈춰선 구구단 브라더스 왠지 이름 부르기 싫다-_- "자 오늘 우리의메뉴는 화해의 닭갈비다!!" 말할것도 없이 김동영이라는 아이였다. 나와 은형이 의견은 묻지도 않은채 쑥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구구단 브라더스. 아직 저녁시간보단 이른타임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한 가게안. 그들은 정중앙에 털퍼덕 앉아버렸고.. 나와 은형이는 그 맞은편에 앉는다. 적응 안되는 구구단 브라더스의 유머속에서 닭갈비 4인분이 나왔고.. 닭알러지가 있는 나는 샐러드만 깨적이고 있는중이다. "다이어트 하나봐?" 동영이가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서 천연덕스럽게 물어왔다. "아니.닭알러지가 있어서.." "에이 그짓말.다이어트 하면서." 그때 자리에서 쓰윽 일어나드니만 밖으로 나가버리는 은형이. 안돼.니가 나가면. 나보고 얘 감당 어떻게 하라는거냐.. "은형이가 잘해줘?" "응..잘해줘.." "은형이가 자기 여자친구가 나영이 누나보다 이쁘댔는데.그치 광민아?" "응.그놈이 그랬었지" 은형이가 그런말을 했단말이야.? 맨날 못난이라구 구박하더니..역시..남자친구라 다르구나. 흐뭇한 생각에 젖어있는데. "에이.근데 이건 뭐..." "김동영 넌 말 대놓고 하는 버릇좀 고쳐" 대체 얘넨 뭐하는 애들이야!!! 옆에 있는 냉수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부시럭. .. 비닐봉지 하나가 눈앞에 놓여졌다. 어느새 자리에 돌아온 은형이. "이거뭐야..?" "닭알러지있대매." "응..딴거 사온거야?" "햄버거." "우와.고마워.잘먹을께." 침 고인 입에.덥썩 햄버거를 베어물었다. 닭갈비를 우적우적 씹으며 감탄에 마지않는 구구단 브라더스. "이야 권은형 이새끼 멋있는척 짱인데?" "니들도 써먹어" "좋아.제발 우리 나영이 누나도 닭알러지가 있어야될텐데." 정상인들의 대화는 확실히 아니야. 은형이가 고등학교 들어가고 망가진건 다 이유가 있었어. 이놈 때문이였던거야!!!!! ㅠ0ㅠ 그렇게 정신산란하고 괴기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노래방에가서 구구단 브라더스의 생쇼를 한시간 반가량 관람한뒤. 가까스로 그들에게서 벗어날수있었다. 한사코 괜찮다는데 동네까지 바래다준다는 은형이. 8시를 조금 넘긴 시각.. 공기가 나빠서일까. 까만 밤하늘의 별찾기가 모래사장 바늘찾기다. "뭐..하늘에 뭐있어?" "아니.그냥 별이 없어서.인제 그만 들어가" "왜 자꾸 들어가래!!!" "부담스러워서 그러지.." "1년전엔 집앞까지 바래다 달라고 난리더니. 시간이 무섭긴 무섭다아.." "은형아." "응?" 꽉 잡은 손에 조금더 힘을 주는 은형이. 어느새 이렇게 훌쩍 커버렸니. 중학교땐 딱 나만했었는데... "넌..나 많이 좋아해..?" "하하.부끄럽잖아!!!!!" "장난하는거 아니야" ".ㅇ_ㅇ..갑자기 그건 왜묻냐" "넌만약에.내가 없다면.내가 니 옆에 없다면. 어떻게 될꺼같어..?" "음.." 대답하기 힘들다는듯.. 고개를 이리 저리 갸우뚱 해보이는 은형이. "모르겠어..?" "...아마도.." "....?" "잠자겠다.쿨쿨.." "..그게뭐냐.." "영원히.." 진심이였다. 누구보다..난 이아이의 진심과 거짓말을 잘 구별해낼수 있으니까. 나를 향해 씨익 웃어보이고는.. 헛기침을 두어번하고 되묻는 은형이. 쑥쓰러운지.고개는 저쪽을 향한채. "그럼 넌 나 없음 어떻게 되냐?" "글쎄..." "뭐야 어물쩡 넘기지 말고 " 미안해.은형아.. 아마.나. 너 없어도.. 지금이랑..똑같을꺼야... "슬프겠지.." "그게 다냐?!" "다왔다..들어갈께!이따 문자 보낼께.조심히 들어가고.낼보자^-^" "이 기집애야!뽀뽀 안하냐!!" "-_-..다음에.아빠 들어올때 됐어.진짜루 들어간다!" 한쪽손은 초인종 근처에 가져가고. 한쪽손은 은형일 향해 흔들어대는데.. 저만치 뛰어가던 은형이가.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왼쪽손을 주머니에넣고 무언가를 꺼낸다. 그리고.왼쪽손을 높이 들고.그 무언가를 흔들어대는 놈. 라이터 불빛이 공중에서 천천히 흔들리고.. "내가 이강순 니 별이다 !!!!!! " "뭐야-0-.." "뭐가!!안멋있어?!" "하나도!!!!!" "너한테 뭘바라냐!!됐다 잘자!!!" "그래 너두!!!" 미안.. 미안 은형아... 철컥.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 쇼파에 나란히 앉아 연속극을 보고있는 아빠 엄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한번 쓰윽 보더니 "이강순 내가 니 별이다!!!" "뭐야..동시에 그렇게 말하지 마요 ㅠ_ㅠ" "뽀뽀 해주구 들어오지 그랬냐-_-" 장난기 없는 아빠의 목소리. "언니는!!" "말돌리긴.언니 아직 안왔어 저녁먹어" "응" 방으로 들어서려는데.. "내가 니 별이다!!!!!!" "아빠 하지 말라니까!!!!!ㅠ0ㅠ" 이거같구 또 한달동안 약점잡게 생겼구나. 잘자라고 은형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용서해달라고 화진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불속에 쏘옥 들어가 고이 잠들었다. [4] 제가 요새는 이상한 필을 받아서.밤12시가 넘은 시각에 소설을 쓴답니다. 그래서 소설이 올려지는 시각은 3시나 4시가 되지요.. 물론 새벽이구요. 그러니까 늦게까지 소설 기다리지 마시구요^-^ 다음날에 읽으세요^0^ 괜히 저땜에 잠 못주무시면 저는 매우 조바심이 난답니다.ㅠ_ㅠ. 뽀송이가 응가 쌌나봐요.엉엉.온집안에서 냄새가 나는군요. -------------------------------------------------------------------- "비켜.길막지말구." "아잉 왜그래..미안하다니깐.진짜 진짜 미안" "알았어.알았으니깐 그만해" .. 이 기집애가 왜이렇게 소심하게 나오는겨.ㅠ_ㅠ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점심시간이건만. 새초롬하게 굳은 화진이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급식소에서 교실로 올라오는 길. 팔자에도 없는 애교를 부려가며 이렇게 노력하는중인데.. 드르륵!! 뒷문을 세차게 닫고서 교실로 쏙 들어가버리는 화진이. 증말 못할짓이구나..ㅠ_ㅠ.. "이강순" "응?!왜!" 옆분단 의자에 앉아 시선도 마주하지 않은채 화진이가 말했다. "너 왠만하면 그만 헤어져라.응?" "...." "어제 솔직히 화난거 보담두.쪽팔리드라. 오빠가 그러잖어.너 저런애들하구 어울리냐구" 저런애들이라.. 더이상 입열면 말다툼이 될것이 분명하므로. 화진일 향해 싱긋 웃어보이곤 고개를 돌렸다. 앗.. 엎드려 자고있는 승현이. 이쪽으로 얼굴을 향한채.. 아아.천사다.천사..아기천사가 따로없다.ㅠ_ㅠ 무슨꿈을 꾸는거니. "냠냠..냠" 입맛을 짝짝 다시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나의 천사. 나는 멍하니 그의 입술을 바라보았고.. 점점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 하는데.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져왔다. 액정에 선명히 떠오른 글자. 권은형. "응." "나 지금 너네 학교 가구있다!" "뭐?" "10분있음 도착해.!" "너네 수업없어?!" "5교시는 체육이구 6교시는 CA라 띵가두 돼.야.이따 나올때 친구 한명 데리구나와!" "친구.?!친구는 왜!" "동영이도 가거든." "아아악 뭐라구!!" "동영이가 꿈에 너 나왔었다구 전해달래 하하.니가 자길 유혹했대. 그래서 일어났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나드래." "학교랑 멀찌감치 떨어진데 있어.!" "알았어 정문앞으로 갈께.!!" "권은형!!" ..뚜..뚜..뚜..뚜.. 이게 뭐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보니. 내 고함소리에 잠에서 깬 승현이가 멀뚱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미안." "뭐가?" "나땜에 깬거 아니야.?" "배고파서 깬거야.!요구르트 사먹어야지." 나따위는 안중에도 없단듯.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드만 동전을 짤랑대며 휭하니 사라져버리는 승현이. -_-. 그래도 좋다.헤. 화나있는 화진이도 잊고.학교앞에 서있을 은형이도 잊고. 승현이 생각으로 한참동안을 멍해있는데.. 그런나를 벌떡 정신 차리게 해준건. 6교시를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울린 핸드폰 진동소리. 은형이다. "어디야!!정문 앞에 아니지?!" "야!파란명찰 몇학년이냐.?!" "어디.우리학교?" "그래!파란명찰 몇학년이야!" "1학년..그건왜.?" "저 건방진 후레놈들 죽었어 동영아 걔네 1학년이랜다!! 알았어 끊어" "뭐야 뭐!왜그래!또 무슨사고 칠라고>_<" 뚝.이번에도 어김없이 먼저 끊어져버린 전화. 커다란 불안감에 휩싸여.급히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아아..ㅠ_ㅠ.. 타이밍도 무심하지. 출석부를 들고 교탁으로 가까워오는 담임선생님. 재빨리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이놈들 왜이렇게 축 쳐졌어?박승현 이놈은 또 어디갔냐?! 하이튼 자리에 붙어있는 꼴을 못봐.어이구 교실꼴은 이게 뭐냐 청소는 제대루 한거야.?!" 그 뒤로 약 10분가량 잔소리를 늘어놓는 선생님. 아이들의 흐리멍텅한 눈을 보자 도저히 안되겠다는듯. "니네 잔소리 듣기싫으냐.?" "네에_!!" "그럼 니네가 좋아하는 얘기 해준다 다음주 월요일날 1박2일루 수학여행가는거 알지? 내일 유인물 나눠줄꺼니까 참고하고.그리고 이번에 환경미화..." 선생님이 다음말을 잇기위해 숨을 멈춘 그때. 복도쪽으로 난 교실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낯익은 고함소리. "걔네가 먼저 갈궜단 말이에요!!" "시끄러!남의 학교와서 뭐하는짓이야!일단 교무실로 가자!" "어?!! 2년 5반?!여기 강순이네 교실인데..강순아.안에 있냐?!" 안돼!!! 제발 은형아 그냥 지나쳐!! 소리없는 내 외침을 알기나 하는건지. 창문사이로 고개를 쑥 내민 은형이. 부록으로 옆에 낀 김동영까지.ㅠ_ㅠ. 놀란 반아이들은 나와 창문의 그놈들을 번갈아보았고.. "이야 니 여자친구 공부 잘하나봐 맨 앞에 앉았어.아주 당당해보인다" "내가 그랬잖어 새꺄 강순이 공부 잘한다구" "우와 근데 진짜 이쁜애 딱 한명두 없다.개새끼 이쁜애들 많다구 꼬드기더니." "그래도 울학교 보단 낫잖어!" 신이시여.차라리 날 죽여주시요.. 학생주임에게 질질 끌려가면서도.마지막 인사를 잊지않는 은형이. "강순아!이따보자!!" 흐어어어..어어..ㅠ0ㅠ.. "어머.왠일이야 쟤 걔잖아 맨날 학교앞에 오던애. 강순이 남자친구였어?!" "으하하하 웃겨 진짜 코메디야 뭐야 이거 애들한테 얘기해줘야지" "강순이 쪽팔리겠다..키킥" 그 모든 아이들의 비웃음보다. 내가 제일로 견딜수 없는건. 지금 막 뒷문으로 들어와 피식피식 웃고있는 박승현이다. 종례가 끝나고.. 저마다 한마디씩 내 가슴에 비수를 꽃은뒤 교실을 나가는 아이들. "그러게 진작에 깨라니깐" 한심스럽다는 화진이의 말을 듣고나서. 아주 빠르게.무언가에 쫓기듯..헐레벌떡 학교를 나와버렸다. 그리고. 집까지.쉬지않고 달렸다. 아니.은형이가 없는 저 먼곳을 향해서.. 끝없이 달리고.또 달렸다. [5] 앗 님들아 혹시 영화 물랑루즈 주제가 Lady Marmalade ☜ 테그 소스 아시는분은 꼭꼭 메일로 보내주세요.부탁드릴께요. 아무리 배워도 소스따오는 법을 모르는 이 무식한 머리 ㅠㅠ -------------------------------------------------------------------- 하아..하아..하아.. "다녀왔습니다" "야.은형이한테 계속 전화왔었어.핸드폰 꺼놨어.?" "계속 전화와두 없다그래.!!" "싫어!" "싫어가 아니야.!없다구 해!" "있는데 왜 없다그래.!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하라는거야!!" "아악.됐어!!언니한테 뭘바래!" "너 내 발차기맛 볼테냐!!!!!-0-" 하나같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왜 이리도 코믹한거야.ㅠ_ㅠ 그나저나 너무너무 쪽팔리다. 승현이가 어떻게 생각할까.남자친구 있는지두 몰랐을껀데.. 으어억 ㅠ0ㅠ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었던것 같다. - _ - 꿈에서 승현이를 보았고.그앤 내 몸뚱이만한 요구르트를 먹고있었다. 나는 그애에게 다가가서 요구르트를 나누어 달라고 말하고있다. 그리고. 그애가 차가운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이건 내꺼야...' '제발.승현아..한입만..' '넌 이상한 남자친구가 있잖아.!줄수없어!' .. "승현아..! "승현이가 누구야!!" "-0-?!" 누군가의 고함소리로 잠이 번쩍 깨버렸고..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승현이가 누구냐고!!꿈에서 무슨짓했어!!" "너!!얼굴이 그게 뭐야!집엔 언제들어왔어!!" 가관도 아니다.가관도 아니야.. 왼쪽볼은 시퍼렇게 멍들어서 탱탱 붓고.. 입술은 터져서 피가 고여있고.. 여하튼 그런 흉칙한 몰골을 하고서 내방에 나타난 은형이. "니네학교 앞잡이가 울학교에 전화해서 2시간을 그냥 두드려 맞었다. 아우씨 그 파란명찰 새끼들 잡히기만 해봐.. 야!넌 의리없이 먼저 도망가냐.?!그리고 승현인 또 뭐야!!" "친구야!여자라구!너 한번만 더 학교앞에 오면 나 너안봐!" "내가 너 보면 되지.하하.-0-.이야 니방 오랜만에 온다. 너 근데 잘때 얼굴 진짜 밉상이다" 쯧쯔 혀를 차며.화장대 의자에 털썩 앉아버리는 은형이. 그리곤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킁킁.야 니방에서 좀 역한 냄새난다.방향제좀 뿌리지" "그런냄새 안나!" "어?내가 사준 팔팔 생쥐 인형 어딨어?" "몰라!!" "니가 먹었지" "재밌냐!!김동영이랑 놀더니 너 이상해졌어!!" "맞어.내가 봐두 그래.이야..이 거울에서 빛이 난다 빛이나. 역시 얼굴은 잘생기구 봐야돼" 놈의 터무니없는 소리에 대꾸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참동안 거울을 들여다보더니. "아우 입술에 피봐..솔직히 지금 내 입술 섹시하지?" "미쳤다.미쳤어" "빨간게 이뻐서 일부러 안닦았는데.. 근데 강윤이누난 태권도 도복입구 뭐하는거야?" "몰라!그게뭐야,괜히 학교왔다가 선생님한테 터지기나하구! 한심해죽겠어!!피닦어!한개두 안섹시해!" "집에 와서 바로 쳐자빠져자는 니가 더 한심하다!!-0-" "당장나가!!누가 허락두 없이 내방 들어오래!!" "기집애가 애교부리긴..아 맞다 너네 수학여행 간대매.!" 내가 언제 애교를 부렸냐 이 침입자야!!!!! 나는 놈의 말을 씹고 창문을 휙 열고서. 밖으로 얼굴을 쑥 내밀었다. "니네학교랑 우리학교랑 경주 똑같이 간대던데?! 날짜 언제야.?!" "월요일" "어!잘함 보겠네!!! 나 장기자랑때 애들하구 섹시춤추는데.우리 숙소루 찾아올래!!" "아니!!!!" "왜.밤에 잠 안올까봐?" "안그래도 너땜에 잠이 안와 잠이!!" "결혼할때까진 곰인형으로 만족해.우린 아직 어리잖아" "나가!!!!나가아!!!!!!나가!!!!!" "누나가 밥 준댔어!!!!" "내방에서 나가란말이다!!!!!" "그러지 뭐.." 팅팅 부운얼굴로 나를 쓰윽 보더니. 씽긋 웃더니. 그러더니.... 그러더니.. 내 화장대 거울에 입을 쪽 갖다대곤.. "피 닦았어.거울이 고맙대." 밖으로 휭 나가버리는 은형이. 덕분에 깨끗한 내 거울엔 핏자국이 선명히 새겨지고 말았다. "권은혀엉!!!!!!!>_<" "누나.나 강순이가 자꾸 구박해요!!" .. 더이상 견딜래야 견딜수가 없어. 정말 한계야. 정으로 버티려고 했지만.. 이젠 남아있는 정도 없어.ㅠ0ㅠ. 지옥같은 사흘이 흐르고.. 나는 한층 더 핼쓱해진 얼굴로 관광버스에 올라타있다. 이미 3일전에 극적인 화해를 마친 화진이가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중. "나 토요일날 니 남자친구 남문에서 봤다? 3학년 선배들한테 뒤지게 혼나구 있든데? 그때 우리교실에 얼굴 내민 걔두 옆에 같이 있었어" "동영이..?걘 은형이보다 더 하다.더해." "그래보이드라.꺄르르>_< 오빠가 수학여행간다니깐 같이 따라온다는걸.한참 말렸지 뭐야." "왜 따라오라 그러지 그랬어." "어떻게 그래.사실 나 요샌 오빠한테 질려가는 중이야" 그래 잘생각했다.그 팍눌렸다가 찍 오그라붙은 얼굴. "어쩐지 니가 100일을 넘기나 했다.." "에이참 백일 선물 받구 깨질라구 했더니만.자꾸 느끼한짓 하잖어" 버스가 4시간가량을 달리는데. 그녀는 단 1분간의 멈춤도 없이 쉴새없이 재잘대고있었다. *경주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올때쯤.. 잠잠하던 나의 핸드폰이 울려댔다. 요 며칠간은 이놈 전화를 피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수학여행 왔으니까.만나잔 말은 못하겠지. 그리고 이기집애의 수다를 듣느니 차라리 은형이랑 통활 하는것이 낫겠어. "어.여보세요." "어디야 경주야_?!" "응.다와가..넌.?" "우린 아까 도착했지!지금 난 천마총을 구경하고있어.. 야.너네 어디서 잠자구 먹냐!" "..에스에스 호텔이라구 한거같은데" "존나 차별이네.우린 이상한 건물이더만..잠깐만. 야.광민아.에스에스 호텔이랑 우리 묵는데랑 가까워.? 몰라?김동영!넌 아냐?!에스에스 호텔!! 강순이 거기서 잔대는데?" 경주가 얼마나 넓은데. 설사 아주 만약 가깝다 할지라도 난 방에 쿡 틀여박혀 너를 만나지 않을 것이야. "아싸 우리는 하늘이 내려준 인연!!!!" "왜!가깝대?!" "걸어서 10분이래!이따보자 마누라야!!!" "악 잠깐만 ! 우리 일정 무지 빵빵해!!" 뚝. 뚜..뚜..뚜..뚜.. 전화예절이라고는 손톱만치도 모르는 이 미개인 같으니!!!! 걸어서 10분이라니. 지금 권태기에 미칠지경이고만! 걸어서 10분이라니..ㅠ0ㅠ..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 옆구리를 찔러대는 화진이. "왜?왜?걔네도 경주래?응?응?" 그래.그것도 바로 옆숙소란다.ㅠ0ㅠ. [6] 와글와글 시끌벅적 "자 여기가 우리나라 국보 24호라는건 잘 알고있지.?" 쾌릉에 들렸다가..불국사에 들렸다가.. 지금은 석굴암에 앞에와있다. 특이하게 반별로 행동하는 우리학교. 그래서 이곳엔 우리반 아이들뿐. 안절부절하며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 나에게 화진이가 나즈막히말한다. "왜그래.화장실 매려워.?" "아니야..은형이 갑자기 푹 튀어나올까봐.ㅠ_ㅠ" "아직두 그걱정이야?걱정하지마.내가 종운고 교복보이면 말해줄테니까.나 눈 무지 좋잖어" "거기 두사람 조용히 하고.! 사진 찍지 말고.아 진짜 이런데 나오니깐 너무 좋지않니? 울창히 우거진 나무들에 벌써 공기부터 틀리다.자 우리 부처님이 계신곳 으루올라가보자.!!" "선생님.!!" 오오.승현이였다. 친구들과 함께 장난을 치던 그가.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번쩍들었다 "어.왜?" "여기 참기름 어디서 팔아요?" "왠 참기름?" "우리엄마가요.여기 참기름 유명하다고 꼭 사오랬어요." "석굴암에 와서 참기름을 왜찾어!!!이따 자유시간주면 니가 사오든지 하지!하이튼 저건 .. 장난질 그만하구 따라와!" "에이씨.." "뭐라그랬어!!" "선생님 예쁘다구요^ㅇ^" 방그레 웃는 승현이를 10초가량 노려보다가. 휘적휘적 돌계단을 오르는 선생님. 때이른 매미소리와 함께. 우리는 무지하게 크신 부처님을 보며 우와..멋지다를 연발해댔다. "자 봐라. 다른 부처님에 비해 이분은 성냄도 없고 뚜렷한 미소도 없지 ?그래서 범인이 가까이 할수없는 위엄이 흐르지.어때.그렇게 느껴지지 않냐?" 선생님의 감탄어린 설명에..반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려할때쯤. 커다란 목소리로 티격태격 대는 승현이네.-_- "부처님 이마에 점있는데.너도 똑같다 " "하지마..!" "너도 부처님처럼 머리 보글보글 해봐." "이 미친자식 가서 참기름이나 사!!!!" 승현이에게 마구 성질을 내는 그의 친구-_- 우리가 멍한 표정으로 두사람을 바라보았을땐. 이미 선생님이 밖으로 끌어내고있는 중이였다. 30분후.이마에 빨간 손자국을 하나씩 찍고 버스에 올라타는 두사람.-_- 이마를 어루만지며 씩씩대는 승현이. 옆으로 다가가 호오 불어주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나는 홀몸이 아니라 그럴수가 없구나.ㅠ_ㅠ 안쓰러운 얼굴로 연신 승현이가 앉은 뒷좌석을 돌아보고.. 치이익 출발하는 기사아저씨. 그리고 버스안에 흐르는 최신가요. "인제 호텔로 가는거야.일단 방에 가서 짐풀고. 9시까지 그 뒷편 공터로 나온다.불꽃놀이도 하고.장기자랑도 하니까. 해가 되게 빨리지네..ㅇ_ㅇ" 말을 마치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선생님. 듣는둥 마는둥.계속 승현이를 흘낏대는 나에게.화진이가 호들갑스레 말했다. "야.내동생이 그러는데 우리 지금 가는 호텔. 말이 호텔이지 거의 여관수준이란다.숙박비만 많이 받을려구 호텔이름 붙힌거래" "응..그래.." "그리구 이따가 3반에 민정인가 걔네 애들 성인식 춤춘댄다. 참나.꼴같지두 않어.그치?" "응..응.." "너 지금 누구 쳐다보는거야?" "어?!" "뭘 그렇게 쳐다봐.뒤에 뭐있어?" "아니!아무것두없어!!!" 별안간 내지른 고함에 화진이가 놀랬나부다. 선생님까지 놀란듯이 나를 쳐다보고.. "하..^-^..해가 정말 빨리지네요..ㅠ_ㅠ" ... 이래서야 원..한달두 못가서 들키구 말겠어..ㅠ_ㅠ.. 살그머니 승현이를 향해 눈동자를 굴리고.. 이상한 타이밍으로 인해 그와 눈이 마주쳐버렸다.악! "안녕." "어..어..." 과자를 먹다말고 내 얼굴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이는 승현이. 심장이 요동을 치고있다.!! 난몰러!!!!!! 그 바람에 나 이강순은 버스가 호텔에 도착할때까지 달아오른 얼굴을 음료수 병으로 식혀야만 했다. "자.다왔다!!앞에부터 차례차례 내려!" "말도 안돼요!!여기 아니잖아요!!" "여기 맞어!!빨리 내려!!!" "아악!!호텔을 모욕하고 있어!!!!!" ... 아무리 봐도 호텔이라고 보기엔 좀 심한듯.-_-. 어쨋든 선생님의 협박에 우거지 인상으로 우르르 쏟아져내리는 아이들 이미 다른반 아이들은 모두가 도착한 상태였고.. 우리는 지배인.?의 안내를 따라 조심조심 호텔문안으로 들어서고있었다. "강순아 지금 몇시야?" "여덟시.." "이 방인가본데?204호.아이참 난 호텔 침대 아니면 잠 안온단말이야. 허름해..너무 허름해!" "너 자꾸 그럼 진짜 따당할수두 있어.." "-0-..뭐..?" 벙해있는 화진일 버려두고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구석에 장농하나 보이고.창가쪽에 텔레비젼 하나. 그리구 화장대.작은 냉장고. 같은방에서 묶게된 7명의 반 친구들은 저녁을 먹기위해 1층으로 내려갔고. 나도 얼른 맛있는 식사♬를 하기위해 얼른 신발을 신는데.. "방에서 음숭한 냄새나!!ㅠ0ㅠ" "가만있어 기집애야!!너 자꾸 그럼 나도 너랑 친구안한다!" "뭐야-0-?!" "잠깐만..전화왔어.. ...권은형이다.응.여보세요.." 핸드폰 안에선 굉장한 잡음이 들리고있었다. 귀를 꽝꽝 때리는 노랫소리.그리고 아이들의 뒤죽박죽 함성소리. "일루와!!!!!" "뭐?너 어딘데" "10분안에 튀와!니네호텔뒤편으로 난 골목있지.글루 쭉 걸어와. 고려장 숙소 바로 뒤에 작은 강당있어.그안엔 내가 있다" "지금 못가.밥먹고 우리도 레크레이션 있단말야" "그럼 나 동영이하구 광민이하구 쳐들어간다_?!" "무슨소리 하는거야 지금.!그리구 남의학교 숙소엘 어떻게가냐!" "걸어서 오지.아무튼 지금 출발해 아참 동영이가 반 친구절대 데리구 오지말래 하하하.>_< 너 안오면 나 진짜 윗도리 홀랑벗구 간다! 어 야 광민아 아직 우리 차례 아니야!!야 야 끊어!" ... ... 전화가 뚝 끊기고.신발신기를 마친 화진이가 동그란 토끼눈으로 나를 내려본다. "뭐래?글루 오래?응?응?" "응..오랜다.어떡하지" "우와앗 같이가자.!!종운고에 돈많은 애들 많대드라!" 같은반 친구 델구 오지 말랬는데- _ -.. 정말 정말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윗도리를 홀랑벗고 온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걸려.. 지금 난 조심조심 호텔뒷문을 빠져나가는 중이다.ㅠ_ㅠ 옆에는 딸랑딸랑 화진이를 달고서. 그래.난 그놈을 잘알지. 아주 잘알아.정말 윗도리를 홀랑벗고 찾아올 무서운아이야. 그냥 얼굴만 끔뻑 내비치고.선생님이 찾는다고 급히 돌아와겠다. "여기아냐?고려장 숙소?애들 소리 들리는데?" 혼자 멋대로 들뜬 화진이가.꽤나 큼직한 건물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어..ㅇ_ㅇ..정말.여긴가보다.. 더러운 우연이지.가깝긴 왜이렇게 가까운거냐. "들어가자.응?얼른 들어가자!" "조심히 살펴.걸리면 너랑 나랑 둘다 죽어.." "그래그래.오호_!!" "소리질르지마아 ㅠ0ㅠ" 나와 화진이는 도둑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고려장숙소를 지나쳤고. 아주 쉽게 그 뒤에 서있는 회색빛의 강당같은것을 발견할수 있었다. "여기다!오오 음악소리 막 들려!!" "제발.화진아.조용히.쉿" "뭐 어떠냐!음악소리땜에 들키지두 않겠네..문닫혀있는데?그냥열어?" "조심히 열어..잠깐..얼굴만 빼꼼히 내밀어보자" "그래그래 좋아!" 아주 신이난듯.두손을 뻗더니.벌컥 문을 열어버리는 화진이. 게다가 한마디 상의없이 그안으로 걸음을 성큼 옮겨버린다. 아악 안돼 기집애야!! ... "...저..저거..권은형 아니야..?" 꺅꺅 악악 아이들의 함성소리에 묻힌..화진이의 작은 목소리. 나는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곳에 시선을 옮겼고. 이어 그자리에 꼼짝없이 굳은 난 조용히 눈을 감아버렸다. [7] "..어떻게..니 남자친구 미쳤나보다.." 경악을 하며 내 손을 꼬옥 잡는 화진이.. 그제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슬며시 눈을 떠보았다. 맨 앞에 마련된 무대. 종운고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두손을 마구 흔들며 환호성을 질러댔고.. 그런 아이들에게 쉴새없이 윙크를 날리며 엉덩이를 흔드는 동영이가 보였다. 한술 더떠라 마이크를 바닥에 내던지는 광민이. 그리고 오늘의 히로인. 물랑루즈 주제가에 맞춰.아주 요염하게 몸을 돌리고 있는. 내 남자친구 은형이. 여자인 나도 입기 꺼리는 아주 짧은 바지를 입고. 여자인 나보다 훨씬 잘빠진 두 다리를 현란하게 움직이며. 섹시댄스를 추고있는 내 남자친구 은형이. 그들에게 반 미친 종운고 아이들은 나와 화진이의 존재도 발견하지 못한채.. "악악 !! 광민아!벗어!그냥 확 벗어!!" "권은형 허리돌리기 왜 안해!!!꺄악!!꺄악!!" "김동영 죽여!!!!!!" ... .... "...쟤네 셋이..술먹은거 아니야...." 부들부들 떨리는 화진이의 목소리.. 무슨말로 대답하고 싶었지만..굳어버린 내 입은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 점점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그들의 무대.. 동영이는 끈적한 손길로 은형이를 쓰다듬고. 그때 아이들의 괴성은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그리하야 그 세사람은..간간히 윙크를 던져가며 보답했고 은형이는 기다란 팔을 흔들며 누군가를 찾는듯 앞쪽으로 걸어나왔다. 그 누군가가 과연 누구일것이냐. 그렇다.나였다. 나는 반쯤 미쳐버린 종운고 여자애들 뒤에 몸을 숨겼고.. "권은형 더 강하게!!!" "마지막 한방!!우우!!보여줘라!!!!!!!!" 뭘..뭘 보여달라는거야.. 지금 와서 느낀거지만 이 학교에 안오길 천만번 잘했어.정말 잘했어. 불행중 다행이란 생각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때. 그때였다. 노래의 최고조에 이르는 부분에서. 권은형은 주저없이 윗도리를 벗어던진채 등을 돌렸다. "꺄아아악!!!!!!!!!!!!!!!" -0-... 그의 잘록한 허리가 아이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까만 매직펜으로 은형이 등판에 써진 글씨. '강순아 오빠 멋있지' 그리고 그와 함께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열띤 반응. "강순이가 누구야!!니네집 개 이름이냐!!꺄하하하>0<" "뒷모습은 필요없다!!!!앞모습을 보여라!!!!!" "뒤돌아!!뒤돌아!!" 그것만은 안된다는듯 뒤돌아선채 허리를 돌려대는 은형이와 광민이. 동영이는 장미꽃을 입에 문채 외설스런 춤을 추고있었고.. 멍해있는 화진이는 입을 다물줄 몰랐다. "가자.어서가자!!" "어..어딜가.." "여기서 나가자!얼른!!ㅠ0ㅠ" "쫌더 보다가지...섹시하다" "미쳤어!!얼른와!!" 뻐팅기려는 화진이를 질질 끌고.커다란 강당문을 밀어내고있을때. 마이크를 통한 동영이의 목소리가 좁은 강당안을 가득울렸다. "개순이누나!!!벌써가면 어뜩해에잉!!!!!" -0- 끝장이다. 그제야 낯선두여자의 존재를 알아챈 아이들이 휘까닥 뒤집어진 눈으로 우릴 바라보았고. 나는 화진이의 손을 거세게 움켜잡고 미친듯이 뛰고있었다. "야 잠깐만 숨차..!!손좀 놔봐!!" "놓긴 뭘놔!!!!난 더이상 못참아!!싸이코였어!진작에 알았어야했어!!" "솔직히 섹시하지 않았니?그 머리 짧은애는 그때 봤던애지?응?응? 돈많대?응?" "누구!!!!개순이를 외친 그애 말이냐!!" "그래!걔!" "걔가 억만장자라 할지라도 소개 안시켜줘!!!!" "왜.?!" "미쳤어 제정신이야!!얼른 들어가자 " 흘러내리는 땀한방울을 닦아내며. 호텔 뒷문으로 다가섰을때.. "헉.잠겼다.." "응?" "문 잠궈놨어.." "어떡해!!" "난몰라..앞문으로 가보자" "그래그래" 애들이 자꾸 뒷문으로 도망치니까 선생님이 문을 잠근듯했다.. 한층 긴장된 맘으로 화진이와 앞문을 향하려는데. "앞문두 잠겼다" 엥? 목소리가 난쪽으로 휙 고개를 돌리니. 문이 있는 담벼락에 몸을 기댄 우리반 두놈과 그리고.. 나의 사랑 승현이가 보였다. 어떡해!어떡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나와 반면. 아무거리낌없이 그들에게 다가서는 화진이. "니넨 어디갔다와?" "맥주 사러 나왔다가..그새 문잠궈놨어.에씨." 승현이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대답한다. "금 어떡해...ㅠ_ㅠ.우리 못들어가는거야?!" "형기한테 문열어달라고 문자 보냈는데.안나와..전화두 안받구. 불꽃놀이 하느라 정신없나봐.에이씽" "이씨.어뜩해." "끝날때까지 기달려야지 뭐.." "..으윽..피곤해 죽겠는데.왠 불꽃놀이야 ㅠ0ㅠ" 평소에도 친분이 있던지라.얼굴을 마주보고 투덜투덜 대는 화진이와 반남자아이. 나는 슬금슬금 승현이 옆에 다가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맥주봉지를 딸랑대고있던 나의 천사가 물끄러미 내 머리를 쳐다본다. 윽. 잔머리 많이 떴는데..안돼는데.. "넌어디갔다와.?" "응..저저기..그냥 화진이랑 과자 사먹을려구" "안에도 과자 파는데 있잖어.!" "아.. 좋아하는 과자가 없길래.." "참기름 어디서 파는지 알아.?" "아니..모르겠는데.." "그래.나도 몰라" 꺅 귀여워..ㅠ0ㅠ 예쁜척을 하려고 한껏 표정연습을 하고있는데.. 그때 한참 수다를 떨고있던 화진이가 놀란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저기 반경 100미터에서 사람형체 3개가 보여.." "응..?" "근데.세놈다 매우짧은 반바지를 입고있어..은형이가..아닐까..?" "뭐-0-?!" 화진이의 말을 듣고 눈을 휙 돌려보니. 정말이다...결코 흔하지 않은 옷차림의 그들이.. 빠른속도로 가까워오고있었다. "어떡해!!" "숨어.." "어디!!!ㅠ0ㅠ" "승현이 뒤에 숨어..꺅.어떡해..빨간장미 물고 춤추던애가 나 봤어" 아아악!!!!! 이게 왠망신이야!!벌써 승현이 앞에서 두번째라구!! 이젠 나도 모른다.이미지고 뭐고. 승현아 안녕.ㅠ_ㅠ 정말이지 인젠 나 죽었소..라는 심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는데.. 별안간 승현이의 작고 하얀손이 내 손을 잡았고.. 그리고 나를 자신의 등뒤로 바짝 몰아붙혔다. 박승현....ㅇ0ㅇ.. 그로인해. 졸지에 담벼락에 꽉 붙어버린 나.그리고 그 앞에 날 가리고 슨 승현이. 덩달아 삐져나온 내 몸을 가리려 승현이 옆에 붙어슨 화진이. "개순아!!개순이 어딨노!!!!" 저 구구단 자식. 내 이름을 멋대로 바꾸다니.. 개순이를 외치며 가까워오는 동영이.. "화진아.강순이 어딨어?" ... ...헉.. 너무나도 가까운곳에서 들려오는 은형이 목소리. 어째.이런일이.ㅠ_ㅠ [8] 나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승현이의 뒤에 바짝 다가섰고.. 화진이도 나만큼이나 긴장한듯. (은형이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있기에.-_-.) 더듬더듬 떨리는 목소리로 침착히 대답했다. "강순이.머리 아프다고 안에 들어갔는데데.." "얘네는 뭐야.?" "어.우리반 남자애들.." 슬쩍 눈을 돌려보니.승현이의 친구 두놈은 약간 쫀듯한 표정으로 한발자국 물러나있었고. 동영이와 광민이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고있었다. "꺄아꺄아.오빠>_<불꽃이 제 마음을 후끈후끈 달구어놓네요!" 동영이였다-_- "넌 딴학교 애들 앞에서 쪽팔리지두 않냐? 돈 졸라 많이 들겠네.바루 펑 터질꺼 뭐하러 돈을 썩혀.야.은형아.나 춥 다.가자.가자아!!" 광민이의 투정섞인 말에 한숨을 푹 내쉬는 은형이.. "그러면..이거..강순이좀 전해줘" 뭐지? 첨보는 승현이에게 무언갈 건내려고 하는 은형이. 앗 위험한 순간.>_< 나는 움찔하며 눈을 감아버렸고.. "니가 전해줘" ... 의외였다. 너무나도 차가운 승현이의 대답에 잠시동안 썰렁한 공기가 맴돌고. 나는 불길한 예감에 아주 조심스레 승현이의 옷깃을 잡아버렸다. "아니.이런 무서운 대답을 찍찍 날리다니!!-0- 아뵤 덤벼!!" 한톤 높아진 동영이의 목소리... 물론 반은 장난섞인 말투였고.. 나머지 반은 진심인듯. 이래선 안돼... 최악이겠지만 내가 나서는수밖엔 없겠어.. 조급한 마음에 앞으로 몸을 내밀려하는데..그런나를 한팔로 막아버리는 승현이. "그럼 가서 긴바지 입고와.난 맨다리에 상처내긴 싫으니까" 승현아.. 안돼..그놈은 은형이 친구란 말이야.ㅠ0ㅠ "으윽..광민아.나 지금 눈썹에 핏대슨거 보이지.. -0- 커다란 혼란이 와버렸어.어이 싸가지.다시좀 말해보지?" "나한테 맞아서 병신되면 우리 병원으로 와.그것만 약속하면 싸우지.^-^" ... ...... "하..나참..요새 공백기를 맞아서인지.별#같은놈들이 다 엥기네.유머쟁 이 컨셉좀 잠시 바꿔야겠어..은형아. 나 10분만 다시 미친개 할테니까.한번만 봐주라" 부들부들 떨리는 양손가락..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을때.. 살기 어린 승현이와 동영이를 사일 처억 막아서는 은형이. "불꽃놀이 앞에서 싸우면 안된다는 우리의 맹세 잊었어!!" "나 지금 장난하는거 아니야..비켜.." "나도 장난하는거 아니야.강순이네 반 친구만 아니면 나도 같이 쪼아버릴텐데.그게 아니잖아!!-0- 가자 가자.응?광민아 얘 양팔 붙들어" "하지말라니까!!나 미친다 진짜!? "이새낀 심심하면 그냥미친대.야 빨랑 김광민 양팔 붙들어" 그러자 빠른동작으로 동영이의 양팔을 붙들어잡는 광민이. "놔아!!!이 씹딱까리놈아!!" 동영이가 발버둠칭과 동시에 괴력을 발휘해 동영이의 두쪽발을 어깨에 터 억걸치고선.승현일 향해 씽긋 웃어보이는 은형이.. (화진이와 승현이 어깨 사이로 몰래 훔쳐보고있다.ㅡ.,ㅡ) "친구가 좀 다혈질이라서.강순이 미워하지 말구 잘해줘!^-^ 임마.너 근데 되게 귀엽게 생겼다_!" "그거 젤 싫어하는말이야..말 가려서 해." "으음.ㅇ_ㅇ.3학년때.너 강순이랑 다른반되면.그때 보자. 나는 꽃미남하구 싸우는거 디게 좋아하거든.하하.-0-.참.이거. 화진아 니가 강순이 전해줘" .. 휘익.엄지손가락만한 무언가를 화진이손에 던져주고. 엉겹결게 그것을 주먹에 받아쥐는 화진이. .. 펑펑_.무지막지한 폭죽소리와 함께. 반바지 차림의 그들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안놔아!!!!나 또 심장발작한다!!!놔!!!!"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동영이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나는 털퍼덕 바닥에 주저앉아버렸고. 그런나의 손에 건네진건.. 작은 부처님모양의 팬던트였다. "..뭐야..?" "은형이가 너 전해주래잖어.어휴 뭐야 진짜.. 공포영화 볼때보다 더 떨렸어..진짜 무식하기 짝이없어.괜찮어 승현아? "응.난 괜찮어.." "이강순 이 기집애야!내말좀 진작에 들었음 이런일 없었지! 내가 뭐랬어!!" 나는 말없이 부처님 조각상을 손에 꼬옥 움켜쥐었고.. 한참 화진이가 잔소리를 늘어놓으려할때.. 영원히 닫혀있을것만 같던 문이 찰캉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 "어?!문열렸다!!으아>_< 화장실 참느라 죽는지 알았네!!" 후다다닥 .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승현이 친구 두놈. "꺄 불꽃놀이 끝나기 전에 얼른가야지.너어 이강순 이따봐!" 종종걸음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 화진이. 그리하여. 그렇게 되어. 이곳에 남겨진건 승현이와 나.단둘뿐입니다.ㅠ0ㅠ "언제까지 앉아있을꺼야.여잔 찬데 앉아있음 안된대." "아..미안.." "^-^"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와.손바닥을 탁탁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쌩긋 웃는 승현일 따라..호텔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발에 밟히는 자갈소리.그리고 콩당콩당 뛰는 내 심장소리.ㅠ_ㅠ 으으.ㅠ_ㅠ 무슨말을 해야하나. 무조건 미안하다고 싹싹 빌까 ㅠ_ㅠ "불꽃놀이 보고 갈꺼야?" 갑자기 고갤 휙 돌리고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묻는 나의 천사 승현이. "어?어??!아.아니!" "그래.나도 그냥 잘꺼야.오늘은 오래걸었더니 너무 피곤해. 여잔 2층이지.?" "응.." "잘올라가.잘자고 예쁜꿈꿔_" "그래.너도..잘자.." 윽.미안하단말못했다..ㅠ_ㅠ.. 힘이 쭈욱 빠진 어깨로.계단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갈때. 1층에 오도커니 서있던 승현이가..혼잣말을 하듯..중얼거렸다. "니가 내 동생이였음.그놈 못만나게 할텐데." "응??" "너 내 동생할래?" "응???" "킥.아니야.뭘 그렇게 놀래.잘자.!" "...." 지금.내가 들은말이.무슨뜻이란 말이냐. 혼미해진 정신으로..황홀감에 젖어있을때. 승현이는 눈앞에서 사라져버리고.. 나는 그가 서있던 빈자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20분이 지났을무렵 방에 도달할수 있었다. 그날 새벽. 나란히 방에 누운 7명의 반아이들. 물론 내 옆엔 드르렁 드르렁 숨소릴 내는 화진이가 누워있고.. 나는 지워지지 않는 승현이 얼굴때문에 약 3시간가량을 누운자리서 뒤척여야했다. 너 내 동생할래..? 너 내 동생할래...? 너 내 동생할래....? "꺄아악 난몰라>_ "뭐뭐야!!!왜그래!!!!!!-0-" "어..?아니야. 아무것도..무서운꿈꿔서..-0- 말많고 탈많던 수학여행 첫째날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ㅠ_ㅠ [9] 다음날 오후 2시경. "자 한사람도 빠짐없이 탔지?정말 출발한다.잊은물건없나 확인하고!!" 여기는 버스안. 마지막으로 경주 국립공원에 들렀다가. 이제야 학교를 향해 출발이다!!!! 아침일찍 일어나 굉장히 피곤한듯.승현이와 날 제외한 아이들은 모두 쿨쿨 골아떨어져있었고..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출발" 을 외치는 담임선생님. 나는 내 무릎팍에 고개를 떨구려는 화진이를 가만히 밀쳐내고-_- 승현일 보기 위해 휙 몸을 틀었다. 과연.맨 뒤에서 두번째 자리에 말똥말똥 앉아있는 승현이. 아아.귀공자 같기도 하여라.ㅠ_ㅠ 그때였다. 내가 잘못보고 있는걸까.? 내쪽을 향해 손짓을 해보이는 승현이. "나.?나?" "그래너!!" "ㅇ0ㅇ.." 의아해하며 비틀대는 버스에서 균형을 잡았고.. 어렵지 않게 승현이 옆자리에 도착해버렸다. 텅비여있는 천사의 옆좌석. "왜 옆에 아무도 없어?" "몰라 내가 코곤다고 구박하니까 맨앞으로 갔어" "응..근데..왜..?" "저기.쟤.니 남자친구 아니야.?" "어..어디..?" 휘리릭. 승현이의 곱디 고운 손이 초록색 커튼을 확 제껴내고.. 나는 열려진 창문사이로 얼굴을 쑥 디내밀었다. ... .... 마악 도착한듯.국립공원에서 시끌벅적 모여든 종운고 학생들.. 운좋게도 엇갈렸구나.-0- 근데.은형이가 어딨다는겨.. "안보이는데.승현아." "저기.초미니 스커트 사이에서 하하하 웃고있어" "응?초미니 스커트라니?" "하얀 세라복 입은 여자애들 5명 안보여?" 아..저깄다.. 근데.은형이가 어딨.... "쟤 저기서 뭐하는거야!!!!" "여자애들.일본애들 같은데." "-0-..하.." 정말이였다. 카메라를 들고 똑같은 눈웃음을 치는 세라복 5명. 교복으로 보아하니.저것은 분명 일본여고생들. 그리고 그 가운데 삐쭉 서서 크게 웃고있는 은형이. .. 치마길이가..끝내준다.. 종운고의 모든남학생들은 그 일본여고생들을 홀린듯이 바라보고있었다. 나는 좀더 확실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몸을 쑤욱 빼냈고. 부우웅_!!!! 갑자기 빠르게 달려버리는 버스. "으앗!" 덕분에 의자에 털퍼덕 팽가래쳐진 나. 어떻게.이게 뭐야.넘어지려면 그냥 넘어졌어야했어 이상한 소리를 내다니..ㅠ_ㅠ "괜찮어.창피해하지마." "..응..고마워..ㅠ_ㅠ" "니 남자친구 바람둥이야.?" "응?아니이_!" ..권은형 이 싸래다 문댈놈. 두고보자.중학교땐 선배언니들하고 시시덕 거리며 내 속을 뒤짚어놓고 고등학교 1학년땐 바다에 놀러가서 5건이 넘는 헌팅을 하더니. 이젠 국제적으로 일본여고생까지 꼬셔. "바람둥이 맞지.뭐.한명두 아니구 일대 오였어!!" "응..쟤가.원래..인기가 많아서" "그래도 남자친구니깐 끝까지 감싸네.ㅇ_ㅇ" 엥?감싸?내가? 그렇게 되버린건가-0-?! 아니 아니야 그런게 아닌데.내가 지금 좋아하는건 박승현 너인걸 ㅠ-ㅠ "나도.얼른 나 감싸주는 여자친구 만나야지.그럼 너 부럽겠지?" "아.응.." 안돼.그럼 나보고 어찌살라구.... ㅠ0ㅠ "맞다!참기름 안샀다!!!!어떻게.난 뒤졌다.난몰라" "..저런..엄마가 많이 무서우신가봐" "그여잔 마녀야.이번에두 까먹으면 내 귀를 비튼다구 했는데.나 어떡해 ㅠ_ㅠ" 저렇게 귀여운 귀를 비튼다니.. 정말 무서운 엄마구나.. 그후로 다양한 표정이 나타나는 승현이의 얼굴 모든걸 포기한듯 한숨을 푸욱 쉬다가. - 0 - 후우.. 이번엔 비장한 각오를 하듯 불끈 주먹을 쥐다가. +_+ 이얍..! 불장난하다 들킨 아이처럼 울상을 짓다가. 으엉.ㅠ_ㅠ 아이고 귀여워 미쳐버리겠네.진짜. 확 물어뜯을수도 없고... 옆자리에 가만히 앉아 욕망을 꾹꾹 참고있는데.. 갑자기 베이비 로션 냄새가 퐁퐁 풍겨진다. 뭔가가 아리송한 느낌.. 어느새 내 어깨에 살포시 얹어진 승현이의 작은 머리통. 나는 믿을수없는 상황에 입을 떠억 벌려야했고.. 이내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힘이 빠진 승현이의 머리가...미끄러지듯 내 무릎위로 털썩.. 이름하여 무릎베고 누워 자는꼴.이 되버리고 말았다. 차는 열심히 달리고있고. 나를 제외한 모든아이들은 꿈나라를 여행중이다. 그러니. 굳이 이 상황을 피할필요는 없지-0- 난 창가에 머릴 기댄채 행복한 마음으로 지긋이 눈을감았고.. ... 이대로라면 지옥불구덩이로 뛰어들어도 좋다. 바람피던 은형이의 모습은 까맣게 잊은채.. 무한대의 행복을 느끼는중.ㅠ_ㅠ 세시간후. 치이이익. "얘들아.눈떠봐!일어나!다왔어.세상에.어쩜 다 죽은듯이 자구있네.." 벌써 다왔구나. 으으..살려주셔요ㅠ_ㅠ (무릎에 쥐가났음) 부시부시한 머리를 하고 벌떡 몸을 일으키는 승현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기지개소리. "=_=..어?나 니 무릎에서 잤어?!" "응..괜찮아.." "이런.외간여자옆에서 자는거 아니랬는데!!" 그렇게 말하면 내가 이상해지고 말잖니.. 머리를 두손으로 만지작대며.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승현이. "나.참기름 사는데.같이갈래!" "어?!응!!" "그래^-^.10분있다가 후문으로 나와." "응응.." 나는 지나칠정도로 세차게 고갤 끄덕였고. 승현이는 고맙다는듯 살짝 미소짓더니. 버스앞문으로 쿵당쿵당 뛰어가버린다. 드디어 내 마음이 그에게 통한것인가 !!!!!!!! "이강순 너 버스에서 살꺼야?!" 찢어지는듯한 화진이의 고함소리. "내려!!내린다구!!" 히얍_탁!! 전원이 버스에서 내리자. 기사아저씨가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며 문을 닫으신다. 학교다!! 학교라구!!!! 넓은 운동장에서 팔딱대는 나를.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화진이. "너 아까 뒷좌석에서 뭐했어?" "어!그냥.멀미나서.뒤로 자리 옮겼지!" "집에 갈 생각하니깐 그렇게 좋아?왜이렇게 신나셨어" "응!^-^ 좋아서!" 피곤한 기색의 아이들은 하나둘씩 정문으로 빠져나갔고. 유독 한아이. 나의 천사 승현이만은..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후문을 향하고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렴.승현아. 나도 어서 이 돈벌레를 따돌리고 그리로 달려갈게. "야.우리두 가자.나 오늘 오빠만나서 담판지어야겠어" "응?그럼 넌 오빠 만나지..이..?난 후문으루.가야되는데^-^;" "왜.딴약속있어?" "히.." "뻔하지.뭐.은형이겠지.그래 됐다.나도 얼른 오빠나 만나야겠다. 연락해.이따 내가 헤어지구 바루 문자 날릴께" "오케이!!!" "신났네.신났어..암만봐두 수상해." 움찔해있는 나를 쭈욱 흝어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뒤로 도는 화진이. 이어 정문쪽으로 멀어지는 그녀를 보며.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신나는 걸음으로 후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기다리렴 승현아.♬ 너와 참기름을 사기 위해 마구마구 달려가고 있단다♬ 양손에 든 짐가방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뛰고있는데. 뒤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곧 그 기운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목소리. "야 !!" 이목소리는..-_-^ 나는 후문을 50미터 남겨놓고 신나는달리기를 멈추어야했고. 목소리의 주인공이 점점 눈앞으로 가까워왔다. "니네 학교 버스 삥 돌아왔대냐.왜이렇게 늦게왔어.우리보다 빨리 출발했으면서" "야.누가 마중오래!!" "이건 이쁜짓해도 성질낸다니까.가자!" "어딜가!" "데이트하러.둘이 데이트 한지 존나오래됐잖어.!" "나.나.약속있는데!" "누구랑ㅇ_ㅇ?" "친구랑" "금 같이 가지 뭐.어딘데?" "아니.그게 아니라 1시간있다가.만나기로했어.. ㅠ_ㅠ 이 눈치없는 새끼. 왜 안하던짓을 하고 난리람. 피곤한 기색없이 눈앞에서 활짝 웃고있는 은형이. "금 1시간있다가 우리 있는데로 오라그래.가자 강순아!! 오늘오빠가 배 빵터지게 먹여준다" "잠깐만.잠깐만..ㅠㅠ!!" 어떻게.어떻게.ㅠ0ㅠ 후문과 반대방향인 정문을 향해 나를 끌고 무작정 걷기시작하는 은형이. 어렸을적부터 신기어린 싸움꾼으로 불리던 놈의 힘을 당해낼리 만무했고.. 나는 애타는 시선을 후문으로 던져놓은채 눈물을 삼키고있었다. [10] 남문 세븐일레븐 앞 지나가는 중. "야 잠깐만,뭐야 무작정 와가지고!일단 손 놓으라니까!!" "맞다!어제 내가 전해준 부처님 조각상은 받았어?!" "후..그래!!" "그거 잘간직해라.그거 소원들어주는거야.잊어버리면 넌 열두갈래로 찢겨 죽는 고통을 받게 된대" "누가그래!!!" "그거 판 할아버지가." 온 신경은 승현일 향해 쏠려있는 이 판국에. 말도 안되는 얘기로 내 신경질을 돋구는 권은형. 내 양손에 들린 짐가방을 휙 낚아들더니 "나 어제 춤출때 드럽게 섹시했지. 동영이가 너 왔었대는데 왜 그냥 갔냐.활활 타버릴까봐 도망갔지?" "웃기시네!너!아까 일본여고생하고 뭐한거야?! "일본여고생?아하..그게뭐야 ㅇ_ㅇ" "아까 국립공원에서 봤어.세라복입은애들한테!!" "아아.! 게이코 짱!!" "게이코짱-_-^?" "그거 아니야 임마 걔네가 사진찍어달래서. 솔직히 니 남자친구 얼굴이 국제적으로 통하는 멋쟁이잖아. 그래서 그냥 사진찍어준거야." "하이튼 넌.안돼." "또 버스타고 오는 내내 질투했구만.어쩐지 귀가 팍팍 쑤시더라.." "미치지 않고서야!!" "앙탈떤다.야.여기 스파게티 되게 맛있다.일루가자." 궁지에 몰리면 화제를 바꾸는것이 유일한 특기인 권은형. 3층이 전체인 커피숍을 향해 저벅저벅 들어가버리고.. 나는 순간 학교 후문을 향해 미친듯 달릴까 생각해보았지만. 1분도 안되어 붙잡힐 내 모습을 상상하고는. 울며겨자먹기로 놈의 뒤를 따랐다. 승현이 핸드폰 번호라두 알아야 전활 하든말든하지.ㅠ_ㅠ 10분정도 기다리다 갔겠지..? 아.어떡해.아직도 기다리는거 아니야.? 설마.설마.ㅠ_ㅠ "여기요 스파게티 두개요.!강순아!니가 담배피지 말래서 나 금연초 샀 다.나 되게 엘리트하지않냐." 저 꼴보기 싫은놈... 금연초를 꺼내어 입에 탁 물더니.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왠수덩어리. "야.우리 심심한데 내기할래?!" "뭐.." "가위바위보해서 지는사람이 연락처 따오기" "하..우리가 애냐.." 중학교때도 장난끼 많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은형이. 그래도 그렇지.. 친구들하고 자주하던 내기를 지금 나보고 하잔다.기가막혀서. "하자!이기는 사람이 찍어주는 애 폰번호 무조건 따오기!! 이거 존나 재밌어.너도 곧 이 매력에 푹 빠져들꺼야" "난 안해!혼자해_!" "안내면 술래 가위바위보!!!!!!" 악!!!!!!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어버렸음. 잠시후. 가위와 주먹이 만났을때. .. -0-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한사람은 기뻐하고 한사람은 좌절하고. "아싸 내가 이겼어.!!!" "뭐야.이 여자 가위바위보에 신들렸어." "자자.어디 찍어볼까.." 나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잠시동안 천사 승현이를 잊은채.창문에다가 얼굴을 척 갖다붙혔다. "오오 저 여자가 좋겠다. 저 인상 확 싸나운 여자.니네학교 교복인거얼?" 덩달아 창가에 붙어 내 손가락끝을 바라보는 은형이. "야 저누나 안돼!!!" "왜 안돼?왜안돼!" "저 누나 남자친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울학교에서 쌈 젤잘한다" "그래서-0-?약속은 약속이지!" "이기집애야!너 니 서방 죽일려구 작정했냐!!" 그래 작정했다-0-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지. 요 며칠간 니가 얄미워 죽는줄 알았다만. 니가 준 부처님조각상이 벌써부터 효험을 발휘하는구나 어헐싸 둥가둥가♬ 맛좀봐라 요놈아. "얼른가!!약속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알지!!" "너 나 진짜 죽는대니까 장난이 아니고 뻥안까고 진짜 그 선배 알면 나 다리 뚝 뿌러져!" "먼저 내기하자고 한건 너였지? 저 여자 가기전에 얼른 튀어가지 못해!-0-" "이강순.너 이런애였단말이냐!!-0-" "그래!얼른가!!!얼른!!!!!" "니 눈이 빨갛게 빛나.." "10분안에 따와!!!" 갈갈히 날뛰는 나의 얼굴을 한심스레 쓰윽 보더니. 잔뜩 얼굴을 구긴채.. 용감하게 문을 향해 멀어지는 은형이. "잘갔다와용.!" 오호 오호 어디볼까. (연재 이래 처음으로 매우 밝은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 나는 창가에 바싹붙어 인상싸나운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1.2분쯤 흘렀을까. 그녀의 곁에 쭈삣쭈삣 다가서는 은형이가 보였다. 흥미롭다. 손에 가득 땀을 쥐고서.. 그래그래.좀더 다가가.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를 툭 치는 은형이. 즉각 반응하는 그녀.반갑다는듯이 은형이를 향해 웃어보이고. 꾸벅.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은형이. 그리고. 찌그러진 표정의 은형이가..무언가를 중얼대자. 급히 펜하나를 가방속에서 꺼내는 여자. 이게 아닌데. 뺨다구를 한대 갈기란말이에요.! 남자친구도 있다면서 그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흥분해서 휘저은 팔에 물컵이 쏟아지던 말던. 점점 그 흥미로운 광경에 몰입하고 있는데.. 한치의 망설임없이 은형이 손에 무언가를 적어주는 그녀. ㅠ_ㅠ.. 내가 바란건 이게 아닌데.. 놈 좋은 일만 시키다니..ㅠ_ㅠ .. 그때였다. 잘못본걸까.. 그들과 50미터쯤 떨어진곳에서..놀랍다는듯 은형이와 싸나운 여자를 번갈아보는 남학생하나. 종운고 교복이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들고.어디론가 급히 달려가고있었다. 물론 이 높은곳에선 그 알수없는 장면이 한눈에 내려다보았고.. 조금 깨름직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을때.. 딸랑_♬ 문이 열리고.. 은형이가 들어왔다. "야 봤지!보이지!!" 손바닥에 적힌 번호를 눈앞에 갖다대며. 자랑스러운듯 털썩 의자에 앉는 놈. "뒤에서..너랑 그 여자 쳐다보던 남자.누구야..?" "몰라?왠 남자?" "아니.아니야.." "누나한테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말하면 나 진짜 개병신된다." "쌍스런말좀 하지마..!" "입에 뱄는데 어뜩하냐_" 숨이찬듯.물컵을 향해 손을 뻗는 은형이. 그리고 그와 함께 울리는 놈의 핸드폰 벨소리. 불길하다. 암만해도..이상하다. "어?민성이형이다.. 네.여보세요..네.저.커피숍인데요..네...네...알겠습니다..네" "선배야?뭐래?!" 표정의 변화없이..아무렇지 않다는듯.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 은형이. "야.강순아" "응?" "너 먼저가라" "왜..?" "나.형들이 일좀도와달라고." "무슨일.?" "그런게 있다.먼저 나가.형들 지금 일루 오구있으니까.." "확실한거야.?" "그래요.이따 전화할께.못바래다줘서 미안." "그래.아니야 괜찮아^ㅇ^" 불길한 예감이고 뭐고! 이제 후문으로 달려갈수있다.! 고맙습니다 은형이 선배님들 ㅠ_ㅠ 나는 급한마음에 뒤도안돌아보고 그곳을 뛰쳐나왔고. 건너편으로 헐레벌레 건너 마주오는 택실향해 손을 흔들었다. 맞은편 커피숍 유리창으로 씽긋 웃어보이는 은형이. 메롱이다-0- "아저씨.!용덕고등학교 후문앞이요!!" 잠시후.시야에 들어오는 우리학교건물을 보며. 콩당콩당 뛰기시작하는 내 심장. 갔으면 어떡하지. 아니.물론 갔겠지.? 응..그래도 혹시나.아주 혹시나.. "여기 맞죠.?" "네!!!!!!!!" 나의 대답이 이렇게 힘찰수 있었던건. 택시 창문으로 승현이의 뒷모습이 보였기에.. 돈을 지불한뒤.택시에서 내려. 아주커다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_< 이히 "승현아.!!!" "어.왔네.^-^" 안경나라 앞 신호등. 아주 약간의 간격을 유지한채.내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걸음을 옮겨주는 나의 천사 승현이.>_< 우리는 맞은편 하#$마트에 가기 위해 신호등앞에 서있고.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기다렸음에도 한마디 불평이 없는 나의 천사♡ 오히려 그 미성의 목소리로.>_< "저기 가면 진짜 경주참기름이 있을까?" "응.있어.자신있다니까.! "하.다행이다.이제 난 살았다.고마워.^-^" "고맙기는!내가 미안하지..정말 미안해.그렇게 오래 기다리게하고.." "괜찮어.초록불아 나타나라.초록불아" 으으윽.할수만 있다면 뒤에서 화악 안아버리고싶구나.ㅠ_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하고 승현이의 옆모습을 멍하니 보고있는데 .. 옆에서 발을 둥둥 구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심히 눈에 거슬려왔다. 종운고 교복에다가. 앗!저사람은 아까 커피숍 창밖에서 본 그 남자.!? 확실해.핸드폰 들고 급히 달려가던 그 사람. 그리고 옆에 서서 우락부락 콧김을 뿜어대는 코뿔소같은 또다른 종운고. 거칠디 거친 목소리로 입을 여는 무서운 코뿔소. "확실해?!은형이였어?!" "그래.그렇다니까." "그럼 새꺄 니가 그자리에서 후려갈겼어야지!!" ...은형이.? .. "그자식이 선배라면 니말밖에 안듣잖냐. 내가 전화해서 산타페에 꼼짝말구 붙어있으라구 했어. 지금 거기 있다니까" "딴놈도 아니고 그놈이 내 뒷통수를 후려갈려.?허참.." "근데 니 여자친구도 좋다고 번호 적어주더라 야." "뒤지구 싶냐!!" "아니.물론 아니지" .... 놈들은.신호가 초록불로 바뀜과 동시에. 엄청난 속도를 내며 건너편으로 달려가버렸고. 그들이 향하는곳은. 아까 은형이와 내가 앉아있던 산타페라는 커피숍이였다. .. 이런상황에서 나.어떡해야하는거지. "초록불인데.안건너.?" "건너야지..^-^" "안좋은일있어.?가봐야되는거 아니야..?" 은형이.승현이. 은형이.승현이.. ..은형이 승현이... 승현이.....은형이...... "아니야.참기름 사러.가자.." "응.!" .. 너.강하잖아.싸움.잘한다고.늘 그랬었잖아. 저런애들쯤.혼자서 상대할수있지.? ..나..안가봐도 되지.? .. 그래.넌.꼭 이길수 있을테니까......괜찮을꺼야. 괜찮을꺼야 [11] 무슨정신으로 승현이와 마트까지 들어갔다 나왔는지.. 무슨생각으로 참기름을 샀는지.. 무슨 얼굴로 승현이가 사주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는지.. 지금 내 머리속은 온통 상처투성이의 은형이로 가득하다. 경주 참기름을 소중한듯 꼬옥 안아들고. 갈림길에서 붕붕 손을 흔드는 승현이. "고마워.^ㅇ^잘가.조심히가.!" "아니야.내일보자.."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가..다시 내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승현이. 느닷없이 두 손으로 눈꼬리를 찍 내려 우는 시늉을 해보인다. 그리곤.. "이렇게 있지 말고.." 이내 다시 손을 내리곤 환하게 웃는 승현이. "이렇게 웃어^ㅇ^ 푸훗..ㅠ_ㅠ.. 어떻게.앞으로 어떻게 참아야하나. "고마워." 저러니까 여자애들이 안넘어가고 배길까. 그렇게 웃는 내 얼굴을 확인한뒤에야..천천히 멀어져가는 승현이. 승현이 옆에 있으면..10초도 지나지 않아 밝게 웃는 날 발견한다. 마치.2년전 은형이가 그랬던것처럼. 집앞. 찰칵. 휴.힘들다.오늘따라 비탈길이 너무 높아보였어. "다녀왔습...에..아빠..뭐해..?" 신발장에서 바로 보이는 아빠의 뒷모습. 거실의 어항안에 무언가를 뿌리고 있었다. "아니 이 계집애야.넌 왜 벌써왔어!!-0-" 굉장히 당황한듯한 그의 얼굴. 나는 경계심어린 표정으로 점점 어항곁에 다가갔고. 재빠른 동작으로 세제봉지를 품속에 넣는 아빠. "헉..아빠..엄마가 금붕어들 얼마나 아끼는데!!!-0- 그 독한 세제를..어항안에 넣다니요.." "강순아.엄마에게 절대 말하지마라.응.? 아빠랑 약속지켜줄꺼지?" "어차피 붕어들 죽으면 알게될텐데.. 아빠 왜그랬어..." 그와 동시에 철커덕 열리는 현관문. 아빠는 혼비백산한 얼굴로 세제가루를 들고 화장실로 달아나버렸고. 마악 시장을 보고돌아온 엄마는 머쓱해진 날 향해 물었다- _- "니 아빠 왜저러냐?" "몰라.급하신가봐요." 불똥이 튀기전에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0- "꺄악 내 붕어들이 왜이래!!!" -_- "수명이 다한거같아요!!" 대강 둘러댄뒤.. 2시간전부터 잠잠한 핸드폰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전화해보자. ... 떨리는 손으로 은형이 번호를 눌렀을때.. '귀하의 핸드폰이 꺼져있사오니..." 계속.꺼져있어. 이런적 없었는데.. 위험한거.아니지..? 너..한번도 다친모습 보인적 없었잖아. 난 스스로를 안심시키려.상처없이 웃고있을 은형이를 떠올렸고.. 새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며 깔깔대는 화진이와의 통화를 마친뒤. 길게만 느껴지는 밤을 알수없는 죄책감으로 지새워야했다. 다음날 학교. "꺄아.새로운남자친구 있잖어.! 나랑 동갑이거든.?근데 근데!걔네 엄마가 강남에서 유명한 디자인 숍을 하고.아빠는 말이야!!.야.이강순." "어..?" "핸드폰만 자꾸 볼래?!연락올때있어?!내말듣구있는거야!" "듣고있지.그럼.듣기 싫어도 다 들린다..-_-" "나 이번엔 백일 꼭가서 선물 꼭꼭 받을꺼야.암.꼭받아야지.!" 이번 남자친구는 어떤얼굴을 갖고있니. 난 무엇보다 그것이 제일 궁금하구나. "너도 보여줄까?!응?!오늘 보여줄까?!" "아니.됐구요-_-나 화장실좀 갔다오겠어" "빨리갔다와!!아직 얘기할꺼 남았단말야" 쉬는시간 끝날때까지 있을것이야. 돈벌레 계집애.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화장실로 피난을 가기위해 교실을 나서는데. 마주 들어오던 누군가와.어깨가 부딪혀버리고.. "어?안녕^-^" 헤..승현이다. "응.안녕.어제 참기름 잘넘어갔어?" "아니.이것봐 내 귀 ㅠ_ㅠ 점보 귀 같지 응 ㅠ_ㅠ?" ... 응..정말..점보 귀같아 ㅠ_ㅠ 빨갛게 늘어난 승현이의 귓볼. 가엾게도.걸린거구나. "엄마가 어떻게 아셨어..?" "뒤에 #마트 라고 써있는 딱지 안띠었어 ㅠ0ㅠ.." "아앗 그걸 깜빡했었구나.이럴수가.. 많이 혼났나봐.." "방문 잠그고 잤어.아침에도 새벽 일찍일어나서 마녀 깨기 전에 도망왔어" "..아..;;저런.." 나는 좀더 가까이 천사의 귀를 보기위해 까치발을 해보였고. .. "개순아!!!!!!!!" -0- 개순...개순이라.. 나를 개순이라고 부르는 아이가 주위에 몇명이나 있었던가.. 그렇다면 저 목소리는..!! 나의 더러운 예감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도망갈 틈도주지 않고 나의 팔목아지를 확 낚아잡는 김동영 쿠궁 ㅠ_ㅠ "야 학교까지 들어오면 어떡해!!그리구 지금 너희 수업아니야?!" "은형이어딨어!!!!!!!!!!" .... ....... ㅇ_ㅇ.. "뭐..?" "은형이 어딨는지 몰라?!?!" "은형..이라니.학교 안왔어?!" "어제 걔 너 만난다구 갔잖아!!!" 마주선 동영이와 나. 잠시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뒷문에 서있던 승현이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때. 스피커로 통해 울리는 수업시작 벨소리. "가자!!!" "어..어딜?!" "은형이 찾으러 가자!!!" "잠깐만.우리 아직 수업남았어!!나 오늘 야자도 할꺼라구!!" "됐어 내가 니네 교장 꼬셔줄테니까.걱정하지마" 잠깐만... 잠깐만..승현아..!!! 아아.. 문앞에 오도커니 서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승현이. 동영이 손에 질질 개끌리듯 하는 나를..물끄러미..ㅠ_ㅠ 수업을 하러 올라오는 선생님이 멈칫한 얼굴로 나와 동영이를 바라보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어거지로 끌어내는 동영이. "야.잠깐만 너 나랑 언제봤다구!!" "우리가 안봤다구?!우리가 한번도 안만났다구?!" "아니..그건아니지.몇번은 봤지만..!!" "그럼 됐어.아무말도 하지마.설마.너..내가 손목잡아서 수줍어하는거야?" "그럴리 없잖아!!!" 버럭 고함내지르는 나를. 부끄럽다는듯 보더니.다시 휙 고개를 돌리는 동영이. "부탁인데 장난치지마 ㅠ_ㅠ.." "장난치지말라니.이런.개순이는 아직 내 매력이 뭔지 몰르는구만." 알고싶지도 않고. 너에게 그런게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크아아 지나가려는 버스창문을 퍽퍽 두들겨가며. 결국엔 77-1번을 불러세우는 동영이. 나는 그제야 사라졌다는 은형이가 떠올랐고.. 버스앞좌석에 털퍼덕 앉은 동영이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은형이..학교안온거야..?" "응.안왔어.연락도 없고.큰형님도 열받아서 지금 학교와서 죽치고 계셔.전화도 꺼져있고" "큰..큰형님이라면.." "은형이네 아빠야" 너무도 뻔뻔스레 대답하는 놈. 자기혼자 빈자리에 털썩 앉아놓고..-_-^ "그럼 어떻게 된거야.저기..설마..너희학교 선배.. 코뿔소처럼 생긴형도..학교안왔니?" "코뿔소?그게뭐야..선배라니.." "사실은..어제나랑..은형이.." 창백한 얼굴로 모든 얘길 주섬주섬 늘어놓자.. 처음보는 진지한 얼굴로 입술을 꾸욱 깨무는 동영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너.은형이 여자친구 맞냐..?" "......" "불쌍한새끼...이래서야 너한테 우리 그이를 양보한 의미가 없잖아.." 농담을 진담처럼 하지마 !!! 제발..부탁이야..ㅠ_ㅠ.. 울부짖는 표정의 날 다시 한번 휙 노려보더니.. 망설임 없이 핸드폰을 처억 열어제끼는 동영이. ... 10초쯤 흘렀을까.. "여보세요?!어 꼴통!!난데!!" 세상에.누가 누굴더러 꼴텅이래-0-?!? 경악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너 지금 병훈이 형 어딨는지알어?! 아니 아니 딴게 아니고..하이튼 빨리 말해봐.. 어..3층에 있는거..?확실해?알았어.끊어.응.여보안녕" ... 역시 끝마무리는 평범하지 않구나.. 새삼 그의 장난끼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때. "아즈씨!!!여기서 세워주세요!!!" 벨나두고 뭐하는짓이래?! 놈의 말을 무시한채 계속 버스를 모는 기사아저씨. "썅..차 세워달라니깐요!!!!" "정류장은 장식품인줄 알어?!" "사람 죽을지도 몰른다구요!!!!!" ..... 죽는다니...? ........ 치이이익.... 광기어린 동영이의 부르짖음에.차도 한가운데서 뒷문을 열어주는 기사아저씨. 뒤도안돌아보고 풀썩 뛰어내리는 동영이.. 나도 엉겁결에 놈의 뒤를 따랐고.. "하아..같이가..죽는다니?!무슨말이야. 지금 어디가는거야?!그 코뿔소 있는데루 가는거야?" "어젠 도망쳤으니까.오늘은 도망치지마.." "도망..?" "그래.은형이가 너때문에 무슨꼴로 있는지.. ..도망치지 말고.눈으로 똑똑히 봐." 순식간에 말투까지 확 바뀐 동영이. 지금 바로 여기.3층에 위치한 당구장문 앞에서. 안에서는.. 우리 또래로 되보이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왁자지껄 울려퍼졌고.. 동영인..두손을 모아 기도하는 시늉을 하더니.. "나영이 누나 저에게 힘을 주세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말이다-_-.. 그러더니만은...그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같은 놈은. ..불규칙한 심호흡과 함께. 당구장 문을 벌컥 밀고야 말았다. [12] 밀고야..말았다. 그것도..아주 화알짝..ㅠ_ㅠ.. 나는 살그머니 그의 등뒤에 붙어 당구장안을 탐색해보았고.. 어?저건..어제 그 코뿔소..!! "병훈이형..!!!!!!!!" ..... 놀란맘을 추스리기도 전에. 코뿔소를 향해 버럭 소리치는 동영이. 친구 하나와 열심히 당구를 치고있던 코뿔소가.. 화들딱 놀란듯 손에서 큐대를 떨어트렸다. "아우 뭐야 이새꺄 놀랬잖어 너 학교안갔냐?" "갔다가 나왔는데요.형!!" "작게말해 임마 내 달팽이관 튿어지면 니가 책임질래!!" 어쩜.세상에. 어쩜.저렇게 무식할수가..-0-.. 놀라움에 입을 쩍 벌린 나에게로 시선을 꽃는 코뿔소. "헤에.얘 뭐냐.용덕고잖어. 여자친구야?" "저 까다로운거 아시잖아요" "으음..알지.." 부들부들..-_-.. 코뿔소의 또다른 친구는 열심히 당구를 치고있고. 지금 마악 담배를 꺼내문 코뿔소는 무슨일이냐는듯 다시한번 동영이를 쓰윽 바라보았다. "은형이요" "그걸줄알았다" "..은형이 어딨어요" "걔 학교 안나왔든?미친새끼..못걸으면 기어가랬더니." "어딨냐구요.." "몰라 새꺄 눈도 못뜨고 빌빌대길래 그냥 버려두고 왔다 어쩔래!!" 그순간 나는 보고말았다. ...동영이 이마에 선 핏대. "이 씨@#$..그러니까 어딨냐구요!!!!!!!!!!!!!!!!" .. .... 쏴아..한 위기가 당구장안을 맴돌고.. 청소중이던 주인아저씨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듯. 조금씩 이곳으로 가까워오고.. 그리고.. 코뿔소의 얼굴은..이루말할수 없을만큼 일그러져버리고.. "김동영..너..뒤......지구싶어서 그러지.." "후배가 동네 북이에요...?" "이 새끼가 근데!!!!" 아악!!! 핏줄선 코뿔소가 돌덩이같은 주먹을 높이 쳐들었을때. 양쪽에서 달려붙은 주인아저씨와 코뿔소의 친구. "빨리 걔 델꾸 나가!!이새끼 한번만 더 애패면 감당못해!! 야 용덕고!빨랑 동영이 데리고 나가!!" 코뿔소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나는 있는힘을 다해 동영이의 허리띠를 끌어냈고.. 주사맞기 싫은 아이처럼 마구 발버둥 치던 동영이가.. 결국엔 모든힘을 빼고서 나에게 순순히 끌려나와주었다. 당구장안에서 들려오는 코뿔소의 욕지꺼리들. 차마 듣기조차 민망한.그런.. 후우... "내려가자.동영아.제발.이런다고 해결되는거 아니잖아." "걱정도 안돼?!은형이 걱정도 안돼 넌?!?! 그새끼가 누구땜에 그렇게 맞았는데!!" "걱정돼...아니..미안해..미안해서..어떻게 해야될질 모르겠어.." ..... .....어처구니 없이 쏟아져버린 눈물. 그로인해 매우 당황해버리는 동영이. "어..?.야..울지마...여자 눈물보면 마비된단말야..!" 미안해.은형아. 내가 어제 그렇게 우기지만 않았어도.. 아니..그 뒤에 너한테 달려만갔어도.. 너..지금..대체 어딨는거야.. 잠자코 내 추해져버린 얼굴을 보고있던 동영이가 ..생소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은형이..우리중에도 승부욕이 젤 심하잖아.. 한대맞으면 두대 때려줘야되고.. 자기 눈물나게 하면 그사람 피눈물 나게 해야되고.. 그런놈이..1년전부터..싸우면 무조건 맞아주기만해.." "맞다니..걔가 왜 맞아.." "니가.고1때!!한번만 더 싸우면 헤어진다구 협박했잖아!!! 이 잔인한 여자야!!!!!" .... 나는 고개를 떨군채 멈추지 않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켜냈고.. 이럼에도 놈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내 마음을 증오하기시작했다. ♬♪♩♬♪♩♩♬♪♩♩♬♪♩ 그때 경쾌하게 상가복도를 울리는 동영이의 핸드폰벨소리. "이 기집애가 왜 전화를 했지..여보세요.너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외간여자한테 전화오면 나영이 누나한테 혼난단말야!!전화하지마!!" 나영이 누나는.. 상상속의 이나영인것일까.. 정말 나영이란 여자친구가 있는것일까. 눈물을 닦으며 그점에관해 고민에 빠져있는데.. "뭐야?!꼼짝말구 기다려 은형이한테 치한짓 하면 너 광민이 살찌워서 걔한테시집보낸다!!!!!그래.끊어" 은형이라니?!뭐야 뭐야.?! 놀라워하는 내 얼굴을 뒤로하고.계단을 내리는 동영이. "어딨어?!찾았대?!" "낯선 여자 침대에 누워있대!!이리와 빨리 우리가 구출해야돼" "무슨말이야.무슨말하는거야!!무사하대?!" "무사한게 아니야 여자침대라니까!!여자침대!!" "몸이 문제지!!!" "아니야 여자가 문제야.!!야 저거 빈택시지!! 어이 여기요!!!!!" 상황은 전혀 설명해주지 않은채. 무작정 택시부터 잡고보는 동영이. 다급한 표정으로 택시기사 아줌마에게. "장안문 앞이요.아줌마 빨리가주세요. 그럼 이 택시 자주 이용할께요" "참나 수원바닥에 택시가 몇천대나 있는데.이걸 자주이용한다는겨?" "에이 아줌만 이번호판 아니면 택시 절대 안탄다. 사랑의 맹세!-0-" 당구장에서만 해도 진지했었는데. 슬그머니 본모습으로 돌아와버렸다 ㅠ_ㅠ 나와는 반대로. 동영이놈이 귀여워죽겠다는듯 빽미러로 놈의 얼굴을 흘낏대는 아줌마. "내 사위 삼으면 딱좋겠네.몇살이야.학생?" "에이 이 아줌마 왜이러셔.난 나영이누나꺼에요." "누나?연상이랑 사귀나봐.요새 연상사귀는게 유행이래더만. 대학생이랑 사귀는겨?" "아니요오 탤런트!!" ..역시.. 그 이나영이였어..-_-^ 깔깔 낄낄 오가는 두사람의 대화속에서. 나는 은형이 얘기를 꺼낼틈도 찾지 못한채. 한마디 말도못한채 장안문앞에 도착해야했다. "아줌마 조심히가용.-0-" "그래 학생들두 잘가 깔깔" "안녕 우리 꼭 또 만나요!!!" .. 멀어지는 택시뒷꽁무니로 손을 마구 휘젓는 동영이. "은형이 보러..가야지.동영아..-_-^?" "아차..그놈이 있었지" "난 아까..잠시나마 니가 멋있다고 느꼈었어..." "지금은?!" "물론 아니지..빨리 앞장서 바보야.." "흥-_-멋있다고 할때까지 한발자국두 안움직여야지" 어디서 이런게 태어난거야 ㅠ0ㅠ 입술까지 삐죽내밀며 자리에 떡하니 버틴 놈에게.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너..멋있어..됐지..' 라는 맘에도 없는말을 해버리고.. 자랑스러운듯 추작추작 걷는 놈의 뒤에 바짝따라붙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친밀해진거지.. 안되겠어.정신 바짝차리지 않음 친구가 되버릴지도 몰라. .... 병원이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더니.. 원룸들이 즐비한 동네로 도착한 두사람. 동영이는 허리에 손을 처억 앉고서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망설임없이 회색빛의 빌라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2층..인가..? 조용히 계단을 오르는 동영이. "저기..2층이야.동영아..?" "쉿 -0- 현장을 덮치려면 .. 소릴 내선 안돼." "..으..응.." 엉겁결에 대답해버렸다. 저애의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별할수 있는 능력이 생길수있다면.. .. 205호 앞에 떡하니 멈춰선 동영이. 벨을 누르는 시늉을 하다가. 문가에 조심스레 귀를 가져댄다 "..뭐..하는거야..-_-^" "자..이리와봐..어서.." 또다시 엉겁결에 놈의 곁에 바짝 붙어서고.. ..하얀색의 문틈사이로 새어져나오는 .. 남녀의 목소리. "아..아퍼...이 기집애야!!!" "..히히 아파두 참어..그르게 누가 그렇게 맞구 오랬나 뭐!" .. 분명한건.저 첫번째 목소린 은형이라는건데.. 나는 의심쩍은 얼굴로 문과 동영이를 번갈아보았고. 히죽 웃으며 내 눈을 내려다보더니.. 한마디 상의없이 문을 벌컥 열어버리는 동영이. 이 패거리는 다 똑같은가봐 ㅠ0ㅠ "꼼짝마!!!" "어이 동영이 왔냐..!! .엥?!이강순!어떻게 왔어!!!" 동영이 뒤에 선 날 보고 무척이나 놀란듯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는 은형이. 그리고 그옆에 보이는건. 어깨까지 오는 웨이브 머리를 갖고있는.. 게다가 무지하게 밝은 미소를 갖고있는... 처음보는 낯선 여자아이. "안녕.니가 강순이야?^-^" [13] 강아지 오줌을 밟고 두번이나 넘어졌어요 저놈들 어떡하죠ㅠ_ㅠ 그땐 헬스장에 가는데 강아지 수건을 갖고가서 샤워한뒤에 그걸로 몸을 닦았었답니다 - _- 그래도 건강하니까 그걸로 고마워해야죠. 라면 끓여먹어야지 흐흐 저 살빼는거 못하겠어요. 먹을께 눈앞에 있으면 손이 먼저 움직여버려요.ㅠㅠ -------------------------------------------------------------------- 이런이런..굉장히 어색한 광경이 연출되고야 말았다. 처음보는 여자아이가 날 향해 밝게웃고.. 은형이는 들고있던 숟가락까지 떨어트리며 놀래고.. 나는 현관문앞에 서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일루와 일루와 딱걸렸어" 견딜수 없는 침묵을 깨버린건 흥분한듯한 동영이. 역시 당신이였어. 죽이 담긴 그릇을 들고있던 여자아이가..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뭐가 딱걸렸다는거야.그래서 여기 은형이 있다고 전화했잖아.." "그래!?그렇다면!!왜 어젯밤에 안하고 오늘했을까!!자 우리 침대에서 그 흔적을찾아보자" 신발을 휙 벗고 침대곁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이불을 탈탈 털어보이는 그. 이어 반바지차림에.상체엔 붕대를 엉성하게 감고있던 은형이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를 질러댄다. "무슨 흔적이야!미쳤냐!!얘가 여자야?!보람이잖아!!" "그 가슴팍에 감긴 붕대는 뭐지?붕대를 감으려면..손이 가슴에 닿았겠구 만.." "지금 웃길려고 그러는거냐!!" "아니!!!!!절대 그렇지 않아..저리 비켜 새꺄" 상처투성이의 은형이를 침대밖으로 휙 떨구어버리는 동영이. 그리곤 아주 빠른동작으로 베게와 이불등을 뒤적이고있다-_- 여자이름이..보람인가봐.. 한번도 본적없는 얼굴인데..왜 날 보구 저렇게 싱글벙글 웃고있는거지.. "니가 강순이야?얘긴 많이들었어.나 은형이랑 같은반 친구야.^-^" "어..응.안녕.." "참.오해는 하지말구.어젯밤에 얘가 피범벅되서 집앞에 왔드라구.. 나랑 은형이 서로 동성인취급 하구있으니까^-^ 아.정신좀봐.밥은먹었어?" "응.먹었어.괜찮아.." 착한아이구나. 나는 가까스로 미소를 지어보이고..침대밑에서 붕대를 돌돌 감는 은형이놈에게 척 다가섰다. "괜찮어?!" "그래.." "내가 시킨거라고 했어야지..어디봐..그선배가 배 북 찢은거야?" "야!넌 무슨 기집애가.북 찢다니!!!내 배가 자명고냐!!" "그러니까 왜 그걸 다 뒤집어써!!몇대 맞았는데!! 또 어디 다쳤는데!!" "안죽었잖냐!안죽었음 됐지.뭐가 걱정이야.." 말끝을 흐리며..붕대를 만지작대는 은형이.. 나는 놈의 옆에 털퍼덕 앉아 붕대위에 스며든 피를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 "아악!피!!!!피가 왜이리 많어!!" "병원 가자는데 죽어도 안가..여자친구 말이면 들을테니까. 니가 좀 데리구가줘..야.권은형.너 한숟갈만 더 먹어" 어랍쇼.. 은형이 손에 들린 숟갈을 빼앗더니만..보람이라는 아이가 죽떠맥일려는 자세를 순식간에 잡아버린다..ㅇ_ㅇ.. 나는 알수없는 묘한 감정에 빠져버렸고.. 순간 훼방을 놓고싶다는 유치스러운 압박감에..-_- "그거 죽!야채죽 아니야?은형이 야채죽 싫어하는데.." "아.아냐.대신 소고기 몇점 넣어주면 잘먹어^-^" 꿍..-_- 경쾌한 그녀의 대답에 할말을 잃고야 말았다. 나는 다른 꼬투리를 잡기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그래.저거다.! 은형이가 배고 잔듯한 푹신한 베게. 지금은 동영이 손에 의하여 엄격한 조사중이다.-_- "은형이 저거 배고 잔거야?!" "응.우리집에 베개가 한개밖에 없어서. 그바람에 나는 옷배구 잔거있지..ㅠ_ㅠ" "은형이는 베개 딱딱한거 아님 안비는데!!" "아냐.한달전인가.?아빠한테 나무베개로 머리맞은뒤부턴 푹신한것 만 벤대..그치.은형아?" 숟가락을 입에 탁 문채 말없이 동영이의 바지를 잡아당기는 은형이. 우리말을 듣기나 하는거냐..-_-^ 그나저나 이거 왠지 꿀리는 느낌이잖어..? 좋았어 바로 반격이다. "아..참.은형이 그때 아빠차 몰래 끌구가다 맞았었는데.알구있었어?" "그게아니라.차몬건 괜찮은데 뒷부분에 긱스내서 맞은거였어. 맞지.권은형?" .... ...... 대체 이아이의 정체는 무어란 말인가!!ㅠ0ㅠ 미소띤 얼굴로 은형이에게 확답을 구하려는 보람이라는 계집. (어느새 그녀에서 계집으로 탈바꿈했음-_-) 그제야 동영이와 침대위를 뒹굴며 장난중이던 은형이가 빼꼼히 고개를 돌린다. "나한테는요.강순이말이 법이야..아 미친놈아.아파!!!!" "오예!오예!긴 머리카락 찾았다. 봐라 봐라 이건 두사람이 같은 침대에서 잤다는 증거!!" "지랄한다!!옛날에 묻어있던거야.너 나 차이게 할려고 작정을 하구왔 냐!" "새끼야!내가 너땜에 병훈이놈한테 개겨가지고 낼 읃어터지게 생겼구만.근데 지금 나한테 신경질을 내는거야!?!" 대답대신 피묻은 붕대를 풀어 동영이 얼굴을 감아버리는 내 남자친 구. 고함을 지르며 은형이 배위로 달려드는 동영이. ㅠ0ㅠ 아아..정말..승현아..보고싶구나.. 너의 그 티없이 맑은 미소..ㅠ_ㅠ 피라곤 본적도 없을것같은 천진무구한 얼굴.. 내가 그의 생각에 푹 빠져있을동안 하하..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설겆이를 하러 싱크대로 향하는 보람이. 나는 그녀의 통통한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바보 두놈은 치덕치덕 거리며 침대를 뒹굴고 있었다. "무식한놈 구구단도 모르는데 자꾸 까분다" "알어!!지금 나 무시하냐!?" "팔칠에 뭐냐!!" ........ .......... "제기랄...." "하하하 너 바보냐!!!!!어우 무식해 진짜 친구하기 싫다" 다 부어터진 입으로 즐겁게 웃는 은형이. 싱크대쪽에서 들려오는 보람이의 웃음소리.. 벌개진 얼굴로 날뛰는 동영이. .... ..... 틈이없다.이들 세사람 사이엔.. 내가 끼어들 조금의 틈도 찾을수가 없다. "하하>_<은형아.그럼 넌 알어?!" 그때. 달그락 설겆이를 하던 보람이가 침대쪽을 향해 냅다 소리치고 "뭘 알어?" "구구단 다 외웠어?" "당연하지 넌 이 형님을 몰로보구" "오사?!" "뭐?!" "오사 뭐야!" "...야!!넌 왜 설겆이 하다 말구 갑자기 쌩뚱떨어!! "모르면 모른다구 동영이처럼 인정하란말이야! 아으 무식해 나두 니들하구 친구하기 싫다!!" .... ...... 권은형...설마.진짜 모르는건 아니지?.. 팔칠도 아니고..육팔도 아니고..칠사도 아니고.. 오사를? 오사를..?오곱하기 사를..? 아아악!!!-0- 동지가 늘어 즐겁다는듯 데굴데굴 구르는 동영이. 흥분한듯 아주 강한힘이 들어간 손으로 내 어깨를 휙 둘러잡는 은형이 "가자!!!" "왜!!..쪽팔리냐-_-응?응?" "이게..부상자를 약올리냐?!최보람 나 먼저 간다. 동영이 밥맥이구 들여보내." 웃느라고 정신을 잃은 동영이를 남겨두고..-_- 놈은 정말 집에 가려는듯.교복난방을 걸쳐입고.신발을 척척 신고 있다. 나도 이 꺼름직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히 신발을 신었고.. ... 어느새 신발장앞으로 배웅을 나온 보람이. "진짜가게..강순아.만나서 반가웠구..^-^ 은형이 바로 병원 끌고가..대충 붕대는 감았는데.. ..한두군데 망가진게아니야.." "..응..잘있어.고마워..^-^" "아냐.친군데 뭐.^-^또보자.!" "그래" "꼭.." "응..안녕.." 꼭...?... 그래....꼭..ㅇ_ㅇ.. 철커덩. 현관문이 닫기고.. .. 나는 잔뜩 골난듯 마구 앞서걷는 은형이뒤에 졸졸 따라붙었다. "오사는?!" "하지마.." "오사는?!오곱하기 사는?응?그럼 사곱하기 오는?!" "하지말라니까.." "그럼 이곱하기 이는 뭐야!!" "너 진짜 죽어볼래!!!!!!!!!-0-" ".......아니..-0-.." 다혈질 성격 또 나오셨군.. 뒤도 안돌아보고 굉장한 걸음으로 저만치 앞서가는 은형이. -_- "야.권은형!!" ... .... 대답없음. "권은형!!병원가!!병원가자!" "안가!!!!!" "안돼!너 지금 교복난방까지 피샌거 알기나해!? 고집부리지마!" "안가!!동영이 새끼랑 뽀뽀시켜도 안가!!!!!" ...씨이... 그럼 정말 안간단 말이잖아..-_-^ .... "너 그럼...나 너 안봐!!!!오늘이후로!!!" 멈칫.. 그 빠르던 걸음을 단번에 멈추어버린 은형이.. 그리곤...한껏 작아진 목소리로..중얼대듯..놈이 말했다. "..어디병원.." "^-^...정혜미 외과.." "택시 잡는다.." "응!!!!!" .. 차도쪽을 향해 붕대감긴 손을 휙휙 흔드는 은형이.. .. .... 후...안본다는 말 한마디에.. 표정이랑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져버렸어... .... ........ 권은형.어쩜 나...그리 멀지 않은 날에.. 너한테 헤어지잔 말 해버릴지도 몰라... 그때 니가 나한테 꺼내게 될 첫마디가..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14] 오늘 째즈댄스를 배우러 갔다가. 다리를 쫙쫙 찢는 광경을 보고 입을 쩍 벌린채 집으로 도망왔습니다. 간지 정확히 하루만에 관두었죠.-_- 헬스하는 사람들이 뒤에서 다 구경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춤춘다는건..도저히..아아..ㅠ_ㅠ 째즈댄스 안녕. -------------------------------------------------------------------- 정혜미 외과 앞. "그럼 진짜 나 죽어버릴꺼야!!!" "왜이래 진짜.니가 애야!주사가 뭐가 무서워!" "나 주사냄새 젤 싫다니까.주사놓기만 해봐 그 간호사 창밖으로 확 던져버리지" "으이구!걱정마.감기걸린것두 아닌데 왠 주사야!얼른 들어와" "잠깐만.." "...뭐야.." "앞장은.내가선다" "..재밌냐-_-^" 양손을 주머니에 처억 찔러넣더니.. 커다란 병원문앞으로 쏘옥 들어가버리는 은형이. 긴장한것이 틀림없어.. 나는 놈을 놀려줄 생각에 기뻐 재빨리 병원안에 들어섰고.. 지금은..간호사언니가 시키는대로 진료실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중이다. ... 불안초조한듯..계속 다리를 덜덜 떨어대는 놈. "아 복나가.그만떨어!" "나갈복도 없어!" 구구단도 몰르면서..자꾸 성질만 내구있어-_-^ 그래도 지금은 환자니까..게다가 누구땜에 다친건데.. 그래..이게 다 나때문이니.. 화낼껀 내가 아니라 은형이지. .. "미안해 은형아..인제 진짜 안할께^-^" "야야.이거봐" 제발 사람이 말하면 듣는척이라고 하란말이야!! 어어어 ㅠ_ㅠ 씩씩대는 내 눈앞에.자신의 핸드폰을 처억 내미는 은형이. .. 문자를 입력하는곳에. '사랑해'라는 글자가 써있었고.. "뭐..이게 왜" "이거 읽어봐" "사랑해." "으핫>_<" "...-_-...미쳤다..미쳤어.." 내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듣고있지 않았단듯.. 다른 글자를 신나게 입력하는 은형이. 등까지 돌린채.아주 비밀스러운듯이..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야. "이거 읽어봐!!!!" .... .... 핸드폰에 척하니 입력된 글자는. '은형아사랑해♡' "미친거아니야...뭐하는거야..-_-" "읽어봐!!" "아 싫어!!" "이 매몰찬!!!읽어보라니까..!!!" "왜 그래!!유치하기 짝이없네 아주!-0-" "나 짝있어!!!!내 짝 보람이다!!하하" "아악!!저리가!!!!!" 나는 하하 웃어대는 놈을 힘껏 밀쳐내고..진료실 문 가까이 몸을 이동시켰다. 이것봐..처음본 간호사 언니도 낄낄대며 우릴 비웃고있어.. 저 망할놈 목소리라도 작을것이지..ㅠ_ㅠ 손짓해보이는 놈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린채. 진료실 문앞에 얼굴을 갖다대고 있는데.... ....있는데.... "싫어!내맘이야!!" "니 건강 니가 생각해야지!!!" "그러니깐 상관하지 마..!!" ... 에잉? 진료실안에서 들려오는 불꽃튀는 싸움소리. 첫번째 목소리는 사내이고. 두번째 목소리는....40대쯤 되보이는 아줌마의 목소리.. "내가 니 엄만데 어떻게 신경을 안쓰니!!" "건강 신경쓰면서 왜맨날 귀잡아댕겨?!" "그거야 니가 말을 안들으니까..!!" 귀를 잡아다녀.? 승현이 어머니와 비슷한 분이시구나.. 설마 저 아줌마가 정혜미 의사-0-..? 흥미로운 마음에 조금더 바짝 귀를 들이대고있는데.. "나 갈꺼야.오늘은 일찍 들어와.아줌마가 해주는밥은 이상해.찐득찐득해!!" "아줌마가 너땜에 얼마나 고생하신다구! 넌 집에갔을때 담배냄새 나기만 해봐라.그리구 바루 집으루 가!또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술퍼먹지말구!!" "차별쟁이..병원에나 평생 있어라.." "박승현 너 진짜 엄마 폭팔한다!!!!!!!" -0-뭐라구요 아줌마?! 박승현?!박승현! 오오 이런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였어. 오오 이런 이런..오오. 나는 은형이가 앉은 의자. 그 바로 옆에 위치한 커다란 쇠 쓰레기통 뒤에 황급히 몸을 숨겼고. 핸드폰 안테나를 뜯고있던 은형이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내려본다. "배고파?쓰레기 먹게?" "조용히해.쉿." "술래잡기 하자구??" "제발.쉿.." 찰크닥.. 은형이가 무언가를 말하려 할 찰나.진료실 문이 열렸고.. 누군가가..분명 누군가가..진료실밖으로 나왔다. .... 그리고.. 내 자랑스런 남자친구가..평소보다 훨씬 큼직한 목소리로.. 병원복도가 쩌렁쩌렁 울릴만한 커다란 목소리로.. 그 누군가에게 소리쳤다. "우와!!귀염댕이 안녕!!!!" "뭐야.." "나야.나.수학여행때.쌈박한 반바지.기억안나?"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는 바이며. 앞으로는 나쁜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앞장설테니 제발 이 가련한 목숨 구제하여주시나이다 "강순이 남자친구?권은형?" "맞았어!!쓰레기통에 숨어있는 강순아!!!니네반 귀염댕이 여깄다" ..... ...... 앞으로..내 인생에..신은 없을것이요.. 일어나라.강순아. 니가 뭘 잘못했길래..자..당당하자.. ㅠ_ㅠ..또 이런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슬그머니 일어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승현이. 승현이 넌 정혜미 의사의 아들이였구나..ㅠ_ㅠ 내 모습을 보고 약간은 놀란듯.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나의 천사. "어디아파..?" "아니.얘가 다쳐서..."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은형이를 가르켰고. 지금 이순간 세상에서 젤 미운 놈은 맞다는듯 히죽 웃어보인다. "응 내가 좀 다쳤거든.맞다.귀염댕이!이 병원 주사놓냐?!!" "너 어디가 아파서 온건데..?" "여기랑 여기랑 여기랑 여기랑..!!ㅠ0ㅠ" 아직 은형이의 성격에 적응하지 못한 승현인.. 약간 찌푸린 인상으로 놈을 바라보았고..-_- "주사 맞아.내 팔뚝만한 왕주사.대빵아파" "-0-..구..라..치지마..." "진짜야..아니다 내 팔뚝이 아니라 니 팔뚝만하다..." "이 씨@#$......" 혼나간얼굴로..고개를 푸욱 떨구는 은형이.. 나역시 고개를 푸욱 떨군채 승현이에게 제대로 된 말을 건네고.. "너네집이였구나 이 병원" "응..너 아까 6교시 그냥 나가서 담임 무지 열받았어" "헉..어떻게.." "내가 아파서 양호실 갔다구 했어^-^" 우와아..역시 넌.. 나의 천사야...ㅠ_ㅠ "고마워..정말." "킥..괜찮어....야...권은형이랬나..?" ... ... 느닷없이 은형이 이름을 부르는 승현이.. 고개를 푹 떨군채 부처님을 찾던 은형이가 고개를 살짝 들었고.. "응..." "나 귀염댕이 아니야.자꾸만 그런식으로 갈구면.. ......... 니가 젤 아끼는거 뺏어버린다.." ... 방금.그말.분명...시비투였어.. 평소같았음 시비조의 말투에 불처럼 흥분했을 은형이지만. 지금은 주사생각에 반쯤 넋이 나간듯.. "내 팔뚝..씨@#..내 팔뚝이랜다..내 팔뚝......손가락도 아니고.. 팔뚝.." 무반응한 놈의 모습에..휴우..한숨을 쉬는 승현이. 나는 방금 승현이가 한말의 뜻을 풀이하느라 골똘히 생각에 잠겼고.. 그런 내 어깨를 툭치고..가방을 둘러메는 나의 천사. "학교에서 보자." "어어....그래.." "피 묻었어.여기" ... 피..? 아까 택시에서 은형이랑 꿀밤맞기 놀이하다 묻은게로구나. 주머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더니..내 이마를 쓰윽 닦아주는 승현이. 그리곤..병원 정문을 향해..조금씩 작아지는 하얀천사. 안녕.잘가요.내 소중한사랑. 어떻게.또 심장이 막 뛰기 시작했어.. 꾹꾹 눌러도..진정되질 않아. 나 어떻게..... "권은형 환자분 들어오세요." 그때. 병원 복도를 울리는 간호사 언니의 말과 함께.흠칫 고개를 드는 은형이.. 푸우..한숨을 쉬더니만..어쩔수없다는듯 진료실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은형이와 승현이.. 각각 다른문안으로 들어간 그들.. 하나는 진료실안으로..하나는 병원문밖으로.. 그리고 지금 내 시선이 향해있는건.. 인정하긴 싫지만.. 분명히 병원문이다. 난 벽에 등을 기댄체..못된상상에 사로잡혔고.. 상상속의 승현이와 내게 10센치 거리를 두고 매우 가까워졌을때. 콰당!! 진료실문이 열리며 은형이가 나타났다. "그 귀염댕이 새끼 잡히기만 해봐라 죽여버리지" "..왜!!" "주사 안맞았다!!주사!!!!" "..-_-..그러고 싶을까" "가자.개순아!!으와!!주사안맞았다.!!앞으론 이 병원을 이용해야지. 거기다 의사선생님 얼굴이 죽여!!" 마지막말은 속삭이듯 소근대고는.. 내손을 잡고 벌떡 일으키는 은형이.. 부어있던 입술엔 하얀약이 발라져있고.. 빨갛게 고여있던 피는 말끔하게 소독되있다. 역시..천사의 어머님이셔..ㅠ_ㅠ 마냥 신나하는 놈을 따라 진료실을 지나치려는데.. ... 등너머로..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거기 여학생.이리좀 들어와볼래요?!" "네..?저요..?" "그래요..학생이요" 승현이네 어머님이 나를 부르신다. 하얀가운을 입은.굉장히 갸냘퍼보이는 의사선생님. 은형이는 그런 나의 어머님을 향해 버럭 소릴 질렀고.. "왜요!!!우리 인제 집에 갈껀데요!!" "누가 학생오래!!여학생.이리좀 들어와봐요.잠깐이면 됩니다" ... ......못가게하려는듯.내 손을 꾸욱 잡는 은형이. "..잠깐이면 된대잖아.." "조강지처는 남편말 듣는거야.!" "웃기고있다.여기서 기다리구있어!!" 아까 쓰레기통뒤에 있던 날 끄집어낸것도 열받아 죽겠고만 조강지처같은 소리하구있네-_-^ 뻔뻔한 놈의 얼굴을 한번 쓰윽 노려봐준뒤에. 어머님이 있는곳으로 진료실안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15] 헉 홈피 가족 여러분 145272명 돌파!! 아주 기쁘군요.오우 오우 --------------------------------------------- 우와아.근사하다.. 티끌하나 없이.아주 말끔하게 정리된 어머님의 진료실. 그리고 창가쪽의 고급스러운 목재쇼파에 앉아.. 나를 향해 빙긋 웃어보이는 어머님. 승현이랑 이마가 똑같아.아악. 아니야 눈썹모양도!!! 아름다워요 ㅠ_ㅠ "저 학생이 남자친구죠?" "네?아...네.." "담배 절대 못하게 하구요.술도 절대 못하게 해요" "..네..?" "엑스레이 검사는 안해봤지만.. 아마.폐가 많이 안좋을껍니다.얼굴색이랑 목소리만 들어두 알수있죠^-^" 손에 들린 펜을 빙글 돌리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어머님.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승현이의 귀를 점보귀로 늘리는 어머님의 모습이... "..우리 아들일 같아서.하는말이에요." "아...네..." "저 학생은 하루에 담배 몇갑이나 피우죠?" "요샌..금연초 물고있던데.." "아니!그렇지 않아!!안보는데서 분명 담배를 물고있을꺼에요!! 현장을 잡아서!!아주 따끔하게 혼을 내요!!!" 이제야 상상이 간다. 승현이의 귀를 잡아당기는 모습... "네..그럴께요" "말안들으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확 일러도 좋고! 그랬는데도 반항하면.저한테 데려오세요!!" -0-.. "네.." 모기만한 나의 대답을 받고 나서야.. 안심이 된듯.진료실문을 활짝 열어주시는 어머님. "자.이젠 가도 좋습니다." "..안녕히계세요..." "^-^" 승현이가 참기름에 목숨건 이유를..아주 잘 알수있겠어.. 그나저나 승현이도 담배 많이 피나봐.. 전혀 그런내색 안했는데..학교에서 걸린적도 한번없었고... 흠...알수록 모르겠어.. .. "야.뭐래 저아줌마가!!" "악 깜짝이야!!" 승현이 생각에.. 10분전부터 쭈욱 내 옆에서 나란히 걸어오던 내 남자친구를.. 잊고있었다. "너 설마 내 존재를 잊고있었냐!?!?" "응.사실은 그래-_-" "이 애교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나무떼기!!" "애교랑 그거랑 무슨상관이야!!" "너 고등학교 올라오고 나한테 은형아 사랑해!! 한번이라두 한적있어!!!" "그런걸 꼭 말로 해야되니!!" "몸으로 하면 더 좋은데.몸으로도 한적없잖아!!!" "이익 이 변태!!-0-저리가!!!!저리가버려!!!!!!" 병원에서부터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진 비탈길. 나와 은형인 그길을 내리는 내내 티격태격 싸움을 해댔고.. 돌아오는 버스안. 언제 그랬냐는듯.난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채 놈의 어깨에 고개를 처박은채 잠이 들었다. ...... ........... 까맣게 펼쳐진 밤하늘.. 그리고 평소때보다 유난히 빛나는 초승달.. 그 꼭대기에 주사기를 들고서있는 승현이. 승현아..거기서 뭐해 위험하잖아..! 나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점점 밑으로 고개를 숙이는 승현이.. 아래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나를 내려다보더니.. 니가 젤 아끼는거.. 뺏어버린다..뺏어버린다.. 뺏어버린다.. 메아리 치는 승현이의 목소리.. 그리곤..주저없이 밑을 향해 뛰어내리는.. "꺄악!!!!안돼 승현아!!!!!" .... .......하아....하아..또다.. 이상한꿈... 주르륵 흐르는 식은땀.손등으로 이마를 훔치고.. 버스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수그렸다. 말없이 창밖을 보고있던 은형이가.. 금연초를 입에 문채..내게 묻는다. "야.승현이가 여자맞어?" "어..?그래" "진짜 너 게이냐.왜 자면서 여자 이름을 자꾸 불러.지난번에두 그러더니" "게이가 아니라 이반이라고 하는거다 이 무식아!!" "어쨋거나.여자라도 질투나!!걔 꿈꾸지마!!!" "남자면 뒤집어지겠네!!" "남자면 씨.그새끼 찾아다가 탑골공원에 묻어버리지" .... ...... 농담이 아니다. 저건.저아이의 진심이 우러난 말이야!!-0- 나는 오들오들 떨며 몸을 사렸고.. 집앞 정류장에서 폴짝 뛰어내리는 놈을 보며.. 큰 죄를 짓고있다는 생각을 떨쳐낼수가 없었다. 이건 아냐... 은형이에게 너무 잔인한 짓이야...차라리..그냥 떠나겠다고 말해볼까. 안돼!>_< 그럼..저 바보같은놈 밑도끝도없이 망가져버릴께 뻔한데.. 아..이럴땐.. 어머니..아버지..무엇이라도 좋으니 가르침을 주세요 난 어떡해야 하나요... 강순이네 집. 새벽 2시경.. 부스스한 머릴 하고서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어둠속에서 손을 휘저으며 부엌을 찾았다. "엄마 뭐해?!" "꺄악!! 세상에.넌 인기척도 없이 !!!" 그리고. 식탁위의 꿀물차에 손가락을 넣고 마구 휘젓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악!드러워!!그거 아빠 줄라 그러지!!" "아냐 얘!!언니야" "뭐라구!!!왜?!그 손가락 집어넌걸 언니 준다구!?" "조용히해 이 기집애야.넌 언니한테 말했단봐라 용돈이구 뭐구 얄짤없는줄 알어" "왜 그런짓을해...ㅠ_ㅠ..?" "강윤이 그년이 지 일기장좀 봤다구 정색을 하구 덤벼들잖니. 말하지마 너!!" 음흉한 표정으로.꿀물차를 들고 언니방을 노크하는 엄마. 어항에 세제를 넣는 아빠. 그리고 꿀물차속에 손을 넣어 휘젓는 엄마.. 이들에게 잠시나마 기대려한 내가 못난년이야.. 그럼..내가 못난년이구 말구.. 내 주위엔 무엇하나 정상적인것이 없구나.. 괴상한 부모에.. 왕푼수 남자친구에.. 돈벌레 친구에.. 그래 돈벌레 니가 젤 심각하다구!!!!ㅠ_ㅠ 아니나 달라. 다음날 학교 에서 돈벌레의 남자친구 자랑은 쉬지않고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우 어우 인제 한시간만 있음 끝난다!!" 그래..한시간만 있으면 너에게서 해방된다.. 제발..시간아 빨리가라..시간아.. 밤잠을 뒤척이고 학교에 등교했다. 그리하여 나의천사를 보며 고단하루를 시작하려는데.. 이놈에 돈벌레가 쉬는시간 공부시간마다 옆에 찰싹붙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아 ㅠ0ㅠ "솔직히 사귄 첫날이면 뭐 사주구 그런거 웃기잖니.그치?!" "그래..그렇지.." "근데 글쎄!!테디베어를 떡하니 사주는거야 너 그 인형 얼마나 비싼지 알지!!" "알고말고..아주 잘알지.." "나 짱 감동먹었잖아>_<이번엔 절대 안놓쳐!! 게다가 얼굴도 괜찮은 편이라니깐 조잘 조잘 째잘째잘 꺄꺄 >_<" 누구든 좋으니까 제발 살려주세요..ㅠ_ㅠ.. 나는 두눈을 승현이 뒷모습에 꽃은채 6교시를 견뎌내야했고.. ♪♩♬♭♪♩♬♭♪♩♬♭♪♩♬♭ 마지막 시간표를 끝나는 종이 울림과 동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방을 들고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머!잠깐만 오늘 우리 그이한테 너 보여준다구 했는데!! 이강순!서봐봐!!" 절대 사양하겠어!!!!!! 초스피드로 신발을 마구 꾸겨신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내 가방끈을 잡아댕긴다. "제발 날 좀 가만둬ㅠ0ㅠ!!!!" "응..?정말..?" "어..승현아...!" "나한테화났어?응?" "아니.절대!!난 다른앤줄 알구!" "지금 집에 가는거야.?" "응^-^" "같이 나가자.^-^" "그래!!" 꿈은 현실에 반대라더니.이렇게 승현이와 가까워질줄이야. 교단 청소중인 후배아이들이 부러운듯 나를 바라보고. 나는 우쭐해진 어깨를 양쪽으로 흔들며 승현이와 함께 후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동글동글 귀여운 승현이 이마. 쓰다듬어보고 싶은 부드러운 눈썹♬ 저 하얀 얼굴위에 살짝 보이는 보조개♬ 게다가..저 깨물어 주고 싶은 목소리. ㅠ_ㅠ 눈앞에 보인다면 당장에 와그작 깨물어버렸을꺼야. ">_<..우리 엄마가 그랬다구.?" "응.그러셨어.너 담배 많이 피나봐?" "그냥.화나면 피고.기쁘면 피고.놀라면 피고.. 심심하면 피고" 결국엔 쉬지않고 핀단 얘기잖아.. 그렇게 얘기하면 될것을. 그리고 교문지점을 마악 통과할때쯤..천사가 내게 말했다. "넌 담배펴?" "아니..펴본적은 있는데..호기심으로.지금은 아냐.^-^" "그래.피지마.약속해" "응?" "이렇게 손가락 걸고 하는거야.." 악악 귀여워!!약속이래 약속!!! 빨갛게 익은 내 손가락을 올려서..새끼손가락을 걸더니.. 엄지도장을 꾸욱 찍는 나의 천사. "토요일날 시간있지." "어..?" "토요일날 보자.^-^" "....어어?????" "안녕 강순아!!" 정신못차리는 나를 남겨두고.. 친구들이 있는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승현이.. 세상에..토요일날 시간있냐니.. 지금 그거.만나자는 소리였어!!ㅠ0ㅠ "잘가!!!승현아!!!!잘가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작아지는 승현이의 뒷모습에게 소리쳤고.. 그런 내 목소리가 들리기나 한건지..아주 작은 점으로 사라지는 나의 천사. 아싸 아싸!! 토요일.!!최고의 럭키데이다!!! 주체할수 없는 팔을 허공에 대고 마구 휘두르는 나. 미쳤나봐 그래도 좋은걸 ㅠ_ㅠ ..... ........ "니 눈엔 쟤가 여자냐...?" 허공에서 멈춘 나의 두팔. 나는 조심스레.아주 조심스레 시선을 반쯤 틀었고.. 그때 바로 시야에 잡히는건.. 낯익은 팔하나였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반쯤 더 시선을 돌렸을때.. 물고있던 금연초를 뱉어내는 은형이를 보았다. [16] 소설 한편 길게 다 썼는데 갑자기 닫기 버튼이 나와서.그래서 아무생각없이 눌렀는데. 순식간에..몽땅 날라가버렸다는.. 첨부터 다시씁니다. 엉엉 ㅠㅠ 오늘도 새벽 5시에나 잠들겠네요.ㅋ 좋은 밤 되시구요.♡ ------------------------------------------------------------------- 세번째다. 은형이의 화난모습은.. 중학교 3학년때.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때. 두번모두. 난 이아이의 눈을 5초이상 바라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완전히..다른사람. "@##%%%#%#!!!!!!!!!!!!" "꺄악>_<" "저 @#$#%2@# 새끼가 이뻐해줬더니 뒷통수를 갈겨?!!!" 무시무시한 쌍욕을 버럭 외치더니.. 들고있던 가방와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지는 은형이. 주저앉은 나를 지나쳐. 승현이가 사라진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안돼!!은형아!!" 순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그의 교복자락을 꽈악 움켜잡았고. "안비켜?!??!!?!?" "어디갈려구!!!!" "그새끼 묻으러간다!!!!!!놔!!!" "왜이래 정말!잘못한건 나야!걘 내 꿈에 나온죄밖에 없잖어!" "그걸로 묻을 이유 충분해!!!!" "차라리 날때려!!" .... ....... "너 진짜 뒤!!!!....후..비켜...니앞에서 확 그냥 폭팔해버리기전에!!!!" 홱!! 매달린 나를 바닥에 밀어내더니.. 삼삼오오 모여든 구경꾼들을 헤치고 승현이에게 가려는 권은형. 물론 그 모든 구경꾼들은 싸그리 다 우리학교 학생들이였고.. ..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구경꾼들중에서 유난히 호들갑을 떨어대던 3학년 선배앞에 우뚝 멈춰선 은형이. 그 선배는 악명높은 선도부위원으로 잘 알려져있고.. ... 나는 불안한 예감에 그들곁으로 조심조심 다가섰다. "너 나 알어....?" "아..아니..모르는데.." "근데 후라려....?" "...내가 언제..." 퍼억. 선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이미 그의 얼굴을 강타한 은형이의 주먹. 자리에 있던 모든아이들은 수근대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고. 물론 그 비난의 화살은 몽땅 내 차지였다. 이대론 정말 커다란 대형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싸움을 말릴수 있는건 나 하나뿐이야. 무섭긴 하지만..소리치자 ㅠ_ㅠ 원래 싸움은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댔어. "권은혀엉!!!!!너 깡패야?!?!" "입 안다물어!?????" 역시 무섭다..ㅠ_ㅠ. "왜..왜 무고한 사람을 때려.!!!!!잘못한건 나잖아!!!나 하나잖아!!!!" "됐고..넌 입 꽉다물고 여기서 기다려.알았냐?!!?" "너 대체 왜이렇게 변했니!!안이랬잖아!!지금 너 딱 세글자루 양아치야 !!!알어?!" 해버렸다.은형이가 두번째로 싫어하는말...... 나의 마지막 고함에 대답없이 피식 웃다 다시 깊은 한숨을 몰아쉬고.. 파랗게 변한 눈으로 버럭 소리를 내지르는 은형이. "니가 언제 나 제대로 본적이나 있어?!!!!!! 왜 변했는지!!!!!왜 이지랄 됐는지!!!!!한번이라도 물어본적있냐!?!?" .... 목소리도..눈도..차갑게 식어버렸다.. 까불대던 은형이의 얼굴이..순식간에 머리속을 떠나가버리고.. 바보같지만..정말 바보같은 일이지만.. 웃고있던 승현이 얼굴이..머리속 깊숙히 들어와버렸다. 멍..해있는 나를 두고.. 승현이를 찾으러 발걸음을 옮기려는 은형이. 지금은..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쁜년이라도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 지금 내겐. 승현이를 지켜야된다는 생각하나뿐.. 그래서..두주먹을 불끈쥐고..큰소리로 외쳤다. 은형이의 작아진 뒷모습을 향해서.. "그래!!잘가!!이래서 우리 마지막이다.잘지내!!!" ".....뭐...?" "......" "지금 헤어지자고 그랬냐 너?!!!?!?" "그래..." "진짜 사람 여러번 미치게 하네!!!!!!!" 몸을 틀어..내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오는 은형이. 1미터의 간격을 둔채 마주한 우리 두사람.. "너 그딴말 자꾸 함부로 지껄일래?!!?" 꾹꾹 누른 분노가 담긴 한마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고.. "씨#$!!!!안가!!!!!됐냐!?!?니 말대로 안간다고!!!! 오늘도 내가 또 참는다고!!!!!!" "......" "우연히 그새끼 꿈 꾼거야. 같은학교라 맨날 보니까!!!! 어쩌다 꿈에 나온거고..너 그래서 이름 몇번 지껄인거고!!!! 옆에 나있으니까 나 미치는꼴 보기 싫어서 그냥 여자라고 둘러댄거고! !!!!!" "......" "하..그거지...내 말 맞어..내가 다 오해한거야.. 참어..내가 참는다고..." 헤어지잔 말 한마디에.. 펑 터질것만 같은 분노를..일순간에 억누르려는 은형이. 그게 너무 힘겨워보여서.. 나는 참을수없는 죄책감에 그애 몰래 눈물을 떨구어냈고.. 꽉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서 핸드폰과 가방을 주워드는 은형이. 그리곤..별안간 주먹을 아주 세게 입에 문다.. "너 .. 왜그래..." "너 한번만 더 거짓말 하다 걸리면.그땐 그새끼 진짜 죽어.... ...장난같지..?정말죽어.." "피나잖아...그만해!!!" "그리고.학교끝나면 바로 집으로 꺼지라고 전해...." 무겁게 가라앉은 낯선 목소리.. 피흐르는 주먹을 교복바지에 쓰윽 닦아내곤.. 정류장을 향해 돌아서는 은형이. 나는 눈물을 훔쳐내고.재빨리 그 뒤에 따라붙었고.. 비탈길을 내리는 내내.. 은형이는 길거리의 표지판이며 자동차 빽미러를 주먹으로 부숴버렸다. 그래서 두근두근 새가슴으로 도착한곳이 이곳 버스정류장. 한 3일동안은 계속 저상태일꺼야..ㅠㅠ. 아냐 워낙 화가 빨리 가라앉으니까.. 가만..중학교때는 2시간만에 풀어졌었구..고등학교 1학년땐.. 하루갔었나.. "으아아아악!!!!!!!!!!!!!!" -0-... 아주 강한 힘으로 핸드폰을 잡아쥐고선. 하늘을 향해 소리를 내지르는 은형이. 나는 놀란가슴에 뒷걸음질해버리고.. "너 걔랑 꿈에서 뭐했냐!????" "...아무것도...그냥.." "그냥 뭐!!!!!!!!!!!" "아무짓도 안했어." "이 버스는 뒤질라구 왜 안와!!!!!!!!!!" "나..나도 모르지..아직 올때가 안됐나보지.." 어떻게.ㅠ_ㅠ 정말 적응안돼 죽겠네.평소에도 저런 모습을 몇번 내비췄음 몰라. 저놈 이러는거 꼴랑 두번봤는데.. 완전히 다른사람같잖아. ㅠ_ㅠ 그때 나의 구세주인 노란 버스가 등장하고. 나는 놈의 뒤를 따라 냉큼 그곳에 올라탔다. 그렇게 지옥같은 이십여분이 흐르고.. 한마디 말도 없이 정류장에서 휙 내려버리는 은형이. 우리집보다 두정거장 앞이다.. 이젠 정말 조금씩 나의 짝바람이 들통나고있다.. 지는 고 1때 여자문제로 내 속을 팍팍 썩여놓고.. 꿈에서 이름한번 부른걸 가지고 저렇게 길길히 날뛰다니.. 아아..정말 무서웠어..ㅠ_ㅠ.. 혼자 안기에는 너무나 벅찬 고민. 그리하여 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찾은것이. 복수의 꿈에 젖은 씩씩한 그녀였다. "언니..언니 어딨어?!" 강순이네 집. 벌컥. 텅빈 언니방.. ..안방에 있나.. 쪼르르 달려가 방문을 열어보지만..인기척은 커녕 바람소리도 들리질 않는다. 도장에서 아직 안왔나봐. 그럼..정말정말 내키진 않지만 화진이라도 ㅠ_ㅠ 난 최후의 방법으로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그때.저 멀리 떨어진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에 가만히 숨을 죽였다.- _ - 치가치가 치가치가.♬ 양치질 소리라고 하기엔 너무 둔탁해.. 살금살금 다가가자.. 그리고.열려진 문틈 사이로 보이는 언니의 뒷통수. 찾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제꼈고..그곳에서.. 머리를 칫솔로 마구 문질러대는 언니를 보았다. 얼굴에는 여러개의 상처를 새겨온채. "언니..뭐해..." "칫솔.." "칫솔로 왜 머릴 문질러..!!!" "아빠가 용돈 안주잖어..내가 나이가 몇갠데.외박한걸루 용돈을 끊어!!? 날 만만히 봤다 이거지!?" "그럼 그거 아빠 칫솔이야!!!?!" "그래!!!" 자랑스레 대답을 끝마치곤.아주 빠른동작으로 칫솔로 머리를 긁기 시작하는 언니. 대체..이 사람들은..아아.. 그래.... 내가 키우던 햄스터가 이유없이 죽어버리고.. 엄마가 타준 커피에서 이상한 맛이 나고.. 내 칫솔에선 종종 강아지털이 발견되곤 했었어.. ㅠ0ㅠ 어째서.우린 가족인데..어째서......ㅠ_ㅠ.. "청승떨지말구 이 기집애야 왜.무슨일있어?" "실은..나 고민이 하나있는데...지금 언니 모습을 보니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깨끗히 사라졌어..ㅠ_ㅠ" "무슨고민!!내 꿈이 카운트셀러잖어!!일루와 어서 나한테 털어놔!!!" 들고있던 칫솔을 세면대에 홱 팽겨치더니. 막무가내로 내 손을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와버린 언니. 그리곤 부담스러운 간격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심각하게 물어온다. "뭐야 무슨문제야.너 왕따당해?!" 도리도리 ㅠ_ㅠ "그럼!!좋아하는 여자 생겼냐!?!" 도리도리 ㅠ_ㅠ "아 그럼!!!선생님이 사귀재!?!?" 도리도리 ㅠ_ㅠ "대체 뭐야!!그럼 바람났어?!!?" "...응.." "뭐야!!!!!!!" 소스라치게 놀라는 언니에게.. 나는 모든 얘기를 털어놓았고.. 잠시후 언니는..내 베개카바를 이빨로 잘근잘근 물어뜯고있었다. "헉.언니 왜그래!!" "이 천하에 못되쳐먹은년..2년넘게 사귄 애인을 두고... 바람을펴?그래서!!토요일날 그 승현인지 뭔지 하는놈하고 만난다 이거냐!?은형일 휙 버려두고!?" "휙 버리는게 아니잖아..언니.내 심정을 이해해봐.. 은형이도 바람 많이 폈었구.난 처음이야 게다가.." "닥쳐!!!!" 이게 아닌데..-0-... 언니는..자신의 어두운 기억이 떠오르는듯.. 아주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빠른동작으로 어딘가에 전활 걸고 있었다.. 뭐야..적군을 또 하나 만들어버렸어 이 띨빵한년 ㅠ_ㅠ "여보세요?그래.은형이니?응 나야 나 강윤이" 아악! 이 여자가 미친게 분명해!!!!!!!!!!!!! 난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달려들어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지만..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역부족. "응.토요일날 학교 끝나자마자 집에 오라구. 그날 집에서 바베큐 파티를 열까해" "언니 왜그래!!바베큐라니!!언니 그게 어떻게 생긴건지나 알아!!" "조용히해!!응 그래..그날 우리 부모님 외갓집에 가실꺼야. 꼭 와.강순이가 좋아할꺼다.꼭 와야된다?!꼭!?그래그래^-^" 탁.핸드폰을 닫고서.. 침대에서 껑충 뛰어내리는 언니. "언니..왜그래 정말..." "넌 은형이랑 깨지면 나한테 죽어.알았냐!!" "언니라도 나좀 이해해주면 안돼?다른생각하고 싶어도.!! 내 눈이 승현일 보고있어.은형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어도. 내 마음이 벌써 승현이옆에 가있단말이야..!!" "시를 써라 이년아.어디서 유식한척이야!!!!!" "언니..ㅠ0ㅠ.." "이세상에.은형이만큼 너 사랑하는놈있다면. 나 그놈한테 내 심장 후벼파줄수 있어.그만큼 난 자신할수있다구... 그리구 칫솔질 아빠한테 말하지마" 쾅..!! 언니가 나가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못된짓을 해버렸다. 은형이가 준 부처님 조각상을 움켜쥐고 소원을 빌었다.. 창문으로 내려쬐는 달빛을 보며...부처님 조각상에게 소원을 빌었다. 한달뒤엔.승현이 옆에서 웃게 해주세요.. .... 그렇게.... 모두에게 다 잔인했던 하루가 무사히 흘렀다. [17] "야 오늘 학교끝나자마자 바루와라.응?!" "어.." "너 중간에 도망치거나 하면 개박살 나는거 알지?!" "...응.." 협박어린 언니의 말에.신발을 꾸겨신고.. 현관문을 삐그덕 열었다. 오늘은 역사적인 토요일. 즐거워야할 나의 럭키데이가 왜 또 이런날로 변해버린것인가.. 나는 축쳐진 어깨를 하고서 학교를 향했고.. 수업시간 내내 승현이의 시선을 피해버려야했다.ㅠ_ㅠ.. ..그리고.. 2교시가 끝난 쉬는시간. 화진이의 머리를 땋아주고있는데.. 바로 옆에 의자를 끌어다가 앉아버린 승현이. 남들의 시선은 일절 무시해버린채. 안돼.승현아.우린 이루어질수가 없대 ㅠ0ㅠ "머리 잘따.?" "어..?!으응.." "어제랑 그저께랑 또 그저께 전날이랑 왜 끝나구 바루 도망갔어.?" 은형이가 그 친구놈들하구 나를 데릴러 왔었거든 ㅠ_ㅠ 영문을 모르는 화진이가 의아한 얼굴로 우리둘을 번갈아보았고.. 아무렇지 않은듯. 승현이가 말했다. "이따가 6시까지 닉스 앞으로 나와.예쁘게 하구와^-^" "...으..응.." "아.맞다.술꼬장 받을 준비 하구와.^-^.." "....." 말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팔딱팔딱 복도로 뛰어가버리는 승현이. 어쩜 좋아..ㅠ_ㅠ.. 나 어쩜 좋아..ㅠ_ㅠ.. "뭐야!뭐!너 쟤랑 만나?!왜!왜만나!응?!너 쟤랑 바람난거야?!" 도끼눈을 하고서.따지듯 물어오는 화진이. 나는 고개를 푹숙인채..손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해보였고. "꺄아아악!!!!!!!" 바로 터져나온 화진이의 함성소리는. 나와 반아이들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하교길입니다 ㅠ_ㅠ "미쳤어!완전미쳤어!얼마전에 권은형놈이 학교앞에서 저지른 짓을 생각해야지.들키면 너 어쩔려구!" "승현이랑 도망갈꺼야..ㅠ_ㅠ.." "차라리 나 죽여주십시요 하구 목을 내놔라. 너 그래서 이따 어떡할껀데?!" 버스를 기다리며.. 남자친구가 사준 순금 목걸이를 처억 차고선. 쉬지않고 질문을 쏘아대는 화진이. 이젠 나도 지쳤단말이야..ㅠ0ㅠ.. "나..승현이가 좋아 화진아!!제발 너라도 내편이 되줘.제발.. 너까지 나 버리면 나 진짜 죽어 ㅠ_ㅠ" "나야..뭐..당연히 승현이지.권은형은 정말 질색이라구!!" "고마워!!!!친구야.너밖에 없다 정말." "그럼 이따 어떡하게.권은형이 너 나가게 둘꺼같애.?! 떡하니 집구석에 버티구 있을텐데.." "모르겠어...승현이한테..못간다고 전화할까봐. 아까 전화번호 받아왔거든" "그건 안돼지!!너 모처럼만에 기회를 놓칠려그래?!" "그럼 어떡해..ㅠ_ㅠ.." 울상섞인 내 얼굴을 두어번 쓰다듬어주고는-_- 버스가 올때까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 화진이.. 순금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한참동안 끙끙대더니.. "아!!!!" 무릎을 탁치며 탄성을 지른다. "-0-방법있어?!" "응.스릴있는방법이야...귀대봐.." "귀댈필요까진 없는거 같은데..-_-" "분위기 내게 귀대봐!!" "알았어.." 소근소근 속닥속닥 꺄꺄>_< 낄낄낄 >_< 말같지도 않은 말을 지껄이더니..스스로가 대견한듯 아주 흡족해하는 화진이. "..제정신이야..?" "그럼.제정신이구말구.왜?문제있어?" "갔다와서.나 맞아죽으라구?너 생각이란건 하구 말한거니..-_-" "니가 박승현을 정말 좋아한다면. 그까짓 두려움은 감수해야되는거 아냐? 위험한 사랑이 그깟고비하나 없이 순탄할꺼라구 생각하니?" ".......아니...." "것봐.!야 버스왔다 나 우리 여보 만나러 갈테니깐. 이따 제깍제깍 상황보고해!!안녕!!" 화진이가 사라지고. 난 한참동안 고민에 휩싸였다.. 그래..말로만 사랑사랑.행동으론 보여준것 하나없으면서.. 하자!!저질러버리자!! 아자아자 이강순!!!!! ㅠ_ㅠ...... 3시간뒤. 삐딱한 얼굴로 집에 등장한 은형이. 바베큐가 아니라.-_- 돼지갈비를 굽고있던 언니는 호들갑을 떨며 반갑게 놈을 맞았고.. 나는 스릴있는 작전을 시행하기 위해 굳게 마음을 다잡았다. "강순아.일루와서 고기좀 뒤집어.언니 식용유 사러갔다올께" "-_-^" 음흉한 표정의 언니가 집을 나가고..나는 가스렌지에 건들건들 다가섰다. 지글지글. 고기기름 무서운데.. "타잖아 탄거 먹음 암걸리는거 몰르냐!!" -_- 이건 또 왜 옆에 찰싹 붙어서 염장질이야!!! 교복바지에 손을 꼽아놓고.. 입에는 금연초를 문채.본격적인 시비를 걸기시작하는 놈. "암이 왜걸려.!!넌 죽으라구 목졸라두 안죽을꺼다.." "야 앞치마 없어?앞치마좀 입어봐" "왜!!!!!" "섹시하잖어" "너 좀 앉아있어라.응??" "줘봐 내가 튀기게" "튀기긴 뭘 튀겨!!!고길 왜 튀겨 구워야지!!!!!!!-0-" 떨리는 마음에 신경질적으로 변한 이여자-_- "줘봐 임마.넌 요리를 몰라." "고기 굽는게 요리냐!!" "아 침튀잖아.자꾸 입 짝짝벌릴래!!" "-0-.." 어처구니 없는 날 밀어내고..심각한 표정으로 고기를 뒤집는 은형이. 벌써 다섯시 30분. 닉스까지 여기서 차타고 20분. 적어도 10분후에는 출발해야한다. 초조한 마음에 식탁의자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고있는데.. "영화같은데 보면." 또 엉뚱한말을 꺼내기 시작하는 은형이. "뭐.." "막 요리하는 남자 뒤에서 여자가 끌어안는데" "난 그런 영화 본적 없어..!!" "그래서 니가 안되는거야.." "휴..." "나 오늘 인기가 하늘을 찔렀어" "그래.넌 늘 인기가 하늘을 찌르지" "씨에이 하는데.영화관 갔거덩.근데 여중생애들이 막 쫓아오는거다. 캬.>_<.근데 거기 또 이나영 닮은애가 있었어. 동영이 새끼가 열받아갖고 콜라를 들이붓더라고. 교복에 얼룩 있지않어?" 달걀뒤집듯.후라이팬에 있는 고기를 모두 던졌다가 뒤짚어버리는 놈. "너 뭐하는거야!!!" "멋진 신랑감이지?고기 뒤집기도 하고.야 우리 천일 언젠지 알어?" "아니.." "다음달.야 그때 우리 애들하구 다같이 바다갈래? 동영이하구 광민이하구 보람이하구 니 친구하구 " "몰라..그때봐서.." "고기 내가 꾼거 먹어봐" 느닷없이 고기한점을 젓가락으로 집어들곤. 내 입에 억지로 쑤셔넣는 은형이. "아아아.!!나 안먹어.배안고프단말야!!" "먹어 !!!" "아아>_<" .... ...... 나는 필사적으로 놈의 손을 밀어내려 애썼고.. 그바람에..젓가락에서 달랑달랑 하던 기름낀 고기가.. 입고있는 휜바지 밑으로 떨어져버리고말았다. "야!!기름 왕창 묻었잖어..ㅠㅠ" "기름뿐이 아니야.아주 씨까매 졌어" "하이튼..어휴..어휴!!!!" "옷갈아입고와.절대 안훔쳐볼께" "그게 더 수상해!!" "그럼 그냥 방문열고 볼께.됐지?" "너 진짜 좀 진지해질수없어!!ㅠ-ㅠ!?" "어머니 진지 드세요." 관두자..관두자.. 난 쿵쾅거리며 내방으로 이동했고.. 그와 동시에 현관문이 열리며 언니가 들어왔다. 부엌으로 달려가 은형이와 죽이맞아 고기를 굽고있는 언니. 잠깐만... 이때다..지금이다.. 5시30분..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방으로 무사히 들어왔고. 옷갈아입는 핑계로 방문 잠글수도 있고. 오케이!!지금이야!!!!!!! 서둘러야해!!!상대가 상대니만큼.아주 신속하게. 그래.여깄구나!! 나는 책상밑에 숨겨두었던 신발을 꺼내들고. 아주 조심스레 창문을 열었다. 사르르륵.. 창문을 열고.방충망을 열고.. 커다란 심호흡을 몇번 반복한뒤.. 지금이다!!!!!! 타앗!!!!!! .... 양손에 신발을 한짝씩 끼고. 활짝 열린 창을 통해 탈출을 성공한 이강순. 나는 쌔까매질 발바닥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정류장을 향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정말.미친듯이. ... ..... 하아... 하아...... 하아............ ................ "아저씨 잠깐만요!!스톱!!!!!!" 마악 출발하려는 버스를 두들겨대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맨 앞좌석에 무사히 도착 ㅠ_ㅠ 아..드디어..성공이다. 두근두근 뛰는 맘으로 만세를 외쳤을때.. 까맣게 얼룩진 나의 휜바지를 발견했다. 이..이...이익..ㅠ_ㅠ.. 큰실수를 해버렸다. 승현이가 이쁘게 하구 나오랬는데. 사복입은 첫모습이 고기기름 묻은 휜바지라니..ㅠ_ㅠ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손으로 마구 얼룩진곳을 비벼댔고.. 그러면 그럴수록..얄미운 파스텔마냥. 기름얼룩은 점점 커져만갔다. 그리고 잠시후. 울음터지기 일보직전의 얼굴로 도착한 닉스 앞. 손은 이미 문고리를 잡고있지만.. 도무지 열 염두가 나질 않는다. 이럴수가.최악이야. 이러다간 뻥 걷어차이구 말껴. 엉엉 이를 어째 ㅠ_ㅠ 그때. "안들어갈거면 좀 비켜줄래요?" "..네.." 여우상을 한 내또래의 여자아이. 치켜올라간 눈에.오똑한코에.작은 입술. 게다가 작은 얼굴. 그녀는 아주 당당하게 문을 밀더니 가게안으로 들어가버렸고.. 그래.꿀릴께 뭐야. 승현이랑 단둘이 있는건데. 승현인 착해서.이런걸루 트집잡진 않을꺼야. 누.구.처.럼. -_- 나는 긴한숨을 내쉬며..두팔로 문을 밀어냈고.. 정면으로 보이는 그들을 본순간 화들짝 놀란 얼굴로 그자리에 정지되어버렸다. 몸도.마음도. 정면에 위치한 가장 커다란 테이블. 쌍쌍으로 앉아있는 낯선 네명의 커플. 그들은 즐거운듯이 재잘대고.. 맨 가운데에는.유일하게 솔로인 남자 하나가 보인다. 문제가 있다면. 그게 바로 나의 천사 승현이라는것. 쌍쌍모임이였다.. 이건....커플..모임이였다.. [18] 지금 4시 44분이에요 새벽이요! 저 이때까지 소설썼어요 저 쓰다듬어주세요 ㅠㅠ ㅋㅋ -------------------------------------------------------------------- 그리고.. 후회할틈도 없이.좌절할틈도 없이.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내 이름을 외치는 승현이. "강순아!!!!!!!!!" .... 그래..나야..ㅠ_ㅠ.. 순간.호프 안에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쿡쿡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고. 나는 홍당무같이 붉어진 얼굴로 승현이 옆을향해 후다닥 달려갔다. 그래.이런일은 정말 많이 있었다. 내이름을 듣고 웃음을 터트리는 많은 사람들. 그때마다 내 옆에 있던 은형인. 아주 커다란 목소리로 버럭 고함을 치곤 했다. '니네 지금 강순이 무시하냐!!빨랑 니네 이름 다 읇어!!!!!!!!' .. 정말 정말 창피한 순간이였지. 지금은 놈이 없기에 다행이야... 정신을 차리고.자리에 앉았을때. 모든아이들이 시선은 날 향해 있었다.- _- 어느학교 애들이지.. 여자는 두명이 예쁘고 두명이 못생겼다. 그리고 예쁜아이중 하나는 아까 문앞에서 본 여우상이다. 남자아이들 4명도. 여자아이들 4명도.모두 처음보는 낯선아이들. "바지에 뭐 묻은거에요?" 여우상이였다. 뻔히 알면서..가시돋힌 목소리로 내게 물어온다. 나는 당황한 마음에 승현일 보고. 담배를 지져끄던 승현이가 내 대신 웃는얼굴로 대답한다. "경고하겠는데요.오늘 얘한테 시비걸지마세요^-^" "시비거는거 아냐.정말 궁금해서 묻는거야..!!" "그런거는 물어보지마." 승현이의 단호한 한마디에.입을 꾸욱 다물고 남자친구 품에 안기는 여우상-_- "얘네들 다 서울친구야.중학교때 친구들. 오늘 놀러온대서.너 부른거야.얘가 강순이야.빨리 인사해.!" 의자에 앉아..친구들에게 날 소개하는 승현이. 그럼 미리 내 얘길 했었단거잖아-0-?!오우오우 난 들뜬마음에 스스로 맥주를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고. 승현이 친구들은 탐탁치 않은 목소리로 인삿말을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반가워요" ..... "캬아.저도 반가워요!!" "-_-.." 아이들은 침묵했고. 나는 말없이 병을 기울여야했다.-_- 그리고. 차고있던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한손으론 담배를 꺼내드는 나의천사. "또피게..?" "응." "엄마가 안좋다구 하셨잖어.피지말지" "응.싫어.필꺼야^-^" "그래..-_-.." "안피면 뭐해주껀데?" "응..?" 벌써 약간 취해버린듯.. 평소와 말투부터 다르다.나의 천사가 대놓고 애교를 부리고있다 으악!!자제하기 힘들어지겠구나 ㅠ_ㅠ 나는 쑥쓰러운 마음에 천장에 걸린 멋진 조명등을 바라보았고.. 여우상 옆에 앉아 말없이 날 노려보던 다른 이쁜이 하나가 얼굴과는 맞지 않는 터프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승현이 어떻게 꼬셨어?" "..뭐..?" "아냐.^-^.먹자.짠!!" 뭐니..방금그거... 울컥하려는 맘을 눌러참고..잔을 위로 치켜들었다. 10개의 컵이 건배를 하고. 무섭게도 원샷을 해버리는 아이들. 나의 천사마저도.. 나도 분위기에 이끌려 괴로운 원샷을 해버리고 ㅠ_ㅠ 그렇게 연거푸 7잔째에 이르렀을까... 조금씩 혀가 꼬이고.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호프안을 가득메우는 째즈발라드. 그리고 어느덧 내 어깨에 기대어있는 승현이의 머리. 꽉찬 호프안은 상기된 아이들의 수다소리로 가득했고.. 덩달아 흥분해버린 나는...심히 오버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럼 너흰 다 커플이야.?되게 잘어울린다^-^!!" "우리 커플 아니거든?사귀는거 얘네밖에 없어" 못마땅한듯.여우상과 키큰남자를 가르키는 예쁜이. 그랬구나.어쩐지..저 커플 빼고는 얼마간 간격을 유지하더라니. "야 박승현.넌 취하면 아무한테나 기대구 그러냐?! 정신좀 차려...!!" .. 예쁜이의 앙칼진 목소리에..나는 저 밑에서부터 조금씩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꼈고.. 알수없는 노래를 옹알대던 승현이가.. 나대신 그녀에게 소리쳤다. "아무한테나 아냐!니가 아무나지.강순이는 아무나 아냐. 그지?" "-0-..." 당황한 마음에..대답할 말을 마구 찾아대고 있는데.. 타앙.테이블을 박차며.예쁜이가 일어나버렸다. "나 먼저 간다." "왜그래.앉어" "이럴려고 먼데서 오라그랬어..?" "야.야.우리 게임하자?응?앉어 혜진아 얼른" ... 예쁜이 옆에 있던 또다른 남자아이가. 억지로 그녀를 도로 앉혀버렸고..분위기를 돋구려는듯. 눈앞에 있는 소스그릇을 탕탕 내려놓으며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왕게임 하자.!!" "뭐야 그거..싫어 안해 맨날 나만 걸린단 말야" 여우상이였다. 안주를 씹으며..흥미없다는듯 고개를 돌리는 여우상. "아 왜 애들 이렇게 많은데 걸릴 확률 없지.자.시작한다.!" 여우상을 제외한 아이들 모두는..흥미로워하는 눈치. 난 정신못차리는 승현이때문에 난감해하는중이고.. 담배 열개피를 꺼내들고..한개피에다가는 왕이라는 글자를 써넣는 승현이 친구. 그리고 나머지 아홉가치에는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각각 새겨넣었다. ... 그아이의 손에 의해 담배가 골고루 섞이고... 아홉명 모두가 그아이의 손에서 한개씩을 꺼내들었다. "왕 뽑은 사람이 시키는거 무조건 다하기.!! 테이블위에서 춤추라그래두 하는거다.응?!" ".....아씨.짜증나.나 걸릴꺼 같은데.." 투덜대는 여우상..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펴보았고.. 꾸겨진 담배에 적혀진 숫자는 '1' 이였다. ...예감이..별론데. 어깨에 기대어있는 승현이것을 슬쩍 훔쳐보니.. 숫자 3이 적혀있다. 관심없다는듯.휙 담배를 등뒤로 내던지는 승현이. 은밀한 긴장감속에..말없이 웃고있던 예쁜이가 손에들고있던 담배를 처억 내밀어보였다. "내가 왕이다.!! 시키는거 다하는거지?! 1번뽑은 사람하구 6번뽑은사람 키스해. 뽀뽀 말고 키스.여자끼리라도 상관없어^-^" 안돼....... 부들부들 떨리는 나의 손가락. 그리고..덩달아 부들부들 떨리는 맞은편 놈의 입술. 맨 구석자리에 앉아있는 빠마머리의 남자아이다. 승현이 친구들중 가장 말이 없는 아이였다. 내 더러운 예감엔 쟤가 6번인갑다 ㅠ0ㅠ "누가 일번이야?" "나......" 나는 꾸겨진 담배를 힘없이 테이블위에 내려놓았고.. 이에 흠칫 놀라는 예쁜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다시 질문을 한다. "그럼..누가 6번인..데..?" 아무래도.승현이가 6번을 뽑았을까 내심 두려운듯. 나도 두렵다 ㅠ0ㅠ 차라리 여자여라 제발 여자!!여자!!여자!! "나..." 예.감.적.중. 쿠궁 ㅠ_ㅠ 빠마머리 남자아이가.기분더럽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담배를 테이블위에 던졌고.. 나도 울고싶단 말이야 !! 그렇게 싫은 내색을 하다니.. 으어어..ㅠ_ㅠ.. "꺄꺄꺄꺄>_ 키스키스!!" 지나칠만큼 기뻐하는 예쁜이. 게다가 이강순인가 뭔가는 또 뭐냐..-_-^.. 잠깐 이게 문제가 아냐!!ㅠ0ㅠ 신이나서 박수까지 쳐가며 "키스해!!키스해!!키스해!!키스해!!" 를 외치는 아이들. 호프안 모든사람들의 시선이 이리로 집중되는 순간. 순간. 나 혼자 다른나라에 온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없이 맥주를 들이키는 승현이마저도.지금의 내겐 너무나 낯설다. 이걸 은형이가 알게된다면.. 알게 된다면.. 신기하게도 지금 내 머리를 가득메운건 화가난 은형이의 얼굴. "알았어 해 해.박수그만쳐.쪽팔려.." 하다니!!뭘!!뭘말이냐!! 귀찮은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빠마머리.. 말없이 내 오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똥씹은 얼굴로..내 턱을 손으로 터억 잡는다. 마치 닭모가지 치기전에 움켜잡듯이.. "우우우우!!!20초!!20초!!20초!!!" 20초를 외치는 무서운 아이들. 나는 경련이 이는 손으로 빠마머리의 손을 뿌리쳤고.. "분위기깨지마.나도 여자친구 있어.게임할땐 하는거야. 이런거 한번두 안해봤냐..?" "잠깐만 너랑 나 처음보잖아!!" "하..참..우리 다 이러구 놀아.승현이두 맨날 이놀이 하구 놀았다 알았냐?" 말을 마치고.10센치 앞으로 성큼 얼굴을 내미는 빠마머리. 믿을수없어..나의 천사가..나의 천사가.. 그런아이였단말이냐... 빠마머리가 다가오든말든 멍한 충격에 빠져버린 이강순. 그리고..거칠한 입술느낌이 피부로 와닿았을때.. "흑기사등장." 조금은 화난듯한 승현이의 목소리.. 순식간에..내 의자를 자신의 쪽으로 돌려놓고.. 허공에 입술질을 하는 빠마머리를 1초가량 바라본다. 그리고.. 부드럽게.내 머리를 끌어당기는 승현이. 잠시후. 처음접하는 공포에 차갑게 식어버린 내 입술이.. 따뜻한 천사의 입술과 만나버렸다. 은형이랑은.완전 달라... 테이블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꺅꺅 소리를 지르며 저마다 난리를 쳐댔지만.. 승현이의 하얀손은.정확히 20초란 시간이 지날때까지. 날 놓아주지 않았다. 승현이의 쌍커플진 예쁜눈은 감겨있었고.. 나의 놀란눈은 번쩍 떠져있고.. ... "우우우우!!!!!" 환호성을 질러대며 핸드폰 카메라로 날 찍어대는 여우상의 남자친구. 밖으로 나가버린 예쁜이. 난.내 남자친구에게.. 돌이킬수 없는 큰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19] .. "승현아..지금 우리..." 멍해있는 나와.. 각자 다른목소리로 야유를 보내오는 승현이 친구들. 정작 본인인 그는 아무렇지 않은얼굴로. 바베큐치킨을 하나 찝어서 내 입에 갖다댄다. "닭먹어." "닭이..문제가아니라.." "먹어" "나 닭못먹어..그리구....그러니까.지금 우리.." 말을 더듬어버렸다..ㅠ_ㅠ 이 많은 아이들이 있는앞에서. 난 새빨개진 얼굴을 숨기기위해 무릎위에 머리를 묻어버렸고.. 비아냥섞인 목소리 하나가 귀를 콕콕 쑤셔왔다. "첨해본것도 아니고 되게 오버하네 진짜..그리구 박승현. 사귀는사이도 아니면서..너무 찐하게 한거 아니야?" 볼것도 없이 여우상의 목소리였다. "여자친구 될껀데.그래서 앞으로 이것보다 훨씬 더 찐하게 할껀데. 근데 뭐..불만이야..?" "아니..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앞으로 시비걸지마.담번부턴 그냥 안넘어가^-^" "...." "강순아.고개들어..!!니가 이러면 내가 무안하잖어.." 보채듯이 내 어깨를 흔드는 승현이. 나는 뜨거운 볼을 양손으로 감싸쥐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이에 활짝 웃으며 담배를 꺼내무는 승현이... 썰렁해진 분위기에..제각기 눈앞의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아이들. 빠마머리는 이미 지자리로 돌아간지 오래고.-_- 지금은 집에 가려는듯 가방을 챙기고있다. ... "후우.담배맛 조오타!" "담배 많이..피지마..아까부터 계속 핀다.." "담배땜에 우리 뽀뽀했잖아.그러니까 앞으로 훨씬 더 이뻐해야지. ...으아..취한다 취해.." 발그스름한 얼굴을 한손으로 마구 비비적대는 승현이.. 나는 그의 눈을 피해 ..아주 은밀스러운 동작으로..-_- 내가 뽑았던 담배 1.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평생 간직해야지. 이거때문에 승현이랑..승현이랑..ㅠ_ㅠ.. 사실은 아까부터 탈춤추고 싶은 욕망을 꾹꾹 억제하고 있는중..- _ - ..... ......... 은형아.미안. 정말 정말 미안해.. 이말밖엔 할수가 없다..더이상은..너와 나사이에 떠오르는 단어가 남아있질않아.. 네시간뒤. 닉스앞. 이쁜이와 빠마머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멤버들은 이앞에서 비틀대며 술주정을 하고있다.. "야..이거 고속도로 타다 걸리면 왠 대박이냐.. 무면허에..음주운전에.." "괜찮아.괜찮아..!!나 멀쩡하다구.." 눈앞에 서있는 두대의 자동차. 앞의것은 까만색.뒤에있는건 회색. 나와 승현일 제외한 6명의 아이들은 각각 두대의 차에 나누어탔고.. 한마디 인사도 없이. 그렇게 부릉부릉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_- "승현아..니 친구들..다화난거같애..어떡해..괜히 나땜에.." "어!!!!!달이 없어졌다!!!!!!' "응-_-..?달이 없어지다니.." "달이 없어!!달.!!" 보름달이 두둥 뜬 까만 밤하늘에 손가락질을 하며.. 심각한듯 이맛살을 찌푸리는 승현이..-_-.. 어느덧 12시 10분이 넘어버렸다.. 이런..어떡하지..난리나버렸네 정말.. "승현아..콜택시 부를까.?집주소 말해봐..생각나..?" "꺄아.달 여깄네?!" "-_-.." 내 얼굴을 가르키며...좋아라 웃어대는 승현이. 그래..나쁜말은 아닐꺼야..달이래잖아..달.. 목성도 아니고..토성도 아니고..달이래..달.. 달..ㅠ_ㅠ..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게앞의 공중전화에 다가섰고.. 떨리는 손으로 콜택시 번호를 눌렀다. "네.여보세요.?여기 호프 닉스 앞인데요.. 동아문고 맞은편이에요..네..빨리와주세요.." 딸칵.수화기를 내려놓고.. 어느새 신호등 앞에 앉아버린 승현이에게 재빨리 달려갔다. "승현아.이런데 앉아있음 안돼지..얼른 일어나..얼른.." "보름달이 말을한다!!!!!!!!" "난..달이 아니야..강순이잖아.." "응응 강순이.." "그래 강순이..일어나서..택시 기다리자..주소 어디야..?" "우리집!!정혜미 외과!!" "거기 말구.너 사는집..^-^" "한진빌라^ㅇ^" "그래.착하다..^ㅇ^.." "너도 착하다..^ㅇ^" 완전히 취해버린듯..ㅠ_ㅠ.. 비틀대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승현이.. 잠시후..까만색의 콜택시가 등뒤에서 클락션을 울리고. 나는 기사아저씨와 힘을합쳐. 달달 을 외쳐대는 승현일 뒷좌석에 힘겹게 옮길수있었다. "아저씨.한진빌라로 가주세요.." "아니 왠 학생이 이렇게 술을 먹었어.." "죄송합니다..ㅠ_ㅠ..여기 돈있구요..잘부탁드릴께요" "그럽시다.." 돈을 건네받고.운전석에 올라타는 아저씨.. 택시가 출발한뒤.. 나는 땀으로 흠뻑젖은 옷을 보며..ㅠ_ㅠ.. 다음택시가 올때까지 20분가량을 더 기다려야했다. ..... ......... 아직도 입술을 함부로 만질수가 없다.. 이상하다...느닷없는 키스.. 이런거..나와는 정말 거리가 먼일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만큼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자꾸만..웃음이 터져나온다. 나 아무래도 바보가..되어버린거 같다. 집앞. 왜이렇게 택시가 씽씽달려온거야 ㅠ_ㅠ 너무 빨리 도착해버렸다..엉엉..ㅠ_ㅠ 에라 모르겠다. 나는 굳게 잠겨있는 내 창문을 보고..힘없이..현관문앞에 다가섰다. .. 그래..한번죽지 두번죽냐.. 이정도 위험은 감수한거잖아..사랑이 있다면.이깟 몸뚱이쯤이야. 에잇..ㅠ0ㅠ 벌컥.!!!!! 현관문이 열림과 동시에.. 신발을 구겨신는 언니와..신발장에서 제대로 마주쳐버렸다. "언니..." "너..이...이.." "미안해..변명은 않을께..은형이는 어딨어..ㅠ_ㅠ.." "너 기달리다가 10분전에 집에갔어!!!!!! 창문넘어서 뭔짓을 하구온거야!!!!" "묻지마..날 죽인대도 대답못해..ㅠ_ㅠ.." "이 살쾡이 같은걸 그냥!!!!!!" 기왓장격파로 굳게 단련된 언니의 주먹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와버리고.. "악>_<아빠한테 칫솔 말한다!" 나의 고함소리와 동시에 재빨리 눈앞에서 거두어지는 언니의 주먹-_- "내가 설마 널 진짜 때리겠니.?우린 피를 나눈 자매잖아... 그리구 언닌 지금 당장 여우 한마리 죽여야되니까.. 남은건 내일 얘기해!!은형이한테 바로 전화하고!!!!" "..응..." "아참.은형이 지갑 두고갔어.그러지말구 니가 낼 집으로 갔다줘. 언니 늦어도 걱정말구.." "응..근데 여우가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김시연 그년이지!!!!!" .. 김시연. 언니와 가장 절친했던 친구. 덧붙이자면.언니의 남자친구를 빼앗아간.. 무슨 사정인진 알수없지만.. 복수의 표적을 옛남자친구에서 친구로 바꾼 나의 용맹스러운 언니는. 그렇게 씩씩대며 집을 나가버리고.. 난 비틀대며 내 방으로 무사히 돌아올수 있었다.. 화장대 위에 놓인 은형이의 까만지갑. 이불을 덮고..잠자리에 들기직전.. 호기심에..지갑을 살짝 열어보았다. 열자마자 보이는건.. 작년여름..바다놀러갔을때 함께 찍은 사진.. 갈색머리를 한 은형이가 활짝 웃고있고.. 그옆엔..찌푸린 얼굴의 내가있다. 이때 은형이가 바닷물에 빠트려서..나 잔뜩 삐져있었어. 그래서 이렇게 우거지상 하구있었지.. 하..맞어..이날 돈아낀다고 바닷가에 있는 조개 주워먹다가.. 둘다 체하고 난리났었는데..^-^ 쓴웃음을 지으며..지갑을 닫으려고 할때.. 우연히 눈에 띈..사진밑의 작은 글씨. 나 이길수있어.사랑한다.이강순. 이겨?이긴다니.뭘..? 설마..승현일말하는건가..? 5분가량 물끄러미 글자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날 오후 2시. "이강순.좀 일어나봐라.!!" "응..=_=.." "니 언니 왜저래.왜 꺽꺽 울구있어.쟤 어디서 또 사기당하구왔냐?!" "울다니..?!" 눈을 번쩍떴을때. 마악 외갓집에서 돌아온듯.한손엔 가방을 들고 나를 다그치는 아빠.. "무슨소리야.아빠..언니 울어?" "그래.정신나간 목소리로 흐허허 흐느낀다.니네 어제 소주먹었냐? 왠 소주병이 싱크대에서 뒹굴어?" "응.언니 울게 냅둬 아빠..난 알꺼같어.." "뭘!!" "언닌.복수하려구했지만..오히려 더 서글퍼져버린 거야.왜냐면..아직도 언닌 두사람 다 사랑하고 있거든." "뭔소릴 하는거야 ?! 복수는 또 다 뭐냐?!저거 또 무슨 저지레 할려 그러는거 아냐?!얼른 제대루 말해봐!!" "아우 아냐 아빠.나 은형이 지갑갔다주구 와야돼. 언니 그냥 편하게 내버려두세요..참.칫솔 바꿔 아빠" "칫솔을 왜 바꿔.?!" "그런게 있답니다.금방 갔다올께요.!!" "야..!!이강순!!" 오우>_< 옷깃을 잡으려는 아빠의 손길을 가까스로 피하고. 재빨리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했다. 후다닥. 츄리닝 바지에 면티차림으로. 은형이의 집을 찾기위해 비탈길을 내렸다. 아직도 자고있겠지..? 휴..도둑이 제발저린다고..나 막 말더듬는거 아냐..ㅠㅠ..? 10분만에 나타난 버스를 타고. 은형이네 집으로 이동중. 그리고 잠시후. 나 이강순은.. 은형이네 집앞에 오도커니 멈추어서서. 괴기스러운 담벼락을 바라보는 중이다. -_-. 하얀 담벼락에 잔뜩 그려진 손톱크기의 동그라미. 뭐야..800개도 넘겠네.. 지난번에 왔을땐 왜 못본것같은데. 꼬맹이들이 낙서한건가..? 암만봐도 특이한 낙서야.. 어쨋든간에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벨을 꾸욱 눌렀고.. 고장난 놈네집 벨은..10번을 눌러도 울릴생각을 하지 않았다 -_-^ 이익.!!! "야!!권은형!!" 쿵쿵!! "은형아!!" 쿵쿵!! "안에있어?!...그냥 들어간다?!아직도 자는거지? 진짜 들어간다..?" 끼이익..무대포정신으로.현관문을 열고서.. 언제나 어수선한 은형이네 집안으로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았다. 고요하기만 한 거실. 정말 없는건가..집비우고 어디간거야.? 식탁에 지갑을 내려놓고.신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할때. 저쪽.은형이 방안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웃음소리. -_- 나는 조심조심 소리가 나는쪽을 향해 다가갔고.. 이윽고. 살짝 벌어진 방문 틈새를 통해.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할수 있었다. "바보야?!꺄하하.너두 참 어지간하다.공부좀해!!" "야.근데 밖에서 무슨소리안나냐?" "아니?.무슨소리;;은형아.우리 거실로 나가자.나 비디오볼래" "너 혼자 나가서 봐.나 더 잘꺼야" "알았어.깨면 나와.." "오냐" .. .... ..... 이윽고.방문이 삐그덕 열리면.. 놀란얼굴의 보람이와.굳은얼굴의 강순이가 ... 정면으로 마주쳐버렸다. [20] .. 뭐니.이거.. 왜.보람이가.은형이 방에서. 멍해있는 나에게.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보람이. "안녕!!" "어..어.." "은형이가 술병났대서..집에 아무도 없다길래.. 꺅.오해하지마 정말.>_<" "..응..아니야.." 오히려 나보다 더 당황해보이는 보람이. 그리고..보람이 어깨너머로 보이는 침대위의 권은형. 반쯤 몸을 일으키고.. 뻔뻔한 얼굴을 하고서 날 바라보고있다. "너 어제 뭐했어!!!" "뭐라구..?" "너 인젠 할짓이 없어서 창문을 막 타넘냐?!누구 만났냐구!!!" "승현이 만났어!!!왜!!!!" "뭐....?" "승현이 만났어..." "하.." 어처구니없다는듯..고개를 돌려 한숨을 쉬는 은형이. 당황한 얼굴의 보람인.나와 놈의 가운데를 떡하니 막아섰고. "싸움안돼!!싸우는거 무조건안돼!!" "비켜!!!!" 또다시 폭팔해버린 은형인 침대위의 베게를 옷장위로 과격히 집어던지고 미친듯이 길길히 날뛰고있다. ... "은형아!!진정해!!제발.강순아 너 어디좀피해있어>_<" "아니야.안피해..!!나 오늘 할말 다할꺼야 권은형!!" "뭐라고!?????!?뭐라고!!!!!!!!" "너!!중3때!나 두고 미팅나갔었지! 그때 나 용서했어!기억나!?" "그새끼 그거 생명선을 확 끊어버리든지 해야지!!!!!!!" 내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듯.. 자리에 서서 씩씩대고있는 은형이. 하얗게 질린 보람이는 나를 막아서며 오마이갓을 외쳐댔고.. "고1때는.여름에 해운대 놀러가서 헌팅 다섯개나 해오고.!! 여자선배들하고 산이나 놀러다니고!지금은 보람이랑 같이 집에서 놀구있어!!!나는!!!나는 남자랑 말만해도 막 죽일것처럼 화내구!!!!내가 무슨 오뚜기야!!" "그거랑 이거랑 똑같애?!?!내가 걔네들 여자로 대했어?! 보람이 여자로 대해?!?" "그럼 나도 똑같은거네!!나 승현이 남자로 안대해!! 됐어?!인제 못만나게 할 이유없네?!그치?!쌤쌤이네!!!!" 내가 봐도 엄청시리 찔리는 대사였다.- _- 어쨋든.나의 마지막 반격에 할말을 잃은듯..은형인 침대위에 털썩 주저앉 아버리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던 보람이가.. 조용히 나의 두손을 잡는다. "강순아.제발.싸우지마.은형이 그런거 아냐. 은형이 말대로 우리 정말 친구야.오해하지마.." "그건..아는데..아니.보람아.너한테 화내는거 아니야.." "최보람.거실에 나가있어." 나즈막한 목소리로.고개도 안든채 중얼거리는 은형이. 안돼.가지마.가지마 보람아.. 나 사실은 무서워. 이것바 두손이 이렇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잖아..ㅠ_ㅠ. 나의 애타는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방을 나가버리는 보람이. 헉. 이런. 이 좁은 방안엔.폭팔직전의 맹수한마리와 목청만 큰 쥐새끼 한마리뿐 ㅠ_ㅠ 나는 심한 공포감에 어깨를 사그렸고. "옆에 앉어" "왜.." "앉어...." "왜.때릴라고 그러냐?!" 당당한척 물었지만.누가봐도 딱티나게 버들버들 떨고말았다. "뭐?!?!" "아니.물론 그건 아니겠지.좋아.!" 나는 못이기는척.매우 당당한 표정으로 놈의 옆에 털푸덕 주저앉았고.. 증오심에 불타는 눈으로.나를 빤드러지게 바라보는 은형이. "박승현 친구라고 니입으로 그랬어" "그래..!!" "알았어.그말 후회하지마" "왠 후회!" "밥은 먹었어?" "뭐?" "너 뻔해.옷 이런거 입고 온거보니까.일어나자마자 뛰온거아니야 밥도 굶었을꺼 아니냐!!맞어 아니야!" "맞어...." "기다려.판타스틱 핫케익 해주께" 세상에.아무리 다혈질이라 해도. 열받은지 10분도 안되어 밥을 외치며 저렇게 온순하게 변해버리다니. 정말이지.알면알수록 무서운 남자야. 잠시후-_- 왜 내가 이런곳에 앉아서 요리를 기다려야하는거지. 나와 보람이는.나란히 거실식탁에 마주앉아있고. 은형이는.콧노래를 부르며 부엌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있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지지직 소리. 환히 불이 켜져있는 거실. "킥.정말 웃긴다니까.은형이..세상 참 편하게 살어. 화낸지 몇분두 안되서.저렇게 요리나 만들구있구.^-^" "응.엄청나.넌..은형이랑..고1때부터 친해진거야.?" "응^-^" 밝게 대답하며.식탁위의 컵을 만지작대는 보람이. 이내.꿈꾸는듯한 눈을 하고서.말을 잇기 시작했다. "고1때.은형이.엄청났었거든..말도 없고..그냥 무조건 싸우기만했어. 반항심이 굉장히 투철했지.선배고 뭐고..뒤집어없으면 장땡." "에..?은형이가..?언제.?" "고1때 첨 들어오고.7월달까진가 그랬어. 그리고.친구들 생기고.그때부터 달라지더라..^-^" "말도 안돼..그때도 내 앞에선..지금이랑 똑같앴는데.. 웃고..푼수떨고.." "에?정말?학교에선 장난 아니였는데.." 정말 의외라는듯.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보람이. 그때.우리의 눈앞에 놓여진 접시위의 핫케익-_- 나는 미심쩍은 얼굴로 앞치마의 남자를 올려다보았고. "먹고 맛있다고 미치지마.그럼 내가 곤란하니까" "행여나!너 여기다가 뭐 탄거 아니야?!" "사랑을 탔어" "-_-..." 나는 어쩐지 깨름직한 모양의 케익을 한조각 잘라내어 입안 가득 베어물었다. 보람이와 동시에말이다. 그리고.. 똑같은맛임에 불구.우리 둘은 전혀 말을 외쳐댔다. "으악 토나온다!!!!" "진짜 맛있어!!!!" 첫번째가 나의 대사.두번째가 보람이 대사-_- 전혀 다른 우리의 반응에.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은형이. 맛있다고 보람아 ㅠ0ㅠ?! 아무리 니가 친구라지만.사실은 정확히 집어줘야하는거야!! 경악스럽게도.그 짜고 짠 핫케익 너무나 맛있게 베어먹는 보람이.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고.. 부엌에서 재료를 치우던 은형이가.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야!!!!나 설탕대신 소금넜어!!!하하" 그랬다.무식한놈이 집어넣은건.설탕이 아닌 소금이였고. 그럼에도 불구.보람이는.쓴표정 하나없이.. 그 토할것 같은 핫케익을..부스러기 하나없이 모조리 먹어치웠다. 대체..저아이는... 정말 맛있는건 분명 아닐꺼고..은형이가 속상해할까봐. .우엑.설마.ㅠ_ㅠ 잠깐만.지금 내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지. 난 어서 집에가서 언니를 위로해야해. "나 집에 가봐야돼!!" 커다란 나의 목소리에. 식탁에 앉아있던 보람이와.앞치마를 벗고있던 은형이가. 동시에 뚫어져라 내 얼굴을 바라본다.-_-^ "왜 그런눈으루 봐.-_-. 정말 나 가야돼.지갑만 주려고 온거였어.담에 또 보자.보람아. 권은형 이따 전화할께." 인사를 마치고.신발장으로 향하는데. 은형이놈이.정류장까지 바래다준다고 나선다. 별 생각없이 함께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은형아!!잠깐만.나 혼자있기 무서워!!" 보람이였다. 바로 눈앞에서.애원섞인 목소리로 은형이를 붙잡는 보람이. 그리고..어처구니 없다는듯 보람이를 내려다보는 은형이. "이 아줌마가 뭐하는짓이야 ." "너희집.혼자있기엔 무섭다니까..." "그래서.나 가지말라고?" "..그래.." "얘가 징그럽게 왜이래!!있어.바래다주고 올께" "가지마.." 순간.보람이의 눈에서.묘한 감정을 읽었다. "그래.은형아.보람이랑 있어..정류장 가깝잖어." "아 그래도 데려다 줄꺼야." "아냐.둘이 놀아.나 먼저갈께..있어!!" "야!!!!잠깐만!!" 이미 보람이에게 옷깃을 붙들려버린 은형일 버려두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와버렸다. 그리고.동그라미가 가득 채워진 담벼락을 지나쳐.. 정류장을 향해 전력질주를 했다. 한사람은 우정인데. 한사람은 사랑이다.. 게다가 그 한사람의 사랑은 짜고짠 핫케익을 모조리 먹어치울만큼 절대적이다. 보람이라면.. 어쩌면..보람이라면.. [21] 다음날 아침. 집을 나서기전에. 어젯밤에 주머니에 챙겨두었던 담배를 교복마이 속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행여 엄마가 빨래한다고 뒤집다가 발견하면 큰일이니. 휴.어젠 울고있는 언닐 위로하느라 정말 밤새도록 제정신이 아니였어ㅠ_ㅠ. 게다가 말은 한마디도 안하고 미친듯이 울기만하니. ...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지. 은형이.보람이.승현이.언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쾅 터져버릴것 같다.크아아.ㅠ_ㅠ 그리하여 그날은. 평소보다 훨씬 무거운 발걸음으로.교실에 들어섰다 "야.이강순" 자리에 앉자마자.역시나 호들갑을 떨어대는 화진이. "응?" "너 승현이랑 무슨일있었어?" "왜?!" "걔 아까 니 짝꿍하구 짝 바꿨어" "뭐!!" "니 짝한데.." "악!!나.어떡해..화진아..있잖어.사실은 어젯밤에." "니 뒤에...뒤에.." "..응..?" 화진이의 나즈막한 목소리. 깨름직한 예감에.재빨리 고개를 돌렸고. 과연. 화진이를 향해.까딱까딱.일어나라는 손짓을 해보이는 나의 천사!!!!!! 헉.어떻게..너무 노골적이잖아-0-!! "이따가 쉬는시간에 얘기하자...." 당황한 목소리의 화진이가.자리를 내주었고. 나는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적잖이 당황을 하며 고개를 마구 두리번대기 시작했다. "어제 잘들어갔어?" "어어?!응!!!" 가방을 책상위에 내려놓으며.내 옆에 털썩 앉아버린 승현이. 안돼 ㅠ_ㅠ. 나 아직은 창피하단말야. "어제 나 무슨 실수 안했지?" "응..-_-.." 보름달.보름달.ㅠ_ㅠ "다행이다!나 그거 걱정되서 아침밥두 못먹었어!! 그러니까 이따가 나랑 점심 같이먹어" "그래!!" 여기저기서 수근대기 시작하는 아이들. 가만히 엎드려 피식피식 웃는 승현이.. 이제.돌이킬수 없다. 정말이다.정말 택해야해.선택은 내가 하는거야. 은형이 아니면 승현이. 확실히.해야돼. 어물쩡 넘어가기엔.너무 멀리 와버렸어. 그때. 교실문이 드르륵 열리고.담임선생님이 조회를 하기위해 저벅저벅 교탁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손가락으로 승현이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고.. 기지개를 펴며 몸을 일으키는 나의 천사.ㅠ_ㅠ .... "이거 뭐야!!!!!" ....??? 바닥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난데없이 호통을 치는 선생님. 그리고.선생님의 손에 들린 담배. 숫자 1이 써져있는..맙소사!! 나는 황급히 내 마이 속주머니를 뒤져보았고. 없다!!!없어!!! 떨어트린거야!!!!!ㅠ0ㅠ 캬악-0- 그럼 저게 내꺼란 말이야?! "이거 누구꺼냐고!!!대답 빨리 못해?!!!!!! 소지품 검사해야겠어?!?!" 점점 커져가는 선생님의 목소리.. 쥐죽은듯 고요해져버린 교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었다.. "빨리 안일어나?!안되겠다.전부 일어나!!!!!" 또다.전체기합이야.. 짜증섞인 얼굴로..웅성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 나때문에..ㅠ_ㅠ.. 오늘 두다리 동강나게 생겼구나. 자수하여 광명찾자... 나는 힘이 잔뜩 들어간 왼손을 위로 번쩍 치켜들었고. 동시에.누군가의 손에 의하여 바로 차렷자세가 되었다. "그거 제껀데요" "승현아!!!" "그거 제가 떨어트린건데요 선생님" 승현이의 한마디에.아이들의 웅성거림은 커져만가고.. 분노로 파르르 떨고있는 담임이. "따라나와" 라는 한마디로 모든상황을 일축해버렸다. 드르륵.교실문을 열고.. 빠른걸음으로 복도를 향하는 담임.. 그리고..부시시한 머리를 매만지더니..나를 향해 씨익 웃어보이는 승현이. "여기 있어.내가 갈꺼야.." 단호한 목소리로.승현이의 손을 끌어잡았다. "싫어.내가 갈꺼야" "왜그래..너 이러면 내 맘 편할꺼 같어..?" "손 놔 손..!" "못놔!!아니 안놔.이런건 싫어.." "흑기사 하기로 했잖어^-^" 멍해있는 내 손을 억지로 뿌리치고.. 빠른속도로 교실을 뛰쳐나가는 승현이. 안돼..ㅠ_ㅠ.. 활짝 열린 교실문을 보며..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어느덧 주위에 모여든 아이들이 호기심어린 얼굴을 코앞으로 갖다대버린다-_- 킁킁.킁킁.ㅡ.,ㅡ "야.너 승현이랑 뭐 있어?응?" "승현이랑 사귀는거야?종운고에 걔는 인제 쫑난거?" "담배 니꺼였지?응?응?승현이 어떡해?담임이 학생과에 넘길텐데.. 근데 둘이 언제부터 그런사이였어?" 쉴틈도 주지않고.다다다닥 질문을 쏘아대는 아이들.ㅠ_ㅠ 그중엔 빼꼼히 솟아난 화진이의 머리통도 보인다. "니 흑기사 어뜩하니.근데 쟤네집 잘산대.꼭잡어." "아아아아!!!!!!!제바알 그만좀해!!!!!!!!" "-0-...어머.우리한테 승질 내는것좀 봐." 우루루 몰린 아이들을 간신히 밀쳐대고. 학생과를 향해 숨을 헐떡이며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저쪽 끝 복도를 향해서.. 그리하여.6교시가 끝나고. 종례가 끝난 지금. 학생과 앞에서 승현이 가방을 든채 기다리는중. 빽빽대는 화진이를 간신히 집에 보내놓고 말이다.ㅠ_ㅠ 조심스레 문틈에 귀를 가져댔지만..아무소리도 들리질 않는다. 초조함에 모두 물어뜯겨버린 열개의 손가락.. 나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부처님조각상에 열심히 소원을 빌어댔다. "승현이 상처하나 없이 나오게 해주세요. 승현이 별탈없이 나오게 해주세요. 승현이 웃으면서 나올수 있게.." "마지막 말은 지킬수있다.이것봐.^------^" ... "꺄악!!!!" 학생과 문이 열리고... 버거운듯 다리 한쪽을 끌며..퉁퉁 부운얼굴로 등장한 승현이. 내 손에 들린 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더니.. "비명지르는거봐!!나 못생겼지ㅠ_ㅠ" "얼마나 맞은거야" "으으.안돼 괴물일꺼야 싫어..ㅠ_ㅠ" "어디 보자니까.!!얼굴도 맞았어?주먹으로?!" "안돼 저리가.." 한손으로 얼굴을 몽땅 감싸쥐고는.. 종종걸음으로 나를 피해 계단을 내리는 승현이. 나는 필사적으로 그의 뒤에 대롱대롱 매달려버리고..-_- "보자니까?!응?!" "비명소리에 충격먹었어." "아니야.그게 아니야.다리도 맞았어.?지금껏 맞았어..?" "응.원랜.안때리구 반성문만 쓰랬는데.." "그랬는데..!!!!!" "이거 받아오느라고..몸좀 바쳤어." 얼굴을 돌린채.. 내 손을 턱잡고는.담배1을 조심히 쥐어주는 승현이. 그 자리에 오도커니 서버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중앙현관으로 천천히 멀어져간다. "같이가 승현아!!!!!!!" 붉어지는 눈시울을 재빨리 훔쳐내고. 담배1을 조심히 주머니에 넣은뒤..조금씩 작아지는 승현이의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섰다. 됐다..이제..다시.크게 보인다. 여기서.이자리에서 한발자국도 멀어지지마. 아니.너 가는만큼.나도 천천히 뒤따라갈테니까. 너무 멀리만 가지마....알았지..? "응.." "뭐가 응이야?!내 마음 읽었어..-!?" "가까이 붙지말라니까-0- 얼굴 이상하단말야!" 도망치는 승현이와.따라붙는 강순이.-_-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치닥거리며 비탈길을 내렸고.. 멀쩡히 잘 걷던 승현이가 나무에 붙은 매미를 잡아준다며 별안간 걸음을 멈추어버렸다. 발을 동동 구르는 나를 본척만척 하더니. 아주 능숙한 몸놀림으로 나무를 척척 오르는 천사. "악악!!너 다리도 다쳤으면서!!그리구 나 매미 안좋아해!!" "좋아하는거 다 알어.!!" "아니야.내가 언제 매미 좋아한다구 그랬니..ㅠ_ㅠ.." "그때 그랬어.너 전화오잖어.전화나 받어" 위태롭게 나뭇가지로 발을 옮기는 승현일 보며. 나는 삘리삘리 울려대는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승현이.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복잡한 아이였어..ㅠ_ㅠ.. 아무생각없이.번호 확인도 안하고 뚜껑을 열었는데. "니네 거기서 뭐하냐.." "..누구세요" "뒤돌아서!!" "권은형?" "뒤돌아서라니까" "..-_-..뒤에 너있냐?" "응" "정말 ㅠ0ㅠ...?" "응^ㅇ^" 이럴수가..툭.핸드폰은 이미 바닥에 떨구어져버리고.. 나는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빙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눈앞에서 싱글벙글 웃고있는 은형이와. 양옆에서 승현일 노려다보는 구구단들을 보았다.ㅠ_ㅠ "너네 여기 또 왜왔어!!!" "니 친구보러^ㅇ^" "내 친구라니.." "나무위에 승현이.!!승현아!!일루 내려와 우리랑 놀자!!" 이건 또 무슨꿍꿍이야.. 두손을 마구 휘저으며.나무위의 승현이에게 즐거웁게 고함을 내지르는 은형이. 동영이와 광민이도 덩달아 억지웃음을 짓고.. "귀염댕이!!얼른 내려와!!" 한손에 매미를 든 승현이가.무표정한 얼굴로 나무에서 내리면.. 나는 무조건적으로 은형이의 양쪽팔을 묶어잡았고.. "너 왜이래.!!미쳤어.학교까지 와서 뭘 어쩌겠다구!" "뭐가.너 승현이랑 친한 친구라며.그래서 같이 놀라구. 너도 보람이랑 친구먹었잖아.나도 귀염댕이랑 친구할꺼야." "뭐...-0-...?" 이 머리도 나쁜놈이 그런건 대체 왜 주워담고 있는거야ㅠ0ㅠ. 그런 소릴 해버리다니.나조차도 제정신은 아니였어. 그렇게 스스로를 마구 꾸짖고 있는데. 그새 승현이 옆에 다가서버린 김동영을 보았다.ㅠ_ㅠ "안녕.귀염댕이.나는 동영이고 얘는 광민이야. 그 매미아가씨는 이름이 뭐야?" "그런거 없고.내이름은 박승현이야.이상한말로 부르지마.." "알았어 귀염댕이 승현.>_<.자 우리 우정 만리장성을 쌓으러 가보자" -0-.. 아무거리낌없이 승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동영이. 더욱이 놀라운건. "그말 후회하지마^-^" 헤벌쭉 웃는 동영이에게.씽긋 웃으며 미소로 답하는 승현이. 저말.어제 은형이가 나한테 했던말과 같아.. "하하.좋아.그 미소는 내가 접수했다.가자.가자.!!" 원래 알던사이처럼.아무렇게나 뒤엉켜 비탈길을 내리는 세사람. 그리고 다섯발자국쯤 떨어져 뒤따라 걷고있는 나와 은형이. "권은형..무슨 생각으로 이래." "친구할라구.니 친구라매.나도 친구하게^-^" "그게 가능하다구 생각해?" "아니.불가능하다구 생각해.^-^" "..뭐..?" 대답대신 승현이의 뒷통수를 보며 연기뿜는 시늉을 하는 은형이. 그렇게 우리 모두는 알수없는 꿍꿍이를 하나씩 품고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렸다. 위험한 장난을 즐기기 위해.ㅠ_ㅠ [22] .. 남문사거리. 뭐가 그렇게 신나니 ㅠㅠ. 어깨동무를 하고서 똑같은 걸음으로 저벅저벅 앞서걷는 광민이랑 동영이. 그리고 그 뒤에 남은 우리세사람. 굉장히 어색스러운 이 분위기. 내 손은 은형이의 큰손에 억지로 붙들려있고.. 승현이는 말없이 매미를 만지작대며 나의 시선을 외면한다. 으으으 어떡하지 뭐 이런상황이 와버린거야 ㅠ0ㅠ "좋았어!!닭갈비!!" 그때였다. 지난번 함께 갔었던 그 음식점에서 멈춰서더니만. 손가락질을 처억하며 소리치는 동영이. 분명해.내가 못먹는거 뻔히 알고 입하나 덜으려는 수작이야.. 구겨져가는 나의 얼굴을 보며.은형이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찰나. "얘 닭못먹어.딴거먹어." 목소리의 주인공은..승현이. 모두의 시선은 그를 향해버리고.나는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여버린다. 그리고..그와함께 내 손을 더욱 꽈악 움켜잡는 은형이. "그래..강순이 닭못먹잖어 새꺄.." "아 맞다!!여자는 이래서 나빠..닭도 못먹다니..!!그럼 소뜯으러 갈래!?" 동영이의 불만섞인 말에.바로 구박을 줘버리는 광민이. "병신.너 1시간전에 크림빵 네개 쳐먹어놓고 왜 닭타령이야. 여기 배고픈 사람 너밖에 없어!!" "나 배고프면 울어버리는거 알면서...>_<" "김동영.우리 제발 나이값좀 하자..엉..?" "진짜 나는 배고프면 눈물 나온단 말이야 이새꺄!!!" "야.은형아 어디갈래.." 광민이의 질문에 턱끝으로 눈앞 3층짜리 건물을 가르키는 은형이. 그리하여..굉장히 언밸런스한 멤버들이 모여 이 좁은 밀실안에 둥그렇게 둘러앉아버렸다.-_- 노래방 ㅠ_ㅠ 시계방향으로 차례차례 . 동영이 광민이 승현이 은형이 나 ㅠ_ㅠ 무슨정신으로 이곳까지 함께온건지.. 말없이 노래방화면을 뚫어져라 보고있는 승현이. 자연스레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물려하고있다. "어.또펴.?!" 나 역시 자연스레 내뱉은 말.. 스스로도 놀래버리고.. "응..답답해." "...피지..말지..." "필꺼야^-^" .. ....동영이에게 불을 빌려 연기를 내뿜는 승현이.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천사를 바라보고.. "야.나도 하나 줘.." ..-_-..이건 또 무슨꿍꿍이야. 벌써 일년째 금연초를 물고있었으면서.뜬금없이 승현이에게 손을 처억 내미는 권은형. 곧 그의 손에 담배가 건네지면. 아주 빠른속도로 그것을 입에 물더니.-_- 20초간격의 부담스러운 거리로 다가와 내 얼굴을 무섭도록 노려보기 시작한다. "왜이래!!" "......나도 핀다..." "너 담배 끊었잖어." "근데 나도 핀다.." "그..그래..펴라...?" 나의 대답에..들고있던 담배를 노래방 구석으로 아주 세게 집어던지는 놈.. 그리고..씩씩대는 은형이옆에서..어느덧 노래 첫가사를 꺼내부르고 있는 승현이. 드라마에 나왔던..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해.?맞지!! 이거..내가..제일 좋아하는 노래야..>_< 옆에선..동영이가 흥분한듯이 함성을 질러대고.. "아우!!우리 나영이 누나 나온 드라마!!야 잘불러! 너 삑사리내면 확 쫓 아낸다!!" 피식 웃으며..마이크를 입가에 가져대는 승현이.. 나는 들고있던 리모컨을 손에 꾸욱 쥔채 멍하니 그를 응시했고.. 창가에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텅빈마음을 스쳐가는데... 차가와진 벽에 기대어 멀리 밝아오는 새벽하늘 바라보곤해 보고싶지만 가까이 갈 수 없어 이젠 그대 곁을 떠나가야해 ...... 피곤한듯..두 눈을 간간히 비벼가며..세상에 단 하나뿐인 멋진 목소리로..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의 천사. 당신이 못하는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ㅠ_ㅠ 1절이 끝나고.. 그제서야 음숭한 기운을 눈치챈 나는..아주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_-.. 역시나. "이야 이 노래방 마이크빨 존나 좋네!!" 금방이라도 터질것같은 얼굴을 하고서.버럭 고함을 쳐대는 권은형-_- 승현이의 손에서 마이크를 확 빼앗아들더니. 아주 과격한 동작으로 번호를 꾹꾹 눌러댄다. "아!!아!!!!!아!!!!!!!!" "권은형 오버하지말고 빨리 취소눌러.나 너 망가지는거 보기싫다.." "누가 망가지냐?!야.니네 다 귀틀어막어.강순이한테만 불러주는거야" "안그래도 지금 틀어막을라고" 재빨리 대답을 마친뒤.두 귀를 꾸욱 틀어막아버리는 광민이와 동영이-_- 그리고 간주를 무시한채 바로 시작되어버리는 내 남자친구의 노래. "아아_!!!행복했던 지난날 묻고!!!!나 이제 떠나가려해 웃는얼굴로 마지막 인사하는일!!!!세상 어떤일보다 눈물나고 힘든일되겠지만!!!!아아!!!!앞으로 남아!!!!" 아아아악!!!!! 나는 두손가락을 이용해 있는힘껏 귓구멍을 틀어막았고. 듣다못한 동영이가 아주 다급한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빨랑꺼!!광민아!!빨랑!나 지금 장난하는거아니다!!진심으로 빨랑꺼버 려!!!" "강순아 리모컨!!!" "아 여깄어 여기!!!!!" 3초간 아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광민이의 손에 의하여..무섭고도 끔찍한 은형이의 노래는 막을내렸다-_- 그리하여. 잔뜩 화가나 계속 노래를 부른다고 버팅기는 놈을 버려두고-_- 우리넷은 아주 바삐 그 저주받은 방을 나와버렸다.. 30분동안 놈은 나올생각을 않고.. 복도 쇼파위에 자리잡은 우리들-_- 알수없는 신경전을 벌이는 광민이와 승현이. 먹을것에 정신이 팔린 동영이는 아주 빠른속도로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30분후. 쾡한 표정의 은형이가 방에서 나오면-_- 우리 모두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흝어보다가.. 계산을 하기위해 카운터로 다가갔다.. .... "아..목아퍼..씨.." "니가 내 친구라는게 솔직히 쪽팔렸다.." "나 노래 못하냐???" "그럼 잘하냐!!-0-" "못한단말은 한번도 안들어봤다..!!" "닥쳐!!한번만 더 노래방 오자고 하면 그땐 너 뺀찌야!!!!" "왜 임마!!!" 끊임없이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 권은형와 김동영-_- 굳은표정의 광민인 일찌감치 계산을 마친뒤 노래방을 나가버리고.. 나는 아줌마가 건네준 녹음테이프를 챙겨넣고.. 승현이의 노래를 깊숙히 되새겨놓기 시작했다. 비록 한곡뿐이지만.이 테이프엔 승현이 목소리가 담겨있다. ㅠ_ㅠ 아아. 하지만 그 다음엔.. 아아..ㅠ_ㅠ^......끔찍스럽기도.. "솔직히..참기 힘들다." "응..?ㅇ_ㅇ?" "아냐..나 인제 갈래." "어딜가..승현아.." "그냥..보러온거야.너 얼만큼 좋아해주나.궁금해서.." "그래서....지금은..? "케이오!!" "응..?" 알수없는 말로.나의 눈을 뒤흔드는 승현이.. 케이오..누가..?누가..진거구..누가 이긴건데... 그게 무슨뜻이냐구 ㅠ_ㅠ!! 들고있던 매미를 나뭇가지에 붙이곤..한숨을 쉬는 나의 천사. 그리고..몇발자국 앞서서 동영이와 언성을 높이던 은형이가.. 나와 천사를 발견하곤-_- "니네 거기서 뭐해!!!!" "승현이 간대.." "그래!!잘가!!만나서 즐거웠다!!담에 또보지 말자!!" "나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구온다.." "야!!니가 여깄어 내가 데려다주고 오께!" "됐어..승현이랑 친하지도 않으면서..여깄어.." "내가 미쳤냐!!" 짜증난다는 표정으로.나와 승현이 가운데에 퍽 끼어버리는 권은형-_- 그리곤 아무렇지 않은듯 우리들의 어깨에 양손을 얹더니만. "야 구구단들아!!인터칸에서 기다리구 있어.강순이랑 금방갈께" "오지마 이 음치새끼야!!!!!" "구구단도 모르는게 날 막 무시하네!?!!" "넌 오사도 모르잖어 어디서 깝쭉이야!!!" "오사 이십 아니야!!!!!!!!!" "....어떻게..안거지.......누구야!!누구한테 배웠어!!!!" 아악 유치해!! 승현이의 저 한심한 표정좀 봐!!ㅠ0ㅠ 오늘만 해도 벌써 몇번씩이나 벌갛게 달아오르는 얼굴. 저멀리 광민이 손에 의하여 질질 끌려가는 동영이가 보이고 나의 천사는 말없이 은형이의 손을 쳐내더니. 정류장쪽으로 방향을 튼뒤에 빠르게 걷고있다.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급히 뒤에 따라붙으려는 찰나.. "이놈 이거 박승현 아니야..? 왠일루 남문까지 행차하셨나? 어이구 깡두 좋지.우리 애기 혼자나왔어?" ....뭐야..쟤네들.... 자주색 마이를 입은 남자놈들이..하나둘씩 몰려오더니.. 결국은 다섯이나 되는 숫자가 승현이를 에워싸버렸다. [23] 처음보는 교복.. 분명히 수원애들은 아냐... 그리고.아찔한 예감이 그대로 적중되는 순간. "너 딱 2년만이다 응?더 이뻐졌네 이새끼..? 수원와서는 따당하나봐..?왜 혼자 궁상을 떨구계시나.." 한물간 이대팔 가르마를 한놈이.. 껌을 짝짝 씹어대며 승현이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야..쟤네들 뭐냐...?" 영문을 모르는 은형이가 의아한 얼굴로 금연초를 씹어댄다.. "도와줘.." "뭐....?" "승현이 안맞게 도와달라구..." "쟤 맞어..?" "승현아!!!!!!!!!!!!!" 대답을 기다리는 은형일 뒤로하고. 위험한 이리때들속으로 전력질주>_< 험상궂은 얼굴로 승현이를 갈구어대던 놈들이..꼽다는 표정으로 나를 흝어보고.. 나는 당당함을 잃지않기위해 90도 시선을 그대로 유지했다. "야 뭐야 이 걸레같은건 어디서 굴러왔어.!!!!빨랑 안꺼져?" "승현아..괜찮어..?!" "얘네 찌끄래기니까 괜찮어.빨리 은형이한테 가..." "하.찌끄래기..?너 찌끄래기라 그랬냐 지금.?!" 흥분한듯한 이대팔.옆에있던 벼룩시장간판을 뽑아들더니. 허공에서 붕붕 뒤흔들고.. 꺄악>_< 난 무의식중에 온몸을 고슴도치마냥 둥그리 움츠려버렸다.. 그리고..그 앞을 막아서는 승현이.. "나 찾으러 수원바닥 긴대더니..다섯이 몰려왔어.?그새 깡이 배로 늘었 네?" "입 다물어 이 새꺄!!!!" 번뜩이는 두눈..입에는 거품이 물려있고. 무언가 아주 지독한 원한이 서려있는듯.. 들고있던 벼룩시장간판을 바닥에 거세게 집어던지는 이대팔. "따라와 너.여기서 긴말할거 없고..가서 얘기하자." "가긴 어딜가 새끼들아. 너 지금 우리 미화원 아저씨가 피땀흘려 세워놓은 벼룩시장 간판으로 뭐했냐..머리봐라 머리..좋다고 또 이대팔 탔다.." 언제부터 있었던건지..이대팔의 코앞에 나타나 버럭 고함을 치는 동영이. 말없이 내 뒤를 지키고 있던 은형이도..슬슬 그들 앞에 다가서고.. 놈들은 가소롭다는 얼굴로 코웃음을 치기시작했다. 족히 다섯놈 모두 185 는 훌쩍 넘을꺼야.. 두려운 생각에 이빨을 버들버들 떨고있을때.. 남문 사거리에서의 패싸움은. 아주 쉽게.그리고 눈깜짝할사이에 벌어지고야 말았다. "꺄아아악!!!!!!!!!" 길가던 아주머니의 찢어질듯한 고함으로 시작된.. 잔인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첫만남. 5:3이였다.. 동영이와 제일 인상 더러운놈 둘이서 아스팔트 바닥을 마구 뒹굴고있고.. 승현이는 엄청난 덩치를 거친동작으로 벽쪽에 몰아붙힌채 가차없이 밟아대고. 은형이는..남자친구 은형이는... 싸움에 한번 미치면 개가 된다는 그 전설을 그대로 보여주려는듯.. 들고있는 쇠판데기로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밑에 깔린건..제일 위풍당당해보였던 이대팔의 사나이. "꺄아악!!!권은형!!!그만해!!!!!!그만하라니까!!!!!!!!" "뭐..?하..다시말해봐..뭐라고..?걸레?!!!!!!!!!!!! 주둥이 확 그냥 벌려놀테니까 다시 말해봐!!!!!!!!" "은형아!!제발!!!!하지마!!!!! 너 지금 제정신아냐!!!!!!!" "목구멍막혔어!!!!!!!????말해보라고!!!!!!" 이미 입과 코부분이 완전 뭉그러져버린 이대팔.. 나는 걷잡을수 없는 두려움에 밀려 자리에 주저앉아버렸고.. 하나둘씩 모여든 사람들은. 말릴 기미조차 나타내지 않고..흥미롭다는듯 혀를차며 싸움을 관람중이였 다.. "하...이것들이 수원을 존나 우습게 봤나봐.. 꼴랑 다섯이서..하하..진짜 코막혀.." 숨찬듯..들고있던 벽돌을 바닥에 떨구고...웃음을 터트리는 동영이.. 상대놈 다섯은 이미 케이오된 상태로 널부러져있는 상태였고.. 승현이 역시..땀으로 흠뻑젖은 얼굴을 하고..동영일 향해 씨익 웃어보 인다. "너 니가 하는말이 웃기다구 생각하지.?^-^" "그럼!!안웃기냐..?!" "킥..아니..우리 좋은 친구 될수도 있었는데..아깝다..." "좋은 왠수 하면 되지 뭘..야..근데..권은형 저새끼 뭐야.. 야!!은형아!!!!!!!너 뭐하는짓이냐!!!!그만해!!!!!" 그제야 반쯤 미쳐있는 은형일 발견한 그들.. 나는 이미 눈물범벅된 얼굴을 전봇대에 문지르고 있는중이고.. 동영인..놀란 얼굴로 재빨리 은형의 양팔을 붙들었다. 그때까지도.. 이대팔의 배위에서..끔찍한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던 권은형. "야 애 죽어!!!!!!!!!!!그만해!!!!!" "하.......아..비켜..놔...손놔.." "너 진짜 뒷일은 생각안해!?이 병신놈아!!!!!그만하라고!!!!" "뒷일 뭐!!!!!!!넌 니 여자일에 뒷일생각하고 덤벼드냐!???????" "너 흥분했다고!!그만......." 호르르르!!!호르르르!!!!" .... ....... 끝이다.. 그리 멀지 않은곳에서 들려오는 경찰의 호각소리.. 그럼에도..주먹질을 멈추지 않는 은형이.. 자포자기한듯..자리에 벌렁 누워버리는 동영이.. 그 와중에도 승현이는 내 곁에 다가와주었고.. "너 이런 자리 있지마..빨리가.." "으어어...으어...내가..내가..싸우지 말라고..말라고.." "...빨리 가라구 바보야!!!" "으어...ㅠ0ㅠ....권은형..권은형..저 망할놈.. 나는 앉은자리에서 남자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껴댔고.. 곧이어..다른사람의 입에서 고함쳐지는 그 이름. "권은형 이새끼 또너냐?!일어나!오늘은 얄짤없어!!!! 김동영 너도 빨랑 안일어나!!어쭈..이건 또 뭐야..못보던놈인데... 야 이 새끼들아 느네 다 일어나!!!!!!!!!!!!!!" ... ...... 곧이어.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응급차가 도착하고...들것에 실려가 는 이대팔. 나머지 네놈들은 겁에 잔뜩 질린듯.. 경찰의 뒤에 바짝따라붙어 고자질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고개를 뻣뻣이 쳐든채 그 뒤를 따르는 승현이와 동영이.. 그리고..아직도 반쯤 미쳐있는 은형인. 경찰들 두명의 손에 의하여 끌려가는중이다. ... 적발되버린 어떠한 패싸움의 결과가 그렇듯.. 결국에 우리가 도착한곳은..근처에 위치한 악명높은 파출소였다. [24] 파출소. "이름뭐야.이름" "박승현" "이 새끼가 대답 길게 안해!?" 꺄악-0-!! 작은 승현이의 머리통을 투박스레 화악 갈겨버리는 경찰관. 은형이와 동영이는 저쪽에서 진술서를 쓰는중이고.. 나는 의자에 앉아 좀도둑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있다.. "집 어디야" "한진빌라.." "너..몇동..몇호야.." "..엄마 부르지마요.." "이 새끼가 근데..?!!" "엄마 부를바에 차라리 창살안에 들어갈래요.." "너..니네 아빠 이름 대봐" "왜요..." "니네 아빠 이름 박영군씨.그리구 판사 맞어 아니야.!!"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아냐!!니네 엄마 장안문 근처에서 외과하고.! 맞잖아!!" "...." 대답대신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승현이.. 볼옆에 사마귀가 난 경찰관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듯했다. "..아..여보세요..?김선생님.?예..여기 남문파출솝니다.예예. 환자들 돌보느라 수고많으시죠..?다름이 아니고..저 아드님이.." 가엾은 승현이..모든걸 포기한듯.. 입술을 꾸욱 물어버린다.. 그리고 잠시 시선을 옮겨보면... 구석에 앉아..다 부어터진 손으로 힘겹게 진술서를 쓰고있는 동영이.삐딱한 자세로 다리를 떨고있는 은형이. ...벌써 저 경찰관한테 머리 100대는 더 넘게 맞았을꺼야... "니네 담임 교장 다 호출했고. 니들 인제 끝이야 임마.내가 내년에 우리 딸애 니네학교로 입학시킬껀데.우리 딸년 위해서라도 니들 둘 꼭 퇴학시키고 만다" "따님이 섭섭해 하실겁니다.저같은 미소년 볼 기회를 잃다니.하하.이것 참.낭패에요" ..그와중에..펜을 귀에 꼽고서..-_- 능글맞게 농담을 건네는 동영이. 이제부터 난 저아이를 존경할참이다. 진심으로.. 따악!!!! 곧바로 들려오는 굉장히 아파보이는 꿀밤소리 ㅠ_ㅠ "니넨 진짜 콩밥을 먹어봐야돼 그래야 정신을 차려" "아참 김형사님.요새 콩값이 올랐다면서요.?" "..너..한마디만 더 하면 그땐 진짜 유치장으로 쳐넣어버린다.." "네엡!!" "...야..야..권은형..넌 빨랑 진술서 안써..? 글씨 몰라?!" 나는 숨죽이며 은형이놈을 응시했고.. 놈은..들고있던 펜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으며.. 그 무섭다는 불독경찰을 향해 큰소리를 뻥뻥 쳐대기 시작했다. "이거 잘못했을때 쓰는거잖아요!!" "그럼 니가 지금 잘했냐!!" "박경관님은.사모님이 눈앞에서 쌍욕 들어먹고 있으면. 그냥 보고 있어요!?!아 그래 좋다 계속해라 하고 웃어넘겨요?!" "뭐..뭐야..?사모님..?" "그리고 같은 수원시민끼리.저 외지에서 건너온 놈들 편을 드면 어쩌자는거에요!!이러면 딴지역에서 우리 고장을 뭘로 보겠냐구요!!" "이게 지금 나하구 농담따먹기 하자는거야 뭐야!?" 아악 더이상은 제발 좀 내버려두세요 ㅠ0ㅠ 안그래도 나쁜머리 다 터져버리겠어요!! 들고있던 까만 장부를 은형이의 머리위로 높히 쳐드는 불독경찰. 그때. ...경찰서 문이 아주 과격하게 열리고.. "승현아..!!!"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집중되고.덕분에 은형이는 엄청난 고통을 면할수있었다. 하얀가운차림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서 승현이에게 다가가는 아주머니. .. ...승현이는..떨고있다... ..보인다..저 가늘게 떨려오는 속눈썹... ... "아아.정말 뭐라고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할지..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소곳한 목소리로.파출소내의 모든사람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건네는 아주머니. "허이구.죄송은요.아닙니다.. 판사님 아들녀석인줄 알았으면 이리로 오게 할일도 없었을텐데. 다음부턴 신경좀 써주세요.." "예..절대 이런일 없도록.단.단.히-_-^ 주의시키겠습니다..죄송합니다..." 난 보았다..-0- 순간 푸른 광채를 띈 아주머니의 두눈을..보고말았다.. 이내..그 기품있는 미소를 되찾고는.. 승현이의 희고 고운손을 살며시 움켜잡는 아주머니. "자..가자..승현아..^-^.." "나..여기있을꺼야!!같이 싸웠어.왜 나만 가.." "가자.승현아.아빠가 기다리신다." "쟤네 갈때까지 안간다니까...!!!!!!!!" "자..그럼...우리 집으로 가볼까..^-^?" ....말을 마치며..마주잡은 손에 굉장한 힘을 가하는 아주머니. ...괴로운 얼굴로 나와 은형일 번갈아보는 승현이. "강순아..못지켜줘서 미안해..병신같이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 "어서 가쟤도!!!!!!!!" "...이 가식쟁이!!!!" "어허..엄마한테 그게 무슨말버릇이야 승현아.." ... 점점 작아지는 모자의 목소리.. 두사람이 파출소안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버리면.. 우리 모두는 멍한 눈으로 덜컹대는 문을 바라보았고..-_-.. 그 멍청한 표정이 채 바뀌기도 전에. "이 썅노무 새끼들 나와!!!!!!" ....파출소안에 들이닥친 땅딸만한 남자. 이미 은형이와 동영이 팔목을 움켜쥔걸로 보아선.. 그들이 늘 씹어대던 성격 포악한 담임인듯..하다..ㅠ_ㅠ 고개를 돌려.불독경찰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는 담임. "하 이거 번번히 죄송합니다!!!" "거 좀 죄송하단말로 매번 그놈들 들구 도망가는데. 아 이번엔 확실히 징계좀 내리십쇼.아주 골머리를 앓습니다. 이번이 몇번쨉니까..!" "네.이번엔 엄중히 처벌할 생각입니다. 벌떡 안일어나?!!" 담임의 말에..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는 두사람. ...경관들의 웃음소리를 묵묵히 참아내고..사고뭉치 둘을 끌고 파출소를 나가려는 선생님.. "이강순..나 괜찮어..걱정하지말고..!!!! 집에갈때 여기 경찰한테 데려다달라그래 위험하니까!!!" "권은형 이 잡노므 새끼 너 진짜 죽구싶냐..?" 심상치 않은 담임의 목소리.. 계속 뒷걸음질치는 은형이를 질질 끌고서.. 순순히 따라나서는 동영이를 손쉽게 끌고서.. 우왁스레 파출소를 나가버리고... "어이 여학생.방금 은형이가 남자친구야..?" "네..." "거 차라리 아까 판사님 아들하고 연애질해라.저 영양가 없는놈을 왜 만나.시간이 아깝지.." "...가봐도되죠.?" "그래 가봐 앞으론 얼굴 볼일 없게 주의하라구. 나라면 저런놈하구 안사귀구 말구다" ... 이쪽은 보지도 않은채..귀를 후벼대며 염장을 질러대는 사마귀경찰관 나는 도망치듯 그곳을 나와버렸고.. 집으로 달리는 내내.. 이유없이 쏟아내리는 눈물로 모든 감정을 대신했다. .. 집. 쾅 하는 소리와 문이 열리고..엉망이 된 얼굴로 집안에 들어선 나. 당연히 놀랠수밖에 없는 아빠.그리고 엄마. "너 왜이래!!강도만났어?!" "..아니.." "싸웠어?!울었니?!" "아니..싸우는거 구경만하고..아무것도 못했어.." "-0-..근데 꼴이 왜이래 구경하다 한대 맞았어?!" "엄마!!!!" "그래 말해봐.." ....... ........... 당황한 표정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나를 내려다보는 부모님.. "엄마는 아빠 첨부터 끝까지 사랑했어..?! 중간에 한눈판적 한번도 없이..!?!?" "..무..물론..아니지.." "그때 어떻게 했어..어떻게 참았어...마음이..머리랑 따로놀면.. 어떻게 해야돼..이게 아니라는거 알면서.... 계속 그쪽으로 걷고있다면..그땐 무슨 이유로 발걸음 돌려야돼.." "왜그래...너무 어렵구나..엄만 그런말 싫어하잖니.." "..휴..아냐.." ... 심각한 얼굴로 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 엄마. 난 온통 발가벗겨지는것 같은 알수없는 기분을 느끼고.. 재빨리 방안으로 도망쳐와버렸다.. 문밖으로 들려오는 두분의 실갱이소리. "야 너 한눈 누구랑 팔았어!!" "무슨소리하는거야 이이가..!왜 또 시비야 잘먹고 잘놀다가?!" "너 그때 집앞에서 배추팔던놈 팔뚝에 근육이 있네 어쩌네 하더니. 그놈이랑 팔았지!!-0-" "정말 유치해서 살수가 없네!!그만좀해요!!" ... ........도움말을 안줄꺼면... 방해라도 하지 말것이지 ㅠ0ㅠ 나는 거실을 가득메워오는 두사람의 싸움소리에 .. 주머니에 넣었던 테이프를 생각해냈고..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기전..조심스레 테잎을 오디오안에 집어넣었다. 밀려오는 잠에..조금씩 닫히기 시작하는 눈과 귀.. 그리고..작은 구멍안으로 조그맣게 들려오는 승현이의 노랫소리.. 그대곁을 이제 떠나는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댈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대만을 사랑하는 걸 잊을수는 없지만 ... ... 나도 모르게..내 입엔 작은 미소가 떠올랐고. 그 후로 들려온 은형이의 노래소리. 잠결이였지만..엄청난 괴음에..나도모를 신음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은형이의 노래뒤엔...끔찍한 발라드가 아닌. 누군가의 슬픈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오는듯 했지만.. 테이프를 다시 감아 듣기엔.. 난 너무 깊이 잠들어있었다.. [25] 다음날 학교. 자습시간.지금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건.. 승현이가 아닌..붉어진 얼굴의 화진이.-_- "말해봐!!왜 자꾸 내말씹는거야!!-0-" "응..뭐가..?" "그래서..어제 그일땜에 승현이 학교안오는거야?!" "그런가봐..." "큰일이네 큰일이야.하이튼 그 양아치때문에... 승현이까지 뭐니 정말.." "유화진!!!!!!!" "....응..-0-..?" "어제 그 싸움이 일어난 이유는 승현이였구.도와주느라 피해입은게 은형이야..너 자꾸 양아치 양아치 하는데..넌 돈벌레잖아!!!!!!!" "..뭐..뭐..뭐라구...?돈..뭐..?" 잘 못들었다는듯 귀를 가까이 가져대는 화진이. 나는 얄미운 그녀의 모습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일어나버렸고.. 멍하니 날 보는 아이들을 지나쳐 뒷문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드르르륵. 뒷문을 열고.답답한 마음에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려는데.. 지금 막 2층에서 올라온 담임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쳐버렸다-_- 심각한 표정으로 멀뚱히 바닥을 내려보다가.. 뻘쭘히 서있는 날 발견하곤.. "너 거기서 뭐해" "네?화장실..가려구요.." "빨리갔다와.자습시간에 움직이지 말라니까.." "..저기..선생님.." "그래" "승현이..오늘 학교 안와요..?" "안와요가 아니라.." "..?" "못와요지" 아리송한 말. 혀를 끌끌 차고는..교실로 이동중인 담임.. 나는 답답한 마음에 계단을 오르고.. 아무도 없는 옥상에 올라가...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것 같은 하늘이다.. ..천천히 생각해보자 이강순.니가 정말 좋아하는건.. 그래.이렇게 물어보자. 은형이랑 승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면.. 내가 구할 사람은.... 승현이... 강도한테 납치되버렸을때 제일 먼저 생각날 사람은.. 승현이... 정말 최악이다 이강순 .. 나때문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건 은형인데..후.. 깊은 한숨과 함께.짧은 방황을 마치고.. 내키지 않는 걸음을 교실로 돌렸다. 잔뜩 골이난 화진이-_- 어느새 지자리에 돌아가앉아.고개를 책상에 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중. 돈벌레란 말 첨듣는것두 아닐텐데 새삼스레 왜저러는거야.괜히 미안하게시리-_-^ 그날 교실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아무래도 승현이가 없음에 여자아이들은 시무룩하고. 남자아이들은 심심한듯..-_- 그렇게 5교시 국사시간을 무료히 보내고 있는데.. 열심히 칠판필기중인 선생님을 뒤로하고.. 여기저기서 킥킥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킥..저거 뭐야..또야 또.." "하이튼 쟤 남자하난 잘뒀어.인물났지뭐야.." "그래도 귀엽지않어?난 솔직히 부러운데.." -_-..무슨말들을 하는거야.. 내 얼굴과 창가를 번갈아보며..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어대는 아이들. 수업중이던 선생님마저.불쾌한 표정으로 창문을 바라보셨고.. 나역시.아무생각없이..창가를 향해 고개를 틀었다. 오마이갓. 창밖에서 딸랑이는 분홍색 풍선. 실에 매달린채..열심히 춤을 추는 풍선엔..파란매직펜으로.. 아주 커다란 글씨가 몇개 새겨져있다. 깡순아 나정학이래 엉엉 ㅠ_ㅠ 맙소사.미친거야.미친거지. 겨우 멋있게 느껴지나 했더니 저게 대체 뭐하는짓이야!!!! 난 수업중임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벌떡 몸을 일으키고.. 내이름을 외치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온몸에 땀이 나도록.옥상을 향해 미친듯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으으으 ㅠ_ㅠ 너 권은형 정말 ㅠ_ㅠ 쾅!!!!! 나의 손에 의하여 아주 세차게 열린 옥상문. 그리고.나의 예상은 100퍼센트 적중하여.. 옥상 난간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열심히 풍선을 흔드는 은형이와 친구들-_- 친구들은 말할것도 없이 광민이와 동영이고.. 문소리에 놀란 놈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개순아!!우리 정학먹었어!!!!ㅠ0ㅠ!!" 동영이의 커다란외침. 쑥쓰럽다는듯 머리를 긁적이는 은형이. 그 제발 안어울리는 표정짓지마!!! "너네 셋다 정학이야?!며칠!!!!" "아니다.난 정학안먹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는 광민이. "근데 넌 왜왔어..?" "그자리에 있었음 나도 정학이였을테니까." "그래서 같이 학교안가는거야..?" "그래." 할말을 잃은 난..화내야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채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하하.그렇게 바라보면 부끄럽잖아요!!" 동영이와 흡사한 말투로..나의 염장을 질러대는 은형이. -_- "너 미쳤어!그 풍선은 뭐야!우리 수업중인거 몰랐니!" "응.알았지.너한테 빨리 알릴라구.머리좋지않어.?실에 매달린 풍선. 그거 글씨 잘썼지?" "잘썼다니!!이 초등학생 글씨말이냐!! 그리구 문자로 보내면 돼지..!!" "너무 평범하잖냐" 그게 정상인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야 ㅠ_ㅠ 울기 일보직전의 나를..옥상문밖으로 마구 밀어내는 은형이. 나는 힘없이 비틀대며 밀려났고. "너 수업이잖어.다 끝나구 올라와.야.맞다. 동영이 외로워하니까 이따 친구랑 꼭 같이나와라.학교앞에서 기다릴께" "...너...눈..은..왜그래..?" "쌍커플 수술했어" "장난하지말구..맞은거야..?" ..정말로..왼쪽눈에 안대를 하고있는 은형이. "아니야 수술했어 야 빨랑 나가나가. 이따 보자.우리 앞으로 일주일간 니네학교 옥상에서 놀꺼다아" "뭐..?!뭐!!!" 쾅-_- 바로 눈앞에서 눈이 닫기고.철커덕 잠귀어버린 옥상문. 잠시 교무실로 달려가 확 꼰지를까 하다가.. 풍선을 흔들어대던 놈의 얼굴이 눈에 선하여..못본척 넘어가주기로했다 -_- 그리고 5교시가 끝날때까지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쉬는시간 종이 울림과 동시에..조심스레 교실안에 들어섰다. ..샐쭉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화진이. "국사한테 내가 잘 말해줬어.그렇게알어" "고마워.." "..고맙긴.돈벌레가 모처럼 좋은일좀 했는데" "..왜그래..-_-..소심하게.." "돈벌레는 원래 소심해" "화진아.." "왜.." "끝나구.나랑 어디좀 같이 가자.." "어딜..?" 이곳은 아대앞. -_- "날 너무 미워하지마..동영이 귀엽지않니..-_-..?" "난 이제 널 친구로 부르지 않겠어.." "아이.왜그래..내 친구중에 젤 이쁜게 너잖어" "그렇다해도..그렇다해도...ㅠ_ㅠ.." 그랬다.내가 데리고 나온것은 화진이고.그녀는 지금 아주 우거지상을 한채 내옆에 찰싹 들러붙어있다.. 그리고 1미터쯤 앞서가던 세남자. 그중 하나가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김동영. "야.이름이뭐야?" "..." "이름이 뭐냐니까?" "유..화..진.." "혹시 나영이 누나처럼 수술할 생각없어?" "....없.는.데..." "그래.그럼 뭐.아쉽지만 날 포기해.미안하다.안뇽" ... 껌을 짜악짜악 씹으며.다시 은형이 옆으로 따라붙는 동영이.-_- 기절일보 직전의 화진이는..들고있던 음료수캔을 말없이 바닥에 떨구어버리고.. 나는 면목없는 마음에 그녀의 떨리는 얼굴을 외면해야했다 ㅠ_ㅠ 그래.너도 이런대접은 태어나 처음일테지.. 적응해라..그말밖엔 해줄수가 없구나..ㅠ_ㅠ.. 10분쯤 앞서걷던 세놈이..2층에 위치한 피씨방으로 올라가면. 나는 바닥에 늘러붙어 버티는 화진일 질질 끌고.. 아주 힘겹게 인터칸안으로 들어설수있었다. 쿠앙쿠앙.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괴물소리. 비행이 미사일 소리. 건물 폭파소리.그리고 제일 싫은 담배연기 ㅠ_ㅠ.. 나와 은형인 커플용자리에 앉고.(컴퓨터 두개가 붙어있고 그 앞에 두사람이 앉을수 있는 의자가있다) 본의아니게..똑같이 커플용자리에 앉은 화진이와 동영이-_- 광민이는 우리 왼쪽에 앉아있고.. 그 언밸런스한 두사람은 우리 오른쪽에 앉아있다. 5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켜지고..나는 슬금슬금 화진이의 눈치를 보며 부처님조각상에게 소원을 빌어댔다. 제발.두사람 싸우지 않게해주시길.. 동영이가 화진이 성질 안건드리게 해주시길.. 비나이다.비나이다.세번째 소원 비나이다 ㅠ_ㅠ [26] -_- 벌써 한시간째다. 게임에 미친 은형이와 광민인.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온라인 게임을 하 는중이고..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엽기사진을 찾고있는중이고..-_-.. 저 두사람은..두사람은.. "에이.메일이 한개밖에 안왔네에" "어머!왜 남의 메일을 보는거야!!" "할께 없어.-0- 나 컴맹이걸랑." 뻔뻔한 얼굴로..화진이의 메일을 보려고 고개를 기웃이는 김동영 안돼 너 그러다 뺨맞을지두 몰라 ㅠ_ㅠ 필사적으로 모니터 화면을 가리는 화진이.. "보지마!!" "너 그거 막 야동 사이트에서 멜 온거지?" "남..남자친구한테 온거야!!" 오..당황한 모습의 화진이.저런모습은..처음인걸. 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의자를 틀었고.. 그런 내 눈을 한손으로 휙 막아버리는 은형이. "저런 불건전한거 보지마" "뭐가 불건전해.손치워.!!" "네" -_-..다시 게임에 열중하는 놈. 그리고..저 두사람의 목소리는 조금씩 높아져간다. "우와아!!근사하다.너보구 지 목숨보다 사랑한대!" "보지말라니까!!" "남자친구 이름이 뭔데??" "이..이정환이야!!" "걔혹시..북중나오지않았어?" "맞어..어떻게알어?" "그새끼 맨날 돈자랑 하다 나한테 뚜드려 맞던놈인데.." 이크.드디어 일을 내버렸구나 ㅠ_ㅠ 그럼에도 이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보고있다-_- "우리 정환이를 때렸어?!돈자랑한다는 이유로?그게뭐가나빠서!" "재수없잖아.손좀 치워봐 마지막 글자 못봤어" "너!!돈많아?!" "아니.지금 돈 이천원인가..?왜.급해?" 으하하 ㅠ_ㅠ 골때려 ㅠ_ㅠ 어떡하면 좋다냐. "니가 명품이 뭔진알어?!아냐구!!" "하품은 알아" "..하..근데 니가 뭔데 우리 정환이를 때려!!" "강순아!!니 친구봐!!나한테 막 소리질러!!-0-" ..-_-.. 참을수 없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나..피씨방을 나가려는 화진이. 나는 면목없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동영이 역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잘가!!너무 낙심하지 말라구!!" "악!!너 이강순 내일보자!정말 이런애들 정말!!악악!!" -_-.. 발을 동동구르며 화진이가 나가면..만족한 얼굴로 씨익 웃어보이는 김동영. "겨우 나갔네.아우 재수없어..야.광민아.우리 테트리스 하자!!" "꺼져.너같은 허접이랑은 안해" "아.한번 해보자니까!!" "잠깐만.." 아.이 소리가 광민이 핸드폰이였구나.. 귀찮다는듯.핸드폰을 위로 올리고.. "왜...나 피씨방이다.엉.. 뭐..!!!!?!?확실해?!!!알았어..내가 확인해볼테니까.그 거 올린애 찾어.1분있다 당장 지우라고 해.어.1분..일단끊어봐" ..뭐지..?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내리는 광민이..게임중이던 은형이가 그에게 묻고.. "뭐야.뭐.쌈났대?" "아냐.넌 게임이나해" 하고있던 게임을 중단하고.느닷없이 다모임 사이트에 접속하는 광민이.. 나는 아리송한 얼굴을 한채 놈의 옆모습을 바라보았고.. 하품을 쩍쩍 해대던 동영이가 재빨리 광민이 옆에 붙었을때. "야!!!절루가!!!!!!" ... "잉잉 왜그래.나한테 뭐 화났어?" "장난하는거 아냐.나 뭐 볼거있어..중요한거니까..가있어.." "잉.." "하지말라니까...." "나도 보자보자" "장난하는거 아니라고!!!!!!" 버럭.고함을 지르는 광민이.게임중이던 은형이가..물끄러미 그를 보고..덩달아 피씨방안의 모든사람들이 그를바라본다-_-. 뻘쭘한 표정으로 자리에 돌아온 동영이. "오빠 너무 무서워!!" "......" 아랑곳하지 않고..아주 심각한 얼굴로..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광민이. 그러더니...은형이가 잠시 그쪽으로 고개를 찍접대자 재빨리 컴퓨터 본체를 꺼버린다. 대체뭐야.. 나의 호기심이 극에 달하려는 찰나.... "이강순 일어나" "ㅇ_ㅇ..나..?" "일어나.." "..왜...?" "..은형아 나 10분만 니 여자친구 빌린다.." ... 싸늘하게 굳은 광민이의 얼굴. 그리곤.멍해있는 나의 손목을 아주 쎄게 움켜잡는다. "왜그래 임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은형이.. 조금은..알것같다.광민이가 이러는 이유.. 어렴풋이..짐작이 간다. "..물어볼께 있어서..따라나오지마.." 그대로..피씨방을 나가버리는 광민이. 덩달아 나도 부록으로 딸려나오고.. 조용한 건물복도. 3층으로 올라온 광민이... 고개숙인 나에게..미세히 떨리는 목소리로..입을 여는 광민이. "다모임에.이상한 사진 올라왔어.너야아니야" "..무슨사진.." "박승현이랑 키스하는사진." "어디학교에?!" "우리학교에..너맞어..?" "....." "너 맞냐구!!!!!!" "맞어.." "하..참..." 황당하다는듯..한손을 허리에 앉고..저쪽으로 시선을 돌려버리는 광민이. 그 사진이..왜..종운고 다모임에.. 그래..그때 누가 핸드폰으로 사진찍었던건 생각나. 근데..왜 우리학교가 아닌 종운고에 올린거야.. 내가 은형이 여자친군걸 어떻게 알구.. 손발이 조금씩 떨려오고..이내 두 눈과 찬입술이 천천히 떨려오기 시작했다. "너..박승현 좋아하냐.." ".....응" "은형이 불쌍해서 어떡하냐.." "미안..해.." "나 못본척해도 되지..." "..." "나 안본걸로 해도되지.." "...." "없던일이다..그러니까..은형이 옆에 붙어있어" "광민아..나.." "10분지났어.들어가자.." 이내..다시 차가운 표정을 되찾아버린 그.. 조용히 내옆을 지나쳐..계단을 내리려한다. "광민아..나.헤어지면 안되는거야?죽을때까지..은형이 옆에만 붙어있어야돼...?" "......." "나..그만..가면안돼..승현이옆으로..가면안돼..?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잖아..나도 많이 힘들어..억지로 좋아할수가 없어.. 그건..사랑이 아니라 동정이잖아.." ..... ......... "은형이 자식도 알아..지금 너..사랑이 아니라 동정으로 대하는거.. 니가 지금 누가 보고있는지..다안다구.." "어떻게..." "근데도 그자식은 믿어..자기가 이길꺼라고 믿어...한달안에 니맘 돌아올거라 믿어..그래서 니 옆에 일분이라도 더 붙어있을려고 눈물나게 노력해..그래야..조금이라도 더 정든다고.." "난..그럼..어떡해.." "한달만..그대로있어줘라..은형이..그정도 자격은 있잖어.." "한달뒤에도..내맘 변함없이 승현이한테 있으면.." "그땐..니 마음대로..해.." ... 지친 표정으로..계단을 내리는 광민이. 난 눈물고인 눈으로 그 뒷모습을 내려다보았고.. "아.왜 내가 눈물나.존나 주책이다.." "..." 피씨방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광민이.. 나는..힘없이 풀리는 몸을 계단난간에 기댔고.. 그렇게 10분이 흘렀을까.. "여보!!거기서뭐해!!" 은형이다..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빠르게 눈앞으로 가까워버린 은형이. "아니..야..은형아.." "야.왜우냐 너" "아니..그냥..미안해서.." "저 새끼가 뭐라그랬는데!!!나한텐 니 친구 소개시켜달랬다구 그얘기 했댔는데!!뭐야 딴말했지.엉?!" "..으....으...." 참을수없는 죄책감과..눈앞에 있는 은형이의 얼굴에..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트려버렸고.. 늘..내가 울때마다..어쩔줄 몰라하며 쩔쩔매던 은형이가.. 이번엔..조용히 나를 자신의 품에 안아넣었다. "왜울어..이유묻지마..?..힘든거야..?" ...차마대답할수없음에..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면.. "알았어.대신 나중에 말해줘야돼..뚝해.. 그 노래 또 불러버린다!!" "........" "애기곰아 애기곰아!!울지마라!!!!아빠곰이 집에온다!!! 다리를 건너.숲을 지나 집앞에 다왔다!!애기곰아 애기곰아 울지마라!! 삐그덕 문이 열린다!!!" "바보야...하지마.." 늘..내가 울때마다..유치원때 배운 동요를 커다랗게 불러주던 은형이 그때마다 난 참지못하는 웃음을 쿡..터트려버렸고.. 오늘도..이 바보는..우는 날 위해..젤 싫어하는 노래를 열심히 불러댄다. "문이 열렸다!!우아아!!아빠곰이 화가났네!!애기곰아 애기곰아 침대밑에 숨어라!!" "킥...그만해.." "아씨.드디어 웃었네.스타일 구겨지게.2절까지 불렀잖어.." "^-^..집에..가자.." "응!!잠깐만.가방갖구 나올께" "그래.." 지금 내가 우는이유.정말 궁금할법도 한데.. 이아이..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두려운걸까..은형인..그래서..아예..외면해버리려는걸까.. 한손으론 가방을 들고..한손으로 나의 손을 꼬옥 잡는 은형이. 말없는 날 옆에두고..보이는 건물 이름을 큰소리로 읽으며.. 전혀 우스울게 없는 일에도 하하하 웃어대는 은형이. 그렇게..저녁 7시가 조금 넘은시각. 우리집앞에서..작별인사를 건네는 은형이. 강순이네 집앞. "빨리들어가.이따 버디들어올수있어?" "응.들어갈수있음..들어갈께" "그래!!아홉시넘어서 들어올수 있음 와.참.나 낼부터 알바할꺼다. 정학당한 동안 신나게 돈벌어야지.우리 천일날 바다갈려면.^-^" "....." "아 맞다.나 요새 악몽 하나도 안꿔 맨날 나 존나 드러운 꿈만 꿨댔잖어." "..다행이다.." "니가 그 부처 조각상에 빌었지?우리 서방님 이쁜꿈만 꾸게해달라구" "...아..." "다알어 임마.!낼부턴 알바하느라 바쁘니까!밤마다 니네집앞에 잠깐씩 들릴께!!" "....어디서하는데..." "애들은 몰라두돼.>_< 진짜간다.야.근데 사랑해 한번만 해주면 안되냐?" "........." "...아니야.됐어.내가 하지뭐.사랑해!!내일보자!!" 그래..내일보자.. 우리 내일도 보고..모레도 보고..그렇게..계속보자. 그래서 니말대로..1분씩 같이 있을때마다..조금씩 다시 정들면...정말 좋 겠다...그렇게 계속 함께해서.. 한달뒤에 내가 사랑하는게 권은형 너일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27] 김광민이.최고로 좋아요 -------------------------------------------------------------------- 삐그덕..문을 열고 들어왔을때.. 방안에서 들려오는 우당탕소리. 난 무표정한 얼굴로 방문을 열었고.. 내 방 책상서랍을 마악 닫으려는 아빠와.정면으로 시선을 주고받았 다. "아빠..뭐해.." "아니.난..니 책상정리좀 하느라고.." "..일기장봤어..?" "아니.난..그냥..정리하다 보니까 있길래.." "..어디까지..봤어...?" "그게아니라..니 엄마가 시켰다.난 아무죄없어!!" "..계속봐..거기 별거없는데 뭐.." "으응??" 벙쩌있는 아빠를 내버려두고..하나밖에 없는 언니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활짝 열려있는 방문. 벌써 삼일째.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워있는 강윤언니. "언니.아직도..그래..?" "으으..넌..누구야.." "강순이잖아..왜그래.정신좀차려.." "...나가!!!!!내방에서 나가!!이 여우같은 계집애!! 잘도찾아왔구나!!!!" "꺅>_<언니.왜그래 나잖아 강순이야!!시연언니 아니라구!!" "이야아아" 침대옆에 놓여있는 스탠드를 머리위로 번쩍 치켜드는 언니. 나는 혼비백산하며 재빨리 그 방을 나와버렸고.. 내방에서 막 나오는 아빠와 맞부딪혀버렸다. "니 언니 아직두 그래?" "응..어떡하지.." "..정신병원에..부탁해볼까.." "아빠!!" "...왜!!" "상사병걸렸는데 정신병원이 거기서 왜나와!" "아 그럼 어떡하냐 저러다 굶어죽어버리면!!" "그 남자를 눈앞에 꿇여앉혀놔야지!!" "그러면 괜찮아져?!" "아마도.." "그래.좋아.알았다.그놈을 찾아야겠네" 단단한 결심을 한듯.위험을 감수한고 언니방으로 들어가는 아빠. 잠시후.그곳에선 아빠의 비명위에 언니의 고함소리가 겹쳐 울려퍼졌고. 나는 귀를 틀어막으며 책상앞에 무너지듯 앉아버렸다. 내가 못산다구 ㅠ_ㅠ 휴..그래.. 한달동안 노력해보자..정말 피마르게 노력해보자. 우리 사귄시간이 얼만데.2년이나 되잖아. 광민이 말대로.은형이 충분히 그럴자격있어.. 난..가까스로 힘을 추스리고.컴퓨터 전원을 힘차게 눌렀다. 그리곤.곧바로 버디에 접속중. 2시간쯤 있음 들어오겠지? 그렇게.. 멍하니 모니터를 들여다보고있는데....... ♪♬♭♩ 경쾌한 소리와 함께.쪽지가 도착했다..벌써온건가..? "오늘은 용케 피했다.운좋아.다음번엔 더 쎄게 쏴줄께.^-------^" 이거..뭐야.. 나한테 온 쪽지맞잖어.. 난 재빨리 그 아이디의 친구정보를 클릭했고. 여자.18세.사는곳 경기도.자기소개없음. 이름없음. 이메일 주소없음. ... 그리고..쉬지않고 날아오는 그아이의 쪽지. "아예 사진을 프린터해서 학교에 뿌려줄까." "남자친구 있는진 몰랐어 정말.양다리 우와.대단해.너" "너같은년 정말 재수없어" .... ....... 난 떨리는 손으로 버디를 꺼버리고..곧바로 컴퓨터전원을 눌러버렸다. 하..대체뭐야.누구야. 혹시.오늘 사진을 올린..?! 여자였어...!!게다가..남자친구가 있는지 몰랐다구 하는건.. 조금씩..짐작이간다. 이아이.혹시..설마.. 아찔한 예감에.다시 컴퓨터 전원을 누르려할때.. 가방안에서 조그맣게 울려오는 핸드폰 벨소리. 난 빠른동작으로 가방을 움켜잡았고..벨소리가 끊길새라.. 얼른 구석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처음보는번호다.. ......그래.....넌...내 예상이 틀림없다면.. !!!!!!!!!! "여보세요!!!!!!" "나 니네집 앞인데.!!" "어..?" "빨리나와!!빨리빨리!빨리!!" "승현..이..?" "니방 창문이 내 머리위에있어 으아.." "알았어.기다려..!!" 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ㅠ_ㅠ 핸드폰을 침대위에 던져넣고..교복도 벗지 않은채.. 집을 뛰쳐나와. 내 창문이 난곳을 향해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승현아!!!!!!!" "..왔다.." "어떻게 된거야..얼마나 먹었길래..세상에..안추워..?" "응 너네집 오는데 비탈길 막 오르고..힘들어서..근데 자꾸 니가 보구싶으니까..몸은 잘 안움직이구.아..나 너무 힘들어서.." 취해도 단단히 취해버렸다.두손으로 얼굴을 마구 문지르며.. 횡설수설해대는 승현이. 서있기조차 힘이든듯..벽에 등을 대고..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내 천사 이아이.술먹으면 주저앉기가 특긴가봐 ㅠ_ㅠ 곤란해진 나는 재빨리 승현이의 양어깨를 붙들었고. "승현아 이런데 있음 감기걸려..술을 왜이렇게 먹었어. 어제 많이 혼난거야..?" "내 귀 ㅠ_ㅠ.." 그래.많이 혼났나보구나 ㅠ_ㅠ 빨갛다 못해 푸르딩딩하게 멍이든 승현이의 귀 두짝. "오늘 학교는 왜 안왔어.." "나.엄마가..일주일뒤에 중대사건을 말한대..만약에..유학보내거나 전학보내거나 그런거면 나 어떡해.." "아닐..꺼야..설마..갑자기 전학이라니.." "거긴 니가 없잖어.." "......??" "안보면 보고싶고..딴남자랑 있는거 보면 무지 열받고..꿈에 나오면 다음날 아침엔 멍해지고..나 미안해..너 좋아하는거 같애.. 참을려구했는데..술먹으니까 바보같이 와버렸어..미안해.." 점점 작아지는 승현이의 목소리에. 잡고있던 두손을 힘없이 떨구어버렸다. 눈앞에 있어도 잡을수가 없다..이렇게 바로앞에서 고백해주는데.. 우리 두사람은..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마주서있고.. 그렇게 한참동안 견딜수없는 고요함이 계속되고.. "나한테 와라.잘해줄께" "............." "너 울게안할께..맨날 웃게해줄께..예쁜말만 나오게 할께.. 니가 나 싫어서 도망가버릴때까지..세상에서 젤 행복하게 해줄께.." 더이상 모르는척 침묵을 유지하는건..내겐 너무 큰 고통이다.. 그래서 난...눈물감춘 밝은목소리로..슬픈 얼굴의 승현일 마주했다. "나..노력해야돼.아니.그래야된대..이렇게 끝내면 안된대.. 한달동안..힘들겠지만 해볼꺼야..그래도 안되면.. 나 모든거 다 잃더라도..너한테 갈꺼야.니가 나 싫다고 밀어내도.. ...몇번이고..매달릴꺼야.. ..나..그래도..돼..?" ..... ........ "응!!!!!!!!!!!" 눈물로 반짝이던 승현이의 눈이..여지껏 본적없는 환한눈으로 웃음지었 고. 나역시..잠시나마 은형이의 존재를 잊은채..바보마냥 덩달아 웃어버렸다. 그때.승현이 등뒤의 창문커텐이 미세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잠시후.빼꼼히 창문 위로 솟아오르는 아빠의 머리꼭지. 그래.보시요.마음대로 보시요.. 나와 승현인..두손을 마주잡고..정류장을 향해 비탈길을 내렸고. 등뒤에서 커다란 아빠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의 나에겐 천둥소리마저 달갑게 느껴질 지경이다. "근데 니가 노력했는데..!!걔가 다시 좋아져버리면 어떡해!!" 버스를 기다리며.. 술이 확깬 얼굴로.심각한듯 물어오는 승현이. 무엇보다 곤란하게 다가오는 질문이다..나는 한참동안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고.. "그건...아마...." "아마 그럴일 없을꺼야!!그치?" ".." "그리구 나는 너 노력하는 시간이라구 생각안해.! 나한테 오기전에 준비하는 시간이라구 생각할꺼야.!!" "승현이..말 참 잘한다...." "딱 한달만 준비해!!우리 그땐.손붙잡고 학교다니자!!!그때까진. ..그냥 모르는척 할꺼야.모르는 사람처럼 너 지나칠꺼야." "응..^-^" "대신 눈빛교환.알지?" "킥.." 즐거워도 크게 웃지 못하는 강순이.. 그리고.. "한달동안 이걸로 버틸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눈앞에 보이는 파란버스를 향해 신나게 뛰어오르는 승현이. 난 멍한 얼굴로 치직대는 버스를 응시했고.. 손흔드는 승현이가 올라탄 7번은.. 무서운 속도로 눈앞에서 멀어져간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갑작스런 승현이의 고백에 마음을 털어놓아버렸고.. 승현이는 내가 자신에게 오리라고 굳게 믿고있다.. 광민이도 모든사실을 알아버렸고..정체모를 여자아이도 이대로 가만있지는 않을것이다. 이제 난 한달동안...어떤 끔찍한 상황을 맞게될까.. 슬금슬금 다가오는 두려움.ㅠ_ㅠ 5월10일날.난 어떤얼굴을 하고있을까.. 아니.그땐 과연 누구의 옆에서 웃고있을까... 뚜렷이 느껴지는 정체모를 불안감에..그날밤 난 최악의 악몽에 시달려 야했다. [28] 다음날도 승현인.학교에 오지 않았다. 아침.강순이네 교실. 어제 그렇게 가다가 무슨일이라도 난건아니겠지.. 이럴때 전화번호라도 알았다면.. 손안에 들린 핸드폰이 땀으로 미끌거리고.. 이런 나의 예민한 신경을 1시간전부터 긁어대고 있는 화진이-_- 빠스락.빠스락. 승현이의 빈자리를 떡하니 차지한 그녀는. 지금이 제일 무서운 과목시간임을 철저히 망각한듯.. 열의를 다해 편지를 쓰고있다. "너..그러다 걸리면 진짜 끝장나.." "야나 글씨 예뻐?응?악필은 아니지?!" "..벌써 몇번째야..귀엽다니깐.." ".휴..이뻐야된단말야 ㅠ_ㅠ..정환이가 글씨는 모름지기 그사람을 나타난댔어..자긴 글씨예쁜애랑 결혼한댔다구.." "성격아무리 드러워두?..야.잠깐.너 걔랑 결혼하게?!" "그럼..내가 여지껏 만난애중에 돈 젤많은데>_<" "...어휴.." 아예 대놓고 책상에 얼굴을 갖다붙힌채..온정성을 다해 펜을 놀리는 화진이.나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창가를 향했고.. 투명한 창문에 승현이 얼굴을 두둥그레 떠올렸다. 보고싶다..정말로.. 어젯밤에도 봤는데..벌써 보고싶다.. ... 그래!!병원에 가면 볼수있을꺼야. 공포스레 떠오르는 정혜미 외과. 아냐아냐..설마 내 귀를 잡아당기실려구 ㅠ_ㅠ 난 승현일 만날 생각으로 왼종일을 멍하니 보냈고.. 화진이의 편지지가 20번쯤 갈아치워질 무렵.. 기다리고 기다리던 종례시간이 다가왔다. 당당한 걸음으로 교실안에 들어서는 담임. "자.수업들 잘했지?" "선생님!!" "왜." "승현이 학교 언제와요?" 좋았어!!>_< 평소에 승현이와 친하게 지내던 미영이가.애타는 날 대신해 손을 번쩍 들었고.. "내일부터 나와" "그럼 왜 안나오는건데요?" "개인사정이니까 니가 따로물어봐.." "..남문사거리에서 쌈난것땜에 그런거맞죠?"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모르는애들이 어딨어요..맞아요?" "야 이놈아.넌 딴거 신경쓰지말구 공부나 좀 해라.이번에 성적 팍 떨어진거 알어 몰라" "알아요..-_-" ...모르는애들이 없다니.. 나의 천사 이미지가 나빠져버리겠구나 ㅠ_ㅠ 그와중에도 승현이 걱정에 눈물을 글썽대버리고.. 한시바삐 만나고 싶단 생각에..가방을 둘러메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야.강순아 잠깐.오늘은 정환이 만나러 같이가.!" "나.갈때있어!!" "어디.양아치만나게?" "..-_-^" "양..양아치 맞잖어.." 나의 구겨진 얼굴에.조금은 미안한듯..들고있는 가방끈을 만지작대는 화진이. 난 그런 그녀를 재빠르게 지나쳤고.. "이강순!!!!!!!!!" 등뒤에서 들리는 그녀의 외침을 한귀로 흘린채 다급히 계단을 내렸다. 휴휴.이제 조금있으면 승현일 볼지도모른다!! 맞다.ㅠ_ㅠ 한달동안 모른척 하기로 하구선..이렇게 금방 찾아가도 되나. 아냐.오늘을 마지막으로 한달참지뭐!! ..쿵쾅대는 심장을 억누르며..후문을 벗어나고.. 담벼락을 지나쳐..정류장을 향해 빠르게 걸어내리는데.. 순간..등뒤에서 느껴지는 섬뜻한 시선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어버렸다. ..은형이겠지..뭐.. "알바 있다더니 왜 벌써왔어" 뒤도돌아보지 않고 퉁명스레 내뱉은말.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이 목소리..이게 아닌데..? "누구세요??!" "아저씨몰라?!아이구 우리 강순이 이쁘게컸구나" "..저아세요..?처음보는데요..!!" "이런데서 다만나구.인연이 따루있는게 아니야" "아아악!!!!!뭐하시는거에요!!!!!" 말쑥한 정장차림의 중년남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남자는..느닷없이 내 손을 덥썩잡더니. 자신의 차가있는곳으로 나를 끌어대기 시작했다. >_< "왜이래요 아저씨!!!!잠깐만요!!!!이유나 알자구요오!!!!" "나 윤열이아저씨잖어!!몰라?그새잊었어?!" "아빠친구라구요?!" "그래.!!아참 니 아빤 잘있냐?" "우리아빠 친구 딱 한명밖에 없는데..아저씬 첨 뵙는데요..!!" "아이구 참.정신좀봐..우리 강순이 오랫만에 봤는데.." 어이없어하는 날 보고 실실 웃더니만..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드는 이남자. 만원짜리 대여섯장을 꺼내더니..억지로 내 손에 쥐어주려한다. "왜이래요..아저씨..누구냐구요.." "받어받어.아저씨가 주는건 괜찮어" "정말 아빠 친구맞아요?" "허참..아빠친구도 못알아봐?!" ...엉겁결에 손에 쥐어진 지폐몇장. 나는 멍하니 남자와 차를 번갈아보았고..그때.. 갑작스레.내 왼쪽뺨에 입을 맞추는 남자. "아아아악!!!!!!!!-0- 뭐하는거에요!!!!" "강순이 이뻐서 그러지" "저 가야돼요!!돈 그냥 안받을래요!!" "좀 더 있다가.." "아니요!!절대!!아니에요!!" 난 온몸에 쫘악 돋은 소름을 안고서..마주오는 버스를 향해 재빨리 몸을 실었다. 아무래 생각해도 수상하기만 하잖아!!ㅠㅠ 안되겠어 빨리 아빠한테 가서 확인해보자.. 그렇게..승현이를 만나려는 굳은 결심을 까맣게 잊고서.. 집으로 헐레벌떡 달려가는 바보강순이. ..하아..하아.. 가쁜숨을 몰아쉬며 현관문을 벌컥 열었을때.. 거실에 앉아 언니의 귀를 파주는 아빠를 보았다. "어이..강순이 왔냐.." "언니 인제 괜찮어?!" "응 인제야 제정신이 돌아왔어.야.아빠뭐하잖아.말시키지마" 귀를 파고있을때 다섯마디 이상 건네면.버럭 화를 내버리는 그. -_-^ 나는 조심히 다가앉아서 히죽히죽 웃는 언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고 ... 눈을 지긋이 감고..꿈꾸는 얼굴로 웃어대는 강윤언니 "언니..괜찮어...?" "으음.." "언니..." "으으음.." 이상해.ㅠ0ㅠ!! 언니가 이상해져버렸어!!" "너 부엌가서 엄마 콩나물 따는거나 도와!!" "맞다..아빠!!!!!" "말안듣지" "아빠 나 오늘 학교에서 내려오는데!!" "한마디!!!!!" "아빠 친구를 만났거든?!" "두마디!!!!!!!" "근데 아빠 친구 한명밖에 없지!?맞지?!" "세마디!!!!!!" "아빠..ㅠ_ㅠ.." "네마디!!!!!!!!!!!" 울그락 불그락 변해가는 아빠의 낮빛. 나는 서러움을 움켜쥔채 부엌으로 내달렸고.. 바닥에서 콩나물을 다듬는 엄마앞에 풀썩 주저앉았다. "엄마.아빠 친구 한명밖에 없지.." "응 그건왜.." "맞지?!확실하지?!그 성남에서 정수기 장사하는 아저씨밖에 없지!" "그렇대두..그건 왜묻냐니까.." "...아냐....." "콩나물좀 다듬어라.." "..엄마..근데 왜 아빤 친구가 한명밖에없는거야..?" 무표정한 얼굴로.콩나물 꽁다리를 뚝뚝 띠어내던 엄마가.. 한참이 지난후..귀찮다는듯 내뱉은 한마디 "성격이 저지랄이니 친구가 남아있고 배겨" "그렇구나..." "콩나물좀 다듬으래도!!!!!" "옷좀 갈아입구요..ㅠㅠ.." 비틀비틀 방으로 향하는 무너진 강순이. 이럴수가..대체 왜 이런 괴기스런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는거야.. 나한테 지금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멍한마음에 콩나물머리를 다 뜯어버리고.. 들어선 안될 상욕을 엄마에게 한바가지 얻어먹고.. ..정말 너무나 서러운마음으로..잠자리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이틀연속 악몽꾸게생겼구나.. 설마..그 버디쪽지와 연관있는건 아니겠지?! 아니야..18살 여자애에서 갑자기 왠 아저씨야.. 스스로를 안심시키며..억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알바를 끝마친 은형이놈이 새벽내내 전화를 하는바람에. 참고참았던 분노를 그에게 다 분출시켜버렸다. 이럼안되는거 알면서도 ㅠ_ㅠ 그래도..이상하게.. 은형이랑 10분이상 얘기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1년전만 하더라도..쿵쾅쿵쾅 뛰기만 하던 심장이 아무일없다는 듯 이렇게 고요히 움직이다니.. 역시 시간이란건..참 많은걸 바꾸나봐.. 휴.. 나..괜찮겠지..?별일없을꺼야.. 그렇게..스스로를 안심시킨 힘들었던 새벽. 이런 나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음날 아침엔.. 걱정이상의..엄청난 대형사고가 터지고말았다. [29] 그날 아침.난 승현이를 본다는 기쁨에 엄청시리 들떠있었다. 어제의 서러움도 깨끗히 잊고.. 그렇게 마냥기쁜맘으로 교실문쪽에 손을 가져대는데.. 지이잉.지이잉.지이잉.지이잉. 치마주머니에서 울려오는 핸드폰 진동소리. 이아침에 누구지..?..은형인가..?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핸드폰을 꺼내들고.. 화진이?? "여보세요??" "너 어디야!!" "왜그래..교실에서 얘기하면 되지.뭘 전화를 했어.." "어디냐니까!" "교실문앞" "들어오지마!!" "왜..?" "하이튼 들어오지마!!" "싫어.들어갈꺼다 -0-" "강순아!!!!!" 하이튼 인젠 별짓을 다하네-_-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을 처억닫고 그대로 교실문을 드르륵 열어버렸다. 야호>_<승현아!!!!! .. ....... 활짝웃으며 뒷문에 서있는나.. 그리고...컴퓨터가 있는 교탁에 한무더기로 뭉쳐있는 아이들.. 엄청 놀란듯한 얼굴로 수근대다가.. 갑작스런 나의 등장에..약속이라도 한듯 입을 꾸욱 다물어버린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건.하얗게 질린 화진이의 얼굴.. 그 다음으로 들어온건..맨 뒷자리로 자리를 옮긴 승현이의 뒷모습. .. 한달동안은 모르는척 하기로 했으니까.. 그래도 조금은 섭섭하네 ㅠ_ㅠ .. 눈은 승현이를 향한채..자리로 걸어가려는데.. "진짜 그렇게 안봤다..아니 양다리는 그렇다 치고.. 원조는 또 뭐야.그것도 떡하니 교복차려입고." "조용히해..목소리두 큰게.." "왜?들음 어때서?!지가 그럼 잘했대?!" 저말들..어쩐지..나 들으라구 하는말같은데.. 깨름직한 얼굴로 가방을 책상위에 가방을 내려놓는데 그런내앞에 심각한 표정으로 나타난 화진이. "너...." "왜그래.무슨일있어..?" "너..어떻게된거야.." "뭐가..." "다모임에..너 뽀뽀하는 사진 누가 올렸어.." "뭐!그키스사진?!!!!!!!!" "키스까진 아니고..뽀뽀..." "맙소사..드디어 올려버렸구나..어쩐지 울학교에 안올린다했더니.. 하..내가못살아.." 나의 커다란 목소리에..아이들의 웅성거림은 점점 커져간다. "어머.지가 인정했어..너두 방금들었지..? 드디어 올렸댄다..세상에.뻔뻔해.." "담임 귀에 들어가면 바루 퇴학이겠구만.." 퇴학까지..ㅠㅠ.? 그냥 같은반애랑 키스한사진 올라온걸로..퇴학까지 당한단말이야.. 나는 철렁 내려앉은 가슴으로 승현이를 보았고.. 나때문에..괜히..너까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듯.씽긋 웃어보이는 승현이.. 그제야 조금씩 느슨해지는 박동소리. "너 미쳤어..이강순..돈필요하면 나한테 말했음 됐잖아!!!!!!" 무슨말하는거야.. 눈물고인눈으로..버럭 소리를 지르는 화진이. 난 승현이에게서 거둔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올려보았고.. "돈이라니.." "니 손에 들려있던 돈말이야..그 아저씨가 준거잖아" "아저씨라니!!" "너한테 뽀뽀한 그남자말이야!!" "뭐..?" 아저씨라니..그럼... 난 무너지는듯한 심정으로..아이들이 몰려있는 교탁으로 다가가고.. 웅성대며 나를 훑어보는 반친구들. "잠깐만..비켜봐.." "왜.확인작업하게?" "꺄하하>_<말심했어 너." 박수까지 치며 좋아라 웃는 아이들. 분명히 어제까진 친구였는데..인사하고 인사받던 친구였는데.. 아무래도 좋다. 나는 컴퓨터 모니터로 흔들리는 두눈을 고정시켰고.. 곧바로...눈을 감아버렸다... 대체..누구야..?왜..무슨이유로 이런짓을.. 부인하고 싶지만..조회수 67건을 갖고있는 사진속에 있는건.. 차옆에 돈을 든채 서있는 나. 그리고 뺨에 입을 맞추는 어제의 남자. 남자의 머리에 가려서..경악하는 나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난 힘없이 두손을 떨구었고.. "나..아냐..이아저씨가..억지로..우리아빠친구라면서.." "하하 얘 진짜 웃겨.방금전까지 지입으루 '맙소사..드디어 올려버렸구나ㅠㅠ' 그러더니 지금와서 오리발 내미는거봐.막상보니까 쪽팔려?" "아니라구!!이건 이아저씨가 억지로 한거야!! 우리아빠 친구라면서!!돈도 억지로 쥐어준거구!!!!!내가 첨에 말한 사진은 이게아니야.." "응 그랬어요?아빠친구가 뺨에 뽀뽀두 하는구나" "야.그만해..왜그래 진짜 애 울겠다.." "웃기잖아 솔직히!!양다리두 모자라서.!!" "그거야 다 지능력이겠지.돈이궁했나보지" 온몸에서 힘이 풀리고... 내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의 표정에..참고있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아이들 너머로 들려오는 화진이의 고함소리. "너네 진짜 말이면 다야?!너무한거아니냐구!!" "너까지 따당하구싶냐?" "뭐?!" "혼자 얌전한척 착한척 내숭 다 떨더니 역겨운짓 혼자다했어. 어우.쏠..꺄아!!!!!!" ...그때..찢어질듯 비명을 지르는 미영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날라온 영어교과서. 아이들은 놀란듯 승현이를 쪽을향해 수근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승현이가..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있다. "나 약속 못지키겠어 강순아.한달까지 못참겠어." "야..박승현..너...너.나..한테 지금 뭐..야..?" 승현이와 친했던 미영인..멍한 충격에 말조차 제대로 안나오는듯 했고.. 그런 그녀를 가볍게 무시한채..떨리는 내 팔목을 부드럽게 잡아올리는 승현이. "오늘부터 내옆에있어.울지마.우는사람이 지는거야.." "......." "나 강순이랑 놀꺼니까 그럼 나도 따시켜라." "박승현 너 진짜 미쳤어?!?!" "아니.안미쳐서 이래.미친건 니들이잖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욕설들에.아랑곳하지않고.. 비틀대는 나를 일으키는 승현이.. 그래서..나와 승현인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게되고.. 잔인하게 변한 아이들은 5시간 내내 커다란 목소리로 나를 울려버렸다. 쉬는시간마다 내옆에붙어 나를 위로하는 화진이. "울지마..바보야..휴..어떡하냐..앞으로.." "......" "괜찮아.이러다 잠잠해져..알게모르게 그런애들 얼마나 많다구. 미영이 저것두 예외는 아닐텐데.." "넌..정말..내가 그랬..다고..생각해..." "응..?" 되묻는 화진이.그리고..곧바로 울리는 6교시시작종소리. "이따 다시올께" 화진이가 자리에 돌아가고.. 다시 승현이와 나.단둘이 남았다. 맘씨좋은 한문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고..나는 아이들의 가시박힌 말들을 모두 삼켜내며..조용히 입을 열었다. "..승현아..넌..내말 믿어주는..거지.." "믿든 안믿는 난 지금 니가 젤 좋아.그래서 누가 너 아프게하면 심장이 막 빨라져..그리구 너 울면 나까지 울것같애..그러니까 울지마.." "...고..마워..." "맨날맨날 내가 지켜줄께.울지마...." "응..안울게..^-^.." "근데 이핑계루 한달동안 모르는척하는거 안해두된다.!" "..^-^....." 책상밑으로..차갑게 식은 내 손을 꼬옥 잡아주는 승현이. 1시간내내 손을 잡고있는바람에. 그날 필기는 한자도 할수없었지만... 죽을것같은 이상황에서도..행복하게 웃을수있었다. 더욱 노골적으로 변한 아이들의 수근거림속에..종례시간이 지나고.. 가방을 맨채 내 팔짱을 끼는 화진이. "가자." "..고맙다.." "고맙긴.뭘.승현아 오늘은 내가 강순이랑 얘기할께^^그래두 되지?" "낼부턴 안돼" "..-_-..그래.." 씽긋웃더니..친구들이 있는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승현이. 워낙 두터웠던 우정이라..승현이 친구들은 변함이 없나보다. 그래.나한텐 화진이 니가있어..!! "오늘은 정환이 보러가자^-^" "응...고마워 화진아." "뭐가 자꾸 고맙대.." 나 이강순은. 1층현관까지 가는길에 1학년과 3학년들의 손가락질을 한몸에 받아버렸다. 쉬는시간마다 다른반아이들이 창문을 기웃거린것도 끔찍한데.. 이젠.전학년이구나. 이젠..선생님들만 알면 끝인가.. 상관하지 말라는듯..잡은손을 씩씩하게 흔드는 화진이. 나 역시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고..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서려는 찰나. ♪♩♬♪♩♬♪♬♪♩♬♪♩♬♪♬♪♩♬♪♩♬♪♬ 주머니에서 들려오는 벨소리. ... "받..아봐.." 조심스런 화진이의 목소리에...씩씩하게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나 여기 후문이다!!" "..은.형이..?" "응.나 알바하다 말구.달려나왔잖어.빨리튀나와!" 뚝... ...... ........ 어떡하지..은형이가 와버렸어. 목소리로 보아선..아무것도 몰라..만약에..은형이가 알게된다면.. 그건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일... [30] . "왜그래.강순아.." "어" "무서워서 그래..?돌날라올까봐..?" "아니.." "사실 난 좀 무서워.우리 빨리 여길 벗어나자-_-" "그래.." 영문을 알리없는 화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나란히 후문으로 향하는길. 밝은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은듯..조심스레 말을 꺼내본다 "화진아.후문가면 은형이 와있거든.." "뭐_?!" "아무말도 하지마..내가 말할때까진..그냥 평소랑 똑같이 행동해." "걔 혹시 그 김동영인가 뭐시깽이도 온거아냐-0-!!" "아냐..걘 안왔을꺼야....저봐..혼자왔지.." 후문에 몸을 척 기대고서서..손을 붕붕 흔들고있는 은형이. 커피숍에서 알바할때 입는 까만 앞치마를 두르고서.. 양손엔 무언가를 잔뜩 쥐고서.. "이야 빨랑나왔네!!돈벌레도 같이나왔네!!" -0-..휙.나를 노려보는 화진이. 내가 안그랬단말야 ㅠ_ㅠ "이거 내가 첨으로 만든 생크림케익이야.존나맛있어" "..이거줄려구 알바하다 뛰쳐나왔어?" "엉." "안혼나..?" "아니 혼나." "-_-..잘먹을께.." "잘먹지 말고 냠냠쩝쩝 맛있게먹어" "알았어.." 케익 두조각이 내 손에 건네지고.. 교문을 통과하던 아이들이..앞치마두른 은형일 보며 킥킥대고있다. 전혀 개의치않고 브이자 표시를 해주는 권은형.. 그냥 그렇게 지나가줬음 좋았으련만.. 정말 고마워했으련만.. "원조하는애지 쟤.남자친구도있어 왠일이야" "내스타일인데.아깝네..키킥" 벌써..터져버리다니.. 이렇게 쉽게.. 눈치챘을까..설마..저 돌머리가..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은형일 올려다보았을때.. 이미 그는 그아이들앞을 처억 막아서고있었다. 신이시여. 화진이와 부둥켜안고 오들오들 떠는중. "리플레이" "네..?" "방금했던말 다시 해봐" "왜..요?" "누가 원조를해.." "..그쪽 여자친구요.." "무슨원조" "원조교제요.ㅇ_ㅇ" "뭐...?" "그쪽 여자친구요.어떤아저씨랑 뽀뽀하는 사진 다모임에 쫙 떴잖아요. 몰라요?" 피해!!어서 피하란말이야!! 여자아이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나와 화진이는 은형이의 양쪽팔을 붙들어잡았고.. 놈이 발광을 쳐대는 사이에.그 두아이는 경악스런 표정으로 멀리달아나버렸다. "그만 은형아 내가 말할께!!가만있어.제발!!!" "뭘말해!!!!!!!원조?!저것들이 진짜 아우!!!!!" "그게아냐.." "일단 놔봐..진짜야 아니야 그것만말해" "사진올라온건 진짜야.." 그와 동시에 바닥에 팽겨쳐지는 은형이의 까만앞치마.. 지나가는 아이들이 모두 도망갈만큼..무시무시한 욕을 버럭버럭 내뱉는 은형이. "너 왜이래.아직 내말 듣지도 않았잖아!!" "그새끼 어딨어!!!!!!!!!!!" "너 나 못믿니?!내가 정말 그랬을꺼라고 생각해?!" "넌 꺼지고!!!!그새끼 어딨냐고!!!!!!!!" "하..권은형..제발..침착하구 내말좀 들어!!요새 너 정말 왜이래!!" 나의 말을 무참히 씹고서.. 손가락질 하는 1학년 놈들쪽으로 다가가는 은형이. 그리곤..한마디 말도없이..그중한명을 잡아올려..교단쪽으로 집어던져버린다. "꺄악 권은형!!!!!" 아이의 얼굴이 흙에 짓이기고.. 코에서 흐르는 피가 잡초위로 흘러내리고.. 은형이는 또다시 미쳐버리고.. 나는 그의 등에 매달려 눈물섞인 악을 내지르고. "너 왜이래 진짜 내가 아니라잖아.너 나 못믿어?!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넌 입다물고있어!!!!!!!!!그새끼 어딨어!!!!!" "권은형!!!!!!!" "어딨냐고 물었어 이제 더 안물어.." "너 왜..나 못믿어..그 아저씨가..억지로..아빠친구라면서.." "질질 짜대지좀 말고!!!!짜증나!!!!그새끼 어딨어!!!!" "..뭐..?" 질질..짜대지말라구..?짜..증나..? 내말은 들을 생각조차 안하면서..믿을 생각조차 안하면서.. 질질짜지말라구.. 지금 정말 죽고싶은게 누군지..너 알기나해..? 하.. 순간..울지말라고..지켜준다고..내 손을 꽈악 잡아주던 승현이 얼굴이.. 미치도록..그리워져버렸다. 그리고..그만큼..눈앞의 이남자가..미워져버렸다. "..너..나..좋아하는거 맞니..?" "잡소리하지 지껄이지말고..그새끼 있는데말해.." "권은형..나..너 정말 싫다.." "그딴거 상관없어.그새끼 어딨어" "인젠..나좀..제발 놔줘라..제발.." ..... ........ 이렇게 슬픈얼굴..은형이앞에 보인적있었던가.. 그제야..제정신을 찾은 은형이.. 무언가를 말하고싶은데..말이 안나오는듯..멍하니..나를 내려보고.. 나는 화진이의 어깨에 몸을 지탱한채.. 천천히 그의앞을 지나쳤다.. 은형이가 벗어던진 앞치마도 지나치고.. 교문을 통과하고.. 등뒤에서 들려오는 은형이의 목소리.. 이번엔..귀대신..마음을 막아버렸다.. 들어오지말라고..더이상..울기싫으니까..제발..들어오지말라고.. 그날밤. 창문앞에서 5시간째 내 이름을 외치고 있는 은형이. 부모님도.언니도 집에 없기에..문을 열어줄 사람은 없다. 난 음악볼륨을 최대로 올린채..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이강순!!!미안해!!아까 내가 잠시 돌았었다니까!!!!!!!" ..... ....... "이강순!!!!!알잖아 나 열받으면 말 막나오는거!!!!!!!" 그때..삐비빅..문자소리가 나고.. 난 손을뻗어 핸드폰을 열었다. "내일보자.!!나아빠밥해주러간다!!그때까지 화 다 풀고있어!! 사랑해!!" .. ..... 은형이의 목소리.. 그리고..날 두렵게만든 문자하나.. 수신번호는 18181818 '두명 다 아직도 니옆에 있네? 이렇게까지 했는데 운도좋다. 인제 한번만 더 괴롭힐께.미안^^*' ....... ........ 미안하지만 한번 더 괴롭히기전에 내가 너 찾아갈꺼야... 내일..정면충돌해버릴꺼니까.. ....서울..어디라고 했었지.. [31] "강순아.일어나!아침이다.아침!!" 으응..누군가의 씩씩한 목소리로 시작된 하루. 나는 무겁기 그지없는 눈을 가까스로 떠보였고.. "언니!!" "얼른 씻구 교복입구.빨리빨리!" "괜찮어?!정말 괜찮은거야?!" "내가 뭘!!!!!!" "아니...아냐.." "나 니네 학교근처에 볼일있으니깐 같이나가." "응.." 두손을 척척 흔들며 방을 나가는 언니. 이상해..아빠가 무슨짓을 한것임엔 틀림이 없는데..=_=.. 설마 귀팠다고 제정신이 돌아온건 아닐테고.. 꺼림직한 마음으로 교복을 줏어입고.. 츄리닝 차림의 언니와 집을 나서는데.. 그랬는데... "이야 학교 빨리두 간다.너 그러면 지각안하냐?!" .. 지금 이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듣기싫은 목소리일것이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건지..반바지차림으로 집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은형이. 난 싸늘한 표정으로 그의 앞을 지나쳤고.. 곧바로 나의 손을 턱 잡아버리는 언니.-_- "야.은형이 오랜만이네!!!아침부터 왠일이야!!" "누나 보구싶어서 왔죠.아하하" "비참한 농담은 하지두 말어라!니네 또 싸운거야?" "네.제가 무지 잘못했걸랑요.야.이강순" 어제까지만 해도 날 찢어죽일듯이 방방 난리치더니. 너의 그 피곤한 다혈질성격.!!!! 이번엔 뭘루 꼬셔두 안넘어갈테다. 놈의 환한 얼굴을 피해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어버렸다.. 그리고..눈앞에 척 들어오는 우산모양의 쿠키하나. "이거 내가 어제 새벽에 쌔빠지게 만들었어. 나 일하는 까페에서 배웠잖어.오늘 비온대." "그래서..?그거 쓰라구..!?" "역시 내 마누라야.한번에 척 알아듣는다니까" "그거쓰면 비 안맞니!?!" "몰라 안써봐서...그니까 니가 써봐" "왜!!어제처럼 또 소리질러보지!꺼지라구 욕해보지!!" "아 왜그래.아직두 삐진거야?소금쟁이." "하..됐다..응..너랑 진지한 얘기할려면 100년이 걸려도 모자랄꺼 다!!" 흥분한 내손에..울퉁불퉁한 나무색 쿠키를 건네주는 은형이. 언니가 나의 머리를 쥐어박으려는 찰나. "누나 걔 때리지마요...어제 충분이 아팠어요!!!" "..엥?왜아퍼.강순이가아펐다구?" "네.!! 야.강순아.인제 화풀린거지?우리 안깨지는거지? 이따 학교끝나구 우리가게 놀러와!!나 인형 눈붙히기 알바하러 간다!" 인형눈붙히기..?! 흥이다.!!!!! 아르바이트가 늦은듯.. 은형이가 헐레벌떡 사라지고..언니는..정류장을 향하는 내내. 아팠던 이유를 캐묻기 시작했다. 또 시작된거야.ㅠ_ㅠ 버스안에서도..들고있는 비디오로 옆구리를 마구 쑤셔대며 나를 재촉하 는 강윤언니. 난 말없이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해보라니까!!!" "안돼..언니 들음 놀라.." ..... ......... "하긴..남자한테 채인년이..친구한테 배신당한년이.. 너무 주제넘게 굴었지..?..미안하다.." "악!!언니 왜그래.그게아니잖아!!" "아냐..^^..난..괜찮아..나하나쯤이야..금방 괜찮아질꺼야.." 언니이..ㅠ_ㅠ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고개를 뒤로 발라당 제껴버리는 강윤언니. 그리곤 곧 죽을듯이 가쁜숨을 몰아쉬고있다.-_- 난 울며겨자먹기로 어제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털어놓고.. 학교까지 2정거장을 남겨놓고있을때.. 부들부들 온몸을 떨어대며 귀를 기울이던 언니가.. 느닷없이 버럭.소리를 질러댄다. "넌!!!누가 진짜 널 믿고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왜그래.언니..침착해.." "널 진짜 믿은건 은형이야!!은형이란 말이야!!" "걘 나보구 꺼지라구 그랬다니까!! 더이상 지껄이지 말란말두 했어!" "그러면서 계속 그 아저씨 있는데 캐물었다며..니가 안말한다고 성질낸 거잖어!!" "..그래.." "이 멍충이기집애야.은형인 그새끼가 일방적으로 널 희롱한걸아니까 정신이 돌아버린거야.은형이가 화난건 니가 아닌 그 미친놈이 였다구.!그냥 무조건 널믿고 그새끼를 잡아죽이려구 했던 거라구!!" .. ... 울학교 학생들의 수근거림이 점점 더 커져가고.. 그에 질새라 더욱더 쇤소리를 질러대는 언니. ㅠ_ㅠ "반면 그 박승현이란놈은 널 안믿었어!! 니가 일방적으로 당한거라 생각했다면.그렇게 널 믿었다면 은형이처럼 발광했겠지!!그치만 걘 그 남자에 대해 아무말도 없었다면서!!!" "아냐!그런거 아냐!언닌 승현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긴 뭐가 아냐 이 띨띨이 같은년!!" 쿵!! 기왓장 격파로 단련된 주먹을.한치의 망설임없이 내 머리위로 꽃아버리는 언니.ㅠㅠ. 그렇게 지옥같은 등교시간이 흐르고.. 나는 교실문앞에 도착할때까지..언니가 했던 말을 쉽게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정말..일까.언니말이.. 날 믿은건..승현이가 아니라 은형이란말.. 후.. 깊은 한숨을 내쉬고.가방안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던 우산과자를 찾으려 책들을 들쳐내기 시작했다. 산산히 조각난 우산과자.. 주먹에 쥐고....무작정 입안에 털어놓는중. 강윤언니 말이 정말이라면.. ... "알았어?!하이튼 이강순 괴롭힌단말 윗층에 들리면 니들 가만안둘 줄알어!!" ..-_-..뭐라..구..? 나는 나의 두귀를 의심하며 앞문틈에 머리를 끼워넣었고.. 순간.드르륵 열리며 나를 민망하게 만드는 야속한 앞문. 헙. "니가 이강순이지?" "..네.." 평소에 성격이 난폭하다고 소문이나.1.2학년들이 목숨을 걸고 피해다니는 3학년 선배 두명. 무서운 여자들이다.-_- 이젠 3학년까지 날 잡으러 내려왔구나.ㅠ_ㅠ "니가 은형이 여자친구지?" "..네.." "애들이 괴롭히면 바루와서 말해.알았어?" "...네..?" "은형이가 10번도 넘게 부탁하드라.쉬는시간마다 니네반 내려와달라구 근데 우리두 개인 후라이버시가 있고하니까.그짓은 못하겠고.. 니가 와서 바루 꼰대.알았지" 프라이버시..아닌가요.. 차마 입밖에는 못내고.그냥 멀건히 그녀들을 바라보는중-_-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윗층으로 사라지는 난폭한 두여자. 예상대로.. 교실안에 들어서면..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흝어보는 아이들. .. ..... 권은형 두고보자..-_-^ 태연한척 자리에 앉는 강순이. 그리고.. 음악을 듣다말고..이어폰 하나를 내 귀에 가만히 꼽아주는 나의 천사 승현이. ".어..?" "왜이렇게 늦게왔어.기다렸는데.." "아..언니랑 같이오느라구..우와..이노래..뭐야..?" "나 어제 친구들하구 노래방가서 녹음한거야" "우와...." 왼쪽귀로 들려오는 승현이의 노래소리.. 이순간만큼은 어떤 모욕이라도 참아낼수있다.. .. 강순이만 사랑해♬믿을순없겠지만 처음본 그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난 강순이만 사랑해♬ .. 푸웃.. 가사를 바꿔부른 승현이. 원래 강순이란 이름 대신 그녀가 들어가는 노래.. 난 자꾸만 떠오르는 웃음때문에 고개를 푹 숙였고.. 쑥스러운듯 책상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승현이. 그래..언니가 잘못안거야.. 승현이도 나 믿었어.다만 그 방식이 은형이랑 달랐던것 뿐이야.. 바보같이..말한마디만 듣고 금방 의심해버리다니. 아참.!! "승현아.." "응?" "너..우리 그날 닉스에서 봤던 니친구중에..혜진이란 애 있잖어.." "응" "걔..서울어디학교야..?" "왜..?" "물어볼께 좀 있어서.." "혜진이 오늘 수원온댔는데.." "정말?!왜?!" "걔네 엄마 북문에서 미술학원하거든..근데 뭘 물어봐?" "친구때문에.친구가 부탁해서.." 어리둥절해하는 승현이에게.가까스로 그아이의 전화번호를 받아내고.. 서울까지 안가도 되겠구나.. 좋았어.이상태로라면 아주 쉽겠어.!! 빙긋 미소짓는 나를. 당장에 삼켜버릴듯한 눈으로 노려보는 아이들..-_- 다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3교시 체육시간.. 이번시간은 운동장에서 서브 연습을 하고,나와 화진인 스탠드에 멀뚱히 앉아 구름뜬 하늘만 바라보는중. "미안해 화진아.나땜에 너까지 왕따됐다." "왕따는 뭘.저런 미천한 애들하군 원래 놀생각없었어" "넌 끝까지 그 컨셉이구나-_-" "뭐가..?" "아냐...." "꺄악.고개숙여!!!!!" "?!!!!!?!" 투웅!!!!! 그랬다.. 5미터 근방에서 날라온 단단한 배구공이 내 머리를 맞추고..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화진이. 난 괜찮다는듯 씨익 웃어보이며 고개를 들었고.. 투웅!!!! 두번째 공이.이번엔 내 손가락을 치고 튕겨져버렸다. "어머.미안.공이 자꾸 미끄러진다!!!!" "........" "담부턴 조심할께?미안해^ㅇ^" 한쪽눈을 찡긋해보이며..친구들과 꺄르르 웃어대는 미영이. ... ..... [32] "아니.뭐 저런것들이 다있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이는 화진이.. "하지마.야.우리 다구리 당해-_-" "이 맹순아!아까 온 선배들한테 일러.!!" "그래서 전따 당할려구?" "악!!그럼 저대로 둘꺼야?!꺅꺅 또날라온다!!" 체육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른채 열심히 실기시험을 보는중이고.. 그틈을 노려 세번째 배구공을 내 머리위로 던지는 미영이. 졸업해서 배구선수 하면 딱 좋겠네. 이번역시 정확히 명중이다. 얼얼한 머리.. 흥분한 화진이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려는 찰나.. 눈앞에 생기는 작은 그림자. ..? "머리 괜찮어..?" "어..." 승현이다.. 체육복대신 빨간색 티를 입고..내 앞을 떠억 버티고 슨 승현이. 당황해하는 미영이와 그 패거리가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였고.. 내게 뒷모습을 보인채..꼼짝없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승현이.. .. 10분쯤 흘렀을까.. "야.박승현!!너 실기안봐?!빨랑 내려와!!" 호루라기를 목에건채.손짓을 해보이는 체육선생님. 그리고..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태평스레 대답하는 승현이. "안볼래요_" "공두 잘넘기는 새끼가 왜그래?!빨랑 내려와!" "그냥 D 주세요" "D 가 아니라 E 야 임마!!!!!" "잘됐네요.저 D 보단 E 더 좋아해요." "하이튼 이반놈들은 하나같이 말두 안들어먹어" 투덜대며..수첩에 무언가를 깨적이는 체육선생님. E라고 적는듯.. "너 왜그래 승현아 빨랑 가서 실기봐..!!" 조급한 마음에..그의 옷자락을 붙들고 마구 흔들어버렸고.. "그럼 너 공맞잖아.아프잖아" "꺅.아니야.교실로 피해있음 돼.." "싫어.나 있는데 같이있어" "실기보라니까..ㅠ_ㅠ.. E 래잖어.." "그게 뭐가 중요해." ㅠ_ㅠ..답답한 마음에 등을 떠밀어보아도.. 꿈쩍없이 그자세를 유지하는 승현이. 그렇게 1시간동안 나의 천사는 말없이 내머리와 마음을 지켜주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아무내색없이.. 가만히 내 슬픔을 닦아주었다.. .. 수업이 끝나고.. "아까 승현이 진짜 멋있었다.이야.돈까지 많은데.. 얼굴까지 귀여운데..세상에..성격까지 좋아요!!누구랑 정말 비교되 게스리!!!!!" -_-..빗자루를 어깨에 지고..신나게 입을 놀리는 화진이. "그 누구가 누군데..-_-?" "아 양아!!!!...아니..은형이지.." "양아치 아니야...은형인 양아치 아니라구.." "니 입으루 맨날 양아치라구 했잖니!" "그건 그냥 홧김에 한거구.." "뭐야.또 막상 남자친구 씹으니깐 화나냐!" 아무래도 동영이에게 너무나 많은것이 쌓여버린듯.. 은형이를 싸잡아 비난하려 하는 화진이.. "청소하자.청소.." 난 흥분한 그녀를 지나쳐 뻑뻑 대걸레질을 해댔고.. 걸레앞에 멈춰슨 누군가의 발을 보고..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어..?" "오늘 끝나구 같이가.!!" "어..나.오늘 가봐야될때가 있는데..ㅠ_ㅠ.." "안돼 오늘부턴 나랑 같이가..!!" 청소할생각이 전혀없는듯.-_- 아무런 청소도구도 들지않고..심술난 표정을 지어보이는 승현이. "내일가자.정말.오늘은 꼭 해야될일이 있어.." "무슨일..?" "내일 말할께...^^" "남자친구 만나는거지..?" "아냐..내일 정말 말할께.미안해.승현아..한번만.." "알았어..28일남았다..!!" "응..^^" 빙긋 웃는 나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방을 들고 잽싸게 교실을 나서는 승현이.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청소도 하지 않은채-_- 그리고..그가 남겨놓은 28일때문에..나는 거머리같은 그녀의 시달림을 받아야했다. "28일이 뭐야!!28일이 뭔데!!" "아냐.아냐.ㅠ_ㅠ.." "너 지금 내가 친구로 남아줬더니만 날 배신하는거야!!" "너까지 왜그래..아침에두 나 죽는줄 알았다구.한번만 봐주라." "말해!!28일이 뭔데!!니네 그날 뭐하는데에!!" "으어어어.ㅠ_ㅠ" 도망치는 강순이와.붙들고 늘어지는 화진이. ㅠ_ㅠ 나는 20여분의 실갱이끝에 간신히 그녀를 따돌릴수 있었고.. 지금은.. 북문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중이다. 휴...일단 차근차근 생각하자. 먼저 오늘 그 못된년을 만나서 내 누명을 벗고.. 그다음에 화진이에게 모든일을 말해주고.. 그리고 나서 은형이랑 승현이 일을 생각하자.. 난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서..떨리는 손으로 낯선 번호를 눌렀다. 띠띠띠 띠띠띠띠 띠띠띠띠.. 번호를 누르고.. 슬픈 발라드가 컬러링으로 흘러나오고.. ..그리고..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여보세요!!" "..나..기억해..그때 닉스에서 봤던..승현이랑 같은학교 친군데..오랜만 이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시작한 인삿말.. 그앤..생각보다 담담히 내 목소리를 받아들였고.. 덕분에 생각보다 아주 쉽게..약속장소를 잡고..또 약속시간을 잡았다. 3분만의 통화끝에 말이다. 약속시간 여섯시.장소는 중앙극장 옆에 위치한 작은 커피숍. 이대로 버스를 타고 간다면.. 정확히 6시 5분쯤 도착하겠지.. 버스가 더욱더 속력을 낼수록.. 그에따라 빨라지는 내 맥박소리.. 일종의 증오심이랄까..나도 모르는사이에 차갑게 변하고 있는 얼굴. 목에 힘을 잔뜩 주고.내 자신에게 기합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핸드폰에 매단 부처님을 만지작대며 말이다. 그리고 10분뒤.!! 이강순!!냉정함과 도도함으로 완전무장!!!!!! (어디까지나 지생각임)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힘을주며 도착한곳이 이곳 중앙극장앞. 멍하니 멋진 남주인공이 있는 간판을 올려보다가. 이게 아니지>_ 이내 정신을 되차리곤..커피숍을 향해 힘있게 오르기 시작했다. ㅠ_ㅠ..당당하자.당당. 처음부터 기선제압. 은형이가 그때 가르켜준걸 이때 써먹으면 되겠구나. 좋아.5단계.확실히 외웠다이거야.!!! 그럼에도 부르르 떨리는 손을 원망하며.. 커피숍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정확히 3번의 심호흡끝에.벌컥 문을 열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그 아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생각을 머릿속 깊이 되뇌이며.. 도도한 얼굴을 뻐쩍 든채 창쪽 테이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저거 두명..뒷통수 많이 봤는데..-_-.. 어디서 봤지.. 나와 약속한 그아이가 앉아있는 바로 옆테이블 그곳에 앉아있는 한쌍의 남녀가 심각스러울정도로 눈에 거슬린다. 어쨋든지간에.. 나는 눈을 아래로 차악 내리깔며 쇼파에 털퍼덕 앉아버렸고.. "왠일이야?니가 날 무슨일로 불렀는데?" 싸가지 없는 그아이의 말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남녀의 얼굴을 정확히 확인한 나는.. 아뿔싸.ㅠ_ㅠ 완전 무장한 도도함을 순식간에 몰락시킨채 고개를 푸욱 수그려버렸다. [33] 저인간들이 여긴 왜온거야!!!!ㅠ_ㅠ 그 한쌍의 남녀는 빨대를 입에 물고 깔깔대는 광민이와 보람이였고.ㅠ_ㅠ 난 마른침을 삼키며 이 커피숍을 죽도록 원망했다. 그리고.궁상맞은 나의 모습에 기가막히다는듯. "너 사람 불러놓고 뭐해?장난해?" "응?아니!!장난안해!!!너말야!너!" "기가막혀.." 렌즈낀 눈을 깜빡이면서..코웃음을 치는 그녀. 기선제압 첫번째. 바닥에 침을 뱉는다. 그래 좋아.지금 내가 중요하지.광민이랑 보람이 신경쓸때가 아냐. 난 바싹마른입을 원망하며..눈앞에 있는 물을 들이켰고. 이내.침대신 그것을 바닥에 찍 뱉어버렸다-_- 이런나의 행동에.아주 어이없다는듯 피식 웃어보이는 그녀 "할말이나 빨리해" "너.사진지워" "..무슨사진?" "아니 지우지말고..!애들한테 말해.그 아저씨랑 뽀뽀하는 사진 니가 시킨거라구.그리구.날 만만하게 보지마!!" "진짜 웃겨..난 무슨말하는지 모르겠는데?내가 했다는 증거있어? 있냐구!" 하..-0-.. 닭잡고 오리발 내민다더니.참 사람 미치게 만드는구나. 그래.두번째 방법을 쓰자.. 차갑게 식은 얼굴로 알아들을수 없는 욕을 몇마디 중얼거리기. "@#@$@##%#%..." "뭐라고 궁시렁대?!쌍소리할려면 큰소리루 해!" "증거?!너 내가 증거 들구오면 어떡할래?!버디 쪽지 그거 아이피 추적하면?!" "버디쪽지?!참나.해봐!해보라구!!뭐 이딴 지랄같은 경우가 다있어!" -_-이상하다..이쯤되면 쫄아야되는데.. 이 방법만은 정말 안쓰려고 했는데.. 그래..3번째다. 난 망설임없이 교복조끼를 벗어서 테이블위에 던져버렸고.. 그녀는 정말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동시에 삐비빅 울려대는 문자소리.. 그녀몰래 슬쩍 액정을 들여다보면.. '나 지금 까페알바하러간다.8시까지 우리 가게루 와 사랑사랑 사랑해!' -_-.은형이놈이였다.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닫고..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그녀가 말한다. "야.할말다했냐?나도 할말있거든?" "그래.말해봐" "너 한번만 눈앞에서 알짱대면 그땐 용서안해.알겠어?" "뭐뭐뭐!!" "승현이 이름도 니입에 올리지마.꼴같지 않은게 나타나서.." 앙칼진 그녀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네번째 방법을 실행해버리고. 이름하야. 손에 쥐고있던 물건을 상대방의 안면에 던져버리기. .. 이얍!!!!!! -_-..그리고..내 손에 쥐여있던 가볍고도 가벼운 껌종이는 그녀의 어깨에 힘없이 맞고서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팔랑팔랑♬ 진짜 이게 아닌데..ㅠ_ㅠ.. "정말 끝까지 가보자 이거야?!!?" 울상이 된 나의 얼굴을 화들짝 놀라게 해버린건. 반쯤 식어가는 카푸치노. 분노한 그녀는 자신이 먹고있던 카푸치노를 내 얼굴에 쏟아버리고.. 난 멍한 가슴에 볼을 타고 흐르는 카푸치노를 바라보았다. 함 해보자 이거지!!!!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불끈 두 주먹을 쥐었을때.. 짜악!!!!! 뺨과 손이 맞닿는 커다란 소리가 커피숍안을 울리고.. 나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또한번 놀란가슴을 달래야했다. 어느새 우리테이블에 와있는 보람이.. 아주 용감히..그녀의 뺨을 날려버린 보람이. 그리곤..그걸로 끝내지 않고 고함을 질러대는 보람이. "보자보자 하니깐 참을수가 없네!!!야.너 뭐야 정말!!! 교복보니깐 어디학교야?!!" "하....." "싸가지두 정도가 있어야 두고볼꺼아냐!?!" ".....@#$!!!!!!" 눈물고인눈으로 욕을 몇마디 내뱉더니만.. 도망치듯 커피숍을 뛰쳐나가는 그녀.. 그리고..흥분한듯이..맞은편 의자에 털퍼덕 주저앉는 보람이. 고마워요.정말 ㅠ_ㅠ "괜찮어 강순아?" "응..괜찮아..ㅠ_ㅠ..보람아..보람아.." "그래.침착해..근데 쟤 뭐야..어디서 굴러온건데.." "그게아니라..그러니까.." 당혹스러운 마음에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 나-_- 그러다가 바로 옆테이블에 앉아 쿡쿡대는 광민이와 두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잘생긴사람-_- "너 그거 은형이가 가르켜줬지?" "뭐!" "침뱉고.안들리게 욕하고.옷벗어버리고.손에있는거 던지고." "그게 뭐 어때서..?" "마지막꺼 했음 아주 큰일날뻔 했네.아하하!!" "..-_-^.." 아직도 분노를 식히지 못한 보람이가 그에게 묻고. "마지막께 뭐였는데?" "벽에 머리통 박기-_-" "푸훗..은형이답다.." "그새낀 그 다섯가지를 아주 소중하게 여겨.싸우지 않아도 이길수 있는 엄청난방법이라고.강순이가 싸우면 깨진다 그런담날부터. 지딴엔 존나 연구한거야.." "그 다섯가지 방법해도 상대편이 안쫄면..?" "그땐 그냥 맞던데..하하.." "으유 못됐다.그때 넌 가만있었어?!" "가만안있었!!..잠깐만..전화온다." 한참을 신나게 떠들어대던 광민이가 핸드폰을 꺼냈고.. 전화 참 많이도 온다.. "여보세요?어..은형이?지금 알바하러 갔지.. 병신..아직두 몰랐어?중앙극장쪽에 에스케이 텔레콤 있잖어. 그 바로 옆건물 지하1층.어..바로갈께.끊어" 은형이?알바?중앙극장? 어째 예감이 껄쩍지근 하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광민이. 그리고 의아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보람이. "왜..?" "우리도 가자.은형이 알바하는데.동영이도 온대는데." "그래?잘됐네.^-^같이가자 강순아" "어..어..ㅠ_ㅠ.." 보람이 부탁이니 거절할수도 없고.. 어느순간부터 보람이가 너무나 좋아져버렸다. (20분전부터겠지-_-^) 우리 세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채 커피숍을 나왔고.. 은형이가 일하는 까페는 정말 가까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까페 문밖까지 울려퍼지는 째즈발라드. 꽤나 분위기있어 보이는곳.. 문앞에 서서 가만히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니가 먼저 들어가.은형이 깜짝놀래줘.무지 좋아할껄^-^" 빙긋 웃으며 어깨를 툭툭 치는 보람이. 광민이 역시 얼른 열라는듯 재촉의 눈길을 보내고-_- 이씨.보람이만 아니였어두 ㅠ_ㅠ 정말정말 내키진 않았지만.. 파랗게 빛나는 문을..삐그덕..밀어냈다.. ....그와 동시에 터져나와버린 보람이의 비명소리. "꺄악!!!!!저거 뭐야!!!!!!!!" 하..말도안돼..이건..말도안돼.. ........ 난..믿을수없는 눈앞의 광경에...비틀대며..까페안에들어섰고.. 가게안을 잔뜩 도배한.. 나와 승현이의 키스사진. A4 용지 크기로 확대된 사진이..가게벽에 잔뜩 붙혀져있었다. 족히 200여장은 넘어보이는 사진들이..빈틈없이..가게벽을 빼곡히 메우고있다.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건.. 의자에 앉아있는 은형이의 뒷모습. "권은형!!!!!!!" 다급한 목소리로 은형이를 부르며..들릴듯 말듯 작게 욕설을 내뱉는 광민이. 그리곤 거친동작으로 벽에붙은 사진을 모조리 떼어내고있다.. 보람인..믿을수없다는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나는..무너질것만 같은 몸을 두다리끝에 간신히 지탱한채.. 어이없는 웃음을 흘려버렸다.. 이럴땐..무릎꿇고 빌어야하는건데..왜..웃음만 나오는거지.. 나..왜 이런 이상한 얼굴로 은형일 보고있는거지.. 잠시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은형이가 한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더니 평소에 짓고있던 밝은얼굴로.. 나를 마주보았다.. "왔어..?" "은...형아....." "저 사진에 여자애 너랑 존나 닮었다....이런걸 누가 붙혀놨냐.. 진짜 할짓없나봐.." ..은형아.. 정말 아무렇지 않은듯 씽긋 웃으며..사진을 떼어내는 은형이. 눈엔 벌써 눈물이 고였는데.. 난 이미 그 눈을 보고말았는데.. 고개를 저쪽으로 향한채..씩씩하게 사진을 떼어내는 은형이.. .. ..... [34] 난..이럴때 어떤말을 해야하는거지.. 어떤표정을 지어야 하는거지... 은형이 눈에..눈물이 고여버렸다.. 권은형눈에.... "저사진..너지..너맞지.." 떨리는 목소리로..보람이가 묻는다.. 그녀 역시..광민이와 같은 얼굴로 날 보았고..힘없는 나의 끄덕임에.. 어이없다는듯 고개를 떨구는 보람이. "나지금..너..참밉다.." "........" 보람이가 가게를 뛰쳐나가버리고..가게안에 남은건 우리세사람. 사진을 다 뜯어낸 광민이가..오도커니 서있는 은형이의 어깨를 툭 건드린다. "괜찮어.힘빼지마.." "뭐가..누가 뭐 힘뺏냐.?밖에 비오지?" "아직안와" "다행이네!!!뭐먹을래!!사장오기전에 내가 먹을꺼 다 퍼주께!!" "........" 신나는 댄스로 음악을 바꿔틀더니..히죽대며 냉장고를 뒤적이는 은형이 난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았고.. 광민이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찰나..문이 열리며.. "비 맞은 쿨가이!!!!!!!!!!" ......그래..널줄알았다.. 흠뻑젖은 옷을 털어내며..요란한 등장을 해버린 동영이. 이 어색한 침묵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듯. 광민이의 코앞에서 주접을 떨어대고있다. "이야 음악좋다!!!!!원투원투.야.나이트 함 가까?!" "오다 보람이 못봤어..?" "응.왜?걔 어디갔는데" "몰라.나갔어..넌 어디갔다오냐" "1학년애들하구 내기오락했어.스노~우브라더스.끝판 남겨놓구 딱 뒤졌잖 어..내일 술쏴야돼.이씨.권은형!!난 생강차줘!!적당~이 뎊혀라!" 뒤돌아서 무언가를 만들고있는 은형이를 향해 냅다 소리를 내지르는 그. "왕똘아.우리 까페에 생강차없어" "왜없어!!!!!이거 기본이 안되있구만.기본이" "니가 간 까페는 어디 박혀있길래 생강차를 팔디" "작년 여름에 양평갔을때 다 팔더만" "거긴 다방이겠지.너 커피숍같은데 한번두 안가봤지.솔직히불어" "가봤어 병신아!!!!!!!!" "하와이안 펀치가 뭔데" "내가 간덴 그런거 없었어." "그러니깐 니가 간데가 다방이야" "다방 아니라니까!!!!!" ...생활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주는 그..-_-.. 여느때보다 비교적 조용히 실갱이를 벌이긴 했지만.. 어쨋든 그들의 말싸움은 30여분간 끊일줄을 몰랐고.. 눈치없이 낄낄대는 동영이와.. 말없이 손에 쥔 사진을 구겨버리는 광민이와.. 나의 시선을 애써 피하고 있는 은형이와.. 1시간동안을 입한번 열지않고 바닥만 내려다본 강순이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 우리는.. 시계바늘이 여덟시를 넘어갈때쯤..자릴 털고일어났다. 앞치마를 벗고..10분전에 도착한 사장에게 애교를 부리고있는 은형이. "아 오늘만요.내일 2시부터 나와 일할께요" "너 자꾸 이런식으로 농땡이 부리면 용서없다" "아싸.사랑해요 사장님>_ ..-_-... 그리하여...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남문거리를 뻘쭘한 얼굴로 걷고있는 네사람. 나의 손은 은형이의 손안에 꽈악 잡혀있고.. 이런우리를 시샘하듯.광민이의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려 앞서걷고있는 동영이. "..비맞아서 어떡하냐." 어색한 침묵을 지키던 은형이가..롯데리아를 지나칠때쯤 조그만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괜찮아......저기..은형아.." "내가 아까 만들어준 과자 먹었어?!" "......응.." "맛있지않냐!?캡숑맛있지!?" "..응...맛있더라..." "맞어 그거 재료가 코코아 가루랑 밀가루랑 설탕이랑.." "......." 오버된 목소리로..요리재료를 계속 되읇는 은형이.. 난 말없이 그의 손을 더욱더 꽉 잡았고.. 했던말 또하고..했던말 또하고..은형이의 말이 세번쯤 반복되었을때. 신나게 앞서가던 동영이가..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어..?쟤 니 친구 아냐?!그 돈에 환장한애?!" "응?!" "맞네.." "..어디.." 동영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 그곳엔..흥분한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화진이가 있었다. 옆에는 남자친구인듯..겁먹은 표정으로 눈치만 보고있고..-_- 날 화나게 만드는건.화진이의 머리를 툭툭 쳐대는 미영이. 저..저게!!!!!!!! "니 친구 돈밝히다가 벌받는다" "벌받는다니!!!화진아!!!!" 난 맞은편 인도를 향해 무작정 뛰기시작했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발견한 화진이. "강순아!!!!!ㅠ_ㅠ!!!!" "왜그래?!무슨일이야!" "저것들이..길가다가 괜히 시비걸잖어!" "너희 잘못한건 나잖아.왜 애꿏은 화진이한테 그래..?!" 어이없다는듯..팔짱을 끼고서 나를 흝어대는 미영이 패거리. 우산을 쓰고있어 표정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한건.입이 웃고있다는것. "야아.넌 그짓 해놓구 존나 뻔뻔히 큰소리 친다. 아까 체육시간때문에 기가 살았나분데?" "내가 정말 그랬다면.큰소리 치지도 않겠지.." "그럼 안그랬어?이년 또 우리밖에 없다구 빠락빠락 우기는것좀봐?!" ... 입술을 꾹 물고서 그아일 노려보는 순간..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미영이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려쳐버린 동영이. -0-.. 그녀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동영이를 보았고.. "왜 남의 형수보고 이년저년 하냐 이년들아!!!!!-0-" "진짜 짜증나게!!넌 남자가 몇이냐?!?!" 눈물고인 눈으로 내 면상을 향해 냅다 고함을 치는 미영이. 그리고..그런 그녀의 멱살을 잡아올리는 내 남자친구 은형이. "이대로 던져..말어...." "켁....뭐..?!" "너 진짜 사람많은데서 개쪽 먹고싶냐?!!!! " ".............." "이거 그냥 하는말 아니니까 똑바로들어!! 이시간이후부터 강순이한테 일미터 이상 떨어져있어. 그리고 원조교제니 그딴말 지껄인거 한번만 더 귀에 들어오면.. 그땐 이걸로 안끝내..아예 그런 생각도 하지마.. 내가 안했다면 안한거야.." 은형이가 잡아올린 멱살이 놓아지고.. 가쁜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닦아내는 미영이. 그 패거리가 씩씩대며 택시를 타고 휭 사라져버리면.. 난 말없이 비에젖은 땅을 내려다보았고.. "아하하하!!!!!-0-남자가 쪼옥!!!!팔리게.뭐야.뭐. 죄졌냐 죄졌어.!!어이구 누님들 때려만 주십시오.아하하하!-0-" ..-_-...고갤 들지 않아도 알수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동영이라는것쯤은.. "어머.넌 뭐야?!니가 뭔데!!" "그래두 또 좋~~~댄다.하긴 돈많으니까 그지?그지?" "세상에.정환아!가자!!이따 전화할께 강순아..!" 인상을 확 구기며.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우리앞을 지나치려는 화진이. 그리고..그 남자친구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마지막 인사를 잊지않는 동영이. "쟤는 니 돈이 좋대 돈이.그니깐 아부지 사업망해두 니 여자친구 목걸이 사줄돈은 남겨놔." "정말 짜증나!!!!!!" 빨갛게 익은 얼굴로 소리를 꽤액 지르며..화진이가 사라지고..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동영이.. 나는 멍하니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그때..내 손을 자신의 주머니안에 푸욱 집어넣는 은형이. "......?" "가자." "어딜..?" "가보면 알아" "......." 막무가내로..나의 손을 이끌고 택시에 타는 은형이. 말없이 그런 우리를 배웅하는 광민이와. 캐릭터에 맞게 호들갑을 떨어대는 동영이. "어머.세상에 쟤네 이시간에 어디간대?" "넌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거야.아니면 그 자체를 무시하는거냐" "방 깨끗한데는 인계동에 많대!!-0-잘갔다와!!" "...휴.." 광민이와 동영이의 결코 평범치 않은 대화를 끝으로.. 택시는 빠르게 출발해버리고.. 입을 굳게 다문채 정면을 응시하는 은형이. 둘만 남아버린 이상황에서.. 난 아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푸욱 숙여야했다. [35] 5.10일날 강남에 새로 생기는 교보문고에서 싸인회가 있어요.^-^ 날짜가 좀더 가까워졌을때 자세한 얘기 해드릴께요. 벌써 4.4분이네요.왜 시계를 볼때마다 네시 사분인거지..ㅠ_ㅠ.. 그래두 행복해요.ㅋ. 횡설수설ㅡ..ㅡ -------------------------------------------------------------------- 15분 경과. 택시가 멈춰선곳은..의아스럽게도..은형이네 집앞이였고.. 무뚝뚝한 얼굴로 택시에서 내리는 남자친구. 나역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놈의 뒤를 따랐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띈건....... 은형이네 집 담벼락에 무언가를 그려넣고 있는 작은 꼬맹이. 초등학교 1.2학년쯤 되었을까.. "야!!!너 누구야!!!!!" 흥분한 얼굴로 꼬마의 옆에 성큼 다가서는 은형이. 바가지 머리를 한 그 아이는..되려 누구냐는듯이 은형일 올려다보고. "형은 뭔데요?" "나 이집 주인이다!!너 뭐하는거야!!-0-" "여기 형편없는 동그라미가 무수히 그려져있길래.그냥 예술의 혼을 좀 더 불어넣는건데요?" "예술의 감각?!이 너구리새끼야!!여따 낙서하지마!!이거 중요한거란 말야!" -_-..꼬마의 손에 들린 크레파스를 휙 빼앗으며.. 냅다 고함을 지르는 은형이. 난 평소에도 꼬마아이들을 좋아하는지라..놈을 말리기 위해 조심스레 옆 에 다가섰고. 꺄아>_<너무 귀엽잖아.ㅠ_ㅠ "내가 젤 싫어하는말을!!!-0- 너구리를?!?!?이이!!!!" "그러게 누가 남의집 담벼락에 낙서하래?!너 어디서 놀다왔어!!" "안양에서 놀았다!!-0-" "근데 여길왜와 임마!!" "이사간 친구네 놀러왔다!!누굴더러 임마래!!" "너구리 같이 생겨가지고!이거 임마 내가 젤 사랑하는 담벼락인데!! 여기가 니네집이야!!니네집 담벼락에 해!!!!" "너 우리 태성이 형한테 다 일러줄꺼야.이 성격파탄자!!!!고등학생 주제에 나랑 싸우려고 들어!!?-0-" "-0-..." 이것이 정녕..초등학생의 말솜씨란 말인가.. 일단 말빨에서 딸려버린 은형이는..할말을 잃은채 너구리꼬마를 내려 다 보았고. 그아이는 흥분한듯이 방방 날뛰고있었다. "우리 형아가 꿈에서그랬어! 괴롭히는 새끼들 있으면 바로 혼내준댔어!! 너 우리 형아가 얼마나 쎈주알어!!이 볼품없는 동그라미를 다듬어줄래 니까!!!!" "누가 다듬어달래!너 니네집가!!!!!" "내가 다신 수원오나봐라!!이 너부리보다 사악한 일당들아!" 왜 나까지..ㅠ_ㅠ 흥분한 꼬마는.은형이의 손에서 크레파스를 휙 빼앗아들고는.. 골목모퉁이를 향해 마구 달려가버렸고.. 어이없다는듯..잔뜩 낙서가 된 담벼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은형이. "꼬마애 너무 귀엽다.." "이씨...내 동그라미..저 미친 너구리새끼가.." "아...전부터 묻고싶었는데...이 동그라미..뭐..야..?" "몰라도돼!!!" "그..그래..미안해.." 어쨋든..면목없는 나는 꼬랑지를 내리고.. 말도없이 집으로 휭 들어가버리는 은형이. 나역시 떠듬떠듬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그의집에 들어섰다. 오늘역시..인기척 하나없는 썰렁한 은형이네집. 어두운 거실.은형이가 불을 키고..피곤한듯 쇼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 "왜..집에 오자고 한거야..." "그사진 너 아니야.아니라고 대답해" "..........." "아니야.너 아니라구.너랑 닮은애야.맞지" "은형아..난..." "맞어 넌 키스할때 눈안감잖아!!아까 걘 감았어!! 비맞아서 찝찝하다.잠깐만.." 쇼파위에 날 혼자 덩그러니 남겨두고.. 목욕탕안으로 휭하니 사라져버린 은형이. ..하..말할 기회조차 주지않아.. 바보같이..나같음 막 화내고..때리고...울고..미워할텐데.. 그렇게 속으로 참고있는거..정말 힘들텐데.. 욕하고..때리지..나쁜년이라고..막 밀어내지.. 왜..어울리지 않게..힘들게 참고있는건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었고.. 목욕탕에서 들려오는 샤워기물소리.. 난 왜 모를까..날 더 좋아하는게 은형이란것쯤은 아는데.. 왜 그맘을 아직 느끼지 못할까.. 머리는 절실히 알고있는데..왜 가슴은 자꾸만 승현이를 떠올릴까.. 10분후..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며..지친표정의 은형이가 욕실에서 나오면. 달칵. 현관문에서 누군가 문을 따고있다.!! "-0-..어떻게..누구 왔나봐..!!" "엉.아빠야" "뭐?!" "아빠라니까..신경쓰지마.. "아악 지금 이상황 오해하기 딱좋잖아!!" "둘다 옷입었는데 뭔 상관이야.." 철크덕. ㅠ_ㅠ 문이 열리고.. 얘기만 무수히 들었지 실제로 대면하는건 처음인데.ㅠ_ㅠ 난 쿵쾅대는 심장을 간신히 억누르며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은형이와 눈매가 닮은...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등장해버렸다. 굉장히 차가운 인상... 그리고 저 머리스타일 하며 옷차림이..결코 예사롭지만은 않다. 굳은 표정의 날 쓰윽 흝어보고는..방안으로 들어가려는 아저씨. 헉.이럴수가.인사하려구 했는데. ㅠ_ㅠ "아빠......" "왜...." "며느리 데려왔어" "뭐..?" "내가 맨날 말했잖아.강순이.정식으로 인사시킬려구" "기다려라.." -0-....... 난 입을 쩌억 벌린채..선자리 그대로 굳어버렸고.. 머리를 탁탁 털어내며 티브이를 트는 은형이. "너..왜그래..?" "뭐가.우리아빠 한번도 안봤잖어" "며느리라니..며느리라니.." "아빠가 그랬어.결혼할 여자.책임져야 될 여자 생기면 꼭 데려오라고. 대신.그여자랑 결혼안하면 그땐 내 숨통을 끊어버린대" "숨..통을..끊는다구.." "엉.우리아빠 나 여자 만나는거 존나 싫어하거든. 대신 결혼할 여자만큼은 용서해준댔어.그러니깐 너 대학 졸업하구 나랑 결혼해야돼" "......" "안그럼 나 죽어" 그는..매우 단호했다.. 젖은 수건을 오디오 위에 처억 던져놓으며.. 씨에프에 나오는 소세지노래를 따라하는 그. 이럴 작정으로 날 데려온거였어..아예 도장 콱 찍어놓으려구.. 아무데도 못가게..붙들어맬려구.. 이럴수가.... 떨리는 몸을..쇼파위에 간신히 기대고 앉아있는데.. 방문이 삐그덕 열리며.. 츄리닝차림의 아저씨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 정말 얘랑 결혼할 마음 없거든요.. ㅠ_ㅠ [36] 쇼파에 걸터앉아 유심히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 그앞에 중죄인마냥 무릎꿇고 고개숙인 나. 옆에는 딴청을 피우는 은형이가 있고.. "집 가훈이 뭐야" "네..네?" "집에 가훈이 있을꺼 아니야.가훈이 뭐냐구" 아..가훈.. 우리집 가훈이.. 아빠가 재작년에 하나 만들긴 했었는데..그게 뭐였드라..ㅠ_ㅠ 그래. 음식 남기면 불벼락 맞는다.-_-.. 난 순간 아빠를 있는힘껏 미워하고 원망한뒤에.. "화목한 가정을 만들자..에요.." "좋네.화목한 가정..이혼안하고 끝까지 갈 자신있지" "예.ㅠ_ㅠ?" "애는 무조건 셋이다.외아들이니 어쩌니 하면 가차없어" "아니..저.아저씨..저는요.." "뭐!!!!!" "..아니에요..." 나는 눈물을 삼켜내며 조용히 은형이를 노려보았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아빠에게 소리치는 은형이. 하지만 눈은 웃고있다. "아빠 왜 애한테 소릴 질러!!겁먹었잖어!!" "넌 가서 밥이나해" "오늘 아빠가 하는 날이잖어.." "시아비가 며느리 앞에서 주걱질 하는거 봤니..." "아..맞다.." 머리를 긁적이며.자리에서 일어나는 은형이. 무심한 그가 부엌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홀로남은 나는 '이집에 다시오면 내가 화진이 돈이다'..라는 생각으로 애써 웃음지었다. "은형이가 너 많이좋아한다" "..네.." "형제는 어떻게 돼." "언니..하나있어요." "언니 노래잘해?" "노래요.?네..노래잘해요" "그럼 언니가 결혼식날 축가 부르면 되겠고..뭐..말잘하는 사람은 없나" "없는데요..ㅠ_ㅠ.." "헛살았네.헛살았어..뭐가그래" 왜 내가 이 내멋대로 아저씨에게 저런말을 들어야하는가. 여전히 표정하나 없는 얼굴로..나를 찬찬히 흝어보는 아저씨. 으아.진짜 미치겠네.. 발 저려 죽겠는데..ㅠ_ㅠ 그렇게 끔찍한 십여분이 흐르고..나와 아저씨 눈앞에 놓여진 커다란 오므라이스. 은형이의 요리가 이렇게 반가운적은 처음이다 !! 밥풀이 묻은 숟갈을 입에 물고..자랑스레 케찹을 내미는 그. 밥알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ㅠ_ㅠ 아저씨는 일단 밥이 앞에 놓이자 언제 그랬냐는듯 굉장히 온순해져버리고 나는 밥과 숟갈만 열심히 번갈아보며 20여분간의 끔찍한 식사를 마칠수있었다. 아.인제야 천국으로 가는길이 트였다 ㅠ_ㅠ 숟갈을 놓기 무섭게 신발장으로 달려가버렸고.. 마른 머리를 만지며 아빠에게 소리치는 은형이. "아빠.나 강순이 데려다주고 온다!!!" "그래.딴길로 새지말고 바로 들어와.며늘애기 조심히가라" ㅠ_ㅠ.. "네.." 버스정류장. 벌써 10시반.난 인제 아빠한테 죽었네.죽었어. 오늘따라 이 파란버스는 코빼기도 뵈질않고.. 맞은편의 오락실 간판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은형이. "어떡하냐.너 진짜 나한테 시집와야겠다" "......나..말좀 해도돼..?" "나 죽는거 보기싫음 도망가지마^-^" 씽긋 웃으며 고갤 떨구는 은형이에게.. 그이상 내 맘을 꺼내보인다는건..너무나도 잔인한 짓이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슬픈 침묵이 잠시동안 흐르고.. "우리..그날 했던 약속 생각나?" "응..무슨약속?" "너 내 이름표 아직 갖구있어..?" "아..그거..응..그건갑자기 왜..?" "나두 니 머리핀이 보물 2호다.1호가 너야.이건 말안해두 알지?" "..응.." 벌써 2년이나 된 일인데... 먼지가 쌓여 서랍어딘가에 놓여있을 은형이의 이름표.. 나의 머리핀은 이아이에게 있어서 보물이 되어버렸고.. 이아이의 이름표는 나에게 있어 먼지쌓인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참..쉽게 변하는구나..사람 마음이라는거.. 그때.내 어깨를 감싸쥐며 씩씩하게 소리치는 은형이. "어!!온다 7번!!!!!!!" "...그러네.." "야!!내가 그때 준거 부처열쇠고리 꺼내봐!!" "어?갑자기 왜?" "빨랑빨랑!!" ..? 난데없는 주문에.. 치마 주머니에 깊숙히 박힌 부처님조각상을 꺼냈고.. 버스가 눈앞에 멈춰섰을때..그 조각상을 향해 좀전보다 훨씬 커다란 목소리로 은형이가 말했다. "부처님!!!!강순이 나한테 오게 해주세요!!!!!!!!" .... ...... "됐다!조심히 들어가!!낼 학교앞으루 갈께!" 굳어버린 나에게 조각상을 쥐어주고는.. 버스앞문으로 마구 떠미는 은형이. 버스안 모든시선이 나에게로 꽃히고..나는 힘없이 맨 뒷좌석에 주저앉았고.. 창밖에서는 껑충껑충 뛰며 은형이가 손을 흔들고.. 그런 은형이의 눈은 그 어느때보다 슬프게만 느껴지고....... ..이런게.....깊은 사랑의 결말이라면.... 정말..사랑같은거...다신..하고싶지 않아. 치이익_버스가 출발하고..작아지는 은형이의 모습을 보면서 심각한 고민에 휩쌓여버렸다. 과연 누구의 소원을 들어줄까.. 그렇게 손에 쥐어진 작은 나무조각상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한달뒤에 승현이 옆에서 웃게해주세요. 강순이 나한테 오게 해주세요. ..이 두가지중..어떤 소원을 들어줄건가요..... [37] 토요일 아침.학교. 1교시가 끝난 쉬는시간. 승현이가 친구들과 교무실에 벌받으러 간 틈을 타서. 옆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앉은 화진이.-_- 어제 은형이의 협박이 꽤 두려웠던 모양일까.. 아이들중 누구 하나조차 내게 눈길을 돌리지 않고있다. "어제 뭐했니?걔네랑?" "그냥..은형이네 집에 갔다왔어.." "어머.왜?!" "뭐.그냥..어제 괜찮았어?전화한다더니 왜 안했어" "어제 소개팅 했거든.수원고 3학년인데.글쎄" "돈이 또 많겠지" "-_-..." 질끈 묶은 긴머리를 만지작대며..아까부터 자꾸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녀. 분명히 뭔가 바라는게 있는 눈빛인데..-_- "너 뭐 부탁할꺼있어..?" "아니..야.참.어머 어제 걔 말이야 김동.." "동영이.?" "그래!!걔.여자친구는 있대니!?" "=_=..왜..벌써꽃혔어?" "미쳤어!?!궁금하니까.그런애도 여자친구가 있나 궁금하니까.." "없는거 같던데.." 나는 은형이의 문자에 답문을 하며 시큰둥이 대답했고.. 아예 턱까지 괴고서 눈을 빛내는 그녀. "걔는 돈없지.응?" "평범하게 사는거같애..근데 니가 여지껏 만난 애들보단 훨씬 난거 같어" "무슨 말두 안되는소리야.그 양아치가 어째서!! 걔는 나보구 모래?이쁘단말안해?" -_-..그냥..관심있으니까 소개시켜달라고 해라.이 기집애야. 먼저 꼬리내리는게 그리두 싫을까.. 쯧쯔.. "그런말 안하든데..걘 무조건 이나영이라니까.." "나..이나영 안닮았어..?" "자리로 좀 돌아가줄래..?" "-_-^" 도끼눈을 뜨고서..나를 위아래로 흝어보는 그녀. 다행스레 2교시를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그녀가 자리로 돌아가면.. 살짝 구겨진 인상의 승현이가.옆자리에 털퍽 주저앉는다. "우리 2교시뭐지..?" "물리.괜찮어?맞았어..?" "아니.맞진않구.반성문썼어.!" "^-^" "아.맞다..이거 젤리..있어.." "..?" 가방을 부시럭대며..주먹만한 크기의 과일젤리를 책상위에 꺼내놓는 승현이.나는 벙찐 얼굴로 젤리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보았고.. 킥킥대며 즐거워하는 그는.이어서 작은 일회용 스푼을 꺼내들었다. "아줌마가 줬는데.너랑 먹을려구 갖구왔어!" "나랑..?" 고개를 끄덕이며..아주 당당하게.수업중인 선생님을 전혀 개의치 않고.열심히 숟갈을 놀리는 승현이. 한번 집다가 떨어트리고..또 한번 집다가 떨어트리고..-_-.. 책상은 금새 젤리로 더럽혀져버리고.. "숟갈질...못해..?" "원래 못해.ㅠ_ㅠ" "내가 해줄까..?" "쪽팔린데..ㅠ_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물리시간에. 이게 대체 뭐하는짓이란말인가.. 나는 젤리를 푼 스푼을 그의 손에 건네려했고..전혀 거리낌없이 입을 벌리는 나의 천사. "먹여줘야지.이런건 여자가 먹여주는거야" "아.그래..걸리면 무지 혼날텐데.. "응.같이 혼나자" "..그래..-_-"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떨리는 손을 그의 입가에 가져가는데.. 매우 놀란목소리로 꺄악 고함을 치는 우리의 물리선생님. "이것들아!!!!너희 지금 뭐하는거야?!!!!!!!" "파인애플맛 젤리먹어요" 너무도 당연한 승현이의 대답에..할말을 잃은 선생님. 정확히 3분후.나와 승현이는 복도 창가로 쫓겨나버리고..-_-.. 아직도 즐거운듯 킥킥대고 있는 천사. "바보아냐.같이 쫓아내면 더 좋은데.그치" "응..-_-" 덕분에 난 한층 더 재수없는 왕따가 되어버렸단다. 어쨋든 벌받는 40분내내.승현인 내 손을 꼭잡고 어제 친구들과 놀았던 얘기.엄마와 싸웠던 얘기.고양이가 휴지를 다 먹어버렸다는 사소한 얘기들을 길게 늘어놓았고.. 그 얘기를 듣고 있는 내내 저절로 웃고있는 내 얼굴을 발견할수있었다. 3교시 국어는 무사히 흘러가고.. 종례시간 종이 울리기 무섭게..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소리. "나야.!나!!" "..응!" "후문앞이다.나와!" "그래.." 정말 왔구나.. 요 며칠간 계속 학교앞으로 날 데리러오는 은형이. 다행스럽게 승현이는 이미 집으로 날라버린듯..-_- 자리에 보이지 않았고.. 어제 소개팅한 남잘 만난다며 미리 날라버린 화진이도 보이지않았고.. 홀가분한 맘으로 후문을 향해 추적추적 걷고있는데.. 그때 날 경악시킨 문자 하나. '후문앞 벤치에 있어.바루나와.-승현이-' 으악!!-0- 난몰라.어쩜좋아..아니야..설마 싸울라고.. 후문으로 나가자마자 은형이 손을 잡고 번개같이 끌어내버리면 돼... 큰일은 없을꺼야.. 며칠내내 지겹게 싸운다는건 있을수 없는일이야.그렇구말구 ㅠ_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후문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을때.. -_-..까만앞치마를 붕붕 흔들며 신나게 달려오는 은형이. "나랑 어디 가자!!!!!" "..어..디.." "찰칵 사진 찍으러가자!!!!" "갑자기..왠..사..진이야.." "그냥 너랑 사진찍구싶으니깐 그렇지.나 오늘 얼굴빨 확살지 않냐?!" "그..래.." 지금 내 목소리가 이리도 떨리고 있는 까닭은. 은형이 등뒤로 보이는 긴 벤치. 그곳에 승현이가 친구세놈과 앉아 내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기때문 이다. ㅠ_ㅠ 상황을 알리없는 은형이가 무작정 내 손목을 끌어대고.. "얘가 사슴뿔을 삶아 먹었나 왜이렇게 버텨.너 힘 많이 씨졌다" "아냐..가.." ".........." 내 손을 잡은 은형이가 빙글 몸을 돌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마주 얼굴을 대면한 두사람.. 나라도 태연하자..ㅠ_ㅠ "가자.사진찍으러.." "..." "..사진찍으러 가자니까.." "너 내 여자친구 맞지" "갑자기 무슨소리야.." "니가 보고있는거 저새끼가 아니라 내 얼굴맞지.." "....." "나 저 @#놈 앞에서 너랑 나 어떤사인지 확실히 보여줘두 되지!!!?!" "..뭐..?" 은형이의 눈은 주체할수없는 분노로 이글이글 불타고있다. 마치..끔찍한 원수를 눈앞에 두고 참아야만하는 그 눈빛. 갑자기 흥분해버린 눈앞의 이사람때문에.. 나는 아찔한 표정으로 벤치위의 승현일 바라보았고.. 그 순간. 힘이 잔뜩 들어간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쥐고. 말한마디 없이 강제키스에 들어가버린 은형이. 순식간의 일이였다. 볼이 잔뜩 구겨진 나는 놀란토끼눈을 하고서 맞은편의 승현이를 보았고.. 그는..아무표정없는 얼굴로..벤츠에서 풀썩 뛰어내려.. 빠르게..사라지고있었다. 놀란얼굴로 손가락질을 하는 승현이의 친구들. 벌써 두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야속한 눈물.. 5분가량이 흘렀을까.. 입술을 떼고.그제야 우는 얼굴의 날 발견한 은형이가.. ..굉장히 당황하듯.. "야.왜..울어....!!!!!" "..너..미쳤지..권은형..그치.." "아.그럼 어떡하라고!!순간 나사 하나가 풀리는 느낌인데!!!! 알잖어!!!!나 흥분하면 확 돌아버리는거!!!!!!!" "지금..잘..했다는거야...?" "뭐가!사귀는 애들끼리 키스하는게 어때서!!그 새끼한테 이런거라도 안보여주면 나 진짜 존나 비참한 기분든단말야!!!!!!" "우리반애들이 있었잖아...니 여자친구가..아니.내가.. 너 화날때마다 희생해야되는 대리품이야..?니가 하고싶을땐 다 해줘야되구.너 흥분할땐 무조건 참아야되구!!!!!그래서 학교애들 보는 앞에서 이런 걸레같은꼴 보여줘야돼!!!!!!!?" "걸레..?말다했냐...너..?" "니 성격 다혈질인거 알아!!근데 난 거기에 맞춰줄수가 없어!! 아니 솔직히 무서워!!그리구 그사진 나 맞아!!자꾸 부정하지마!! 내가 지금 보고있고.좋아하고.원하는건 권은형이 아니라 박승현이야 !!!!!!" 하..나도..드디어 폭발해버린듯 싶다.. 이렇게 크게 소리치는게.맘에 있는말 다 꺼내버린게.. ..몇년만인지..기억도 가물가물한 먼 기억. 그리고..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를 왼쪽으로 향한채..흥분한탓에 마구 떨리 는 몸을 힘겹게 참고있는 은형이. "한달..?이상태로라면..한달동안 참을수도 없겠다.. 난..바보가 아니야..니멋대로 할수있는 여자 찾아.." "가지마........" "아니..가야돼.." "내가 잘못했어...미안해..가지마......" 점점 작아져가는 은형이의 목소리. 나는 차갑게 식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태연한척 승현이 친구들앞을 지나쳤다. ...두 주먹을 꼭쥔채..가지마..라는 말만 반복하는 은형이. 이젠..정말 끝이다.. 홀가분해야하는데.. ...이제 모두 정리된 느낌에 웃고있어야 하는데.. 내눈은..자꾸만 울고있다.. 그리고..심장이..너무많이..아프다. [38] 그날밤.. 집앞에서..6시간째 내 이름을 부르고있는 은형이. 나를 제외한 가족모두가 조심스레 문을 열어주려 할때마다. 울부짖듯 고함을 치는 나.. "그만들좀 하라구.나 우는건 보이지도 않아요?! 나보다 은형이가 그렇게 중요해요!?쟨 소리치지만 난 울잖아요!!!!! 왜 내편은 아무도 없어?!" "니가 바람핀거잖아!!이 지조없는 날바람기집애야!!!!!" "바람이 아니라.다른사람을 사랑한거야..제발.언니.. 언니까지 그러지마...내 편 안들어줄꺼면..그렇게 무섭게 내몰지마.. 나..그럼..정말 아무것도 할수가없어..아무생각도..아무일도.. 아무 표정도 지을수가없어.." 쓰러지듯..쇼파에 주저앉는 나를보고.. 슬금슬금 안방으로 돌아가는 부모님. 그리고..머리에 수건을 칭칭감고서.베란다 창문을 빼꼼히 열고 은형이에게 말을 건네는 언니. "야.저 기집애가 막 어려운말을 막 쑹얼거려.어떡하지?" "미안하다고..용서해달라고 전해주세요" "근데 쉽게 안풀릴거같어.." "쉽게 안풀려도 괜찮으니까..이강순!!!!!!!" 하..정말..너란 인간은.. 늘 이런식이야.자기 하고싶은대로 다하고.1시간도 안되서 미안하다고 매달려.그럼 난 늘 풀어줘야돼.아니 늘 그래왔었어. 이젠 정말 안그래. 더이상 바보짓은 안해.. 난 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꾸욱 잠구어버렸고. 그럼에도..화장실안까지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듣기싫은 그의 고함소리. "키스한건 내가 미안해!!!근데 눈앞에 그새끼 얼굴이 보이는데.. 니 입술하고 그새끼 주댕이가 겹쳐보이는데..진짜 참을수가 없었어.. 그냥..내가..씻어주고 싶었어.단지 그것뿐이였어!!!!나쁜뜻은 없었어 ...." ... ..... "말했잖아!!!너 나한테 시집안오면 나 죽는다구!! 내일 보자!!!내일 정말 사진찍으러가자!!!미안해!!집에가서 왕창 반성할께!!" .. .... 더이상 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되자.. 난 온힘이 빠진 몸으로 화장실을 나왔고..곧바로 가시를 잔뜩 세운 부모님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새벽 2시가 넘은시각에.쾡한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치는 아빠. "키스라니!!주댕이라니!!너 밖에서 뭔짓을 하구 돌아댕기는거여!!!!" "나 좀 그냥 두세요..제발.." "어디 어물쩡 넘기려들어!!바른대루 말하지못해!!" "아아악!!!!!!!!!!!" "-0-..아이구..니 딸이 미쳤는갑다..들이대네.들이대" 너무너무 미운 사람들. 난 도망치듯 방으로 와버렸고.문을 두들겨대는 끔찍한 소리에. 음악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 그렇게.승현이를 그리다가..은형이를 원망하다가..한참동안 꺼이꺼이 울 다지쳐서......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꿈도 안꾸고..몇시간을 잠들어버린건지.. ... ..... 내 몸이..머리가..마음이..깨어있는 끔찍한 하루보다.. 모든걸 잊을수 있는 꿈을 원했나보다.. 꿈에선 울지 않아도 되니까.. 꿈에선 그아이때문에 아파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7시간을 자버리다니...... 그랬다.눈을 뜬 시간은 일요일 저녁 6시였고..-_-.. 그와중에도 엄청난 허기짐을 느낀난..주린배를 움켜쥐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왼쪽다리에 걸리는 핸드폰. 습관적으로 액정을 들여다보았고.... 부재중 62통화. 번호중 59통화는 은형이번호고..2개는..모르는 번호... 4개의 문자가 와있다.. '여보 나 친구랑 사진찍구있어.전화좀받지' '아 진짜 소심하게 왜그래.우리 대범하게 놀자.동영이가 밥쏜대. 일어나면 전화해.사랑사랑사랑 사랑해요!' '전화좀 받아라...할말있다..' '니가 들으면 존나 좋아할말 할테니까 전화받으라고..' 이게 뭐야.. 먼젓번의 문자 두개는 굉장히 밝고 주책맞은 반면.. 2시간전에 온 나중의 문자들은..무언가 협박적인 말투를 띄고있다-_- 나는 코웃음을 픽 치며 핸드폰을 침대위에 집어던졌고.. 그와 동시에 내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벨소리. 모르는 번혼데..-_-..? 승현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에..핸드폰을 열고..가만히 숨을 죽인채 귀를 기울였다. "강순아..." 이건..승현이다..!! ㅠ_ㅠ "응..나야.." "나..무지..중요한말 있는데.나올수있어..?" "응..근데 무슨 중요한말..?" "모르겠다...그냥..나와.." "그래..!!어디루 가면돼..!?" 그렇게 죽을것처럼 울어놓고..승현이의 목소릴 듣는순간 바보처럼 웃어버렸다.이제 더이상 시간을 끌수없다. 내 마음을 확실히 확인했고.일이 터져버린이상. 그래.승현일 먼저만나고..은형일 만나자. 그리고..정말 얘기하자..이젠..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힘내자 아자!!!!! 긍정적인 마음으로 얼른 몸상태를 고쳐놓고.. 엄마의 눈을피해.언니의 눈을피해..-_- 살금살금 집을 탈출하는데에 성공을 할수있었다. 여느때보다 신경쓴 머리. 옷.그리고 화장. 어쩜..승현이가 무슨말을 할껀지 이 여우같은 맘으로 미리 짐작하고 있는지도.. 설마...그만끝내잔말은 아니겠지.? 아냐..아닐꺼야..아닐..꺼야.. 기대반.두려움반으로 도착한 j커피숍앞. 문앞에서 외모상태를 간단히 체크한뒤에..떨리는 손으로 문을 밀었다. 내가 젤 좋아하는 노래가 흐르고.. 내가 젤 좋아하는 사람이 구석진 창가자리에 앉아있다. 눈이 마주치는순간..슬프게 웃어보이는 승현이. 예감이..좋지 않다. [39] j 커피숍 아까 버스안에서 연습한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승현이의 앞에 조심스레 앉는 나. 손에 들린 라이터를 만지작대며..자꾸만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는 승현이. 서로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린건지. 우리 두사람은 주문한 커피가 눈앞에 놓여질때까지.. 그렇게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고.. "...어제..나.." 용기를 꺼내 첫말을 꺼낸건. 힘을 내기로 결심한 나의 목소리. "...." "은형이한테 헤어지자고 말했어..물론 정식으로 헤어진건 아냐.. 나 혼자 그런거니까..그치만..이따 만나서 확실히 할꺼야.." "나..너 지켜줄수가 없어.." 이건 또 무슨 소리야-0-!! 담담한 승현이의 목소리에..순간 움찔해버린 나의 몸뚱이. 그리고..깊은 한숨과 함께 테이블위에 엎드려버리는 승현이. "저기..무슨말이야.지켜줄수없다니..어제 그일땜에 그래..?그것땜에 화난거야..?" "그런거 아냐...슬픈거야...지켜주고싶은데 지켜주지 못하는 그런거야 무지 슬픈거야.." "왜..이유가..뭔데.." 불안한 나의 질문에..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꺼내무는 승현이. 나 너때문에 많은것들을 다 놓아버렸단 말야.. 안지 얼마 안되는 박승현 하나때문에..오랜것들을 놓아버렸는데.. 안돼..너마저 가버리면..그땐 나 정말 끝장나고 말아.. 컵을 감싸쥔 나의 손은 자신도 놀랄만큼 심하게 떨려오고.. 그때 모든 긴장을 풀어버린 핸드폰 벨소리. "받아.권은형일꺼아냐.." "아니야.안받을래.니 얘기 듣고받을래" "아니..지금받아..그리고 잡아.." "뭐?!?잡으라니!!!" 화들짝 놀라는 나의 목소리에.무작정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가방안의 핸드폰을 억지로 빼앗아 받는 승현이. 아악!!!!!!! 잡으라니!!!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일이야 !!!ㅠ0ㅠ 울부짖는 나를 뒤로하고..냉정하게 핸드폰을 열어버린 나의천사. "여보세요..나 강순이랑 같이있어..j커피숍..나도 할말있어.. ..응.." -0-.. 이 표정 그대로 굳어버린 나에게..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한채 핸드폰을 넘겨주는 승현이. 그리곤 아무렇지 않은듯 지자리로 돌아가 앉아버렸다. "..승현아 왜그래.이유가 뭔데.!!" "너 힘들게 하기 싫으니까.." "내가 왜 힘든데!!니가 이러면 내가 더 힘들잖어!!" "이유 들으면..너도 느낄꺼야..어떤게 더 좋은건지.." "그래 이유를 말해봐 그럼..이유나 들어보자..응?" 흥분한 나의 목소리에..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여는 나의 천사. ㅠ_ㅠ..제발..내 사랑은 이미 너무 깊어져버렸는데.. 싫어졌다느니.다른여자가 생겼다느니 이런말은 하지 말아줘..ㅠ_ㅠ "나 너 잡고싶고..두고싶고..보고싶고..그래.. 근데 그럼 나 못된놈이니까.." "아니.그게 왜 못된놈이야 ㅠ_ㅠ!!아니라니까 승현아" "지금상황에서 내가 너 잡으면 나 못된놈이야.." "지금 상황이 어떤데..응?!?" "오늘 엄마가..심각한 얼굴 하고..날 불렀어.." "응.." "그리고..진작 말못해서 미안하다고..너무너무 슬픈말을 꺼냈어.." "그래..그말이 뭔데..!!" "나..내가...." 목이메였어..승현이 목이 메였다.. 대체 무슨일이길래.. 꽉막힌 목때문에..담배연기를 한번 삼키더니..또다시 한숨을 내뱉는 승현 이. 그때. 온몸을 곤두세워버린 무서운 발자국소리. 저벅저벅저벅. 옆에 딸려서 들려오는 하이힐 소리. 또각또각또각. 이건 또 뭐래요?!?!? =0= 난 정확히 반쯤 몸을 돌려 고개를 쑤욱 젖혀보였고.. 악!!!!!!!!!!! 삐딱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은형이. 금..금연초 대신..담배를 물고있다.. 1년전부터 나의 성화로 인해 손조차 대지않던 다..담배를. 그옆에 대롱대롱 매달린 나보다 어려보이는 여자아이. 옷차림은 왜저리도 야한건지. 잠시 시선둘곳을 잃은 나는 멍하니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고.. "진짜 왔네..그 여자 당장 띠어내고.강순이 데려가.. 그동안 미안했다.앞으론 강순이 흔들어놓을일 없을꺼야.." 아까부터 대체 무슨말을 하는거에요 ㅠ_ㅠ!! 울화통 터지는 얼굴로 승현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피고있던 담배를 테이블위 재떨이에 휙 던지며.. 매우 건방진 목소리로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 은형이. "누굴 데려가.내가 대가리에 탄총박았냐?내가 얠 왜데려가?" =_=..뭐라구..? "쇼하지말구..데려가..장난하는거아냐.강순이도 진짜 좋아하는건 너일꺼야.아니.너야.그러니까..데려가.." "자빠질소리한다.내가 이 기집애를 왜데려가. 나도 인제야 영계의 참맛을 알았고..바람이나 짝짝 펴대는 저딴기집애 돈주고 사귀래도 안녕이다." "그 말 취소하지.." "뭐.뭔말?" "바람이나 짝짝 펴대는 기집애..?너 양아치냐.." "엉.나 양아치여.몰랐냐?아우 씨 내가 잠시 미쳤지. 야야.못난아.잘~~먹고 잘~~살아라.응?왠만함 우리학교 교복보면 잽싸게 도망가고.." 어..버버..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얼굴을 한나를..히죽대는 표정으로 깔보고있는 은형이.그러더니 거리낌없이 담배하나를 또 꺼내물고.. 잽싸게 불을 붙어주는 놈의 새로운 영계. 동시에..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승현이. "나와." "깐다~나오긴 어딜나와.야 그년 말두 안들어먹구 약속장소 뻑하면 까먹으니까 잘~챙겨라.고생좀 하겠다." 은형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그의 정장마이 깃을 잡아올리는 승현이 옆에 따라붙은 영계가 꺄악 소리를 내지르고.. 피식 웃으며..승현이의 손을 떼어내는 그. "니 싸움 잘한대매.아으 난 무서워서 못싸우겠다 야~ 또 근신먹기 싫거든.넌 빽있지만 난 양아치라 빽이 없어요. 야.애기야.나랑 이놈이랑 누가 더 멋있냐" "당연히 울오빠지!!" 콧소리섞인 영계의 말에..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을 해버리는 은형이. 그리곤..싸늘한 눈을..내 멍청한 얼굴에 꽃아버리는 은형이. "한번만 더 징징대는 얼굴로 눈에 띄면 그땐 뒤질줄 알어. 이제부터.지금부터 너 내여자아니다.전혀 상관없는 년이니까.. 됐다.잘살어라" 숨한번 안쉬고 이 모든말을 내뱉더니만.. 팔짱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처억 두르고..내가 젤 싫어하는 팔자걸음으로 커피숍을나가버린 권은형. 내가..지금..꿈을꾼건가.. -_- 생생하게 승현이의 옷깃이 잡히는걸 보면.분명 꿈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이라 믿어버리기에. 지금 이자리에서 일어난일은..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는다.. 한숨을 쉬며..자리에 앉는 승현이. 멍한 얼굴로.담배문 은형이를 떠올리는 강순이. 유리밖으로..즐거운듯 웃으며 횡단보도에 서있는 두사람이 보였다. 은형이는.내가 아닌 다른여자와함께 여전히 밝은얼굴을 한채로 웃고있다. [40] "갑자기 왜그러는건데..." ..... ..... "응??" "니 남자친구 갑자기 왜저러는건데.." "아...글쎄..영계가..좋은가보지..하하.." "괜찮어..?" "응?그럼!!아무렇지두 않어!" 창가에서 재빨리 시선을 거두어.밝은 눈으로 승현이를 올려보았다. 슬픈건지..화난건지.. 도통 알수없는 묘한표정을 하고선 끊임없이 한숨만 쉬고있는 나의 천사. "아..참.승현아 너.말하다 말았잖어...계속말해봐.." "아니야.." "아니라니..말해봐..궁금하잖아.." "너 인제 혼자됐잖아!!!!!그때까지라도 내가 지켜줘야될꺼아냐!!!!!!" "....???" 한숨질을 멈추더니만.느닷없이 소리를 내지르는 승현이. 당황한 나는 할말을 잃은채 애꿏은 빨대만 비틀어댔고.. "나한테 온거 후회안할꺼지.잊을수있지.나만볼수있지." "어??" "나 지금부터 니 남자친구 해도 되지.!!" "승현아....." "나가자."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영계가 좋다며 나를 차고 가버린 은형이. 할말이 있다며 불러내선..궁금증만 헤집어놓고 졸지에 남자친구가 된 승현이. 이상하다..납득이 가질 않는다. 지금 내 머리로선..천번을 생각하고..만번을 생각해도.. 도저히..어떻게 된 일인지 알수가 없다 ㅠ_ㅠ 그때까지라도 지켜준다니. 이건 또 무슨말인데.. 벌떡 일어나 말도없이 커피숍을 나가버리는 나의천사. 난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서..다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승현아!!!!!!!" 버스정류장 앞. -_-.. -_-.. 벌써 30분째. 어색한 포즈를 취한채 승현이의 눈치를 보고있는 나. 특유의 도도표정으로 먼하늘을 올려다보는 승현이. "근데..그때까지라도 지켜준다는게..무슨뜻이야..?" "앞으로 나 니앞에서 울거나 인상찡그리면.내 뺨 때려.알겠지.?" "응??????" "찌푸린 얼굴 하는건.오늘이 마지막이야.내일부터.진짜 멋진남자친구 될께." "-0-그러니까..우리.지금 사귀는 사이맞지.." "응.잘부탁해 깡순아!!" "그..그래..나도.." 이상해.. 뭔가 이상해!! 3년간 같이 해오던 남자친구가 갑자기 다른남자로 바뀌었다. 깨진지 하루도 안되서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겨버렸다. 그런데 절대로 실감이 나질않는다.ㅠ_ㅠ 아니.이 느낌이 앞으로 쭈욱 지속될것같은 불안한 예감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승현이가. 드디어 내 옆에 왔는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거지...대체 왜.. 이런 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덧 내 왼쪽손을 꼬옥 잡고서..어디론가 전화를 걸고있는 나의 새로운 남자친구. "엄마..아저씨 지금 어딨어.. 일루보내줘.월드컵 경기장 있는데...버스비없어.지갑잊어먹었어.!!담배안 폈어..술도 안먹었어..뻥치는거아냐!!배 갈라서 확인해보면 되잖아!" 그후로 괴기스러운 말을 마구 쏘아대더니.잔뜩 화가난 얼굴로 핸드폰을 닫는 승현이. 그러더니만.그 표정 고대로 나를 쏘아버린다. -0- "내가 니 남자친구야!!" "..그..그래..알고있어.." "근데 왜 팔짱안껴!!" "낄께!!" 왜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돌변한건지.. 어쨋든간에 난 붉어진 얼굴로 조심스레 승현이의 팔에 나의 왼팔을 끼워 넣었고. 놓치지 않으려는듯.. 아주 쎄게 내 팔을 붙들어잡는 승현이.. 귀엽기도 하지.ㅠ_ㅠ 10분후.. 하얀차 한대가 붉은 얼굴의 우리두사람 앞에 멈춰스고.. 까만양복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씩씩히 내린다. "지갑 잃어버렸다면서.." "여자친구 데려다주세요." "넌..안들어가..??" "친구들하고 놀다갈꺼에요." "너 그러면 내가 사모님한테 혼나.빨랑타.." "아저씨 귀는 안짭아댕기잖아요!!" "귀라니..?" "깡순아.아저씨 차 타고 들어가..내일 학교에서 보자" 에..? 처음보는 아저씨 앞에 날 남겨두고서. 뒤따라선 버스에 재빨리 올라타는 승현이.. 그리하여.난생처음 보는 이 무서운 사내와 한차에 합승하고.. 나는 빽미러로 그의 눈치를 힐끗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왜 하루밤사이에 그렇게 변해버린걸까.. 앞에 온 문자 두개와 뒤에온 문자 두개가 너무 큰차이를 띄고있어.. 분명히 뭔가있는데.. 3년간 내가 알아온 은형인..여자하나때문에 단숨에 돌아설 성격이 아냐.. 지금 나에겐..떠나간 은형이의 빈자리보다.. 그아이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까닭모를 행동이 더욱 크게 자리잡았다. 결국 나에게 있어 은형이의 존재는.. 이런 가벼운것에 지나지 않았다.. 오후 8시경.강순이네방. 새로운 남자친구 승현이.!! 자.빨랑빨랑 입력하자.오늘부터 내 남자친구는 은형이가 아니라 박승현이다!! 두주먹으로 머리를 텅텅 두들기며.. 은형이와의 추억을 정리하기 위해 온 서랍을 뒤집기 시작했다. 백일날 받았던 곰돌이 인형. 이백일날 맞추었던 커플링..삼백일날 받은 목걸이.. 사백일날 받은 은시계.. 시간이 지날수록..텅 비여가는 책상서랍.. 그리고 점점 묵직해져가는 빈상자. 마지막으로..중학교 3학년때..천국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받았던 이름표를 넣고..조용히 상자뚜껑을 닫았다. 노래방 테이프는..승현이 목소리도 담겨있으니까..그냥 둬도 괜찮겠 지.. 그때 핸드폰벨소리가 방안가득 울려퍼지고.. 상자를 두팔가득 안고서..헐떡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나.. "...여보세요..?" "............." "..여보세요..?" 딸칵. .....뭐야..뚜뚜대는 핸드폰을 침대위에 던져놓고.. 상자를 가지고 집앞 놀이터로 출발. 그리곤. 한치의 망설임없이 그아이의 추억이 잔뜩든 상자에 불을 붙혔다. 활활 타오르는 상자... 흩날리는 잿가루.. 잘가.권은형!!!!! 3년동안 즐거웠다!!!!! 이것봐라 나 아무렇지 않게 니가 준 물건들 태우고있어.. 나쁜년이지만.이러는거 정말 잔인한짓이란거 알지만... 근데....눈물이 안나온다.. ..미안해.. 그때. 등뒤에서 들려오는 두꺼운 비명소리. "꺄악!!!!!너 뭐하는거야!!!!!!지금 뭘 태우는거야!!!!" "...어..언니 안잤어..?" "세상에!!!미쳤어!!!너 제정신이야?!이걸 왜태워!왜!!" "언니..나 은형이랑 헤어졌어..ㅇ_ㅇ.." "뭐어?!" "..은형이도 예쁜영계사귀구.나도 내가 좋아하든 애랑 사귀구.. ..그래서 정리하는거야.." "근데 울지두 않냐?!슬프지두 않어?!헤어졌다구 3년간 받아온 물건을 다 태운단말야!?" "...있으면..괜히 생각나고..껄쩍지근하니.." "비켜!!!!!" -0-.. 곰돌이 잠옷차림으로 갑자기 등장해선.. 우왁스럽게 나를 휘익 밀치곤..불붙은 상자를 마구 지저밟는 강순언니. 그러더니만.. 5/4가량 타버린 그 볼품없는 상자를 집어들고.. 집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걸 왜 갖구 들어가..!!" "떠난사람은..남은사람 소중함을..뒤늦게야 알게된다.. 열발자국쯤이야 가볍게 돌아설수있지만..계속걷고..걷다보면.. 남은사람 보고싶어서..더이상 앞으로 갈수없게된다.." "무슨말하는거야.언니...지금 샬라샬라 주문외워..-_-..?" "그래서 남은사람 찾기위해 뒤돌아서면!!! 그사람 안보인다!!너무멀리와서!!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후회해도 때는 늦는다.그게 바로 이별의 휴유증이다.알겠냐!!이 못된년 아!!" ".............." 소중히 상자를 부둥켜안고서..눈물고인 눈으로 나를 원망하는 언니.. ..슬픈얼굴을 한 언니가 집으로 들어가버리고.. ..나는 한적하고 컴컴한 놀이터 시소에 앉아..멍하니 언니의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은형이가 씩씩하게 소리쳤던 한마디가.. ..언니의 슬픈얼굴위로 겹쳐져..어둡고 힘든 밤의 시작을 알렸다. 이강순.내가 니 별이다..!!!!!! ..니 별이다.. 내가..니..별이다.. ....... 점점 작아지는 은형이의 목소리.. 그리고..조금씩 무거워지는 나의 눈꺼풀.. [41] 다음날. 교실 앞문을 빼곡히 매우고있는 1.2.3.학년 여학생들. 대충 꼽아도 열댓명은 되보이는듯..-_-.. "쟤야.쟤.?" "맞어..명찰봐봐..이강순맞잖아.." "쟤 걔잖아.원조교제해서 왕따먹은애.." "..어뜩해.우리 승현이 미쳤나봐 ㅠ_ㅠ..꼬여두 저런애한테.." "존나 뻔뻔해...듣자니까 원래 양다리가 취미래.." -_-.. 승현이의 친위대였군. 난 애써 담담한 얼굴을 한채 그들앞을 지나쳤고.. 널부러지듯 자리에 엎드려있는 승현이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보왔네!!!!!!" "여보..?..응..^-^;;" "계속 기달렸잖어.!!야 스토커들아!!!!니네 교실루가!!!! 나 여자친구 확인했지!?인제됐지?" -_-.. 앞문의 친위대들에게..너무도 매정한말을 내뱉는 나의 천사. 그녀들은 기가막히다는듯 한참을 수근대다가.. 복도끝에서 들려오는 학주의 막대기 소리를 듣고나서야.. 혼비백산하여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1분단에서 느껴지는 미영이패거리의 따가운 시선들.. 쌍커플 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얘기를 늘어놓는 승현이. "내가 1반가서도 말하고!5반가서도 말하고!! 성욱이형네 반 가서도 말하고!!1학년애들한테도 말하고!! 다 말했어!!잘했지!!" "우리 사귀는거..?" "응!!나 여자친구 첨 사귀는거라고 말했어!! 그래서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져서 막 학교에 일찍왔어." "..처음 사귀는거야..ㅇ_ㅇ..!?" "응.나 여자친구 사귀면 할라고 생각한거 디게 많은데.. 빨랑 첫번째 하러가자!!" "..첫번째.?그게뭔데..?" "땡땡이 치고 놀러가기!!!!" "-_-..응..??뭐라구 승현아..?" 뿌듯한 미소를 한껏 흩날리며..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리는 나의천사. 땡땡이라니..잠깐..넌 나한테 이런이미지가 아닌데.. 이럼 안되는데..-0-..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질질 끌고서..막무가내로 교실을 나가려는 승현이 "승현아.땡땡이라니!!걸리면 어떡해!!" "1교시 한문이라서.반장한테 말했어.우리 양호실갔다 그러라구!" "확인하면..어떡해..ㅠ_ㅠ.." "그럼 맞으면 되지!함께니깐 괜찮어!" "아니.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지금 나가서 할것도 없는데.." "가자.빨랑.가방 두고..빨리.." ㅠ_ㅠ.. 여기저기서 여자아이들의 비난소리가 터져나오고. 단호한 얼굴의 승현이는 쌔까만 머리를 휘날리며 빠르게 달리기시작했 다. 물론 내 손을 잡고 말이다 ㅠ_ㅠ 성격이 평범치 않단 얘긴 익히 들었지만.. 이런쪽일줄은 꿈에도 몰랐는데..ㅠ_ㅠ 담벼락을 지나..학교근처 카센터를 지나.. 신호등에 접어든 나와 승현이. 그제야 달리기를 멈추고..안심이라는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승현이. "휴..인제 걸릴일 없다..나 여자친구 생기면. 같이 떡볶이 먹고싶었어.!!" "학교 끝나구 먹어두 되잖니..ㅠ_ㅠ.." "스릴이 없잖아.딱 50분안에 다 하고.2교시 시작하기전에 교실로 쓩 들어가는거야.끝내주지" "그럼 우리 사귀는거 전교애들 다 알아..?" "응!!!교장선생님도 다 알아. 이미지 사진도 찍고..오락실에서 같이 보글보글도 하자.알았지?!" ".....그래..^-^.." "아 맞다.여자친구랑 신호위반도 해보고싶었다!!!!" "ㅠ_ㅠ...." 미처 나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날다람쥐 같이 빨간신호등을 보며 달리고 있는 승현이. 어제까지만 해도 퍽이나 우울해보였는데.. 정말 알수가 없네. 일부러 밝은척 하는건가 아니면 하루사이에 정말 괜찮아진건가. 으악악 도무지 궁금한거 투성이야 !ㅠ0ㅠ 난 무겁기 그지없는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승현이의 뒤를 따랐고.. 8분후 코끼리 분식앞에 멈춰서서 뿌듯한듯 웃고있는 승현이. "됐다 8분안에 성공.!!" "..하아..하아.....너..외아들이지.." "아니.동생있어.왜?" "아냐..ㅠ_ㅠ.." "꾸물거릴시간이없어!!얼른 들어가자!!" "..ㅠ_ㅠ.." 그리하여.. 수업을 열심히 하고계실 한문선생님께 간단한 사과의 마음을 전한뒤.. 지금은 텅빈 분식집구석에 앉아 땀맺힌 이마를 닦아내고있다.-_- 코끼리 분식집. 말똥말똥한 눈을 한채..분식집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승현이. "떡볶이 이인분이요!!!!김말이도 넣주세요!!!!!!!!" 2층까지 들릴만한 커다란목소리로 주문을 마치고선.. 또다시 구석구석을 찬찬히 뜯어보고있는 승현이. "참.은형아..나..궁금한게 있는데.." "은형이?" "악...미안해!!미안해!!정말미안해..ㅠ_ㅠ" "괜찮어.용서해주께.대신 2분안에 떡볶이 다먹자!" "응..-_ -..?" "떡볶이 나왔다!!!!!!!!" 승현이의 우렁찬 목소리에.화들짝 놀란 주인아줌마. 경계심 어린 눈으로 우리두사람을 흝어보더니..서둘러 주방으로 사라져버리고.. 나의 천사는 포크를 하나 뽑아들더니 김말이만 쏙쏙 골라먹기 시작했다 "...맛있어..^-^..?" "나 은형이 아냐.." "..아..그래..미안해.....다신 실수안할께.." "걔한테 했던 말투로 말해.불편하게 말하지마.." "...응..." 고개도 한번 안들고 김말이를 오물대는 나의 천사. 그러더니만..떡볶이 양념이 묻은 자신의 포크를 내 오른쪽 볼에 살짝 갖다댄다. -0- 은형이 같았음 머리통을 확 쥐어박았을테지만. 상대가 승현이인지라..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멍하니 입만벌리고.. 무표정한 얼굴의 이미지 바뀐 나의 천사가 휴지를 한장 집어. 내 볼을 스윽 닦아내준다 "이거 대게 해보고싶었어." "이게..뭔데..-_-..?" "여자친구 모 묻히구 먹으면 남자친구가 닦아주잖어.." "아......" "얼마 안남았으니까..많이해보자..우리 남들이 하는거..두배.세배로 하 자..어!!2분초과!!오락실!!오락실!!" "-0-..오락실?!" "빨랑 빨랑 서둘러!!!!" "그..그래!!!!!" 이게뭐야..ㅠ0ㅠ 첫데이트가 땡땡이의 스릴을 즐겨야하는 서둘러 데이트라니. 그래.그래도 행복하다.승현이잖니. 딴사람도 아니라 승현이잖니.기뻐하자.행복하자.강순아ㅠ_ㅠ 눈은 울고. 입은 웃고.ㅠ_ㅠ 갓 태어난 토끼새끼마냥 맞은편 건물로 깡총깡총 튀어들어가는 승현이. 난 손에 들린 휴지로 입가를 마구 문질러대며 재빨리 그의 뒤꽁무니를 따라잡고.. 지하에 있는 오락실앞에 떡하니 멈춰서서는.. 계단위의 나에게 급히 손짓을 하고있다. "20분남았어!!빨랑 내려와!!!!!!" "그래!!!지.지금 내려가구있어!!" "내가 초록색 용한다!!!!!" "응.....ㅠ_ㅠ.." 덩달아 조급해진 마음에 계단을 두개씩 건너내렸고.. 오락실안에는 밤일을 마친 노란머리의 웨이터들이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당당히 솟아올라온 승현이의 까만머리. 어서오라는듯 고개짓을 해보이고.. 울며겨자먹기로 오락실안에 한걸음을 들여놓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오른쪽 구석 노래방 박스안에서 우수수 쏟아져나오 고..경직된 나를 찬찬히 흝어보는 그들. ... ....... 그렇게 나는 오락실 문앞에 서서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들은..문옆에 자리한 인형뽑기계앞으로 빠르게 가까워오고있었다. [42] tngt 양복 모델 대체 누군가요. 한국사람 아니죠 ㅠ_ㅠ.? 일본사람같애요.!!근데 끝내줘요!! 제 눈이 특이한걸지도 모르지만...-_- -------------------------------------------------------------------- 이래서..이 오락실은 깨름직했는데.. 이놈이 젤 즐겨찾는 오락실이라는거 잘 아니까.. ..예상은 했지만..벌써 마주쳐버리다니.. 은형이였다. 그옆엔..어제 그 영계와는 다른 여자아이가 붙어있었고. 은형이의 손이 그아이의 허리를 휘감고있었다. 그리고..처음보는 은형이의 친구. 멍청하게 문가운데에 굳어버린 나에게.. 그 처음보는 친구놈이 깐죽대듯 말한다. "좀 비키지?" "......." 떨어지지 않는 발을 간신히 옮겨..열심히 오락중인 승현이 옆에 앉았고.. "왜 인제와!!빨리 너 파란용해..나 도와줘야지.." "아.응!!파란용파란용." "왕케익은 내가 먹을꺼야!!" "..-_-..그럼 난..?" "넌 바나나 먹어" "알았어.." 오락에 정신이 팔린 승현인. 은형이의 존재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듯. 난 힘없이 기계안에 동전을 넣고..보글보글 게임을 시작했다. 용이 짜잔짠 등장하고..내 손은 열심히 물방울을 쏘면서.. 두눈은...열심히 곁눈질을 해가며 문옆의 그들을 훔쳐보고.. "아우 야~~나 토끼 뽑아달래니깐.토끼!!" "가만있어 기집애야.저 토끼새끼가 자꾸 튕기잖어." "병신아~!또 놓쳤냐!!야.근데 아까 오락실 들어간애 너 사겼던애 아냐.?" "몰라..쟤가 누군데.아으!!짜증나..확 기냥 뿌셔?종태야.우리 이거 부시 까?" 신경질나는 얼굴로..담배를 꺼내무는 은형이. 그리고..아까 그 친구놈하나가..경박스러운 목소리로 낄낄낄 대며 인형이 든 유리통을 마구 흔들기 시작한다. "그래.뿌시자.뿌시구 존나 튀까?" "이거 내 주먹한방이면 되는데" "지랄.또 허풍떤다" "하.너 하면 얼마줄래." "내 지갑 통째로 넘긴다" "진짜지..아싸.유종태 지갑 내가 접수했다" "깐다~~~~" "잘봐라.이게 바로 남자의 힘이다!!" ...낯선사람같다.. 얼굴만 같은.전혀다른사람. 물고있던 담배를 여자아이의 입에 휙 물려놓고서.. 주먹을 꽉 쥐어보이는 은형이. 차마.더는 볼수가 없어서..미친듯이 물방울을 쏘아대기 시작했고.. 왕케익을 먹고 체리를 향해 용을 움직이던 승현이가.. "보지마." "안봐..^-^.." "듣지도마.." ".응.안들어.." "담부턴 오락실은 오지말자.." "..응..." 귀를 닫고..자꾸 돌아가려는 눈을 애써 고정시키고..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는데... 빠악!!!!!!!!!!!!!!!! 와장창★☆★☆ ..멀지않은곳에서 들려오는 부서지는 유리소리. 그리고..그위로 겹쳐오는 그들의 커다란 웃음소리. 여자아이가 즐거운듯 꺄아꺄아 거리고.. "미친새끼!!!존나 너 괴물이냐!!!!!" "밥먹고 이짓만했는데.지갑 내놔~~" "아우...잠깐만...나 이거 급식비 띵긴거란말여.." "남아일언중천금.!!" "국어시험 60점맞았다고 졸라째네~배째라!!" "진짜지?배째?"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슬쩍 눈을 돌렸을때.. 친구놈을 번쩍 들어올린 은형이가 눈에 띄였고.. 우스워 죽겠다는듯 배를 움켜잡고 주저앉은 여자아이. 공중에 떠서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은형이의 친구.. ... ....... 신경이 온통 저쪽으로 쏠린바람에. 이미 나의 파란용은 무참히 죽어버렸고..입술을 꾸욱 무는 승현이. "..씨.." "미안.ㅠ_ㅠ..다시동전넣을께.." "넣지마.!!바나나만 축내면서 계속 죽기만하다니!!" "ㅠ_ㅠ.." 뾰루퉁해진 승현이. 되지도 않는 애교작전으로 그의화를 풀어주려는데.. 맞은편에서 인상을 뻑뻑 쓰고있던 노란머리 몇놈이..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은형이가 있는 오락실입구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고있었다.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한참 장난중이던 은형이의 어깨를 터억잡고..살벌한 음성으로 첫마디를 꺼내는 노란머리. "너 이름뭐냐" "안놔?손안놔?" "내가 종운고 졸업했거덩..이름 뭐냐고.." "왜.내 이름 알아서 뭐하게" "근데 이새끼 말 존나 짧게 하네.." 말을 마친 노랑머리가..은형이의 교복깃을 잡아올리면.. 곧바로..그의 머리를 부숴진 기계안으로 쳐박아버리는 권은형. "꺄아!!!!!!!!!!" 지하를 가득 메우는 종운고 여학생의 비명과 함께. 엄청난 난투극이 시작되버리고말았다. 은형이 편이라곤 그 키작은놈 하나밖에 없었고.. 가지각색의 머리통들은 총합이 여덟이다. 급히 달려나온 식당아줌마 여럿이 뜯어말려도.. 그들의 싸움은 점점 심각해질뿐..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 아무표정없이 오락에만 열중하고있는 승현이.. "1분있다 나가자.10분있음 2교시시작이야" "............" "보지마.저런거!!!!!!!" "............아..." 유리부숴지는 소리.. 벽에 머리 부딪히는 소리.. 여자아이의 고함소리.. 그리고 피묻은 은형이의 교복.. "이놈 진짜 질기네!!!! 야아 우린 고등학교때 안이랬다.참.요새놈들 왜이렇게 무섭냐?!" "우리때 안이러긴 뭘 안이래.아씹..나 코뼈 주저앉은것같다.." ...노란머리와 금발머리의 대화였다.. 첫번째 계단위에 주저앉아..입안가득 피를 쏟고있는 은형이. 그리고..아예 바닥에 널부러진 은형이의 친구.. 가지각색의 머리통들도 상당히 지친듯... "야..이거 소문나면 진짜 상쪽이야..4살어린애들이랑 쌈붙었다고 소문나 봐.." "우리 짤리는거 아냐-_-?" "큰날소리하구있어.야.가자..나 졸려뒤지겠어.." 은형이가 든 유리조각에 긁혀서.. 얼굴에 길다란 상처를 남긴 노랑머리가..힘겹게 계단을 오르면.. ..지친듯이..그의 뒤를 따라 멀어지는 가지각색의 머리통들. ... ..... "꺄ㅠ_ㅠ..은형아..종태야..괜찮어..?응?!" "괜찮지.그럼.난 입술만 터졌어..야.종태 내 등에 업혀줘봐.." "..종태 죽은거 아냐..ㅠ_ㅠ..?" "무슨 기집애가 그렇게 솔직해!!!!!장난이고.안죽어.임마.이런걸로 왜죽 어.3층에서 떨어져도 살은놈이 이놈인데-_-^빨랑 업혀.." "응..응..ㅠ_ㅠ.." 죽은듯이 엎드려있는 친구를-_- 은형이의 등에 업혀주려는 여자. 동시에..나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승현이.. "뛰자!!이미지 사진은 내일찍자!!" "..어?!응..!!" 엉겁결에.승현이의 손에 잡힌채 오락실을 나왔고.. 계단에 앉아 상처난 얼굴로..쓰윽 고개를 돌리는 은형이와.. ..우연찮게도..두 눈이..딱..마주치고 말았다. 이럴땐..뭐..뭐라고.. 2초가량..뚫어질듯이..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은형이. "나 알어?" "........아..니..." "근데 뭘 꼬라봐...재수없게.." .. ..... 어이없는 말을 내뱉더니..또다시 담배를 무는 은형이. "제발 부탁인데 넌 말좀 가려서 해라..지금 너 그꼴로 안누워있으면.. 맞아도 여러대 맞았어.." 화를 누그러뜨린 나즈막한 목소리로..승현이가 말하면.. 피식 웃으며..종태라는 친구를 등에 둘러업는 은형이. "..니 여자친구나 똑바로 챙겨라..욕먹는건 들리고. 등뒤에 뭐 묻은건 안보이냐..." ... ..... 난 무의식중에 등뒤로 손을 뻗었고... ..손에 묻어져나오는 떡볶이 양념..-_-.. 그리고..힘겹게 계단 저편을 향해 멀어지는 은형이.. ... 그래서 이곳에 남은건.. 승현이와 나의 한숨소리. [43] "빨랑가자.또 벌스겠다.." "응..!!" 계단에 스며든 은형이의 핏자국을 밟고서.. 승현이와 함께 오락실건물을 나섰다. 학교를 향하는 내내.밝은얼굴과 커다란 목소리로 쉴새없이 재잘대는 승현이. 내.남자친구..승현이.. 무사히 2교시 시작 10분전에 도착. 우린 공부시간내내 낄낄대며 선생님의 뒷땅을 까댔고..-_- "으아.뒷골땡겨..!!" 점심시간이 시작됨과 동시에 승현이가 앉은자리에서 쭉 뻗어버리면 그때 내 등을 조심스레 누르는 부반장. ㅇ_ㅇ.. "담임이 오래는데.." "..어디로..?" "교무실.." "응..고마워.." 뭐씹은 얼굴을 하고서.휙 교실을 나가버리는 부반장.-_- 나는 불안한 맘에 조심스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고.. 책상에 얼굴을 비비적대며 하품을 해대던 승현이가 나의 옷깃을 잡고 늘어진다. "어디가." "담임이..불렀대는데.." "안돼.나랑 밥먹으러 가야지." "금방올께.친구들하고 있어." "..씨..ㅠㅠ.." "10분안에올께.^-^" "빨랑 와야돼..!" 무거운 마음을 안고..교실을 나서 교무실로 향하는데.. 나도모르게 자꾸만 일그러지는 눈과 입술.. 뭐니..왜 이런 예감이 드는거야.. 따로 교무실에 불려간건 이번이 처음인데..뭐..성적 떨어졌다 이런얘기 들이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조심스레 교무실문을 열었고.. 그와동시에..모든 선생님들의 시선이 쭈삣한 나의 얼굴을 향한다. -0-. 혀를 끌끌 차대며..한심스럽다는듯 고개를 돌리는 선생님들. 몇몇 여선생님들은 놀란듯한 얼굴로 수근거리고.. 난 자꾸만 빨라오는 맥박을 짓누르며 담임의 책상옆으로 태연스레 다가섰다. "..부르셨어요.." "너 미쳤냐." "..네..?" "이거 뭐야!!!!이거!!!!!!" ".........." 책상위에 있던 사진한장을 집어들고.나의 눈앞에서 마구 흔들어대는 담임.그리고.조금씩 커지는 선생님들의 수근거림. 불안한 나의 예감은 그대로 적중하고.. 이젠 보기조차 끔찍한 그 뽀뽀사진이 담임의 손가락에 들려있다. "이거요..오해에요 선생님..제가 한게 아니라요.." "아니긴 뭐가아냐!!딴학교 선생님들도 다 알더구만!오죽하면 학교로 이 사진을 보내겠어?!" "네..?" "이 사진이 학교로 날라왔단말이야!그럼 대체 얼만큼 소문이 돌았단 얘기야.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 잔말필요없고.부모님 모시고와" "선생님.제가 아니에요.그거 누군가 꾸민짓이에요.." "하참..한선생님.얘 이거 어떻게 해야돼요..?" 기가막히다는듯..팔짱을 낀채 학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담임. 턱을괴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학주가..조용히 입을 연다. "걔 원래 그런애 아니였잖아요.선생이 자기학교학생 안믿으면 누가 믿어 요.사진한장갖고 그렇게 성급히 결정지을일은 아니죠" "그래도 이미 소문이 다 났는데.이렇게 마냥 덮을순 없잖아요.." "지금와서 들쑤시면 그게 오히려 더 시끄러워지죠. 그 학생 평소에 공부도 잘하고 말썽도 안부렸잖아요. 한번 믿어봐요." ... ... 지금 난.눈물을 참기위해..손톱으로 왼쪽 허벅지를 꾸욱 누르고있다.. 난감한듯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담임.. 동물원 원숭이 보듯 나를 흝어보는 선생님들.. "확실해?진짜 아냐?" "아닙.니다...." "됐어 올라가봐 앞으로 이런소리 한번만 더 귀에 들어오면 각오해" "......" 다행스럽게도.뒤돌아선 그 순간에 떨궈진 눈물한방울. 도망치듯 교무실을 뛰쳐나오고.. 부끄러움과 서러움으로 잔뜩 붉어진 얼굴을..차갑게 식은 손으로 마구 문질러댔다. 후...대체 누구야... 비겁하게 뒤에서 자꾸 이러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란 말이야... 터져버릴것만 같은 심장. 닦아도 닦아도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 그때.. 등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야.강순아." "어..?" 화진이였다.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고..목소리를 가다듬고.. "너 왜그래..울었어..?!" "아니..목감기땜에..아우.죽겠다..어디가..?" "밥먹으러가지.." "아..응.." "야.우리 알바할래..?" "무슨..알바..?" "아니.그냥.학교끝나고 시간죽이기 아깝잖어.나 요번에 핸드폰 새로 바꿀려구.같이 하믄 좋잖어" "생각..해볼께.." "그래.생각해보고 결정나는데로 문자보내.나 밥먹고 올께요!!" "^-^" 씩씩히 두손을 흔들며 화진이가 복도끝으로 멀어져가고.. 난 웃는 얼굴을 몇번 연습한뒤 조심스레 교실안으로 들어섰다. 친구들과 칠판지우개를 던지며 한참 장난을 치던 승현이. 이내 친구의 말에 날 발견하고는.. 여지껏 본적없는 굉장히 환한 얼굴로 날 향해 씨익 웃어준다. 이래서..견딜수있어.. 다른사람 다 내 쪽을 향해 등돌려도.. 니가 있으니까..나한텐 단 하나뿐인 천사가 있으니까..정말 괜찮어.. 이렇게 10분도 안되서.다시 웃고있잖아... 나한텐 지금..... 너하나만 있음 돼 승현아.. 하교길. 사귄이후 승현이와 처음으로 함께 하는 하교길이다. 아까의 서러움따윈 한방에 날려버리고..나란히 발걸음을 하는중. 여전히 내 등뒤에선 듣기싫은 소근거림이 따라붙지만. 괜찮아!! 내 옆엔 승현이가 있으니까!! "맞다.너 혜진이 만났었어!?" "으응??-0-?" "그때 닉스에서 봤던 내 서울친구.." "아..왜..?" "걔가 막 니 얘기하면서 이를 빠득빠득 갈든데!!만나서 뭐라그랬는데?" "아니..그게..-_-.." 보람이가 뺨때린 얘길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자꾸만 보채는 승현이를 보며..잠깐의 고민에 휩쌓였을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한떼의 여중생들. 빨간 치마 교복을 입은 그녀들은.. 하나의 코끼리떼처럼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오고있었다. "오빠!!!!!!!-0-" 그리고. 그중 제일 등빨 좋아보이는 한아이가. 우렁찬 목소리로 승현이를 부른다. 싸악 굳은 얼굴로..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나의 천사. 뭐지..-0-..? [44]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그녀의 시선을 외면하는 승현이.-_- 그리고..대놓고 승현이의 가방에 매달린 정체모를 그녀. 함께온 다른 빨간치마들은. 똑같은 표정을 하고서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있다. -_-. "오빠!!!!뭐야!!나좀 봐봐!!" "너 왜왔어!!!" "이언니가 오빠 여자친구야!?엉?!" "니가 알아서 뭐하게!!제발좀 가 이 코뿔소야!!휴휴 치마 봐라 터진다 터져" "코뿔소라고 하지 말랬잖아!!!!!!" "그러니깐 치마 늘려입어!!!" "별루 이쁘지두 않네!!내가 더 이쁘네!!" "왠 미친소리야!!!제발 좀 가!!" -_-..대체 이여자는.. 친동생은 아닐테지..그래..아니고말고.. 분명 아닐꺼야..그럴리없어..하늘과 땅이 맞붙지 않는 이상. 승현이와 남매일리.. "엄마가 오빠 담배피나 안피나 잘 감시하랬어.그리구 이 여자보다 주희가 훨씬 이뻐." 순간.내머릿속의 하늘과 땅은 찰싹 맞붙어버렸고.. 난 믿을수없는 허탈감에 멍하니 입을 벌려야했다. 엄마라니..그렇다면...이 두사람은 정녕... 엄청난 뽕머리의 친구를 앞에 척 내세운채.계속해서 배째라 고함을 질러대는 승현이의.. 승현이의..친동생..ㅠ_ㅠ.. "봐 주희가 이 여자보다 눈도 더 크네!!! 그리구 피부도 더 하얗잖어!!" "근데 어쩌라구!금 니가 사귀면 되겠네!!" "그걸 지금 농담이라구 쳐대냐!!!!" -0-.. 얼굴에 딱맞게 걸쭉한 입솜씨를 자랑하는 그녀. 주희라고 하는 그 어린친구는.수줍은듯한 얼굴로 승현이를 올려다보고 나머지 아이들은 여전히 송곳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있다. "빨랑 주희야.아까 쓴 편지 오빠 줘!!" "응..응>_<" -_-..고사리같은 손으로..뒤적뒤적 편지를 꺼내드는 주희. 그리곤.꼬깃해진 핑크빛봉투를 조심스레 내민다. 승현이의 친동생은 자랑스러운듯 주희와 자신의 오빠를 번갈아보고. 웃음기라곤 찾아볼수 없는 얼굴로. 봉투를 휙 쳐내는 승현이. "4살차이다.4살차이.박주현 너 한번만 더 학교근처에 얼씬대면 담배피는거 엄마한테 다 말해버린다" -0-.. 굳어버린 주희.송글송글 눈물맺힌 눈으로 떨어진 편지를 바라보고.. 내 손을 잡고.휘적휘적 그들앞을 지나치는 승현이. 그리고.우려했던대로. 곧바로 터져나온 주희의 울음소리. "우아아아아아앙!!!!!!ㅠ0ㅠ!!!!!!!" ㅠ_ㅠ.. 난 왠지모를 죄책감에 슬쩍 고개를 돌려보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주희와.메고있던 가방을 벗어던지며 방방 날뛰 고 있는 승현이의 동생을 볼수있었다. "두고봐!!!오빠 생일날 얄짤없어!!!!! 뭘봐!!!!이 백여시야!!!!!!!너 아주 죽을줄 알어!!!!" -_-..나..보고..한말일까..? 어찌됐든간에..주현이의 이글이글 불타는 눈은 분명히 내 얼굴에 꽃혀있었고.. 한숨을 푹푹 쉬며 조금씩 더 속력을 붙이는 승현이. 주희의 목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을때.. 떨리는 목소리의 강순이가 묻는다.-_- "니..동생이야..승현아..?" "짜증나!!!!맨날 친구들 데리구 와서 뽀뽀하기 게임하자 그러고!!! 짜증나!!" "..-_-..귀..엽네..." "귀여우면 너 다가져!!!!!" "-_-..근데 너 생일이야..?" "몰라!!!!아 진짜 한번만 더 왔단봐라..!!" "생일이 언젠데.?응?생일이 언젠데!" "담달!!저 무다리!!집에 가기만 해.아 진짜.." "왜그래 동생 귀엽더구만.." "하지마.죽어!!" "킥킥.." "웃지마!!!!!" 갑작스런 여동생의 출현으로..굉장히 광분해버린 승현이. 그때문에 한결 가까워진 느낌으로..즐거웁게 정류장으로 내려올수있었다. 씩씩대며 승현이가 사라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 자꾸만 겹쳐지는 주현이의 얼굴에..피식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ㅠ_ㅠ 가만.!! 담달이 생일이라구..?! 그럼 선물 사줄 돈 모아야되잖아..-0-.. 이런..잊고있었다..요즘 자금난때문에 용돈도 딱 끊겼는데.. 순간. 번개같이 떠오른 화진이의 얼굴. 난 망설임없이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눌러댔고.. 내가 젤 싫어하는 노래가 컬러링으로 흘러나오면..한참만에 전화를 받는 그녀. "응~" "어디야..?" "소개팅했던 오빠랑 데이트 중.!" "그때 그 정환인가는 깨졌니..-_-?" "그럼.언제 깨졌는데..어디야..?무슨일있어.?" "아니..나 아르바이트 하기로 결정했거든.." "오!!잘됐다!그럼 이따 8시까지 중앙극장앞으로 올래?! 집에가서 옷갈아입구 나와!" "너 남자친구랑 데이트해야지" "아냐.어짜피 오늘 이 오빠두 정리할려구 했어.이따 꼭 나와!!" 뚜...뚜........뚜...........뚜.......... 대단한 여자다 정말. 이 아이에게 있어 남자란건 대체 어떤의미를 갖고있을까..-_- 난 그녀의 행각에 한참동안 혀를 내둘러야만했고.. 10분후.버스뒷문으로 뛰어내린뒤.집을 향해 잽싸게 달리기 시작했다. 텅빈집. 방 구석에 남겨진 태우다 만 은형이와의 추억. 침대밑에 조심스레 넣어두고.. 재빨리 옷을 꺼내입기 시작했다. 최대한 나이들어 보이는 옷을 입고..푸르기 싫어하던 머리도 길게 늘어뜨린채. 인젠 됐지..혹시 모르니깐 언니 민증도 챙겨넣고.. 자자.!!빨리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위해 출발.! 30분후. 어둑어둑한 하늘. 아무렇게나 뒤엉킨 시끄러운 노래소리와 사람들의 밝은 목소리. 맞은편의 커다란 팬시점 조명이 좁은 골목을 환히 비추고..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수있는 화진이의 걸음거리. 난 왼쪽을 번쩍 치켜든채 마구 흔들었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_-.. 방긋방긋 웃는 얼굴의 그녀가 재빨리 내 옆에 따라붙는다. "우리 이렇게 사복입고 보는거 오랜만이네?" "그 오빠는..정리했어..?" "응.매달리는데 죽는주 알았다." "왜..깼는데.." "생각했던것보다 돈이 없더라구..내가 알바할려구 알아본데 있거든.? 라이브 까펜데.너랑 나랑 둘다 20살이라구 해야돼.거기.돈많은 애들 되게 많이온대>_<" "너 그러다 평생 결혼못해.진심으로 하는말이야." "결혼 안해두 돼.ㅇ_ㅇ. 빨리 가자>_<나 기대되 죽겠어!" 나의 심각한 충고를 아주 가볍게 흘린채.. 맞은편 신호등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화진이. 그녀는 이 동네에서 제일 잘나가는 라이브까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보였 고. 스피커 밖으로 들려오는 까페안의 노랫소리에 취해. 떨리는 맘으로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45] 고급스러운 유리문밖으로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노래소리. 이거.영화 해피투게더에 나왔던거다.!! 난 반가운마음에 귀를 쫑긋 세웠고.. 정말 그 영화에 나온것과 너무도 흡사한 목소리로..열창을 하는 남자. 그리고.망설임없이 아주 당당스럽게 까페안에 들어서버린 화진이. -_- "어서오세요" 문을 열자마자 바로 우측에 마련된 카운터. 그곳에 선 정장차림의 아가씨가.씽긋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여기.아르바이트 생 구한다고 해서요." "아..사장님 불러드릴께요..^-^" "네.." 카운터 뒤쪽에 난 문을 조심스레 노크하더니. 이내 그 안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아가씨. 나와 화진인 생각보다도 훨씬 넓은 까페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50개가 넘어보이는 테이블은 3/2가량 꽉 차있었다. 빨간카페트로 시선을 옮겨..제일 궁금했던 노래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보면. 가운데에 떡하니 놓인 타원모양의 통유리. 그리고.그안에 비스듬히 들어가 앉아 열심히 열창을 하는 남자. 동시에 벌어진 나와 화진이의 커다란 입.-0- "쟤..쟤.권은형 친구 아냐?" "-_-..." "어머.어째.어쩜좋아" "화진아.우리.딴데로 가자..." "딴델 왜가.우리가 쟬 왜피하니?!" 그래도.광민이는 무섭단말이다.ㅠ_ㅠ 우리 두사람이 왔음을 알턱없는 그는..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노래에 목을 기울였고.. "어.학생들이에요.?" 당황해있는 우리 두사람앞에 밝은미소로 나타난 이곳의 사장. 멋지게 콧수염을 길렀고.50대 초반쯤으로 보인다. 굉장히 럭셔리한 인상.-_- "앉아볼까요.?" "..네.." 카운터와 가장 가까운 가장자리 테이블에 조심스레 자리를 청하는 사장 난 떨떠름한 얼굴을 한채 맞은편 쇼파에 몸을 기댔고.. 지금은 광민이 노래소리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버렸다.ㅠ_ㅠ "우리는.지금 아르바이트생 한명만 구하는데.. 나이가 어떻게 돼요.?" "84년생이요^-^" 천연덕스럽기도..-_-.. 가식적인 미소를 머금고 예의바르게 대답하는 그녀. "아..보수는 알고왔어요.?" "시간당 삼천오백원이라고 들었는데요..꼭 한명만 필요해요..?" "네..하루만 더 일찍오지그랬어요...어떡..하나.." 곤란한듯.턱을 매만지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장. 대체 어쩌라는거야.-_-^ 그는 이미 간접적으로 화진이를 원한다는 눈빛을 보내왔고. 어차피 은형이 친구가 있는곳에서 일할생각이 없는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그럼 화진이 니가 일.." 그때.!!!!! 활짝 열린 문을 통해.나와 화진이를 또한번 놀라게 만드는 한 남자. "싸~~~~~장님.저 왔어요!!!!!!" "어.우리 동영이 늦었네.." "어?!걔네들 뭐에요!!?" "응.알바한다고 온 학생들이야" 제기랄.-_- 이것들이 단체로 여기서 일하고 있었구나. 고개를 푹 숙인채..애꿏은 화진이를 마구 원망하고 있는데.. 글쎄 이여자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_- 초롱초롱 빛나는 화진이의 두 눈. 그리고 이미 사장옆에 찹살떡 달라붙듯 엉겨붙은 동영이. "얘네 둘다 일시키게요?!" "아니.한명만..지금 그래서 고민중이야" "쟨 안돼요!!!" "누구.." "저 눈 크게 뜨고 이쁜척 하는애요!!!!!!" "-_-..." 한치의 망설임없이.까무잡잡한 손가락으로 화진이의 두눈을 척하니 가르키는 동영이. 또 시작되었구나. "어머.내가 언제 예쁜척했어!!!!" "희쭈꾸리하게 생겨가지고.사장님.강순이 써요.강순이가 튼튼하고 일도 잘하고.쟤는 돈많은 손님오면 바로 블라우스 윗단추 하나 풀를 애에요." "내가 단추를 왜 풀러!!!너 말이라구 넘 심한거 아냐!!!!!" "그래 말 취소.확 그냥 스커트 걷을애.일도 지저분하게 못하구요. 재수없는 소리 뻑뻑 내뱉는게 취미니까.강순이 써요.강순이" "내가 일하는거 니가 봤어!?!!!!" "어이구 무서워.잡아먹겠네.잡아먹겠어.야.강순아.너 위에 55입지?응 그정도 되겠다.사장님 얘 블라우스 꺼내오께요. 오늘 당장부터 일시켜요" 난감해하는 사장님.-_-. 뻔뻔스레 귀후비는 시늉을 하는 동영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화진이. 자리를 확 박차고 일어나더니. "야.이강순 너 여기서 혼자 일해!진짜 뭐 이런게 다있어!!" "진짜 뭐 저런게 다있어- 0 -?" "너 사람 놀리는거 정도껏 해!!" "잘가!다신오지마!!-0-" 한손으로 마구 부채질을 하며..문쪽으로 마구 달려가는 화진이. 나역시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를라치면.. 강한힘으로 나의 허리띠를 붙잡아드는 김동영. "가지마라 개순아.못간다.날 죽이고 가라-0- "-_-........" 20분뒤. 하얀 블라우스에 까만 스커트를 입고. 머리까지 단정히 틀어말고서. 조심스레 서빙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 문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한 동영이 때문에.꼼짝없이 이곳에 붙들려버렸 고.. 그는 히죽히죽 웃으며 3번테이블에서 컵등을 치우는 중이다. 이제 빈테이블은 딸랑세개. 일하는 첫날부터 이렇게 바빠야하다니 ㅠ_ㅠ 나는 정신없이 잔이며 접시등을 날라댔고.. 이따금 유리통안 광민이가 심상치 않은 눈으로 노려본다는걸 느낄 수 있었지만. 애써 그 무서운 눈빛을 외면하는 중이였다. "이야..졸라 맛있겠다..." "..-_-.." 스테이크접시를 나르는 나. 그리고 그앞을 가로막은 정장차림의 동영이. 군침도는 눈으로.스테이크 옆에 놓인 포테이토 스틱을 바라본다. "..어..어쩌라구.." "한개만 집어먹음 표 안날텐데.." "안돼.혼나잖아.." "망 잘봐.." -_-^.. 지금 막 들어온 손님에게 열심히 인사중인 사장. 그 사장 눈치를 아주 잠깐동안 보더니.망설임없이 포테이토를 쏙 집어먹는 동영이. "히히히.맛있당.>_<" "..-_-..늘 이런식으로 일해왔니..?" "우물우물..음.." "..-_-.." "지금 은형이 오고있어.." "..뭐....?" "원래 오늘 놀러오기로 했었거든..보람이랑 같이 올꺼야.. 그냥..태연해..신경쓰지말고.." "........" "근데...난..니가..은형이 잡아줬음 좋겠다." 처음이였다. 동영이의 진지한 목소리는.. 그리곤.멍한 나를 내버려둔채. 광민이 오빠 멋져>_< 를 외치고 유리통쪽으로 달려가버리는 동영이. 그럼..오늘도 마주쳐야 하는거잖아... 비틀대는 걸음으로..손에 들린 접시를 더욱 꽉 움켜잡았다. 분명히.맘 편한 일은 아니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봐야한다는것.. 3년이다..자그마치..900일이 넘도록 함께 한 사람이다. 은형이 생각에.또다시 무겁게 가라앉은 나의 얼굴. "여기 음식 안나와요?!" "아..네.죄송합니다.!!" 신경질을 버럭내는 아줌마에게..재빨리 음식을 갖다주고서.. 연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여야했다. 그리고선 또다른 서빙을 위해 몸을 트는데. .. "이야 저새끼 노래하난 진짜 잘해.그치?" "그러게말야..^-^ 자리 딱 하나 남았다.빨랑 앉자" "엉." "어..?.!!너 강순이 아냐!?" ...... ......... 편한 캐쥬얼 차림의 보람이. 그옆에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는 은형이.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있다.. 스윽..내옆을 지나쳐..창가쪽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은형이. 그리곤..반가워하는 보람이에게 귀찮다는듯 손가락질을 하고있다. "야.빨랑와 앉어라~" "알았어..강순아..이따 얘기하자..미안..^-^" ..... 머리를 긁적이며.은형이의 옆에 앉는 보람이. 환하게 웃으며.노래하는 광민이쪽으로 방향을 틀어앉는다. 그리곤..즐거운 표정으로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두사람. 난 주방쪽으로 빠르게 몸을 옮겼고.. 돈계산중이던 사장님이.고개도 들지않은채 중얼대듯 말했다. "뭐하니 강순이.새로온손님 주문받아야지" "..제가...." "응..?" "제가.안받으면 안될까요..?" "무슨소리하는거야.동영이도 바쁘고 언니도 지금 접시 닦고 있잖아. 왜그래..?" "........" 의아해하는 사장을 뒤로하고. 정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은형이 왼쪽귀에 무언가를 소근대며 꺄르르 웃고있는 보람이. "저.주문해주세요" 누가 들어도 어색했을 톤으로.. 조용히 말을 건넸고..동그랗게 눈을 뜬 보람이가.무언가를 말하려하면 그런 그녀의 왼쪽어깨를 잡아댕기는 은형이. "야.보람아" "..응..?" "우리 그냥 사귀까?" "뭐......???????????" "그냥 사귀자.니가 나좀 잡아줘라. " ...... ........... 그순간.흐트러진 광민이의 노랫소리가..머리속을 꽈악 메우고... 놀란얼굴의 보람이가 은형이를 바라보고.. 그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왼쪽볼을 가볍게 흔들고.. 난 말없이 그들앞에서 등을돌려야했다. [46] 3일동안.컴퓨터를 할수없는곳으로 놀러갑니다ㅠ_ㅠ 일요일 저녁 늦게나 올꺼에요.ㅠ_ㅠ 3박4일동안 참아주실수있죠.?! 가서 멋진 얘기 많이많이 만들어오겠습니다.!!^-^ -------------------------------------------------------------------- 새벽 2시. 모든일을 마치고..의자를 테이블위에 올려놓고있는 광민이와 동영이. 아직까지..집에 돌아가지 않은 은형이와 보람이는.. 아니.오늘 새롭게 탄생한 멋진 커플한쌍은.. 아까 그자리에 앉아 열심히 사랑을 속삭이는 중이고.. 난 입고왔던 옷을 들고 도망치듯 화장실로 들어와버렸다. 우리 그냥 사귀까? ...... 중학교때.나한테 했던말이랑 똑같잖아.. 한글자도 안틀리고..정말 똑같잖아..^-^.. 잠깐!!!!!! 지금 뭐라구 하는거니 이강순!!! 먼저 바람핀건 너잖아..왜 이런 씁쓸한 얼굴을 하고있는건데!!. 정말 뻔뻔하다....자긴 깨진 바로 그날 승현이한테 가놓고. 그래.나한텐 승현이다.! 박승현!!박승현!!아자!!!! -_- 내 자신에게 단단히 기합을 불어넣고..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왼팔에 건채..씩씩하게 까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이만 집에 가보겠습니다.!!" "어..오늘 일 너무 잘했다..내일 여덟시까진거 알지..?" "네.!" "그래.내일보자.오늘 너무 수고했어^-^" "네!" 등을 몇번 두들겨주더니..의자올리기에 동참하는 사장님. 광민이와 은형인 아예 나라는 존재를 잊은듯.. 이쪽으로 눈빛조차 줄 생각을 않고. 늘 요란한 동영이가 이곳을 향해 폴짝폴짝 뛰어온다. "너 지금가면 큰일당해" "-_-큰일안당해.택시타구 들어갈꺼야." "며칠전에 택시타서 봉변당한 케이여고 학생들 얘기 못들었어?!" "말 지어내지마-_-" "그래.미안해.습관이 되나서.." "-_-^" 가볍게 인사를 하고..계단쪽을 향해 몸을 트는데.. 누군가 나의 왼팔에 팔짱을 껴버리고..놀란가슴에 재빨리 고개를 돌리니 ..환하게 웃는 보람이가 있다. "데려다줄께..^-^.그래도 되지?" "응..^-^.." 꽤 늦은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군데군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술취한 아저씨들의 고함소리.. 지금 막 활동을 시작한 야타족의 음악소리-_- 우린..말없이 택시를 잡기위해 정류장쪽으로 올라가는중이고. 제법쌀쌀한탓에..온몸을 웅크리고 호호 입김을 불고있는데.. "미안해.강순아." "응..?뭐가..?" "은형이.." "아..아냐!!뭐가 미안해!!" "잘할께..은형이 아프지 않도록..니가 했던만큼은 못하겠지만. 정말 잘할꺼야.." "내가 하긴 뭘했다구.!아냐..잘됐어.미안하고 고마워.. 은형이랑 행복하게.예쁘게..만나..내가 그동안 못해준거..니가많이많이 해줘....미안해.^-^.." "^-^..." 예쁘게.싱긋 웃어보이는 보람이. 그래.그 영계나.오락실에서 본 여자에 비해.보람이 너라면. 충분히 안심이야. 죄책감없이..은형이 깨끗히 지울수 있어.. 니가 있다면.너같이 착하고 예쁜아이가 있어준다면. 어느덧.정류장앞에 다와버린 나와 보람이. 좋은 친구가 되고싶다.은형이와 어떤관계이든간에..보람이는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친구이다. "조심히 들어가.아까 내가 핸드폰번호 입력해줬지.?자주 문자보내구^-^" "그래..너두 잘 들어가.." "응..빠빠이에요^-^" "아참...보람아.." "응..?" "은형이 자꾸 담배피더라..걔 금연초만 물다가..요새들어 자꾸그래.. 담배 못피게하구.." "그래..걱정하지마..^-^" "팔자걸음 걸으면.어른들이 안좋게 보잖아..그것도 못하게하고.." "응!!" 걱정말라는듯.두손을 휘휘 저어보이는 보람이.. "아..걔 꽃가루 알레르기 있는데.요즘같은 계절엔 특히 더해... 감기도 한번걸리면 심하거든.병원가는거 무지 싫어하는데. 그래도 꼭 데려가야돼." "그래.걱정말구 얼른 들어가.나도 다 알아요^-^.엄마 걱정하시겠다" "응.." 빵빵거리는 택시.. 앞문을 열고서 나를 앞좌석에 태우는 보람이. 반쯤 열린 창문사이로..열심히 손을 흔드는 보람이.. "참!사랑한다는 말 해주는거 무지 좋아해!! 그말..1년동안..해준적이 없거든..그말도 자주 해주고.. 그리구!!다혈질인거 알지!?!?화나면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야돼!!!!!" ... 이미...저만치 멀어진 보람이에게.. 내 작은목소리가 들릴턱이 없었다.. 아무리 화나도..헤어지잔말 절대 하면 안되고... 질투심 무지 강하니까..다른남자랑 말도 하면 안돼... 놀러다니는거 굉장히 좋아하는데..내가 매일 귀찮단 핑계로 미루기만 했었거든.. 그러니까..보람이 넌 착하니까.. 자주자주..놀러다녀..놀이동산도..바다도..은형이네 고향집도.. 듣는사람도 하나없는데.. 택시가 집앞에 도착할때까지..그렇게 쓸데없는 말을 주절주절 혼자 되뇌였고... 집에 들어오자마자.아빠에게 욕을 댄박만큼 얻어먹은뒤.. 조용히 방에 들어와 침대 구석에 놓인 은형이와의 추억들을 꺼내보았다. .... ....... 내일은 정말 다 태워버려야지!! 승현일 위해서도..보람일 위해서도..은형일 위해서도.. 그리고..날 위해서도...... 행복해.은형아. 보람이니까.너 정말 이번엔 행복할수 있을꺼야. 나같은 못된거 깨끗히 잊고.착한 보람이랑..진심으로 행복해야돼.. 그냥..무조건 웃어야돼... .... ........ 그후로.사흘이란 시간이 감쪽같이 흘렀고.. 매일매일 미뤄온 은형이의 상자는.. 아직 완전히 태워지지 않은채 서랍속에 들어있다.. 오늘은 토요일!!!!!! 나는 승현이와의 공포영화를 위해 가볍게 집을 나서는중.!!! 어제 새벽까지 일을 한덕분에 온어깨 구석구석 안결리는곳이 없구나 ㅠ_ㅠ 승현이 만나믄 안마해달라구 해야지.히히.♡ 어느새 아주 편한 사이가 된 우리 두사람.!! 난 왼손에 든 핸드백을 마구 휘두르며..눈앞에 슨 노란택시안에 낼름 올라탔다. "피자헛 앞이요!!" "네에_!" 아저씨의 경쾌한 대답과 함께 택시가 출발하고.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창가쪽에 얼굴을 갖다붙혔다. 어휴 더워죽겠네 참말로 ㅠ_ㅠ 사흘동안 변한게 조금 있다면. 보람이와 많이많이 가까워졌고.그만큼 동영이와도 친해져버렸고-_- 승현이와 꿀밤맞기도 할만큼 편한사이가 되었고.♡ 동영일 향한 화진이의 말투에게서 심상치않은 흔적을 여러개 발견 해버리고-_- 흐응..암만해도 이상하단말야.. 분명해.마음이 있는데.자존심상해서 말을 못꺼내는것이야.. "여기요오..다왔습니다.." "아..네..!!" 언니가 손수 만들어준 엉성한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한뒤.가뿐한 발을 뜨거운 땅위에 내려놓았다. 으앗!>_ 승현이랑 첨보는 영화다!! 기지개를 쭈욱 펴며 주위를 휘 둘러보는데.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 먼저 표를 끊어놓기위해 매표소로 향하고.. 음..어디보자..몇시에 있나.. "언니.이거 3시50분부터 시작이하는거죠.?" "네^-^." 음.지금이 30분이니까.그전에 오겠지.? 그래 이시간껄루 끊자!! 단오한 결심을 내리고..지갑을 뒤적이고있는데.... 등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굉장히 커다란 음성이였기에.나도 모르게 고개가 휙 돌아가버렸고.. "이야.너 왠일이야.!!!수원에 왠 볼일루 오셨어?!" "넌 여기서 뭐하는데" "나 피자먹으러 왔지.우리 그이랑.히^-^근데 진짜 수원엔 왠일이야?" "드디어 성공했네.다모임에 사진 올리고 아주 별 쇼를 다하드니만." "다 니덕분이지 뭐냐.은형이 보구갈래.?" "됐어.니 남자친굴 내가 왜봐.혜진이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나해라. 그때 니가 뺨때린것땜에 충격큰가보더라.." "아...걔..지금어딨는데..?" "서울에 있지 어딨어.하이튼 최보람 사악한건 알아줘야돼 지가 다 저질러놓고 애꿏은애 뺨을 때리냐..걔네가 알면 나 바루 왕따 먹어.-_-.내가 너한테 사진 넘긴거 알아봐라..바로..끽이다.끽." "히.소꿉친구 좋다는게 뭐야.어.잠깐만..전화왔다.." ...... .......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드는 보람이. 난 지금 들려온 모든 소리를 부정하기위해..두손으로 귀를 꽈악 틀어 막았고.. 저.남자앤.. 까페 닉스에서..승현이랑 나랑 키스하던거..핸드폰으로 찍던..승현이 친 구..최보람..니가.왜 쟤랑.저런대화를 나누고있는거야.. 난 행여 그들의 눈에 띄일까..쓰고있는 모자로 온얼굴을 가렸고.. 뒤이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린.. 날 한차례 더 무너뜨리고 말았다. "아.맞다.너두 그거 보여주까?!" "뭐..?" "이개순.원조했다고 내가 조작한 사진 있잖어.이거 아무한테두 말하면 안돼.너한테 첨말하는거야." "야!!그것두 니짓이였냐!!!!다모임에 원조했다고 올리고 지랄했던거?!! 승현이가 그것땜에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말하지마!!!!!!" "말안하지.내가 병신두 아니구..한번 보자..봐봐.." "응..키키>_<" .. 지갑깊숙한곳에서..손바닥 크기로 접힌 사진을 한장 꺼내는 보람이. 그것을 펼쳐서..그의 눈앞에 보이면.. "우와 존나 감쪽이다.진짜 딱 원조현장 포착이네. 넌 그머리루 공부를 해라 공부를" "미쳤냐 공부를 왜해..야 나 은형이 기달려 가봐야돼.!! 연락해!알았지?!" "알았다.안들키게 조심해.너 걸리면 나까지 새된다!" "그럼.내가 누구니" .... .... 손을 흔들며..보람이가 저만치 사라지면..영화관 안으로 쏙 들어가버리 는 승현이의 친구. ..... ...... 왜..요즘들어..이상한 문자며..버디쪽지며..유치한 괴롭힘이 오지 않는지..깨름직하고..궁금했었어.. 계속 당하는 내가 불쌍해서..그만둔건가 생각하고..그냥 잊고있었어.. 근데..그게 아니였네.. 이제..원하던 목적을 달성해서.. ....괴롭힐 필요가 없어진거였네... 손에 들려있던 지갑이 아래로 떨어지고.. 계단을 따라 마구 구르는 동전들. 매표소 언니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내손은..무의식적으로..은형이의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 ....... 최보람.나..어떻게든 참아보려구 하는데...... 도저히..참아지질 않는다........... [47] 조금씩 가빠오는 숨소리.. 이유모를 웃음만 자꾸 터져나오고..손가락 마디마디는 심하게 떨려오고.. 나는 이제야 알게됐는데 이 모든게 진정 사랑이란걸 그대여 제발 가지말아요♬ 제발 나를 떠나가지 말아요♬ I know we must say good-bye♬ we must say good-bye 어느새 바뀌어있는 은형이의 컬러링. 평소같았음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받았을텐데.. 한참동안 노래만 흘러나오고..바로 음성으로 연결되버린 핸드폰. 피하고있다..내 전화를..!! 허탈한 마음에 핸드폰을 닫고..멍하니 바닥을 내려보았다. 믿고싶지 않지만..인정할수 없지만.. 내가 들은건..환청이 아니였다. 두눈에.그리고 두귀에 .보람이와..승현이 친구의 얼굴이.목소리가..똑똑 히 새겨져버렸다. 그리고.. "아 차 밀려 죽는주 알았네.!!오래기다렸지!!" .. 찌푸린 얼굴로 내 앞에 나타난 승현이. "어..?!아냐.방금왔어!!" "머리 이상하다" "..응..??" "들어가자!!" "그..그래..-_-" 쓰고있던 모자를 푸욱 눌러쓰며 뜨거운 햇빛을 피하는 내 남자친구. 나는 혼나간 얼굴을 한채 그의 뒤를 따랐고..-_- 계단을 올라 영화관안에 들어설때쯤.이상한 기미를 눈치챈 승현이가. "밥 굶고왔어?" "아니..-_-" "근데 표정이 왜그래..머리 맘에 안들어서그래?" "나 지금 내 머리 아주 맘에 드는데!!" "진심으로.ㅇ_ㅇ?" "응..-_-" "그래.얼른 영화보자!!불꺼지면 의자 못찾는단말야!" 승현이가 불쑥 문안으로 들어가버리고.난 떠듬떠듬 뒤를 따른다. 중간좌석쯤에 털퍼덕 앉는 승현이.커플용 좌석인바람에.-_- 난 본의 아니게 그 옆에 찰싹 붙어앉았고.. 스크린에 비추는 여배우의 얼굴이 .최보람년과 겹쳐지는 환각을 맛보았 다. 이잇........ 주먹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이마엔 갈매기 주름살이 서너개쯤 생기고. 진지한 얼굴로 영화를 보다가..어이없단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승현이 -_- "너 왜 이상한 표정 지어!!" "-_-..니 친구 걔 있잖아." "누구.?" "그때 닉스에서 봤던애.너랑 나랑 뽀뽀..-_-.하는거 핸드폰으루 찍은애" "응" "걔랑 친해...?걔 어떤애야..?" "달리기기 되게 잘하는애" "-_-^....." 굳은 내 얼굴을 외면한채.스크린으로 시선을 옮기는 승현이. 난 핸드폰을 꺼내 권은형에게 문자를 쓰기 시작했고.. 내용을 말하자면 이러했다. 내 전화 피하는건 알겠는데. 중요한일이야.정말 중요한일이라구!! 최보람에 관한거니까.보는데로 전화해. 슬금슬금 승현이의 눈치를 보며 전송버튼을 누르려는데.. 아까부터 자꾸 나를 흘낏대던 옆좌석의 아줌마가. 별안간 버럭 고함을..고함을..-0-.. "맞네!!은형이 여자친구지 학생?!" "..네..-0-..?" "아닌가..?이름 강순이 아냐..?" "..강순이는 맞는데요..누구..세요.?" "아이고.맞네.사진만치 이쁘네!!나 은형이네 큰고몬데. 은형이가 만날때마다 학생 사진 보여주면서 자랑하드라고. 이렇게 반가울일이 있어.근데 은형이는 어쩌고?" "은형이랑은..헤어졌는..데요.." "엥..?그럴리가있어..?" 왠지 은형이네 아빠랑 조금 닮아보이는 이 아줌마는.. 쌩뚱맞다는 표정으로 나와 승현이를 번갈아보았고..-_- 나는 손에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두사람의 눈치를 보았고..=_= 차가운 얼굴로 권은형의 큰고모를 흝어보던 승현이가.. "내가 이강순 남자친군데요." "어므나...." "일어나..나가자." 들고있던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어울리지 않는 거친손동작으로 나를 일 으키는 승현이. 그러더니만.뒤도 안돌아보고 그 어두침침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승현아.잠깐만.!!왜 흥분을 하구 그래.모르고 그런거잖아" "흥분한거 아니야..화난거야..." "뭘 그런걸갖구 화를내..." "그런거니까 화내는거야!!!!!!" "...." 영화관을 빠져나올때쯤.승현이의 걸음은 점점 빨라져가고. 나도 최보람년때문에 잔뜩 흥분해있는 상태였기에.. 구겨진 얼굴로 그애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있었다. 한참을 앞서가다가..휙 뒤를 도는 승현이.-_- 멀찌감치 뒤떨어슨 날 보더니... "왜 안따라와!?!!" "......나도.지금 많이 화났거든..." "..뭐..?!" "나도 지금 많이 화났다구!!!!" ...... ........ "....난 지금 억지로 웃는것도 무지 힘든데..넌 아무것도 몰라준다.." "안들려!!!!!!" "내일 보자" "-0-..뭐라고!!!!!" 버럭 고함치는 나를 남겨둔채.-_- 매정스레 택시에 오르는 승현이. 평소같았음 당장 전화를 걸었을테지만..머릿속을 꽉 채운 최보람년때문에 모든 의욕 상실.!!! .... ........ 죽어가는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무작정 공중전화를 찾기 시작했고.. 전방 10미터 이내에서 전화박스를 발견하곤..미친듯이 그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곤.주저없이 권은형의 번호를 누르는데.... .... ...... 그렇게 20초쯤 흘렀을까.. "여보세요...." 가라앉은 목소리.. 예고도 없이 철렁 내려앉아버린 심장. "여보세요.." "..나..나..강순인데.." '철커덕..뚜..뚜..뚜..뚜..' -_-...... -_-^.... ㅠ_ㅠ.....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서서.나를 끔찍해하고 있다.. 이래선.은형이에게 알릴 방법은 아무것도 찾을수가 없다.. 정말 정면충돌을 해야하는것인가.. 나같은 겁쟁이가..분명 말도 꺼내기 전에 울어버리고 말텐데.. 웃고있던 최보람 얼굴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집에 가버린 승현이는 까맣게 잊은채..중얼중얼..그녀가 했던말을 똑같이 되읇고있다.. 벌써.3시간째. 그리고.약 한시간전부터.. 이런 나의 모습을 신기하단듯 바라보는 가족일당들. 한참전에 집에 도착한 나는 쇼파에 길게 누워 같은 말을 연거푸 주절대고 있고.. 오렌지를 문 언니가..제법 진지한 얼굴을 하고선 조용히 입을 연다. "내가 보기엔.차였어." "에이.설마.사귄지 얼마나 됐다구" 엄마의 대답에.입에 넌 오렌지를 꿀꺽 삼키며 손바닥을 터는 강윤언니 "아니야.이쯤하면 벌받을때가 됐다 싶었지." "무슨벌.쟤가 벌을 왜받어" "내가 밤마다 말해줬잖아!저년이 은형이한테 무슨짓을 했는지!!" "맞다.까먹구 있었네.저 못된년.." 수근대는 모녀. 가슴 깊숙한곳에서 점점 솟구쳐 오르는 불덩이. "왜그러는거야 정말!!!!!왜 맨날 나만 못된년이야!!!!!!-0-!!!!!!" "저 기집애 애기때 도라지 뿌리 달여먹였더니.목청 좋은것좀봐" "엄만 아무것도 몰르잖아.내가 밖에 나가서 무슨꼴 당하는지!!!!" "강윤아 전화온다 전화받어라.니가 무슨꼴을 당하는데."" "험한꼴.불쌍한꼴.비참한꼴!"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아니??구체적으로 말해보란말야" 휴..말하면..내가 다 말하면..!!!! 차라리 혼자 뒤집어지는게 났지요.. 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었고.. 그때.안방으로 전화를 받으러 간 언니가.시큰둥한 목소리로 자신이 새롭 게 붙힌 나의 별명을 외친다.-_- "야.신녀!전화받어!!" "누군데......." "중학교 동창이래!!" "....지금가." 옷자락을 붙드는 아빠를 뿌리치고.. 성큼성큼 안방으로 들어섰다.-_- 매정한 얼굴로 나를 흝어보더니.전화기를 넘겨주는 언니. .. "여보세요.." "어.강순이야?나야!!" 수화기를 통해 울려퍼진건. 2년만에 듣는 중학교동창생의 목소리.. [48] 그날밤.침대에 누워 여러가지 각오를 다지고 있는 나의 소심한 모습. 엎치락 뒤치락..어설프게 짜맞춘 작전을 되읇어보고.. '응.내일 6시까지 수원역 앞으로 나오면 돼.꼭 와야돼 애들두 다 온다구 했어.!" 그렇다. 이것이 몇시간전에 걸려온 동창생의 전화. 내일.권성중학교 3.5반이였던 아이들의 동창모임이 있고. 덕분에 나는 아주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곳엔 권은형이 올테고..!! 어쨋든 마주칠수 있으니까..얘기는 해볼수있을꺼야.. 자.어서 작전 세개를 떠올려보자.!! 1.만나자마자 양 어깨를 붙든다. 2.도망가지 못하도록 옷자락을 늘고잡는다. 3.최보람의 정체를 밝힌다. 이거야!! 할수있어.이거 세개쯤은 할수있고말고..!! 한가지 걸리는게 있다면.그당시 같은반이였던 미영이-_- 그녀가 내일 나온다면..모든아이들 앞에서 엄청난 꼽을 주겠지만. 그래..괜찮아..어차피 다시 마주칠 애들 아니니까.!! 이불을 목끝까지 뒤집어쓰고..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나약한 모습-_- 아차.잠들기전에 동영이에게.내일 알바 빠지게 될꺼라고 문자를 하나 보냈고.. 덕분에 새벽 1시쯤.그에게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한참 최보람을 혼내주는 꿈나라에 빠져있는데.. "여보..세요..=_=..." "개순아!!내일 알바 왜못나와?!" "아..동영이구나..나..내일 동창회 모임 가야돼서..=_=..어디야..?" "보람이네 집" "뭐-0-!!" 저주스런 이름 두글자에 번떡 깨어버린 잠. "알았어 내가 얘기해주께." "보.보.최보람네 왜 있는데?!" "말더듬는다!!!!!!!!!" "=0=..최..걔네집에 왜 있는데?!걔 지금 뭐하는데!" "제길.!알없다!!!!!원.투.쓰리. 쓰리.투.원!! 바이바이 씨유어게인!! 나이스 드림 꾸세용!!" ..뚜...뚜........ 너에게 무언가를 기대한 내가 잘못이였다만.. 이건..해도해도..너무하잖아... 도대체가.진지스러운 모습이라곤.그때 한번 빼고 도무지 찾아볼수가 없구나!!!!!!!!!-0- 남의 머리만 이리저리 들쑤셔놓고..핸드폰전원을 꺼버린 김동영-_- 그리하여 난 베개 끝을 물어뜯으며 길고긴 새벽을 견뎌내야했고.. 다음날 아침해가 밝자마자.쾡한눈으로 옷을 줏어입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온방안을 헤집고 다니다가. 화장대위의 잠잠한 핸드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승현이가 정말 단단히 화가나버렸어.. 그게 그리도 화낼만한 일이였던가... 아니.그렇다쳐도.왜 나한테 삐져있는건데-0-!!!! 욱한 마음에 핸드폰을 열고.통화키를 누르고.. .... ....... 한참의 신호끝에..졸린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남자친구 승현이. "여보세요.." "나.나.강순인데.!" "..어.." "잤어..?!" "...어.." "..계속 잘..꺼야?" "어.." "-0-...." "내가 이따 전화할께.." "..으응...." 평소때완 너무 다른 분위기로 전화를 끊는 승현이. 이강순 인생 정말 비참하기 짝이없네.. 벌받는건 왕따된거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휴..ㅠ_ㅠ.. 포르르 한숨을 내쉬고.넋나간 얼굴로 벽시계를 바라보는중. 그렇게 짧은바늘이 장작 숫자 7개를 건너뛰었을때. 굳어버린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비장한 각오로 집을 나섰다. 권은형.최보람만은 정말 안된다.!! 최보람 그년은 정말로 안돼. 내가 기필코 그아이의 거짓탈을 벗겨다주겠어.!! 버스가 달리는 내내.주먹을 움쳐쥐고 마음속으로 외친말이다. 나는 스스로 놀랄만큼 용감해져있었고. 내심 나 자신을 대견해하는 중이였다.-_- 그러나. 나의 몸뚱이가 수원역 5미터 근방에 다다랐을때. 그렇게 다짐했던 모든 각오는.덩실덩실.머릿속의 바다를 따라 저 멀리 떠내려가고 말았다.. "어머.강순이도 왔네!!그럼 인제 다온거야?!" "드디어 왔네.너 오기만을 목빼서 기달리구 있었다^-^" ..첫번째 대사는 어제 전화를 걸었던 세림이고. 두번째 대사는 도끼눈을 번뜩이는 미영이다. 20명쯤 되보이는 아이들이 반갑게 나를 맞았고.. 내가 지금 놀란 이유는..아니.무너져버린 이유는. 결코.미영이의 의미심장한 말이 아니다. 반갑게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악마보다 무서운 그녀. 은형이 옆에 따악 붙어서 활짝 웃어보이는 그녀. "강순아!!!!기달렸다!!!!왜이렇게 늦었어!!^ㅇ^!!" ..최보람이다. [49] 옛수원 갈비집. -_-..... 테이블 하나마다 7명의 아이들이 둘러앉아있고. 이리하여 우리 동창회 모임생들이 차지한 테이블이 세개. 나의 옆에는 보람이가 철썩 들러붙어있고. 첫번째 테이블엔 친구들과 즐겁게 떠들어대는 은형이가 있다. 맞은편엔 세림이와 소근대는 미영이. 신이시여 ㅠ0ㅠ !!!!!!! "야 고기 진짜 맛나다.그치.강순아" "..응." "은형이가 같이 가자구 계속 졸라서..좀 눈치 보인다..흑..ㅠ_ㅠ" 근데 왜왔니.응? 왜왔니. 대체 왜왔니!!!!!ㅠ0ㅠ "그래두 이렇게 보니깐 넘 반갑다.꺄>_<" "응..나도.." 아이고.ㅠ_ㅠ 이강순 이 천하에 미련곰탱이 ㅠ_ㅠ 원수옆에 앉아서 성질도 제대로 못내고 빌빌대다니.. 난 나의 소심한 성격을 마구 원망하며 고기를 어그작 씹어댔고.. 조용하다 싶었던 미영이가.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야.맞다 니네 얘기 들었어?!이강순 왕따 먹은거?!" .... ..... 술렁대며..미영이쪽으로 시선을 꽃는 아이들. 난 애써 태연한척 컵속의 사이다를 들이켰고.. "몰라??얘 왕따잖아.야.권은형.인젠 너랑 상관없으니까 말해도 괜찮지?!" .... ..... 슬쩍..곁눈질을 하는..바보같은 강순이. 그리고..상관없다는듯 웃으며 젓가락장난을 하는 놈을 보고.. 깊숙히 고개를 수그려야했다. "쟤 원조한거 몰라?얘기 한번도 못들었어? 아저씨랑 뽀뽀한 사진 한참 떠돌았었는데..세림이 너두 몰랐어?" "..으..응.." .... 굳은 얼굴로 나를 흝어보는 남자아이들.. 들릴듯말듯한 목소리로 소근거리는 여자아이들.. 그러나 진정으로 나를 화나게 만든건.. "야.너 뭐야??!말이면 단줄 알어!?!?니가 봤어?!강순이 그런거 봤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미영이를 몰아붙히는 보람이였다. 하.. ...정말...뭐라고..말을 해야하나..이럴땐.. "넌 뭔데?!이건 중학교두 같이 안나온게 어디서 굴러와갖고." "니가 강순이 그런거 봤냐구!!!얘 그럴애 아니야.알겠냐?!" "니가 걜잘아냐?!같은반인 내가 잘알지!!근데 너 뭔데 자꾸 지랄 싸대냐!!" "뭐..?야!!!!너.따라나와!!" 벌떡 일어나는 보람이를 보며 미영이가 무언가를 소리치려 할때.. 보람이 옆에 성큼 다가서는 은형이..손에는 여전히 담배가 들려있고.. 젓가락장난을 할때완 완전 상반되는..무지하게 화가난 얼굴. "이게 진짜.야!!!!너 죽구싶냐!!" "뭐..뭐가..!!" "죽을라고 남 여자한테 들이밀고 싸대냐!!!!" "니 여자친구가 먼저 나한테 욕했잖아!!" "어쭈.목소리 안낮춰!?!?" ".........." "한번만 더 그래라.엉.!?" ..... ........ 비오는날.나때문에 미영이한테 막 소리지르고 욕한적있었지. 권은형 너 ..그때랑 똑같은 눈이다.그때와 같은 목소리고..같은 얼굴이 다..다른게 하나 있다면. 이번엔.최보람때문이다.. 차가운 콜라병을 보람이 얼굴에 갖다대주며..씩씩대고 있는 은형이. "괜찮어?열식혀." "난.괜찮지..강순이가...강순아..왜 말 안했어.... 그런일 있었음 말했어야지......" 눈물에 꽉 메인 목소리..들키기 싫어서.. 억지로 물컵을 들이켰다.. 대답할수 없음에..한참동안..물만 들이켜버렸다.. 미영이가 울음을 터트린채 자리에서 일어나고.. 걱정스런 얼굴로 뒤를 따라가는 세림이. 흥분을 가라앉히려는듯.담배를 꺼내문채 밖으로 나가는 은형이.. 그리고..곱지않은 시선으로 나를 흝어대는 동창생들. "니들 왜 그런눈으로 사람 째려봐!?!!!" 보람이의 고함소리에..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대화에 열중하는 동창생들. 보람이가 아니라.은형이를 두려워한다는것. 그런것쯤은 나도 잘 알고있다. "괜찮아.강순아..근데 어떻게 된거야..사진이라니.. 누가 지어낸 얘긴데..?" 정말...뭐라고...대꾸할말을 찾을수가 없구나.. 니가 지어낸 얘기잖아..최보람.. 니가 생각하고..니가 지어내고..니가 꾸며낸 짓이잖아.. 왜..그렇게..잔인해.. 같이 웃어놓고..같이 얘기해놓고..왜..대체 왜.. 그러나.끔찍한 이 아이보다..더욱 견뎌낼수 없는건..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멍청한 내 모습. 걱정스러운 얼굴로..나의 손을 꼭 잡아주는 최보람. 그리고..아무런 뿌리침없이..멍청히 붙들려있는 나의 차디찬 손. "나..은형이 데리고 들어올께..잠깐만.." 그치.이쯤에서 잠깐 자리 비워야지. 그래야 나 비난받으니까..그래야 나 망가질테니까.. 보람이가 조심스레 문밖으로 나가고.. 예상대로..대놓고 나를 손가락질하는 아이들. 그중.유난히 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연정이라는 친구가 첫마디를 꺼낸다. "쟤 저럴줄 몰랐는데..그치..권은형이랑 깨졌다는 소리는 들었거든 그럼 원조할려구 깨진거야?" "그런가보지..어우.뻔뻔해..쟤 잘난건 얼굴하나밖에 없잖어 그거믿구 막 나갔나본대?낄낄" "조용히 말해.아까 그년 또 지랄할라" .. ... 당장 일어나서..뛰쳐나가고 싶은맘이 너무나 간절했지만. 이아이들에게 뒷모습 보이기 싫어서.. 다른건 몰라도 도망치는 모습만은 보이기 싫어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물통을 움켜잡았다. "깡 좋다..나같음 벌써 울구 일어났는데.." "이강순 원래 안저러지 않았어?픽하면 울고그랬는데.. 원조 하더니 간이 부었나부다" "미영이만 불쌍하지 뭐..근데 아까 권은형 쫌 웃기드라. 그래두 지가 사겼던 여잔데.." "야.나같애두 내가 사겼던 남자애가 그짓 하면 정 딱 떨어진다!!" 마른침을 자꾸자꾸 삼키며..창가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꾸역꾸역 치미는 눈물을 침과 함께 넘겨대는데.. 촤르르륵.... 심상치 않은 물소리와 함께.바로 터져나오는 여자의 비명소리 "꺄아악>_ "그짓이 뭔데?" ㅇ_ㅇ.. 귀에 확실히 익은 목소리에.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까만 손수건을 목에 감은 승현이가.. 손에 들린 물컵을.그대로 쏟아부었다. 연정이.머리위로. "얘.얘 뭐야!!" "찔찔아.잘들어.권은형보다 내가 더 무서워." "나 알어?!너 나 아냐구!!뭔데 물을 뿌려!!!!" "이강순 바보야?!왜 그러구 있어.빨랑 안일어나?!" 정말.눈부신 천사처럼 내 앞에 등장한 승현이.. 난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났고..재빨리 그의 옆에 가까이 붙어섰다. 웅성대는 아이들을 한명한명씩 쏘아보고는. 중얼대듯 한마디를 내뱉는 나의 천사. "그냥 다 죽어라.이 미친것들아" "-0-...." 할말을 잃은채 승현이를 바라보는 아이들. 남자들중 싸움질에 취미붙힌 아이가 없다는게..제일로 다행스러운 일. 어쨋든.. 난 크나큰 감격에 젖어 그의 손에 이끌려나왔고.. 목에 감은 수건을 잡아 뜯으며 마구 성질을 내는 승현이. "아!!!!!!!짜증나!!!!!너 누가 그런데 가래!!!!!!!!!" "..고마워..." "뭐가 고마운데!!!!!어디 갈때 허락받으라고 했잖아!!!!!!"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아씨..진짜..누가 그런꼴 당하고 있으래.누가 그런 얼굴로 불쌍하게 앉아있으래!!" "....." 난 눈물이 잔뜩 번진 추하디 추한 눈으로 승현이를 바라보았고. 씩씩대며 문을 벌컥 열어제끼는 승현이. 그리고..문앞 기둥에 기대서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은형이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올려보는 보람이를 보았다. 짙은 눈으로..승현이를 흘낏대는 권은형. "니가 여긴 왠일이냐?" "부탁인데 제발 좀 쌩까줘라." "좋을데로.들어가자 보람아" "어..그래..강순아..힘내..내가 전화할께.알았지?신경쓰지말구?응?" 엉거주춤하는 최보람의 어깨에.한쪽팔을 휘감는 은형이. 나에게 미안하단 표정을 해보이는 악마년. 그렇게.악마 두개가 갈비집안으로 들어가버리고.. 승현이는 불도 안켜진 택시를 향해 무작정 까만 손수건을 흔들고있다. "근데 승현아..어떻게..알고 온거야...." "니가 와달라고 문자 보냈잖아!!" "..응..문자라니..?" "암튼 너.앞으로 나없이 암데도 가지마.알겠어?!" "응..응..ㅠ_ㅠ.." "울지말고.!눈물 뚝하고!!" "ㅠ_ㅠ.." "에이씨..그러게 누가..휴.." 말끝을 흐리며..손을 꼬옥 잡아주는 승현이.. 내가 보낸 문자라는게 맘에 걸리긴 했지만. 되물을 겨를도 없이..퐁퐁 솟아나는 눈물을 닦아야했다. ... 돌아오는 택시안.. 싸늘히 날 외면하던 은형이얼굴이 자꾸 걸려서.. 눈물을..그칠수가 없었다. 승현이가..손을 꼭 잡아주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야속한 눈물은..자꾸자꾸..흘러넘쳤다. [50] 다음날.학교. 승현이가 친구들과 축구를 하러 간사이. 하고 있던 십자수를 들고와 옆에서 꿍얼대고 있는 화진이. "야.미영이 학교 왜 안온주 알어.?" "안왔어?" 어쩐지 오늘 따가운 눈초리가 안느껴진다 했더니.. 난 얼른 2분단 뒷자리쪽으로 시선을 옮겼고..정말로 텅 비어있는 미영이의 자리. "어디 아프데..?" "아니.어제 새벽에 집에 가다가.의문의 까만보자기한테 맞아서. 몸져누웠대." "..-0-..의문의 까만보자기..?" "아주 쌤통이지 뭐야.그 말 듣고 얼마나 웃었는데. 까만보자기가 뭐니 까만보자기가.평소에 원할살일을 얼마나 해댔으면.." 순간 내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건. 어젯밤 승현이의 목에 매여져있던 까만손수건이였고.. 흐뭇한 미소를 질질 흘려대고 있는데.. "너..오늘 알바 몇시부터니..?" "..응?ㅇ_ㅇ?왜?" "..아니.그냥..뭐..놀러가볼까..해서.." "왜에.?누구보러?" "누구라니?그냥 놀러가는거잖아!" "흐음..." "왜?!뭘 생각하는거야 너?!" "으음....." "그만 상상해!!!!!!!!!-0-" "내가 뭘..-_-" 복도끝에 들릴만큼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십자수를 움켜쥐고 자리로 휭 사라져버리는 그녀. 내가 봤을때 동영인 너한테 역부족인듯 싶구나..-_- 턱을 괴고 가만히 앉아..씩씩대며 바늘을 허공에 찔러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책상위와 머리위로 마구 떨어져대는 물방울. "아악>_<" "으아아.덥다!!!!!!" "뭐야..ㅠ_ㅠ..책 다 젖었잖아.." "우리팀이 삼대 이로 이겼어!!" "넌 몇골 넣었는데..?" "빵골!!!!!!" "에이..." "널라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자리에 앉는 승현이. 머리와 교복깃은 거친 세수로 인해 흠뻑 젖어있고..-_-.. 입은 생글생글 웃고있다. 그치만..두 눈이 슬퍼보인다는건.. 나만의 착각이겠지..?.. 참.. "어제 목에 두른 까만손수건..어딨어..?" 쌩뚱맞은 나의 질문에..머리를 마구 털어대다가.. 휙 고개를 쳐드는 승현이. "까만손수건.?" "너 여자 못때리잖아..." "응.여자 못때려.!" "근데..왜..그랬어..?" "응!!" 승현이가 씩씩하게 말을 이으려는 찰나. 맘씨 좋은 한문선생님이 앞문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그는 씨익 웃으며 다시 머리를 털어댄다. 초여름의 무더위속에.. 따분한 수업시간이 끈적끈적하게 지나가고.. 어수선한 청소시간. 열심히 청소중인 아이들을 단번에 무시한채.가벼운 실갱이를 벌이는 두사 람.- _ - "왜?강순이 내가 먼저 알았잖아.!!그리고 요새 맨날 너랑만 갔잖아!" "그러니깐 오늘도 나랑 간다니까!!" "그런 억지가 어딨어.!강순이가 니꺼야?!" "그래.내꺼다!!!!!!" "넌 니 친구들하구 가면 되잖아!!나 강순이랑 같이 갈때 있단말야!!" "니가 내 친구들하구 가라!!"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딨어?!" =_=...정말이지.. 민망스럽구나.. 카랑카랑한 화진이의 목소리도. 막무가내인 승현이를 넘어서진 못했고..대충..승부의 판가름이 결정지어져려는 순간. 마지막 한방을 날리는 그녀. "그래?그럼 나 강순이 친구안해.니가 맨날 데리고 다니니까. 어쩔수없지 뭐.그럼 강순이 인제 친구 하나두 없네?" ㅠ_ㅠ..저 기집애가 근데.. "놀지마..강순이 나랑 놀면 돼..!" "그래?그럼 니가 얘랑 목욕탕도 같이 가줄수있어?! 미용실도 같이 갈수있어?!쇼핑도 같이 할수있어!?눈썹은?못다듬어주지?!" ".........씨....." "못하지?못하잖아.!!" "오늘만이야!!얘 데리고 이상한데 가기만해!!!!!!!" -_-. 이리하여. 옹졸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나의 옆자리를 꿰찬 화진인. 그 여느때보다 당당한 얼굴로 교문지점을 통과하고있었다. 암만봐도 너랑 동영인 아니야.. 10일도 못가서 파토가 날꺼다.. 빨리 옷을 갈아입으라는 그녀의 성화에..쏜살같이 집에 도착하여 사복으로 갈아입고.. 콜택시를 부르고.. 15분만에 라이브 까페앞에 도착한 우리 두사람. "아직.30분이나 더 있어야돼.." "그래.?그럼 이 앞에서 놀고있자." "할것 없는 이 텅빈 복도에서.뭘하고 놀아." "창밖에 보면서 지나가는 애들 씹으면 되지!!" -_-.동영이를 기다리고 싶다고 그냥 솔직히 말해라. 2층복도. 넓다란 창가에 턱을 괴고 서서. 눈을 지긋이 감아버리는 그녀. 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세번째 계단위에 털퍼덕 주저앉고.. 그렇게 7.8분 가량이 흘렀을까.. 저 밑에서부터.. 건장한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릴듯 말듯 귓가를 간지럽히고.. 창문에 비치는 머리를 손질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_- "이 백년먹은 병신새끼!!!!안이라니까!!안!!" "..너 과학시간에 죽어있었냐?미쳤냐?이젠 완전 돌았어?" "하참..너..얼마걸래..광민아..잘생각해봐..지구밖에 사람이 산다고 쳐봐 너 지구 회전하는거 알지.그정돈 알지!" "뭐래 이 똘빙구가." "그럼 지구가 삥글삥글 돌때 사람이 밑으로 다 떨어질꺼 아녀!!!!!!!" 맞구나.동영이 너 맞구나. -_- 굳은얼굴로 머리를 매만지는 화진이. 어느새 눈앞에 성큼 나타나버린 동영이와 광민이.-_- 의아한 얼굴로 나와 화진일 번갈아보더니.. "쟨 또 왜 왔대?" 탐탁치 않은 목소리로 매정한 한마디를 툭 내뱉어버린다. [51] =_=.. 심상치 않은 분위기. 험악한 공기가 마구마구 주변을 에워싸고.. 멍하니..동영이를 보다가..가까스로 입을 여는 화진이. "웃겨.누가 너 보러 왔대?!" "우리가게 왜왔니.왜왔니.왜왔니♬" "이 가게 니가 지었냐.?난 강순이 따라온거야!" "돈찾으러 왔단다.왔단다.왔단다.♬" "나 무시하는거야 너 지금?!" "무슨돈을 찾으러 왔느냐.왔느냐.-0-" =_=.... 한숨을 푸욱 쉬며..계단을 올라가버리는 광민이.. 그가 가게안으로 쏘옥 들어가버리면.점점 더 노골적으로 커지는 동영이의 노랫소리. "천만원을 찾으러 왔단다.왔단다.~~ -0-" "넌 왜 맨날 나만 보면 시비야?!!" "구리구리구리구리 가위바위보!!!!!!" "왜 맨날 시비만 거냐구!!!!!" "내 마음이오!!" "내가 너한테 뭐라구 했어?!그리구 지구 밖이맞아. 그런거 하나 모르면서 누구보러 돈돈 거려!!" "어!!!!!수표다!!!!!" 화진이 등뒤로 손가락질을 하며 고함을 치는 동영이.-_- 갑작스러운 외침에 나와 화진이의 시선이 창문쪽으로 향하고.. 기다렸다는듯. 방방 뛰며 즐거워하는 동영이. "속았냐!!속았냐!!돈이 비둘기냐.날라다니게!! 호호호.-0-" "너어..너..ㅠ_ㅠ.." 아직까지 남자에게 이런대접을 받은적이 없던 화진인. 붉어진 얼굴을 감싸쥐며 바닥에 쪼그려 앉아버렸고.. 뒤이어..건물을 가득메우는 그녀의 울음소리.-_- 난몰러.-_- 당황해하는 동영이와..훌쩍거리는 화진이.. 이럴땐 자리를 피해주는것이라 배웠다. 나는 아주 조심스레 계단을 올랐고.. 가게안으로 황급히 도망쳐와버렸다.-_- "..밖에 또라이 두명 뭐하냐..?" 지금 마악 옷을 갈아입고 나온 광민이가. 퉁명스레 물어오고.. "막..싸우던데.." "그래." "..광민아.." "..." "은형이가..보람이..많이 좋아하지.?" "...그걸.." "..." "진짜 몰라서 물어..? "..응.." "그럼.알때까지 밥먹지마.." "어..-_-..?" 한심하다는듯..나를 위아래로 흝어보더니.. 홀쪽으로 성큼성큼 가버리는 광민이.. 진짜 몰라서 물어......? 무슨..뜻이야..그건.. 손님이 아무도 없음에도..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하는 광민이. 은형이의 컬러링과 같은 노래였다. 여느때보다 차악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의 맘을 쿡쿡 쑤셔대는 광민이의 노래소리.. 그리하여.힘빠진 몸으로..까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걸레질을 하고 있 는데..갑작스레 느껴지는 등 뒤의 뜨거운 시선 두려운 마음에 손에 쥔 걸레를 더욱 세게 움켜 잡았고.. 그 시선의 주인공은.사장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해버린채. 흥분한 목소리로 나를 윽박질렀다. "너 쟤 한번만 더 달고오면 정육점에 팔아버린다!!!!!!!" "-0-.." "에잇!!제기랄!!!나영이도 못안겨본 내 품에.." "화진이가..안겼어..-_-..?" "그래!!!다신!!!!달고오지마!!!" "화진이..괜찮지 않어...?본심은 착한데..." "본심이 뭔데!!!!!!" "아니야..-_-.." 진정으로 화나보이는 이 사내는. 투덜투덜대며 카운터쪽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난 평소보다 훨씬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공포의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다. ㅠ_ㅠ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하나둘씩 손님이 몰려오고..여느날처럼 분주해진 가게안. 거친 동작으로 그릇을 치우는 동영이. 벌써 5개의 컵과 3개의 접시가 깨졌다. 정말 싫은거구나..-_-.. 포기하고.그냥 만나던 남자들이나 계속 만나렴 화진아.. "강순아..!!" "네.?!" "뭐하구있어.테이블 세개 찼잖어.가서 주문받어!!" "아..네..!!"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허둥지둥.중앙의 테이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문쪽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아저씨의 목소리. "여기!!!!!이강순 어딨나!!!!!!!!!" "....????" 갑작스레 들려온 내 이름에.. 걸음을 멈추고 문쪽으로 방향을 틀고..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저 매서운 눈.화난듯한 입술.그을린듯한 눈썹.!! 아저씨는..부리부리한 눈으로 가게안을 마구 둘러보더니.. 이내 멍한 얼굴의 나를 찾아냈고..한마디 말도 없이 내 손목을 확 낚아 잡아버렸다. "아저씨..아퍼요...!!" "가자!!!!" "어딜요..ㅠ_ㅠ.." "우리집 가자!!!!" "네!?!?ㅇ0ㅇ?!" "얘좀 잠깐 빌립시다!!!!!!" 두꺼운 눈썹을 꿈틀대며.사장을 반협박하는 아저씨.. "아..예..예.." "얼른가자!!!" ㅠ_ㅠ.. 반가운 얼굴의 동영이가 인사를 하려고 하면.. 무심하게도 그앞을 휘익 지나치는 아저씨. 난 영문도 모른채 질질 끌려가는 중이고.. 건물앞에 세워진 차에 올라타서야.. 잔뜩 굳어진 얼굴근육을 조금씩 푸는 아저씨. 대체 무슨일이있길래..나를 이곳에 납치한건가요..ㅠ_ㅠ.. 난 유니폼 차림을 한채 멀건히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고.. "가서 은형이 간호해" .....??? 차가 장안문 지점을 마악 통과하고 있을때.. 아저씨가 퉁명스레 내뱉은 말이였다. "네..??" "은형이 간호해" "걔 아파요..?!" "그래" "어디가요?!" "감기걸렸다." "아...그냥..감기인거죠...?" "그래" "근데..아저씨..저 은형이랑..헤어졌거든요. 저 말구요.보람이라고 있는데요.." "쓰읍....." "-0-..." 아저씨의 차가 집에 가까워갈수록..내 이마의 식은땀은 점점 더 늘어가 고.꿈뻑꿈뻑.아저씨의 눈치만 보고 있다가. 큰 용기를 쥐어짜서..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전.지금 은형이와 사귀지 않구요.. 다른 남자친구가 있습니다.은형이도 지금 저를 아주 싫어하구요.." "니가 간호해." "이 상황에선.은형이 여자친구가 간호하는게 훨씬 나을꺼라고.. 생각하는데요.." "병원가자니까 잡아죽여도 말을 안듣는다." "아니.그러니까요.저보단 은형이 여자친구가.." "다왔다.내려라" 이사람.내 말을 완전히 밥알 넘기듯 삼켜버리고 있어 ㅠ0ㅠ. 집 바로 앞에 차를 갔다세우더니. 거칠게 문을 열고 내리는 아저씨. 그러더니 뒷좌석 문을 열고. 도망갈틈도 없이 내 몸을 쑤욱 빼버린다. "아저씨.잠깐만요!!저 남자친구 있거든요!? 걔 알면 혼나요!!" "우리 아들 끙끙 앓다 죽으면 어쩌냐!!!!!!!!" "네..?ㅠ_ㅠ..?" "기침 안나오게 간호 잘해" "죄송합니다.아저씨.전.들어갈수 없습니다." 그러나. 벌써 다리 한짝은 집안에 들어와있다.- _ - 왕년에 역도선수를 했는지.ㅠ_ㅠ 연세에 걸맞지 않는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며.나를 집안까지 끌고 들어온 아저씨. 경악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은형이의 하얀 방문을 벌컥 열어버린다.. 오랜만에 찾은 은형이의 방. 하나도.변한게 없다.. 텅빈 책꽃이며..하늘색 이불 시트며..어수선한 책상이며.. 반쯤 젖혀있던 커튼이며.. 그리고..방의 주인은 이쪽으로 등을 돌린채..숨가쁜 기침질을 멈추지 않 는다. ... "아빠.문닫어.춥다." "강순이 데려왔다.." "뭐...?" "강순이 데려왔다.." "아..@#$#%.........." 짜증난다는듯..작은 목소리로 욕을 중얼대는 은형이. 그리고.곧바로 그의 등짝을 내려치는 아저씨의 주먹.-0- "아!!!!!아퍼!!!!!!!" "이 새끼가.!!!너 간호해주러 온거야!!!입다물고 감지덕지 할일이지!!!" "누가 저런년 간호 받고 싶대!!!!!" 퍼억!!!!! ㅠ_ㅠ.. "아!!!!아빠 미쳤어!?!?" ㅠ_ㅠ.. "며늘애기야.간호좀 부탁한다.." 눈물 흘리는 나를 남겨두고.. 매정스레 방을 나가버리는 아저씨.. 그리고 이곳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마구 휘돌아치고 있었다. ㅠ_ㅠ [52] "흠..흠.." 뜻없는 나의 헛기침 소리. 애꿏은 핸드폰만 만지작대며..전화가 오기를 기다려보지만.. 야속한 핸드폰은 울릴 생각을 않고.. 벌써 30분째.. 은형이네 방 ㅠ_ㅠ 손가락 하나 꿈쩍 않고. 저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독한 놈.. 거실역시 쥐죽은듯 고요하고.. 이 방안에는..은형이의 기침소리만이 가득 들어있다. "...왜..감기가 걸렸냐..초여름에.." "상관말고 나가라" "나 너한테 알려줄께 하나 있거든.." "듣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보람이말이야..!!나 아저씨랑 뽀뽀하는 사진 만들어서 다모임에!" "니 입에서 보람이 이름 나오는거 싫으니까. 빨랑 좀 꺼져!!!!!!" -0-... 핑그르르... 나도 모르게 눈가에 물한방울이 고여버리고.. 난 마른침을 삼키며..태연한척..말을 이었다.. "그래 이얘긴 관둘께..어차피 나중엔 알게 되겠지..." "뭘 알어..?" 피식 웃으며..낯선 말투로 대답하는 은형이.. "최보람의 정체." "뒷땅까는건 여전히 좋아한다" "내가 언제 뒷땅까는거 좋아했었니.." "내 의자 드러워지니까.좀 나가줘라." "최보람하고.사귀지마.내가..다른 친구 소개시켜줄께.." "아.근데 이게 진짜.."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목소리를 한톤 높이는 은형이. 고개는 여전히 창문쪽을 향한채..얼굴조차 마주치지 않은채.. "너 제발 좀 꺼져라..어?욕먹고 쪽팔리지두 않냐..?" "나..너한테 욕먹을짓 했지만..그래도..보람인..아니야.." "내가 좋다고.최보람 존나 좋고.걔 생각뿐이 안나니까. 난 지금 걔 아니면 안되니까.미친소리좀 하지마." ... ......... "그래....니가 지금 좋은건 보람이니까.. 걔가 무슨짓을 했건.그 무슨짓으로 인해 누군가가 엄청난 상처를 받았건..그건 너한테 .아무 상관없는거구나.. 미안해..거기까진..생각못했다..." 바보같이.. 니가 그말 들으면..당연히 화낼꺼라고 생각했다.. 너무 뻔뻔하게..그렇게만 생각했다.. 은형이가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워버리고.. 이내.참고있던 기침이 터진듯..이불로 입을 틀어막고 마구 기침을 해댄 다. "...약.먹어.." "상관마라.제발." "그래.미안해....나.가께..다신.니 앞에서 얼쩡이는 일 없을꺼야.. 미안했어.." 말없는 은형이의 뒷모습.. 그렇게 힘없이 문꼬리를 잡는데.. 잔뜩..쉰..목소리가..힘겹게..내 이름을 불렀다. "야.이강순.." "어..?" "너 지금 나 존나 재수없지.죽이고싶고.아니.그냥 확 죽어버렸음 좋겠지." "아니..." "그럼.어떡해야지 그렇게 되냐..?" "뭐...?" "어떡해야.나 존나 재수없고..죽이고 싶고..끔찍해지냐구..." "왜..그렇게 되야하는데..왜..그렇게까지 만들고 싶은데.." "별거없어.그냥 이강순 무너져서 빌빌 기는거 보고싶으니까.. 아.맞다.!박승현 그새끼 죽이면.니가 나 끔찍해할래나.?" 참고있던 분노가..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지만.. 주먹을 꽉 쥐는것으로..모든것을 참아내고..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아프지마.." 삐그덕. 문을 열자마자.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뜬 아저씨와 정면으로 마주쳐버리고. "흠!!!!!" "저..이만 가보겠습니다.죄송합니다." "간호는!!!!"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아저씨..죄송합니다.." "야!!왜울어!!저놈이 뭐래길래!!" "......"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도망치듯..집을 나와버렸다. 창문을 통해 커다랗게 들려오는 두남자의 목소리. "너 이새끼!!기껏 남문까지 가서 데리고 왔더니!!!! 왜 울려보내!!!!" "내가 쟤랑 깨졌다고 몇번말해!! 보면 구역질 나온다고!!!!!기껏 감기 걸린거 같다가 왜 법석이야" "이 미친놈이 근데!!!!난 분명 인사시키면 장땡이라고 말했어. 넌 쟤 아니면 장가 못간다." 점점 작아지는 두사람의 목소리.. 무슨정신으로..정류장까지 내려온건지.. 언뜻..스쳐간 여자의 얼굴이..보람이와 닮았다고 느꼈지만.. 쳐다볼 기력도 없이..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나..왜이렇게 아프니.... 널 버리건 난데.. 먼저 한눈팔고.. 니 가슴에 커다란 상처 여러개 내버린건 난데.. 왜..들리지도 않는 눈물로 혼자 청승 떠는거야.... 왜..자꾸..웃는 니 얼굴이 그리워져.......... 그날밤.. 상황파악 능력이 조금도 없는 나의 가족들은. 도배를 새로 한다며 내 방을 마구 드나들었고.. 급기야는 소리없이 울고있는 내 몸위의 이불을 휙 걷어내 버렸다. "이 기집애 이거 도울 생각은 안하고 뭐하는거야-0-!?!? 너 빨랑 안인나!?!" 갈라진 아빠의 목소리. 옆에는 두 팔을 허리춤에 얹고 나를 노려다보는 엄마와 언니.. "우는척 하지마!!!!!!-0-" "..우는척 안했어.." "빨리 일어나.도배하란말야.도배.여기가 니방이지 엄마방이야?!" 휴.... 그리하여..한방울 눈물이 솟을때마다 소매로 한번씩 닦아내고.. 두방울 눈물이 솟을때마다 두번씩 소매로 닦아내고.. 울기에도 모자란 그 슬픈 밤은.. 야단법썩인 도배질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새벽경에.... 수신번호 1818181818 로 도착한 문자하나. 죽.고.싶.냐.? 담담한 표정으로.핸드폰을 닫고..이불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아까 스치듯 본거. 역시 최보람 너였구나. [53] 3일후. 남문. xxx 의류 매장. 승현이가 여동생 생일이라며.함께 쇼핑해줄것을 부탁했고. 우린 지금 남문근처의 한 옷가게에 와있다. 한참 옷을 고르고 있는데.. 삐비빅.문자가 도착했고.. '알아내란말이야!!알지?!솔직히 알지!?어서 말하지못해!' ㅠ_ㅠ 어제부터.동영이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며 난리를 치는 화진이. 이젠 아예 노골적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그녀. 자신의 신발앞에 시선을 떨구게 할것이라는 강한 확신에 차있다. 꿈도 크지 ㅠ_ㅠ.. "뭐야.?누군데..?" "어.?화진이..무슨색으로 할껀데..?" "몰라.걔는 어울리는 색이 하나도 없어!!이씨..엄마땜에 이게 뭔꼴이 냐.." "-_-.난..이게 이쁜거 같은데.." "안돼 그 하마한테 안어울려." "..이 치마는..?밑단에 이런거 박힌거 요새 유행인데.." "치마?!치마 입고 다니다가 남자애들한테 싸대기 맞으면 어떡해" "동생이..그렇게 싫어..-_-..?" "오빠가 하루하루를 눈물로 살아도 전혀 상관도 안해!! 그 가족들 다 미쳤어!" "눈물로 살다니..?..누가.?니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던져놓고는.딴청을 피우며 박스티를 꺼내드는 승현이. "이거 백오 없어요?!백오!?" -0-..백오.. 커다랗고 투박스러운 티를 하나 사들고는. 귀찮다는듯 가방에 마구 쑤셔넣는 승현이. 우린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로 들어섰고.. 담배피는 아저씨가 옆을 지나가자..좋겠다는듯 입맛을 다시는 승현이 "맛있겠다..아..저거 안핀지 벌써 며칠이냐.." "..피지마.안좋잖어.!!" "...피구 싶어도 못펴.너 알바 몇시까지 가야되지.?!" "여덟시!" "아직 한시간 남았다.빨리 가자!!" "그래.!!^-^" 한팔로 내 어깨를 감싸고.. 눈앞에 보이는 가게로 무작정 들어서는 승현이. 하필이면.. 은형이랑 자주 드나들던 단골집이다. 사정을 알리없는 승현이는 씽긋씽긋 웃으며 가게 2층으로 올라갔고.. 메뉴판을 뒤적이며..맨 구석자리에 앉아있는데.. "어.?오랫만에 오셨네요.^ㅇ^" ... 하얀 앞치마를 배에 두른.30살 가량의 아줌마. 지나치게..말이 많은것이 흠이였던..이 아줌마..ㅠ_ㅠ 관심없다는듯 흘낏 올려다보고는.. 메뉴판을 뒤적이는 승현이. "네..오랜만이에요.." "남학생은 살이 많이 빠진거같어요.?팔뚝 이렇게 얇았었나? 그때 아줌마랑 팔씨름두 하구 그랬었잖어.낄낄.제법 근육 있었는데.공부하느라 살빠졌어?" 아줌마.아니에요.얘 걔 아니에요 ㅠ_ㅠ 난 있는 힘껏 눈알을 굴려대며 신호를 보냈고.. 이놈의 아줌마는 승현이 얼굴에 정신이 팔려 끔찍한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ㅠ_ㅠ "비누 뭐썼어요?" "...." "아니.피부가 그전보다 훨씬 하얘진거 같애..." "......" "말도 없어졌네..장난도 막 치구 그러더니..아줌마 입술 섹시하다구 농담두 던지구 그랬잖어.기억안나요?" 싸악 굳은 얼굴로..메뉴판을 접어서 테이블위에 팽기치듯 내려놓는 승현이. 참다 못한 나는..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아..줌마.얘 걔 아니에요.다른친구에요..^-^.." "에구머니.나 미쳤나봐.글구보니 딴학생이네-0-." "ㅠ_ㅠ..제육덮밥 두개 주세요.." "네.네.미안해요 학생" 메뉴판을 집어들고.후다닥.계단을 내려가버린 아줌마. ㅠ_ㅠ 아줌마는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남아있는 나는 어쩌시렵니까 ㅠ_ㅠ 슬금슬금.승현이의 눈치를 보며..애꿏은 조명등을 향해 고개를 젖혔다. "우와.조명 죽인다...이거 형광등 아니지.." "....휴...." "저 아줌마..기억력이 나쁜가봐..그치..?" "...진짜..짜증난다..." "..." 테이블위에 손을 올려놓은채.그 손위에 머리를 기대는 승현이.. 은형이라면 이 상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를 당황시켰을것이다. 물론.5분만에 풀어졌을테지만.. 그치만 승현인 다르다.ㅠ_ㅠ. 소리 안지르는건 좋지만.적어도 하루는 갈텐데..ㅠ_ㅠ.. 그나마 음식점안에 노래소리라도 없었다면..나는 정말이지 미쳐버렸을지 도 모른다.. ♬♪♬♩♪♭♬♪♬♩♪♭♬♪♬♩♪♭♬♪♬♩♪♭ 그때.구세주의 목소리처럼 울려퍼지는 나의 폰 벨소리. 난 수신자 확인도 안한채 핸드폰을 처억열고. "여보세요..!!" 삑사리 나는 목소리로 힘차게 전화를 받았다. "어.?강순이야?나보람이..^ㅇ^" "..어......." "이야.진짜 오랜만에 통화한다...지금 남문이지..?" "왜..?" "아니.동영이가 급히 좀 보쟤서..나 동영이랑 같이 있거든.어디야..?" .... ....... 내키진 않았지만..옆에서 들려오는 동영이의 성화에. 지금 있는 음식점 이름을 말하고.조용히 핸드폰을 닫았다. 힐끗.눈을 치켜떠서 나를 올려다보는 승현이. "누구온데.?" "어.같이 알바하는애.동영이라고..급히 할말있대서.." "권은형 친구아니야?" "..맞어.근데 나랑도 친해.되게 착해." "어.착해서.?" "..응..?" "착해서.그다음에 뭐." "뭣땜에 그래.아줌마는 모르고 그러신거잖아..우리 자꾸 싸우지말자.." .... ........ ".....어딜가도..다 권은형이야. 지금 니 남자친구는 난데..니가 걔랑 같이 다녔던곳에선.. 아무도 날 몰라.." "..승현아.." 무슨말을 해야할지..가라앉은 승현이의 눈을 보며 망설이고 있는데.. 두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천천히 가까워옴을 느꼈다. ... 나와 승현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돌리고.. 교복차림으로.잔뜩 힘들어간 고개를 이리저리 젖히고 있는 동영이. 그옆엔..씨익 웃으며 나와 승현이를 번갈아보고있는 보람이. "여기서 밥먹구 있었던거야?!^-^" "..어.." "..우와.정식으로 보는건 첨이네.?안녕_!나 강순이 친구 보람이^-^" ..친구라.. ... 보람이의 살가운 인사에.. 살짝..고갯짓만 해보이고는 창쪽으로 얼굴을 돌려버리는 승현이. 그리고. 평소완 너무도 다른.-_- 후까시 잡힌 목소리로..거만을 떨어대는 동영이. "여기서 뭐하는데?" "..-_-..밥먹으러 왔잖어." "아따.공기 후덥지근 하네." "..-_-..급한 얘기 뭔데..?" "아.나 어제 일 빠지면서 사장한테 뻥쳤는데.. 사장이 이따 너한테 물어볼지도 모르니까.나랑 말좀 맞추자." "..응..어떻게..?" 본격적으로.동영이가 얘기를 꺼내려는 찰나.. 어느덧 내 옆자리를 꿰고 앉은 보람이가.씩씩한 목소리로 선수를 쳐버렸다. "너 연락좀 먼저 하구 그래라.꼭 내가 해야지 마지못해 대답하구. 못됐어.진짜~~^-^" "...응..." "살이 더 빠진거같어.뭐 힘든일 있는거야..?" "..아니.." "이구.부럽다.힘든일 없어두 살 쭉쭉 빠지구.ㅠ_ㅠ. 강순인 이쁘구.날씬하구 넘 부럽다 ㅠ_ㅠ맞다!너 은형이네 집 갔었다며?!" .... ....쏴아..... 해서는 안될 폭탄선언을 해버리곤.황급히 입을 손으로 가리는 보람이. "어떻게..미안..그게..아니라..은형이가.. 아니.저기.오해하지마세요.은형이네 아빠가 억지로 데려간거래요.." 굳을대로 굳어버린 승현이에게.양손을 휘휘 저어가며. 잽싸게 변명을 늘어놓는 최보람. .. 이번껀..몇분동안 연습하고 온거냐... "..너..권은형네 갔었어.." 승현이가..아까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하듯..내게 물어왔고.. 난..이를 악물며..보람일 한번 노려보고.. "..어.." "...왜..말안했어..?.." "....." 아무 표정없는 눈동자를..테이블 위로 떨구는 승현이. 진지함을 모르는 동영인.혼자서 마구 야단법석을 떨어대고. "야 이 둔탱아.그걸 왜 말하냐.!!! 야.흰둥이.오해하지마.은형이네 아빠가 억지로 강순이 끌고간거다." ".미안해..강순아..정말..어떻게..난..나..진짜 바본가봐.."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양손으로 내 손을 꼬옥 붙드는 보람이. 승현이가..가방을 들고..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참고..또.참고..그렇게 계속 참기만하던 내 심장이.. 절정의 가식에 다란 최보람의 모습에.. 펑..하고..터져버렸다.. "너.왜그래 최보람.그냥 들어내!!!!!!" "...뭘.....?" "일부러 그런거라구 말해!!!!그냥 차라리 대놓고 괴롭혀!!! 나 재수없다고.은형이네 집 가서 죽도록 미웠다고!! 왜갔냐고 막 원망해!!이런식으로 자꾸 사람 망가트리지말란말이야!!" "...이강순..너..말..심하잖아.." "너잖아!!!!다 안단말야!!!!!!다모임에 사진올린것도.. 문자 보낸것도..나랑 승현이 키스 사진 붙힌것도..다 너잖아.. 나..다 안단말야..그러니까...제발..그만하란말야.." 스스로에게 놀라며.... 말끝을 힘없이 흐렸고.. 큰눈으로..보람이를 내려다보는 승현이. 그리고..잔뜩 놀래버린..여전히 진지하지 못한 얼굴로..-_- 나와 보람이를 번갈아보는 동영이. 그리고.잠시후.. 그녀는..철저한 악의 달인답게.. 다갈색 눈동자밖으로..끝없는 눈물을 마구 흘려대고 있었다.. [54] 원망스러운듯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줄줄 흘려대는 최보람. 그리고. 보람이와 나를 번갈아보며..의자에 털퍼덕 앉아버리는 승현이. "지금 그거 무슨말이야.." "나 그 아저씨랑 뽀뽀하는 사진 만들어낸거 최보람이였어. 그리구 넌 몰랐겠지만.너랑 나랑 키스하는 사진 종운고 다모임에 올라온 적도있었어.까페 벽에 쫘악 붙인적두 있었구.그게 다.! 닉스에서 봤던 니 친구랑 최보람이 짜고 한짓이야..!!" "내 친구라니.." "니 친구.핸드폰으로 사진찍었던..!걔가 그 사진을 최보람한테 넘긴거라구..둘이 원래 친한 사이였다구..!" 쉬지않고 이어지는 나의 말에.. 잠자코 눈물만 흘려대던 최보람이.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강순.너..내 친구 맞어?어떻게..그런말을 그렇게 쉽게해.." "하..부탁인데..너..연기 좀 그만해.. 중앙극장앞에서 다아 들었어.이제 그만좀해.제발!!" "중앙극장이라니..넌 그럼 여지껏 그짓 한걸 다 나라고 생각했어!? 어떻게 사람이 그래!!!!" 정말 돌고 미쳐버릴 일.. 끔찍한 이 아이의 연극에.난 할말을 잃은채 멍해져버렸고.. 말없이..담배만 태워대던 동영이가.. "강순아...확실한거야..?" "그래!!!!..그래..최보람..너 지갑..꺼내봐....지갑 열어봐.." 불현듯. 지갑속에서 조작된 사진을 꺼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고. 난 이성을 잃은나머지.막무가내로 가방을 빼앗아들었다. 어처구니 없다는듯..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는 최보람. 싸늘히 굳은 눈으로 모든 행동을 내려다보는 승현이.. 그리고..나는.. ... 무언가에 홀린듯이..가방 지퍼를 올리고.. 구석에 박힌 까만색의 단지갑을 찾아냈다.. 후우.. 커다란 심호흡과 함께..거칠게..지갑을 뒤적이는데.. 만원짜리 두장.. 천원짜리 여섯장.. 동전지갑에서 쏟아지는 여러개의 동전들.. 은형이 사진.. 주민등록증..웨이터 명함.. 그리고..없다.. 다급한 마음에..지갑을 뒤집고..또 뒤집고.. 자꾸만 반복되는 나의 행동에..강한힘으로 지갑을 낚아채는 최보람. "똑똑히 들어.이강순. 난 적어도 널 친구라고 생각했어.지금 니가 저지른 행동. 후회해도 소용없고.돌이킬수도 없을꺼야. 유감이다..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말을 마치고..눈물고인눈으로..계단쪽을 향하는 최보람. 그리고 이곳에 남은건..다시한번 무너진 이강순과. 두남자의 한숨소리.. 또..졌다.. 난..멍청해서..약지 못해서..강하지 못해서.. 이렇게 또..패배자의 모습으로 남아버렸다.. "보람이랑은.중학교때부터 친군데.. 강순아.니가 오해한거 같다.." "오해아니야..확실히 보고 들었어..최보람이였어..!!" "휴..어렵다.진짜.. 여자들은.이래서 어려워..!!근데 개순아!!보람인 아닐꺼다!!장담한다!" 기지개를 펴보이며..천천히 계단을 내리는 동영이. 절망적이다... 넋 나간 눈으로..최보람이 앉아있었던 빈자리를 가만히 응시했고. 같은시각..승현인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너 지금 당장.수원내려와. 확인할꺼있어.아니..무조건 내려와..끊는다.." 핸드폰을 닫고..늘 몽롱하게 반쯤 젖어있던 눈을. 내 얼굴에 고정시키는 승현이. "....." "니 말이 맞는거지" "확실히." "알았어!친구 두드려서.진실을 뽑아내께!걱정말고..집에 들어가있어.." "고마워..승현아...." "진실 밝혀지면.너 여지껏 운거 두배로..아니.열배로. 걔 울게 만들꺼니까.!걱정하지마.." "응.." "아까..화내서..아니..삐져서. 미안해.." "응..ㅠ_ㅠ.." 한없이 약해진 내 머리를 쓰다듬고서.ㅠ_ㅠ 자신만 믿으라는듯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후다닥 계단을 내리는 승현이. 난 오도커니 그곳에 남아있다가.. 말많은 아줌마의 엄청난 수다세례를 받고.. 비틀비틀..라이브 까페를 향할수 있었다. 언제나.늘.침착한 승현이.. 흥분하는일도..소리치는 일도 없는..승현이.. (뭐 가끔 삐지긴 하지만.-_-) 날 믿어주는 승현이.. 난 최보람의 사악한 얼굴이 떠오르려는 찰나에.재빨리 그얼굴을 승현이의 미소띈 얼굴로 바꾸어버렸고. 믿었던 동영이에 대한 배신감에.알바를 하는내내 퉁퉁거렸다..-_- 그덕분에. 택시 정류장. "우리 개순이 삐쳤구나아???" "-_-...." "에에.강순이 삐졌대.!입 뾰족 나왔대.-0-" "다 밝혀지면.그때가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빌어도 소용없을꺼야.!! "알았어.그럼 지금 미안하다고 할께. 미안해요.미안해요.-0-.자.인젠 소용있지?!" "....됐구요!!화진이한테나 좀 잘해줘!" 화진이라는 단 한마디에. 벌레씹은 얼굴을 해보이는 동영이. "그리구 최보람한테 똑똑히 전해..!!인제 내일이면 모든 사실이 밝혀질테니까.각오 단단히 하구 있으라구..!" "너 혹시.은형이한테 질투해서 그런거 아냐..-0-..?" "뭐어?!?" "보람이 은형이랑 사귀는거 샘나서 그런거지!!그치!!맞지!!" "권은형이 누군데!!!!!권은형이 누군데!!!!!" "내 친구.=0=." "나 걔 몰라..!!걔도 나 모르구.나두 걔 몰라.!! 택시왔다.먼저간다!!최보람한테 말 꼭 전해줘.!" 흐뭇히 미소짓는 동영일 뒤로하고. 쫓기듯이 택시안으로 들어와버렸다. 빽미러를 통해 보이는..난잡스러운 동영이의 모습. 양팔을 마구 흔들며 허리춤을 추고있다. (수학여행때가 연상되는...) 뭐야.저게 뭘 뜻하는거야!! -_-^ 그날새벽. 이불속에 묻힌 나는. 밝혀진 진실앞에 통곡을 해댈 최보람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비교적 편안한 잠을 청할수 있었다.. 잠깐동안..머리에 걸릴뻔한 권은형이라는 세 글자를.. 승현이의 얼굴로 깨끗히 지워버리고.. 쌔근.쌔근. 코까지 골아가며 깊은 잠을 청했다. [55] "말도안돼!!!!니 친구가 뻥치는거야.승현아!!!!" 다음날 아침.두번째 쉬는시간이 시작됨과 동시에.교실을 가득메운 나의 고함소리. "친구들한테도 다 확인전화했는데..그날..승범이..역삼동에서 술먹고 있었대.." "아니라니깐.내가 분명히 봤대니깐.ㅠ_ㅠ.. 으아.진짜..걔가 친구들한테 다 부탁한거야!!" "그 호프집에..확인전화도 해봤어..." "아니야.다아 짠거야.수원 내려오기전에 미리 말맞추고 내려온거야.! 그날 걔 분명히 그 극장앞에 있었어. 앞머리 이렇게..내려온애잖아.맞잖아.분명히 기억한단말야!!" "최보람 누군지도 모른대..그날 이후론 수원 온적도 없고.. 핸드폰에 있던 사진은..옛날에..지웠대.." "그게 다 뻥이야..거짓말이라구..내가 확실히 봤.."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 자리에서 일어나는 승현이..피곤한듯..벽에 잠시 어깨를 기대더니.. 교실밖으로 나가려한다. "박승현!!잠깐!!" "......." "걔네 말이 어떻든.넌 날 믿어야지..내 남자친구잖아..너.." "억지 쓰지마..." "억지가 아니야.나..내 모든거 걸고 말할수있어.. 최보람..확실했어.." "나 없으면..그땐 너 어떡할래... 그렇게 억지나 부리구..이상한 일이나 당하구..친구도 없구.. 지금은 내가 있으니까 다행이지만..이제..나까지 없어지면.. 너 그때 어떡할래.." "니가 안없어지면 되잖아..." "없어진다면!!!!!!!!!" ... .......순식간이였다.. 악에 바친듯..버럭 소리를 질러버린 승현이. 이런일은..처음이였기에..난..벙찐 얼굴로 휘휘 주위를 둘러보았고.. 이미 10분전부터 우리쪽을 주시하고 있었던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왜..갑자기 소린질러..." "나 솔직히 지금 웃는것도 힘들고.똑바로 서있는것도 힘들다.. 니 앞에서 태연한척 하는것도 너무너무 힘들고..어렵다.. 근데 넌 자꾸 이상한 말만 하고..애처럼 굴고..바보같이..친구도 없는 게..기껏 있는 친구..말도 안되는 오해로 잃어버리고.. 나 가면..너 누구랑 놀래..누구랑..웃을래.." ....믿고 싶지 않아서..자꾸자꾸 부정했던 예감이.. 적중해버린 순간.. 그간 들어왔던 승현이의 의미심장한 말이.현실로 다가온 순간.. 이거..어떤 뜻으로 받아들여야하는거야... .. "야..무슨말이야..?쟤네 왜저래..승현이 말 무슨뜻이야..?" "몰라..가만있어봐.." "...깨져라.기냥 확 깨져라-_-" "깨지는게 아니라 이강순이 확 차여야지-_-^" 노골적으로 커져가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안되겠다는듯..말없이 내 손목을 잡는 승현이. 그러더니만.망설임없이 교실을 나와버린다. "그 말 무슨뜻이야..?너..어디가..승현아..?유학가..?전학가..?" "직접 가서 봐..보고..지금부터 준비해.." "무슨준비" "나 보낼 준비" "........." 불안한 말만 툭툭 내뱉으며..빠르게 학교를 나온 승현이. 난 손목의 통증도 느끼지 못한채..그를 재촉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내가 널 왜보내?우리 헤어진다구?왜? 왜 자꾸 그런말을 해?!" "해야되니까..내가 가야되니까..!!" "어딜 가는데.안가면 되잖아!!아니.나도 따라가면 되잖아!!" "끔찍한 소리 할래!????" ..... ........ 잡은 팔목에 더욱더 힘을 주며..잔뜩 구겨진 얼굴로 비탈길을 내리는 승현이. 대체..뭐가 어떻게 된일인지..도저히 파악불가능이다.. 그렇게 해서, 씩씩대는 승현이와..멍청해져버린 내가.. 20분후 도착한곳은. 오랫만에 찾은 정혜미 외과였다. 권은형과의 아찔한 기억에..눈을 지긋이 감고 있을때.. 이미 날 병원안으로 끌고 들어온 남자친구 승현이. "=0= 여긴 왜온거야?어머님 뵈러..?인사하게..?" "맘.단단히먹어...." "......." 뚜벅뚜벅. 낯익은 진료실앞을 찾은 승현이. 그 순간.영상처럼 지나간.권은형과의 추억 하나. 핸드폰에 사랑해라는 문자를 입력해놓고..읽어보라 재촉하던 놈의 얼굴이..빠르게.아주 빠르게.. 쉭쉭.머릿속을 흝고 지나갔다.. "문연다.." "응?????" ....... 말을 꺼냄과 동시에.문고리를 덥썩잡더니..머리를 매만지는 나를 단박에 무시하고.아주 활짝.진료실 문을 연 승현이. "어머.-0-.!!!!!" "안..녕하세요.." "얼른 못나가!!진료중이잖아!!너 학교는 어쩌구 왔어!! 미쳤니!!" 나의 형체는 눈에 보이지도 않은듯.-_- 할머니를 진찰하다 말고.승현이를 향해 따발총을 쏘아대는 어머님.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저벅저벅 걸어가..떠억 버티고 서버린 승현이. "사진 내놔." "사진이라니?" "내 흉부 x 선 사진 찍은거!!!" ".....그걸 왜 찾아!!" "여자친구 보여줄꺼야!!!!!" "그걸 왜 보여줘!!!엄마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여자친구니까 말할꺼야!!!빨리 보여줘!!!!!! "이 놈의 새끼가 진짜!!!!너 혼나!!!!!" "여자친구 위로라도 받을꺼야!!!내 엑스레이야!!빨리 줘!!" "그게 왜 니 엑스레이야!!니가 니돈주구 샀니!?응?!" "씨....." -0-.... 분노하는 어머님을 밀쳐내고.사무용 책상이 있는곳으로 거침없이 다가가는 승현이. 그러더니만..막무가내로 모든 서랍을 열어제낀다. "너!!너!!박승현 진짜 그만못둬!!귀를 그냥 뜯어버린다!!!!!>_<" "뜯어!!!!다 뜯어 그냥!심장도 뜯고.머리도 뜯고!!눈도 뜯고 코도 뜯고!!다 뜯어!!!" "그만못둬!!안비키지!!" ..ㅠ_ㅠ 아들의 허리를 붙드는 어머님. 그러나 눈하나 꿈쩍않고 책상서랍을 모조리 다 뒤집어버리는 승현이. 어머님은 최고의 분노에 달해있었고.. 승현이 역시 그 크기는 뒤지지 않는듯 했다.. 그리하여!!승현이의 왼손에 들려진 엑스레이 사진 한장!! 그것을 빼앗으려 안간힘을 쓰는 어머님!! 이에 질새라 왼팔을 번쩍 치켜드는 승현이!! 어머님의 손이 승현이의 오른쪽 귀를 잡고!! 승현이는 그런 어머님의 손을 모질게 뿌리치고!! =_=..... 저들은.지금.개그를 하고 있는것일까.. 난.낯선 할머니 옆에 꼬옥 붙어서서 생소한 육탄전을 지켜보았고.. 마침내.승현이 손에 들린 엑스레이 사진이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아와 바닥에 펼쳐지고 말았다. ..... ...... -_-.. 음..승현이 뼈는 저렇게 생겼구나.. 떨떠름한 표정으로.가만히.사진을 들여다보는데.. 옆에 서계시던 할머님이.너무도 태연한 목소리로.. 그러니까..배추값이 많이 올랐다더라..는 식의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몸속에 큰 돌댕이가 하나 들었네.어이구 딱하지. 저걸 어떻게 끄낼껴.끄내다 죽겄네 죽겄어." .. 멍.... ......멍........ .........멍............. ... 이제야 사태 파악이 된 나는..멍청히..사진을 집어들고.. ..자리에..주저앉아버렸다. [56] 우와아.진짜 기진맥진이에요.ㅠ_ㅠ 12시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4시 7분이 되어서야.고작 3편을 완성하다니. 사실..틈틈히 메신저로 놀긴 했지만..-_-.히히. 으으.목 땡겨..ㅠㅠ.. 이번소설은 정말 다른때보다 힘이 부친걸 절실히 느껴요. 왜그럴까요.고등학교 졸업해서 그런가..ㅡ_ㅠ. 그치만 그만큼 애착이 가네요.^ㅇ^ 야호. 오늘은 신나는 토요일.즐거운 일만 팡팡 터지시길.♡ 아참.지금.소설의 속셈을 알아차리신 분이 아무도 없어요!! ㅋㅋ제가 너무 어렵게 꼬긴 했나봐요.ㅡㅡ; -------------------------------------------------------------------- "학생 사진이여?" "네" "딱하지..수술해야겄네..늦기전에.." "이건 수술해두 가망없어요~몸만 망가질껄요~" "..시상에..쯧쯔쯔.." .. ..... 너무도 태연히 오가는 할머니와 승현이의 대화속에.. 나는 아무런말도 꺼낼수가 없었고.. 맙소사..맙소사를 중얼대던 어머님께서..죄송하단 말과 함께. 조용히 할머니를 돌려보내셨다. "박.승.현.엄마가..아무한테도..말하지 말라고 했어.안했어." "죽는 그 순간까지.아무한테도 말하지말고.혼자 끙끙 앓다 죽어.?" "안죽어!!죽는거 아니랬잖아!!" "나도 다알아.5년 생존률이 10% 미만이래." "담배만 안피면 충분히 회복된댔잖아..!!" "벌써 다 찾아봤어...8 cm 정도 크기면..얼마 못산다는거..." "그걸 또 언제 찾아봤니!!평소에 숙제 하랠땐 배째라 하더니!! 그런건 잘도 찾아봐!땡땡이 치구 나온거지?얼른 학교 들어가!!"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것인가.. 하지만.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게 와닿는 어머님의 목소리.. 허탈한 마음에..손에 들린 엑스레이 사진을 내려다보았고.. 씨익 웃으며..사진을 도로 제자리에 집어넣는 승현이. "봤지?인제 내가 너한테 했던 말.무슨뜻인지 알겠지?" "못..믿겠어..." "진짜야.그날 커피숍에서 말할려구 했는데.그냥 너 보낼려구 했는데. 에이..모르겠다..가자.10초있음 마녀 폭발한다.." "...너..죽...어..승현아..?.." "응." 팔짱을 낀채..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어머님.. 이해할수..없다.왜.아들의 병 앞에서..저렇게까지 태연한거지... 너무도 당연한 그들의 모습에.나조차 그 분위기에 휩쓸려버리고.. "담배 피지마.술도 먹지말고.집에 바로 들어와." "강순이 이쁘지?" "...그래..이쁘다..근데.어디서 본 얼굴이네" "나.언제부터 아파져?" "......" "그거 걸리면..막 체중 감소하고..식도 부어서 밥도 못먹고.. 까만 피 입에서 막 나온다며..난 언제부터 그렇게 돼..??" "몰라..........학교..들어가.." "....." 안경을 꺼내쓰곤..흩어진 종이들을 차곡차곡 주워모으는 어머님. 아무표정 없는 얼굴로..엄마를 보다가.. 다시 씨익 웃는 얼굴로..나를 보더니.. "봤지?인젠 알겠지?나가자.학교가자." "......." 탈진상태의 나를.질질 잡아끌고서.진료실을 나온 승현이. 오히려.들어가기전보다 한층 밝아진 얼굴로..쉴새없이 꿍알대는 승현이 "나 막 말라깽이 되고.. 목소리도 팍 쉬고..이상한 피 나오고..그럼..너 나 싫어지겠지..? 아니다.무서워지겠지..ㅇ_ㅇ.." "아니..절대..절대..." "나.다리밑에서 줏어왔나봐." "........" "병걸렸는데..아무도 안슬퍼한다...폐 안좋은 사람 하나도 없는데.. 나만 선천적으로 그런다.근데.내가 진짜 미치겠는건.못견디겠는건....아 무도..안운다..아무도..신경을 안쓴다.." "내가..있잖아..이제..나 있잖어 승현아..." "그래..너있다..정말...그래도 나한텐 너있다.." 고개를 푹 숙이며..눈물을 감추는 승현이. 그순간..승현이네 어머니가 너무너무 미웠지만.. 도로 뛰쳐들어가서..승현이 안아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가늘게 떨리는 승현이의 손이 너무나 슬퍼서.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가만히 눈물을 삼켰다. 그시간..우리 옆을 지나친 사람들은..의아한 얼굴로 일제히 수근거렸고.. 우리는.말 한마디 없이. 용덕고등학교가 있는곳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닦아낼수 없을만큼의..많은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아무말없이.학교까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책상위에 엎드려 누워버리는 승현이..난 넋나간듯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한숨을 쉬며 눈물을 떨구어냈고. 어느새 내 왼쪽 어깨에 철썩 붙은 화진이의 존재를 느낄수 있었다. "넌 인제 담임한테 죽었다..어디갔다온건데.?" "화진아..나..벌받나봐..그치..." "아니..뭐..그냥 엉덩이 몇십대 때리구 말겠지.. 야.맞다.김동영 전화번호 뭐야.빨랑 말해봐" "이거..언제쯤이면 끝날까..나 얼만큼 더 힘들어야되나......" "어머..야..왜울어....." 당황한듯..한손으로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화진이. 승현인.책상위에서 숨죽여 흐느끼고.. 난..화진이 품에서 대성통곡을 해버리고.. 몽둥이를 손에 든 담임은 씩씩대며 앞문을 열더니. 당황한 얼굴로 교실을 나가버리고.. "너.담임한테 안맞을려구 쇼하는거지?!이년.이거 약았어~~~" ..... ....... 나도 너처럼 단순할수 있다면... 아무생각없이 웃고 즐길수 있다면... 더욱더 서러워지는 마음에..목놓아 눈물을 쏟아내고.. 갑작스런 나의 모습에 적응이 안되는 화진이는.보고 들은건 있어서 계속해서 내 등을 토닥여주었고.. "야..그만울어..30분째야... 승현이한테 차인거지?맞지?괜찮어.세상에 널려서 채이는게 남자야..내가 전에 사귀던애 너 줄께..솔직히 성격은 별론데.. 돈이 진짜 많어..>_<" 아이들의 귀가 모두 이쪽을 향해 열려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오는데로 말을 주절거리는 화진이. 그리하여.전교에는. '왕따 이강순 드디어 박승현에게 차이다.' 라는 소문이 즐겁게 매우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날 오후 7시경. 승현이는 기사아저씨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퉁퉁부운 눈을 두손으로 마구 비벼대며. 라이브 까페를 향하는 중이다. 그만둔다고 말해야지.. 이정신에 아르바이트를 하다간.온갖 그릇을 다 깨먹고 말꺼다.. 어차피.동영이랑 광민이 보기도 불편했으니까.. 단오한 결심을 하고.. 한걸음한걸음.혼빠진 좀비처럼 비틀비틀 내딛고 있는데.. 아까부터..뒤에서 느껴지던 뜨거운 열기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다가와버렸다.. ... 수상하다...빨리..사람 많은데로 들어서야지... 조급한 마음에..말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마악 달리기를 시작하려 는데.. "안녕하십니까.아가씨" .. 등뒤에서 들려오는 또래 남자의 얍사비한 목소리. 온몸의 털이 쭈뼛 곤두 서는 느낌을 받으며..발걸음에 속력을 붙혔고. 이내.그 불길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길다란 팔을 뻗어 내 어깨를 터억 잡아버렸다. [57] 후..안그래도 지금 내 몸과 마음은 탈진상태다.. 이 이상한 남자는 대체.. 이번엔 또 누가 보낸거야..그래.물을것도 없이 최보람 너겠지.. 185는 훌쩍 넘어보이는 키에.. 운동으로 단련된듯..어깨에 닿은 손의 힘이.. 결코..예.사.롭.지.않다. "만나서 반갑네.^-^" "......." "얘기좀 하자.?시간 많아보이는데?" "시간..없는데요.." "그래?그럼 만들어.그게 뭐 어렵나" "그쪽한테 만들 시간은.일분도 없어요.." 평소의 나로썬 상상도 할수 없는 대사였지만..지금 난 승현이의 우는얼굴로 온 신경이 곤두서있다.. 차갑게 그 한마디를 내뱉고.가던길을 계속 가려는데. 더욱더 악착스레 내 교복깃을 붙들어잡는 의문의 남자. "야.고만 튕기고.말좀 들어봐라" "......." "다모임에 니 사진 올렸던거.그거 나다" "..뭐라구요...?" "너 니네학교 놈이랑 부둥켜 안고 키스한거.그거 다모임에 올린것도 나라고." "..하...진짜..." "못믿겠어?사진 보여줘?" 기막혀하는 나를 앞에 두고.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남자.. 난 또다시 놈의 앞을 쌩쌩 지나치고.. 긴다리를 휘적대며.뒤에 바싹 따라붙는..놈.. "아이씨.서보라고!!!" "장난해요?!최보람 친구에요.아니면 최보람 숨겨둔 애인이에요!!!!!!" "뭐래냐..얜.." "그만좀해요.나 바보 아니에요.머리 있구.생각할수 있어요!!!!! 알았으니까.그냥 넘어갈테니까!제발 여기서 관두라구 해요!!!!!! 미친듯이 울부짖는 나의 얼굴에.흠칫 놀란듯. 남자가 손에 들린 사진을 떨어트리고.. 난..놈에게서 달아나기 위해. 아니.최보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위해.. 방향을 틀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날리고..가방이 날리고..발도 날리고.. "야!!!서봐!!!서보라고!!!!!누가 너 잡아먹는대?!!" >_<..... >_<......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다해 달리는데.. 10분후 도착한곳이.하필이면 벽으로 막힌 공사지역.. 맙소사.. 신은 정녕.최보람의 등뒤에 서있는것인가.. .. 하아......하아........ 그래..죽일테면 죽여라.... 살아서 무엇하나...사랑도.친구도.학교도.날개 달린채 훨훨 날아가는데 목숨도 날아가라.. 그냥 너도 가버려라.... "아후....이 기집애..밥먹구 뜀박질만 했냐?! 존나 빨르네..최보람이라니.나 걔 몰라.~ 내가 다모임에 올렸다고" "........그만.......제발..." "제발이 아니라!!!내가 했다고!!!!!내가 니년 좋아했었다니까?! 그래서 열받아서 그런거야!!!" "날 좋아했다구요!?날 언제부터?그쪽이 날 어떻게 아는데요!?" "미친년아!!그냥 알어!!!아.진짜 막 사람 달구네..후.." "쓰레기들....." "..뭐..?" 나도 모르게..중얼댄 말.. 쓰레기란 한마디에..비웃음을 흘리며.가까이 다가오는 남자.. 난 조금씩 뒤로 물러섰고.. 놈은 이리저리 고개를 꺾으면서 눈알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곳엔.. 고양이 울음소리조차 들리질 않는다.. 차라리 때려 죽인다면 다행이겠지..설마..저놈이.. 난 식은땀을 줄줄 흘러대며..두 주먹을 꽈악 쥐었고.. "하하.뭐.어쩔껀데.그걸로 때릴라고.? 쳐봐..어?..한번 쳐봐..!" 놈이 험상궃은 얼굴을 마구 들이댈때. 상황에 맞지않게 아주 발랄한 벨소리가 울려댔고.. 놈은..나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핸드폰을 연다. "..어..이따 내가 다시 전화할께..그래.." 탁. 최보람이겠지.상황이 어떻게 되가나 확인전화 한거겠지!!!! 난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핸드폰 들린 손으로..내 옷깃을 올려잡는 흉악범. "야..다시 말해봐..쓰레기..?" "......." "내가 니년한테 그딴말이나 들을라고 밥먹고 사는주 알어!?" "쓰....레기랑 같이 뒹구니까.....너도 쓰레기지..." "..후..뭐랬냐..?" "........" 땅을 보며 씨익 웃더니..언제 그랬냐는듯 아주 비열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놈! 그러더니만..옷깃을 잡은 상태에서 내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놔!!!신고한다!!!!!!!!" "신고.?어디다가?119에다가?킥.." "놓는게 좋을꺼야...일 커지는거 보고싶지 않으면...." "니 뒤에.구멍 보이냐.?하수도 구멍 같은데..." "........" "저기 쳐넣으면.발목아지는 뿌러질래나.. 친절하게 뚜껑두 확 열어놨네.. 말은 말이야.나오는대로 지껄이라고 있는게 아니야..알았냐..쓰레기..? 니가 진짜 쓰레기 봤어.?넌 남눈에 재활용품이라도 되보이는줄 아냐..? 말을 마치고.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 흉악범. 그러더니만 자신의 얼굴을 내 바로 코앞에 밀착시킨다.. 오마이갓..이건 정말 최악의 고문이다. "놔아!!!!>_<" 내 옷깃에서 손을 띠어놓기 위해.놈의 단단한 팔뚝을 마구 비틀어대기 시작했고..코끝을 살짝 찡그리며..잡은 손에 더욱더 힘을 주는 흉악범 이이익... 난 토마토같이 붉어진 얼굴로.손톱끝을 이용해 놈의 팔뚝을 깊게 후벼파고 있었다. "아아!!!!!!!이게 진짜!!!!!!!" "꺄아악!!!!!!!!>_ 그리고.잠시후에 벌어진 끔찍스러운 일. 90kg는 넘어보이는 그 흉악범이.두 팔의 반동으로 나를 휘익 떨구어냈 고. 난.2미터를 넘게 날아와.. 태어나 처음으로..깊은 구멍안에 빠지고 말았다.. 오른쪽 발가락에 엄청난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머리위로 떨어지는 흉악범의 핸드폰.함께 날아온것 같다.. "악!!>_<" 얼얼한 머리를 어루어만지며.지금 내가 와있는곳을 파악하기위해. 주위를 더듬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 묻어난 폐수를 보며 눈물을 뚝뚝 떨구어야했다. 그렇다. 여기는 하수도 구멍안. "아우..씨....짜증나......." 이리와 같은 쾡한 눈으로.구멍안을 들여다보더니. 서둘러 자리를 뜨는 거구의 흉악범. 자신의 핸드폰이 내 손에 들어와있는지 모르는듯.. "아아.........." 오른쪽 세번째.네번째 발가락에 상상조차 할수없었던 엄청난 통증이 느껴진다.. 잠시동안.승현이의 일도 까맣게 잊은채. 손으로 발을 부여잡고 펑펑 울어대기 시작했다. ...... .......... 그렇게..한시간가량이 흘렀을까.. 주머니속의 내 핸드폰은 홀딱 젖어버렸고.. 난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며.흉악범의 핸드폰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고 ... 정말 119에 신고를 하게 될줄이야.. "여기..맨홀 구멍안인데요..발..가락이 부러진거 같아요.. 남문에..세븐일레븐 편의점 코너 돌아서..세번째 골목이요.. 장난하는거 아니에요!!어떻게 혼자나가요!? 지나가는 사람도 한명 없어요!진짜라구요!" ... ..... 이리하여. 8분뒤.삐용삐용 소리와 함께 빨간 구급차가 도착하고.. 멀지 않은곳에서.한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구멍안에 여학생!!!!!어딨어요!!!!대답해요!!!!!!!" .... "..여기요오..여깄어요.." "구멍안에 여학생!!!!대답해봐요!!!!!!" "여기요!!!!!여기에요!!!!!!" ..... 구멍안의 여학생이라니...... 왕따에 모자라서....바람둥이에 모자라서....개순이에 모자라서... 이젠..구멍안의 여학생이 되버리다니..... 어쨋든.고마운 구급요원은.놀라운듯이 구멍안의 나를 내려다보았고. "아.거긴 할짓없이 왜 들어갑니까?술먹었어요?!" "..아니요...." "뻔히 위험지역이라고 팻말 세워놨는데..쯧쯔.. 어이.창섭아!!!사다리 갖구와라!!!!!" 30분후. 나는 인근 병원에 도착하여. 오른쪽발에 기브스를 하고.집에다 전화를 걸고 있었다. 온몸엔 하수구 물을 뒤집어쓴채........ [58] "아악!!!!!쪽팔려!!!!하수도 구멍에 빠지냐!!!! 이런건 시청자의 재밌는 사연에나 나오는 얘긴주 알았는데!!!!!!!-0-!!!" 손으로 두 볼을 감싼채.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고함을 질러대는 언니. 부축할 생각은 않고..우스워 죽겠다는듯 이 상황을 즐기고있다. "..언닌 나 불쌍하지도 않니..?" "아하하하.ㅠ_ㅠ.불쌍해.불쌍해서 미치겠어..아하하ㅠ_ㅠ 아우 냄새..ㅠ_ㅠ.." "........엄마는!!아빠는!!!!!" "아빠가 새로운 친구 사겼다고..축하한다고 밥먹으러 나갔어. 아하하..ㅠ_ㅠ..냄새..냄새.." "그만해!!!지금 속옷까지 하수도 물이 스며들었단말야!!!!! 언닌 옷두 안갖구왔......." ...승현아.. -0-.. 니가 왜..여기... 언니 등뒤에서..아무표정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승현이. 난 당황한 나머지..집고있던 목발을 바닥에 떨구어버렸고.. "아.쟤가 집으로 전화했길래.너 병원에 있다니까.같이 가자길래. 근데 말 진짜 없드라." 내가..하수도에 빠졌다고 말했었잖아.. 그럼 어떤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을 하고.데려오지 말았어야지.. 갈아입을 옷이라고 갖고 오든가!!ㅠ0ㅠ 병원을 나오며 집이 멀지 않은 관계로.터덜터덜 걸어오는 우리 세사람. 언니는 힐끔힐끔 승현이를 노려보고.. ..눈물이 마르지 않은 눈으로..나를 부축하고 있는 승현이. 자신의 일로도 충분히 벅찰텐데.. 1시간 보내는것도 엄청난 고통일텐데.. 이 못난것..하수도 구멍에나 빠져서..승현일 더욱 심난하게 하다니.. "야.근데 니 손에 핸드폰 그거 뭐야." "..나 그 구멍안에 빠트린놈꺼.." "뭐.?!갖고와봐!!너 혼자 빠진거 아니였어?!" "내가...바보니..."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손안의 핸드폰을 화악 앗아가는 언니. 그리고..말한마디 없이 하늘의 별만 보다가.. 힘없이 나에게 말을 건네는 승현이. "누가..너 빠트렸어..." "아냐.신경쓰지마.괜찮아.." "..누구야..." "괜찮다니까.." "누구냐구.묻잖아..."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몽롱한 눈을 힘없이 내 눈에 맞대는 승현이. 금방이라도 쓰러질것같은 얼굴로.. ... "남자앤..처음보는 남자였어..근데.최보.." ..아니야.. 지금 이상황에서 최보람이란거 얘기하면.. 승현인 하루 지내는것조차 힘든데..그 악마년때문에..더 힘들어진다면. 난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그때문에 조금씩 화가 나려하는 승현이의 얼굴. 안돼..ㅠ_ㅠ.. "야!!이안에 사진있다!!!!!이새끼야!????" "....어.....?" 한참동안 핸드폰을 만지작대다가.그 안에 저장된 사진을 찾아낸 언니. 정말이였다.. 그안엔 놈이 찍은 사진 두장과.친구들을 찍은 사진이 여러장 있었고.. 승현인.한참동안 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얘가 그런거야.........?" "응......." "......휴....." 한숨과 함께.흉악범의 핸드폰을 손에 꾸욱 쥐는 승현이. 그리고.밟히는 돌을 뻥뻥 걷어차며.목소리를 높이는 언니. "이 새끼들 이거!!!!기껏해야 니 나인데!?!? 넌 이 병신아 가만있었어.팔을 확 꺾었어야지!!!!" "....." "은형이 같앴음 지금쯤 핸드폰 확 박살내고 이놈들 찾으러 갔을텐데.. ...." 말을 마치고.승현이를 대놓고 노려보는 강윤언니. "왜그래.언니!?그 말 무슨뜻인데." "아니다!!!!!!니 남자친구가 가만있으니까 나라도 나서야지. 얍!!얍!!" "제발.가만있어.언니..또 아빠 쓰러지는꼴 보구싶어.." "얍.얍." 2주일동안 태권도에서 배운. 보기조차 안쓰러운 발차기로 하늘을 내지르는 언니. 나와 승현인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고.. "너 괴롭히는 사람..왜이렇게 많어........" "..아니야.많지않어.." "나 가고나서..더 많아질텐데..어떡해.." "승현아....." "다신 못건들이게...나 가고 나서도...니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해야지. 앞으로 한달간..바쁘겠다..니 주위에.착한애들만 잔뜩 심어놔야지..." "........" 달빛을 향해.힘껏 발을 내지르는 언니와.. 터덜터덜 뒤를 따르며..또다시 울고있는 우리 두사람. 손을 꼭 부여잡고..고개는 여전히 땅을 향하고.. 한발자국 걸을때마다.눈물 세방울씩.. 두발자국 걸을때마다..눈물 열방울씩...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강순아.신발 밑에다가 까시 박을까? 그런담에 확 날려박으면.두배의 효과를 보겠지!-0-!?.. 어..?...어..????" 화려한 발차기를 멈추고..멍하니 멈춰버린 언니. 다행히.승현이와 나의 눈물을 발견한건 아니였다.. 언니는..눈앞의 희꾸무리한 사람 형체에 두 손을 추욱 늘어뜨려 버린것이었다.. "야.권은형!!!!!은형아!!!!!!!!" .... ......... 망설임없이.눈앞의 형체에게 고함을 내지르는 언니.. 난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고.. 눈치없는 그녀는..내가 제일 증오하는 두사람에게. 펄쩍펄쩍 뛰어가기 시작한다. 두사람. ..그렇다.. 은형이옆에 붙어있는건.물을것도 없이 최보람.. "이야.이놈 짜식!!!!살 빠졌네!!!더 멋있어졌네!!! 얼굴빛 더 좋아졌네!!!!누나 안보구 싶었냐아!!!!!" 저 눈치없는 여자는. 엄마의 피를 완벽히 물려받은것임에 틀림없다.. [59] "너 이놈 자식!!!!누나한테 전화두 안하구!!!문자두 다씹구!!!" 눈치없는 여자가.팔랑팔랑 악마 한쌍에게 달려가고.. 나와 승현인 본의아니게 악마 한쌍 앞에 나란히 서버리고.. 목발짚은 내 모습을.. 구겨진 얼굴로 쓰윽 흝어보는 권은형. 그리고..뭐 씹은 표정으로 시선을 떨구는 최보람.. "잘지냈어!?!" "...네.." "얜 누구야.여자친구야?" "네!" "우와...강순이보다 안이쁘다..ㅇ_ㅇ.." 아악 저여자가 왜저래 정말 !!!!!!!! 난 경악스런 얼굴로 승현이와 자리를 뜨려했고. 무슨속셈인지.꿈쩍않고 버티는 나의 천사. 안돼..가자.승현아..ㅠ_ㅠ.. "누나" "응.그래 말해보렴>ㅇ<" "저한테.앞으로 아는척 하지마요..^-^.." "......?..." "저랑 아는척해봤자.누나도 좋을거 없어요..." "...왜.!!" "저.이강순 죽도록 미워하거든요.근데 이강순. 누나 동생이잖아요." "....." 멍해있는 언니를 앞에두고.담배를 꺼내무는 은형이. 그러나 특유의 뻔뻔함으로.손에 들린 무언가를 처억 내미는 언니. "알았어.누나도 면목없다.근데.이거 하나만 묻자.너 얘네 알어?" "....." -0-. 흉악범의 핸드폰을.아무 거리낌없이 권은형 앞에 열어보이는 언니. 그러더니만.아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언니 그놈 옆에 주범이 있잖아 ㅠ0ㅠ 지금 뭐하는거야!!!!! 난 다리를 절뚝대며 언니 곁으로 달려갔고.. 동시에.최보람의 파르르 떨리는 입술도 놓치지 않았다.. "몰라요...왜요.." "이놈들이.우리 강순이를 구멍안으로 밀었대잖어!!-0-어때.열받지? 속으론 화나지?" "..아니요.." 귀찮다는듯 대답하며.연기를 후욱 내뿜는 권은형. 그리고.불안한 시선으로 핸드폰과 내 발가락을 번갈아보는 최보람 @#@$... 하나 더 덧붙이자면.. 두사람의 꼴사나운 모습에.분을 이기지 못하고.소리를 쳐버린 나의 모습. "우리 언니도 너랑 아는척 하기 싫대!!!" "내가 언제 이년아!!-0-" "우리 언니도 너 끔찍해하는건 피차일반이고!!!! 그건 그렇고 담배좀 꺼줄래!???????" 담배연기에.콜럭거리는 승현이를 보며.엉겁결에 내뱉은 말. 허나.악마놈은.대답대신 담배를 아주 깊게 빨더니만. 후욱.연기를 내뱉는다. "니가 뭔데 담배를 끄라마라야.." "우리 승현이한테 안좋거든!!!!!!" "씨발..내가 저새끼 몸까지 신경써야되냐..?" "그래!?그럼 우리가 뜨지!!가자!언니!가자 승현아!!" 흥분했다. 암만봐도 흥분했다.. 멀뚱멀뚱 나를 내려다보며.꿈쩍할 생각도 않는 언니. 반면.핏대스게 고함치는 나를 한손으로 감싸며.조용히 자리를 뜨는 승현이.. 후우..후우..열받아..지금..미칠것같어.. 발가락 뿌러지고..하수구 물 뒤집어쓰고.. 악마 두명 길바닥에서 만나고.. 분한마음에.눈물이 쏙 들어가버리고.. 피식피식 웃으며..나와 땅을 번갈아보는 승현이. "왜..웃어....?" "^-^..내 예상이 맞다..." "무슨..예상.." "아니야.." 슬픈 나의 천사는.. 부쩍 수척해진 얼굴로..밝게 웃어보이려 노력했고.. 흥분한 나를 집앞까지 부축해준뒤.. 유유히 멀어져가고 있었다. 힘겨운 기침소리만 남겨놓고서.. "승현아..!!조심히 들어가...!내일 학교 올꺼지!?" ".....응!!" "목 아파도..밥 억지로라도 먹어야돼!!!!" "응!!^-^!!" "우리....포기하지말자......" ... ..... 들릴리 없는 말을 혼자 중얼대곤.. 목발에 몸을 지탱한채..현관문을 열었다. 강순이네 집. 텅빈집.난 손을 더듬어 스위치를 눌렀고.. 적적한 거실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복잡한 머리를 식힌다. 최보람 그 여우같은년..내가 봤어.봤다구.... 하얗게 질리는 얼굴.. 그렇겠지.돈주고 고용했는데 발가락 세개만 뿌러트리고 핸드폰이나 흘려 버렸으니. 참!!!!!!!! 그래!!아까 그 흉악범 핸드폰에!!! 최보람이랑 전화했던 기록이 있을꺼야!!!!! 이 맹순이 그걸 까먹고 있다니!!!!!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고.. 곧.그 핸드폰이 언니 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훗...넌 진짜 끝났어..최보람.. 핸드폰 앞에선 어떤 표정을 지을꺼냐.. ....두고보자... 잠시후.. 기진맥진한 얼굴로 집에 도착한 언니. 현관문을 철커덩 열더니.. "니 남자친구 갔냐??걘 무슨 병들린애 같드라." "언니!!!!핸드폰!!!!" "무슨 핸드폰..?" "아까.나 구멍에 빠트린놈꺼!!!!어딨어!!!!!!" "아아.그거!!" "그래.그거!!!!!"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딱 치더니.냉장고쪽으로 몸을 이끄는 언니. 흥분한 날 뒤로하고.벌컥벌컥 물통을 통째로 들이킨다. "어딨어!!" "꿀꺽.잠깐.물먹잖아" "......" "꿀꺽.꿀꺽.꿀꺽.꿀꺽." "..-_-^...." "그거.아까 은형이 여자친구가 가져갔어" "뭐!??????" "걔 되게 착하더라.지가 누군지 꼭 잡아주겠다면서.가져갔어. 착해서 은형이가 좋아하나봐.둘이 아주 꼭 붙어서 사라지든데? 너 아까 솔직히 열받았었지?" "이강윤!!!!!!!!!!" "..-0-....뭐....뭐..?" 악마 한명 추가야!!!!!!!ㅠ_ㅠ 흥분하는 언니를 뒤로하고.방으로 들어와 문을 철컹 잠궈버렸다. 부러진 발가락을 어루만지며.. 승현이 생각에..최보람 생각에..권은형 생각에.. 울다가..분노하다가..치떨다가.. 그리고.잠결에도 느낀거지만.. 부러진 두 발가락은..상상을 초월할만큼 정말 아팠다.. [60] 지금.어처구니 없는 글을 읽고.. 하도 황당해서 급히 수정합니다.한군데서만 보았다면 가볍게 넘겼을 테지만.눈에 띄인것만해도 열댓개가 넘거든요. 비평글에 대해 처음으로 말씀드리자면. 좋은 비평글은 잘 읽고 있구요.말도 안되는 인신공격성 글은 그냥 웃어 넘깁니다.하지만..이것만은 참을수가 없네요. 없는 사실은 지어내지 말아주세요. 전 '요즘 누가 글씨 빽빽한거읽나요?ㅋㅋㅋ' '세편쓰는데 4시간걸렸습니다. 이게 성의없는건가요..?" "팬들은 나의 문학세계에서 하나가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못하시는 사람들의 말은 듣고싶지않습니다." 이런말 한적 없구요. 제 인터넷 소설이 문학이라고 말한적도 없습니다 앞으로 저에 관해 어떤말들이 만들어질진 모르겠지만.. 여기에 관해 말씀드리는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참는다는거. 정말 힘든일이네요.좋은거 배울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설 재밌게 읽어주시구요. ♡해요_ ^ㅇ^ --------------------------------------------- 다음날. 텅빈 승현이의 자리. 1교시부터..50번도 넘게 전화를 걸어봤지만..계속해서 꺼져있는 핸드폰.. 담임선생님에게 조심스레 물어봐도.. 이유없는 결석이다.. 그리고 지금. 화진이와 나란히 비탈길을 내리는중. 발이 다치는 바람에 참으로 힘겨운 걸음을 하고있는데.아무런 배려없이 휘적휘적 걷고있는 그녀.-_- "야..너 왜그래..승현이땜에..?" ".........." "내가 이따 소개팅 해줄께!!" "...아니야..그런거..." "아니긴 뭐가 아냐!사랑은 사랑으루 치유하는거란다" "...넌..동영이한테..좋아한다구 말할꺼야...?" "나 걔 좋아하는거 아냐!!!!!!!단지!!!!! 갖구 놀려구 그러는거야!!!너무 얄미워서 골탕먹일려구 하는거야!!!!" 정색을 하고선. 온몸을 오돌오돌 떨며.빼액 소리를 쳐대는 화진이. 엄청난 고음을 자랑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난 흠칫 놀래야했고.. "그래..어쨌든..넘어오게 할려면..좋아한다고 말해야지.." "응.넘어올때까지 찍어야지." "..응.." "열번찍어 안넘어오는 나무 없대잖어.." "넘어와도...." ".....?" "찍어서 넘어온건..죽은나무잖아.." "-0-.너 지금 나 놀리니!??????" "아니." "두고봐.오늘 안으로 걔 내 앞에 꿇게 만들꺼야.." 씩씩대는 화진이와 다른버스를 타서 찢어지고.. 나는 덜컹이는 버스안에서..멍하니 승현이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분명히..학교 나온다구 했는데.. 갑자기 쓰러진건..아니겠지..어젠 얼굴 표정 정말 안좋아보였는데.. 가만히.창문에 비치는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죽어있다.. 눈도..코도..입도..모두..죽어있다. 굳게 마음을 먹고..버스가 집앞 정류장앞에 섰을때 내리지 않았다. 정혜미 외과에 찾아가기로 결심한것이다. 20분후. 치이익_!! 연기를 내뿜으며.버스가 멈춰스고..난 목발을 열심히 놀리며 뒷문으로 몸을 내렸다. 세번이나 가보았기 때문에..15분만에..어렵지 않게 병원앞에 도착할수 있었고...큰맘을 먹고..건물안으로 왼쪽발을 내딨었을때..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소리. 승현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여보세요!?" "어떡해 강순아!!!!!!ㅠ0ㅠ!!!!" 화진이? 40분전에 헤어진 화진이가..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왜그래..무슨일이야?!" "어떡해..ㅠ_ㅠ..어떡해..ㅠ_ㅠ..죽을지도 몰라..죽을지도 모른다구 ㅠ_ㅠ.." "왜!!!누가!!!!!!!" "엉엉엉 ㅠ_ㅠ 어떡해..나 어떡해..." "말을 해봐.무슨일인데..." "꺄악!!!" "너 거기 어디야!!!!!" 화진이의 대답을 듣자마자.급히 핸드폰을 닫고.. 택시를 잡기위해 목발을 흔들었다. 이럴때 유용하구나.. 그나저나.지하도 앞이라니..집에 간다고 버스탄애가 왜 거기가있는거야. 게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니.. ..... 곧바로 잡힌 택시안에 몸을 싣고. 불길한 예감.. 얘가 설마 최보람년 친구한테 납치를 당한건 아니겠지? 설마..나처럼 구멍안에 빠진건 아닐꺼야..... 온갖 상상에 사로잡혀..기사아저씨를 재촉하고.. "다 왔습니다 아가씨_!" "..네.감사합니다!!" 허둥지둥 택시비를 지불하고..절뚝대며 문을 통해 내렸다. 그리고.힘들지 않게.지하도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펑펑 눈물을 쏟아대는 화진일 발견할수 있었다. "화진아!!!!!" "강순아아 ㅠ0ㅠ" 거리가 가까워올수록.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그녀의 얼굴. 눈물 콧물로 뒤범벅된 그녀의 얼굴. 도도함을 최고의 매력이라 여기던 그녀가..-_- 이상한 얼굴을 하고서.내 왼쪽팔에 대롱대롱 매달려버렸다. "어떡해.어떡해에!!!!" "왜.무슨일인데..누구야..넌 무사하네!!" "동영이가..동영이가.." "..-_-...뭐..?" "이 안에 들어갔어.ㅠ0ㅠ.." -_-.. 싸늘히 굳은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채. 길쭉한 손가락으로 지하도 안을 가르키는 화진이. "너 집에 간다더니 동영이 미행했니-_-?그리고 지하도에 들어간게왜!!" "그냥 내려간게 아니야...안에서 싸운단 말이야!!ㅠ0ㅠ" "...누구랑..?" "권은형이랑.그 같이 알바하는 다른 친구랑. 수공 교복입은 애들이랑 막 싸워ㅠ_ㅠ..안에서 막 소리나고.. 엉엉 ㅠ_ㅠ.." "....-_-..나..승현이네 병원 가던길이였어..." "동영이 어떡해.동영이.안에 들어가볼까? 경찰에 신고할까?!" "걘 안죽어!!!!" "안에서 동영이 비명소리 들렸단 말야!!!" "싸움이 즐거워서.그래서 기쁨에 젖어 소리 질른걸꺼야" "걔가 또라이니!????" "...부정은 안해.." "..ㅠ_ㅠ..이 못된기집애..어떡해..어떡해.." "미행 재밌었니.?" "ㅠ_ㅠ.." 눈물을 글썽이며.어두컴컴한 지하도 안을 불쑥 들여다보는 화진이. 하아.. 찹~~찹하구나.. 걔네들 싸우는게 한두번이니...넌 이제 그놈을 좋아하게 된이상. 이 상황에 익숙해져야한단다. "나..나 들어가볼래...." "들어갔다가 기절해.." ".그럼 어떡해 ㅠ0ㅠ 빨랑 니가 들어가서 말려봐!!" "내가 왜!!!!" "너도 동영이랑 친구잖아!!!!" "-_-...나 승현이한테 가봐야돼..." "안돼..못가.날 두고 어딜가!!!!" 재빠르게 내 양손의 목발을 휙휙 앗아가는 화진이. 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고.... "야..잠깐만..누구..올라온다..." "목발 내놔..-_-" "..있어봐..어머..누구 올라와.어떡해.어떡해.ㅇ0ㅇ!!" 나의 목발을 이리저리 휘두르며.겁먹은 얼굴로 폴짝폴짝 뛰어대는 화진이.내가 보기엔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듯 하다.. 장담하건데.. 위험한 상황이 닥친다면 내 친구 화진인 목발을 들고서 마구 달아나 버릴것이다... 그리고. ".......강순아...." 넋나간 얼굴로..지하도 입구를 바라보는 화진이. 그녀가 본것을 나도 보아버렸기에..같은 표정이 되어버리고.. 우리를 놀라게 한 장본인은.. 너덜너덜 찢어진 교복을 입고..코피로 범벅된 아주 흉한 얼굴을 한 권은형이였다.. 입에 고인 피를 바닥에 홱 뱉어내는 악마놈. "꺄아악>_<" 소리지르는 화진이를 아주 매섭게 노려본다. "...동영이는 ㅠ_ㅠ.." "안에.." "동영이도 니 꼴됐니?!" "........." "싸움은 끝났어?!" 고개를 한번 까딱해보이는 악마놈. 그리고.그제야 안심한듯.두 손엔 내 목발을 소중하듯 움켜쥐고-_-^ 쪼르르 계단을 내려가버리는 화진이. ...저....저.... ...........ㅠ_ㅠ... "니 애인 폐 병신됐대냐..?" "..뭐...?" 내 옆을 지나치려다 말고..코피 범벅된 얼굴로 비아냥대듯 물어오는 권은형 . 악마놈 !! "너 방금 뭐라그랬어..병..신..?" "그럼 등신이라고 해줘?" "양아치..." 증오섞인 나의 중얼거림을 간단히 한귀로 흘려대곤. 담배를 입에 처억 갖다무는 권은형. 지하도 안에선 꺼이꺼이 화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뒤이어 동영이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러했다.'아악!!!!얜 또 어디서 튀나온거 야!!!!'-_-) "내가 안죽여도 저절로 뒤지겠네.......?" "승현이...안죽어....." "낮짝 보니까 당장 묻어도 되겠더만..그새끼 뒤지면 너 나한테 막 매달리는거 아냐..?" 상상은 했지만..이건.정말이지 수준이하. 그간.놈과 2년넘게 사귄 내가 죽도록 한심스러워져버렸고.. 눈앞의 이놈이..최보람보다도 미워져버렸다.. "너 잘하잖아.사람 버리는거" "지금부터 대답안할께.가치를 못느끼겠다" "그때가서 앵겨도 소용없다~걸레질은 딴데 가서 하고.내 앞엔 얼씬도 하지마라" "하..참..기가막혀..앵겨?!누가?!누가 너한테 앵겨!? 너같은새끼한테!????돈 천억주고 앵기래도 절대 안그래!!!!! 그리고 승현이한테 그새끼 저새끼 하지마!!!!!!걘 너랑 완전 다른애 니까!!!너한테 갖다붙힐 호칭 승현이한테 붙이지말라구!!!!!" ... ..... 오랜만이였다.권은형 놈에게 이렇게 커다랗게 소리치는건. 놈은 내가 흥분했다는 사실에 만족한듯 씨익 웃더니.. 손등으로 코피를 닦아냈다.. "내가 중학교때 준 이름표나 갖고와라.그거 니 손에 있는거 존나 기분 드러운거거든" "그거!!!!!?그거 벌써 옛날에 버렸고!!!!!" 내가미쳤지.. 주머니속에 늘 지니고 다녔다니.. 나는 거친 동작으로 치마 주머니를 마구 헤집어서..놈이 주었던 부처님 조각상을 찾아냈고.이내 그것을 거침없이 놈의 가슴팍으로 휙 던져버렸다. "이거 갖고가!!!!인제 이거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니깐 재수없는일 하나도 안생기겠다!!!!다행이다!!!!" 말없이.. 바닥에 떨어진 조각상을 주워 호주머니에 넣는 권은형. 그러더니만..코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기분나쁘게.. 나와 똑같이 오른발을 직직 절면서.. "밑에 내려가지 마라"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참!너도 내 머리핀 돌려줄래!? 그거 너한테 있다고 생각하면 자다가도 끔찍해서 눈물이 다나거든!!" "너랑 깨진 날 버렸다" "........." "그 새끼 죽으면 또 병신짓 하겠네.뻔하다.뻔해" 부들부들 떠는 나를.지하도 앞에 남겨두고서. 버스안에 휙 올라타버리는 권은형. 한참동안..멀어진 버스의 뒤꽁무니를 죽어라고 노려보다가.. 모든 힘이 풀려서.. 어이없이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강순아 왜그래!!!!" .... ..... 놀란듯이 나의 양어깨를 잡고 흔드는 화진이. 그리고 뒤로 보이는 광민이와 동영이. 은형이와 똑같은 꼴을 하고서..어이없다는듯 날 바라보는 두사람. ... "은형이는." "갔어...." "의리없는 시끼..." 투덜대며..기지개를 펴는 광민이. 그리고..유치한 말싸움을 벌여대는 화진이와 동영이. 솔직히..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난. 저 두사람이 미칠만큼 부러웠다..... [61] "어머.피좀봐..세상에..징그러워.." "그래.니 얼굴이 더 징그러워" "말할때 입 안아프니?" "아퍼.그러니깐 말시키지마. 여기는 버스안.-_- 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버린 우리 네사람. 여기말고는 비어있는 자리가 없었기에.이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고. 동영이와 화진인 버스가 출발한 그 순간부터 쉬지않고 입을 움직인다. "손수건 줄까.?피 닦을래?" "응." 부시럭 대며 가방안의 손수건을 꺼내주는 화진이. 대단한 변화가 아닐수없다.. "그거 비싼거니까.찢어지지 않게 조심해" "얼만데-0-?" "11만원 쫌 넘는거야" 화진이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11만원이 넘는다던 그 손수건을 입안으로 마구 구겨넣기 시작하는 동영 이. "꺄아악!!!안뱉어?!뱉어!!ㅠ0ㅠ" "퉤!!!" "ㅠ0ㅠ..." 난 심난스런 마음에..무릎팍에 얼굴을 묻었고.. 잠자코 앉아있던 광민이가.처음으로 입을 연다. "진짜 쪽팔려 죽겠네.니네 둘이 기사 아저씨 옆으로 사라져라" "지랄하네.머리 한대 들 맞을라고 기절한척 한 니가 더 쪽팔려" "죽을래?내가 언제 기절한척했어?주저 앉은거지?! "에에?안했댄다!?안했댄다!!!니 애인 걸고 안했냐!???" 여기서 알아낸 새로운 사실 하나. 1.광민이는 애인이 있었다. "그래!현영이 걸고 안했다!!!!지는!!싸우다 말고 쓰레기통 뒤에 숨은게!" "병신.내가 숨었냐?!내가 숨었냐?!뚜껑을 무기로 쓸라고 간거지!" "존나 궁색한새끼..꺼져.." "니나 꺼져.." "내가 먼저 꺼지라고 했어.따라하지마" "난 니나꺼져 라고 말했어.이 귓구멍에 이빨박은 새끼야" 냉기가 흐르는 이곳. 여기는 버스안. 다시한번 느끼는 거지만.저 두사람의 말싸움에는 그 이상을 벗어날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안절부절 못해하던 화진이가.조심스레 질문을 던진다. 난 다음정류장이 집앞인것을 감안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고.. 사실 일초라도 더 빨리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슬며시 일어나고.. "근데.니네 왜 싸운거야?" "뭔 상관이셔!!!!" "내가 너한테 뭐라구했어?!넌 왜 내가 말만 꺼내면 다짜고짜 시비 투야!"" "권은형땜에 싸웠다!!왜!!" "권은형..?권은형이 왜..?" "그 닭대가리가 아무이유도 없이 수공앞에 찾아가서 들이대잖어. 뽀빠이같은 놈들한테..말도 없이 그냥 몸을 날려대니 그놈들이 열 안받 게 생겼냐고.." .... 아무 이유도 없이...? ..권은형..결코 그럴성격은 아닌데... 잠깐동안..까닭모를 불안감에 시선을 떨구어야 했지만. 이내.조금전 놈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빳빳히 고개를 쳐들었다. "얘들아.나.내려야겠다.!먼저 갈께!!" "어??혼자 갈수 있겠어?" "응.조심히 들어가.참.동영아.사장님한테 죄송하다구 꼭 전해줘!" 치이익. 열린 뒷문사이로 다친쪽 발을 내밀고.뒷좌석의 동영이에게 소리쳤다. "야!!돈벌레 데리고 가!!!!!!!!" "-_-" "안돼!!!!얘 데리고 가!!!!!" 치크덕. 문이 닫히고. 버스는 천천히 출발한다.창문을 쾅쾅 쳐대는 동영이.옆에는 샐쭉한 표정의 화진이가 있다. 부디.그녀의 애타는 마음을 알아주길.. 목발질을 하며..힘겹게 비탈길을 오른다. 정겨운 우리집이 희끄므리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문득 눈에 띈 별을 보며.. '이강순 내가 니 별이다.' 또..생각나 버렸다.. 끔찍한놈..아픈 승현이에게..뒤지라느니..그새끼라느니.. 그게.진짜 권은형의 모습이였어. 그러니까.아까운 일분일초.그놈생각으로 낭비하지 말자. 승현이 조금이라도 더 지켜주자. 참!!!! 이름표!!!! 불현듯 떠오른 권은형의 이름표. 난 순간 떠오른 그 추억의 물건에. 미친듯이 목발을 앞뒤로 휘저으며.집앞에 도착할수 있었고.. 강순이네 집. 철컥.문을 열자마자.귀가 인사도 잊은채. 허둥지둥 방안으로 들어가 서랍을 열었다. 역시나.. 서랍 맨 구석에 소중히 놓여있는 권은형의 이름표. 2년전의 약속을 떠올리며..그리고 오늘 보았던 권은형의 잔인한 얼굴 을 떠올리며.. 가죽으로 된 그 이름표를.오른손에 든 가위로.산산조각 내버렸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빠와 엄마의 정겨운 대화소리. 그리고.. "너 뭐하냐" "아..무것도..나 전화온거 없었어?" "응.없었어.맞다.보람이한테 전화왔었어!" "보람이?!걔가 왜?!집으로?" "아니.나한테" "-0-..언니한테 왜?!걔가 언니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어!!!" "응.내가 가르켜줬어.히.^-----^" "하..기가막혀.." 온몸에 힘이 빠지는것을 느끼며.어처구니 없이 침대위에 주저앉아버렸고 ...아주 태연한 얼굴을 한채.나의 목발을 방구석에 세워두는 강윤언니. "내가 부탁했었잖아.그 핸드폰 주인 찾아달라고.근데 찾았대는거야!" "뭐래!?누구래는데?뭐라고 지어대?!" "지어대긴!!아주 어렵게 찾아줬는데! 성남사는애들인데.너보다 한살 어리대더라.킥복싱 하는 애들이래. 어쩐지.사진 보니까 몸이 장난 아니더만" "좋아하시네.정말!!!!" "나 태권도 하는 동생들하고 낼 성남 간다" "뭐....-_-..?" "슉슉.슉!슉슉!" 난데없이.두 팔을 허공으로 마구 내지르더니. 엄마의 부름에.재빨리 거실로 튀어나가는 강윤언니. 난 최보람의 계획적인 행동에..멍하니 조각난 이름표를 보다가. 더이상은 도저히 참을수 없음에. 큰맘을 먹고.핸드폰을 들었다. 잠시후.. ♬♪♭♩♪♭♪♬♪♭♩♪♭♪♭♩♪♭♪♬♪♭♩♪♭♪ 유행가가 컬러링으로 흘러나오고.. 의아한듯한.최보람의 목소리가...빨갛게 익은 내 귀를 울린다. "어.?여보세요" "최보람." "왠..일이야.니가?" "너.진짜 쇼좀 그만해.성남애들?" "하..또 시작이네..쇼 하는건 너야.더이상 나도 참지만은 않어.. 그만좀 괴롭혀.." -0-..정말..미친다.미쳐. 괴롭히다니.누가.누굴 괴롭혀. "그래.좋아!그럼 성남애들이라 치고.핸드폰 돌려줄래?" "미안.잃어버렸어" "뭐???????" "잃어버렸다구.어제 술먹다가.." "말이돼!?잃어버리다니?!그게 아니겠지!니가 시킨거겠지!!!!!!" 잃어버렸는데 걔들이 성남애들인지 어떻게 알았어?!말해봐!!" 서슬퍼런 나의 고함소리에. 그녀의 옆에서 깔깔대고 있던 친구 하나가. 힘들어간 목소리로.대신 대답을 해준다. 정말.친.절.하.게.도. "너 수원에서 쫓겨나구 싶냐?응?" "..최보람 바꿔..." "니네 학교 애들한테 다 얘기 들었는데?너 왕따래매?응?" "..최보람..바꾸라구.." "그나마 학교생활 편하게 하구 싶으면.보람이 그만 괴롭혀라.알겠냐. 시간 남아돌면 몇탕 더 건져서 원조나 하든가" "......" "진짜.별년들 다 있어" 뚜......뚜.........뚜....... 태어나 처음으로.최보람이 살고 있는 시대에 날 낳아준 부모님이.. 너무 많이 야속하고....원망스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낙천적인 부모님은. 아빠한테 생긴 새로운 친구에 대해 열심히 즐거운 토론을 벌이고 있었 고.. 언니는 태권도 후배들에게 이리저리 전화를 거느라 정신이 없고.. 나는.... 나는..... 찢겨진 이름표를 휴지통에 버리며... 받지 않는 승현이 핸드폰으로 잠들때까지 전화를 걸고.. [62] 이틀에 한번씩 연재하구 있어요.그거 꼭 참고하시구요^-^ 오늘은 부처님.부처님이 오신날입니다.♬ 그리고 어버이날 입니다!! 효도 많이 합시다!! -------------------------------------------------------------------- 오늘도. 텅 비여있는 승현이의 옆자리. 난 힘빠진 눈으로 가만히 빈 의자를 바라보았고.. ..많이 아픈건 아니겠지.. 숨도 못가눌만큼 아픈건 아니겠지.. 오늘은 꼭 찾아가보자. 승현이네 병원..꼭..찾아가보자.. "내년이면 수능시험 보잖아요.사실 지금부터 준비해도 이른건 아니거든요 저희 학습지는.유형별로 치밀하게 분석해준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구요. 일단 과목마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를 .." 박스채로 학습지를 들고와 열심히 홍보중인 아저씨. 몇몇을 제외한 아이들은.관심없다는듯 시끄럽게 수다를 떨어대고.. 무표정한 얼굴로..승현이의 자리를 가만히 주시하던 미영이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질문을 던졌다. 아주..아리송한.. "아저씨.돈 많아요??"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 크게 당황한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아저씨. "글쎄요.이거해서 돈 많이 벌진 못하죠.^^;" "에이.강순이 안됐네" "네?" "아뇨.우리반에 돈많은 아저씨라면 환장한 애 하나 있거든요" 대답을 마치곤. 곁눈질로 살짝 나의 얼굴을 흝어보는 미영이. 난 말없이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고.. 그 순간. 화진이의 힘없는 고함이..모두의 눈을 동그랗게 만든다. "너 유치한 짓좀 그만할수 없어!!?????" ... ...... "뭐래?넌 또 왜나서?" "니가 강순이 그런짓 하는거봤어?!확실히 알고나 하는 말이야?!" "그럼 전교생들 눈이 다 병신인주 알어?저년 그짓한거 한두사람 아냐구!!!나한테만 난리야 진짜" "안그랬으면?!안그랬다는거 밝혀지면.그때 너 어떡할래!응?!" "하.밝혀지면.?뭐 조건 있어야되냐?! 그래.그럼 돈 줄께 오만원?오만원이면 너한테 돈두 아닐래나? 얼마 주면 되냐?응?" "야!!!!!!!!!!" 그때부터.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온몸을 바르르 떰과 동시에.손에 쥔 필통을 미영이 등위로 세차게 던져버린 화진이. 그리고..자리에서 튀어올라.화진이의 머리채를 움켜잡은 미영이. 아저씨는 황급히 교실앞문을 통해 달아나버리고. 나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미영이를 거들고.. ..나는.. 유일한 화진이의 편인 강순이는.. "그만해!!!!제발!!!!내가 다 잘못한거니까!!그만들 하라구!!" 바닥에 주저앉은 화진이를 가로막고..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써댔다. 아랑곳하지 않고..화진이의 머리를 닥치는대로 잡아뜯는 미영이. "니네 둘이 그냥 나가라 응?자진해서 나가!!" "니가.....니가..한번이라도 입장 바꿔 생각해봤어?! 강순이 기분이 어떨지!!!!왕따 당하면 어떤 느낌인지!!! 학교오는게 얼마나 두려운지...아침에 눈뜨는게 얼마나 괴로운지!!!!" .. ... 머리가 한웅큼 빠진채로.. 두 눈을 질끈감고..눈물섞인 비명을 내지리는 화진이.. 난..짓이겨진 목발을 힘없이 바라보며..조용히 고개를 떨구었고.. 미영이 패거리는..잠시 주춤한듯.. 나와 화진이를 번갈아본다. 그리고.. 드르륵.!! 거세게 열린 앞문. 끔찍한 난장판을 제지시킬수 있는 단 하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교실안을 울려왔다. "니들 미쳤어!?????" 방과후. 미영이는.담임선생님 손에 질질 끌려가 반성문을 쓰는중이고. 나와 화진이는..힘없이 늘어진 어깨를 흔들며.. 비탈길을 내리는 중이다. "내 머리..내 머리..아악..내 머리.." "고마워..아니..미안해.화진아..미안해.." "니가 뭘 미안해!!엉엉 대머리 독수리 됐어 ㅠ_ㅠ 김동영이 보면 또 뭐라구 할꺼야 ㅠ_ㅠ.." "....탈모제..사줄게.." "장난하니 너!!ㅠ0ㅠ" ".....미안해..." 머리를 어루만지며.빠르게 비탈길을 내리는 화진이. 난 힘겹게 목발을 놀리며..멍든 그녀의 팔뚝을 조심스레 잡았고.. ♪♩♬♭♬♪♩♬♭♬♪♩♬♭♬♪♩♬♭♬ 바로 그때. 며칠간 쥐죽은듯 고요했던 내 핸드폰이..반갑게 노래를 불렀다. ...이건... "승현아!!!!!" "..미안해..." "어디야.괜찮아?아픈거야?목소린 왜그래!아파?!" "..오늘 있었던일..민성이한테 들었어... ..아프지..멍 많이 들었지...." "아니야.나 괜찮어!!넌.어때!!나 지금 갈게!!응?!" "..못지켜줘서 미안해..이럴때..아무것도 못해서 미안하구..... 또..끝까지 잡고 있어서..미안해..." "나 지금 갈게!!!!!응?!갈게 승현아!!!" "..오지마.강순아...너 오면..나 두배로 더 힘들어져.. 강순아..." "..응...." "나..아직..니 남자친구 맞지...." 가쁜 호흡뒤에...천천히 이어진 승현이의 말.. 난..또 울고 있었다.. 놀란 화진이를 까맣게 잊고..그자리에 멈춰서서..또 울고있었다. "..당연..한걸..왜..물어.." "그래..^-^..내일은..학교 가도록..노력할게... 발 조심하고..그다음에..무슨말 할지 알지...?" "응...알아..." "..그래..끊을께.." 마지막까지..힘들게 웃어준 승현이.. 짧은 통화를 마치고..난..비탈길 한 가운데서.. 펑펑 눈물을 쏟아버렸다. 놀란 토끼눈을 하고서..나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화진이. "승현이야?!것봐 오지말래잖아!!왜 자꾸 매달려 이것아!!! 그냥 잊어!잊으란말이야!!" "..화진아......." "그래.." "승현이 진짜 죽으면 어떡하지..... ..나 아직 실감을 못하겠어.....아무것도 모르겠어... 나 진짜 바본가봐..." "죽어?누가죽어....?박승현이!?걔가 왜 죽어....." 나는.그간 있었던 모든일을. 한개도 빠짐없이 털어놓았고.. 얘기가 시작되고..끝날때까지..아무런 표정없이 멍하니 발밑을 응시하는 화진이. 그리고.. 눈앞에서 5대의 버스를 놓쳐보낸 내가..여섯번째로 도착한 버스를 향해 천천히 목발을 저을때.. "최보람 죽여버려!!!!그리구!!박승현 안죽어!!!! 걔 1학년때 체력장 보면 맨날 1급이였잖어!!!!!젊은애가 무슨 폐암이야!!!내가 안죽는다면 안죽어.알았지!?그러니깐 절대 걱정하지 마!!!!" .... 화진이에게..체력장 일급은..매우 중요한것이였다.. 나는 힘없이 목발을 흔들며 창밖으로 비치는 그녀를 내려다보았고.. 씩씩하게 손흔드는 화진이의 눈엔. 나의 눈물과..똑같은 색의 물이 잔뜩 고여있었다. ..... 그런 그녀를 등진채.. 천천히 출발을 시작하는 버스. 난..무너질듯한 어깨를 창가쪽에 비스듬히 기대고.. 승현이가 했던말을..중얼중얼 되뇌어보았다.. ...이런거..드라마에나 나오는 얘긴줄 알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거..슬픈 멜로 드라마에나 나오는건줄 알았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그런거 많이많이 봐둘걸 그랬지.. 이럴때 여주인공은 어떻게 행동하는지..남주인공을 어떻게 위로하는지.. 많이 봐둘걸 그랬지.. 버스에서 내려..집까지 도착하는데는.. 30분이라는 굉장히 긴 시간을 소요했다. 평소때 5분이면 가능한 거리라는걸 감안한다면.. ..온몸이..울고있었으니까.. ..눈물 투성이인 몸을 내 맘대로 가눈다는건..정말..힘든일이니까.. 찰칵_. 현관문을 열자마자 들려온건.안방문을 통해 울려퍼지는 경박스러운 웃음소리. 힘없이 침대위에 가방을 던져놓고..교복타이를 끄르고 있는데.. "강순아!!!!" ".....응...." "사과좀 깎아와!!!!" "엄마가 깎아먹어..." "손님오셔서 그래!좀 깎아와!!!!!" ".....휴...." 비틀대며 부엌쪽으로 다가가..사과몇개를 꺼내서.. 아무렇게나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울퉁불퉁한 사과가..오른손에 의해 접시에 놓여지고.. ... 똑똑. 안방앞에 멈춰서..들릴듯말듯한 소리로 문을 두드렸다. "아이구 우리 딸은 까시러져서 그런 농담하면 대번 삐져요" -_-^ 똑똑.. "응.딸아!!들어와!!" .. 신이난 아빠의 목소리에.. 한숨을 푸욱 쉬며..방문을 열었고.. ... 장판위에 둘러앉아..미소띤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부모님. 그리고..아빠의 새로운 친구.. ..잠깐만... ....저거.. ..저거.. "아아악!!!!!!!!!!!!!!!" "..맙소사...." 찢어질듯한 나의 고함소리에.화들짝 놀란 아빠와 엄마. 왜 저남자가..... 내 뺨에 뽀뽀를 했던 저 끔찍한 남자가.... 대체 왜 저자리에 앉아서 껄껄 웃고 있는거야.... [63] "왜그래.너.아빠 친구 알어!?" 나보다 더 놀란듯.부엉이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아빠. 그 사이.그 최보람의 첩자이자 아빠의 새로운 친구는 안방을 빠져나가 집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중이였고. "이따 얘기해!!!!" 나는 다급한 한마디를 던져놓은뒤. 황급히 그 저주받을 첩자를 따라 집을 나와버렸다. 목발 짚는것도 잊은채 말이다. "도망간다고 될줄 알아요!!!!!! 서요!!!!!스라구요!!!!!" 내가 절뚝절뚝 대며 고함을 치는 사이.이미 저만치 멀어져가는 저주받을 최보람의 첩자. 그리고 아빠의 친구. "아빠 친구라면서요!!!!그럼 오해는 풀어줘야죠!!!! 경찰서에 신고해도 좋아요!??아빠한테 물어보면 이름하고 사는데 다 나와요!!신고해버릴꺼에요!!!!" 이 말의 위력이 컸던것일까.. 하마같은 엉덩이를 뒤뚱대며 도망가던 그 남자는.. 거짓말처럼 내쪽을 향해 뒤돌아오고 있었다. 붉어진 얼굴을 손수건으로 훔쳐내며.. ..그날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고.. 참을수 없는 분노에..있는 힘껏 그 남자를 노려보는데.. "미안하다...미안해..미안하다...미안해.." "...미안하단말로.해결될 일이 아니죠.왜 그랬어요. 최보람이 시킨거죠.맞죠." "......." 사연인즉슨. 정말이지 기가막혔다. 집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면목없는 얼굴로 한참동안 주저리를 늘어놓 는 아저씨.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밤. 이 아저씨는 노름을 하다가.한달 월급을 싸그리 다 잃었고.. 아내의 무시무시한 폭언이 두려워.집앞에서 배회를 하고 있었단다. 그래서.새벽에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놀이터 벤치에서 자고있는데.. 문제의. 최보람.년이 접근을 한것이다. "아저씨 돈 없어요?" "..누..구..=_=..." "제가 부탁하는거 하나만 들어주세요.그럼 일주일동안 여관에서 묵을돈은 충분히 드릴수 있어요" "....뭐라는거야..?" "쉬워요.되게 간단해요" 하..기가막혀.. 모든 설명을 늘어놓고는..벌개진 얼굴을 푸욱 수그리는 남자. 더욱더 용납할수 없는건. 우리아빠와 친해진 계기가.바로 그 노름판에서의 만남이였다는것.-_- 엄마한테 다 말해버려야지... 아니지.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지. "그럼 오해를 풀어요!!!!그거 해줄수 있죠!!!!!" "...나는 그 학생이..학생을 되게 나쁘게 말하길래.. 자기 애인을 세번이나 뺏어갔다길래...별 죄의식 없이.." "누가 누구애인을 뺏어가요!?설령 뺏어간다한들.그게 제정신 가진 사람이 할짓이에요!!!같이가요!!!" "어딜!!경찰서를 말이냐!!" "아니요!최보람 만나러요!!!!" "....." "그냥 있었던 일만 솔직히 말해요...." "경찰서에 신고 안할꺼지..?" "안해요!!!!" 미안한듯.배시시 웃어보이는 저주받을 첩자. 정말.그날 내 볼에 뽀뽀한것만 생각하면.방구석에 놓여있는 목발을 집어다가 등이며 배를 마구 후려쳐주고 싶었지만. 참는다.. ..지금 내겐 그럴 힘조차 남아있지 않고... 휴.. "근데.나 반말해두 될까?" "..후..." "너희 아빠.그저께 고스톱 치다가 돈 되게 많이 잃었다?>_<" ".......-_-...후...." 택시에 올라타서도.끊임없이 종알대는 저주받을 첩자. 아빠를 잘 감시해야겠다.. 이 남자 만나나 안만나나..단단히 감시해야겠어.. 어쨋든. 여지껏 쌓여왔던 모든 오해가 풀린다는 생각에.뼈속까지 후련해지는 느낌 그리고. 이제 아무런 걱정없이 승현이만 챙겨줄수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안심이 된다.. "어디 가는건데.최보람 학생네 집?거기 가면 그 학생있어?" "..네..." "그 학생네 집 어떻게 알어" "친구였으니까요...." "음..친구였구만.....근데 그런짓을 했단말야..?무섭네 참.." "그 짓이 왜 생겨났는데요!!아저씨만 거절했어도 그런일은 없었 잖아요!!!!" "그렇네..참..." ... .... 멋적은듯.머리를 긁적이며..애꿎은 창문을 긁어대는 저주받을 첩자. 내가 고작 이런 남자때문에.. 그 큰 시련과 고통을 겪었단 말인가.. 알수없는 회의감에..지긋이 눈을 감고.. 그사이 택시는 최보람이 사는 동네 입구에 도착하여.. "다왔댄다 야.내리자." 한술 더 뜨며..차 문을 벌컥 열어주는 저주받을 첩자. 어느덧 해는 지고..어둠이 마악 깔리려 준비작업중이었다. 나는 오른발을 절뚝이며 택시에서 내려. 최보람이 들어있을 110동을 가만히 올려다보았고.. 당황해있을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높이 올라간 혈압을 가만가만 내릴수 있었다. "얼른 가야지?전화해서 집앞으로 불러야하는거아냐?" "아저씨..부탁하겠는데요.." "그래그래" "우리 아빠랑 어울리지마요" "왜.?" "우리 아빠니까요!!!!!" ".....-0-....." 적과의 동침은 들어봤어도..적과의 복수라니..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주머니에 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한진 아파트 110동 바로 앞에서 말이다.. 그리고..버튼 하나하나마다 꾹꾹 힘을주어.최보람의 번호를 누르는데.. "...쟤 아냐..?" "..." "저기 나와있네...?" "....어디요.." "저기.나무뒤에..남자랑.." 저주받을 첩자가.까치발을 하고서..왼팔을 쭈욱 뻗으면.. ..난 그자가 가르키는 쪽으로 재빨리 시선을 옮기고..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최보람의 옆모습. 그리하여.. 천천히..아주 조심스럽게..1미터의 거리를 유지한채.. 나무뒤에 몸을 숨겼다. "왜?내가 뭘 잘못했는데.응?말해줘야지.그걸 말해줘야 내가 고치잖어" "너 잘못한거 없어_그냥.그냥 인제 여자 사귀기 싫어.친구로 지내자" "...은형아..나..못그래..나 너 많이 좋아해..알잖아.. 그거 알면서 어떻게 그런말을 해...기회줘..기회 한번만 달라구.." ..은형이.? 헤어져?! 놀란 가슴에.나무에 더욱더 몸을 밀착시켰다. 내 옆에 찰싹 붙어 쫑긋 귀를 세우는 저주받을 첩자. 이 남자가 정말!!!!!! "기회 같은거 아냐.내 스타일 알잖아.프리 스타일_! 친구로 지내자 알았지?!" "너 퇴학당한거 땜에 이래..?나 그런거 상관안해!!" 퇴학?!권은형 너 퇴학당했니?! "그런거 아니라니깐.어쨋든 우리 프렌드 하자!! 굿 프렌드!!" "싫어..난 못해....난 못그런다구!!!!" "하이고.떼 그만 쓰고 임마.!말 잘들어야지?^-^" "....이강순땜에 그래?!????걔 못잊어서 그래?!!?" ".......뭐...?" "이강순 때문이냐구!!!" ...철렁..내려앉은 심장... 엿들은 꼴이 되버린 나.. 행여 눈에 띄이기 전에.얼른 자리를 뜨자.지금은 때가 아니야.. 난 팔뚝으로 저주받을 첩자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이 자리를 뜰것을 재촉했고. "그래....." ...... ........뭐라구....? ....... 부정하고 싶었지만.....믿고 싶지 않았지만.. 분명 방금것은 권은형의 목소리였다.. 똑똑히..두 귀를 통해 머리로 전달된 그 한마디.... ...그래.... .......꿈쩍도 하지 못하고..그자리에 멍청하게 서있는데.. "이야 너 좋겠다 너때문이란다 야." 이 미친. 아니 정말 욕은 하고 싶지 않지만. 이 뱅뱅 돌다 못해 홱까닥 미쳐버린 저주받을 첩자가..!!!! ...그들 귀에 다 들릴만한..우렁찬 목소리로..나에게 말을 건넸다. 부럽다는듯이..축하한다는듯이..박수까지 세번 쳐가면서..... 짝짝짝. ...... [64] 짝짝짝.... ..짝짝짝.... 순간.나는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고.. 이대로 도망가버릴까..그냥 뒤도 안돌아보고 달아나버릴까.. 아니지.오른발을 절뚝대며 도망갈순 없지.. 그래.내가 뭘 잘못했길래..난 따지러 온거야..오해를 밝히러 온거야.. "이..강순..?" 두 주먹을 불끈 쥔 나에게.믿을수 없다는듯 천천히 다가오는 최보람. 아직 저주받을 첩자의 얼굴은 발견하지 못했나보지. 그렇게 당당히 다가오다니.. "...아저씨!!!!!!" ".응..안녕..머리 많이 자랐구나.." "뭐야....왜 둘이 같이있어요...."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에.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하고.!! 완벽히 무장된 포커페이스로.악마년의 눈을 쏘아보았다. "..다.밝혀졌어." "...뭐....." "증인까지 있는데 또 발뺌하게.!?니가 시킨짓!! 니가 조작해서 다모임에 올린거 다 들통났어.이 남자가 다 말했다구!!"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은형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악마년 그렇게 말하는 나역시..흘낏..놈의 눈치를 보았고.. 그아인.이도 저도 아닌 묘한표정을 지으며 입을 꾸욱 다문다.. "아저씨.제가 그랬어요..?제가 아저씨한테 그랬나요..?" "응.." "하..제가 언제요.언제 그랬어요.." 한발자국 다가선 최보람. 그리고 두발자국 물러난 저주받을 첩자.. "제가 그랬다구요.?제가 아저씨한테 정말 그랬다구요?" "응 그랬어..=_=" "언제요!!!!제가 언제그랬어요!!잘못기억하는거겠죠!! 이강순.너 왜이래 정말..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길래 자꾸 이래!!!" 이렇게..기막힐때가... 빽빽 악을 써대는 악마년의 얼굴에..나의 모든 신경이 굳어버리고.. 소심스레 두 손가락을 비비적대던 저주받을 첩자가.. 조심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이거.여기 있어." "뭐..에요.." "착신 번호에 니 핸드폰 번호 찍혀있어..." "......" 예스!!!!!!ㅠ_ㅠ!!!!! 우리 아빠랑 한번쯤은 어울리도록 해줄께요!!ㅠ-ㅠ 그렇게 저주스럽던 이 첩자가.처음으로 사랑스러워 보이는 순간. 최보람은 눈앞에 나타난 핸드폰 액정에..말없이 고개를 돌리고.. 난.권은형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채.. 그간 쌓였던 한을 모조리 풀어넣었다. "니가 나한테 뭘 잘못했길래 이러냐구...아무 잘못도 안했어..? 이래도..아무 잘못안했어....?" ".........." "말해봐!!!!!!!!이래도 발뺌할거냐구!!!!!" 그때였다.. 말없이 바닥위의 담배를 발로 지져밟던 권은형이.. 성큼.하고 악마년 눈앞으로 다가섰고.. 흠칫놀란 최보람은.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려버렸다. ...뭐야..이제와서 뭘 어쩌겠다구.. =_=^.... 천천히..놈이 다가오고있다.. 숨소리 한번 내지 않고..한쪽손을 교복주머니에 찔러넣고.. 그리곤..손에 잡힌 무언가를 아주 강하게 내던져버린다.. ... 저.주.받.을.첩.자.의.머.리.위.로. "아!!ㅠ_ㅠ.." 첩자는.머리통을 움켜쥐며 쉰소리를 내질렀고... 자신의 순간적인 행동에 당황한 권은형은 작은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은형아..화내지마..미안해..제발.." 돌변한 얼굴을 하고선.놈의 왼쪽손을 움켜잡는 최보람.. 난 한참 속시원한 웃음을 흘려대다가.. 바닥에 떨어진 낯익은 물건을 보고.조용히 몸을 숙였다. .......이거....... ..... 방금.권은형이 첩자 머리위로 내던진 물건.. 물건인건 좋은데..내던진것까진 괜찮은데.. 그런데.단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2년전 내가 놈과 교환한 머리핀이라는거.... 순간.산산조각낸 이름표가 머리속에 떠올랐고...나 이강순은. 아려오는 가슴을 단단히 닫은채.앙칼진 목소리로 따져물었다. "버렸다며?!?!머리핀 버렸다며!!!" "닥쳐라 좀..갖고와" "내꺼야!!내 물건 너한테 있는거 찝찝하고 불결해!!" 흥분한 나를 스윽 노려보곤. 강한 힘으로 손안의 머리핀을 낚아채가는 권은형. 그러더니..최보람의 어깨를 치며 단지 입구쪽으로 도망치려 하고 있다. 그리고.무슨깡이 솟아난건지.. 그동안의 복수라도 하고싶었던건지.. 못난 내 입은..스스로도 낯부끄런말을 지껄이고 말았다. "너 나 못잊었나본데!!!시간낭비하지마!!!!!지금 내가 제일 끔찍해하고 증오해하는게 권은형 너니까!!!" 말이없는 권은형의 뒷통수. 점점 벌겋게 달아오르는 나의 양쪽뺨-_- "못..알아들어?!인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구!!!!! 나 요즘 니 이름만 들어도 이빨이 달달달 떨리니까!!!!" .... 이빨이 달달달 이라니.. 이런 상황에 저런 코믹스런 말을 하다니..못살아..어쩜좋아.. ...... "평생 그래주길 바란다" "아니?!죽어서도 이럴꺼 같은데.어떡하니!!!!" "니 대가린 뭘로 만들었길래 죽어서도 돌아간대냐" "..하..기가막혀.." (솔직히.맞받아칠 말을 찾지 못했음.-_-) 나의 머리핀을 손에 쥔 권은형이..조금씩 작아져가면.. 더욱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드는 최보람. "미친년..." "뭐....뭐...!?" "뽀록내니깐 속 시원해.??그래.그럼 내가 아이구 미안하다.. 용서라도 빌줄 알았냐?!당황한 얼굴하구선 빌빌 길줄 알았어?!" "..인간맞니.너." "니년한테 그런소리 듣는거 기분 드러워. 발정난 암캐같은게.." ".....너..말다했어...?" "아니.다.안했어.니 입으루 까발린거.큰 실수였다고 뼈저리게 후회해라 대놓고 아주 그냥 콱 씹어줄테니까.." 나는 심한 쇼크로 인해 잠시 몸의 균형을 잃었고. 나이값 못하는 첩자는 두려운 표정으로 최보람을 흝어보았다. "하이튼 은형이 옆에 다시 붙어있다간 왼발도 뿌러트릴줄 알어.." "최보람!!!!!이게 진짜 너였어!??!!?그간 다 속인거야?! 동영이랑 광민이도 알아!?!?" "알아도 상관없어.난 누구처럼 왕따 먹진 않을테니까" "그래?!왕따 안먹어?!어디 보자!!응?!어디 보자구!!!!" 온 몸의 근육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눈앞의 악마년은.지나치리 만큼 태연했다. 이런일을 매우 많이 겪어본듯..아주 노련한 표정으로..코웃음을 쳐댔다.. "내 친구들두 나 이러는거 알어.난 니년처럼 인간관계 나뻐서 왕따먹을 일은 없어.동영이랑 광민이.?말해.나 꿀릴꺼 없어. 욕 먹어서 한귀로 흘리면 그만이야.넌 범인 밝힌게 큰 실수였다는것 만 알어..가만 있음 중간이라도 갔지..쯧.." "..대신 넌 니가 젤 좋아하는 권은형을 잃었지.." "잃어버린건 다시 찾는거야. 넌 니 물건 잃어버리면 그걸로 끝이지?하긴 니가 누군데.이강순인데" "최악이다..너....말이 안나온다..하..." "말 안나오면 평생 입다물구 살어.니가 지껄이는 말 듣고 싶지도 않아. 그리구 아저씨." 너무 화가나서..눈물까지 글썽이는 나를 한껏 비웃어주곤. 첩자의 얼굴에 자신의 면상을 들이미는 최보람. "응..=0=..." "간에 붙었다 쓸개붙었다.다큰 어른이 그럼 안돼죠.이참에 아예 원조해봐요.이강순 딴건 몰라도 꼬리치는거 하난 되게 잘할껄요.?" "너..버릇없이..부모가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야!!!-0-" "우리 부모님 안계신데요?" "..하..-0-.." 황당해하는 첩자를 위아래로 흝어보더니.. 은형이가 사라진쪽으로 몸을 돌리는 최보람.. 나는 저 밑에서부터 끓어오른 분노에.힘찬 복수를 담아 소리를 내질렀고.. "최보람!!!너 나중에 분명 후회하게 될꺼다!!!그딴짓 하고 끝에 잘되는 사람 없으니까!!!!!!!!!지켜본다!!!!!나도 똑같이 해줄꺼야!!!!" 눈물섞인 나의 고함에.최보람은..가운데 손가락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아주 빠르게..멀어져버렸다.. 그리고..분노를 이기지 못한채..바닥에 주저앉아버린 힘없는 약자.. 펑펑 눈물쏟는 약자를..조심스레 위로하는 첩자.. 약자와 첩자라.. 정말..어울리지 않는 한쌍이구나..... "울지마...뭐 저런기집년이 다 있다냐.. 내가 나중에 혼내줄께.." "으으.....으으으으...." 목구멍이 꽉 막혀버린 까닭에.나는 신음에 가까운 울음을 힘겹게 흘려댔고.. 내 속을 알리없는 첩자는..말도 안되는 얘기로 내 가슴을 조여왔다.. "쟤보다 니가 더 이뻐..괜찮아...그리구 그 남자애두 니가 더 좋대잖어 ...." "으어어엉..어어어어어..으으" "그나저나 요즘 애들 참 무섭다..정말 무서워..." 그 무서운 아이의 무서운 계획에 동참했던게 누군데!!!!!!!! 할수만 있다면 정말 죽여버리고 싶다.. 최보람..최보람..최보람.. 손가락만하게 만들어서..다친 발로 힘껏 밟아주고 싶은심정. 그렇게 경비아저씨가 달려와 나의 몸을 일으켜줄때까지.. 발작에 가까운 울부짖음이 아파트 단지안을 가득 메워버리고.. 돌아오는 버스안. 쫓겨나다시피 버스안으로 밀려온 나..초등학생들이 버글버글한 버스. 대략 열댓명은 되보이는듯...지금 소풍기간인가.. ..후.. 첩자는 아줌마의 전화를 받고 허둥지둥 집으로 가버렸고.. 덕분에 그나마 진정된 마음으로..추하게 부운 두 눈에 가만히 손을 갖다 댔다. 여지껏 살아오며 당한 배신중 가장큰 배신이다. 게다가..그 배신을 저지른 추악한 여자는.. 되려 당당한 얼굴로 나를 몰아세운다.. 더욱 큰 궁지안에.. 배신...배신이라.. ...그럼 난.여지껏 살아오며..그 누구도..배신한적이 없었던가. 순간...나무뒤 최보람의 질문에..힘없이 "그래.." 라 대답했던 권은형이 떠올라버렸고... 그와 동시에 배신이란..단어가..함께 떠올라버렸다.. 엄밀히 따지자면.. ..나도....나도.... "야!!!!" ".......????" "너 여기서 뭐해.어디갔다와!?" -0-... 낯익은 스포츠 머리가 어른거린다 했더니.. 한참전부터 내 앞좌석에 앉아있었던 강윤언니.. 난 멍하니 언니의 얼굴을 보았고.. "너 얼굴이 왜그래!!터졌어?!" "..아니..언닌..어디갔다와..?" "나 성남갔다오지!!!그 새끼들 잡으러 성인고 앞에서 3시간동안 죽때리구 있었는데.!야.그런애들 없댄다.~!" 휴.......없구말구요..... 그게 누가 지어낸 거짓말인데요.. 없구말구요... 한숨쉬는 나를 의아한듯 보더니만.이내 밝은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치는 언니. "맞다.우리 후배들한테 인사해!!나랑같이 성남갔던 애들인데. 얘들아.얘가 내 동생이야.이쁘지??" ... .-0-.... 언니의 밝은 외침에.. 열댓명의 초등학생이..동시에..아주..커다란 목소리로.. 천진난만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왜..몰랐을까.. 버스안을 가득 메운 이 아이들이..태권도 도복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왜..몰랐을까.. "근데.강윤이 누나랑 안닮었어!!" "응.나랑 안닮았어.쟤 임신했을때 우리 엄마가 험한일을 많이했거든." "누나 동생이 더 이뻐!!" "이게..!!!!!" "근데 누나.아까 내가 그 고등학교 앞에서 소리 질렀을때 좀 멋있었 지?!" "뭐...강순이 괴롭힌놈들 다나와!!! 이거..?" "응." "아니야.좀더 크게 소리쳤어야지.그리고 표정은 쫄아있었잖어" "아니야!!!누난 아무말도 못했잖어!!" 하..... 그래.....당신은....이 순수한 아이들을 데리고 ... 성남을 갔었단 말이오.... 게다가....내 이름까지 소리쳐부르게 시켰단말이오.. 정말이지.. 지금같아선..창문밖에 몸을 휙 던져버리고 싶다.. 그러나..방긋 웃는 초등학생들을 보며..참고..또..참고.. 아주 다행스럽게도..무사히 집앞에 도착할수있었다.. 그놈들을 꼭 찾아내고 말꺼라는 언니와 함께. 아직도 최보람을 착한아이라 굳게 믿고있는 언니와 함께.. ....휴.... [65] 오늘은 두편만 올립니다 궁금해 하시는분들 정말 많은데.죄송하구요ㅠㅠ 인제 날이 밝아 해가 뜨면. 떨리는 싸인회가 있습니다.ㅠㅠ.전 자야한답니다.안그래도 나쁜피부. 빨리 수면을 취해야지.흑.ㅠㅠ. 새삼스레 막 떨려요..절 구해주세요. -------------------------------------------------------------------- 다음날 12시 30분경. "진짜야!?????그럼 최보람 그년두 인정했어!???응?!!!!" 여기는 학교 건물뒤. 어제 있었던 일을 싸그리 다 전해들은 화진이가. 환희에 찬 비명을 질러댔고..나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애꿏은 잡초를 마구 뜯어댔다. "근데..승현이 오늘도 안왔네..오늘 승현이 생일인데... ..미역국은 먹었을까..." "꺄악!!꺄악!!니들 다 죽었어!!!! 넌 좋지두 않어!?너 인제 왕따 탈출이야 !!!!!ㅠ0ㅠ!!!!" "...집에도 오지 말라고 하구...뭔가 있는데.. 난 절대 못오게 하네.승현인.나 아직..낯선가봐..그치..?" "빨랑 가서 오해 벗기자!!!일루와!!!!" 쾡한 얼굴의 나를 꽈악 붙들고선.무시무시한 속도로 학교 건물안에 들어와버린 화진이. 그러더니만.발가락 뿌러진 나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계단을 두세개씩 오르기 시작한다. "나 발 아파!!!!!!" "야.니들 잘들어!!!!" 이미.교실 앞문에 당도한 화진이. 맛좋게 점심을 먹는 아이들을 뿌듯한 얼굴로 뚫어져라 봐주는 화진이. ... 젓가락을 입안에 가져가던 미영이가..띠껍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 다보고. "밥맛떨어지게.." "넌 조용히해!!!니들 잘들어!!!다 밝혀졌다!! 다모임에 올라온 강순이 원조교제사건!!!!용덕고 최보람이 싸그리 지어낸일이라는거!!다 밝혀졌어!!!" .... 나보다 더 기뻐하며..자신의 쌓아온 이미지는 전혀 생각지 않고.. 간간히 삑사리까지 내가며..그간 오해를 한방에 풀어버린 화진이. "..뭐야..재밌냐..?" 아이들 모두가 어벙벙해 있는 가운데.코웃음을 치며 미영이가 말했고.. 전혀 굴하지 않는 화진인..너그러운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이럴수가.. "못믿겠니?용덕고 니 친구한테 물어봐.그 기집애두 지 입으루 인정했 으니까!!왜냐구!?아직두 이해안가지!똑똑히 들어!그 아저씨가 하필 !!!!" 잠깐.우리 아빠 친구라고 하지마!!!!!! 안돼...... 안돼.... "강순이네 아빠 친구였댄다!!!그래서 모조리 다 걸렸댄다!!최보람이.권 은형을 좋아해서.꾸민일이란다!알았냐?!이래도 못믿겠어!?!" ㅠ_ㅠ.... 모든말을 마치고.허리춤에 손을 얹은채 씩씩대는 화진이.. 아이들이 하나둘씩 술렁이고.. ..미영이는..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진..짜야...?" "그래!!!니가 확인해봐!!!!!용덕고에 전화해보라구!!!!!!!" "........" 아이들은..울상이 된 얼굴로..어떡해..어떡해..를 연발했고.. 잠시후..여기저기서.. 미안해.강순아..라는 말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자존심이 강한 미영이만이..창가쪽으로 시선을 외면해버리고.. 끈질긴 화진이는 악착같이 그녀를 재촉하고.. "넌 왜 미안하다구 안해!?응?!야!니가 젤 잘못했잖아!!!!!!" "..........." "뭐!?강순이가 돈많은 남자 꼬시는게 취미야!?! 그런말은 잘도 해놓고.미안하단말은 안나오니!?!? ".........." "니네들 다 그러는게 아니야!!!강순이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조금이라도 헤아려봤니!?응?!" .. 화진인..그간 정말 많은 한이 쌓여있었나보다.. 이 상황을..즐기고 있었다..-_-.. 국사 선생님이 그녀의 어깨를 나무막대기로 내려치기 전까지말이다. "넌 또 설쳐 또!!!!!!" "아야!!." "들어가!!!!" "네..아참!선생님.원조 교제 그거 강순이가 한거 아니란거 다 밝혀졌어 요!교무실에 소문내주세요!" "그래!?!?!?" "네!용덕고 최보람이 한거에요.아마 잘은 몰라도.강순아 걔 몇반이니?!" ....-_-.... "하이튼 걔 용덕고에서 유명하니까 최보람 하면 딱 알꺼에요. 걔가 다 꾸민짓이니까.그 학교 교장선생님께 알려주세요" "오호..그랬단 말이야....세상에...왜 그런짓을 했대" 그때부터.십분간.모든 상황을 장엄하게 늘어놓는 화진이. 그 첩자가 우리 아빠의 친구라는 말도.결코 빼놓진 않았다. .... 좀더 자세한 상황을 전해들은 아이들은..한때 나를 욕했던것처럼.. 용덕고의 최보람을 마구 씹어댔고.. 뿌듯한 표정의 화진인..허리를 곧게 핀채 승현이의 자리에 앉아버렸다. 즉.나의 옆자리에.. "아후.진짜 백년묵은 체중이 다 내려가는거 같애.살것같다 진짜" "그래...^-^.." "참!동영이한테 일러줘야지.씨.최보람도 왕따만들어버려야지." 재빨리 나의 핸드폰에서 동영이 전화번호를 입수한 화진이가.. 술렁이는 교실을 틈타..재빨리 전화를 걸고.. 나는 책상위에 엎드린채..승현이의 책상을 쓰다듬었다.. 그래도..일주일동안 일한 아르바이트 비 있으니까.. ...케익이라도 사들고 가야지.. 오지말래도 가야지...환하게..밝게 축하해줘야지.. "여보세요??" 조심스레..첫마디를 꺼내는 화진이.. 그리고.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동영이의 목소리. "헬로우 짭짭!!!!" "..나야.나." "여자다!!!!!누구야!?!?" "여자가 그렇게 많아.?누군지 몰라?" "돈벌레만 아니면 돼!!누구야!!!" "야!!!!너 말 다했어!!!! "아악!!!!!!" 뚜.....뚜.....뚜...뚜.... 나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화진이를 감싸주었고.. 그녀는..멍한 충격에..끊긴 핸드폰을 가만히 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가 교실앞문을 두들기고..이상한 예감에 번쩍 몸을 일으켰을때.. 나를 멍하게 만들어버린 여자..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다급히 선생님을 부르는 여자.. 정혜미 외과의 원장.. 승현이네 엄마... "..네..무슨일이세요..?" "여기.이강순 학생 있나요?!" "...네...누구.." "박승현 학생 엄마되는 사람인데요.잠깐 강순이 학생좀 데려갈수 있을까요!?" "..무슨..일로..ㅇ_ㅇ..?" "승현이가 많이 힘듭니다.아이들 많은곳에서 할얘긴 아니구요.갔다와서 설명 드릴께요.부탁합니다!!" "...아.." 한문선생님이 의심쩍은 얼굴로 아줌마를 바라볼때. 난 이미 아줌마 옆에 붙어 눈물을 떨구어내고 있었다. "아줌마.승현이 왜요!!승현이 왜요!!!승현이 더 아파요!!? "...내려가서 얘기하자.." 반갑다는듯. 양손을 마주잡고.. 목발짚은 나를 계단 아래로 부축해주는 아줌마.. 교실안에선..미영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몇몇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학교 후문뒤에 세워져있는 승현이네 하얀차. 운전석엔.심각한 표정의 기사아저씨가 있고.. 뒷좌석엔..입을 쩍 벌린채 마구 울어대는 승현이 동생 주현이가 있다. "...아줌마.....승현이.........승현이...괜찮죠.. 오늘 승현이 생일이잖아요..아무일 없는거죠..그쵸..." "..일단..타.." "....죽는거 아니죠!!!!!!!" "그것보다...더...심각해......" "심각하다니요!?!?!뭐가요!?!!!!" 흥분해버렸다.. 버릇없이..이런 말투로 소리치다니.. 침착한 아줌마는..나의 목발을 들어다 트렁크에 싣고.. 이내 눈물투성이의 이강순을 조용히 뒷좌석안에 밀어넣었다. 그리고.. 차는 출발했다.. ..승현이가 있는곳으로.. 죽음보다 더 심각한것.....그런게...어딨어........... "엉엉엉 ㅠ0ㅠ !!!오빠!!!오빠!!!!오빠!!!!!" 허스키한 목소리를 마구 쥐어짜내는 주현이.. 빽미러로 비친 승현이네 엄마는..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기사아저씨 역시..말한마디 없이.. 거칠게..차를 몰고있었다.. 승현이가..있는곳으로... [66] "으어엉.오빠 ㅠ0ㅠ 오빠!!!!!!!!" "승현이..어떻게 된거야...죽는거 아니지...그건 아니지..." 창문에 머리를 쾅쾅 박으며 울어대던 주현이가.. 가늘게 떨리는 나의 물음에..더욱더 큰소리로 눈물을 쏟아낸다.. "으어어어엉" "말을 해봐..응..?뭐라고 말을 해봐..." "오빠..안돼...죽으면 안돼..우리가 잘못했어....으..미안해.. 우리가 미안해..." "대체 무슨말이야!!!" 답답한 마음에.고함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러버렸고.. 이에.눈물을 멈춘뒤 나를 쓰윽 노려보는 주현이. 금방이라도 터질것같은 하복을 입고서.. 위태위태한 동작으로 두 눈을 마구 비빈다.그러더니 "엄마.......이 재수탱이 쫓아내.." "철없이 굴지마 박주현" "나 얘 싫단말이야!!!!!!" "말 똑바로 안해?!너 상황분간도 못하니?!" "이씨.....오빠아........ㅠ0ㅠ...." "..후...강순..아...." 드디어..진정을 되찾은 승현이네 엄마가.. 본래의 목소리로 조심스레 나에게 말을 건넸고.. 난 초조한 나머지 왼쪽 무릎을 꽈악 비틀며..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승현이..가..어젯밤에 케익을 사왔어..열시쯤 되서.. 아픈몸 이끌고 나가..케익을 하나 사왔어.." "........" "초를 열여덟개 꼽더니..나랑 주현이 아빠를 부르더라.." ".오늘이..생..일이니까요..." 이 잔인한 가족들이.어떻게 행동했을지 조금씩 짐작이 가버린 난.. 무너지는 심정을 억지로 추스리며 조용히 대답했고.. "...그런데..나랑 얘 아빠 둘다..주현이 성적표때문에 흥분한 상태였 기에..승현이가 부르는걸 건성으로 넘겨버렸어.. 주현이가 37등을 했거든..." ..그래..흥분할만 하군요... 판사와 의사 딸에게서 그런 등수가 나왔으니... 흥분할수 밖에요..그래서..하나뿐인 아들 생일을 건성으로 넘기셨군요.. 그리고..나의 증오섞인 예상을 단 한마디로 깨버리는 아줌마. "너무 기뻤거든..얘가 그런 등수를 맞은건 처음이였으니까.. 얘 아빠는 또 좋다고 선물로 강아질 사다주고.." 37등을 해서..선물을 사다주셨다구요..? 하..설마..지금 날 놀리는거겠지... 무겁게 가라앉은 엄마의 말에 냅다 소리를 치는 주현이. "그걸 왜 말해!!!!!!얘가 나 우습게 보잖어!!!!" "그럼 니가 안우습니!?!?" "..오빠아..ㅠ0ㅠ.."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주현인..궁지에 몰릴때마다 오빠를 찾는다.. 어찌됐든..난 이 황당한 얘기에 다시 귀를 기울였고.. "승현인 다시 조용히 방에 들어가고..나랑 얘 아빠는 제발 문좀 열라고 소리도 치고..애원도하고..근데 절대 문을 안열더라..저 철딱서니 없는 기집애는 선물로 받은 강아지랑 새벽내내 뒹굴어대고..다음날 아침에..승현이 방이 활짝 열어져있는데 ..." ".........." "승현인 새벽에 이미 집을 나가버린 뒤였고.. 그놈 침대위에..다 녹아버린 케익이랑..작은 종이가 한장 남겨져있었 어.." "종이에..글씨..써있었나요..." "나..먼저간다.." "그렇게..써있었다구요.." "........" 대답대신 작은 흐느낌을 들려주는 아줌마. 난 어처구니없음에..슬퍼하는것도 잊은채..피식피식 웃음만 터트렸고.. 잔인한 아줌마는 기사가 건네준 핸드폰을 재빨리 귀에 가져댄다. "어!!찾았니?!그래?! 확실해?!승현이래?아무이상 없다지?!" "승현이래요!?!?승현이 찾았대요!?" "그래.어딘지 알것같다..백화점 맞은편 말하는거지.. 고맙다..그래..그래..." 이미 끊어진 핸드폰을 가슴에 감싸안고..조용히 눈물을 떨구어내는 아줌마. 나는 들리지 않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쉬지않고 빽빽 울부짖던 주현이가. 이번엔 고막이 터져나갈정도로 큰소리를 쳐댄다. "오빠 어딨대!!!!!오빠 괜찮대!?!?!?엄마!!!!오빠 괜찮대!?!?!?" "너 조용히 못해!?!?" "왜 나한테 화내!?오빠 괜찮냐구!!!!" "그래!!괜찮대!!혜진이랑 같이 있댄다!!!" "누구.그 귀여운척?!재수 덩어리루 없는애!?왜 걔랑 같이있대?!" "한마디만 더해.내다던질꺼야." ".....이씨..오빠아..ㅠ0ㅠ......" 난 방금전 아줌마의 입에서 나온 혜진이란 이름에.. 멍청한 얼굴로 주현이의 늠름한 옆모습을 응시하고.. 기사아저씨는.신이 난듯.톨게이트 쪽으로 차를 슝슝 몰고 있었다. 나 먼저간다.. 라는 말하고..고작 찾아간데가..혜진이였어..? 여우상 친구.?.결국엔 그애였던거야...? 니가 힘들때..죽고싶을때..아무런 거리낌없이 기댈수 있는건... 그 아이 하나였던거야...? 나는..?..나는..너한테 뭐야..승현아.. "근데 그거 오빠가 잘못한거잖아!!! 우리집은 생일 음력으루 하는데 혼자 쇼한거아니야!!!!" "너 진짜 말 그렇게 하지.너 오빠 아파서 드러누웠을때 괜찮냐고 위로는 해봤어?!머리가 나쁘면.맘이라도 착하던가!!" "-0-..나 내려!!!!!이 집에서 안살아!!!!" "아저씨.차 세워줘요" 심각해있는 나와.전혀 다른분위기로 흘러가는 차안의 모녀. 당황한 아저씨가 차를 세우고.. 아줌마는 냉랭한 표정을 한채 주현이를 노려본다. "내려" "못내릴줄 알어!!!!" "아니.내릴꺼 알어.그러니까 빨랑 내려" "나 인제부터 37등 다신 안할꺼고.밥도 하루에 여섯끼 먹을거고 학교도 맨날 지각할꺼고.담배도 필꺼고.엄마 병원 망하라고 기도할 꺼야!!!!!" "그래.기도 열심히 해.넌 기도도 잘 안하잖니" "오빠!!!!ㅠ0ㅠ" 이번에도 역시 오빠를 외쳐대며.. 차문을 벌컥 여는 주현이.말리려는 나의 손을 아주 억세게 뿌리치곤. 톨게이트 바로 앞에서 대책없이 내려버린 주현이.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듯 차를 출발시키는 아줌마. 이제야...알것같다. 승현이가..왜 엄마와 여동생을 끔찍할만큼 싫어했는지... "그 멍청한 놈..후...다행이다..정말..다행이야..아무일없으니까.. ...다행이야.." 환하게 웃는 아줌마의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승현이가 한번도 듣지 못했을 어린아이같은 목소리로..엉엉..울음을 터트 리셨다. ... 흥분으로 가득찬 자동차가. 명동의 한 쇼핑타운 앞에 도착할때까지.. [67] '또각또각' 힐을 신은 아줌마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재빨리 그 뒤를 따르는 나 이강순. 혜진이랑 같이 있다.. 그것만은 각오하자..그리고 이해하려 노력하자.. 승현이는 지금 아프니까..화나지 않은 표정으로..따뜻히 감싸주려 노력하자.. 승현이는..아프다..몸도 마음도.. ..아주 많이..아프다.. "..여기..다.." 무슨정신으로 이곳까지 따라왔는지.. 정신을 차렸을때.난 이미 오층짜리 건물안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였고..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패닉이라는 커피숍앞에서 동작을 멈춘 상태였다. 커다란 유리문 사이로..맞은편에 위치한 카운터가 보이고.. 아줌마는.흥분한듯 거친숨을 내쉬며..문을 당긴다. 그러더니.. 그러더니.... "승현아!!!!!!!어딨어!!!!!!!!" -0-... 화들짝 놀란 종업원이..아줌마 쪽으로 쪼르르 달려오고.. 말리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은채..구석구석을 향해 반복외침을 하는 아줌마. "나와!!!!!나와 이 못난놈아!!!!!!" "이러시면 안되거든요.찾는사람이 누군지 말씀해주세요." "나와!!!!!못난놈아!!!!" "아줌마.ㅠ_ㅠ.찾는 사람이 누군지..." 그때였다. 환희와.분노와.슬픔과. 하여튼 세가지의 복잡한 감정이 믹스된 아줌마의 환호성이 터져나온건.. "박승현!!!!!!" 나는 소리가 들려온곳을 향해 미친듯 뛰기 시작했고.. 이내 커피숍의 맨 오른쪽 구석에 당도할수 있었다.. 하아....하아... 흐르는 땀을 닦으며..두 눈을 커다랗게 떠보였을때.. ... 짜악_!!! .....-0-... ...-0-... 테이블위 케익앞에 멀뚱히 앉아있는 승현이 뺨을.망설임없이 내려쳐버 린아줌마. 한눈에 척 봐도..안쓰럽게 말라버린 승현인..고개를 까딱하며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지금 내 눈에 굉장히 거슬려오는 여우상의 친구 혜진인..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채 천사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먼저 간다며!!!고작 간다는데가 여기였어!? 죽을것처럼 하고 온데가 여기야!?!?" "........." "니가 남자야!?니가 그러고도 사내새끼야!!내 배로 낳은 자식 맞니!?" "..나도 엄마배에서 난 자식 하기 싫어." "가족들 생각은 조금도 안해!?!?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해!!!!" 도착하기전 차에선 그렇게 울어놓고..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승현이를 아프게 만드는 아줌마.. 그리고..가방을 챙겨든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승현이.. 나에겐.아직..눈길조차 주지 않은 상태.. "엄만 화만 낼줄 알지.울줄 모르지. 엄만 나한테 소리질줄만 알지..위로할줄 모르지.. 내가 아픈거.슬픈거.힘든거. 보고 싶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지.." "그래!!!!!!!" ...거짓말...아깐 그렇게 울었으면서.. 7살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으면서.. "그러니까..엄마..내 엄마 하지마..." "...뭐가 어째!!!" "죽을때..엄마 옆에 있으면 지옥갈거 같애서..혼자 아무도 모르는데 가서 죽을려구 집 나온거야....그 집에서 죽으면..지옥갈거 같애서.." "너 주현이보다 더 어려.." "엄마도 나 버렸으니까.나도 엄마 버릴게." 빛을 잃어버린 쾡한 눈으로..천천히 아줌마를 내려보는 승현이.. 그리고..이번엔..나를 본다.. 펑펑 울고있는..바보같은 여자친구를 본다.. "나...잊어....솔직히..더이상 웃어줄 자신이 없어... 그냥..혼자 갈게..미안해..." "........." "....." 승현이가 한발자국씩 멀어져갈때 .. 승현이를 부르는 내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져갔고.. 케익을 들고와 그아일 축하해주던 혜진인.. 다급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뒤를 따랐다.. 그렇게..승현이가..문밖으로 사라져버리려는 순간. ... 무언가를 중얼중얼 거리던 아줌마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듯... 두 주먹을 불끈쥐고..승현이의 발목을 잡았다.. 커다란 목소리로..천사의 발을 잡았다.. "너 안죽어!!!!!!!!!!!!!!!" 갑작스러운 아줌마의 말에.아주 잠깐동안 걸음을 멈추었다가.. 망설임없이 문을 미는 승현이.. 그리고..다급하게 말을 잇는 아줌마.. "너 폐암아냐!!!!!!!박승현!!!!! 너 아픈데 아무데도 없어!!여지껏.....엄마랑.....아빠랑... 주현이가..너 속였어...내일쯤 말하려구 했는데.... .....미안해.아들..." .........? 잠깐만요.아줌마.지금..뭐라구요...? 울다 멈춘 우스꽝스러운 얼굴로..아줌마를 보면... 그녀는 아랫입술을 꾸욱 문채..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 사이.점점 가까워오는 그녀의 아들. 부록으로 옆에 달린 혜진이. "다시..말해봐..."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안했어..니가 너무 심각해서.. 밝히기가 무서웠어..주현이가..오빠 하루에 담배 두갑넘게 핀다길래.! 그리구 엄만 폐암이라고 했지.죽는단 얘기 안했다.너 혼자 사진보고 멋대로 추측한거잖아." "계속 웃겨봐....." "나랑 주현이랑..박승현 곯려준다는 심보로..저지른 짓이야... 말하려구 했는데..말하면 너 또 줄담배 펴댈거 같아서.. 차마 못했어..." "그럼 그 사진은...." "니꺼 아냐." "그럼 아빠는" "첨엔 펄쩍펄쩍 뛰다가.니 건강상을 이유로 드니까..승낙했어.. 그리구 니 생일은 다음달 3일이다..음력 양력 구분 못하는 멍청한 아들아." "그럼..나 지금 왜 아파...?왜..이렇게 말랐어..." "그거야..삼일동안 밥을 안먹었으니까.." =_=..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비틀대며 쇼파위에 주저앉아버렸고.. 넋나간 얼굴로 반쯤 없어진 케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잠시후. 승현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가여운 커피숍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 악마들!!!!!!!!이 생각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더러운 악마들!!!! 일주일 있다 말할려구 했다구!!!?!남의 사진을 보여주고!!! 일주일 있다 말할려구 했다구!!!!나는 다 죽어가는데!!! 그 상황을 즐겼다구!!!!" "즐긴적 없어!!!너 담배 안피고 꼬박꼬박 집에 들어오니까!! 조금 더 그 행복 누릴려고 입다문거 뿐야!!그리고 엄마가 너 죽는댔니!?멋대로 시나리오 쓴건 너잖아!!" "경찰에 신고해버릴꺼야!!!!!!" -0-.. 환희에 차서.목을 부둥켜 앉는 혜진일 바닥에 밀어내곤.. 커피숍 밖으로 달려나가버린 승현이..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뒤따라나가는 아줌마.. 그리고.지금에야 모든상황이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된 나는.. 미친듯 날뛰는 혜진이와 철썩 끌어안은채 환성을 질러댔다. "꺄아악!!!!!!!!!!" "꺄아아악!!!!!!!!!!!" "어머.뭐야!?너 이강순이잖아!?" "꺄아아악!!!" 지금 심정으론.니가 설령 최보람이라 할지라도.찐하게 뽀뽀도 해줄 수있다.ㅠ_ㅠ!! 이런 내 심정과는 많이 빗나간건지..정색을 하고선 나를 밀어내는 혜진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ㅠ_ㅠ 승현이가 안죽는다!!!!!!!! 그간 흘려댄 눈물이 가엾긴 하지만....하지만... 승현이가 안죽는다!!!!!!!!! 난 쇼파위 쿠션에 얼굴을 비비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믿어지지 않음에 내 왼쪽볼을 힘차게 비틀었다.. 꿈이 아냐.환상이 아냐. 이제 벌 받는거 끝이 난거야!!!!! 만세!!!!만세!!!!!! 잠시후. 1시간가량.도로변에서 험악한 말싸움을 벌이던 모자가.. 기사아저씨와 주위사람들의 합작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차안에 구겨지듯 들어오고.. 나 역시 얼빠진 멍청한 얼굴을 한채 차안에 들어오고.. "아이구 진짜..혼났네 혼났어... 사모님.출발할게요" "그래도 그렇지 엄마한테 뭐?!!평생 저주한다구!? 니가 제정신이야!?응?!?!" "출발합니다아!!!!" 경쾌한 아저씨 목소리와 함께. 수원을 향해 방향을 트는 자동차.. 난 그간 겪었던 온갖 설움과 고통을 떠올라.북받친 감정에 눈물을 질질 흘려댔고.. 아직도 씩씩대고 있는 승현이는..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앞좌석을 발로 뻥뻥 차대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것을 하나 추가한다면.. 승현이의 작은 입은 무시무시한 저주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쾡하게 말라있던 두 눈은.. 눈부실만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랫동안 볼수 없었던 티 하나 없는 맑은빛으로.. [68] 지금 난.온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꺼멓게 보이던 아줌마의 머리가.밝은 갈색이였다는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기사아저씨가 조지클루니와 굉장히 닮아있다는 사실도 이제야 알게되었 고.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껴있었다는것도 지금에야 알게되었다. 말그대로. 얼마동안 까맣게 닫아두었던 모든것들이 제정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ㅠ_ㅠ!!!!!!! 이런 내맘을 아는지.모르는지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는 승현이. "쪽팔려.서울애들한테 다 폐암이라고 말했는데. 나 지금 얼굴 빨개졌어.쪽팔려.." "주현이 너무 때리지마.걔도 오늘 너 집나갔다고 무지 걱정했어.. 하도 시끄럽게 굴길래 오다 버렸지만." "더러운 코뿔소.죽었어.....진짜 제대로 죽었어......" 잔뜩 화가난 승현이의 모습에. 허허 웃으며 노래씨디를 트는 기사아저씨. 멋진 조지 클루니. ^ㅇ^ 그리고..승현이의 엄청난 시달림에..눈을 감고 잠자는척에 들어간 아줌마. 결국 이 차안을 맴돌고 있는건 씨디안의 담백한 노래가사인데.. .. 야속한 천사는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벌써..1시간이나 지났는데.. "..승현아.." ".....응...." "정말 다행이지...." "응......" "안기뻐!?!?" "기뻐....." "나좀 봐...어..?" "지금 니 얼굴 보기 무지 쪽팔려.." "....왜 쪽팔려!!너 무지 행복하잖아!!나도 그만큼 행복하단말야!! 우리 좋아해야되는거아냐!?지금 막 파티 벌여도 모자란거 아냐!?" "죽을것처럼 해놓고 안죽잖아!!" "바보야!!!!그게 왜 중요해!!!!!!그런걸 왜 신경써!!! 나 지금 얼마나 기쁜지 알어?!얼마나 좋은지 알어!!" "..응..알어..." 멋쩍은듯..고개를 돌리고..가방을 만지작대더니.. 이내..씨익 웃는 얼굴로 나를 마주봐준다. 그리고..지금 막 말라가는 눈물을..조심스레 닦아준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오는 승현이의 어깨...숨소리...얼굴....팔... 찰싹 붙어버린 우리 두사람은.. 서로를 보며 말없이 미소지었고.. 눈치를 챈 아줌마가 고개를 돌리려하면.. "어?자는줄 알았는데!!안잤네!!" 재빨리 선수를 쳐버리는 머리좋은 나의 승현이. 그리고 예상대로 다시 눈을감고 잠든 연기를 하는 아줌마. 후아>_< 이제.나에게 천국의 문이 열렸다. 길고 길었던 벌은 끝이 났고.. 원래대로 돌아온 천사가..내옆에 찰싹 붙어 밝게 웃어준다. 이젠.다시 행복해진다. "맞다!너 발 괜찮어?!" "응응.괜찮어.응응^-^" 그러고보니.내 발가락이 부러져있었던가. 잊고있었다.너무 기쁜 나머지 발에 감긴 붕대의 존재도 잊고있었다. 하얗게 돌아온 손으로..내 머리를 어루만지는 승현이.. 그 뒤로.아줌마의 눈에 심히 거슬렸을만한 포즈로.. 나는 천사옆에 한시간가량을 더 붙어있었고.. 이내.행복의 자동차가.♬ 아니.조지클루니가 운전하는 세상에서 젤 좋은 자동차가. 우리 동네의 입구에 멈춰섰을때.. 끙끙.앓는 소리를 내던 아줌마가 반갑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강순이 오늘 수고했다.잘 들어가구.아줌마 너무 야속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네.절대 안그래요^ㅇ^" "다른애들한테 절대 말하면 안돼...?" "네네.절대 안말해요!!!!" 벙실벙실. 얼굴 전체에 퍼진 바보스러운 웃음. 이런 나의 왼쪽뺨을.귀여워 죽겠다는듯 살짝 비트는 승현이. 그리곤.엄마를 향할땐 다시 차게 굳은 살벌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내가 애들한테 말할꺼야.엄마랑 코뿔소랑 다 짠거라고" "그래 니 맘대루 해.가족 망신 시키구 싶으면" "엄마네 병원 환자한테도 다 말할꺼야." "엄만 널 위해서 한거야.그런 연기 하는 내 맘두 편친 않았어!" 단호히 말하는 아줌마를 스윽 노려보더니..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는 승현이. 나는 사뿐사뿐.솜처럼 가벼운 목발을 땅에 내저은채 몸을 내렸고. "안녕히 가세요!!!!!" 기사아저씨와 아줌마에게 힘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자신의 손바닥에 쪽.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곤. 다시 그 손바닥을 내 입에 갖다대는 승현이. "..?" "마녀 있으니깐 이걸로 끝내.내일은.손바닥으로 안한다." "...응....." "올라갈수 있겠어.?" "응!!!!!" "응!!^-^ 이따 전화할께!!" "응_!잘들어가구.가서 삼일치 밥 많이먹구.주현이 넘 많이 구박하지말구" "싫어.코뿔소는 용서못해." 이렇게.한마디를 가지고 열마디로 부풀려.. 끝없는 대화를 나누자..열린 창문사이로 아줌마가 불평을 호소했다. -_- "박승현!!빨랑타!!주현이 삐졌단말야!!" "강순아.조심히 올라가!!!이따 전화 할께!!" 응.응!! 경박스러울정도로.고개를 마구 끄덕여대고.. 승현이가 못마땅한 얼굴로 올라탄 지상 최고의 자동차는. 경쾌한 속도로 멀어져가고 있었다. 야호!!! 잘가!!!조지클루니!!!어머님두 잘가시구요!! 승현아.밥 꼭 먹어야된다!!! 들릴리 없는 말을 속으로 몇번씩이나 되새겨놓고.. 너무도 행복한 목발질을 하며 재빨리 비탈길을 오른다^-^. ♬♬룰루라_룰루라.♬♬ 가자마자 화진이한테두 알려줘야지.무지 좋아할꺼야. 설겆이도 내가 다하고.. 빨래도 내가 다하고..청소도 다해야지!! 언니가 갖고싶어하던 스카프도 그냥 줘버려야지^-----^ 히. 5m터 앞에 집을 놓고..흥겹게 절뚝이고 있는데.. .... ....... 옆을 스쳐간 누군가의 얼굴에... 나의 머리와..나의 눈을 의심하며..걸음을 멈추었다.. 재빨리..뒤도 안돌아보고..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누군가의 뒷모습. 남자. 남자라면..어떤남자..? ...권은형..? ........ 지금 시간이 2시 20분... 그아인..무언가에 쫓기는듯..재빨리 내 옆을 스쳐갔고.. 난 깨름직한 예감을 훌훌 던진채.다시 바보스러운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집을 향해 덩실덩실 움직이는데..목발을 마구 저어가며..빠르게 도착했는데.. .... ........ 이게..뭐야...-0-... 문앞에 놓인 두개의 물건. 게다가..한눈에 확 띄일만큼 굉장히 크다.. 지금 마악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에..조금씩 젖기 시작한 그 무언가.. 하나는..목발이다.. 노란색 락카로 덧칠이 되있는 목발.. 한가지 눈에 띄는게 있다면..손잡이 부분에 하나씩 위치한 손톱만한 까만별. 스쳐가려는 예감을 놓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다른 물건을 집어들었다. 은색 종이로 포장되있다..안에 들어있는것은..굉장히 푹신한 느낌을 갖고있고.. 그리고..뜯겨진 포장사이로 모습을 드러낸건 컴퓨터 모니터만한 별인형. 까만 눈이 달린 노란 별인형.. 놓치지 않은 예감은..눈덩이처럼 점점 커져만갔고.. 나는..굵어진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으며..목발짚는것도 잊은채. 아주 빠르게..사라진 놈의 뒷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가쁜숨을 몰아쉬며...비에 젖은 땅을 절뚝대며 달렸다.. 그렇게..10분가량을 헤맸을까... ......... 동네입구에 놓인 작은 벤치.. 아까..세상에서 제일 멋진 자동차가 나를 내려준 바로 그장소.. 그위엔.. ....최보람만큼이나 증오스러운 권은형이 앉아있다.. 빗소리에 묻혀 잘 들리진 않았지만.. 아무표정 없는 얼굴로...땅을 향해 쉴새없이 중얼대고 있었다.. "권은형....." "........?" 이내.갑작스러운 나의 출현에 놀란듯..고개를 번쩍 드는 놈.. 하..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바짝 앞에 다가선 나.. "뭐냐?" "너지?" "또 또 지랄한다..." 깔보는듯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자리에서 일어나.. 동네입구쪽으로 도망치려는 놈.그러나.나는 놓치지 않고.. 흠뻑 젖은 그 아이의 옷깃을 꾸욱 잡아버렸다. "너 맞잖아!!!!" "안놔!????" 순간..확..풍겨온 술냄새.. 그아이의 몸에서..입에서..그리고 옷에서.. 비에 젖은 덕택에.그 냄새는 더욱더 강렬하게 코 끝을 찔러왔고.. "갖고가.." ".......뭘..." "집앞에 두고간거.갖고가!!!" "멍멍질 한다.놔.미친년아" "똑똑히 들어!!!!나 너한테 욕들을려고 사는거 아냐!!! 그리고.니 얼굴 보기 싫다고 벌써 몇번 말했어.부탁인데 눈앞에 나타나지마!!웃기지도 않는 미련 보이지마!!! 갖고가!!!!" "..............너....." "아니.듣고 싶지도 않아!!니 입에서 나오는 말 뻔하고 뻔하지. 됐고.나 지금 너무 행복해.승현이랑 정말정말 행복해. 그러니까.부탁이니까.더이상 나 힘들게 하지마. 화나게 하지마..." "..너.오늘...." "승현이 폐 안나쁘대!니 소원대로.죽을일은 절대 없을거래. 어떡하니!!!응?!" ....... ..... "앞으론.마주하는일 없게 하자..자꾸 껄끄럽게 이러지 말자.. 보기 안좋고..생각하기도 안좋고..무엇보다.. 너 정말 싫으니까.." 쉬지않고 말했다..숨한번 안쉬고.. 그리곤..흐르는 비에..눈물이 숨겨진것을 천번만번 감사하며.. 놈에게서 등을 돌렸다.. 무너진 모습 보이기싫어서.. 비틀대지 않으려 두다리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저벅..저벅.. 그렇게..뒤도 안돌아보고..비탈길을 올랐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잔인한 놈을 남겨두고.... 집안으로 들어와버렸다.. 정말 어리석은건... 놈이 두고간 물건을 들고와버렸다는거지만..... ..... 기뻐서... "다녀왔습니다!!!" 라고 인사하게 될줄 알았는데..난데없는 은형이의 출현에.. 그럴수가 없었다.. 눈물을 들키지 않기위해..화장실안으로 도망치듯 숨어버렸다.. 승현이..안죽는데.. 이제 행복을 찾았는데..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뻤는데.. ....이상하지.. 그토록 증오하던 권은형의 술취한 모습에.. 화장실 바닥에 무너지듯 주저앉아버리다니.... 그리고서 눈을 감는데.. . 잘못들었을지도 모를..환청이..이번엔 내 귀를 울려온다.. 방금전..빗속에서 중얼대던 놈이 목소리가.. 내 모든 생각을 마비시켜온다..... 너.....오늘.....무슨날인지 알아.......... ......너.....오늘......무슨날인지 알아..... 너 오늘..무슨날인지 알아.. ... 오늘은... 권은형과 내가 만난지.. 정확히 천일째 되는 날............. [69] 은형이의 일기. 고등학교 입학식 3일전에. 자꾸 헛기침이 나오길래 그 안에서 피도 섞여나오길래.내가 젤 싫어하는 병원엘 갔고...내 폐안에 작은 암세포가 있다는걸 알게됐다 아빠 뒤집어지고.바로 입원해서 수술하고... 그때부터 망가져왔다.. 그냥..미친듯이 망가졌다.. 이강순 앞에서만 웃었다..그렇게 반개월을 양아치 짓 하다가. 새로 온 용덕고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본래 내 모습을 찾았다.양아 치 짓이야 멈추진 않았지만.하하. 그리고.잊고있었다.아빠와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니긴 했지만. 이제 다 낳았다는 의사의 말에..폐같은건 그냥 잊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오다.한달전쯤에..싸움질 하다가 주먹뼈 뿌러져서..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강순이네 학교 앞에 찾아갔다. 근데 어쩌다 눈앞에 박승현놈을 봤고. 목적은 그게 아닌데 눈이 확 뒤집히는 바람에 싫어하는 강순이 입에 키스를 해버렸다. 화내는 강순이.. 사진찍으러 가쟤도 마냥 싫댄다.. 내가 병신이지...강순이가 싫어하는 양아치 짓 또 해버렸지... ..휴..그날은 그냥..삐진 강순이네 집앞에서 6시간 정도 날밤 까다가.. 알바땜에 포기하고 집에왔다. 그리고..다음날..엑스레이 사진찍으러 박승현 엄마가 하는 병원엘 찾아갔다.강순이랑 같이 가고 싶었는데. 가기전에..우리 강순이한테..미안하다고 문자 두개 보내놓고.. 사랑한다고 보내놓고..전화도 몇십통을 했는지..그 기집애는 받을 생각도 않고.. 그래서 거기서 박승현 그놈 만나면..한번 갈궈나 볼라고.했더니만 놈은 없고..더럽게 슬픈 소식이 날 기다리구 있대.. 폐암이 재발했다고... 사진찍다 우연히 발견한 그 종양이..결국엔 날 죽게 만든댄다.. "편평세포암종.수술 했었다구요?" "네.다 낳았다구 그랬어요!!다시 찍어봐요.잘못 나온거에요~!" "재발입니다.잘라낸 오른쪽 폐를 제외한 곳에서 재발되었네요. 기침이 굉장히 잦지 않았나요?본인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요?" 박승현놈 엄마가..심각하게 말하는데.. 머리가 텅텅..멍해졌다.그냥..기침 나오면 그러려니 했는데 니가..폐암이였냐.? 하..미치는 일이네.. "사진에 보이죠.?팔센치쯤..되보이네요. 일단 부모님께 알리구요... 1개월쯤 있으면..본격적으로 힘들어질테니까..입원수속 밟으시구요. 아는 병원 소개시켜드릴게요" 짜증나게..하필 이 아줌마네 병원 와가지고.. 그냥..그땐 눈물도 안나왔다.. 그때 나는건..우리 강순이 생각 딱 하나였다.. ...어차피 얼마 못살고 죽을텐데.5년 사는 사람들도 10% 미만이라는데.. 그 기집애 질질 짜면 안되니까.. 나 죽는다고 우울증 걸리면.나 진짜 죽을맛 안나니까.. 당장에.정떼버려야 된다는 생각에.세번째 문자를 보냈다. "전화좀 받아라.할말있다" 그리고.평소 친하던 일학년 후배한테 나오라고 전화하고. 여자친구 행세나 하라고 밥한끼 사주고.. 강순이한테 문자 하나 더 보내놓고..잠깐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보고..병신짓 했다.. 하하..이강순이 젤 충격받을수 있는표정..거울보고..한참 연습했다.. 근데..해도해도 안되대... 입은 말하는데..눈은 웃고..눈은 굳어있는데 입은 웃고.. ..그래도 사람 죽으란법은 없다고..그날 카페가서.. 후배 옆구리에 끼고 박승현하고 이강순 있는 카페가서..이강순 뻥 찼는 데.. 얼마 못살게 된다는 사실 알게됐을때보다.. 만배..억배..슬펐다... 그냥 존나..울었다... 글로 표현안돼지...그냥...그거..죽고싶다는 생각보다 더 간절했으니까. 이딴 얘기 구질구질한 얘기 다 집어치우면... ..나 오늘..또 바보짓 해버렸다. 천일선물.학교간사이에 몰래 두고 올랬는데..이강순.땡땡이를친건지. ..딱 걸려버렸다.. 목발집고 따라오는데..하..진짜..미치는지 알았다.. 강순이 발 그렇게 만든 수공 새끼들이랑은 진작에 뒹굴고 싸웠었지만. 비오는데..목발집고 소리치는데..진짜..미칠뻔했다.. 병신같이.왜 하수구 구멍에 빠져가지고.. 최보람 죽일뻔한거 간신히 참았지만...이미영 그년까진 보자기 뒤집어 쓰고 패버렸지만.최보람은 차마 그럴수가 없었다. 그냥..그날부터 쌩까는수밖에. 강순이 집으로 올라가고.. 비한참맞고 방금 왔다.. 난생 첨으로 일기써본다.나 죽은담에 이거 아빠가 보면. 또 질질 짜구 난리날텐데.. 내일은 정말 말해야지..솔직히 참기 힘들다... 식도도 다 부어터졌고..밤마다 피섞인 기침도 나고... 밥도 안먹히고.. 근데 진짜 참기 힘든건.. 날 젤 증오한다는 이강순이다.. 그렇게 만든건 나지만...내가 저지른 병신짓이지만... 근데 힘든걸 어쩌냐.......... 미치겠다.또 보고싶다.방금보고 왔는데..또 보고싶다.. 목소리만 듣고 전화 끊는짓도 오늘 들킨것땜에 못하게됐고.. 진짜 힘들다.... 기침 이딴건 괜찮은데....이강순...너 하나 없다는게 이렇게 힘들다.. 박승현이 멀쩡하다는건 다행인데..그새끼도 폐병 걸려 죽으면 너 어떡하 나..밤마다 진짜 고민했는데.. 대신 나는 또 운다.나 죽어도..인제 너 한방울도 못울겠지..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그것도 정말 다행인데..나도 욕심쟁이고..이기적인가보다..막상 또 그거 떠올리면.. 너 밉고..나도 미워진다.. 내 심장은 병신이다... 그래서....한사람밖에 사랑할줄 모른다..... [70] "강순아!!!일어나!!!!!아침해가 밝았다!!!!!" 언니의 걸걸한 목소리로 시작된 아침.. 왜 또 아침부터 잔뜩 신이 난거야..=_= 난 졸린눈을 비비적대며 침대에서 풀쩍 몸을 내렸고. 얼굴을 씻기위해 화장실로 비틀비틀 향했다. 그리고선..차가운 물에 얼굴을 가만히 문지르는데.. "야!!이 목발 왠거냐!??!" ".......어???" "이거 뭐야 목발이 왜 싯노래가지고.어디서 이런걸 줏어왔어!" 문밖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고함소리. "그냥 냅둬!!" "지저분하게 스리..버려!!!!" "안돼!!!!!!!!!!" 얼굴 닦는것도 잊은채 재빨리 화장실에서 튀어나와. 엄마의 손에 들린 노란 목발을 휙 낚아채버렸다. 그 사이.운동복 차림의 언니가 집을 나가고.. 멍한 얼굴로 물묻은 나의 얼굴을 바라보는 엄마. "이런거 줏어오지마 기집애야.안그래도 방 지저분한게!" "줏어온거 아니야..." "그럼 샀어?!!!" "아니야..." "그럼 어떤 미친놈이 선물이라두 해줬어?!" "미친놈 아니야!!!!" "그럼 년이야!?" 정말 상스러워 죽겠네!! 알수 없는 분노에.눈을 세모꼴로 변형시켜 엄마를 노려본뒤.. 잔소리를 퍼부어대는 그녀를 피해다니며.10분만에 모든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곤.밥먹으라는 아빠와 엄마의 성화를 꿋꿋히 물리치고.. 재빨리 집을 나왔다. 간밤에 온 엄청난 비로.축축히 젖은 땅. 다행이 하늘은 맑게 개었고..난..어젯밤. 권은형에게 모질게 굴었던 바로 그 장소를.천천히 지나치고 있는중이다. 기쁠줄 알았다.. 어젠 정말 그렇게 될줄만 알았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승현이가..아무 병이 없다는 사실.. 그거 하나만으로.나 하늘을 붕붕 날만큼 기쁠줄 알았다. 그런데.지금..다른 누군가가..내 마음 한구석에 깊숙히 걸려있다.. 학교 커다란 심호흡과 함께 뒷문을 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활짝 웃고있는 승현이 얼굴. 창가쪽에 올라앉아.친구들과 한참 장난을 벌이고 있다.. 잠깐동안 잊고있었는데.. 맞아.승현이 웃을때 저런눈을 하고 있었지..^-^ 싱긋 미소짓는 내 앞으로.쪼르르 달려오는 천사. "왔어!!!" "응.!왔어!^-^" "가방 무겁지!" "어.아니 괜찮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것 같은 얼굴을 하고선..등에 맨 가방을 내려 책상옆에 걸어주는 승현이.. 그러더니.자신을 부르는 친구들 곁으로 신나게 달려가버린다.. 나는 소리없는 웃음을 흘리고... 내 손을 움켜잡는 차디찬 감촉에.화들짝 놀라버렸다. "-0-." "승현이 왜저렇게 기분좋아!?잘된거야?!" "응.아무병도 아니였대.^-^" "에??!" "승현이 엄마가 승현이 담배 못피게 하려구 거짓말 하신거였대..-_-" "뭐!?!!!뻥!!" "뻥아냐..어제 장난 아니였어..영화를 한편 찍었지.." 난 영화한편을 시작으로.모든 얘기를 늘어놓았고.. 믿기지 않는다는 어벙한 얼굴을 하고서. 웃고있는 승현이와 덤덤한 나를 번갈아보는 화진이. 밤새 동영이의 생각으로 한잠도 못이룬듯. 곱디 곱던 피부가 푸석하게 변질되있다..=_= 모르고 있었구나.승현이의 일로..화진이의 얼굴이 이렇게 변해있었다는 걸..모르고 있었어.. 난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고.. 그런 내 곁을 지나치는 한 무리가 있었으니.. 태식이네 패거리랑 환호성을 지르며 뒷문쪽을 향하는 승현이. "승현아.어디가!?" "뻐끔뻐끔^ㅇ^" "...담배피게..?!" "응!!드디어 담배랑 뽀뽀한다 ㅠ_ㅠ 으.기달려 금방올게!" "잠깐.!!야!박승현!!!" 저렇게 신이난 승현이에게.내 목소리가 들릴턱이 없었다.. 승현이는..친구들틈에 둘러쌓여 (아마도) 남자화장실로 사라져버렸고.. 난 책상에 앉아 한가득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어김없이 내 옆에 슬그머니 앉아버린 화진이. 벌써 일곱번째로 바뀐 아가타 목걸이를 척하니 걸고서는.. "야 맞다 이미영이.미안하다구 전해달래드라." "...응..." "쟤도 니 얼굴 보기 많이 민망한가봐..봐봐.지금두 고개 돌리구 있지?" ....=_=.. 난 아무생각없이 1분단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날 빤히 보고 있던 그녀가 당황한듯.비개인 하늘쪽으로 시선을 외면해버린다. "그러네 정말." "후회하는거지 뭐야.아주 말 심하게 해대드니.꼴 좋지. 오늘 날씨 캡 좋다.그치.?" "..응..정말 좋다..." "아..동영인 오늘같은날 뭐하구 놀까..." "전화해봐.." "니가 대신 해줄래!?!?" -_-.속셈이 그거였니. 가뭄에 말라버린 꽃이.한줄기 물을 맞은듯. 그와 흡사한 표정으로 활짝 피어난 그녀.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움켜잡고서..말릴세도 없이 핸드폰을 꺼내든다. "아니야.내껄루 하면 끊으니깐.니껄루 해봐.응?응?니꺼 핸드폰 녹음 되지?!" "...응..-_-" 버튼을 누르는 내옆에서. 꿈꾸는듯한 표정으로 중얼중얼 대고 있는 그녀. "음..오늘 뭐하냐구 물어보구..?그다음에 뭐할꺼냐구 물어봐.. 아.그리구 뭐하구 놀꺼냐구 물어보구..>_<" 그래. 결론은 '뭐하니?' 이거 한마디잖니-_-^ 내 짐작으로 보건데.화진인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벌이려는게 틀림없었다.. 신호음과 겹치는 그녀의 목소리에..지긋이 눈을 감고 있는데. "달링.♡" 뜬금없이 들려오는 동영이의 목소리. 나는 화진이의 강한 눈빛에 재빨리 녹음버튼을 눌렀고.. "오랜만이다.!!오늘 뭐해?" "응.오늘 소개팅해.달링.♡" "..-0-..어..?" "아하하!!수원여고 이나영이랑 소개팅한다!!! 나 드디어 사랑에 빠질라나봐!!오우.오우." "..그..그래...거기서 노는구나.." "응 그녀랑 함께 놀꺼야." "응..재밌겠다.." "야 맞다!! 얘기 들었어.최보람이 미친짓한거." "...아..응.." 이럴려구 전화한게 아닌데.. "걔 광민이한테 한대 맞을뻔 했잖어. 뺀찌야.뺀찌.그때 너 안믿어서..미안해..나 잘생겼으니까 용서해줄꺼지?" "응..." "개순아.나 오늘 소개팅 하면 멋쟁이 컨셉할까.아니면 귀염둥이 컨셉할 까.아니면 섹시가이 컨셉할까>_ ..-_-..어떡하면 좋으니..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화진이와.목소리를 번쩍이고 있는 동영이.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미안해.화진아. "귀염둥이 컨셉으로 해..." "좋아!!귀염둥이!!!개순아 나 지금 반성문 쓰는중이니까. 이따 다시 전화해" 지금 이 아이가 있는곳은.교무실이였다.-_-. 난 새삼스레 동영이의 깡에 놀라며 조용히 핸드폰을 닫았고.. 토끼눈을 반짝이던 화진이는.말릴새도 없이 나의 폰을 앗아가버렸다. "녹음됐지!?뭐래?뭐한대?!" "듣지마.화진아....." "왜.또 내욕이라두 했어?" "아니.그런거 아닌데..듣지마..." "응.싫어." "듣지 말라니까!!" 달려드는 나를.초인적인 힘으로 밀쳐내고는. 핸드폰을 귀옆에 갖다대는 그녀. 그리고..시간은 흘렀다.. 3교시. 자습을 시켜놓고.열심히 자료를 찾고계신 한문선생님. 저마다 공부하기에 정신이 없는 아이들. 사락사락.사각사각. 종이 넘기는 소리.펜 끄적이는 소리만이 이따금씩 들려오고.. 나는 벌써 세시간째. 죽은듯 엎드려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고있는 중이고.. "왜 자꾸 거기봐.!" "..어..-0-..?" 언짢은듯한 얼굴로..내 교복깃을 잡아당기는 승현이. 1.2교시때.10분에 한번씩 발표를 함에 따라 모든 선생님을 놀라게 만든 천사는.. 담배냄새를 폴폴 풍기며 내 의자를 자신쪽으로 돌려버렸다. "마녀가.너 되게 좋게봤어.토요일날 너 꼭 데리구오래!!" "..아..엄마가..?" "응.마녀가" "..-_-" "맞다.그리구 나 오늘 서울친구들하구 파티하니까. 오늘은 따로 가.알았지?!" "나랑은 안해?" "너랑은 토요일날 할꺼야_!" 기쁜듯 대답하며..창가에 놓인 팬지꽃잎을 뚝 따버리는 승현이. 그러더니.빨간 꽃잎을 교복에다 마구 문질러댄다. "뭐해..-_-?" "담배냄새나..찝찝해.." "...승현아.." "응?" "나 뭐하나 물어봐두 돼..?" "응.많이 물어봐두돼^ㅇ^" "너.어제.." "..ㅇ_ㅇ.." "왜..나한테 안오고..혜진이한테..갔어..?^-^" 순간..내 눈에 읽혀진 승현이의 표정에.. 적잖이 당황을 해버렸다.. 왜 그런걸 물어봐..?ㅇ_ㅇ..라고 말하는듯한 그의 얼굴.. 그리곤 구겨진 꽃잎을 바닥에 떨구며.. "모르겠어.그냥.너한테 가면 너 힘드니까.." "아......." "강순아.나랑 지우개 싸움하자.응?" "...어..-_-.." 지금 승현이에겐.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이 놀이거리였고. 귀에 들리는 모든것이 천사의 목소리였다. 1초라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듯.쉴새없이 바쁘고. 쉴새없이 웃어대는 승현이.. 이상하지.. 보이지 않은 두꺼운 유리벽이.나와 승현이 중간사이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는 어이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종례시간이 끝나자마자. 승현이는 학교앞으로 찾아온 서울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요란스러운 인사를 남기고 후다닥 사라져버렸다.. 텅빈 승현이의 자리엔. 지우개가루.꽃잎.초콜렛 껍데기.둘리와 마이콜이 그려진 종이. (국어시간 내내 승현이가 그린것-_-) 등등.오늘 그가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예상가게 하는 물건들이 잔뜩 널부러져있고.. 한숨을 쉬며..그것들을 봉지안에 주워담고있는데.. 어떠한 공포스러운 기운을 느끼고..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화진아..!!" "으으..분해..나 분해 죽겠어.." "너 여지껏 운거야?!왜그래!!너 좋다는 멋진애들 많잖어!!" "그래서 더 분해..으..으...안되겠어..나 이대론 안되겠어.. 터트릴래.." "뭘..-0-..뭘 터트려.동영이?!" "아니!내 마음!!!!!" "...니 마음..?" 비장한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곤.. 한손으론 내 가방을 다른 한손으론 내 손을 움켜잡는 화진이. 그리고. 청소하라는 반장의 말을 잘근잘근 씹어주곤. 다친 발의 나를 거칠게 교실밖으로 끌고나와버렸다. "하아......이대론 안되겠어........" "...왜.동영이한테 따지기라도 하게?!" "가자" "어딜?" "소개팅 한대매!!!!가자!!" "미쳤어..!?" "아니 !!!!!" 그렁그렁 눈물 고인눈으로 나를 쏘아보더니..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다친' 발의 나를 계단쪽으로 질질 끌어대는 화진이. 나는 문득.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지고 말았다. [71] 여기는 커피숍. 여기는 커피숍. -_- 소개팅 장소를 슬그머니 떠보라는 화진이의 눈물섞인 성화에. 나는 순진한 동영이를 넌지시 떠서 이곳에 잠입했고.. 지금은 빨대를 잘근잘근 씹는 화진이 옆에 앉아. 죄인마냥 푸욱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이다. 언제 폭발할지 몰라..-_- 동영인 화진일 보고 경악을 한뒤.옆에 앉은 초라한 나의 머리꼭지를 보겠지.. 그리고 소리를 지를테지.. 욕을 마구 퍼부울지도 몰라.. 안돼... "참나.쟤였어?쟤였어?나 쟤랑 같은 학교 나왔다니까!! 저거 코 높히구 용된거야!!내숭 얼마나 까는주 알어!? 내가 더 낫지?!아니야.내가 더 나." "응..니가 더 나..-_-" "눈 큰거 빼고 뭐가 닮았는데!!어머 왠일이야!! 쟤 웃을때 손으로 입 가려!!" 넌 아예 이빨 안보이고 웃잖아. 대각선으로 위치한 동영이의 뒷모습. 지금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건 수원여고 이나영이고.. 화진이의 억지스러운 말과는 달리. 그녀는 정말로 이나영을 꼬옥 빼닮아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피부가 좀더 까맣다는것. 머리가 길다는것. 코가 좀더 높다는것. 쌍커플이 얕다는것. 이 네가지라고나 할까.. "기가막혀 진짜..막 웃는거 봐..참..중학교때 나한테 눌려서 빛도 한번 못본게." "-_-...." "기가막혀.참네.야..야..둘이 손잡을라 그래!!"' "손금 보는거 같은데..." "어머!왠일이야!!어떡해!!" 가느다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화진이. 순간 나의 오그라들던 심장은 뚝.하고 멎어버렸고.. 매우 극단적인 성격을 소유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화진아..안돼..돌아와..화진아..화진아.." "어.니들 여기서 뭐해!?!?" -0-... 그렇게.티나는 목소리로..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첫 마디를 꺼내는 그녀. 난 동영이 눈에 띄이지 않기위해 쇼파위에 납작엎드려버렸고.. 부처님을 외치며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이윽고. 나의 예상과 한치의 어긋남없이..경악을 해버리는 동영이. 너무나 끔찍스럽게도. "너 나한테 대체 왜이러는거야!!!!" "왜이러다니?뭐가?난 여기 친구랑 약속있어서 온건데? 진아야.오랜만이다^-^" 맙소사..이번엔 공격상대를 바꾸었구나.. 고개를 들고 싶었지만..아니..화장실로 향해 재빨리 도망치고 싶었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불보듯 뻔하므로. 차마.그럴수는 없었다. 곧바로 들려오는 수원여고 이나영 목소리. "어..화진이 오랜만이다...왠일이야.." "응 니 실리콘 잘있나 궁금해서" 꺄악!! "실리콘이라니..?어쨋든 오랜만이다...반가웠어^^" "어머.말돌리는거봐.실리콘 갈아줘야겠다 얘.좀 휜거 같다" "......" 미쳤어. 정말 왜저러는거야..ㅠ_ㅠ "이 왠수야!!너 나한테 뭘 원해!!!" 설명할 필요 없는 동영이의 목소리. "너한테 뭘 원하긴!!난 그냥 볼일있어 온거라니까!!" "그럼가서 볼일봐!!" "싫어.쫌 더 있다 갈꺼야.진아.너 이번에 소개팅 몇번째 하는거야? 딱 백번 채울라구?" "너 진짜 경찰 부른다" "경찰을 왜 불러?어머 머리봐 진짜 웃긴다. 너 머리 되게 이상하다" -_-...이젠 정말 끝장이다.. 딴엔 귀여워보인답시고 머리를 붕붕 세운 동영이. 그리고 그 노력이 깃든 머리를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화진이. 사랑만 받고 자란 화진인.. 사랑하는 법을 한참이고 모르는듯했다.. "아줌마 다리보단 훨씬 나." "내 다리가 뭐?!" "줄기만 붙혀봐라.무지.무." "하..나 그런말 처음 듣거든?!" "응.줄기 붙혀봐.그럼 하루에 백번도 더 듣게될꺼야" "나 다리얇어!!적어도 얘보단!!!" 말을 끝내고.소개팅 하는 여자의 하체를 손가락으로 처억 가르키는 화진이. 난 테이블밑을 통해 위태롭게 그들을 지켜보는 중이고.. 수원여고 이나영은 불쾌한듯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을 나가려고 했다. 그리고..그런 그녀를 붙들어 앉히는 동영이. "어딜가.가만있어.. 돈벌레야.우리집 돈 없어.가난해.알았지?" "...뭐..?!" "그래서 난 끼니마다 토끼풀 먹어.알았지?인젠 따라다니지마?" "내가 너 돈많은거땜에 쫓아다녀!???넌 내가 왜 싫은데!?!말해봐!! 내가 얘보다 못한게 뭐야.얘보다 못생겼어!? 얘보다 돈이없어?!얘보다 공불못해!?인간성이 나뻐!?내가 모자란게 뭔데!!" 이젠 아예 자신의 감정을 발랑 뒤집어보이는 화진이. 나는 동영이의 이어질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고.. 잠시후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얘보다 가슴작아" ....... .......... 맙소사...... 난몰라.......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던것이였다.. 적어도 난 화진이가 붉어진 얼굴로 커피숍을 뛰쳐나가리라 믿었다. 그러나 나와는 매우 다른 성격을 소유한 그녀는.. 내 예상을 산산조각낸채 이렇게 소리쳤다. "강순아!!!!니가 봐도 그래?!!!" .... ..... 테이블밑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던 나는.. 배시시 웃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덕분에 분노로 타오르는 동영이와 두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개순아.....거기서 뭐하니....-_-^" "잠깐.나 화장실좀 갔다올께..!" 구석에 내려놓았던 목발을 재빨리 들고.. 아까 미리 눈에 익혀두었던 화장실을 한번 보고.. 내 이름을 부르는 두개의 목소리를 한귀로 흘린채.. 재빨리 화장실안에 들어와버리고.. 허억..허억..... 가빠오는 숨소리.... 친구 한명 또 잃었다...ㅠ_ㅠ... 세면대 앞에 서서..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을 한껏 동정해주고있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물내리는 소리. 쏴아아_.. 잠시후.문이 열리면..낯익은 아줌마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좀 비켜줘요 학생" "아..죄송합니다.." "어..강순이..?!이강순..맞지?" "..네..?" "..또보네..그때 영화관에서.기억안나?은형이 고모?" "....아..아.." 어쩐지 낯이익다 했다.. 이 아줌마는 분명.. 그전에 승현이와 영화관에 갔을때.은형이의 고모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던 그 사람.! 덕분에 승현이는 몹시 삐져있었지... "이런데서 또보네.다리는 왜그랬어" "아..그냥 넘어져서요.." "쯧쯔.은형이가 많이 걱정하겠네" "아니요..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은형이랑은 헤어진지 한달도 넘었어요." "아닌데..." "...아니라뇨...?" 고개를 갸우뚱하며.흐르는 물에 손을 비벼대는 아줌마.. 그리고는..그럴리 없다는듯.. "그저께도 학생 사진 보여주면서 여자친구 이쁘지 않냐구 자랑했는데..왜 학생은 자꾸만 헤어졌다그래?영화관에서도 한번 그러더니.누가 거짓말하는거야?" "제가..여자친구래요...?" "그래.아주 놀러올때마다 자랑하는통에 죽겠다니까. 호호호.집안어른들이 하도 학생 사진을 많이봐서.아주 그냥 다 외웠어." "정말로 그랬어요..?아직도 사귄다구요..?" "그렇대두 그러네.우리 딸애가 크면 은형이랑 결혼한단 소릴 입에 달구 사는데.은형이놈이 맨날 학생사진 보여주면서 이게 지 신부라 그러는바람에.밥도 안먹고 찡찡대서 혼났어. 딸애가 아직 일곱살이거든.이해해.호호^0^" "...네...." "연무동에 사니까.은형이랑 자주 놀러오구 그래. 애 엄마도 없고 외로우니깐 잘좀 해주구.알았지?" "...." "부탁해..조만간 꼭 보자^^" 물 젖은 손으로..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더니..화장실을 나가버리는 은형이네 고모. 이로써 확실해졌다.. 은형이가 여지껏 나에게 언뜻 언뜻 비추었던 의미모를 행동이.. 혼자만의 짐작이 아니였다는것. 그렇다면..왜... 왜 그렇게 달라... 머리핀을 갖고 다닐꺼면서..천일 선물 두고 도망갈거면서.. 아직도 여자친구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왜 내앞에선...금방이라도 죽일거 같은 표정을 짓는거지.. 대체.....무슨 이유야..... 놓아준건가..?어쩔수없어서..날 위해서 놓아주고.. 혼자서 그리워하는건가... 아니..권은형이라면 내가 더 잘알아..그런거 때문에 날 떠나보낼 성격 은 절대 아.. "개순아.화장실에 뼈 묻을래??" "!!!!" 정신을 차렸을때. 활짝열린 화장실문.그리고.양팔을 문 가장자리에 올려놓고..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는 동영이. "...미안해.." "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어!!!!!!" "미안해...나랑 화진이를 이해해주.." "이해!?!이해!!난 지금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 넌 날 배신했어!!!난 핸드폰 전화번호부에!!니 이름옆에 네잎클로버를 두 개나 붙혀줬는데!!!넌 날 배신했어!!!!!" "어쩔수가 없었어.화진이는 진심으로 널 좋아하고 있어.." "잘봐.응??잘봐!? ㅠ_ㅠ.. 무너져가는 내 앞에.자신의 핸드폰을 척하니 펼쳐보이는 동영이. 그러더니만.전화번호부를 검색하고. 23번에 저장된 내 이름을 눈앞에 들이민다. 내친구개순이♧♧ ㅠ_ㅠ 이윽고.이름옆에 붙혀진 네잎클로버 두개를 힘주어서 지워버리는 동영이. 난 말없이 껌뻑껌뻑 그를 바라보고.. "넌 이제 나에게 이런존재야!!!!!!"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데.화진이마음을 좀 알아주는게 어떻겠어.." "아무래도 좋아!?!?그래!?!?!그래!!!알았어!!!!!이런거 상관없다 이거지.알았어.그래." "....." 어리벙벙한 나에게.고막이 울릴만큼 커다란 소리를 질러놓고.. 휭하니 사라져버리는 동영이. 그에게는 네잎클로버 두개가 굉장히 커다란 의미를 갖고있었나보다.. -_-. 어쨋든.동영이 화난 모습 처음이다.. (다행히.무섭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왔을때. 수원여고 이나영은 동영이 뒤를 따라 커피숍을 나간뒤였고.. 얼음을 우작우작 씹으며 엉엉 울어대는 화진이가 눈앞에 안쓰럽게 포착됐다. 그리하여 난. 다친다리를 질질 끌며 그녀를 부축해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김동영 죽여버릴꺼야!!!!!!!!! 나쁜자식 김동영 죽여버릴꺼야!!!!! 김동영 죽여버..못죽여..으어어..못죽여.ㅠ0ㅠ 강순이네 집 아직도 귓가에 멍멍하게 맴도는 화진이의 목소리. 바래다주는 내내.저 세마디를 반복하여 외쳐댄 그녀.. 아직도 멍멍하다. 정말이다..=_=. 머리를 긁적이며 승현이가 보낸 문자에 문답을 하는데.. 문득..눈에 들어오는 목발과 별인형. 방 구석에 놓인 그 두가지 물건은..순간 문자쓰던 나의 두손을 멈추게 만들었고.. 나는..무언가에 이끌린듯..목발과 별인형을 가만히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 갖다주자.. 확실히하자...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로..또다시 아프게 만들순 없어.. 깨끗히 잊어달라고 말해야지... 이번엔 화내지 말고..진심으로 대화를 나누어봐야지.. 저녁 7시경. 한쪽손엔 목발을.한쪽손엔 별인형을 들고.. 천천히 눈물젖은 비탈길을 내리는 나.이강순. .... 솔직히..... 내 감정에..아주 조금 더 솔직해 진다면.. 이 모든건.보고싶은 마음에 갖다붙히는..우스운 핑계일지도 모른다.. 어쨋든 난... 경직된 얼굴을 하고..놈의 집근처에 다다를수 있었다. [72] 은형이네 집 근처. 직..직.. 바닥에 끌리는 노란 목발소리.. 벌써 30분째.정신병자처럼.은형이네 집을 빙빙 돌고 있는 나.. 어느덧 하늘은 까맣게 칠해져버리고.. 난 나의 바보스런 모습을 한탄하며..조심스레..놈의 방 창문쪽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역시..꺼져있어.. 아직 안들어온건가.. 그럼.그냥..집앞에 두고 갈까.. 그래.얼굴봐서 뭐해..그게 오히려 더 이상해보일꺼야..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현관문쪽으로 몸을 돌렸고.. ...순간... 연필하나가 들어갈만큼 아주 조금 열린 창문사이로.. 이상한 말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창가쪽에 바싹 얼굴을 들이밀고.. .. "야~노래꺼.니 목소리 듣기 무섭단말야~!!" ... ..... 은형이 방안에서 들려온 여자목소리.. 그리고..그 목소리의 주인공은..부인할래야 부인할수 없는. 이강순의 목소리.. 하... 고등학교 1학년때..노래방에서 녹음했던 테이프... ..... .... 난 흔들리는 몸을 하얀 담벼락에 간신히 지탱했고... 이내..힘없는 은형이 목소리가 조용히 창문사이로 새어나왔다. "하하..니 목소리도 만만치 않어 븅아." .... 이건.테이프에 녹음된 목소리가 아니라.. 정말..은형이의 목소리다.. ..은형인..테이프 안에 녹음된 나의 목소리와...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믿기진 않았지만.. 아니..믿을수도 없었지만........ "발라드 불러주까?!?" 다시..테잎에서 흘러나오는 고등학교 1학년의 강순이 목소리.. 기억난다.저날은 내 생일이였고.. 우린 노래방에 갔었고..늘 그렇듯..녹음된 테이프는 은형이가 가져갔다. 잠시후..날 미치게 만드는 방안 은형이 목소리. "응.발라드 불러줘...길게..불러........" 곧이어...테잎안에선..나의 앳된 목소리가 조용히 새어나왔다.. 노래소리는 아주 작았으므로... 나는 창문가에 왼쪽귀를 바짝 붙히고 있어야했다.. 눈물 훔쳐내고 다시 뒤돌아서 아무일도 없었단듯 씽긋웃고 니가 내게보여준 한결같던 모습. 왜 난 몰랐을까 너도 울줄 안다는걸 아니지 보려하지 않았지 넌 늘 날 즐겁게 해주는 사람 그것외에 다른모습을 원하지 않았던 내가 모자랐어.♬ 생각난다..저노래.. 내가 중학교때 젤 즐겨부르던 노래... ...테이프..다 갖고있었네...안버리고..다 갖고있었네... 말없는 너의 사진이 나를 외면하고 난 또 울다 지켜 잠들고 다시 웃어줄수 없겠지.그전처럼 함께 할수 없겠지.♬ 너무 많은걸 바라는거겠지.그런데 정말이야.아무것도 할수가 없어. 나 웃을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렸어.♬ .... ...... 1절이 끝나고...테잎속의 강순이가... 붕붕 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잘부르지?!?!" 그리고...지금 창문하나를 사이에둔 은형이가.. 하하..웃으며..아니..힘없이 울며..대답했다. "응.잘불러..존나 잘불러..." 나..알아..기억나.. 저다음에..내가 뭐라고 말했는지..생생히 기억나... 분명히..이렇게 말했어.. '자 다음 노래는 사랑하는 은형이에게 바칩니다.!! 내 남자친구에게.!!은형아 사랑해>_<" ..... ........ 잠시후..내가 기억한 그대로..밝게 소리치는 고등학교 1학년 강순이.. 난 나도 모르게 빙긋이 웃고있었고... 잠시후..녹음테이프는 꺼지고 말았다.. 아니..돌려지고 말았다.. "내 남자친구에게!!은형아!사랑해!!" .... 이 부분이 다시 흘러나오고..전주가 시작되려하면.. 다시 테이프를 감아버리는 은형이.. 그리고..다시.. "내 남자친구에게!!은형아!사랑해!!" ...그리고...다시.....감고... "은형아!사랑해!!" 또....감고....또......감고..... 은형아..사랑해..가 녹음된 부분을..백번도 넘게..다시 감아듣는 권은형.. 사랑해라는 말..저때가..마지막이였어.. 저날 이후로..단한번도..은형이한테..사랑한다고 말한적이 없어.. 테이프가 늘어질때까지..감고..또감고..다시감고.... 권은형은 그렇게..2시간이 넘도록..나를 울리고 말았다.. .............나.......후회하고 있다...... 아니...이제야....인정하고있다..... 그때였다. 드르륵_. 창문이 열리고...펑펑 울어서 잔뜩 부어터진 내 눈. 이내.화진이눈보다 더욱 땡그래진 내 눈.. 그리고..창문사이로 드러난 은형이의 얼굴.. 심하게..말라있는..은형이의 얼굴... 방안에선 나의 노래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은형인...지친듯한 눈으로..찬찬히 나를 흝어보았다.. "..너..뭐하냐........" "..아........" 그리고.재빨리 오디오를 리모콘으로 꺼버리는 은형이. 그러더니..방안에 있는 전등 스위치를 킨다.. 환해진 은형이의 방.. .... 덕분에..한눈에 들어온..말라붙은 눈물 자국....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차갑게 굳은 얼굴로..냉정히 말하는 권은형. "뭐야 왜왔어" "....이거..갖다줄라고..." "그거 내가 둔거 아니라고 몇번을 말하냐. 씨발.보기싫어서 집안에만 쳐박혀있는데 인젠 아예 집앞으로 찾아오네"' ".......그래..." "갖고꺼져" "...너...아픈데 있니..?" "니년만 없으면 아플일 없어.갖고꺼져~" "....이유..물어봐도 돼...?" 눈도 마주치지 않은..나의 자신없는 질문에.. 한심스럽다는듯 한숨을 푸욱 내쉬는 권은형 "뭐." "..왜..거짓말해..왜..보고싶으면서..죽일것처럼 말하고.. 왜..여자친구라고 말해..우리 깨졌는데...벌써 헤어졌는데.." "이게 어디서 술주정이야. 돌았냐??부탁인데 좀 가라." 드르륵.쾅!!!! 창문이 닫기고...다시 불은 꺼졌다... 난 말없이 닫혀진 창문을 보고...목발과 별인형을 그 앞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돌아오는 길... 잘못들은게 아니였다..분명히 그건 내 목소리였고.. 은형인 목메인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했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나타난 그앤..다시 차가운 얼굴로 나를 외면했다. 대체..뭐가 진짜야..권은형..? 왜 그러는건데..이유가 뭔데.... 이유를 알수없음에..대답없는 질문을 자꾸만 던지고.... 하얗게 말라있던 그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터지려는 눈물을 악착같이 삼켜내고.. ... 이게 아니지..이럼 안돼지.. 하며..승현이 옆에 재빨리 내 웃는 모습을 그려놓고.. [73] 타닥.타닥. 오른발을 절뚝대며 바보같은 걸음을 했다. 대체 이유가 뭐지. 난 누구보다 권은형 잘안다고 믿어왔는데.왜 지금은 아무것도 알수가없 지. 차갑게 무장되있는 목소리.그리고 처음보는 표정. 아무것도 찾아볼수가 없다.. 한가지 확실한건 은형이가.. 지금 이순간 세상에서 날 젤 증오하고 있다는것. 한때 내가 그랬었던것처럼.. 그날밤. 엄마의 성화에.밀려있던 설겆이를 모두 마치고.. 가만히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문밖으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그들의 목소리. "여보 당신 친구는 요새 뜸하네?" "그러게말이야.전화해도 안받고.나를 배신할참인가." "당신이 또 술먹구 춤춘거아냐?!" "아.!안그랬어!!실수할까 일부러 술도 안먹었구만.무슨말 하는거야 지금" 그랬다. 저주받을 첩자는..아빠에게 있어 둘도없는 친구였던 것이다.. 모르는게 약이라고..그냥 저대로 두면 언젠간 괜찮아지겠지.. 죽어있는 핸드폰을 보고 한숨을 쉰뒤..조용히 베개맡에 머리를 뉘였는데.. "강순아!!!!!등밀어줘!!!!!!!!" 후아..-_- 저 멀리 목욕탕에서 들려오는 언니의 고함소리. 못들은척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데.. "십초안에 안튀오면 때들고 쫓아간다!!!!" 이 집 사람들은.. 나의 고독을 잠시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거야!!!! 분명해. 졸업하자마자 분가해야지. 입으로는 투덜투덜대면서도..몸뚱이는 언니가 든 화장실로 향하고. 잠시후.깁스 한 오른쪽 발을.축축한 목욕탕 바닥에 들여놓는다.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오리인형과 물총.-_- 그리고 욕조에 턱하니 걸터앉아 등을 들이민 언니의 모습. 비쩍 마른 상처투성이의 등에..나는 잠시 할말을 잃었고.. "빨랑밀어!!벅벅!!" 언니의 얄궂은 성화에..수건걸이에 놓인 타올을 집어들었다. 한번씩 팔을 움직일때마다.. 듣기싫은 신음소리를 내는 이강윤.-_- "어으.시원하다.어으......." "........" "너 뭐 안좋은일 있어?" "아니..." "어으.좋다...오른쪽.." "=_=.." "아니.아니.왼쪽.." "=_=...." "어.거기 더 위에....야..강순아.." 느닷없는 언니의 심각한 목소리에.나는 때밀이질을 멈추었고.. 그녀는 계속 하라는듯.왼팔을 휘휘 저어보였다. =_=.. 벅벅.벅벅. "나..며칠전에 은형이 봤걸랑..." "응.." "되게..말랐더라.은형이.." "........" "목소리도 팍 쉬구..걔..어디 아프대냐..?" "몰라..." 점점 느려져가는 오른팔의 움직임.. 그리고..점점 더 많아져가는 언니의 말.. "너.은형이랑 다시 잘해보면 안되냐?" "그런말 하지마.언니.." "난 그냥.은형이 표정보니까..한달전 내 모습보는거 같더라.." "언니가 어땠길래..." "그 사람 생각에 밥도 못먹고..웃지도 않고..말도 안하고.. 몰래 우느라 매일 혼자 있고..그래서..점점 더 말라가고.." "어휴..때 언제 밀었어.왜이렇게 많어..!!" "기억나지?재작년 여름에.은형이 우리집에 첨놀러왔는데.. 엄마아빠 갑자기 들이닥쳤잖어.담날 온다고 하구선.." 말은 안했지만..언닌..은형이가 많이 많이 그리웠나보다.. 그냥..목소리가 슬프다.. 듣는 나는 말할것도 없겠지만... "그래서 은형이 화장실 창문으로 도망간다고. 여기 들어와서 막 난리치다가..나가다가..창문에 몸 끼여서.. 하하하.." "그래서...볼일보러 들어온 아빠랑 딱 마주치고..그 뻔뻔한 놈은.. 창밖으로 상체 다 빼논상태에서..안녕하세요.아버님.인사하구..^-^.. 아빠눈에 보이는건 은형이 버둥대는 다리 뿐이였는데..킥" "맞어.하하.아빠는 도둑들었다고 기절하고.엄마는 방망이 들고 쫒아들어 왔잖어. 너는 질질 울구..그때가 엄마랑 아빠한테 은형이 첨 인사시킨거였는데." "응...아빠가 무지 싫어했지... 걔땜에 방충망 다 뜯어져서..새로 사람..." .... 바보..또 울어버렸어... "울지마...." "응..." "휴..내가 그랬잖냐 맹순아..후회해도 때는 늦는다구...너무 멀리가서.. 안보이게된다고...그게 이별 휴우증이라구..." 대답하는 언니는..덩달아 울고있었고.. 그사람 생각이 많이 나는듯했다.. 언니를 버린 그 사람생각에 또다시 슬퍼진듯했다.. 이윽고 잔뜩젖은몸으로..나를 안고 토닥여주는 언니. 하얀 나의 곰돌이 잠옷이 흠뻑젖고.. 우리 자매는 애틋한 동질감에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야.물비누 어딨....어머!!!!!니들 왜이래!!!!!!!" 화장실문을 열고서.. 호들갑스러운 고함을 쳐대는 엄마. 그럴만도 하지.알몸의 언니와 와락 끌어안고있으니.... 덕분에.. 나와 언니는..한시간이 넘도록 부모님의 추궁을 받아야했고.. 잠들기전. 의미있는 웃음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방문을 닫았다. 은형이가 뿌려놓은 기억은 너무너무 많아서.. 아프지 않기위해선..무조건 눈을 감는수밖엔 없었다.. 그날 꿈에 권은형이 나왔다는건.. 그 순간마저도 아파야했던 커다란 벌이였겠지만.. 다음날 학교. 오늘은 금요일이므로. 모든아이들은 주말의 꿈에 부풀어올라 있었고.. 나는 지금 새남자와 열심히 통화중인 화진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는중이다.-_- 창가에 턱하니 걸터앉아. 어젯밤 소개받은 남자와 즐겁게 수다를 떨고있는 그녀. 보인다.보여. 동영이를 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 목소리만은 한껏 들떠있지만..손가락은 안절부절못한채 옷자락을 쥐어뜯고.-_- 그것봐 내가..동영이만큼은 안된다고 했잖니. 네잎크로버 두개를 지운 동영이. 잊고있었는데..괜찮겠지..-_-..? 내가 여지껏 본 사람중에 제일 밝은애니까. (더욱더 정확히 꼬집자면 생각이 없는아이니까.) 그래.괜찮을꺼야.. 스스로를 위로하며..옆에 앉은 승현이쪽으로 고갤 돌리는데.. "이거 샀어??돈주구????" "그래.이만원이였다.이만원!!!" "틀자.!!!!" "야...안돼지...그래도...쟤..쟤..있잖어.." 뭐야.뭐.. 비디오테이프를 손에 든채.자꾸만 내 눈치를 보고있는 두 여자. 아까부터 꽤나 신경쓰이게.. 그녀들은 정체모를 비디오테잎으로 자꾸만 망설이는듯 했고.. "뭐 어때 우리가 우리 돈 주고 산건데..그냥 보자. 종치기전에.." "그래.어차피 쟤 깨졌잖어.. 꺅꺅.김광민 넘 좋아>_<빨랑 틀어봐." 쟤네 대체 뭐라는거야..? 광민이라니.?저기에 뭐가들었길래?! 자연히 그쪽으로 향하는 시선... 그리고..술이 덜깬듯..책상에 엎드려 괴로워하던 승현이가.. 두리번 대는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뭐해.ㅇ_ㅇ?" "응?아니.암것도..괜찮어.?" "아니.안괜찮어." "얼마나 먹었길래 그래.-_-.자제를 했어야지..." "애들이 막 지들 잔 다 받으라구 해서.오늘은 학교 애들하고 먹어야돼.이씨." "그래..오늘은 쪼금만 먹어.!" "응..휴..." 속이 많이 쓰린듯.괴로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 승현이.. 당황한 나는..아이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천사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잠시후..오른쪽귀를 울리는 어떤 소리로 인하여..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덕분에 균형을 잃고 의자에서 비틀댄 승현이. "왜그래.ㅇ_ㅇ.?" "저거!!!!저거!!!!!!!" 교실안에서. 테잎의 정체를 알아본건 나와 화진이 두사람뿐. 우린 교실앞에 놓인 커다란 tv를 향해..천천히 .. 홀린듯이.. 몸을 움직였고.. 아까 비디오테잎을 들고 나의 눈치를 보던 두 여자는.. 꺄악 소리를 지르며 점점 흥분하고 있었다. "됐다!!나온다!!!!!" "니가 좋아하는애가 쟤야?맨 왼쪽?!" "응>_<응!!응!!꺅!!!!" 이 붕어들아. 무슨생각으로 이걸 갖고온거야ㅠ0ㅠ!!!!! [74] ㅠ0ㅠ ㅠ0ㅠ... 나와 똑같은 표정으로..tv속 광경을 뚫어져라 보고있는 화진이. 난 점점 모이는 아이들의 시선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테잎을 튼 두여자는.. 아무생각없이.낄낄대며.미친듯이 날뛰고 있었다. "쫌있으면 옷도벗는대!!" "꺄악!정말?!" 그래. 옷도 벗지..그리고 등뒤엔 강순아 오빠 멋있지. 라는 말도 쓰여져있단다. 알겠니.?응? 알면서도 이걸 가져온거니.? 나를 말려죽이려고 ㅠ0ㅠ?! 커다란 화면을 통해 그대로 나오는건.. 4월.수학여행때..강당안에서 나를 기절시킬뻔한 물랑루즈의 섹시춤. 고로 당연히. 흔들리는 화질속에서 춤을 추고있는 세사람은.. 차례대로.광민이.은형이.동영이. 이렇게 세사람이고.. 이 두여자중에 하나는 김광민을 너무나 사랑한나머지. 2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테이프를 사버린것이다. "야..그거 뭐야?!?" "우와..야.얘 권은형 아냐..?" 하나둘씩 모여드는 아이들. 나는 화진이와 두손을 마주잡고..천장을 한번보고.. 바닥을 한번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tv 속의 그들은.. 반바지를 입은채 허리를 마구 돌리고 있었다. 마치..뼈없는 즐거운 문어처럼.. '악악!!광민아!!벗어!!그냥 확 벗어!!" '권은형 허리돌리기 왜 안해!!꺄악!꺄악!' 생생히 되살아나는 그날의 기억.. 열광하는 아이들이 화면속에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이내..마이크와 함께 윗도리를 벗어던지는 광민이.. 그래..저 맨 뒷쪽에 버들버들 떨고있는 나와 화진이가 있을것이다. 물론 이곳에서도 버들버들 떨고있지만.. 화면안에서 활짝 웃고있는 은형이.. 안에 있을 나를 찾기위해..끊임없이 두리번대고 있는 은형이. 하일라이트를 차마 볼수없었던 난.. 어서 종이치길 기다리며..교실을 나가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그런 나를..누군가가 꽈악 잡아버렸다. .... ...... 흐트러진 머리... 구겨진 얼굴..... 지금 마악 일어나..내 앞을 가로막은 승현이.. "어머.야.권은형 옷벗어!!!!!!" "장난아니다.얘네 축제때도 이러구 논대..어머어머" "근데 이거 어디서 구한거야???" 점점 소란스러워 지는 아이들.. 나는 말없이 책상에 걸터앉았고..한손으로 이마를 문질러댔다.. 그리고..무의식적으로 화면을 향해 곁눈질을 했을때.. 때마침. 섹시춤의 하일라이트가 마악 시작된참이였다. ... 이름하야. '강순아 오빠 멋있지' .. 휴... 화면을 통해 커다랗게 클로즈업된 은형이의 등.. 그리고..나를 놀라게 만든 깨알같은 글씨.. 그땐 몰랐다.. 그 글씨 밑에.. '그러니까 떠나지마.사랑해♡' 라는 다른 말이 적혀있을줄은.. 무언가..다른것이 찍혀있을것같은 예감에.. 내가 모르던것이 또 담겨있을것같은 느낌에.. 웅성웅성 모여있는 아이들쪽으로..홀린듯이 다가갔고.. '강순이가 누구야!!너네집 개이름이냐!!꺄하하하하' -_-... 테레비젼에서 흘러나온 누군가의 목소리에. 반아이들은 배를 텅텅 두들겨가며 미친듯이 웃고있었다. 딱 세사람.승현이.화진이.미영이를 제외하고.. 나에대한 미안함에..억지로 웃음을 참고있는 미영이. 저때쯤이였을꺼야.. 나랑 화진이가.열린 뒷문으로 미친듯이 달아난거.. 그래.맞어.그리고..동영이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커다랗게 울리지. "개순이누나!!!벌써가면 어뜩해에잉!!!!!" 한치의 오차도 없이.나의 예상을 딱 때려맞추는 동영이. 화진인..눈물을 글썽대며 화면속의 동영이를 보고.. 아이들은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낄낄 웃어대고.. 나는 고개를 푹 수그린채 이를 악물고. 화가난 승현이가..비디오테이프를 꺼내려고 할때.. 그때.. 시끄럽게 웅웅 울려대던 노래가 꺼지고.. 빨간 조명아래서..거친숨을 몰아쉬며..마이크를 잡는 은형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장미꽃을 몸에 문지르는 동영이. (이때문에 화진이는 더욱더 울고있다..-_-) "방금.강순이보고 개이름 이라고 한새끼 나와.!!!!!!" .....뭐...? 뭐라구 권은형...? 흥분한듯..아이들쪽을 향해..버럭버럭 고함치는 은형이. 왼손으론 마이크 대를 위협적으로 마구 휘두르며.. 등에는 '강순아 오빠 멋있지' 라는 우스꽝스런 말을 쓴 주제에.. ...바보같이.. ..... "언년이야!!!!!누가 강순이보고 개이름이래!!!!!!!!" 화면속의 아이들은.. 술렁술렁대며 은형이를 바라보았고... 지금과 대조된..아주 건강한 몸을 하고 있는 그는.. 특유의 표정으로..팔딱팔딱 날뛰고 있었다. "내 마누라보고 어떤놈이 개래!!!!!!니들 두발달린 개 봤어!?!? 얼굴 이쁜 개 봤어!!!키스하는개봤어!?!아.진짜 기분 드럽네.손 빠딱 안 들어!?" "엉님.그만하고 개순이 찾으러 갑시다_!!" 은형이의 맨몸을 붙든채..무대아래로 끌어내리려는 동영이. 광민이는 바닥에 떨구어진 옷을 어깨에 척 걸치고.. 씨익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해주고.. 환호하는 무대밑 아이들에게 장미꽃잎을 마구 뿌려준다.. 그리고.. 강당문으로 삐져나가는 세사람. 카메라는 다시 무대쪽을 비추고..가느다란 얼굴을 한 여자아이가.. 예쁜목소리로 노랠 부른다. 지이익.지지지직... 누군가의 손에 의해..까맣게 꺼져버린 화면.. "와..권은형 장난아니다.." "그러게..양아치래도 멋있긴 멋있네ㅡ.,ㅡ..진짜 멋있다..." "근데 아까 맨 마지막으루 내려간애 있잖아? 걔 우리학교 나왔는데 ~~" .. ..... 비디오테이프를 화젯거리로 삼아..저마다 쑥덕대는 아이들.. 난..튀어오를것 같은 심장을..가만가만 달래주었고.. 그런 내 옆을 지나쳐..티브이앞에 성큼 다가선 승현이. ...겁먹은 아이들.. 치익.탁..!!! 테이프를 꺼내든채..창문가에 다가서는 승현.. 나는 할말을 잃은채 그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화진이는 악을써가며 그런그를 뜯어말린다. "안돼!!!!!버리지마!!!! 나 이거 살꺼란 말야!!!!안돼!!!!" 잠시후.가차없이 손에 든 테잎을 밑으로 던져버린 승현이.. 웅성대던 아이들은..약속이나 한것처럼 조용해졌고.. 화진인 비명을 지르며 밑으로 내려가버렸다.. 내가 보지 못했던 은형이는... 산산조각나버렸다.... 나한텐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데.. 만져질수 있는 추억은 모두 다 태워버렸는데.. 마지막 남은 은형인..창문아래로 던져져..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지금 내 남자친구에 의해... 들키지 않기위해..얼른 표정을 가다듬고..그아일 올려다보면.. 그아인..말없이 내 옆을 지나쳐버린다. [75] "어디가는건데?!응?!왜그래.아직도 화난거야.?" 종례시간 종이 땡하고 울리자마자. 말도 없이 나를 백화점 안으로 끌고온 승현이. 이곳까지 오는 그 긴긴시간동안.이아이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간간히 나를 노려보기까지했다. `` ㅠ_ㅠ 하루사이에.다시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를 되찾은 승현인.. 티파니매장 안으로 나를 끌고 들어와버렸고.. 상냥하게 인사하는 언니에게 아주 뚝뚝한 얼굴로 말을 건넨다. "커플링 보여주세요" 맙소사. 그래.친구들과의 약속을 모조리 깨고.씩씩대며 날 끌고온 이유가. 커플링을 맞추려구..?? "승현아..여기..비싸...." 내 말을 가볍게 씹고.언니가 가르키는 유리진열대로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는 승현이. 그러더니.멀뚱히 서있는 나를 화악 잡아끈다. "얘랑 저랑 할껀데요." "아직 학생이면 심플한걸로 보여드릴까요.? 남자분은 오픈하트 같은건 좀 그렇죠?" "이건 얼만데요." 망설임없이 눈앞에 보이는 반지두개를 떡하니 가르키는 승현이. 은색의 링반지에.아주 작은 링이 열개씩 박혀있다.. 나는 멍청히 두 눈을 껌뻑였고.. 언니는 환히 웃어보이며 그 반지를 꺼내놓았다. "안목있으시네요^-^ 대학생들이 많이 찾아요.이런 디자인은 질리지도 않구요~" 틀에박힌 설명을 마구 늘어놓는 언니.. 그리고..10분뒤.승현인 지갑속에서 하얀지폐 몇장을 쑥 뽑아든다. "내일 모레 찾으러 오면 되죠." "네.2시 이후에 오세요.^-^감사합니다_" "가자.." ..-_-.. 어쩐지 화가난다.. 왜..한마디 말도없이.. 손가락 사이즈에 맞춰..승현이와 나의 커플링은 이틀뒤에 나올것이고.. 승현인 그제야 조금 느슨해진 걸음으로.. 백화점입구를 향해 빙긋 웃어보였다. "반지 이쁘지?" "응..." "야.핸드폰 줄 사자." "뭐...?" 느닷없이..백화점맞은편의 팬시점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승현이. 그때부터.시작되고 만것이다.. 커플 핸드폰 줄. 커플링. 커플 잠옷. 커플 백. 심지어..커플 베개. -_-.. 순식간에..한가득의 짐을 팔에 안은 나는.. 뒤뚱뒤뚱대며 그아이의 뒤를 따랐고.. 남문사거리를 벗어날때쯤.승현이가 밝은목소리로 말했다. "커플양말도 살까?!" "승현아.." "응?" "나..어디 안갈게..." "........" "우리 사귄지 오십일도 안됐는데..너무 이르잖아.커플링은.." "그 반지 끼면. 평생동안 빼지마." "뭐......?" "세수할때도.목욕할때도.밥먹을때도..빼지마.. 네번째손가락에 끼고.절대 빼지마....그놈 앞에선..꼭..끼고있어.." "그..래." 힘없이 비틀대는 나를.어깨안에 감싸쥐고는.. 음식점을 찾아 즐겁게 헤매는 승현이.. 이백일 선물이였지.은형이랑.커플링은.. 난 그때 시계 사줬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땐...은형이..패스트푸드에서 몇달간 아르바이트해서.. 커플링 했었는데... 승현인.아주 쉽구나.. 맘만 먹으면..그냥 사줄수 있는거구나.. 그날은..오랜만의 데이트를 했다. 밥도먹고.사진도 찍고..커피숍도 가고.. 핸드폰줄의 인형으로 뽀뽀도 해보고.. 그리고.집에 들어온 시각은.정확히 9시 30분. 문을 열자마자 손안에 들린 봉지를 홱 낚아채가는 아빠. "먹을꺼사왔니?!?" "먹을꺼..아니에요.." "잠옷도 많으면서 왠 잠옷을 또 사와!!!!누구한테 잘보일라고. 설마..니 언니는 아니겠지..?" 어젯밤 목욕탕 사건 이후로. 나와 언니를 경계하고 있는 부모님..-_-.. 난 대꾸할말을 잃은채 방안으로 들어와버렸고.. "말해봐.집안에 잘보일 사람이 누가있다고 잠옷을 사왔어? 응?!말해봐.!!" 휴.... 떨치려해도..자꾸만 눈앞을 에워쌓는 조각난 테이프.. 차라리..버릴꺼면..쓰레기통에 버리든지.. 물안에 담궈버리지.. 왜..산산조각내버린거야... 다시 붙혀놓수도 없게......그렇게..여러조각내버리면..어떡해.. 핸드폰에 달린 커플인형을 가만히 보다가.. 문득 떠오른 부처님 팬던트에..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나도 모르게.. 동영이의 핸드폰번호를 눌렀다. 지금 이순간.은형이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단 한사람. 단단히 화가난 동영이. 붕기붕기 차차차 ♬ 붕기붕기 차차차 ♬ 붕기붕기 차차차 ♬ 대체 이 컬러링은 뭐야..-_-^..? 굳은얼굴로 핸드폰을 보는데.. "왜전화했지?" "어..?동영아..!!나야.." "그래 넌건 알아..지킬박사......" "내가 왜 지킬박사야...?" "두얼굴의 승냥이...넌 이제 나의 원수다." "미안해..그날은..화진이가 정말 널 좋아하니까.. 화진이 그러는거 나도 처음보는데..걘 진심이야.돈때문에 선입견 갖지말구.." "다신 전화하지마!!!!!너란 인간 이제 지긋지긋해!!! 그냥 잊어!!!잊으라구!!!" "-_-..우리 언제 사귀었었니..?" 뚜.....뚜......뚜.....뚜..... 이것이 바로.동영이가 최고로 화났을때의 모습인가보다.-_- 역시나.진지하지 못하다.. 동영이가 10분이상 진지해지는날. 물고기 몸에는 두다리가 생길꺼야..분명히 장담컨데.. 그때.문밖으로.언니의 귀가소리가 들리고.. "너 왜이렇게 일찍왔어.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나봐?!" 곧바로 아빠의 의심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주받을 첩자가 집에 오지않아..정신착란증을 보이는거같아.. 그래도.끝에는 나 도와줬으니..아빠랑 친구하게 해줄까.. 저대로 둔다면 우리 아빠가 위험하잖아.. 아빠의 교우관계에 깊은 갈등을 느끼고 있을때.. 지이잉._.! 화장대에 놓여있던 핸드폰이 작은 진동을 울렸고. 난 왠지 동영이일것 같은 예감에 재빨리 핸드폰을 열었다. 그리고..눈안에 떡하니 들어온 문자하나. 내일 우리집 오는날이야. 약속잡지말구.얌전하게 하구와. 우리아빠가 참한며느리 좋대! ..... 맞다..! 내일....승현이네 엄마 뵙기로 했지.. 어떡하면 좋아!!!!아버님까지?!!? 세상에!! 난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그때부터.어수선한 호들갑이 시작되었다.. 계란팩을 하고..긴치마를 골라놓고..살짝 웨이브진 머리를 스트레이트 약으로 곧게피고.. "왜 누구한테 잘보일라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아빠의 손길을 피해가며..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날은 밝았다. 여느날보다..아주 빠른속도로.. [76] 토요일 오후 1시. 나는 지금.요조숙녀의 전형적인 옷차림을 하고서.. 엄마의 심부름을 하기위해 남문에 나와있고... 이젠.모든일을 마치고.승현이네 집에 가기위해 정류장을 향하고있다 시험도 끝나. 북적북적 붐벼대는 아이들.. 휴..승현이네 집은 정말 처음인데..어떡하면 좋아.. 어른들 마주하는건 익숙치 못한데..큰일이다.. 아이구 ㅠ_ㅠ 걱정스런 마음에.트윈케익을 꺼내 얼굴을 살펴보는데.. 타악_. 누군가가.내 어깨를 고의적으로 쳤다. 분명히 감정실린. 난 화장품을 가방안에 넣으며..살짝 인상을 찌푸렸고. 이내.구겨진 나의 얼굴은.. "최보람...?!" "아..씹..." 하얀 하복차림을 하고서 헬쓱해진 얼굴로 나를 흝어대는 최보람. 옆에는 키가 큰 친구가 하나있고..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다.. 그리고.. 내리쬐는 햇빛을 보곤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 친구. "왜그래?얘 누군데?" "이개순" "어머.진짜?????얘야????" "뭘 봐!!!" 하..이렇게 기가막힐때가 있나요... 지금 대체 뭐하자는건데.. 난.점점 달아오르는 몸을 느끼며..그녀를 말없이 쏘아보았고.. 그앤.익숙치 못한 얼굴로 코웃음을 쳐댔다. "뭘보냐고.눈깔이 왜그러냐고." "유치하다..정말..넌 결국 이것밖에 안됐어.." "이년은 할말까먹음 무조건 유치하대.야. 너 눈에 띄지 말랬지.엉?우리 교복 보면 잽싸게 도망가랬지. 왜 말을 안들어.왜." .... 처음 보았을때 인상은.절대로 찾을수가 없다.. 이게 원래 모습인가..아니면 이렇게 변한건가.. 이 와중에도.탐정기질을 발휘하며 마구 답을 찾아내는데.. 그사이.기분나쁜 감촉이 어깨에 와닿는다. "너 요새 박승현이랑 좋아죽는대매? 은형인 너땜에 학교 짤리고 빌빌대는데.넌 아주 뒤진대매?" "무슨말이야?은형이가 나땜에 짤리다니??" "그래.니가 아는게 뭐가 있겠니. 니가 누군데.이개순인데.그치?" 이어..손에 닿은 나의 어깨를..뒤로 힘껏 젖히는 최보람. 키큰 친구는.아이스크림을 쪽쪽빨며 핸드폰을 꺼내고.. 난 있는힘껏 자리에 버티고 서서. 커다란 목소리로 힘껏 외쳤다. "넌 뭘 그렇게 잘했는데!?! 오히려 더 잘못한건 너 아냐!?지금 화내야될 사람이 누군데!! 이 손 안놔!?" "내 죄가 무엇이냐 물으신다면!!한남자 죽도록 사랑한 죄 하나다. 근데 넌.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 가슴에 대못질 했지? 양다리나 찍찍 까대면서.어우 나 진짜 이런거 믿구 깝치는 애들 젤 재수없어.야.현영아.너 오늘 기분 드럽댔지" 현영이?! 그럼 쟤가 광민이 여자친구란 말야!? 맙소사.아주 그냥..난리가 났구나 난리가 났어... 키가 크고 입술이 도톰한 그녀는..관심없다는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누구.광민이한테 하냐?!" "응^-^" "미친년.아까 싸웠다고 질질대더니.." -0-..맙소사.. 남자애들앞에선 의리있는척.착한척.다정다감한척 다하더니. 여자친구한텐 '미.친.년'이라니.. 난 정말 너무나 많은 쇼크를 먹었다.. 사람은..천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말.이제야 납득이 가고 공감이 간다. 쇼크먹은 나의 옷깃을 질질 끌어대는 최보람. "우리 깊고 깊은 대화를 나눠보자. 그때 얘기 마저 못끝냈지..?" "놔줄래.좀.." "오늘 아주 화장도 애썼네.기달려라.다 지워줄테니까.." 씨익 웃으며..빨고있던 사탕을 저 멀리 뱉어버리는 최보람. 난 안간힘을 다해 제자리에 버텨댔고.. 광민이의 여자친구는..깜찍한 목소리로 앙앙대기 시작한다. 우리 두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은채.. "자기 어댜_?!?" -0-...세상에.. "웅??왜그래?!왜 싸워?자갸!!잠만.끊지마바!! 왜그래!?어디야!?아직 극장앞이지?!여보!!!!" ....-0-.. 울상된 얼굴로.끊긴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광민이의 여자친구. 그러더니만.. "야.어뜩해.쌈났나봐.." "왜.또." "..은형이랑 동영이랑 싸운데.." "뭐!???" "어뜩해..어뜩해.." "진작말했어야지!!!!" "ㅠ_ㅠ.." 권은형이랑 김동영이랑 싸운다고!?!?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난 잘못들었겠지..하며 울상된 그녀를 올려다보았고.. 이내.나의 안심된 착각을 커다란 목소리로 날려버리는 최보람. "어디야!!!걔네 아직 중앙극장에 있지!??????" "응응.어뜩해" "뭘 어뜩해 가서 말려야지!!!씨..은형이 한대라도 맞으면.. 김동영 죽었어.." ... ...... 움켜잡은 나의 옷자락을 휙 떨구어내고.. 반대편 신호등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보람이. 순간..멍해져버렸다.. 보람인..은형일..정말 많이 좋아하고 있다. 나보다 훨씬..아끼고..사랑한다.. 그리고 종종 걸음으로 보람이를 쫓는 광민이 여자친구. 난..튿어진 단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신들린듯..그녀들의 뒤를 따랐다. 중앙극장이 있는곳으로..혼나간 경보를 시작했다. 멀리서라도 보자는 마음에..은형이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겠다는마음에 .. 잠시후. 하아..하아..... 숨을 헐떡대며 도착한곳. 중앙극장앞.그곳엔 많은 학생들이 원을 그리며 모여있었고.. 구경꾼들 안에선.. 악에 바친 동영이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개새끼.그래!!!너같은건.죽어라.그냥 죽어!!!!!!!!" 이게 무슨말이야!?! 설마.은형이한테 한 말은 아니겠지? 너희 친구잖아!! 놀란 가슴에..수많은 구경꾼을 젖히고..목소리가 나는쪽으로 고갤 내밀었을때.. 이럴수가.. 바닥에 누워있는 은형이.. 그 위에 올라타서..맥없는 주먹질을 해대는 동영이.. 마구 울어대는 동영이..눈감은 은형이 얼굴에선 피가 흐르고.. 잠깐..시선을 옆으로 옮기면..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듯 울부짖는 광민이가 있다.. 왜..그러는거야.. 은형이가..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왜.... 말보다 먼저나온 눈물.. "그만해!!!!!왜이래 김동영!!하지마!!!!!그만해!!!" ..그리고..동영이의 어깨에 매달려 고래고래 소리치는 최보람.. "히이...이..... 너..병신새꺄..친구란 이름 아무데나 갖다붙히지마... 필요없어..나도 너 필요없어!!!!!!!" .... .....픽..웃는 은형이의 옷깃을 올려잡곤.. 악에바친 고함을 내지르는 동영이.. 난..할말을 잃은채..눈앞의 광경을 인정하려 애써보았고.. "이새끼.주먹 많이 쎄졌네....." 은형이가..장난스런 목소리로 말하면.. 그의 몸위로 쓰러지듯 누워버리는 동영이.. 그리고..너무나 서럽게..엉엉..울어대는 동영이.. 믿어지지 않는 진지한 모습...여지껏 살아오며 봤던 눈물중에.. 가장 슬프고..가장..진심어리다. 숨이 딸려오는듯..헐떡이고 있는 동영이.. 마찬가지로..넋나간 눈으로 쓰러진 은형일 보고있는 광민이. 대체..무슨일이 일어난거야.. 너희 세사람사이에...어떻게 된거냐구.. 물어볼수없음에..다가갈수 없음에..난 괴로운 눈물만 흘려대고.. 그때.. 날 발견한 동영이가..어깨에 매달린 보람일 휙 떨구어대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러나는 구경꾼.. 그리고..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동영이.. 이윽고.... 믿을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강순아........" "동영아....일어나..왜이래.." "강순아!!!!!!!!!!!" "..그래.듣고있어..." 내 발앞에..무릎을 꿇고 앉은 동영이... 난 놀란 나머지 함께 바닥에 앉아버렸고.. 그앤..용서비는듯한 얼굴로..목소리로..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미안해.....네잎크로버 열개 할께.....니 친구랑도 사귈게.. 어제 전화 그냥 끊어서 미안해......맨날 개순이라고 놀려서 미안해.....앞으론 절대 안그럴게........미안해.... 내가 잘못했어....강순아....미안해..." "왜..아니야.뭐가 미안해..아니야.동영아..왜그래..하지마.. 빨리 일어나...." ...... ......... "그러니까....제발..... 강순아......은형이 데려가..... 나 앞으로 착한짓만 할게.....절대 안놀릴께.. 강순아..은형이 데려가......저새끼좀 데려가..제발..." .... ........ 술렁이는 구경꾼들...나의 울음소리는..그 술렁임속에 깊게 묻혀버리고.. 동영인..눈물콧물 범벅된 얼굴로... 너무나 슬픈 얼굴로.. 간절히 말을 이었다.. "은형이좀....웃게해줘.......... 안아프게..해줘....제발..돌아와줘.." .... 난..울고있는 동영이 너머로.. 화난 얼굴의 은형일 보았고. 이내..힘없이 말라버린 그아인.. 동영이의 손을 잡고.거칠게 일으켜세운다. [77] 눈물로 뿌옇게 덮힌 두 눈으로.. 두사람을 올려다보고.말없이 동영이의 입을 막아버리는 은형이. "그만해..김동영..제발..하지마...." "놔...놔보라고..." "나좀..살려주라..." 터진 입술 가운데.피가 흐르고.. 빛을 잃어버린 눈에선..눈물이 흐르고.. 아프다니..어디가 아픈데. 권은형.너 어디가 아픈건데. 허탈한 마음에.손에 들린 가방을 떨구는데.. 광민이 옆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고 있는 보람이가 눈에 들어온다.. ..나만 모르고있다. 분명히 어떠한 일이 은형이에게 일어나버렸는데.. 난..아무것도 모른다. 이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안다고 믿어왔는데.. "미친새끼..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해.. 강순이가 나중에 알면 좋아할꺼같지...욕심좀 부려 제발.. 우린 끝까지 속여도 되지만....강순인 안돼..권은형.등신짓좀..그만해.." 막고있던 은형이를 뿌리치고..넋나간듯 중얼대는 동영이. 주위를 에워싼 사람들은..수근거림을 멈추지 않은채.. 나와 은형일 번갈아보았고.. 점점 커져가는 최보람의 통곡소리는..내 머리속을 하얗게 만들어온다. 그리고..이어지는 은형이의 대답은... "김동영.동영아... 너 나 알잖아..이제 얼마 안남았어.저 기집애 옆에서 질질대면.." .. 여기까지 말을 마치고.동영이에게나 들릴만한 목소리로.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은형이. 입모양을 보아선. 다섯글자 그러나..알방법은 없다. 그냥 난 여기서 미련한 눈물만 흘린다.. 은형이의 알수없는 다섯글자에..동영인 두주먹으로 그아이의 어깨를 마구 내리쳤다. 너무 아파서..그렇게라도 하지 않음 쓰러질것같은 얼굴을 하고.. 그렇게. 30분이라는 긴시간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에게 에워쌓인 우리는..그 긴시간을 쉬지않고 울었고.. 바보같은 나만.이유를 모른채..말라버린 은형이 얼굴이 슬퍼서 울었다.. 말없이 동영이 어깨를 두드려주다가... 바닥에 앉은 광민일 일으켜세우는 은형이.. "가자." "....." "이야.넌 우니깐 얼굴빨 산다!!그냥 맨날 울어라.." "그만해.병신아." "빨랑 인나.터프한 컨셉 큰맘먹고 너한테 양보했더니 바닥에 눌러붙어서 이게 뭐냐.!!우리집 가자.핫케익 해주께." "니꺼 안먹어..설탕대신 맨날 소금만 쳐넣는게." "알았어.이번엔 설탕 꼭 곱배기루 넣준다. 으라차!!일어나자!!!!!" 은형이의 밝은목소리에..어이없이 웃어버리는 광민이.. 그렇게..한없이 작아진 두친구의 어깨에 양팔을 두르고.. 횡단보도쪽으로 멀어지려는 은형이.. 세사람의 뒷모습이 작아지기전에..큰용기를 내보았다. 이대로 그냥 보내면... 아무것도 할수 없을것 같았다.. 그래서..소리쳐버렸다..형편없는 목소리로.. "권은형!!!!!!!!!!!!!" 멈칫..그 자리에 굳어버린 은형이 뒷모습.. 그리고..내 쪽을 향하는 피투성이 얼굴..아무표정없는 차가운 얼굴.. "너..어디아파?무슨일인지..말해주면 안돼..? 어디가 아픈데...." "아퍼..?누가 그러디.나 아프다고." "지금.동영이가 그랬잖아...." .. .... "너 제발 부탁인데.지금와서 슬픈척 하지마.존나 역겹고.우는척도 하지 마.토할거같다..." "나만 모르는게..뭔데...." "니가 그걸 왜 알아야되는데.........." "니가 자꾸 숨기니까..분명히 어디가 아픈데..자꾸만 숨기니까..." "보란듯이 뒷통수 갈기고 간 년한테.내가 그걸 왜 말해야되냐.. 첨엔 싫다고 버리더니.요샌 그새끼가 못해줘? 사달래는거 안사주냐.?아님 인제 걔랑 노는거 재미없냐..?그래서 뒤늦게 앵기는거야?" "어떻게..그렇게....." "잘들어라.나는..버리고 싶을때 버리고.줍고 싶을때 줏을수 있는 그런 만만한새끼가 아니야...진심으로 말하는건데.. 너 우는얼굴.우는목소리 들으면 한대 치고 싶은거 참거든.. 인제 더는 참기 힘드니까..맞기 싫음 알아서 피해다녀.." 대답할 틈도 주지않고..다시 고갤 돌려버리는 은형이.. 다시 신호등쪽으로 멀어지는 세사람.. 울음을 그친 동영이가..인상을 구기며 은형일 때리는 시늉을 했고.. 그아인 여느때와 다름없는 웃음으로 장난을 시작한다. 울다가..은형이의 장난에 다시 어이없단듯 웃다가.. 그아이의 말라버린 모습에 또다시 울다가... 그렇게 떼어놀수 없을만큼 꽈악 붙어버린 세사람이.. 시야에서 없어져버렸다. "아..그러니까..저 여자애가 남자애 찼다가 다시 돌아간다고 막 하는거아냐?" "근데 남자애가 어디 아픈거야!그치.아닌가.-_-..?" "뭐야.뭐가 어떻게 된거야..." "남자애들두 저렇게 우는구나..음..오늘 첨 알았어.킬킬." 꽉 막혀있던 귀가 그제야 뚫리고..구경꾼들의 목소리가 하나둘씩 들려온다. 재밌는 구경을 했다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당사자들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지..아무것도 모르면서.. 힘없이..택시를 잡기위해 가방을 들었다. 이대로 승현이네 집에 간다면..해선 안될 실수를 저지를것만 같았다. 그리고..마주오는 빈택시를 향해 한걸음 다가서는데.. 누군가가..내 오른쪽 어깨를 꽉 움켜잡는다. "이강순........" 눈물로 온 얼굴에 번진 마스카라.. 산발이 된 머리..꽉 막힌 목소리.. 바닥에 앉아 울부짖다가..가려던 나를 붙들어버린 최보람. 옆에는 훌쩍이고 있는 광민이 여자친구가 보이고.. 그녀들은..울고있는 광민이에게서 은형이의 비밀을 들은듯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울고있었으니까.. "너 ... 한대만 맞아라 ..." "뭐....?.." 되묻는 나의 얼굴을 있는 힘껏 노려보더니.. 짜악!!! ..... ......... 왼쪽귀가 멍멍할만큼..작은 손바닥으로 내 오른쪽 뺨을 내려친 최보람. 그리고..말리는 친구를 뿌리치며.. "넌 내가 아는년중에 젤 드럽고 못된년이야!!!!! 지금 같애선 진짜 죽여버리고 싶은데.은형이땜에 참고 또 참아 알아들어!?????? 은형이 이제부터 내가 지킬꺼야!!!!너 대신 내가 있어줄꺼니까.. 그 되지도 않는 슬픈얼굴로 가식 그만떨어!!!!!! ......진짜..니가 대신 죽어야돼.....은형이 그렇게 된거.. 따지고 보면 다 너때문이야.!!!" ..타악.. 보도블럭위에..눈물섞인 침을 내뱉는 최보람.. 난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멍청이 어루만졌고.. 그아이들은..은형이가 사라진곳을 쫓아 재빨리 뛰어가버렸다.. 그리고.. 비난섞인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게 오그라든 날 집으로 쫓아버렸다.. 강순이네 집. 다행히..집엔 아무도 없고.. 난 그것에 감사하며..침대위에 엎어져 엉엉 울어댄다.. 그러다가..7번째로 걸려온 승현이의 전화를 받고.. 무너지는 나의 목소리에..승현인 조심이 전화를 끊어준다.. 그리고 난 자꾸만 운다.. 오늘 당했던 일이 분해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앞에서 창피당한게 억울해서가 아니다. 말라버린 은형이가..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냥 쳐다만보기에도..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그렇게 미친듯이 울다가. 책장위에 놓인 테이프쪽으로 시선이갔다.. 은형이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방 테잎.. 난..무언가에 홀린듯 그 테잎을 집어들었고.......... 딱 하나남은 그아이와의 추억을... 카세트 안에 가만히 집어넣었다.. [78] 후회해도 때는늦지.. 같이 걸어가야 하는게 사랑이니까. 한발자국쯤 앞서가도. 뒤따라가서도..안되지.. 그런데 이 바보는 너무 멀리와버렸지.. 지금와서 그리워.. 보고싶어 울어봐도.. 넌 보이지 않지..너무 멀리와버려서..찾을수 없게 되버렸지.. 그래.난 너무 멀리와버렸다. 불꺼진 방안에서..조심스레 흘러나오는 승현이의 노랫소리. 이날 승현이가 부른 노래만 듣고 잠이 들어버렸었다. 뒤에 은형이의 노래는 들을 생각조차 않고.. 승현이의 노래가 담겨있다는것에만 의미를 두었었다. 이날..승현이한테만 담배 피지 말라고해서..은형이 삐져있었는데.. 그래.그리고..그 노랠 불렀어.우리 모두를 경악시킨 그 노래.. 아아_!!!행복했던 지난날 묻고!!!!나 이제 떠나가려해 웃는얼굴로 마지막 인사하는일!!!!세상 어떤일보다 눈물나고 힘든일되겠지만!!!!아아!!!!앞으로 남아!!!!" 갑자기 터져나온 은형이의 노래에.나는 재빨리 볼륨을 낮추어버렸고.. 은형이의 괴로운 노래는 아주 짤막하게 끝이났다. 내 기억이 맞다면 광민이가 노래를 뚝 꺼버렸으니까.. 이쯤에.은형일 제외한 모든아이들이 우르르 나가버렸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은형이의 노랫소리. 평소같았음 당장에 꺼버렸을 나이지만.. 오늘만큼은.밝은 놈의 목소리가.너무도 소중했다.. 그래서..얼굴을 침대에 묻고 가만히 귀를 열었다. 어느덧 집에 들어온 엄마가.문밖으로 고래고래 소릴 질렀지만.. "야!너 그 테잎을 돈주고 샀어!??" 이건..돈주고 못사요 엄마. 지금와서 누가 나한테 천만원 준대도..절대로 안팔거에요.. 어이없는 은형이의 노래에..피식 웃고있는데.. 갑작스레..슬픈 발라드 하나를 반주로 깔아놓고..이상한 말을 중얼대는 은형이. 대체 뭘 해논거야..-_-.. 의아한 마음에..오디오 볼륨을 조금 더 높혔는데.. "안녕.강순아.나야.나." ....이런것도..녹음했었구나.. "이걸 니가 우연히 듣게되면.넌 존나 감동하겠지? 난 그걸 노린거다.아하하" 그래..그 작전..멋지게 성공한거 같다.. 나 벌써 감동해버렸으니까.. "아까부터 너는..그새끼만 자꾸본다. 응..아무래도..나보다 얼굴도 하얗고 돈도 많고..눈도 크고..맛있는거도 많이사주니까.그래!!잡으면 나 나쁜놈이지!! 니가 정말 그새끼 좋다면 보내줘야지..더이상..너 울리면 안되지.." 이 바보가..뭐래는거야.. 다 알고있었으면서..뭘 보내준다는거야... 횡설수설하기 시작하는 은형이.. 보내주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쳐대는 은형이.. 끝까지 폼잡는 은형이.. 그러다가..말이 없어진 은형이.. 테이프 안의 은형인..10분이 넘도록 말이 없었고... 잠시후..헛기침 소리와 함께..바보의 목소리가 날 또 울렸다.. "그냥.안가면 안되지..? 나 살아있는동안은..니 마지막 남자친구 내가하고 싶은데. 나..10년뒤에 니가 낳을 애기들..이름도 지었다.. 쪽지시험보는데..문제가 존나 어렵더라..그래서..애기들 이름만 계속 지어났는데..이름 되게 예쁘거든." 그러니까 니가 안되는거야.. 맨날 꼴등에서 2.3등이나하구..쪽지시험 보라면 문제나 풀지.. 왜 그런짓을 해...나같은애가 뭐가 이쁘다고..애기들 이름까지 만들어줘.. 여기서 끝난건 아니였다.은형이의 목소리는..계속계속..이어졌다.. "근데..그놈들 성 말이야.... 박씨말고....권씨됐으면...좋겠다.. 탁..막혀오는 숨.. 잠결에 흘려들었던 은형이의 목소리.. 저런 슬픈 목소릴 하고 있었어... "미안해....헛소리해서.." 찰칵. 미안해란 말을 끝으로.테이프는 끝이 나버렸고.. 나 역시..미안해란 말을 마지막으로..이불안에 몸을 숨겨버렸다. 새벽내내 이어진 나의 울음소리.. 잊을게..잊을게..알았어..내가 잊을게..잘가.은형아 잘가.. 눈앞에 은형이를 하나 그려놓고.. 그려진 은형이에게 쉴새없이 중얼대며.목놓아 울어버린 미련한 이강순. 안절부절못하며 방문을 두들기는 부모님과는 달리. 나보다 더 큰 이별경험이 있는 언닌.. "첫째날 그렇게 많이 울면 탈진한다..눈물아껴.. 아직 몇달은 더 울어야돼...."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방문 너머로 던져놓았고.. 난 정말 태어나 처음으로 탈진상태에 이르도록 온 눈물을 쏟아댔다. 그렇게..일주일을..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끊임없이 울었다면..믿어줄까.. 학교도 안가고..화진이의 전화도 받지않고.. 부모님과도 단 한마디 대화없이.. 은형이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만 쉬지않고 감아들으면서... 은형이가........내 노래를 그렇게 들어준것처럼..... 정말이였다.. 지옥보다 더 끔찍스러운 일주일.. 난..아무도 못들어올 가시울타리를 쳐놓고..미친듯이..울기만했다. 일생에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 진짜 사랑엔.. 그만큼 힘겨운 이별이 따른다. 그리고 난..그 이별속에.첫번째 발걸음을 들여놓았다. 토요일 밤. 어제와 마찬가지로.때늦은 저녁밥만 몇숟갈 먹고.. 늘어난 은형이 테잎만 보며 눈물을 뚝뚝 떨구어내는데.. 나만큼이나 지쳐있던 엄마가. 신이 난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어댔다. "야.니 남자친구 왔다!!!문열어봐.강순아.문열어봐!!!" ..... ....... 남자친구라면..승현이..?! 학교안간 일주일동안.죽어있던 일주일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던 승현이... 심지어..문자 하나 없었던 승현이.. 난 눈물을 멈추고..잠귄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이내.너무도 신이 난 엄만. 비상키로 내 방문을 철커덕 열고말았다. .. "니 남자친구 왔어!!어머.세상에.은형이보다 훨씬 이쁘네!!! 이야.우리 강순이 좋겠네!?응?!" ..휴.. 나만큼 수척해진 엄마는..말없는 승현이를 자신의 앞에 떠다밀었고.. 승현인.. 어두운 방안에서..머리를 풀어헤치고 어허헝 우는 나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거 같았다. "미안해.." "니가..왜미안해.." "우리 엄마대신..내가 사과할게..미안해..." "엄마..라니..사과라니..." "너..권은형 병걸린거땜에 이러는거잖아.. 그래서 일주일동안 울고있는거잖아.." "병?무슨병??!무슨병?!승현아.무슨병?!" "알고있는거..아니야?" 그러고보니..승현이 얼굴 역시.. 나만큼이나 수척해있다.일주일동안.한잠도 못이룬듯.. 영문을 모르는 엄만.무조건 승현일 내 옆에 철썩 붙혀놓으려했고.. 난 놀란 눈으로 승현이의 두손을 움켜잡았다. "승현아.무슨병?!?!은형이 병걸렸어!?!?" "너..아무것도..몰라....?" "아플거라곤 짐작했지만..병이라니..." "가자...." "어딜...어딜가...." 잠옷에 자켓 하나 걸친 나를..막무가내로 집밖으로 끌어내는 승현이. 엄마는.마냥 좋다는 표정으로 반갑게 배웅을 해주었고.. 그아인. 엄마 몰래 몰고왔을 차 앞으로 힘없이 다가갔다. 그리고..앞문을 열어주는 승현이. "난 너 아는줄 알았잖아.그래서 학교 안나오는줄 알았잖아. 엄마한테 가자.. 거기가서 마저 울자...뚝하구..." 혼나간 내가 차에 오르면.. 급하게 차를 출발시키는 승현이. 하얀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고... 난 그아이에게 눈물을 들키지 않기위해..이를 악물고 창가쪽으로 고갤 돌렸다. 심각한거 아닐꺼야... 그래.병이래봤자..수술하면 금방 낳을수 있는 그런걸꺼야.. 그렇게 걸어다니는데.. 게다가 중학교때도 그렇게 튼튼했는데..그럴리 없어.. 심각한거.아닐꺼야.. [79] 차가 승현이네 집에 가까워올수록.. 내 마음은 자꾸 저 먼곳으로 달아나고.. 처음 온 승현이네 집은. 마당이 너무 예쁜 이층집이였다. 집옆에 딸린 주차장에 . 서툰 솜씨로 차를 들여놓고. 비틀대는 나를 부축해서 내리는 승현이. ♬♪♩♬♪♩♩♬♪♩♬♪♩♬♪ 벨을 누르고.인터폰으로 40대 중반쯤의 아줌마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나..승현이요.." 승현이는 힘없이 대답하고. 이내.문이 찰캉 하고 열린다.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을 향하며.난 최대한 은형이를 담지 않기 위해 애썼다. "너희집 정말 예쁘다.주현이는 집에있어?!" "밝은척 안해도 돼...." "밝은척 하는거 아냐..지난주엔..정말 미안했어.. ..가려고 했는데..간다고 집 나왔는데.." "아니!!내가 더더 미안해.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하단 말하지마. 너한테 미안하단 말 들으면 죽고싶어지니까.하지마.!!" "니가..왜..미안한데...?" 말없이.커다란 현관문을 잡아당기는 승현이.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아줌마가.반갑게 우리 두사람을 맞았고. "어머.승현학생 여자친구?학생이 강순이에요?" "네..^-^.." "아이구.듣던데루 이쁘네.^ㅇ^자주좀 놀러오지 그랬어요.근데 왜이렇게 늦게왔어.벌써 12시가 다되가는데.." "^-^.." "올라가있어요." .... ...... "엄마.어딨어요.?" "서재에 계신데..왜.인사시켜드리게?" "..아니요.." 힘없이 웃어보이곤.매고있던 가방을 쇼파위에 내려놓는 승현이. 쌔까맣게 염색한 머리때문에.그아이의 피부는 더욱더 창백해보였고.. 넓은 거실을 지나쳐.. 오른쪽 맨 구석에 자리한 방앞에 나를 앞세웠다. "우리엄마.너무 미워하지마.." "내가.아줌마를 왜 미워해.^-^" 빙긋 웃는 나의 손을 꼬옥 잡고는.다른한손으로 방문을 여는 승현이. 삐그덕.. 창문이 커다랗게 난 벽쪽으로.어마어마한 책장들이 둘러쌓여있고. 그 밑에는 아줌마가 앉아계신 넓고 긴 책상이 있다. 안경을 쓰고서..두꺼운 책을 열심히 읽고 계시던 아줌마. ... "강순이 왔어" ... ... "어..???" 당황한듯..손에 들린 연필을 책위로 떨구는 아줌마. 난 꾸벅 고개를 숙이며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고.. 승현인.그럴필요 없다는듯 나를 책상 바로 앞으로 끌어당겼다. "엄마가 엄마 입으로 말해.강순이 아직 아무것도 몰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그럼.평생 말하지마!???!?엄마 얘 눈 부운거 안보여!? "알았다...." 무슨말이야. 은형이가 병 걸렸다더니..그게 아줌마랑 대체 무슨상관이 있는건데.. 영문을 모르는난..아줌마의 손동작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화가 뻗쳐오른 승현인.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아줌만.. 맨 첫째서랍에서..지난번 병원에서 보았던 그 흉부선 사진을 책상위에 꺼내놓는다. "이 사진..생각나지..?" "아....네.." "승현이꺼라고.속였던거잖아..알지.. 아줌마가 엉뚱한 사람 사진들고.승현이 버릇고치려고 거짓말했던거." "네..알아요.." "실제로.이 사진속 주인은..아주 많이아파.. 아줌만..그런거 뻔히 알면서.내아들 버릇 고친다는 이기적인 욕심에 그런 나쁜짓을 한거야." "아니에요..그렇게 말씀 안하셔두.." "이 촬영사진 주인공은..살아야될 기한이 정해진 시한부 인생이야.. 승현이랑 같은 나인데.." "잠깐만요..아줌마..그만 들을께요.." .... ..... 썰렁한 냉기가 감도는 서재안. 그리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는 승현이.. "승현이랑 같은 나인데..일주일전에..승현이랑 얘기하다 우연히 알게됐어..어쩌다..우연히..강순이 집에 놀러오기로 한 그날.. "아줌마.그만들을게요!!저 그냥 안들을게요!!" "사진속 주인이.강순이 남자친구였다는거.." "아줌마!!!!!!!!!!!!!!!" "미안해..정말..미안해.강순아...승현이랑 아줌마랑.. 너무 큰 죄책감에..정말..뭐라고 할말이 없어.." "거짓말이죠?!걔 이름이 권은형이라구요!? 아니에요.아줌마.잘못아신거에요.은형이 폐 되게 튼튼해요 걔 담배도 얼마나 많이 핀다구요.걔네 아빠도 되게 튼튼하시구요!?" "강순이..그 학생하고..병원온적 있었잖아.. 차트에도.남아있어...권은형..그학생..맞단다.. 미안해..강순아.." ..... ........ "어떻게...왜...왜그러셨어요... 저..아무것도 몰랐잖아요... 그래서..걔..담배피던 말던..신경도 안썼잖아요.. 금연초를 물던..담배를 피던..아무 간섭도 안했잖아요!!!!!!" "미안해.....미안하다....." 고개를 떨구는 아줌마를 보며.난..아무런말도 할수없었다. 너무나 황당해서. 아니.인정할수 없어서.눈물을 흘리질않았다. 내가 울면.은형이 정말 얼마 못산다는거 인정하게 될까봐.. 이를 악물고.태연히 고개를 들었다. "아니에요.잘못아신거에요.폐암은 맞을지 몰라도. 시한부라는건 잘못아신거에요.은형인.안죽어요.. 수술하면.다 낳아요" "아줌마도..그랬으면..정말..좋겠다........" 말끝을 흐리며..사진을 어루만지는 아줌마. 난..씩씩한 얼굴로.꾸벅 인사를 하곤.문쪽으로 돌아섰다.. 손목을 잡는 승현이.. "어디가게..." "은형이보러.." "미안해..연락..할수가 없었어.. 니 얼굴 마주보고..그게 권은형꺼였다고..얘기할 자신이 없었어.." "아니야.괜찮아.왜냐면 은형이 안죽거든..수술하면 다 나을꺼야. 괜찮아..이따..전화할께.." "............." 승현이가..아무표정 없는 얼굴로..잡고있던 손을 놓고.. 나는.그 늦은시각.은형이를 찾아야한다는 생각에.. 대책없이 거리로 뛰쳐나와버렸다. 다급히 이름을 부르는 아줌말 뒤로하고..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로 뛰쳐나와... 터질것같은 숨을 억누르고..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망설임없이 동영이의 번호를 눌렀다. ..... ....... 한참의 신호가 가도..동영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7번째로 그아이의 번호를 눌렀을때.. "어?!!?여보세요!?!?" 반가운 동영이의 뒤로.엄청나게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동영아.나야 강순이!!!" "어..잘 안들려!!!!" "어디야!?!?" "어?!" "어디냐구!!!!!" "나.?여기 나이튼데...?!" "은형이도 같이 있어!????" "은형이 뭐!?" "은형이 같이있냐구!!!!!!!!!!!" "너.....왜울어..잠깐만.....기다려.화장실로 갈게.." 수많은 아이들이.. 거리에 주저앉아 울어대는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그제야 난..내가 한쪽 신발만 신고 뛰쳐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보.... "여보세요?야.너 왜울어!!" "은형이..같이있어..?" "그래..같이있어.." "너..알았지..그때.은형이 때린거..그래서 때린거지..맞지..." "......." "왜..말안했어..?왜..말안해줬어..왜..나만 모르게 했어.. 다른 사람 다아는데..승현이도 아는데..왜..나만..모르게.." "은형이가. 너 옆에서 질질 짜면..눈..못감는다고..그랬거든.근데..어떻게 말하냐.. 눈 못감는다는데..어떻게 말하냐....." "그래도 나한텐 말했어야지...아무리 그래도......" 그리하여.. 모자란 남녀 두명은.핸드폰을 붙들고..또다시 펑펑 울어버렸고.. 끊기전.장소를 알려주며.은형이놈을 꼭 잡고 있겠다는 동영이의 말에.. 난 돈한푼없이.달려오는 택시를 단숨에 세워버렸다. ..... ....... 택시가 달리는내내.. 수상쩍은 얼굴로 나를 훔쳐보는 기사아저씨. 그럴만도 했다.. 한발은 맨발에..하얀 곰돌이 잠옷을 입고.. 위에는 달랑 자켓하나를 걸친 이상한 모습을 하고있었으니까.. 거기다..눈물을 참기위해 괴상한 숨소리까지 냈으니.. 이윽고.내가 탄 까만 택시는.. 삐까뻔쩍한 호텔건물앞에 멈추었고.. "아저씨.여기요..!!" "학생..택시비는 있는거야..?" "아니요.돈없어요.." "뭐요?!!?너 지금 나랑 뭐하자는거야!?" "이옷.그래도 비싼거거든요?!아니면 제 핸드폰을 맡길까요!?" "하참....이거 상습범 아냐?!" "상습범아니에요!!정말이에요 아저씨. 이 옷 벼룩시장에 팔면 오만원은 나올꺼에요.이걸로 대신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야!!!!!야!!!!" 기사아저씨는 날 잡을 엄두도 낼수 없었을것이다. 입고있던 하얀자켓을 던져놓고.. 강도만난 여자처럼 미친듯이 달아났으니까.. 그렇게..잠옷차림에.한쪽 신발만 신고 뛰어들어온 날. 그대로 통과시켜줄리는 만무했고.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정중하게 내 왼쪽팔목을 붙들었다. "실례지만.그런 차림으로 입장 불가능이거든요." "저.사람찾으러 온거에요!!!!!!" "이름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불러드리겠습니다." "아니요.제가 직접 봐야돼요..." "그럼 주민등록증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없어요.두고왔어요!!!!!" "이러시면..곤란하거든요..." 점점 굳어가는 남자의 표정. 그러나 이미 남자의 손을 뿌리친 초인적인 나의 힘. 다급히 부르는 굵직한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날개가 달린마냥 아주 무섭게 계단을 뛰어올랐고..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또다른 남자들을 이리저리 제친채로.. 광란의 춤판이 벌어진 나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 어울리는 말은 분명히 아니지만. 나는 마치 액션영화의 여주인공 같았다. 후아...후아..... 일단 들어오는것까진 성공했는데..... 그래.34번 테이블이라고 했다.. 34번을 기억한채로..지나가는 웨이터 옷깃을 무작정 붙들었다. "여기.34번 테이블 어디로 가면돼요!!?!" "네..-_-?" "34번이요!!!" "코너 돌아서요.앞으로 쭈욱 가세요. 맨 끝에서 세번째 테이블입니다." "네!!" "좋은시간되세요" 34번...34번!!!! 맨끝에서 두번째!!!! 앉아있는 사람들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나를 흝어보고. 아무래도 미친여자쯤으로 알고있는거 같다. 지금 내겐.아무것도 중요치 않다. 은형이..권은형.... 그리고..5명의 웨이터가 내 옆을 지나쳤을때.... 난.... 은형이를 비롯한..6명의 아이들이 앉아있는 34번 테이블앞에 다다를수 있었다. 윙크를 찡긋 해보이는 동영이.. 그옆엔 놀란 얼굴의 광민이.광민이 여자친구.. 못보던 남자들과.부킹온듯한 언니들.. 그리고..... 술을 넘기다말고.목에 걸린듯..켁켁거리고 있는 권은형. ... 나의 신선한 옷차림이..너무도 큰 충격이였나보다. "켁......너.....완전...." "후아..후...힘들다..." 10분가량의 추격전에..나는 온힘이 다 나간상태였고. 테이블위에 두손을 짚고..숨을 마구 헐떡거렸다.. "아.씨..술맛 떨어지게..이건 쌍그지 꼴을 하고 어디서 튀어나왔어. 너 도청장치 해놨냐?!?!" "너....안죽지....." "....뭐.....?" "너..수술하면..안죽는거지..내 아들딸 성..권씨라고 지을수 있는거지 ...그치...." 파랗게 식어가는 은형이의 눈.. "누가 그딴 개소리 해 나 죽는다고.어떤새끼가 그래" "...그치?안죽는거 맞지?!" "내가 왜죽어!!!!!" "그래..다행이다..그대답..들으려고..왔어... ...그래..다행이다...정말..다행이다..." 눈물이.흐르도록..그냥 놔두었다.. 부킹온 여자들은..동그란 눈으로 나의 거지꼴을 바라보았고. 착한 우리 동영이는.테이블위에 엎드려 또다시 울고있었다. 눈물을 들키기 싫은 광민인..술병에 눈을 갖다대고.. .... ..... "나가주십시오" 어느덧 내 양옆에 자리한 정장 차림의 남자들.. 입구에서 보았던 그 남자들. 차갑게 식은 내 양팔목을 붙들고... 이제 모든 기력이 빠진 나는 아무런 저항없이 그들을 따르고.. 입구쪽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는데.. 등뒤에서. 악에바친 은형이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그 손 안놔!??????놔!!!!!" .... 놀라서..믿을수 없는 목소리에 너무 놀라서..순간적으로 고개가 뒤로 향 하고.. 은형인..눈물고인눈으로 빠르게 다가와. 내 손목을 붙든 그 남자들의 두툼한 손을 홱 뿌리쳐버렸다. 그리고. 내 머리를 가슴에 안아주었다. 거지 산발이 된 나를..너무너무 오랫만에..꼬옥 안아주었다. "이 병신아!!!나 안죽어!!!!!!!!!!!!!!!" ..라는..커다란 고함소리와 함께. 눈물섞인 고함소리와 함께. [80] 은형이의 고함소리가 내 귀를 쩌렁쩌렁 울리고.. 은형이의 두팔이 내 허리를 꼬옥 감싸안고.. 너무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몇달간 가출했다가.정말 우리집에 돌아온것같은 그런기분이 들어서.. 그아이가 아프다는 사실도 잠시 잊고.. 그냥 그렇게 품안에 안겨 미친듯이 울어버렸다. "아무것도..몰랐어.. 이제야 알고왔어..너 이렇게 말랐는데... 주먹도 제대로 못쥘만큼 약해져버렸는데..... 이제야..알았어..오늘에서야..알았어...너 아파서 힘들동안.. 맨날맨날 행복하다가..이제야..알아버렸어.." 나의 중얼거림에..목놓아 울어버리는 동영이.. 부킹온 여자들은 기분나쁘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정장차림의 남자들은 묵묵히 우릴 지켜보고. 은형인..날 꼭 안고 있는 은형인.. "무슨 주먹을 못쥘만큼 약해져.. 나 하나도 안약해졌어.그전보다 훨씬 더 힘 쎄졌어... 그리고 마른거 아니야.임마..까만옷 입어서 말라보이는거야....." "거짓말..뼈 만져지는데...이렇게 말랐는데..." "아니라니까...아니야...그리구 나 아프지도 않어... 하나도 안아파.그냥 가끔 기침만 나고.그거말곤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그만울어. 울지말라고 보냈더니..찔찔이 되서 돌아오면 어떡하냐." 은형이는.앙상하게 말라버린 따뜻한 손등으로. 내 눈을 마구 비벼주었고.. 요동치던 내 심장은 그제야 천천히 숨을 놓았다. 그리고 살벌한 눈을 한채 내 앞에 다가서는 경호원. "주민등록증좀 보여주세요" 난 그제야 현실에 눈을떠.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곧바로 눈에 들어온건 울고있는 동영이였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니... "우식이 형!!!!!형은 애인도 없어?!너무 몰인정하잖아!!!!!! 그냥 우리 이대로 지켜보자... 조금만 더 보자.형...우리..그럴 자격 충분히 있잖아.." -_-... 너무도 슬픈 상황이였는데. 동영이의 그 한마디로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고. 황당한 경호원(조폭)은 쌩뚱맞단 목소리로 되물어온다. "내 이름이 왜 우식이야.너 나 알어?" "아니.몰라 형." "근데 왜 반말해" "방금 알았잖아.게다가 우리 머리 스타일도 똑같고..구두색깔도 똑같은 데.." "너 몇살인데" "열여덟살" "뭐라고.?" "더하기 두살." "야.얘네 다 끌어내.!!!!!!" ..... ..... 잠시후. 호텔 나이트 안에선 엄청나게 소란스런 실갱이가 벌어졌고. 정장을 입은.경호원(조폭)들에게 쫓겨난 우리들은. 처량한 얼굴을 한채 달뜬 밤하늘을 보고있었다. 호텔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똑같은 포즈로 담배를 꺼내무는 은형이의 친 구들. 난.그와 훨씬 떨어진 벤치위 은형이를 보며,동정섞인 눈물을 뚝뚝 떨구어내고.그아인 적응 안된다는 표정으로 멋적게 머리를 긁어댔다. "뭐야.그런 얼굴로 보지마 쑥쓰럽게 시리" "왜 말안했어!!!!!!!!!" "뭐가..이 아줌마가 또 왜이래" "동영이 말대로.나 옆에서 울면 눈 못감을까봐 그랬어.?! 그래서 그렇게 모질게 군거야?!막 욕하고..가라고 떠밀고.. 그래서 그런거야...?그래서 그 힘든 연극 계속했어..." "그만하자 강순아...돌아가.." "어딜..." "박승현한테..돌아가...." "뭐...?" 멍해있는 나를 보며 씨익 웃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은형이. 그러더니.자신의 왼쪽발에 신켜져 있던 구두를..신발없는 내 왼발에 신 겨준다. "이거.그냥 너 가져.후아~~ 크긴 무지 크네..안넘어지게 조심히 가.그리고.그동안 나한테 들은 욕은 다 잊고..나 안죽으니까.절대 그런걱정 말고.. 맞다.택시비 없지.." "나보고.가라구...너 두구 그냥 가라구..." "나 혼자가 편하다.사랑같은거..발에 채이고 거추장스럽더라. 잠깐만..아씨.." ..하.. 어이없는 웃음으로.눈물을 감추는 나에게.. 천원짜리 세장과 동전 여러개를 건네주는 은형이. "아.짱나게.오늘 내가 다 쏘는 바람에.돈이 이것밖에 없냐. 하긴 나 원래 그지지.하하하.-0- 모자르진 않을꺼야..간다.잘살고.. 어쨋든.마지막은 웃으면서 헤어지자.조심히 가!! 나 안죽으니깐 걱정말고!!" ... 모자란 아이처럼 마냥 울어대는 내 어깨를 양손으로 잡곤.. 앞뒤로 두어번 흔들어대는 은형이. 그런 그아이의 손에선..예전같은 힘은 찾아볼수 없었고.. 약해진 그아인..억지미소를 짓곤.. 내 쪽으로 등을 돌려 멀어져갔다. 호텔 입구에 앉아있는 자신의 친구들쪽으로.. 더이상 잡을 용기.아니.잡을 자격 없는 나는.. 힘없이 은형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잔뜩 불만인듯한 얼굴로 이 모든상황을 지켜보던 광민인.. 아주 빠르게 달려오더니만 은형이 앞을 처억 가로막는다. "삼류 영화 찍냐 너!??????" 말이없는 은형이의 뒷모습.. 그리고..점점 커져가는 광민이의 목소리. "이강순.너 빨랑 일루 튀어와봐.." "....?" "빨랑 와서 이새끼 못난 면상좀 봐라.빨랑 뛰어와" "........." "빨랑!!!!!!!!" 뿌리치는 은형이의 두손을 가볍게 잡아내고는.. 나에게 버럭 소리를 내지르는 광민이. 난 의아한 마음에..커다란 은형이의 구두를 절뚝이며 다가갔고.. 잡혀버린 은형인.고개를 푸욱 숙인채 마구 성질을 부렸다. "놔!!새꺄...빨랑 놔!진짜 화내기 전에 놔..!!!!!" "너 화내는거 쥐뿔도 안무서워. 고개들어봐..." "지랄하네..내가 니 꼬봉이다.." ... ..... "들어!!!!들어서 보여줘!!!!!!!너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라고!!!!!!!" ... ... 힘을 잃어버린 은형이의 고개는.. 광민이의 왼손에 의하여 맥없이 젖혀지고.. 이미 그 앞에 도착해있었던 나는..눈물로 잔뜩 젖어버린 은형이의 얼굴을 보고말았다.. 뒤돌아서 가면서.. 이렇게 많이 울고있었다.. 이 바보는..내앞에선 잘가라고 구두까지 신겨주더니.. 뒤돌아서자마자..머리카락이 다 젖을만큼 엉엉 울고있었다.. "잘봐 이강순.보이지. 이게 바로 권은형이야.여지껏 니가 본건 권은형이 지어낸 삼류 영화 주인공이고.이게 진짜 권은형 얼굴이야.." "........." "이새끼.우리 안보이는데서 맨날 질질 우는거 모르지. 권은형.너도 내가 모르는줄 알았지!! 그냥 너 울줄 모르는 존나 씩씩한 남자로 속고 있는주 알았지!!!!! 웃기지마... 다알어!!니가 지금 무슨생각하는지도 다 알고.. 얼마나 아픈지도 다 알어..!!!!!!" "깝....치고있다...." "그래.깝친다.그리고 계속 니 옆에서 깝칠꺼다. 이강순.잘봐.이놈 손바닥 좀 잘 들여다봐.." ... 울고있는 은형이의 양손을.우왁스럽게 펼쳐보이는 광민이. 그런 광민이 역시.주체하지 못할만큼 펑펑 울고있었고.. 나는 반쯤 미쳐버린 두눈으로 그아이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 .... 그리고..말라버린 그아이의 손바닥을 보고.또한번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아냈다. 볼품없이 말라버린 은형이의 손. 그리고 양손바닥엔.각각 네개의 손톱자국이 깊게 새겨져있다. 이어지는 광민이의 눈물소리.. "이거.이 새끼.. 존나 아플때마다.우리 앞에서 내색하면 안되니까..그때마다 참는다고..주 먹 하도 꽉쥐어니까..살갗 다 벗겨진거다..." "말 지어내지마 병신아!!!" "병신은 권은형 니가 병신이지!!!나랑 동영이랑 다 알어!!!! 니 주먹사이로 피 질질 나는거 보면서도.그냥 무조건 참아!! 우리까지 호들갑 떨면..너 진짜 무너져버릴까봐... 그래서 놀자고 나이트 끌고오고..밖으로 조금이라도 더 끌어내고.. 철없는 소리만 자꾸 지껄여댄거다.." 손톱자국이 깊게 배인 두손을.주머니 안에 찔러넣는 은형이.. 낄틈이 없는 그들의 소중한 우정에.. 난 한발자국쯤 뒤로 물러났고.. 광민인.어느새 옆에 매달려 울어대는 동영일 은근슬쩍 밀어낸채.. 다시끔 말을 이었다.. "너 맨날 나랑 동영이랑 개그책 사 보는거 모르지.. 너 오분이라도 더 웃게할라고.... 나랑 저놈 머리에서 쥐어짜내는 아이디어는 그수준밖에 안되니까.. 니가 눈물 죽어도 안보이니까.웃겨라도 볼라고.. ............근데.. 근데 너.....이강순 앞에서까지 숨길래.. 진짜 너..나랑 동영이 쓰러지는꼴 볼래.." 힘없이 말끝을 흐린 광민인.. 울고있는 나를 은형이 옆에 철썩 붙혀놓았고.. 정말 멋진 친구 두명을 둔 은형인..처음으로..내옆에서.. 소리내어 울고있었다. "그만울고..손잡어.. 강순아.너 발가락 뿌려트렸던 놈들..은형이가 죽도록 패논거 몰랐지. 그래서 이놈 퇴학당한것도 몰랐지.." "...뭐....?" "너 동창회가서 어떤 기집애한테 욕얻어먹어서. 이새끼가 박승현 불러낸것도 몰랐지.그리고 그날 새벽에 까만 보자기 둘러쓰고.다섯시간동안 그 욕한 기집애 기다린것도.." "........." "그것때문에 감기걸린것도.그날 너 은형이네 아빠한테 끌려 병간호 왔을 때.눈물 들킬까봐.뒤돌아누워서 미친듯이 울어댄것도.. 그 이불시트 흠뻑 젖어서 하루종일 말렸던것도.." ".....아무것도..몰랐어.." "그러니까.그 벌로. 이놈이 너 싫대도 죽을때까지 매달려..아까처럼 그냥 넋놓고 보지말고. 이새끼 뒤돌아서면.당장에 달려가서..고개 돌려봐.. 그럼 십중팔구 울고있으니까.그 눈물 닦아주고.. 아무데도 못가게..니 옆에 꽁꽁 묶어놔.." 광민이의 말을 듣고..나도 모르게.은형이의 손을 꽉 잡아버렸다.. 아무데도 도망가지 못하도록.힘주어서 잡아버렸다. 다시.은형이 쪽으로 고갤 돌리는 광민이. "권은형.태어나서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게 사랑인데. 옆에서 지켜주진 못할망정.왜 자꾸 삼류 대사 지껄이면서 떠나보내냐.니가 아무리 멜로 영화 싫어한다지만.. 시간나면 그런것좀 봐둬라.. 이럴때.남자주인공이 어떻게 하는지..." "등신..맨날 밥먹고 연애소설만 읽었냐.. 뿅갈말들 진짜 많이 하네...가서 니 여자친구한테나 해줘라.." "니네둘이..얼마나 어울리는지도 잘 모르지.. 이강순..너 인제 바람 피면 안된다.. 권은형 너도 강순이 그만 울려.. 니가 강순이 위한다고 생각하는거..알고보면 더 힘들게 만드는거다.." "....." "자.둘이 오랜만에 찐한 포옹이나 해라. 넌 일루와.." 손잡은채 울고있는 나와 은형일 버려두고.. 동영이의 팔목을 끌어당기는 광민이. "어어어엉.ㅠ0ㅠ.. 너무 슬퍼...나 방금 니가 한말 핸드폰에 녹음했어..ㅠ0ㅠ.. 너무 슬퍼 김광민..ㅠ0ㅠ.." "나도 알아.말하면서 운거 봤잖아. 인제 둘이 키스신 찍게 냅두고..빨랑 와." "쫌만 더 보자..못보면 오늘 잠이 안올거 같아.." "여기서 보지 말고 저기서 보자. 바로 앞에 있으면 제대로 못하니까.." "넌 시력 좋잖아.난 눈 나빠서 안보인단말야!!!!!" "준오 안경 빌려!똘백아!!!!" "안빌려주면 어떡해!!!!?!!어떡하냐고!!니가 책임질꺼냐!?" "내가 널 왜 책임져!!" ... ..... 은형이의 가장 소중한 친구 두사람은.. 어깨를 마구 치고 받으며.슬프고 감격적인 신을 마무리 했고.. 10분뒤.호텔입구에 앉은 친구들과 함께.. 반짝이는 눈으로 나와 은형일 바라본다. ... "...너..졸업하면..탤런트나 해라.. 어떻게..그렇게 감쪽같이 속였니..." 손톱자국이 깊게 베인 손을 어루만지며.. 간신히 저 한마디를 마치고.. 날 감쪽같이 속여버린 권은형은..창피한듯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광민이 말 들었지.. 니가 날 위한다고 생각하는게..날 더 힘들게 하는거야.. 그러니까..아무데도 가지마.." ".....어.." "대답 크게해줘..잘 안들려.." "응!!!." "..^-^..." 이내.은형이의 마른팔이 내 어깨를 감싸고. 저 먼곳.100미터도 더 떨어져있는곳에서..한맺힌 고함하나가 쭉 뻗어왔다. "빨랑 해!!!!하란말이야!!!!!!! 이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것들아!!!!!!!" ...-_-... 동영이의 첫마디를 시작으로.. 마구 뒤엉켜 발악을 해대는 은형이의 친구들. 자랑스러운 은형이의 친구들.. 그리고.. 새벽 2시10분38초. S 호텔앞에서 .. 나와 은형인 ..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멋진 러브씬을 약 30분동안 찍어주었다. 호들갑스러운 그들의 외침에.. 건물안에 있던 경호원(조폭)들과 구경꾼들이 모두 쏟아져나오고.. 그렇게. 우리 두사람의 재회는..웅장한 막을 내렸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라 이 외박이나 찍찍 해대는 기집애야!!!!!" 엄마의 찢어지는 고함으로 시작된 아침. 신발장에 벗어놓은 은형이의 커다란 구두한짝이 없었다면.. 지금 막 잠에서 깨어난 이강순은 이 모든걸 꿈이라 착각했을것이다. 아침에 내 머리위로 내려쬐인 햇빛은 다른날보다 훨씬 더 눈이 부셨고. 거울에 비췬 나의 몰골은 다른날보다 몇만배 더 볼썽사나웠다. [81] 학교.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바보같이.왜 승현일 생각 못한거야. 난.난 어쩌면 좋아. 죽어도.내 입으로 먼저 말 못해.. 천사 가슴에 구멍을 뚜는 일은..정말 정말 할수 없어.. "이강순!!!" "익>_ "너 왜그래..?" "아니..아무것도." 뒷문앞. 벌써 20분째.자습이 시작되고 교실은 조용한데.. 난 승현이와 맞닥뜨려야 한다는 사실에 이렇게 덩그라니 서있는 중이고 그런 나의 어깨를 꽈악 움켜잡은건 어느새 다시 가까워진 미영이였다. "왜.안들어가..?" "응..아니..인제 들어갈라구." "책상위에 편지땜에 그래..?" "무슨..?" "아직.못봤어..승현이가 써놓은 쪽지?" "뭐..?!" 알수없는 미영이의 말에.나도 모르게 뒷문을 활짝 열어버리고. 조용히 자습을 하던 아이들은..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흝어보았다. 아아.이젠 정말 저 우리장 원숭이 보는 표정 지친다..ㅠ_ㅠ 잠시 내 처지를 잊고서 소리없는 한탄을 하고 있는데.. 덩그라니 비어있는 나의 옆자리. 그랬다.. 승현이는..2분단에 앉아있는 자신이 친구옆으로 자릴 옮겼고. 난..홀린듯.. 책상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발견하고 말았다. 빈 책상위에 놓인 공책 한장크기의 쪽지를. '우리 헤어지자.미안해.너랑 나 안맞는거 같애. 은형이한테 돌아가.안녕 빠빠이.잘가.안녕.♬' ... ... 떨리는 손으로.이별의 말이 적힌 종일 집어들자.. 기다렸다는듯..한마디씩 내뱉어대는 아이들. "강순이 어떡해.. 그래.언젠간 이런날이 올줄 알았지만..힘내.강순아. 은형이가 있잖니.너한텐." "맞어.너무 낙심하지마.그래도.종이에 써서 저렇게 펼친건 진짜 심했어.되게 착하게 봤는데.." "원래 승현이같은 애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더 잔인한거야. 몰랐냐" 바보들아.. 아니야.그게 아니라구.. 승현인..끝까지..나 감싸준거란 말이야..... 말없는 승현이의 옆모습.. 난 종이를 가슴에 끌어안은채..쓸쓸한 의자에 주저 앉아버렸고. 1교시 내내.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책상위에 엎드려있었다. 그리고.. 내 옆자리로 아예 이사를 와버린 화진인.. "야.뭐야 너 진짜 차인거야.? 승현이 병걸린것도 아니라며.근데 왜.?" "나..은형이랑 어제 만났어.." "뭐라구-0-?!동영이도!?" "응.동영이도 있었어." "그래서.어떻게 됐어.응?!응?!무슨 사건이 있었구나.." "있었어..대형사건..." "왠일이야.지금부터 20분동안 숨쉬지 말고 말해봐.." "-_-.." 벙쩌있는 나를 마구 호달구는 화진이. 그리하여..15분에 걸쳐.그 길고긴 얘기를 모두 쏟아놓고.. 화진이가.옆에 있는 휴지로 쓱싹쓱싹 눈물을 닦아내고 있을때. "..이거..너 주래" 앞에 앉은 전화기 머리의 민정이가.. 한손으로 슬쩍 쪽지를 건네주었다.. 난.. 쪽지의 주인공이 누구일지를 예감하며..떨리는 손으로 작은 종이 조각을 펼쳐들고.. "너무 슬퍼.어떡해.그 사진이 은형이 꺼였다니.. 난 그것도 모르고 맨날 양아치라구 고백했는데.역시.김동영 친구라 멋지구나..ㅠ0ㅠ.." 쪽지의 주인공이 누구임을 확인한 순간. 울고있는 화진이와 함께..그와 못지않은 슬픔에 잠겨버렸다. 쪽지에 곱게 적힌 그 말. 나보다 더 예쁜 글씨로 가지런히 적혀있는 그말. '미안해.행복해.사랑해.잊을게.' .... ..... 쪽지를 소중히 접어..필통안에 넣어놓고..멍하니 그아이를 바라보면. 짝꿍과 한참 장난을 치다말고.. 가만히 오른손을 흔들어주는 천사. 안녕.잘가.잘가 강순아..♡ ... ..... 사랑을 하기 위해선. 이별말고도.많은 고통이 따른다는걸.오늘.처음 알았다.. 그리고..천사의 슬픈 뒷모습은. 6교시가 끝날때까지.내 심장을 쿡쿡 쑤여왔다. 꼭..잊어.승현아. 나때문에 아프지면 안돼..천사는..더.멋진 여자 만나야돼.. 반드시..나같은거 잊어야돼.. 종례시간. "자.반장은 교무실로 오고. 나머지 놈들은 이상한데 들리지 말고 바로바로 귀가해. 니들 수능 500일도 안남았다.알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이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자지러질듯 고함을 지르고.. 그런 반응을 원했다는듯.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홀연히 교실을 나가는 담임. "나가자..강순아.." "=0=..이익.너 눈이 왜그래.." "나.너무 울었나봐.머리가 아파..좀 부축해줄래.?" "그래..-_-.." 얼마전. 아빠가 넣은 세제로 1년의 생을 마감한 우리집 붕어 눈이 저랬었지. 퉁퉁 부운 눈을 한 화진인.. 피곤하다는듯 나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왔고.. 난 그런 그녀를 힘껏 부축하며.. 아주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야했다. "그럼.은형인..죽을까...?" "안죽어!!!!-0-" "그래..살지도 모르지.." "안죽는다니까!!!!!" "그래.안죽을지도 몰라.어쩌면." "안죽는단말야.너 자꾸 왜그래 ㅠ0ㅠ!!" 좀비같은 표정을 하고서..나를 또다시 울게 만드는 화진이. 악의없는 그녀의 말에.난 화도 내지 못한채 껌뻑껌뻑 눈물만 흘렸고. 신이난 아이들 속에 섞여. 천천히 신발을 갈아신었다. 그리고선..천천히 후문을 향해 힘없는 걸음을 하는데.. "은형인.지금쯤 병원에 있을까.." "아까 말했지.아직 입원할 상태는 아니라고-_-^" "그래.그럼.언제쯤 병원에 입원할까......." "후아..후.." "은형인..그 독한 항생제를 다 견딜수 있을까.. 그거 정말 아프고.정말 고통스럽고.정말 죽기보다 더 힘든.." "너 그만하지 못하겠어!!!!!" 참다참다 못해. 넋나간 화진이에게 신경질을 내버렸고. 그녀는 아랑곳없다는듯 추욱 늘어진 시선으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 다. "은형인......" 그때!! 나를 구해준 정의의 사도가 있었으니. 후문앞에 떡 버티고 서서 가방을 흔들어보이는 두 남자. "이야!!은형이 여자친구 강순이다!!!!!!!!" "정말.강순이 여자친구 은형이네!!!아이고 내 정신좀 봐. 은형이 여자친구 강순이.빨리 와!!!!!! 은형이네 집에 가자!!!!!은형이 여자친구 강순아!!!!!" -_-.대체..어쩌자고.. 하얀 차이나식 하복을 입고서.씩씩하게 소리치는 광민이와 동영이. 난 어이없음에 그들을 바라보고. 그런 내 곁을 태연히 지나치는 한무리가 있었으니. 그중에 한남자가 승현이이다. "맞어.아하하.오늘 그럼 노래방 니가 쏴.!" 오른쪽 귀를 스치고 가는 승현이의 웃음섞인 목소리. 그랬다. 저 후문앞의 두놈은.승현이의 존재를 의식하고 저런 티나는 고함을 지른것이다 ㅠ0ㅠ "쟤네들땜에 내가 못살겠다..유화진.. 넌 좋겠다.동영이 왔.." "어머.어떡해.어쩜좋아.세상에.말이라도 하고올것이지 세상에.난몰라.이게 무슨일이야.이럴수가.어머어머" ".-_-..." 분명.2분전까지.. 누렇게 뜬 얼굴로 은형일 동정하며.눈물을 줄줄 흘려대던 그녀가. 180도 싹 바뀐 표정을 하곤. 가방안에서 꺼낸 트윈케익과 립글로즈를 들고 신의 경지에 이른 솜씨로 얼굴을 단장하고 있다. -_- 난 할말을 잃은채.멀어지는 승현이의 뒷모습을 보고.. 이내 광민이네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 화진이의 변장된 모습을 발견하곤.벌레씹은 얼굴을 해보이는 동영이. 그러나 어쩔수 있나. 벌써 발각되어 버린걸. 그리고 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단다 동영아. 내가 은형이에게 가면 화진이와 사귄다던 너의 눈물섞인 외침을. 10분후. 음흉한 나의 표정을 포착하지 못한채.계속 툴툴대고 있는 동영이. 우리는 지금 정류장엘 가기위해 비탈길을 내리는중이고. 난 일부러 광민이쪽에 붙어 걸음을 하는중이다. "좀 떨어져서 가요 아줌씨!!!!치한 신고를 해버릴까보다!!" 은근슬쩍 팔뚝을 부딪혀오는 화진이에게. 짜증난다는듯 마구 성질을 내는 동영이. "내가 언제!!걷다보니 부딪힌거지. 말좀 지어서 하지마!!" "알았어.말 지어서 안할께.너 인제 니집가." "나도 은형이네 갈꺼야." "뭐어-0-?!너 제정신이야?!어제 먹은 우유가 상했니?!?' "난 어제 우유 안먹었고.너따라가는거아냐.! 강순이 따라가는거라구.그리구 나도 은형이랑 알아.가서 위로해 줄꺼라구.누가 너땜에 간대?웃겨 증말" "강순아.광민아.얘봐!!은형이네집 간대!!!!ㅠ0ㅠ!!!!" -_-. 마땅히 대꾸해줄 말이 없는 나와 광민인. 말없는 걸음을 재촉했고.. 동영인 진심으로 슬퍼보였다. "너 왜그래 돈벌레.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어. 왜 자꾸 날 괴롭히는거야.응?" "괴롭히다니?말 심한거 아냐?왜 혼자 과민반응이야. 누가 너 따라간댔냐구.!!꼭 내가 너 좋..좋아하는거처럼 말한다?!" "하.정말.못생겨지는 수술을 하든지 해야지..이래선.살수가 없다. 난 나영이 누나가 아님 안돼." 바들바들 떨고있는 화진이.. 그래.도와주자.친구 좋다는게 뭐야. 버스정류장에 당도해.77-1번을 기다리며.. 난 낙담해있는 동영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너 화진이랑 사귄다며." "응.?뭐라구.화진이가 사과 줬다구?" "아니.그게 아니라 너 화진이랑 사귄다구 했었잖아." "-0-..개순아..너 왜그래..더워.?더워서 그래?" "너 그때.중앙극장앞에서.생각안나..? 내가 뭐하면..화진이랑 사귄다고..했던..." 나의 무심한 대답에.동영인 1톤이 넘는 바위에 깔린듯한 표정을 지었고. 영문을 모르는 화진인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귀를 열었다. 잠시후.버스가 도착하고.. 많은 아이들이 77-1번위로 구겨져 오르고.. "너 나랑 사귄다고 했어?왜?너 나랑 왜 사귄다고 했는데.?" 화진이의 입은 잠시도 다물리지 않고 동영일 괴롭혔다. 난 은형이네 집에 간다는 생각에.흐뭇한 미소를 떠올리며 창밖을 바라보고. 광민이는 여자친구 현영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나영 해바라기 김동영은. 잠이든척 광민이 어깨에 고개를 묻어버리고.-_- "니가 나랑 왜 사귀냐구.!!왜 그런말을 했는데!! 이유가 있을꺼 아냐!!" 가엾은 그녀의 외침과 함께. 버스는 빠르게 은형이네 집을 향했다. [82] "니네들 또 집 다 뒤집을라구 왔냐!!!!!" 우리를 맞이한 은형이의 첫인사.-_- 뻔뻔한 두 남자는 그런 그를 밀쳐대곤 집안으로 불쑥 들어가버렸고. 쇼파위에 가방을 휙 내던지더니 거실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핫케익좀 갖고와라 그저께 해준거 먹을만 하더라" 가엾은 은형이. 난 주섬주섬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집에 들어왔고. 한달만에 찾아온 은형이네 집은 따뜻한 공기를 잃어버린거 같았다. "집 되게 어둡다..안녕.은형아.^-^" 나보다 먼저 인사를 건넨 화진이.-_- 그리고 수척해진 얼굴로 흠칫 놀래는 은형이. "넌 왠일이냐." "나도 왔어.괜찮아.힘내.은형아.넌 살수있어." "-_-..." "남자네 집은 이렇게 생겼구나.처음와서..몰랐지.." 처음이라고-0-!? 처음이라고오!?!? 101번째가 아니라 처음이라고!?!? 동영이를 의식한 그녀는.가증스러운 멘트를 풀풀 날리며 은형이의 침대위에 앉았고. (처음와서 남자침대에 불쑥 앉아버렸냐.-_-) 난 왠지 쑥스러운 마음에 부엌에 푹 쳐박혀.. 은형이의 짐을 덜기위해 핫케익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은형아.이거 어떻게 만들어.?" "하지마.넌.의자에 앉아서 보기나 해" "니가 앉아있어.내가 만들꺼야." "내가 할꺼야!!" "왜에 내가 할꺼라구 이런건 여자가 더 잘해!!" "너 이거 맛없으면 쟤네가 죽일지두 몰라. 특히 알지.김동영 먹을거에 굉장히 예민한거..배고프면 우는것도 알지." (내남자친구에게 22편 참고.정말 그는 배고프면 울어버림.-_-) "응.알아.그럼 너 설탕대신 소금칠지도 모르니깐 그것만 감시할께." "그래.그거나 잘봐.요리하는 내 옆모습이 섹시하다고 덮썩 달려들지 말고.부엌에서 그러는건 곤란하니까" "안그래!!!!!!!" "그래.그러지마" 뻔뻔한 얼굴로.오븐을 여는 은형이. 그리곤 능숙한 솜씨로 밀가루반죽을 시작한다.. 겉으론 입을 삐죽이며 흘겨보지만.. 속으론..10년치 웃어야할껄 한꺼번에 터트려버렸다. 이런 니 말투.다신 못볼줄 알았어. 이런 니 표정도..니 손짓도..정말 다신 못보는줄 알았어. 다행이야.은형아.. 나.늦기전에 알아서 정말 감사해.. "아 뭐해!!반죽 하잖아.지금 젤 중요한 단계에 돌입했는데!!-0-!!" 난 나도 모르게.놈의 앞치마를 움켜잡았고.. 그아인 화들짝 놀라며 나를 떨구어낸다. ^-^ 그래도 좋다. 남자친구 은형이. 강순이랑 은형이.은형이랑 강순이. 돌아왔다..정말 돌아왔어... 한층 마른 은형이의 뒷모습이 마음 한구석에 걸려왔지만. 다시 밝게 웃으며.조용히 밀가루 반죽을 도왔다. 10분후.거실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며 한참 소란을 떨더니. 이번엔 부엌의 두사람을 재촉해대는 동영이. "이 굼뱅이들아!!!!슬슬 배고파온단말야!!!설마 핫케익이 아니라 핫러브 를 만들고있는건 아니겠지!?" "닥쳐!!읃어먹는 주제에.재미없는 농담 치지마. 돈주고 사봤다는 개그책에 그런게 들어있었냐!?!?" "맞아.들어있었어.빨리 줘!!빨리!!" "다했어!!!기달려 좀!!' 킥.. 잠시후.식탁앞엔 우리 다섯사람이 둥그렇게 둘러앉았고. 거지가 두명 들어앉은듯한 얼굴로.동영인 핫케익의 2/1을 무섭게 먹어치웠다. -_-. 그에 비해.포크만 손에 들고 물만 먹고 있는 은형이. "넌 왜 안먹어.." "너무 맛있어서 먹기 아까워" "그런게 어딨어.빨랑 먹어.!!너 아침도 안먹었잖어.빨랑 살쪄야지!" "아닌데 괜찮어.아침먹었어" "웃기지마.먹긴 뭘먹어.먹은 흔적도 없는데.빨리 먹어.빨리." 그리하여.나는 발버둥 치는 은형이 입에 남은 핫케익을 모조리 쑤셔넣 었고.그아인 괴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너 나랑 헤어져있는 동안 산삼뿌리 달여먹었냐" "니가 약해진거야.날 삼손취급 하지마-_-" "야.너 또 뭐하냐!!!내가 미친다" 핫케익을 먹고 포만감에 취한 동영인.은형이의 침대서랍을 멋대로 뒤지는 중이였고..-_-.. 화진인 절대 익숙치 못한 모습으로 설겆이를 하고 있다. 점점 어두워지는 창밖하늘 난 식탁앞에 앉아..말없이 은형이 손을 잡았고. 우리 두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마주보고 앉아있는중_. "우와.이 허리띠 이쁘다!!!!!!" -_-. 그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데 은형이 방에서 터져나온 동영이의 감탄사 설겆이를 마친 화진인 쪼르르 그의 옆으로 다가가 앉고. "넌 왜왔어!!" "이방이 니방이야?!" "저리가!니가 훔쳐갈 물건은 없어요!!" "뭐가 어째!?!?" "이야_!이 핸드폰줄도 존나 이쁘다.!!!" 계속되는 동영이의 목소리에.. 잡고있던 내 손을 스륵놓고..방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은형이. 이씨.ㅠ_ㅠ "너 가져" "..어?" "너 가지라니깐.그 허리띠도 너 가지구.니가 그때 갖고싶어하던 빈폴 티도 가져가.핸드폰줄도 가지구" "뭐래 이놈이.내가 그지냐!!" "아.맞다.광민아!!!!!!!" ... 느닷없이.열심히 컴퓨터 게임중인 광민이를.소리높여 부르는 은형이. "왜._!" "너 그 컴퓨터 가져!!" "뭐..??" "너 노트북밖에 없대매.그거 가져라!!" "부자인척 하지마!눈꼴사나워!!" "그런거 아냐 임마!!아.맞다.너 cd p 없댔지. 내꺼 잘나오는데.그것도 가져라.." "........." "또 뭐 없나.니네가 뭐 갖구 싶댔지.?아 맞다 정장.!!" ... 생각났다는듯.자신의 옷장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은형이. 잠시동안.이집안에는..조용한 침묵이 감돌았고. 그 침묵을 맨 처음 깨버린건.나.이강순이였다. "권은형..." "엉?" "너 뭐야..." "..뭐가.." "너 어디 가?" "........" "왜 어디 갈것처럼 다 가지래?!!?말해봐.그거 다줘버리면. 넌 컴퓨터도 못하고.음악도 못듣고.옷도 없는데.그걸 왜 다 가져가래!? 너 여행이라도 가!?!?그런거야?!!?" "아니...미안해..." 작아진 은형이의 목소리.. 침대밑에 그대로 굳어버린 동영이와 화진이.. 심난한 광민이는 담배를 꺼내물었고.. 난 의자에 주저앉아 애꿏은 물컵만 박박 긁어댔다. 그랬다.. 아무리 웃고 외면해봐도..잊으려고 자꾸만 쉴새없이 말해도. 은형이의 폐에.8cm의 암세포가 있다는건..그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였다. 그 첫번째 증거로.... "으.윽......" 은형인..갑작스레 화장실로 달려가.방금 먹은 핫케익을 다 토해내고 말았다. 당황한 동영인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가 등을 두들겨주고.. 화장실안에서 들려오는 은형이의 신음소리. "어떡해..은형이..힘든가봐.. 눈물을 글썽이는 화진이. 안돼..이러면 안돼.. 벌써부터 이러지마..은형아..벌써부터 아프면 안돼.. 너..지금부터 변해버리면..아직 내가 만들어야할 추억 많은데.. 우리 아직 가봐야할곳도 많이 남아있는데.. ... 그렇게..20여분간의 지옥같은 시간이 흘렀다. 은형인..절대로 내가 화장실안에 들어오는것을 원치 않았고.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은형이의 힘겨운 신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그토록 원망스럽게 느껴지던 화장실 문이 열리면.... 핏기없는 얼굴을 한 은형이가... 너무나 힘들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입안을 물로 헹구고...동영이의 부축을 받아 나오는 은형이. 너무나 낯선 모습을 하고 있는 은형이... "뭐야.놀랬냐.그냥 속 안좋아서 오바이트 한거야" "또....거짓말.." "이건 입만 열면 다 거짓말이래.하이튼.야야.우리 옥상 올라갈래?!" "...." "돗자리 깔구 옥상가자!!!가서 바람쐬고.별도 보자!!! 우리집 옥상 알지.존나 럭셔리 한거_!!야.야.동영아.안방가서 돗자리 꺼내와." .... ...... 은형인.견딜수 없었나보다.. 초라한 모습을 내 눈에 들켜버린것이..무엇보다 참을수 없었나보다.. 우당탕탕 뛰어다니며..이것저것을 챙겨들었고.. 벌써 며칠동안 텅 비어있을 그아이의 뱃속을 떠올리며. 나는 아무도 몰르게 눈물을 닦아냈다. 잠시후. "이게 뭐야 뭐가 럭셔리냐.너 럭셔리 뜻이 뭔지 알긴 아는거냐!!!!!" 뿔 난 동영이의 외침-_- 지금 우리 다섯사람은.나무돗자리를 핀채.옆에는 모기향과 손전등 불을 밝힌채.은형이네 집 옥상에 올라와있고.. 이런곳이 처음인 화진인 경악스러운 얼굴로 모기들을 내쫓았다. "어머!!!!어머 모기봐 모기!!!!!!세상에!!!다리가 너무 길어!꺅!!" "왜 난 좋은데_니네집에 이런것두 있었네.우와. 별 진짜 많다.수원에서도 별이 보이는구나." 군말없이 팔베개를 하고 드러누워..연기를 쩍쩍 뿜어대는 광민이. 난 갖고 올라온 포도를 까먹으며 은형이의 등을 살짝살짝 두들겨주었고 그아인 별을 보며 아하하 웃고있었다. "아하하하" -_- "좋아.옥상와서?" "응.좋다.너 생각나냐 이강순.내가 니 별이다." "..응..생각나..." "지금도 안변했다.알지?!" "..알구말구요.." 미소섞인 나의 대답에.아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모기향을 피우는 은형이. 니가 내 별인건 아는데 권은형. 하늘에 뜬 별 하면.절대 가만 안둬.용서 안할꺼야. 꺄악꺄악 요란을 떠는 화진인.은근슬쩍 동영이 옆에 붙어있었고.-_- 광민이는 하얀 도화지와 연필을 들고.옥상 맨 구석탱이게 쪼그려 앉았 다. 이 세사람만 없었다면 정말 환상적인 밤이될텐데..-_- "야.니네 거기 앉아있어.별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줄께!!" 쟤가 지금 뭐라는거야. 도화지랑 연필은 언제 챙겨와가지고..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고.별이 깔린 밤하늘을 배경으로. 나와 은형이를 슥삭슥삭 스케치하는 광민이. 그런 그가 가엾게 여겨진 나는..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모델의 포즈를 취했고. 관심없는 은형이는 내가 뱉은 포도씨를 입안에 넣고. 옥상 밑으로 뿜어대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퉤엣!!!!!" "권은형!!!!가만안있어!?너 지금 내 그림 무시하냐!?!?' "니 그림을 그럼 무시 안하리-_-?" "너 몰르냐!?나 맨날 그림 그리면 에이쁠 받는거!!!!!!!" "알았어.알았어.흥분하지마.안움직일게" 눈코입만 제대로 그려줘 광민아.-_- 열심히 그림 삼매경에 빠진 우리 세사람. 그리고.치근덕대는 화진일 옆으로 휘익 밀쳐내며.. 옥상난간에 있는 토마토 화분으로 저벅저벅 다가가는 동영이. 쟨 또 무슨짓을 할라는거야. 설마 뛰어내릴 생각은 아니겠지.. 나는 조심조심 곁눈질을 하여 놈을 감시했고. "눈알 제대로 안박어!!!!!!!" "..-0-..미안해.." 광민이의 서슬퍼런 외침에 아쉬운 시선을 거두어야했다. 그리고.. ..슥삭슥삭.. 진지하고 열정적인 광민이의 그림이 완성되갈무렵. 화분앞에 주저앉아 한참동안 부시럭 대던 동영이가.. 꽤나 진지한 목소리로..은형이에게 말을 건네왔다. "나 지금 토마토 화분에 포도씨 심었어.." "미친짓좀 하지마! 너 지금 우리 토마토를 희롱하냐!????" "이거..한 십년있으면 열리지" "열릴리가 없잖아!!!!!포도씨가 반쯤 미치지 않고서!!!!' 진심으로 흥분한 은형이.(토마토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나보다) 광민인 광민이대로 몸을 움직였다며 흥분하고. 이들의 유치한 말싸움이 또다시 시작되려할때.. 젖은 동영이의 목소리는..그 유치한 말싸움을 슬픈 표정으로 바꾸어버렸다. "아니야.열려.내가 심은거니까 열려..10년뒤에 열릴꺼야.포도가 주렁주렁 열릴꺼다 아마.." "포도 열리는데 10년 걸리냐." ".그럼 권은형.그때 나랑 같이 포도따먹자." "뭐래!!" "그때가서 꼭 확인해.니네집 화분이니까.여기 포도 열리나 안열리나. 니가 젤 먼저 확인해....." "...10년뒤에....?" "그러니까.10년뒤에.살아있어야된다고!!!!!!!한번 말하면 좀 알아 들어 이 38등아!!!!" "........" "알았지!!!!!!!!니가 젤 먼저 확인해.10년뒤에 니가 젤 먼저 봐!!!!!!" "그래........" 저 무식한놈이.ㅠㅠ 유식한 말로 또다시 감정을 젖게 만들다니.. 감동받은 화진인.그 기회를 틈타 울고있는 동영이의 어깨를 감싸안고. 그아인 아직 화진이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듯 잠자코 눈물만 흘려댔다. 그리고..그림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광민이가.. 나와 은형이 눈에 맺힌 눈물을 그렸는지 안그렸는지는.. 그아이 외엔 아무도 알수가 없다. 그림을 완성되자마자 자신의 주머니속에 둘둘 접어 넣어버렸으니까.- _ - 그날밤.2시간가량의 수다파티가 벌어졌다. 남자아이들은 차례로 자신들이 알고있는 괴기스런 얘기를 늘어놓았고.. 나는 그들의 유치함에 혀를 차며 모기를 내몰았다. 화진인 계획된 비명소리로 동영이 등에 철썩 안겼지만.-_- 그리고..새벽 3시쯤.. 모든아이들이 잠들었을때.(나무 돗자리 위에서) 난 은형이 옆에 철썩 붙어..그아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 ........이제..몇시간 있음 깨야돼.. 그리고.앞으로.하루이상 자면 안돼.. 이렇게 눈감고 있다가.다시 번쩍 눈 떠야돼.. 자는얼굴도 좋지만..깨어있는 얼굴이..훨씬..억배..만배..좋으니까.. ..하루이상..자면 안돼 은형아.. "..강순아..." "악!!!" "왜그래." "자는줄 알았어..ㅠ_ㅠ.." "우리.천일 여행 못갔잖아.." "응...." "다음주 토요일날.바다가자." ".응..?" "재작년에.우리 놀러갔던데..경포대..생각나지.." ".응......" "...천일 여행..가자..꼭.." "응..꼭..가자..." 벅차오르는 감격에..마른 그아이의 손을 꽈악 잡았는데. 등뒤에서 낯익은 목소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동영이도 데려가주세요" 악!!!!안돼!!!! 차례로 쏟아져나오는 그들의 목소리. "광민이도 데려가주세요" 저것들이 안자고 뭘 한거야 ㅠ_ㅠ 안돼 천일 여행이란 말야 ㅠ_ㅠ 안된다구 ㅠ_ㅠ "나도 갈꺼야.나도 갈꺼라구." 화진이의 목소리를 끝으로.그들은 다시 잠이 들었고.. -_-.. 그리하여.우리의 천일 여행엔 낯선 불청객 세사람이 찾아들었다. [83] "너어.확실한거야?화진이네 전화해서 확인해볼꺼다!!" "응.확인해보라니까." "전화번호 적어놓구가.!!" "나 늦었어.엄마.가서 전화할께.!!" "야.잠깐만.잠바 하나 갖구가.!거기 밤바람 차가워" "갖구가요..!" 아빠가 들어와 나의 발목을 터억 잡기전에. 나는 허둥지둥 집을 나와버렸고. 토요일 1시반. 약속시간에 늦지않기위해 아주 빠른속도로 비탈길을 내렸다. 윽.. 아직 오른쪽발가락에 남은 아릿한 통증. 상관없으니 빨리 가기나 하자. 그 침입자 트리오에게 걸리면 모든게 다 끝장이야!!-0- 그랬다.난 오붓한 천일여행을 위해 강릉은 내일갈것이라고 뻥을 쳐놓았고.(침입자들에게) 지금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버스위에 올라탔다. 모자..지갑..핸드폰..카메라..화장품..양말.. 됐다.다 챙겼다.!! 사람이 많은덕분에 중간부분에 밀려서선. 가방을 뒤적이며 짐을 확인하고... 치닥대는 나의 팔에 인상을 찌푸려보이는 아이들. 여러분 나 천일여행가요!!!!! ^ㅇ^ 너무너무 들떠있다.♬ 잇몸이 아플만큼 커다랗게 벌어지는 입. 은형이랑 100일 되던 전날밤. 딱 이런맘이였는데..... 참 어렸지.너무 순수했지.^-^ 천국의 약속도..양파 할아버지 미신도..맞어.볼에 처음 뽀뽀한 날이 압권 이였는데.. 예쁜 추억에 젖어 키득대고 있는 사이. 어느새 버스는 수원역앞에 도착했고.. 사람들 틈에 치여 가까스로 바닥에 착지했을땐. 웃는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남자를 발견했다. "권은형.!!" "뭐야.그 촌스런 모자는!!" "왜그래..어제 고르고 골라서 산건데!!" "거북이를 타구 왔냐!!" "버스에서 내리는거 봤잖아!!" "근데 왜이렇게 늦게와!!출발시간까지 10분이다.빨랑 뛰어" "잠깐만..나 모자떨어져..!" 땀때문에 끈적해진 팔을 단번에 낚아잡는 은형이.. 그리고.모자가 날아갈새라 한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꽁지 빠져라 뛰고있는 강순이. 알고있다.. 지금 내 손을 잡은 은형이 손이.예전같은 천하무적이 아니라는걸. 아니..내 손보다 더욱 말라버렸다는걸.. 하지만..얼굴만은 누구보다 환하니까. 내앞에선 이렇게 활짝 웃어주니까.. 거북이니 촌스런 모자니 해도..내가 받고 있는 사랑중엔 니께 제일 크니까.. "하아..숨차다.." 가파른 계단을 마구 뛰어올라.. 바글대는 사람들을 재치고.무사히 표 끊기 성공.!! 잠시후.나는 히죽히죽대며 기차를 타기위해 다시 계단을 내렸고. 표 두장을 입에 문 은형인 불안한듯 자꾸만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왜그래..?" "그자식들이 안보여......!!!" "조용히 좀 말해.." "아씨..불안해 죽겠네.진짜." "일요일인지 아니까.지금 우리가 여깄을거라곤 꿈에도 생각못할꺼야." "넌 뭘몰라." "뭘..?" "우리가 이자리까지 올라온건..개껌보다 질긴 집요함이 있었기 때문이 란걸.." "니네가 올라간 자리가 무슨자린데..-_-.." "넘버원." "타자.문닫힌다.." 무표정한 얼굴로 놈을 지나쳐.초록색 기차위에 몸을 실었다..-_- 깐죽대며 뒤따르는 은형이.. 아직 휴가철이 아니라.강릉행 기차안은 한산했고.. 나는 또 정신나간 여자처럼 실실 웃어대며 창가쪽에 털퍼덕 주저 앉았다. "우우.출발..!!" "촌티좀 작작 내라.좀" "촌티 아니야.!!좋으니깐 그렇지.빨랑빨랑 앉어.빨랑." "앉았잖아" "그래.앉았구나..으으.너무 좋다.진짜.바다 얼마만이야." "난 일년만인데.하하" "하긴.넌 1학년때 바다가서 5건이 넘는 헌팅을 하고 왔지." "내가 언제!!!" "내가 바본줄 알어!!니네학교 애들한테 다 들었었어!!" "그래?!그게 다 났었단 말이야?역시 우리학교 애들은 입이싸.." "-_-^..." 게슴츠레 눈을 뜨고서.옆에 앉은 놈을 슬쩍 흘겨주는데.. 통로에 서있는 심상치 않은 사람형체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것도.세개씩이나.. 영문을 모르는 은형인..기지개를 펴면서 내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놓고. 그포즈 그대로..난 아주 나즈막히 말해야했다. "너..오늘 온다고 말안했지..?" "뭘?누구한테?" "광민이랑..동영이.." "엉.니가 말하지 말래매.그래서 안했지." "그래..근데..왜..저 이상한." 톡톡. -_-... 톡톡톡. -_-..... 순간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건. '개껌보다 질긴 집요함' 누군가의 까무잡잡한 손이..은형이의 어깨를 톡톡 두들기고. 은형인.아무 생각없는 이아인. "땅콩안사요" 라는 말과 함께 불쑥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야~~강순씨 모자가 정말 멋진데?" "너희.어떻게..알고..." "우리집 달력은 하루 느려서 말이야.하마터면 오늘이 토요일인줄 알았잖아?아니.근데 오늘이 일요일이였네!!광민아.너도 알고있었냐?" "난 니 말장난에 대답해줄만큼 머리 잘 안돌아가.야.권은형.이강순. 나좀 봐봐.!!" ㅠ_ㅠ.. "오늘이 일요일이냐.이 뻥쟁이들아!!!!" ㅠ_ㅠ... \ 네시간후. 맞은편 의자에.당당한 포즈로 앉아있는 두남자와.멋쩍은듯 창밖만 바라보는 한남자. 그리고 내옆에서 나를 흘겨보는 한여자. 그랬다.그들은 정말 은형이 말대로 개껌보다 질긴 집요함을 갖고있었고. 한참동안 나를 구박하더니.은형일 자신들의 옆에 억지로 앉혔다. 그로인해 내 옆을 차지한건 잔뜩 삐져버린 화진이고.ㅠ_ㅠ 천일인데. 백일도 아니고.오백일도 아니고.천일인데.ㅠ_ㅠ 내가 왜 쟤네들의 저런 노래를 듣고 있어야 하는거야. "하나면 하나지 둘은 아니다!!!!둘이면 둘이지 셋이겠느냐.♬" 계란을 세개나 삼키고. 2시간째 쉬지않고 불렀던 노래를 또다시 부르려는 동영이.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것을 감지해 재빨리 입에 있는 빵을 삼키는 광민이. 다급히 동영이의 노래를 받아부른다. "셋이면 셋이지 넷이겠느냐 ♬" "광민아.아직 내 차례야.." "지만 계속 부르냐..." "다섯에서 니가 받으라니깐.." "그럼 또 랄라라 니가 하잖아!!!!!" "그래.랄라라는 내가 해야지." "지랄마.내가 이번엔 랄라라 할꺼니까.니가 다섯부터 해." "뭐냐.이새끼?나보다 노래도 못하면서 지가 좋은거 맨날 다 한다?" "내가 너보다 노래 못한다고!?!?너 음악 가창시험 몇점이야. 그리고 라이브 까페에서 알바할때 내가 노래하고 니가 접시 날랐지. 내가 접시 날르고 니가 노래했냐?!?!" ㅠ_ㅠ.... 내가 원한건.. 장시간의 멋진 기차여행.나는 은형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지난 추억을 하나둘씩 꼽으면서 행복한듯 웃는다. 그럼 은형인 그런 내 머리카락을 가만히 넘겨주고.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면..그 푸르고 잔잔한 바다를 보며..말없이 은형이 품에 안기는거였는데.. "바다다!!!!!!!!!다다다다!!!" 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아우성을 쳐대는 동영이. 화진인 그런그를 보며 귀여워 죽겠다는듯 씽긋 웃어보이고. 광민인 흥분한듯 가방을 매고 내릴준비에 나섰다. 아직 다 온거 아니야!!!! "아싸.오징어.광어.홍합.!!!!" "그리고 나영이 누나를 닮은 인어!!!!!!" "인어가 어딨냐...이나영 닮은 여자애들은 몰라두.아하하. 기다려라.애기들아.오빠가 간다!!" "너 현영이한테 다 말한다." "말해라.!현영이가 내 말믿지 내말믿냐!?!" "지금 이거 핸드폰에 녹음했어." "이건 툭하면 녹음질이야!!!!" 하..그냥 귀를 닫자.강순아.안듣는게 오히려 속 편하니라.. 잠시후.그들이 기다렸던대로 기차는 강릉역에 도착했고.. 광민이와 동영인 모터달린 개구리처럼 재빨리 튕겨져 내렸다.. 그리고..고가의 핸드백에 고가의 샌들을 신은채.. 치마자락을 펄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화진이. 천일여행 니가 왔니..-_-.. "후..우리도 내리자 은형아.." "근데 저놈들이 어떻게 알구 쫒아왔지.?진짜 미스테리네." "내 예상이 틀림없다면.." "엉.." "니네집 뒤에서부터 널 미행한거 같아." "아.어쩐지..뒤에서 막 싸우는 소리 나더라.." "그래 니 친구들인데 어쩌겠니.니가 끝까지 책임져야지.그치." "아하하하.토할거같잖아.그런소리마라!!" 휴우.정말.미쳐버림이구나. 나는 화진이와 함께 신이난 세남자 뒤에 바짝 따라붙었고.. 그아이들은 쉬지 않고 웃어대며 택시를 잡고있었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대화를 나누며 "택시가 왜 안스지?!" "바지 걷어야겠다." "니 다리 보면 슬택시도 쌩이지.내가 걷어야지." "솔직히 내가 너보단 잘빠졌다!!!!!!" "하하하하!!!끔찍한 농담 그만쳐!!!!" ... .... 한숨을 쉬며.모자를 푹 눌러쓰는데..마침내 택시 한대가 잡히고. 나와 화진인 손짓하는 그들을 보며.하얀택시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강순아.은형이.되게 행복해보이지 않아.?" "그래.저 왠수들만 없다면.." "바보야.저 왠수들이 있어서 행복한거야.." "..응..그건..알아.." 피식..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그런 나에게 친밀스레 팔짱을 껴오는 화진이. 어쨋든.우린 택시에 올라탔고.. "경포대로 가주쎄요.!!!!!!!" 동영이의 신이난 외침에 따라 택시는 천천히 강릉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멋진 추억이 기다리는 바다를 향해_. [84] ..... ......... \ 벌써 50분째. "강순아.니가보기엔.지금 쟤네 뭐하는거같애." "달리기 시합하잖니." "진짜 신났다..내 사촌동생보다 더 어린거 같애." "어린거 같애가 아니라.더 어리지" 나와 화진이 눈앞에 보이는건. 끝없이 펼쳐진 잔잔한 푸른바다. 수원에서 보았던것과 별 차이 없는 찢겨진 구름 몇조각. 조개껍데기가 수없이 널부러진 모래사장. 마지막으로.. 남자 신발 여섯짝.-_- 그랬다!!!! 저들은 중간중간에 세워진 파라솔을 휙휙 지나치며. 달리기 시합을 벌였고. 승부욕들은 얼마나 강한지.어느 누구도 1등자리를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덕분에.나와 화진인 잔잔한 바다를 보며 치미는 화를 눌러참고. "배고파.강순아.." "나도..배도 고프고..춥고..지루해.." "그만 가자고 하자." "백번도 넘게 말했는데 어느 누구도 들을 생각을 안하잖어.." "아악.진짜 짜증나!!!" 한계에 다른 화진이가..모래를 걷어차고 일어났을때. 우리 앞에 땀에 흠뻑 젖은 세남자가 도착했다. 그리고..지나칠만큼 가쁜숨을 내쉬고 있는 은형이. "너 왜그래...아퍼..!?" "아니.아프긴!!!야.내가 일등했어 봤지!!?" 금방이라도 픽 주저앉을것같은 얼굴을 하고.자랑스레 웃어보이는 은형이. 그에 질새라.벗어던졌던 신발을 신으며 소리치는 동영이. "무슨 니가 일등이야!!!!!!!내가 일등했어.봤지.돈벌레" "돈벌레라고 해서 말안해!!!" "하이튼 내가 일등이야.내가 젤 먼저 들어왔어!!" "웃기지마.내가 일등이야!!!!" 악!!설마 또 뛰려는건 아니겠지!?!? 세남자의 실갱이가 또 시작되려는 찰나.. 어느새 윗도리를 벗어던진 은형이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야.그럼 나부터 뛸테니깐.니네가 초 세어라!! 그럼 불만없지!!일등하면 일등이라고 인정하기!!" "오케이.알았어." "지금부터.시작!!!!!!!" 잠깐!!권은형!! ...안돼.. 말릴새도 없이.(윗도리를 벗어던지고서.ㅠ_ㅠ). 등을 돌리곤 저만치 뛰어가고있는 은형이. 그리고.바닥에 주저앉아 초를 세고 앉아있는 두 남자. 그 초를 세는 방법이란 이러하다. "일초오....일초오가 지나고 이초가 왔네.이초오... 이초가 지나고 삼초가 왔네..삼초오...사초가 오려다가 멈칫하고. 드디어 사초가 왔네.사초오.." "하지만 오초는 올생각을 않고.결국엔 왔네.오초오..반갑다.오초야. 육초는 언제오니." 휴... 아직 이들의 유머에 확실히 적응이 안된 화진인. 멍한 표정으로 두남자를 내려다보았고.. 나는..자꾸자꾸 작아지는 은형이를 애타게 찾고있었다.. 자꾸만..멀어진다.. 이젠 그만 멀어질때도 됐는데... 너무너무 작아서...저 뒷모습이 권은형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워져버렸다. 그래서.난 바보처럼 또 울고 말았다.. 내가 없는곳으로..은형이는 빠르게 달아나버렸다... "권은형!!!!!!!!" "..강순아.왜그래..." "빨랑 와!!!!!인제 그만해두돼!!!!" 그만가!!!!!!인제 그만 돌아오라구!!!!!!!!!" "야..왜그래..달리기 하는거야.은형이 어디 안갔어.." "안돼...그만가...인제 돌아와... 은형아..권은형!!!!!!!!!!!" "은형이 올꺼야!어디 안갔어!!아니다.내가 가서 데리구 올께. 울지마!!" 당황한 광민이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했을때.. 내 귀에 들려온건 은형이의 가쁜 숨소리. "하아....나 몇초냐!!..야..왜울어.얘.." "니가 안올줄 알았나봐.계속 뛰어가서 안올줄 알았나봐.." "그래서 운다고..?웃기지마!!니네가 왕따시켰지!!" "니 여자친구가 그런걸로 우냐..." .... ....... "이강순.너 왜울어.진짜 나 안올까봐 우는거야?왜그래!!!" 내 눈물만큼은 참지 못하는 은형이가..흥분한듯 버럭 소릴 질렀고.. 난 모래깊숙히 두발을 묻고서..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뭘 그런걸로 울어!!나 왔잖아.고개 들어봐.나 왔으니까." "......." "아.진짜 이거 바보아니야.. 별걸같다 다 우네..나 왔잖아..그만울어..어..?" "....응...." 숨쉬듯 대답을 마친 날.. 맨몸으로 가만히 앉아주는 은형이. 가깝게 다가온 그아이에게선..여지껏 들을수 없었던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고. 무언가에 쫓기는듯..그 숨소리는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너무..빠르게... 그렇게..불안한 그아이를 조용히 쓰다듬어주는데.. 등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울음소리 하나. "어어어..어엉...어엉..." "넌 또 왜울어!!!!!!!!!" "광민아....나..배고파..." "또 시작이냐!!!!" "배고파..아까 기차안에서 달걀 세개 먹은게 전부란말야!!!!!" "진짜 눈물날일도 참 많다.야.은형아.하던건 이따 마저하고. 밥부터 먹자.얘 기절하겠다.." 정말 배가 고파서 운다고.? 그 말로만 듣던 소문이 사실이였단 말이야.!? 난 은형이의 품에서 얼굴을 들어..모래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동영일 보았고. 그아이의 까만 눈엔 정말로 눈물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이럴수가. 아무리 그래도.배가 고파서 울다니... \ 속초횟집. "아줌마!!도미하고요!!!우럭하고.음.또 광어하고요!!!!! 그리고 오돌이도 스무마리 섞어주세요!!!!!" ..... 여기는 횟집.여기는 횟집. 난 마루에 앉아.해산물 찌꺼기가 널부러진 땅바닥을 내려보고. 신이난 동영인 양손에 젓가락을 하나씩 들고 툭툭툭 식탁을 내려찍었다 "니들 오돌이 먹어봤냐?응?먹어봤냐?!" "오돌이가 뭔데..?" "아주 맛~~있는거야.돈벌레 너도 먹으면 뿅 가게 될껄." "돈벌레라고 하지 말랬지.나 돈 안밝힌다구!내가 밝히는건 명품이야!!" "오돌이!!오돌이!!" "어쩜 아무리 그래도.어떻게 배 고프다고 울수가 있어." "지는!!돈없음 울면서어!!!!으엥엥.돈주세요!!네?!" "니가 봤어!?!?" -_-..참담하구나.. 땅바닥에서 시선을 거둔난 조용히 물을 들이키고.. 광민이는 옆테이블에 앉은 여자의 윙크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스끼다시로 나온 옥수수콘을 숟갈로 마구 휘집어놓는 은형이. "지저분하게..왜그래." "이거 먹고싶다.내가 젤 좋아하는건데.." "먹어.." "먹음 토해.." "의사선생님도 그러셨다며.세끼 꼬박꼬박 먹는게 중요하다구. 그럼 이따 회 나오면 먹어.생선은 좋댔지?" "..엉.." "그럼 회 먹어.이런 기름낀건 먹지말구.." "콘옥수수 존나 맛있는데..." 찢어지는 가슴.. 은형이가 먹을거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도 아는데.콘옥수수 정말 좋아하는데.. 오늘따라 왠지 미워보이는 그 옥수수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오돌아!!!왔구나!!!!!" 동영이는 내가 슬퍼하는걸 두눈뜨고 볼수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자꾸 슬퍼질만 하면 이렇게 분위기를 띄우나보다. 암만해도 그렇게라도 생각해야지.-_-^ 안그럼 이 두손이 들고있는 젓갈로 저애의 배를 푹 찔러버릴지도 몰라. 잠시후..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오는 이 횟집에서.. 회를 향해 젓가락을 마구 놀려대는 동영이를 볼수있었다. 나는 광어회를 하나 집어서 은형이 입에 넣어주고.. 광민이는 말없이 묵묵히 회를 집어먹는데. 저아인!! "껍질을 따서!!!!!" "..어머.그거 살아있는걸.-0-.꺅!!" "고추장에 찍어서..!!" "그걸 어떻게 먹어!!" "자 너 먼저 한입 아!!!!" "싫어!!절대 싫어!!!" 손사레 치는 화진이를.이상한 생물보듯 흝어보더니. 새우모양을 한 그 오돌이를.팔딱팔딱 움직이는 오돌이를 입에 쏘옥 넣는 동영이. 그리곤 여지껏 한번도 본적없는.아주 행복한 미소를 얼굴 가득 퍼트린다. 스무마리의 오돌이가 동영이 입에 몽땅 들어가고. 회접시가 깨끗히 비워졌을때.(동영이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저린발을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날수 있었다. 팔딱대는 20마리의 오돌이가.그의 입으로 들어가는걸 생생히 목격하고. 지금은 거의 혼절 지경에 이른 화진이. "안녕히 계세요.아줌마!!" "그래요.학생들 잘가요!!담에 꼭 일루 와야돼!!" "네!!여름방학 하면 또 올께요.!!" "그래.내 기억하구 있을께." "이집 오돌이는.정말 최고에요.잊지 못할거에요.아줌마." "호호호.고마워.^0^" -_-.저 남자.최고란 말을 매우 즐겨씁니다.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아줌마. "우와...벌써 이렇게 어두워졌네..." "응.다 까매..바다 색도 무서워.." "밤바다는 무섭지...밤하늘은 예뻐도.." 배가 부른 동영이와.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 화진이. 알수없는 묘한 얼굴로 맞은편의 시꺼먼 바다를 보는 광민이와.. 멍하니..바다위에 시선을 던져놓은 은형이. 그리고.. 오늘은 남자친구 저녁밥 배불리 먹였다는 뿌듯함에.. 마냥 좋은 이강순. 우리 다섯사람은.각자의 마음에 잊지못할 바다를 새겨놓았고.. 굉장히 어색스럽게도..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선.. 묶을곳을 찾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우리 천일여행.잊지 못할꺼야. 그리고 아줌마. 방학하면 이 멤버 그대로 꼭 다시 올꺼니까. 그때는 서비스 더 많이 줘야돼요.. 꼭. 다시 올께요. [85] \ 현대비치호텔. "야..여기 너무 비싸.." "근데 여기가 바다 젤 잘 보이잖아." "그래도.." "그래도가 아니야.다른것도 아니고.천일인데.!!" "그냥 다른데 묵어서.새벽에 바다 보러 나오면 되지.." "넌.우리가 그런짓을 하도록.저놈들이 놔둘거 같냐.." "맞다.." 힐끗 뒤를 바라보니.. 흐뭇한 얼굴로 호텔로비를 둘러보는 동영이와 광민이가 보인다. 그리고..수준이하라는듯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는 화진이.- _- "돈 모자란거야?그런거라면 언제든지 말해" -_-.. 거만한 그녀의 도움으로.우린 어찌됐든 7층에 위치한 커다란 온돌방을 얻을수 있었고.은형이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사이. 쑥덕쑥덕 대고 있는 두 남자. "야.동영아.너 아까 봤지.쟤가 돈 십몇만원 처억 하고 내는거." "응.돈벌레 말이냐?" "그래.쟤 돈이 많은거 같은데.어때.못이긴척 받아주는게." "안돼 쟨.내 가슴에 불을 지를수 있는 타입이 아니야." 차라리 화진이 없는데서 말하던지. 눈앞에 뻔히 앉혀놓고 대체 그게 뭐하는 짓들이냐.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가.동영이를 상대로 두번째 싸움을 벌일때. 나는 사가지고 온 술병과 케익등을 바닥에 늘어놓았다. "니들 그만좀 싸워라. 여기까지 와서도 꼭 그렇게 싸워야겠어" "우와.여기 진짜 바다 한눈에 다 보인다.저기 불도 보여.오징어 배!! 탕탕탕탕!!" 동문서답하지말고.. 술상을 다 차려놓자.창가에서 넋놓고 있던 세사람이 와글와글 모여들고. 그와 동시에 샤워를 마친 은형이가 등장했다. "와악!!오빠 나 코피나!!!!!!" -_-..동영이의 호들스런 고함소리와 함께 시작된 천일파티. 저 이상한 고깔 모자는 언제 산건지. 빨간 고깔을 머리에 쓰고..나머지 고깔 네개를 우리들의 머리에 억지로 씌여놓는 동영이. 아니다.시정해야지. 억지로 쓴건 나와 화진이뿐. 저 세사람은 이 상황을 아주 즐기는듯 하다. "우우!!천일!!!천일!!축하합니다.♬ 은형이랑 강순이!!!!강순이랑 은형이.!!천일천일 축하합니다!!♬" "그 노래는 뭐야!!내가 다시 불른다." "안돼!!!!!!넌 부르지마!!!!입다물어!!" "싫어.오늘 나랑 강순이랑 기념일이니깐.내가 불를꺼야." "이새꺄.기껏 띄어놓은 분위기 다 죽일라구 그러냐!!!" 아하하하.ㅠ_ㅠ. 노래를 부르려 난리치는 은형이 머리위로. 퍼어엉!!!!!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지고.. 내가 갖고온 카메라는 어느새 광민이 손에 들려져.. 잠시도 쉬지않고 후레쉬를 터트렸다. 늘려놓은 소주병은 어느새 바닥이 나고.. 사가지고 온 초콜렛 케익도 동영이에 의해 동강이 나고.. 나와 은형이 옷엔 크림이 잔뜩 묻어있고.. "만일때는.결혼이냐.!?!?" 이불위에 반쯤 널부러진 광민이가.잔뜩 꼬인 목소리로 기분좋게 묻는다. "결혼하고도 남았지!!천일이면 거진 3년인데. 그땐 애가 중학교 입학을 하고도 남았겠다." 그에 못지 않게 취한 난. 평소때보다 훨씬 대담해져버렸다.! "오우 쎄게 나오는데!!바로 진실게임 들어간다!!두사람!!첫키스는 언 제!!!!" "고1!!" "어디서!!" "네!!우리집 뒷골목에서!!!더 정확히 말하자면 봉고차 뒤에서!!" "우와!!!추잡스럽다!!자 그럼 계속!!" ..그때.. 유일하게 술한잔 입에 대지 않은 은형이가. 터억.하니 내 입을 틀어막고. "그만 물어봐.우리만의 비밀이야!" "에이.치사하다.쫀스럽다아!!" "그래.쫀스럽다.어쩔래.취했으면 널부러져 잠이나 자라.!" "자.그럼 대화 상대를 바꿔서!돈벌레!!" -_-..정말 심하게 취했다. 동영이도 아닌 광민이가.화진이에게 돈벌레라고 말해버리다니. 다행스레.우리중 제일 취해있는 그녀는.. 빈 소주병을 얼굴에 문지르며.아주 발랄깜찍하게 대답했고. "네에!!다음타자 등장!!" 깨어나면 뒷감당 어떻게하려구.적당히 푼수떨길바래.친구야.ㅠ_ㅠ "동영이 좋아하지!!?" "네에!!!좋아요!!동영이 좋아!!!!!!" 어머.세상에.어떡하니..저걸 어떡하면 좋아.. 취한 와중에도.친구인 그녀가 걱정되어..성큼성큼 다가가려는데. 어느새 잠바를 걸친 은형이가.. 비틀대는 나를 조심히 들어올린다. "나가자." "응..?" "나가자.." "응.." 혹시몰라.호텔키를 주머니에 넣고..정신잃은 나에게 신발을 신겨주 는 은형이. 그리곤.주저없이 술냄새 풀풀 날 둘러업는 은형이. "..너..힘들잖아..아프잖아." "비참해지는 말 하지말구." "....응..." 찰칵. 살며시 문을 여는 은형이. 등뒤로 들려오는 화진이의 상기된 목소리. "동영이 좋아!!!!동영이 대답바람!!!! 나영이랑 화진이랑 누가 더 좋아!!!!" ㅠ_ㅠ....난몰라..... 너한테 술먹이면 안된다는거 까맣게 잊고있었어. 내일아침에 정말 챙피할꺼야. 부디.제발.필름이 끊기길.머릿속으로 간절히 빌어줄게.. "너 안본사이에 살 많이쪘다.." "그것봐.!내려줘..내릴래.." "살 많이 쪄서 좋다구." "아니야.내려줘.내릴꺼야!" "왜 이렇게 떼써.?가만좀 있어라." "....." 엘리베이터를 지나..호텔 입구를 벗어나서.. 술에취한 아저씨 아줌마 곁을 지나쳐서... 바다가 있는곳으로 천천히 걷고있는 은형이. 난 말없이 그아이의 등에 얼굴을 묻었고.. 역시..술김에도..가쁜숨소리는 생생하게 와닿았다. 무의식중에.놓치지 않으려는듯..두손으로 은형이의 목을 꽈악 끌어안고. "켁..." 은형이의 기침소리가 들렸을때..정신을 차리고 손을 풀면.. "멋지다.굿이다.그치." 눈물이 나올만큼.아찔한 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지친 은형인..건조한 모래위에 털퍼덕 주저앉았고.. 나역시..무거운 머리를 그아이 어깨에 기댄채.. 하얀 달과 까만 바다를 번갈아 보았다. "파도도 없네..." "응..파도도 없다..잔잔하다...." "안추워.?" "응.하나도 안춥다..넌.." "나도 안추워.." "...그래.." 바다를 가만히 들여다보다..끝없는 깊음에 겁이나서 고개를 들면.. 눈부실만치 하얀 달빛이 괜찮다는듯 나를 달래주고.. 다시 바다를 가만히 들여보다.. 너무나 짙은 웅장함에..고개를 들면.. 하나뿐인 내 남자친구가 저 흰 달빛보다 더욱 밝게 웃어주고.. "....은형아..." "응." ".안죽는다고 약속해..." "...안죽어." "진짜지.죽으면 안돼.나보다 더 늦게 죽어야돼." "그건 지킬수없지만.하이튼..니 머리 다 하얗게 변할때까지.안죽어" "..우리..너 퇴원하는날..분식집가자. 그 아줌마가.너 되게 보고싶어했어..니가.맨날 그 아줌마 섹시하다고 장난치고 했잖아.." 술은.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그래서 난..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죽음이란 단어를.. 술김에 빌어 은형이 앞에 꺼내놓았다.. 왜..몰랐을까..... 은형이 두주먹이..평소보다 훨씬 꽉 쥐어져있다는 사실을.. "그래..분식집가자.퇴원한 다음날.." "그다음날은 뭐하지.?빨리 니가 생각해.." "..응..어머님.아버님.강윤누나 보러 너희집 가야지.." "..맞어.우리집..그리고 다음날은..?" "우리아빠 보러가야지..." "맞다..아버님한테도 인사하러가야지.." "하하..아버님이랜다...이 아줌마 진짜 나한테 시집올래나봐." 꽉 쥔 왼쪽 주먹을 가만히 풀더니.. 두 눈을 슥슥 훔쳐내는 은형이.. "..너..울어...?" "아니!!그리고 다음날은 놀이동산 가자!!!" "다음날은..?" "나 학교도 전학해야지.퇴원하면 학교도 다녀야되니깐. 교복 사러가자!!" "그냥.우리학교로 전학오면 안되나..?" 어이없는 나의 질문에..또 피식 웃어버리는 은형이.. "그럴까?그럼 니네학교 수원시 최고 학교 되겠네. 같은반 되게 하라고 생떼 써야지.그리고 맨날 쉬는시간마다 뽀뽀해야지..." "우리 담임 되게 무서워..." "내가 더 무서워!!!가서 귀염댕이랑도 친구해야지." "승현이..?" "응.귀염댕이." "....^-^..." 술취한 남자들의 싸움소리만 아니였다면. 정말 최고로 낭만적인 밤이였을텐데.. 달도 있고...바다도 있고....모래도 있고..... 날 꽉 안아주는 은형이도 있었으니까.. "...은형아..." "응.." "우리 애기 이름.지금 알려주면 안돼.?" "안돼..비밀이다..." "왜.어차피 그때 알게 될텐데..." "그래.그때 알게될꺼니깐.10년만 참어.." "..10년뒤에.꼭 말해주기다.." "응." "나 그렇게 믿고.애기 이름 생각 하나도 안한다." "그래.내가 넷째까지 다 생각했으니깐.걱정하지마!!" "야아!네명을 어떻게 낳아!!!!!" "왜 못나!!!!!최대한 간추린건데!!!" "넷은 심했다 진짜." "더이상 양보못해.넷이다.넷." "....ㅠ_ㅠ.." .... 일요일 새벽 1시경. 변함없을 달과 바다를 증인으로 내세워. 우린 변함없을 약속을 했고. 그자리에서 쓰러지듯 누워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눈을 떴을때. 잠들어있는 은형이 얼굴은 너무나 행복한듯 웃고있었다. 깨우기 미안할정도로... 정말로 행복하게.웃고있었다. [86] \ 다음날아침. 믿을수 없는 광경이 일어나버렸다. 나는 보고 만것이다. 부끄럼 타는 동영이의 얼굴을.!!!!!!!! \ 돌아오는 기차안. 내 옆에는 피곤한 은형이가 기대 잠들어있고.. 맞은편엔 화진이와 광민이가 앉아있다.. 발그레한 볼을 하고서..창문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뚫어져라 보고있는 그녀. 그리고..내 뒷좌석에 앉아... 벌써 3시간째 한마디도 없는 동영이. 동영이가 3시간동안 한마디도 없다니. 이건 꿈일꺼야.믿을수 없어. "아..속쓰려 뒤지겠네." "나..나도 속쓰려.." "넌 어제 은형이랑 둘이 몰래 나가서 뭐했냐" "...아무것도 안했어.그냥." "그냥 하늘봤지?" "응.맞아.그거야." "하긴.하늘을 봐야 별을 따니까" "그런거 아니라니까!!!!!!" 광민이와 나의 대화만이 기차안을 쩌렁쩌렁 메우고. 그에 놀라 번쩍 깨어난 은형이가 우리의 대화에 합류하고. ..말없는 저 두남녀는.. 애꿏은 창문만 벅벅 긁어대고..- _ - 그리고.오고가는 수다속에_기차가 수원역에 도착하면.. 동영이는 마주오는 택시를 잡아타곤 휭하니 사라져버렸다. 기록이다.일기에 써야지. 동영이가 한마디도 안한날. "아..나도 힘들다..정말이지 여기 저기 안쑤시는데가 없어.." 슬슬 도망갈 준비를 시작하는 화진이.-_- "그래.너두 얼른 가." "참.참고로 말하면 난 어제 한일 기억 하나도 안나" 그래.그래서 아까 그렇게 뻘쭘히 앉아있었구나.-_- 신고온 구두를 딸각대며..재빨리 택시안으로 도망쳐버리는 화진이. 이 말이 제격일듯 싶다. 도.망.치.는. "넌 어디 갈꺼냐." "난 너희집 갈꺼다" "현영이 안만나.?" "응.내일 학교에서 볼텐데.뭐.오늘은 사랑하는 은형이와 밤을 불태워야지 어제는 강순이한테 양보했으니까" 은근히 보면.. 안그럴거 같은데 살살 약올린단 말이야.. -_-^ 어찌됐던.은형이는 뒤따라오는 택시 한대를 잡아주었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쉴새없이 떠들어댄다. "집에 가자마자 전화하고. 여섯시간밖에 못잤으니까 가서 푹자고.일어나서 밥도 먹고. 알았지.다음날 학교도 무사히 가고.!!" "알았어요.내가 무슨 애야.." "모래 많이 밟았으니까 깨끗히 씻고.. 선생님 말도 잘듣고..반찬투정하지말고..!!내 생각많이하고.." "왜그래 오늘 진짜.." "내가 사랑하는거 잊지말고..!!!" ........ .......... 잘못본거겠지.. 그래.잘못본걸꺼야.. 곧이어..오는내내 꽉 쥐어져있던 은형이의 주먹이.. 택시문을 쾅하고 닫아버리고.. 창문밖으로..놀란 얼굴을 한 광민이가 보였다. 은형이의 양 어깨를 쥐고 흔들며..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광민이가.. ... 그리고.그들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택시. 내 맘관 상관없이.카세트 안에서 신나게 흘러나오는 트로트. ♬♪♩♬♪♬♪♩♬♪ ♬♪♩♬♪♬♪♩♬♪♬♪♩♬♪ "왜그래요.?" "......." 초조함과 불안함에..열손톱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집에 다와갈때까지..한마디 말없이 이런 내 모습을 힐끗대던 아저씨가. 궁금해서 못참겠다는듯 넌지시 물어왔다. "아저씨..." "?" "폐암.수술하면.다 낫죠..맞죠.." "폐..암이요.?" "네..." "왜요.학생 아는 사람중에 누가 폐암이에요.?" "수술하면.다 낫는거죠..." "재발만 아니라면...이식도 가능하죠." "그래요!?재발 아니면 이식가능해요!?!?" "아마도..잘은 모르겠는데..허허.." "감사합니다!!!!아저씨.진짜 감사합니다!!!!!" "-0-..네..?" 모르고 있었다. 폐 이식은 불가능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재발만 아니라면 이식 가능이라니.!! 은형이 이번이 처음이지.?! 한번도 폐에 이상있단 얘기 들은적 없으니까..이번이 처음일꺼야.!! 순간.막혀있던 높은 벽중..어느 한 구석이 투두둑 튿어지는 느낌이 들고. 그 틑어진 구멍으로 숨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점점.죽음이라는 단어가 희미해지는 순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ㅠ_ㅠ. "아저씨 너무 감사합니다.!!길 조심히 살펴가세요!!" "헛..그래요.고마워요.!" 싱글벙글 대며.쓰고있던 모자를 하늘높이 치켜들고 빙글빙글 돌리며. 날아갈듯한 손으로 벌컥 현관문을 열었을때. 신발장앞에 돌부처상처럼 딱딱히 굳어있는 아빠를 발견했다. "아빠.다녀왔습니다.!!^0^!!" "너 지금이 몇시야!!!!" "네.10시 3분이요!!아빠.은형이 안죽어요.!" "너 외박을 했어!?나한테 말도 안하고 외박을?!!?니가 제정신이야!!" "아빠.은형이 안죽어요!!" "걔가 언젠 죽는다든!!!!!!!" 부들부들 젤리처럼 떨리는 눈으로..나를 힘껏 노려보는 아빠. 겁에질린 엄마와 언니 얼굴이.아빠의 어깨너머로 들여다보였고.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한채.. 열대맞을 매를 백대로 벌어놓았다. 딱!! 딱.!!! 딱.!!!!! 저소리가 정확히 101번째쯤 안방을 울렸을때.. 나는 퉁퉁부운 종아리를 이끌고 무사히 거실로 내보내질수 있었고. 연고를 들고 호들갑 떠는 언니에게.여유로운 웃음을 보낸다 "풋..언니 나 괜찮아" "부어 터졌어.!!!돼지다리처럼!!팽팽하게 부풀어올랐다구!!" "언니 이식이 가능하대.!!" "무슨 이식.?" "은형이 살수있어!!" "걔 지금도 살아있잖아." 아무것도 알턱없는 언니는.왠 멍멍이 짖는 소리냐는듯 내 이마를 짚어보았고. 난 그런언니의 손을 가볍게 뿌리친채.방으로 뛰어들어와 침대위에 몸을 던졌다. 이식가능!!이식가능!!이식가능!! 지금 내 머리를 핑글핑글 맴도는건.맞은 아픔도 아니고 아빠에 대한 원망도 아닌.이식가능 네글자. 그리고.흥분한 이 바보는. 은형이에게 전화해야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채. 벅차오르는 기쁨에 이리저리 몸을 굴리다가.. 배부른 곰처럼 쌔근쌔근 잠이 들고말았다. \ 다음날 아침. 한손에 아령을 쥐고. 나를 깨우기위해 방문을 마악 열려던 언니가.. 이미 교복까지 다 차려입은 날 보고.소스라치게 놀라버린다. "야!!너 왜이래!!" "뭐가.?학교가야지.^0^" "니네 오늘 소풍가?!" "아니이" "그럼..잘생긴 교생이라도 온대?!" "아니이..^-^" "그럼 뭐야..급식반찬이 맛있는날이야?!" "아니.그런거 아냐.비켜 언니 나 늦었어." "...." 굳은 언니를 홱 밀치고.화장실로 달려가는 도중.. 언니만치 놀란 엄마와 아빠를 보았다. 그들은 때이른 나의 기상에 엄청난 충격을 먹은듯 했고.. 난 콧노래를 흥얼대며 등교길에 오른다. 참.은형이한테 전화해야지!!-0- 아니다..이놈이 아직 일어났을리 없구나.. 정류장에 도착해..버스가 오나 안오나 고개를 쑥 내밀어보이곤.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전화해요.♡ "뭐?!그렇게 문자를 보냈다구!?!?" "그래..그럼 어떡해.." "이 바보야!!그냥 진심이라고 말해야지!!" "어떻게 진심이라고 말해!!챙피해 죽겠는데. 이렇게라도 말 안함.영영 못볼지도 모르잖어..." \ 교실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책상위에 바짝 엎드려버리는 화진이. 이 멍충이 같은게 글쎄.. '어제 내가 한건 널 놀려주기 위한 거짓말이였어. 나만 맨날 당하란법없잖아' 라고.동영이에게 문자를 보냈단다. 으이구.. 다른 남자들은 잘도 꼬셔내면서.왜 동영이한텐 그렇게 절절매는거야. 안쓰러운 눈으로..그녀의 처량한 뒷통수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는데.. 드르르륵. 교실 앞문이 열리고.예정보다 10분빨리.수학선생님이 고개를 들이민다. "야 오늘 단축수업있어서.평소보다 10분빨리 시작하니 그리알아라" "아우..." "왜 아우야.이놈들아.!단축수업이라니까.!!" 피곤한듯..어깨를 들썩들썩 해보이면서. 교탁앞에 다가서는 선생님. 난 널부러진 화진일 억지로 일으켜세웠고.. 선생님이 문제집을 들고 필기를 시작하면.. "선생님.저 어제 밤에 선생님 봤어요!!" ... ......밝은 목소리의 승현이가. 또다시 장난을 시작한다. 그랬다..헤어진 그날부터..변함없이 밝은 모습을 보여온 승현이. 아니.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전보다 훨씬 더 말과 행동이 많아졌다.. 싫어하던 여자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늘 거부해오던 후배들의 편지도.즐겁게 받아주고.. 어쨋든.선생님들도 예뻐하는 승현인.짖궃은 목소리로 수업의 첫마디를 꺼냈고. "으이구.이번엔 또 내가 뭘 하구 있디" "선생님 사모님하구 뽀뽀하는거 봤어요~! -_-. 승현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교실안에서 터져나오는 함성소리. "우우우~~~~~~~~" 가여운 선생님은 이쪽은 돌아보지도 않은채. 분명 빨갛게 달아올라있을 얼굴로 강력히 그 사실을 부정하고. .. 난 나도 모르게 픽..웃음을 터트리며.주머니안에서 강력이 느껴오는 진동에.재빨리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은형이 일어났나보다..! ...그러나.액정안에 희미하게 찍혀있는 글자는. 동영이. ? 동영이가..이시간에 왠일이야........ ...혹시나...하는 생각에..일단 핸드폰을 열고..책상밑에 반쯤 고개를 수그린채..귀를 갖다대었다. ... "..여..보세요..." "............" "..동영아..너..왜그래....왜그래..." 쉴새없이 웃고있던 나의 입이...갑작스레 굳어버리는 순간. 동영이란 이름에 흠칫 놀란 화진인.같이 책상밑으로 고개를 수그렸고. ..이어..핸드폰 건너편에선.. 동영이의 흐느낌이 쏟아져들려왔다. 여지껏 들은 어떤 목소리보다..크고..슬픈 목소리.. 화진이에게 다 들릴만큼..그아이의 목소리는 컸고.. 이에 놀란 그녀는..내 양쪽팔을 잡곤 마구 재촉하고.. "야.동영이 왜 울어..응?왜울어..!!" "동영아..왜울어..말해봐.무슨일인데.무슨일인데..." ... ...... 모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반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우릴 향해 집중되있다는걸.. 쥐죽은듯 고요해져 버렸다는걸.. "동영아..!!무슨일인데!!말해봐!!은형이 무슨일 생겼어?!아니지?!?! 그건 아니지!!" "206호........." "뭐라구.....?" "206호!!!!!!!!!!!!!!" "...206호라니..무슨말이야.." "아주대병원 206호!!!!!!!!!!" "....................." 떨어진 핸드폰 너머로..동영이의 흐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술렁이는 아이들목소리도..동영이의 커다란 울음소리를 묻을순 없었다. 그렇게..10분이 넘도록.. 선생님이 달려와 핸드폰을 닫는 그 순간까지도.. 동영이의 흐느낌은..멈추지 않았다. [87] "이강순.너 뭐야 임마.선생님이 허수아비로 보이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들고..언성을 높이는 선생님. 동영이의 울음소리에 놀란 화진인..축 늘어진 나의 왼쪽팔을 흔들며 마구 재촉해댔고. 선생님은 얼굴을 붉혀가며 나를 다그쳤다. "말해봐.누가 수업시간에 전화받으랬... 어어?!야!!뭐하는거야 지금!!" 온몸의 힘이 순식간에 나가버린 나는.. 말없이 뒤돌아서..뒷문을 열었다. 그리고.은형이가 있을.울고있는 동영이와 함께있을. 아주대병원에 가기위해..아무표정없이.아무생각없이.한두개씩 계단을 내렸다. 탁탁탁_!! 등뒤로 가까워오는 누군가의 발자국소리. "야.이강순.제정신이야.수업중에 뭐하는거야 지금!! 안멈춰!?!" "..............." "어쭈..야!!스란말 안들려!!" 일층에 다다랐을무렵.수학선생님의 통통한 손이 내 팔목을 거칠게 잡아당겼고.. 그에 질새라.나역시.눈물범벅된 얼굴로 선생님의 손을 뿌리쳐버렸다. "너......-0-..."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왜울어.누가 아프대!?집에 무슨일 난거야?!" "........." 나의 우는얼굴에 놀란듯.한층 누그러진 선생님의 목소리. 난 가만히 고개숙여 대답을 대신하고.. 일이 더 복잡해지기전에.정문을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가빠오는 숨.. 아직 무리하면 안되는 오른쪽발.. 상관없다.. 울고있는 동영이와.눈감은 은형이의 모습이 겹쳐지면. 힘들어야할 내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졌다. 버스안에 오르면..표정없이 울고있는 나의 모습에. 사람들이 수근거리고.. 이윽고.버스가 아주대 앞에 도착하여 내리면.. 계단을 오르는 그 순간까지도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되고.. 길거리에서 우는걸.무엇보다 끔찍히 여겼던 내가. 믿을수 없을만큼 많은 눈물을 쏟고있었다.. 그리고..커다란 문을 밀고..터질것같은 몸을 엘리베이터에 실었을때.. 조금씩 아파오는 머리. 너무 많이 운탓에.두통이 온거같았다.. 닫힌 엘리베이터 문에 잠시동안 머릴 기대고. 지이이익. ....... ..... 잠시후 문이 열렸을때. 눈앞엔.일자로 뻗은 통로가 보였다 그리고,206호가 어딘지 금방 알게해주는.많은 학생들의 웅성거림 "은형이 형!!문좀 열어주세요!!" "은형아.나다.학주!!잠깐 얼굴좀 보자..!!" "은형아!!안에 있으면 대답좀 해봐..너 어떻게 된거야..!!" ... .... 낯익은 교복들이.한 병실앞에 잔뜩 모여있고... 그중엔..두주먹으로 206호 문을 미친듯이 두드리는 최보람도 있다. "야!!!권은형!!이 나쁜새끼야!!!!! 문열어!!문좀 열어봐!!!!!권은형....은형아..제발.. 문좀 열어줘...권은형..!!!" 열다섯명 남짓해보이는 아이들은..꽉 메인 목소리로 은형이의 이름을 외쳐대고.. 선생님으로 보이는 양복입은 남자도..다급한듯..병실문을 마구 돌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은형이때문에 하던일을 멈추고 달려와주었다. 난 ..실내화 차림으로 오도커니 서서..은형이의 소중한 사람들을 바라보 고..은형이를 부르며 흐느끼던 최보람이.. 스윽 고개를 들면. 이내 멀지 않은곳의 날 발견해버리고 만다. "...야...이강순......." "........" "하..진짜..너 잘만났다.." 말리는 아이들을 뿌리치고..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며.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최보람. 병실과 5m 도 떨어지지 않은곳.. 그렇게 가까운곳에서..헝클어진 얼굴로 마구 소리를 지르는 최보람. "어제 은형이랑 바다 갔다왔지!!!!!!몰랐냐!?!! 응?!은형이 아픈거 몰랐어!??!?!?!" "........." "아픈앨 데리고 바다를 가!?!? 니가 생각이 있는 기집애야!?!?엉?!?병원에 입원시킬 생각은안하고 아파 죽을라는 앨 바다를 데리고 가!?너 무슨생각으로 사냐!? 어떤 생각을 하길래 일을 이 지경으로 벌려놔!!!!" ... 놀란 그들의 학주가..급히 달려와 보람이의 어깨를 잡았지만.. 흥분해버릴대로 흥분한 그아인.. 분노로 달아오른 두 눈을..내 얼굴 가까이에 들이댔다. "대답못해!?할말없어!?! 내가 말했지.은형이한테 가까이 가지 말라고. 근데..참..기가막힌다...바다..?넌 너밖에 모르지? 그래서 양다리나 까대고.아픈 은형이 바다로 질질 끌고갔지? "그거...우리 천일여행이였어... 우리한테 소중한 기억이고..우리한테 젤 좋은 추억이야... 함부로 말하지마...나랑.은형이 천일여행이야....." "천일?!박승현 좋다고 버릴땐 언제고!!천일여행?!!너 진짜 대책없다.. 왜!?!인제 은형이 입원했는데.그놈한테 다시 가야지." "뭐.....?" "정확히 찝으니까.찔리냐.? 아픈 은형인 내가 돌볼꺼니깐.넌 팔팔한 니네학교 놈한테 가라. 응.??" "은형이는 나 아니면 안돼!!!!!!" 울분섞인 나의 고함에. 가까이 들이댄 최보람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리고.. 그아인.뒤에 서있는 후배들과 반 친구들을 향해.. 침착한 목소리로 되묻기 시작한다. "야..현영아.넌 알지.이강순이 은형이한테 무슨짓 했는지.." "왜그래..그만해..." "니들은 확실히 모르지??야.서영아!너 그때 은형이 왜 사귀던 언니랑 깨졌는지 궁금하다 그랬지!?!?" "아...아니..언니.그만하세요..." 은형이의 후배인듯한 여자아이가.. 당황스런 표정으로 보람이의 왼쪽팔을 붙들고.. 은형이의 아픔에..그리고 나에대한 증오감에. 최보람은..심하게 떨려오는 몸을 하고선..고함을 쳐댔다. "왜 다 나 나쁜애로 몰아!!난 적어도 얘처럼 양다리는 안하잖아!!!! 버렸던애한테 다시 돌아오는 그런짓은 안하잖아!! 이강순이 뭔데.!! 사귀다 질려서 그놈한테 갔다가.다시 그놈 질리니깐 버렸던은형이 찾아온건데!!!!!니들같음 참을수 있어!?!?선생님!!선생님 아들이 그런꼴 당하면.참을수 있겠어요!?!?" "응??아니.나는..그만해라.보람아.은형이 문병와서 이게 뭐냐.. 안에서 얼마나 신경쓰이겠어.가뜩이나 아픈데..." "난..난.정말요....." 선생님의 따스한 한마디에.. 또다시 눈물을 떨구어내는 보람이. 나와 다른방법으로 사랑을 하는 보람인.. ...많이 힘들고..아팠나보다. 보람이가 어깨를 들썩이며.선생님의 품에안겨 우는동안.. ..병문안을 온 아이들은.. 탐탁치 않은 눈으로 나를 흝어보았다. "보람이 언니 불쌍해..." "...야.명찰봐..쟤 .이름이 이강순이야." "푸우..>_<" "...원래 저학교 애들이 재수없더라.그때.있잖아. 저번주 일요일날 싸운애들.걔네도 저학교 애들이였어." "아.맞다.그랬지 참.근데 양다리 걸치게 생겼네. 갑이면 진짜 가만 안둔다.어휴.그냥.." ... 저들에게.왜 저런소릴 들어야 하는지.그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난. 가만이 그들곁을 지나쳐 206호실 앞에 멈춰섰고.. 그에 따라.아이들의 언성은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왜요.?은형이 형 봐서 뭐하게요?" "보람이 우는거 안보여..?왠만하면 그냥 가지..?" "은형이 바다갔다와서 저렇게 된건 알지?" ... ..... 그리고. 그때. "니네 죽을래..?" "......?!" 열린 문틈 사이로.반쯤 드러난 광민이의 얼굴.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아이들은 놀란듯 문앞에 바짝 붙어섰고. 광민이는.아이들틈에 파묻힌 내 손을 잡고. 병실 안으로 쑥 끌어당겼다. "잠깐!!광민아!!은형이 어때!?괜찮어!?!?야!! 문좀 열어봐!!!!!!" "너 따 시킨다!!!!!빨랑 문 열어!!!!!!" .. .... 찰칵.. 잠귀여버린 문. "평소에 친하지도 않던놈들이 왜 와서 지랄들이야... 야.넌 왔으면 전화를 하던지.밖에서 욕이나 먹구 있냐.." "은형이...." "니 앞에 누워있잖아......저 병신돌쇠새끼...."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쥔채.. 눈앞의 침대를 가르키는 광민이.. 그 위엔..한 팔 가득 링겔주사를 꼽고있는 은형이가 있고.. 옆에 놓인 의자엔.. 울다 지쳐 잠든 동영이가 있다.. "은형아......." "안녕.!!" ".하....." 환자복 차림의 낯선 은형이.. 한숨도 못잔듯.쾡한 눈으로.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은형이. 그리곤..눈물 고인 내 눈을 발견하고서. 옆에 놓인 자켓으로..링겔꼽힌 팔을 덮는 은형이. [88] "너..여기서 뭐해..왜..그러구 누워있어..." "앉아있잖냐." "바다..바다간거..때문에...이렇게 된거야..?" "아니야.밥안먹어서 쓰러진거다.넌 학교는 어떻게 하구 왔어." 멀쩡한 은형이의 얼굴에.안심이 되면서.. 꽉 잡고있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진다. 그러나..주사바늘 꼽힌 그아이의 팔을 보고.. 병원침대위에 누워있는 마른 그아이의 모습을 보고.. 잠깐 번졌던 미소는.참을수 없는 눈물로 변해버렸다. .. ... 병실밖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소리에.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는 광민이. 자고있던 동영인.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퉁퉁 부운 눈을 하고선. 멀뚱멀뚱 나를 올려다보고.. "=_=.아가씬.누구쎄요.?" "임마.넌 그냥 계속 자" "어!?!강순이왔네!!어떻게 알고!!" "니가 불렀잖아 이 무식한놈아.!!" 버럭 고함을 치며.동영이의 머리를 쥐어박는 은형이.. 난 반격하는 동영이 옆에 앉아. 웃고있는 은형일 바라보고. 핏기없는 얼굴의 그아이는.이내 장난을 멈추고.내 눈물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눈물아 눈물아.그만 나와라.그러다 홍수날라." "장난치지마..." "내 취미잖아." "언제..쓰러진거야...." "쓰러지길 뭘 쓰러져!!내 발로 병원 걸어들어왔는데!!" 씩씩하게 소리치는 은형이. 두 주먹까지 불끈 쥐어가면서..하하하 소리내어 웃더니만. 무언가를 말하려는 동영이의 입을 재빨리 막아버린다. "우으..우으으으.." "자.동영이는 조용히 하고!!너 이새끼가 전화해서 바루 달려온거야? 빨랑 학교 들어가.!!" "학교를 어떻게 들어가..?!너 이러고 있는데 학교를 어떻게 가냐구!!" "이따가 퇴원할꺼야.밥안먹어서 빈혈난거라구!!!!!!!' "왜 자꾸 거짓말해.아닌거 다 아는데..!! 그 주사바늘은 다 뭐야...너 지금 대체 얼마나 아픈거야!!!!!" "아 몰라요!!!귓청 떨어지겠네.근데 밖에 학주는 왜 온거야 .나 학교 다닐땐 뜯어먹을라고 하더니만." .... 이 무신경한 놈은 아무것도 모르나보다. 지금 내가 얼마나 참고있는지..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길 위해 울고있는지.. 아무것도 몰라서..이렇게 태연한척 아픔을 감추나보다.. "놔!!니 손 드러워!!" 필살의 힘을 다해 은형이 손을 뿌리친 동영인.. 부스스한 목소리를 단번에 떨구어내고..은형이의 손에 잡힐새라. 창가쪽으로 멀리 떨어져..모든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안아퍼!?그게 안아퍼!?! 팔에 바늘 30개도 넘게 꼽고 있는데 안아프냐..! 어제 집에 들어가자마자 기절한 새끼가.그래서 1시간전만 해도 숨도 제대로 못쉬고 헐떡이던 놈이...웃기네..진짜 웃기고 있네.." "넌 왜그러냐 진짜...김동영..나좀 봐주면 안돼..? 광민인 가만있는데 넌 왜 맨날 강순이한테 모든걸 다 까발리냐!" "나라도 말 안해주면..강순인 끝까지 너 웃는얼굴에 속아.!! 피나는 손바닥은 니가 감추니까.눈에 보이는 웃는얼굴만 믿어!!" "시를 쓴다.시를 써.비켜!!해 가리지 말구!!!!" "아주 강순이 오니깐 좋아 죽네. 나 있을땐 죽을 시늉을 하더니만.왕내숭새끼.." "아빤 왜 안오지.." 정곡을 찌른 동영이의 말에 동문서답을 하고선.. 핸드폰을 만지작대는 은형이. 난..빨간 상처가 깊게 박힌 그아이의 두손을.말없이 잡아주었고.. 은형인.링겔꼽힌 팔을 들키기 싫어..자꾸자꾸..이불속으로 두 팔을 감추려고만 했다.. "그만해..다 봤으니까.." "뭘 다봐.내 몸을 다봐?.변태!!" "은형아..." "...왜.그렇게 심각하게 부르지마." ".넌..왜..아파도 웃고..슬퍼도 웃고 힘들어도 웃고..그럼..난.너한테 있어서 뭐야...?.." "넌..음..별 보는 여자.!!" "자꾸..장난만 치지말구..우리 제발 진지해지자.. 우리.수술하자.재발만 아니면.이식도 가능하다면서. 그러니까..조건에 맞는 사람 찾아서..수술하자..성공할꺼야. 넌 아직 병 초기니까.." "..........." 잘못본걸까.. 확 굳어버린 은형이의 얼굴... 그리고..아주 빠르게..알아듣기 힘든말로..동영이쪽을 향해 중얼거린다. "김동영.부탁이다" .... .... 대답대신.오른쪽 주먹으로..얇은 유리창문을 퍼억 내려치는 동영이. 그때문에.옆에 누워있던 아저씨가 놀란듯이 몸을 일으키고.. 영문을 모르는 난..분명히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 그 한마디를 마구 재촉하기 시작했다. "부탁이라니.무슨부탁.뭐야.뭔데.말해." "창문 가리지 말라구 부탁한거야!아 진짜 이아줌마 오늘 왜이래!?" "어쨋든.이식수술 받자..알겠지..?" "응.알았어.얼른 수술해서.약속 지키러 가야지.!!" "그래.넌 약속 잘지키니까.... 팔..아프지..주사도..젤 싫어하는게..." 또다시 찡해지려는 코끝을 손으로 꾸욱 눌러버리는 은형이. "울지마!!아주 징징대서 보기 싫어죽겠네!!" "너 내 허락받기 전엔 절대 못죽어..." "하하.그런게 어딨냐." "여깄어.내가 이젠 죽어도 돼..라는 허락 내릴때까진.절대 눈 못감아." "그때가 언젠데.." "손녀 손자 다 보고..." "그래..알았어.니 허락 받기전엔.안죽어.걱정하지마.." 말끝을 흐리며..씨익 웃어주는 은형이.. 문득 옆을 보면..빵을 입에 문채 눈물을 참는 동영이가 있고. (빵은 대체 언제 발견한거냐.-_-) 옆 침대에 누워있던 아저씨도 눈시울을 붉히며 돌아눕는다. 굉장히 묘한 분위기.. 병실문밖에선 여전히 최보람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은형인.바늘 투성이인 팔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걱우걱 빵을 씹어넘기는 동영이의 어깨를.핸드폰 안테나로 쿡쿡 찌르는 놈. "39등!!텔레비 틀어봐.지금 프로레슬링 한다!!" "알았어 40등.오늘 제이슨 나오는 날인가.?" "광민이가 40등이잖아.빙시야.난 38등이고." "아 맞다.가끔 이렇게 헷갈린다니까.야 근데 이빵 존나 맛있다. 안에 들은게 크림인가봐..?" 얘네 반 인원은 대체 몇명일까.설마 40명은 아니겠지..? 이따 광민이를 보면 넌지시 물어봐야겠어. 적어도 이 세사람중엔 가장 진지한편이니.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 동영이의 손에 의해 tv 전원이 켜지고.. 열혈남아 두사람은.생기도는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한다. "제이슨!!!!!!제이슨!!!!!" "쭉빵이 누나!!" .....휴.....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얼굴을 붉히는 은형이. 동영인 들고있던 빵껍질을 바닥에 패대기 치며 마구 광분 했고.. 난 멍청히 그들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 광민이는 대체 언제 올생각이지... 현영이랑 도망가버린걸까..-_- 이런저런 생각에..이십여분이 흐르고.. 이 두남자는.tv 속에 들어갈듯한 얼굴을 한채.제이슨을 외치고 있었다. "제이슨!!!!!제이슨!!!!!!!!" "이슨!이슨!제이슨!!!!!" 그때였다.. 병실문밖으로.낯익은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미치광이가 되버린 이 두남자덕분에.. 희미하게 묻혀버린 아저씨의 목소리. "아빠다.." "제이슨!!!!!제이슨!!!!!목을 꺾어!!!!안돼!봐주지마!!" "권은혀엉!!!!!!!!!!" "......??" "아빠왔다고!!!!" .... ........ 재빨리 볼륨을 줄이는 동영이.. 우리 세사람의 시선이.동시에 병실문을 향했고.. 나는.문밖에 있을 최보람을 의식해..아주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 "강순이 오랜만이다" ... 은형이만큼 야윈 아저씨. 까무잡잡한 얼굴위엔..그전보다 훨씬 많은 주름살들이 한눈에 보인다. "네..안녕하세요." "그래.우리 며느리!!넌 이 망할놈아.아직도 제이슨 타령이냐"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로. 소중한 외아들에게 첫마디를 건네는 아저씨. 그리고 마냥 웃고 소리치던 은형은..울컥한 눈으로 고갤 숙여버린다. 문을 닫은 아저씨는.. 들고온 비닐봉지를 침대위에 내려놓고.. "오다가 너 좋아하는 옥수수 샀다. 못깨어날줄 알았는데.일어나긴 일어났구만..동영이 놈도 왔네" 혼수..상태..였나보다..은형인.. 아저씬.무표정한 얼굴로 은형이를 쓰윽 흝어보았고. 그 둘사이엔..쉽게 읽어낼수 없는 슬픈 눈빛이 오고간다.. "주사 그거 안아프냐" "....안아파." "안아프긴.예방주사도 맞기 싫다고 꽥꽥 대던놈이. 의사선생님한테 말 듣고 왔다.." "거북이 밥 줬어..?" "아니.안줬어." "안주면 어떡하냐!!!" "니가 가서 줘라.아빤 얼만큼 줘야될지 도통 모르겠더라" .. 분명.다정다감한 대화는 아니였지만. 툭툭 내뱉는 아저씨의 말속에선.누구도 당해낼수 없는 커다란 사랑이 담겨있다.. 그리고 은형이 역시.아무리 강한척 해봐도 결국엔 열여덟살 난 작은 소 년에 불과했다.. 아빠의 등장에..감당할수 없는 눈물이 쏟아진듯..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버린 남자친구 권은형. 그랬지.나도.아플때..감기걸려서 끙끙 앓고 있을때. 엄마나 아빠 얼굴 보이면..왠지 모를 서러움에 엉엉 울곤했었지.. 그 눈물은 정말.무엇보다 참기 힘든거니까.. "왜 이불속에 기어들어가!!사내놈이 꼴사납게!!" "졸리니까..." "졸리면 자라" "그래..잘꺼다.." 그때부터..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하는 이불. 은형이가 들어간 하얀이불.. 아저씬.모르는척..tv를 트셨고.. "제이슨나오네!!!어이구 저놈 살 더 찐거 봐라" 은형이랑 똑같은 표정을 하고서.신이난 목소리로 소리친다. 이불속에서 숨어..자꾸자꾸 우는 은형이. 이젠 그만 울때도 됐는데...이불의 떨림은 멈추지 않고.. 참다 못한 동영인.갑작스레 나의 손을 잡았다. "나가자.개순아." "..어딜.." "그냥.바람쐬고 오자." ".....그래.." 바람쐬고 오자는 진지한 얘길 꺼내는걸 보면.. 동영인.숨죽여 우는 은형이가.참을수 없었던 모양이다.. 난.아저씨쪽으로 꾸벅 인사를 해보이곤.. 답답한 숨을 몰아쉬며..병실문을 열었고. 다행히.아이들은 모두 돌아간듯.. 병실앞엔..휴지 몇장만이 처량히 나뒹굴고 있었다. 찰칵. 문이 닫기고. 병원 천장을 올려다보며.문에 기대서는 동영이.. 지칠대로 지친듯..참았던 한숨을 길게 내뱉는다. 나역시.그런 그의 옆에 기대서서..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가만가만 달래주 었고. "진짜 꼴통이지.권은형..우리가 지 우는거 보면. 뭐 잡아먹는데..그치.." "..그러게..." "궁상맞게 이불속에 끼 들어가서 울고 난리야. 보는사람 어이없게..그치.." "..응..그러게..." "....권은형은..38등이니까..안죽을꺼야.그치 강순아.." "38등이 거기서 왜나와.바보야...그거랑 그거랑 무슨상관인데.." "그냥..39등이니까..그냥....." 완성되지 못한 동영이의 말.. 심하게 떨려오는 목소리로..말끝을 흐리며.. 이번엔 천장이 아닌 바닥을 내려다보는 동영이. 이렇게 있다간.또 어이없이 둘이 통곡해버릴것만 같은 예감에.. "우리 광민이 찾으러 갈래.?" 라는 맘에도 없는 말을 해버리고.. 동영이 역시.나와 같은 생각이였다는듯.꾹 다문 입으로 고갤 끄덕인다. 그리하여..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옮기려는데...... 206호 안에서 들려오는 아저씨의 목소리는. 우릴 꼼짝없이 그 앞에 묶어버렸다. "눈물 그만 못그쳐!!!!!" ..... ....... "너 이놈아.내가 뭐랬어.사내놈은 일생에 네번운다고. 한번은 태어날때.한번은 아빠 죽을때.한번은 엄마 죽을때. 한번은 마누라 죽을때!!!!!" 은형이의 대답은..들리지 않고.. 아저씬..흥분한듯한 목소리로..언성을 높혀갔다. "누가 너 죽는대!?왜 울고 난리야!!!듣기싫어!!그만울어!!" "...아빠.." "왜!!!" 이럼 안되는거 알지만.. 나와 동영인.아주 작은 문틈사이로.바짝 귀를 가져댔다. 알게 모르게 비슷한 점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 그리고..들릴듯 말듯..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은형이의 목소리.. "아빠..나..땅속 무섭다..거기가면...아빠한테 핫케익도 못해주고 아무생각도 못하고..고모네 집가서 경은이 레고도 못만들어주고...." "쓸데없는 소리 마라!!누가 너 땅속 보낸대!?!?" "...교복도 못입고..강순이 꿈도 못꾸고... 바보놈들하고 땡땡이도 못치고..아빠 안마도 못해준다.." "안들어가면 돼!!너 안보내 아빠가!! 그런걱정 하지도 말아!!!!!" "..나..살려줘라 아빠..나..들어가기 싫어.. 아빠..나....죽기싫어.......진짜..죽기싫어....." "안죽는다고 했지.아빠가 너 살린다고 했지. 그런 말 하지 마.왜그래.여지껏 잘 버티다 갑자기 왜그래. 안그랬잖아 너.마음 굳게먹어.안그럼 아빠도 쓰러져..." "..이제.웃는게 너무 힘들어..안그런척 하는거..더이상 못하겠어.. 아픈데.안아프다고 말하는거..... 천번도 넘게 했는데..이제.더는 못하겠어..나..아파.. 아빠.나 지금도..여기..아파.죽을거같애..나..땅 들어가기.. 싫어.." 더이상..아저씨의 목소린 들리지 않았고.. 우리들은.무너지듯 동시에 주저앉아버렸다.. "왜 하필 은형이야..왜..저 착한애한테..저런 고통을 주는거야.. 이 세상에 나쁜사람들 얼마나 많은데.그 사람들 웃으면서 얼마나 잘사는데...은형인 아무 잘못 없는데.. 우리 은형인..슬플날보다 웃을날이 훨씬 많아야하는데...." 흐느낌을 들키지 않기위해..한쪽손으로 입을 막고.. 나와 동영인. 그렇게 한시간이 넘도록 206호 앞을 지켰다.. [89] "뭐?조퇴?!?" \ 다음날.학교. 1교시가 끝나자마자.난 담임 책상으로 달려가 조퇴시켜줄것을 부탁했고. 성적표를 뒤적이다 말고.이게 왠 쌩뚱맞은 소리냐는듯 되묻는 선생님. "네.조퇴해주세요." "왜.너 어제도 임마 학교 그냥 뛰쳐나가서 사고결석이야. 알아?" "네.알아요.." "무슨일이라도 생겼냐.?집에 뭔일 있어?" "네..." "그래?확인전화 해볼꺼다" "네..." "알았어.가봐.." "감사합니다.." 출석부에 무언가를 체크하는 담임에게. 진심어린 인사를 하고서..금방이라도 넘어질거 같은 걸음으로 교실을 나왔다. 어제.동영이와 병원앞에서 헤어진뒤.. 무슨정신으로 집까지 돌아갔는지가.아직도 의문이다. 밤새 우는 날 보며..걱정하다 못해 짜증을 내던 부모님. 그리고 놀란 얼굴로 내 어깨를 쥐고 흔들던 언니. 여기서 끝난건 아니다. 아직 강력한 장애물이 하나 더 남았으니. 그건. 그건.. "야!!!!너 오늘도 몰래 도망갈라고!!?" "도망아니야.조퇴했어.." "그래.같이 가자." "어딜?!" "나도 너 가는데 같이가!!" "땡땡이 치겠다구?!" "괜찮아.난 평소에 공부를 잘하고 이쁨받아서. 양호실 갔다고 하면 믿어줄꺼야." "그러다 걸리면.그럼 우리 둘이 같이 놀러갈려구 짠거같잖아.. 넌 여기있어.." "나도 갈꺼야!!!!!" ..휴.. 떨어지지 않겠다는듯.내 왼쪽 어깨에 처억 들러붙는 화진이. 화진이도 은형이 병에 관해 모르는건 아니니.. 어쩔수 없단 생각에 함께 계단을 내리고.. 그앤 핼쓱해진 내 얼굴을 보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야.너 살 진짜 빠졌어" "그런거 같아..." "가면 동영이두 있어?근데 어디가는거야?!" "..병원.." "왜..병원...?" "은형이..입원.." "뭐!?입원?!언제!권은형 입원했어?!" ... 더이상.은형이의 상태에 관해 내 입으로 말한다는건 불가능. 우는 내 얼굴이 지긋지긋해진 나는.두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참아냈고. 병원에 다와갈때까지.그녀의 오버는 멈추지 않았다. "어떡해....어떡해...은형이 죽으면... 어떡해....은형아...은형아..." "너 왜그래 정말.." "은형이 어떡해..!!!!넌 걱정두 안되니!?!?!" "걱정되니깐.죽는단 말 입밖에 안꺼내지!!!!!" "그런가..그럼 난 걱정 안한단 소리야!?!?그런거야!!!!?" "아니야..그런거 아니니까.우리 싸우지 말자. 나 지금 소리 칠 힘 없어 화진아.." "...은형아아 ㅠ0ㅠ !!!!!" 미쳐버리겠다. 이래서 숨기려고 했던건데.. 엘리베이터 안에 올라.한손으론 2층을 꾸욱 누르고.. 한손으론 빠개질거 같은 이마를 문지르고.. 띵동.♬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추었을때. 그녀는 나보다 빠른 걸음으로 통로쪽으로 사라져버렸다. 말릴새도 없이.206호 안으로 슝 들어가버리는 그녀.. 제발.죽지 말라느니 그런소리만 하지 말아주렴.. 걱정되는 마음에..다급히 병실안에 들어서고.. 그런 날 놀라게 만든건... "야..은형이가 어딨어..??!" ".어..??" "은형이 안보이는데..여기 맞아...?" "맞는데..206호.." 텅빈 은형이의 침대. 그위엔.어제 은형이의 눈물을 숨겨준 하얀이불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은형이의 모습은.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어디..화장실 같은거 같은데.." 불안한 마음에..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듯 내뱉은 말. 그리고.그 말을 한순간에 허물어버리는 옆침대의 아저씨. "퇴원했어요." "네?" "병원 옮긴다던거 같은데.." "아..그래요..감사합니다..어디..아파서..중환자실로 가고 그런건 아니죠.?" "글쎄요.거기까진 잘 모르겠고.이거 학생 전해주래." "그게..뭔데요...." 안돼.권은형.너.나 두고 어디로 사라진거면 나 죽어. 이런 편지 한장 남기고.말없이 가버린거면.. 진짜 나 죽어버릴꺼야...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반으로 접힌 하얀종이를 내미는 아저씨... 난..떨리는 손으로 종일 받아들었고..겁이 난 마음에.. 펼치지 못하고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친구들한테 쓴 편지도 전해달라기에.전해줬는데. 그거 받고..울고.불고.난리를 치더구만..십분전엔가 돌아갔어.." "왜..울어요..내용이..어떤거길래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양심상 안봤으니까.어쨋든 울면서 별 쌍욕을 다하더 구만.허참.그런 욕은 언제 생긴거야.나땐 그런말 없었는데.." "..그 친구들이..광민이랑.동영이..맞아요..?" "이름은 몰르고. 눈썹 뚫은 학생하고 키 큰.." ..맞아요..동영이랑 광민이에요.. 철렁 내려앉은 심장은.이내 주체없을만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눈치없는 화진인.. "편지야.?왜 안보구 있어..펼쳐봐.." 힘빠진 내 손에서.종이를 빼앗아..눈앞에 가져간다. "내가 읽어줄까?얘 글씨 진짜 못쓴다. 읽는다?! ..사랑해..이강순..!..너한테도 이말 꼭 듣고 싶었는데.. 병 다 낳으면..그래서 수원 올라가면 그때 들을께...."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으로.. 말을 멈추었다가..울고있는 나를 보고.다시 말을 잇는 화진이.. "그리고.제발 울지마.너 눈물 한방울 나올때마다. 서방님 생명 1년씩 단축이다. 알았지.그러니까..울지말고 기다려..나 믿고..기다려.. 나 . 니네학교 교복 짠 입고 어느날 찾아갈꺼니까.. 그때 너 울고있으면 진짜 혼난다.." "............." "마지막으로 강순아.우리.다신 헤어지지 말자.!!" "그게..끝이야..." "...응..." 무심한 화진이의 대답에.난 할말을 잃고.. 멍하니 그가 남기고 간 종이를 바라보았다.. 눈물도 잃고..원망할 마음도 잃고.말 그대로 멍하니.. 반으로 접힌 흰 종이를 바라보았다. "세상에.딱하기두 하지.. 내 보기엔.그 학생.공기 좋은데로 요양간거 같어. 상심하지마.이런데서 치료 받는거보다.공기좋은데 내려가서 치료받으면 훨씬 나으니깐..그런 결정 내린거 같네...언젠가 온다잖어. 울지말라구..."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아저씨의 목소리. 그러나.난 정신을 잃었고... 마지막으로 들려온건.찢어지는듯한 화진이의 고함소리였다. "야!!!너 왜이래!!!!강순아!!!! 이강순!!눈떠봐!!!강순아아아아!!!!" 끔찍한..꿈...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땅이 있고.. 내 앞엔 은형이가 있다... 옆엔..말없이 울고있는 은형이네 아빠가 계시고.. 난.말할수 없는 작은 풀이 되어.그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은형이의 발이..조금씩 조금씩 땅속으로 들어가고.. 난..가지말라 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고..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질 않고... 다리..허리..그다음..가슴.. 그리고 머리.. 땅속으로 완전히 묻혀버린..은형이.. 은형아..안돼..들어가지마.. 다시 나와..그럴수 있어..그런 흙같은건..니 손으로 충분히 들어올릴수 있어. 은형아..안돼. 권은형..가지마.......... "은형아!!!!!!!!!!" "악!!깜짝이야!!!!!" 뭐야... 여기가 어디야..!?!? 벌떡 몸을 일으켰을때..낯익은 시계와 얼굴에 흠칫 놀랬고. 이내 그 시계는 내 방에 걸린 나무 벽시계라는걸 알수 있었다. 그리고.경악한 이 얼굴 역시.. 엄마와 언니 얼굴이라는걸.... "너 정신들어!!?!?" "은형이는..." "그걸.엄마가 어떻게 알겠어..." "은형이는..엄마..은형이 어딨어." "내가 어떻게 아니.은형이가 어딨는지.." "은형이..은형이 어딨어......권은형..권은형..."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하고서..미친여자처럼 그애의 이름을 불렀다. 놀란 엄마는..의사에게 전화를 해본다며 방을 나가고. 침대위에 걸터앉은 언니는. 그런 나를 다시 조용히 눕혀준다. "한잠 자.." "언니..은형이..없어..은형이가 없어.. 어떻게..나..사랑한단말도 못해줬는데..걔가 그렇게 듣고 싶어했는데 나 2년동안 한번도 그말 안했는데..은형이가 없어.." "화진이한테 얘기 다 들었어.. 은형이 있어.니 눈앞에 안보이는거 뿐이야.." "나..죽을거같애...눈뜨고 있기 괴로워 언니.. 생각하는것도 괴로워..이렇게..살아있는게..너무 괴로워.." "너.여태까지.은형이 위해서 애써본적 한번도 없지..." "......" "그럼 이번엔.은형이 위해서 살아. 니가 진짜 죽고 싶을만큼 은형이 사랑한다면.은형이 위해서 살아야돼. 안그럼 넌.말만 그럴싸한 뻥쟁이가 되는거야." "은형이 없는데..내가 어떻게 살아..걔가 눈앞에 없는데.. 어떻게 살아...." "넌 참고 기다리면 되지만.은형인 아픈거 이기면서 돌아와야돼!! 어리광 부리지마 철없는 동생아.그리고 난 권은형 알아. 마지막 그렇게 시시하게 끝내고 사라질 놈 아니라는거.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권은형은 꼭 돌아와." ".....그래..은형이 안죽어..그치.언니 은형이 안죽어. 맞지..은형이 안죽지!!!!!!" "은형인.돌아와.." 알수없는 묘한말을 던져놓고.. 흥분한 나를 조용히 뉘여주는 언니.. 옆에 놓인 찬 물수건으로 얼굴을 슥슥 닦더니... 방을 나가기전.이 한마디를 덧붙힌다. "은형이가 쓴 편지 봤지.너 눈물 한방울 떨굴때마다. 생명 1년씩 단축이라고. 부디.현명한 여자친구가 되길 바란다." "......" 혼자 남은방.. 그래.한방울씩 울때마다.1년씩 단축이라고.. 너 나 우는거 정말 싫어하니까..무엇보다 싫어하니까.. 난.믿기 싫은 이 끔찍한 상황에서. 또다시 터지려는 눈물을 정말 악착같이 참아냈고.. 은형이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방 테이프를 틀려다가.. 그땐 정말 누구도 말릴수 없을 울음이 터질거 같은 예감에.. 다시 자리에 조용히 누워.. 씩씩하고 건강한 은형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 ........ 강순아 안녕.나 왔어.하하하!! 그래.오랜만이다.권은형.잘지냈지. 응.약속지켰네.!안울고 있네!자 인제 빨리 약속한데로 분식집 가자! 응응!! ... .......머릿속에 떠오르는..수만가지의 대화. 은형이와 내가 주고받는..웃을수밖에 없는 대화.. 작은 미소가 입가에 떠올랐을때. ♬♪♩♬♬♬♪♩♬♬♬♪♩♬♬♬♪♩♬♬♬♪♩♬♬ 멀지 않은 곳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베개밑... 난 아무생각없이 베개를 살짝 들추고. 눈앞에 들어온 액정. 그리고.액정에 찍힌 발신번호는.. ...발신정보없음. 그 여섯글자를 확인함과 동시에. 재빨리 핸드폰을 열었다.그리고.몸을 벌떡 일으켜.. 거실에 있을 엄마와 언닐 아랑곳하지 않고.쉰 고함을 내질렀다. "여보세요!!!!!!!!" ".............." "권은형!!!너 은형이지.맞지.은형아.너 은형이 맞지! 지금 어디야.응?!어디로 간거야!!!!!!" "............." "은형아!!..아니야.그게 아니라. 나 괜찮아.나 너 기다릴께..나 너 기다릴수 있어.은형아. 그러니깐.치료 열심히 받고..꼭.우리학교 교복입고 나타나 알았지!!" ..대답없는 핸드폰.. 그리고..점점 떨려오는 바보 이강순의 목소리. "일년안에..올꺼지.. 나 졸업하기 전에 올꺼지...아..그리고..아니..그러니까.. 가끔..말안해도 좋으니까..이렇게라도..전화해줄래.. 내 목소리라도..들어줄래......." "............" "...너 살수있어.은형아.우리 언니도 그랬어.넌 안죽는다구. 약속 지켜야지.우리 딸아들 네명도 이름 지어주고. 포도송이 열린거도 봐야되잖아.그치.우리 약속 되게 많이 했어. 맞지..그러니까 너 꼭 와야되는거야..내 말 맞지..." "........" 점점 느려져가는..은형이의 숨소리.. 주위에선..아이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전화를 끊으려는 은형이의 모습을 떠올린채. 재빨리.마지막 말을 이었다.. "이건 꼭 들어.아직 끊지마 은형아.." "......." "사랑한다구....말못했는데..사랑해..은형아..... 정말 사랑해..세상에서..젤..사랑해.. ..사랑해.권은형............" 흐느끼는 나의 목소리에....마지막으로 내뱉은 사랑해라는 말에.. 말없이..가만히 듣고만 있던 은형인... "제발....울지마......" 라는 말을 끝으로..전화를 끊어버렸다.. 뚜..뚜..뚜..뚜.. 핸드폰 너머로..종료음이 들려오고.. 탈진상태에 이른 나는..침대위에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 울지 않기 위해.. 아까처럼...다시.. 얼마후 만났을때의 밝은 대화를 떠올리면서.. 씩씩하게 돌아온 은형이를 떠올리면서........ [90] "선생님.춘추복 언제부터 입어요.?!" 자습중이던 미영이가.불만섞인 말투로 담임에게 질문을 하고. 시험지를 채점하고 있던 선생님은.창문을 한번 내다보곤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글쎄.다음주부터 혼용기간일껄.모르겠다. 내일 정확히 말해줄께.야.내가 니들 나이땐 한겨울에도 반바지 입고 다녔다.왠 엄살이 그렇게 심해." "다른학교는 다 춘추복 입어요!" "알았어요!.내가 교장선생님한테 말해볼께." 그렇다. 4개월이 흐른 지금은,인정할수 없는 9월달. 은형이가 없는 가을.. 그날의 소리없는 전화 이후.단 한통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광민이와 동영이와는 하루에 한번씩 꼭 통화를 하지만. 그들 역시..은형이의 행방은 찾아내지 못했고. 매일매일 찾아가도.굳에 잠귀어있는 은형이네 집. 그아이를 향한 그리움은 너무도 커버려서. 이제 하루를 넘기는일조차..내겐 제일 버거운 숙제가 되버렸다. ♬♪♬♪♬♩♬♪♬♪♬♩♬♪♬♪♬♩♬♪♬♪♬♩ ♬♪♬♪♬♩ 잠시후.쉬는시간을 시작하는 종이 울리면.. "자.그럼 10분동안 쉬어라" 라는 무뚝뚝한 말을 내던지며.담임이 나가고. 그때부터 아이들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한참 늘어지게 자고있던 화진이가.기지개를 펴며 고개를 들었을 때. 뒷문쪽에서 함성하나가 터져나왔다. "야.7반에 전학생 왔는데.되게 멋있대.!!!!" "진짜야??!우와우와.가보자.가보자." 전학생.?!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에서 빠져나가고. 난 멍하니 벽쪽을 바라보다가.무언가에 이끌리듯.재빨리 7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이 벌써 3번째. 남학생이 하나씩 전학올때마다.미친듯 뛰어대는 심장. 그리고 잊었던 웃음을 되찾은 얼굴. 오늘도 이렇게.두손을 꽈악 잡고서. 7반이 있는 윗층으로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너지 권은형.너지. 이젠 정말 올때 됐잖아..우리학교 교복 입고 멋지게 나타나기로 했잖아. 제발.제발... 7반안에 들어섰을때.맨 처음 눈에 보이는게 은형이의 웃는 얼굴이길.. 건강하게 돌아온 은형이이길... 하아..하아... 가쁜숨을 몰아쉬며.뒷문쪽에서 웅성대는 아이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그냥.무작정.투덜대는 아이들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아..뭐야..별론데..?" "왜.멋있는데..." "솔직히 아니다.야.~.쟤 어디서 온앤데.?" "몰라.니가 가서 물어봐." "어떻게 물어보냐!?!?" 웅성이는 아이들.. 그리고.그사이로 보이는 낯선 뒷통수.. ..... ........ 은형이가 아니야.. 권은형이 아니야.. 은형인..저런 머리색깔 하고있지 않아..저런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있는법도 없어..저런 모양의 가방은 좋아하지 않아.... 낯선 전학생은.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듯.. 책상위에 엎드려버렸고.. 한참을 조잘대던 아이들은.울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야.왜울어.." "왜그래.무슨일이야.." "뭔데..뭔데..?왜 우는거야 쟤..?" ... ..... 대체...언제 올래 너.. 무사한지.아픈지.전화 한통정돈 할수 있잖아.. 나.니 여자친구잖아 은형아.. 뿌옇게 흐려오는 눈을.바닥에 떨구어 숨기다. 떨어지는 눈물 하나에.수명 일년 단축이란 그의 말을 생각해내곤. 고개를 힘껏 젖혀.눈물을 막았다. 그리고,교실이 있는 3층으로 힘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4개월이란 결코 길지 않은시간동안. 내가 알고있는 사람들은 커다란 변화를 갖게 되었다. 제일 커다란 사실은. 승현이에게 연하의 여자친구가 생긴것. 티파니에서 맞추었던 커플링이.작고 귀여운 여자의 손가락에 끼어진것 을.한달전에 알게되었다. 두번째는.광민이는 현재 여자친구와 헤어져있는 상태. 은형이에게 반쯤 미쳐버린 그아인.모든 일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세번째는.언니가 태권도를 그만두었다는것. 그리고 마지막. 화진이가 동영일 포기하고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들었다는 것. 그러나 단 하나 변하지 않은것 4개월전과 다를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건. 웃을줄 모르는 내 얼굴. 농담할줄 모르게 되버린 이강순. 한숨을 쉬며.교실문쪽에 다가섰는데..등뒤에서 결코 기분좋지 않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후아~~..야.." "......" "니가 이강순이지?" "네.누구세요.." 고갤 돌렸을때. 3학년 선배들중 성격 나쁘기로 소문난 패거리중 한명이. 쑥쓰럽다는듯 나의 시선을 피한다. 그리곤.. "너 나 몰라?" "네." "난 너 아는데" "네" "나랑 사귈래" "아니요" "왜?" "남자친구 있어요" 건조한 나의 대답에.순식간에 얼굴 표정을 확 바꾸어버리는 선배. 그러더니만.조금은 달아오른 표정으로.언성을 높혀온다. "너 남자친구 없대매.다 알구 왔어!!!!" "잘못아셨네요.천일 넘은 남자친구 있어요" "누구.그 양아치놈!?행방불명 됐다는놈 말하냐!? 빼지말고.내가 이 말하는데 얼마나 쪽팔았는주 알어!? 나 너 몇개월전부터 관심있게 봤으니까.사귀자" "은형인 양아치 아니구요. 행방불명 아니에요!!!!!!" "...하..참..." 어이없다는듯 코웃음 치는 그 남자를 뒤로하고. 문을 아주 세차게 닫은채.교실안에 들어와버렸다. 곧바로.커다란 욕지꺼리 하나와 문이 열렸지만. 다행스레 2교시 수업이 시작된 관계로. 그 기분나쁜 남자는 허둥지둥 모습을 감추었다. 놀란눈으로.나의 어깨를 흔드는 화진이. "야.왜그래.저남자가 너한테 왜 저러는거야" ".그러게 말이야....." "쟤네들 짖궂기로 유명하잖아..그렇게 막 대하면 어떡해. 뒷일 어떻게 감당할려구." "걱정안해도 돼.괜찮아.." 태연한 나와는 대조된 모습으로. 하루종일 안절부절 못하는 화진이. 그리고.그녀의 쓸데없는 걱정은.엄연한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나버렸다. \ 청소시간. 쓰레기를 소각장에 버리고. 탁탁.손을 털며 현관입구쪽으로 가볍게 걸어오는데. 2층창문에서 왠 머리 세개가 갑작스레 튀어나오더니. "너!!!거기 꼼짝말고 기달려!!!!!" "....." 곧이어.머리세개가 사라져버리고. 난 좋지않은 예감이 머리를 스쳤음에도.겁내지 않고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때리라면 때려라. 죽일테면 죽여라. 4개월전부터.모든일에 무관심해져버린 이강순. 은형이에 대한 얘기가 아니면.그 어떤것도 나를 자극시키진 못한다. 그리고..아무생각없이 문을 열어젖혔을때. "야.너 잠깐 일루와봐." 기분나쁜 손하나가.다짜고짜 내 팔목을 잡고선 끌어대기 시작했다. 화단 청소중이던 아이들이 몇 있었음에도. 그들의 성질머리를 잘 아는지라.못본척 비질만 해대고. "여기서 얘기해요." "아니.난 저기서 욕해야겠다" "제가 왜 욕을 먹어야 돼요." "싸가지가 없으니깐" 놈들은.짖궃은 웃음으로 킬킬대며. 나를 강당 뒷편으로 거칠게 끌어댔고.. 난 무시할수밖에 없는 그들의 유치함에..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적없는 곳에 도달하여.. 한숨쉬는 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까의 그 남자. "야.싸가지" "뭐라구요..." "한숨쉬면 뭐.어쩔껀데" "휴........" "어쭈.얘봐라.?너 나랑 맞먹을라고?" "........" "말해봐.야.성천아.넌 내가 어떡했음 좋겠냐." 친구 두명이 있는 쪽을 향해. 깐죽대며 질문을 던지는 놈.그들은 생쥐앞에 앉은 고양이와 같은 눈을 하고선.낄낄 웃어제끼고 있었다. "킬킬.니 맘대로 해.학교라는것만 명심하고" "뭐어때.학교면 뭐.학교가 별거냐?" "별건 아니지.크크" "그러니까.내말이_!야.!!나좀 봐봐라" ... ....진짜 유치해서 못해먹겠네.. 놈은 굳은살이 잔뜩 박힌 손으로 내 턱을 잡았고. 난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손을 떨구어냈다. "오오!도도한데!!!!아주 작살나는데.그냥!!" "은형이 .." "뭐??뭐??" "은형이 오면.니들같은거 다 죽일껄.." "아이고 무서워!!!!!!" 심각한 나의 말에.박장대소를 하며 웃어제끼는 놈들. 그리곤.아직까지 별 반응없는 나의 심장에. 커다란 불을 내지르는 말을 지껄였으니. "그새끼 죽었잖아.죽인놈이 우릴 죽인대?그럼 귀신이네?" "지금..뭐라그랬어...?" "그새끼 죽었대매~~몇개월째 행방불명이래매~ 어린노므 시키가 담배나 짝짝 펴대드니 그 나이에 폐암이 걸리냐. 운두 드럽지" "안죽었어..은형이 안죽었어......." "오.안죽었어?그럼 델꾸와봐.어디 잘난 니 서방 얼굴좀 보자" "은형이 죽었단 말 취소해................" "후배가 말까는 우리학교.좋은 학교네.잉. 너 지금 막나가고 있는거 알지.?" "권은형 살아있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난 손에 들린 쓰레기통을 바닥에.(물론 그들 얼굴에 내던질 용기는 없었다)내팽겨쳤고.. 그와 동시에.운동장이 쩌렁쩌렁 울릴만한 소리를 내질렀다. 차마 눈에 고인 눈물은 감추지 못한채.. "너 뒤지구 싶니.?" ... .... "진짜 왜이렇게 막나와?인제 막 던져?왜.칠라고.?나 칠라고?" 잔뜩 흥분한 얼굴로.내 쪽으로 자신의 몸을 들이대는 놈. 그바람에 난 주춤하며 몇걸음씩 물러났고.. 그의 친구들은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참다 못한 내가.흉측한 놈을 밀어내기 위해 두손을 들었을때.. 10m쯤 앞으로... 햇빛을 등진 옅은 갈색 머리의 누군가가. 빠르게 가까워오기 시작했다. 그 누군가의 얼굴을 확인한 내가.놀란 눈으로 뜯어말리려할때. 바닥에 주저앉은 일행중 하나를.힘껏 밀어서 넘어트리는 갈색머 리. 정말이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그 일은.그 누구도 예상할수 없는 사건이였다. [91] .. ... 바닥에 벌러덩 넘어진 놈이.어이없는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난 창백한 얼굴을 한채 그를 보고. 그는.갑자기 등장하여 커다란 사건을 일으킨 그는. 아무 동요없는 얼굴로. 정말 길가다가 깡통하나 걷어찬듯한 표정을 하고서. "왜.왜 그러구 쳐다봐.?내가 뭐 잘못했어?" 저 한마디를 내뱉는다. 이건.사건이였다. 사건중에도,대 사건이였다. 2학년짜리 남자가.악명높은 3학년을 흙바닥에 벌러덩 밀어버렸다. 맙소사.. "너 선생님이 빨랑오래.쓰레기통이 필요하대" 바닥에 뒹구르는 놈을 스윽 흝어보더니 창백한 얼굴의 나에게 말을 건네 는 천사. 박승현. "아..." "가자^-^" .. 승현인.이 3학년놈들의 존재를 완벽히 무시하고 있었다. 완벽한 포커페이스로 무장한채.내 등을 마구 떠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려하고 염려했던 일이 곧바로 터졌으니.. "이 새끼가 진짜!!!!!!" 성난 불곰과 같은 표정으로. 승현이의 어깨위에 와락 달려드는 벌러덩 자빠진 놈. 그와 동시에. 나머지 두놈들도 승현이 위로 잡아먹을듯 뛰어들었고.. 승현이가 정말 엄청난 파이터가 아닌이상. 이 싸움의 결과는 뻔히 정해져있다. 잠시후.나의 아찔한 예상대로.흙바닥에 뒹굴고 있는 하얀천사. 그들은 막무가내로 승현이의 옷을 잡아뜯었고.. 난 비명을 지르며 놈들중 하나를 무작정 붙들어버렸다. "하지마!!승현아!!제발 그만해!!!" 촉촉한 그아이의 머리카락이 흙투성이로 변하고.. 하얗던 피부 역시 짓이겨진 코피에 빨갛게 물들어오고.. 한놈만 팬다는 작정을 한건지. 제일 성질 더러운 놈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승현이. 난 뜯어말리는 도중에.머리를 핑핑 굴려. 이 싸움을 일분일초라도 빨리 끝낼 방법을 생각했고. 그 다급한 잔머리에 나온 생각은. '무조건 비명 질러 사람 불러모으기'였다. "꺄아악!!!!꺄아악!!!!!!!!!!꺄아악!!!!!!!!" 사래걸린 기침이 터져나오길 여러번. 내가 그런 엄청난 비명을 내질렀다는걸 엄마가 알면. 놀라서 까무라쳐버리겠지.. 어쨋든 난 쉬지않고 쉰고함을 질러대고.. 내 계획대로.공을 줍고있던 체육선생님이.헐레벌떡 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 시끼들아!!!그만못해!!!!!" 주먹질을 멈추지 않는 악한들. 역시 발길질을 멈추지 않는 하얀 천사 승현이. 체육선생님이 온몸을 던지며 20여분간의 사투를 벌인끝에. 비겁한 3:1 의 싸움은 막을 내리고. "아.진짜.저 새끼가 먼저 나 밀었대니깐요!!!!" "조용히 해.이 잡종들아.니들은 말할 가치도 없어" 바닥에 놓인 쓰레기통을 집어들더니. 악한들의 머리를 텅텅 소리나게 내려치는 체육선생님. 놈들은 씩씩대며.얼굴에는 영광의 상처를 하나씩 남긴채. 나와 승현이를 번갈아 노려보았고. 이내 학생과로 질질 끌려가야했기 때문에. 그 노려봄은 10분이상 지속될수 없었다. 그리하여.그렇기 때문에.그들이 학생과로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이 묘한 상황에 단 둘이 남아버린 나와 승현이.ㅠ_ㅠ 정말 어디다가 시선을 두어야하는건지.. 엄청난 어색함으로.고개를 숙인채 눈알을 굴리는데. 천사의 네번째 손가락에 끼인 커플링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음을 느꼈다. 커플링..?커플링..그래.커플링! 맞아.승현이도 여자친구 있고. 나도 은형이 있고. 어색할께 뭐있어.우린 그냥 같은반 친구일뿐인데. 내가 이러는게 더 우스운거야.. 태연하자..태연하자 강순.... "손수건 있어?" "어!?!?!?" "손수건.코피가 자꾸 나.." "아..응..있어.있어.." 허둥지둥.교복치마에 손을 쑤셔넣어.화진이가 선물한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씨익 웃으며.손수건을 코에 대고 고개를 젖히는 천사. 이게 뭐니.태연하자더니. 이렇게 티내야겠니 정말.왜이렇게 무식한거야. 그래도 면목없는건 사실이잖아.. 승현이에게 미안해 죽을거 같은건 엄연한 사실이잖아.. 더이상 여기 계속 있다간. 난 정말이지 죄책감에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어서 용기를 내자... 흠.흠. "저..나는..이만 가볼께..미안해.승현아.. 아..그리고 고마워...정말 미안하고.정말 고맙고..아.그러니깐. 미안하고 고마워." "미안한건..나야.." "응?" "집 같이가자.." "응????" "집에 같이가자구." "응응??..." "집에 같이 가자고 승현이가 강순이에게 말했습니다" "응...응..ㅠ_ㅠ.." \ 비탈길. 맙소사.이게 대체 뭐야.이 어색하고 뻘쭘한 상황은. 난 몰라.난 모른다구. 이 길이.이렇게 길게 느껴질줄이야... 10분만이면 후다닥 내릴수 있는 이 비탈길이.10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질줄이야.. 매일 같이 하교하던 화진이를..억지로 떠나보내고. 지금 난. 과거의 남자친구 승현이랑 함께 이 길을 내리고 있다. 웃고있는 그아이의 얼굴에 대고. "안되겠어.난 너랑 못가" 라는 말을 한다는건. 정말이지 아빠가 저주받을 첩자와 평생 친구를 맺는것보다도 더 잔인 한 일이였다. 묘하게 흘러가고 있어.분명히. 난.어떤말로 거절을 해야하지.. 다시 은근슬쩍 가까워지는 분위기야.. 이럴땐.. '미안해 승현아 난.. 은형이를 못잊고 있어.그리고 넌 여자친 구도 있잖아' 라고 말해야 하나.역시 그게 좋겠지.. 그래.. 여러가지 생각에.혼자서 고개를 저었다가 끄덕였다가. 갖은 쇼를 벌이고 있는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천사가.밝고 명랑한.맑은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잘지냈어?!" "아.응.그럼 그렇고 말고.난 아주 잘지냈어." "잘 먹었어?!" "그럼.그렇고 말고.난 먹는것도 아주 많이.." "잘 잤어?!" "응.잠도 아주 충분히 잤어.난 원래 잠이 많으니까..잠을 충분히.." 횡설수설하는 나의 대답에.씽긋 웃어보이는 승현이. 그러더니.. 그전에 매미를 떼어준 추억이 깃든 나무를 지남과 동시에.. 의미심장한 말로.내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든다.. "잘..울었어...?" "...응..?" "그 사람은.괜찮아." "뭐라구..승현아.?.." "아니야.난 이쪽으로 갈게." "아..응...그래..잘가 승현아..오늘 정말 고맙고.미안했어.. 나때문에 괜히..그렇게 코피나 나고.." "코피는 안아파.코피는 정말 안아파." "그..래..." 코피는 안아파.. 아무생각없이 말하는듯 했지만. 그 한마디엔. 승현이가 겪었을 또다른 아픔이 깊게 서려있다. 내가 몰랐던.아니.신경쓸 틈조차도 없었던 승현이의 깊은 아픔이.. 이강순..나쁜사람.. "손수건은 낼 줄께.조심해서 잘가." "응..너도.!!" 멍해있는 내게.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져가는 승현이. 그리고..발견하고 말았다.. 승현이의 가방 사이로 삐죽 나온 핸드폰. 그 끝에서 달랑이고 있는 커플 인형을. 커플링 맞추던날.신기한듯한 눈으로 핸드폰 줄을 고르던 천사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마음 한구석이 참을수 없을만큼 싸해져버렸다. 백번 용서를 빌어도 모자란 그 아이에게. 난.단한번도.미안하단 말을 꺼내놓지 않았다.. 그래서..고개숙인 날 뒤로하고 사라져버린 천사의 뒷모습은. 씩씩하지만 참 많이 아팠다. \ 그날밤. 광민이와의 힘없는 통화를 마치고. 침대위에 올라앉아..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은형이의 사진을 들여보고있다. 천일여행때.경포에서 찍었던 많은 사진들.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은형이. 케익을 먹고 있는 은형이. 촛불을 불고있는 은형이. 술병으로 동영이와 도미노를 세우고 있는 은형이. 강순이를 보는 은형이.. 침대위에 넋놓고 누워서..사진 한장을 30분여간 바라보고.. 10번도 넘게 사진 보기를 반복했을때.. 삐그덕.방문이 열리고.. "야.너.안자냐" 어느덧 어색한 단발머리가 되어버린 강윤언니. "응.이제.자야지" "또 은형이 사진 봐!?" "...." "이제 안울지?!" "응..안울어.인젠 정말 안울어.." "은형이 지금쯤 아마.쿨쿨 자구 있을꺼다.아님..피씨방에서 오락 하구 있거나..!!" "그래.맞아.그놈 잠버릇도 고약해서 이불 뻥뻥 차면서 잠꼬대 할꺼야." "응.이불 몸에 돌돌 말고서.코 골구 있을지두 몰라!!" "은형인 코 안골아" "니가 어떻게 알어" "...그냥..알아.." "뭐야.!!니가 걔 코고는지 안고는지 어떻게 알어.!바른대루 말해!! 이놈 기집애!!작년에 외박이 잦다했드니만!!" "꺄아!!아니야!!>_ 분위기를 띄우려는 수작으로. 침대위에 첨벙 달려드는 언니.정말 어색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나를 간질러대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언니의 뜻이 너무 애달파서.. 잠시나마 슬픈 표정을 지우고 웃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꺄하하하!!하지마.!!간지러워!!" "빨랑 말해.어디까지 갔어!!" "꺄하하하!!" "말 안해!!!이년아!!!!" 응?이년^ㅇ^? 분위기를 띄우려는게 아니라. 지금 이 여자 진심으로 흥분한거 같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잠시 멍청해 있는데.. 구세주 같은 핸드폰이 슬프게 노랠 불렀고.. 새벽 3시가 넘은시각. 난 의아한 눈으로.그러나 감사한 손길로.재빨리 핸드폰을 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목을 조여오는 언니의 단단한 두 팔 "켁.언니 진짜 하지마.잠깐.통화하잖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 핸드폰 너머로 흘러나온건.. 술에 약간 꼬부라진 남자의 목소리. 혹시..하는 마음에..또다시 빨라져오는 심장박동소리. 난리를 피워대던 언니도..덩달아 숨을 죽이고.. 상대편 남자는..아주 조금..아주 조금 울고 있었다.. "강순아....." "..........너.."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마..나 나쁜짓 했어..너한테 그럼 안되는데. 나 나쁜짓 했어.." "너 혹시..승현이니.." "말안했어..알고있었는데.. 욕심나서..숨겼어...미안해..미안해 강순아.." "니가 나한테 왜 미안해...미안한건 나잖아.자꾸 왜 그런말 해.." 점점 작아져가는 승현이의 목소리.. 끝내.희미해진 그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질 않았고.. 다급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다가..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음에..가만히 핸드폰을 닫으려 할때. ... 믿을수 없는 천사의 한마디는.. 날 기절직전까지 몰고 말았다... "............" "뭐라구.승현아..다시 말해봐..은형이가 어쨌다구..나 잘못들은거 아니지.다시 말해줄래...." 은형이란 이름에 광분한듯 날뛰기 시작하는 언니. 늘 조용히 충고해주던 어른스런 모습은 온데간데 찾을수 없고. 급기야는 핸드폰을 앗아가더니. "너가 승현이지!!그래 은형이가 뭐!!!!은형이가 어쨌는데!!!!!" ....믿을수 없다.. 어떻게..승현이가 그걸 어떻게 안다는거야...... "뭐..?..뭐라구.?은형이 있는델 안다구....?!?!?" 혼란스러워 오는 내 머리에. 다시한번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언니의 목소리. 언니 역시.믿기지 않는 목소리로 몇번을 되물었고.. 난 힘없이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은형이..살았니...승현아..... 은형이.....살아있어.....?....." 은형이..안죽었지..그치..은형이..지금 잠꼬대 하면서 자구 있는거 맞지... [92] 그래..살아있어..권은형 살아있대.. 그러니까..울지마..제발 울지마.... "아빠!!!!!차키 줘!!!!!차키 달라구!!!!" 지금.집안은 발칵 뒤집어져있다. 승현이와의 통화를 마친 나는.광민이와 동영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아이들은 4개월만에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동안 죽음을 앞둔듯한 얼굴로 내일만을 기다리다가.. 눈물범벅된 나의 목소리에.. 정확히 124일만에..하하하하.소리를 내며 커다랗게 웃어주었다. "무슨 차키.왠 차키 너 미친거야?악몽을 꾼거냐?" "우리 춘천갈꺼야.차키 줘 차키!!!!" "-0-.뭣이 어째!!춘천이라니.이 새벽에 춘천을 왜 간다는겨!!!!" "은형이 거깄대!!!!아빠!!!!!!권은형 살았대!!!!" "뭐야?!그게 정말이냐!!!!!!" 펄쩍펄쩍 뛰어대는 언니의 고함에. 믿을수 없다는듯 두손을 뺨에 가져가는 아빠. 그 모습이 과히 멋진 풍경은 아니였지만.. 지금 감격의 눈물이 줄줄 흐르는 나는. 저주받을 처자에게 찐한 키스라도 해줄수 있는 심정이였고. 그리하여 아빠의 그런모습을 보며. 아주 오랜만에 환하게 웃어줄수 있었다. "내 딸.강순이가 웃는구나.세상에.맙소사.." 안방에서 나와.그렁그렁 눈물고인눈으로 날 바라보는 엄마. 경사가 났다. 죽은줄만 알았던 둘째딸이 살아난것이다. 아빤.함께 춘천에 갈것이라고 흥분에 날뛰셨지만. 언니는 그런 아빠의 주장을 단번에 꺾어버렸다. "아빤 강순이랑 은형이의 찐한 포옹을 단번에 깨트릴께 뻔해" 언니의 단호한 말에. 아빠가 성난 얼굴로 이의를 제기하려 할때. 두 남자의 주먹이 미친듯이 현관문을 두들겨댔고.. 나의 예상대로. 은형이의 친구 39등.40등은. 단 10분만에.그것도 푸우 잠옷 차림으로.. 우리집에 달려와주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이웃들의 잠을 모두 깨우며..... "야!!!!은형이!!!은형아!!!!!! 이새끼!!!!!" "진정해.동영아..은형인 여기없어." "우리 이제 살았다!!!!!!!!!살았어!!!!!" 침착한 나의 말을 한귀로 재빨리 흘리곤. 덥썩 나를 끌어안는 동영이. 나역시.얼떨결에 망아지처럼 날뛰는 그아이를 끌어안았고. 언니와 광민이를 포함한 우리 네사람은. 신발장에 서서. 타잔과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이웃을 비롯한 동네사람들을 모조리 깨워주었다. "이것들아!!!이 동네에서 우릴 쫓아낼 셈이냐!!!!!!" 아빠와 엄마의 합작공세로..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반강제적으로 차키를 빼앗아.. 집뒤에 세워져있는 아빠차를 향해 미친듯이 달리고 있는 우리들. 자기가 운전한다는 동영이와.한대 맞고 싶냐는 언니 사이에서 가벼운 실갱이가 벌어지고.. 결국에 운전대를 잡은건 힘이 쎈 강윤언니. "머리도 이상한 주제에!!!!" "조용히 해 이 푼수새끼야!!!!" "가다가 사고나면 누나가 책임져요!!!" "시끄러워!!!!" 아하하.ㅠ_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어쨋든.언니가 모는 아빠의 보물 1호는 덜그럭거리며 심상치 않은 출발을 했고. 지금 시각은 정확히 3시 50분이였다. 뒷좌석에 앉아서..고래고래 고함을 쳐대는 광민이와 동영이. 난 의자에 머리를 기댄채.. 어쩔수 없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삐질삐질 흘려대고.. "그새끼 보기만 해봐 대갈통을 확 갈겨버리지" "맞아.넌 대갈통을 갈겨.난 목을 졸라버릴테니깐" "진짜.아우.내가 여지껏 그놈땜에 밥못먹은거 생각하면 구역질이 나올거 같아" "난 구토가 나올꺼같은데.." "그게 그거야." "나도 알아 40등" 신나는 노래를 트는 강윤언니. 은형일 본다.은형인 살아있고.우린 은형이가 있는곳으로 간다. 이제 은형일 볼수있다. 미운놈.보자마자 울면서 때려줄꺼다.. 정말로..때려주고..안아주고..뽀뽀해주고.. 그동안 속썪인것만 생각하면..나쁜놈....정말..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반나절이고..꽈악 끌어안고서 안놔줄꺼다. 차는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고.. 위태위태하면서도 언니의 차는 리듬감있게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어두컴컴한 창밖을 보는데..1시간동안 잊고있었던 승현이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한달전에 알았어.권은형 있는곳... 엄마가 말해주더라..의사들모임에서..우연히 알게됐다고. 춘천에 있는 병원에..폐암 환자가 요양해있다는거.. 그 환자가..얼마전까진 수원에 있었고..1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특이하게 폐암에 걸렸다는거....근데..말안했어.. 그냥 욕심이 생겼나봐..알면서도..너 걔땜에 아픈거 알면서도.. 숨겼어..잊는다고 해놓고..못잊었어.. 미안해..내가 더 미안해...' ... .....넌..안미안해도 돼..승현아.. 넌 나한테 고마운 사람만 하면 돼... 영원히 그렇게 될꺼야..하얀천사... 나에게 있어서 넌 정말 영원한 천사로 기억... "망아지!!망아지!뿔난망아지!!!! 이힝힝힝 우네 뿔난망아지!!!!!!꼬리를 흔드는 뿔난망아지!!! 암말을 꼬셔봐라 이힝힝힝 망아지!!!!!" 휴.. 감성젖은 나의 머리를 산산조각내는 39등과 40등의 노랫소리. 이해해주기로 했다. 지금의 나라면 저 노래에 맞춰 춤도 춰줄수있다. 허나. 언니만은 그 노래를 용납할수 없는 모양이다. "니들 조용히 안해!!여기다 버린다!!!" "버려보시지!!어떻게 되나!!!!" "넌 근데 대체 뭐야!은형이 친구냐!?" "그래!!난 은형이 친구다!!" "차 얻어차는 주제에 자꾸 꼬박꼬박 말대답할래!!!노래도 못하는것들이!" 두번째로 시작된 언니와 동영이와의 말싸움. 그리고.노래를 못하는 '것' 들이란 말에 발끈하며 나서는 광민이. "못하는것들이라는 말은 취소해줄래요." "넌 또 뭐야...!!" "전 노래잘하는'것'인데요" "강순아.너 쟤네랑 놀지마라!!!" ..-_-.. 천적이 어디있나 했더니.이들이 바로 천적이였구나.. 운전대를 잡은 언니는 조금씩 흥분해가고 있었고. 나는 위험성을 심각히 고려하여..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언니의 화를 풀어주었다.. \ 그러기를 두시간.. 뒷좌석에서 끊임없이 꿍얼대고 있는 두 남자. "우리 가서 창문에서 쑥 나와서 놀래주자" "아니야.청소부 아줌마인척 하고 들어갔다 확 끌어안아버리자" "그건 좀 약해..복수를 해야지..더 멋진 복수를 할려면. 귀신인척 하고.키스를 할까?" "그것도 좋겠다..그럼 두가지 쇼크를 한꺼번에 먹겠다.." "맞아.." 손장구를 치며 좋아하는 광민이.. 난 웃음이 자꾸 나서 경련이 일어난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마구 비벼댔고. 우리 네사람은. 차가 춘천에 도착할때까지. 결코 제정신이 아닌 말과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감정을 표출했다. "은형아!!!!!!" "아직 차 안섰잖아 이 띨빡들아!!니네 가만못있어!!!!!" 차가 병원근처에 주차하기도 전에.문을 잡고 몸을 흔드는 두 남자.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푸우 잠옷을 입고서.. 언젠가 은형이네 집에서도 저 모양의 하늘색 잠옷을 본적이 있는데. 이들은.잠옷을 맞춘듯하다. 끼기기긱_!! 엄청난 마찰음을 내며.언니의 차가 구석모퉁이에 주차했고. 승현이가 일러준대로.우리가 물어물어 간신히 도착한곳은.. 춘천의 한적한곳에 위치한 작은 병원이였다.. 조금씩 밝아오는 새벽하늘. 정말이다.왜 이곳으로 요양을 왔는지 절실히 알게 해줄만큼. 이곳 공기는 끝내주게 맑았다. 4층짜리의 하얀 병원은. 활짝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었고..광민이와 동영이는 활짝 웃으며 병원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언니와 나는 흔들지 않았다.) 등 뒤로는 작은 산들이 있고.. 병원앞에 차가 몇대 없는것으로 보아선 이곳이 얼마나 평화롭고 한산한 곳인지 잘 알수 있다. 입구에 세워진 초록 소나무를 자랑스레 보며.. 인사를 건네는 동영이. "안녕.나무야.난 은형일 데릴러 왔단다.인제 그만 은형이 데려갈께 알았지?" ".........." 말이없는 나무를 소중한듯 쓰다듬고는. 제일먼저 병원안으로 들어서는 동영이. 우린 벅차오르는 가슴을 간신히 눌러참은채. 조금후 은형일 보면 몽땅 폭발시킬 생각에.겨우겨우 눌러참은채.. 조심조심 동영이의 뒤를 따랐고..... 그 아인 생각없는 아이들의 대표주자를 맡은듯. 허리에 두손을 처억 안고서. 쩌렁쩌렁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원장님?!? 나와보세요!!!!은형이 친구들이 왔어요!!! 원장님!!!나와보세요!!!!!!" 한술더떠 아무 병실이나 철컥철컥 열어보고 있는 광민이. 딴엔 철판이라 자부하는 언니가 경악을 해버리고.. 나는 침착하자는 뜻으로 심호흡을 내쉬며 언니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두남자의 고함이 엄청난 효력을 발휘하였으니... "거기 누구여!!!" ...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든 우리를 부른건. 원장선생님이 아닌 청소부 아줌마. 파란옷을 입고서.머리엔 하얀 두건을 쓰고서. 한손엔 쓰레받기를 들고서.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퉁명스레 우릴 흝어보고 있다. "아.안녕하세요.우린 권은형을 데리러 온 친구들인데..원장선생님은 어디있나요.." 능글맞은 동영이의 말에.기가차다는듯 머리수건을 끌러보이는 아줌마. "이 새벽에 누굴 데리러와.권은형이라니.그걸 내가 어찌 아는감" "폐암으로.입원한 환자 모르세요?" "..폐암..?" "네.건방진 말을 아주 잘하고.뻔죽이 좋아요. 그리고 저보단 조금 못생겼지만.얼굴은 반반하고요." 뭐라는거니 동영아. 기쁜건 알겠는데 그런말은 자제해주렴.. 두근대는 우리의 눈을 보며..안타까운 눈으로 혀를 차더니.. 기억을 더듬는척 하는 청소부 아주머니. 그러나.10분후 알게됐지만 그건 척이 아니였다. 아줌마는 알고계셨다. 내 남자친구 은형이가 어딨는지!!!! "아.그 아빠만 맨날 문병오는.그 학상 이름이 권은형이야?" "네!!!!!!!아세요!?!?!?" "18살난 총각 말이지!?!?" "맞아요!!!!다행히 아직 총각이에요!!!!!!" "알지.청소할때마다 매일 장난치곤 했으니까..얼마나 짖궂은지 원. 난데없이 죽은척을 하질 않나" "걔 어딨어요!?!?!" "맨 꼭대기층.요샌 통 아래 안내려오드만.. 몇주전만 해도 바람쐬러 꼬맹이들이랑 자주 놀러내려오더니.." "아줌마.사랑해요.복받으실꺼에요!!!! 아줌만 제가 만난 청소부 아줌마중 최고에요!!!!!" 또 나왔다. 동영이의 '최고' 동영이에게 있어 '최고'란 말버릇에 지니지 않는다는걸 알리 없는 아줌마는.수줍은 미소를 지으셨고.. 어찌됐던 저찌됐던.우린 허리를 구십도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한뒤 엘리베이터가 없는 관계로 계단을 향해 무섭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쿵쾅쿵쾅_!! 병원식구들이 모두 깨어날만한 거대한 발자국 소리를 내며. 4층을 향해 돌진하는 그들. 제일 뒤쳐진 나는..흩날리는 눈물을 즐기며 은형이가 있는곳을 향해 뛰어올랐고.. 이윽고.... 정말 입까지 차오른 숨을 헥헥 내뱉으며..401호 앞에 멈춰섰을때.. 흩날리던 눈물은..통곡으로 바뀌어.. 우린 감격에 젖은 통곡을 10분가량 해야했다. 각 병실의 환자가 쏟아져나와 의아한 얼굴로 우릴 구경하고.. 이젠 들어가자는듯.씨익 웃어보이며..문꼬리를 잡는 광민이. "잠깐.가서..뭐라고 놀래주지..귀신인척 하고 키스하기로 했잖아" "근데 날이 밝아서 무효야.그냥 문 열자마자 불이다!!!하고 소리질르자" "좋아.그게좋겠다" 저것들이 정말..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감격적인 재회를 코믹버젼으로 바꾸려고 하다니.. 그래.어찌됐던.좋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지금 심정으로 저주받을 첩자에게 찐한 키스를 해줄수도 있으니.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마.. ... ..... 그리하여..우리 네사람은.문을 열자마자 '불이야!!!!' 를 외칠것을 깊게 다짐하고. 혀를 끌끌 차는 환자들을 잠시 외면한채. 벌컥.!!!!! 401호 문을 열어제꼈다. 그리고.. 눈앞에 덩그라니 놓인 침대를 향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불이야!!!!!!!!!!!!!!!" .... ........ 조용.. ........ "불이야!!!!!!!!!!!" ...... .............조용........ 뭐야..이거..이게 아니잖아... "거 뭐하는 짓이야 새벽에 병원에 쳐들어와선.멀쩡한 병실에 대고 불이라니.당신들 미쳤소!!" 다짜고짜 따지고 드는 병원복을 입은 아저씨.. 우린..대답없이 아저씨의 말을 흘려버리고..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병실안으로 옮겼다. 맨 마지막으로 들어온 언니가..401호 문을 조용히 닫고.. 아직은 어둠이 조금 남아있는 병실안엔.. ..... 하나의 침대가 놓여있었고.. 그 침대위엔.... 분명....은형이가 누워있었다... 꿈을 꾸는듯..가늘게 떨려오는 은형이의 속눈썹. 갑자기 엄숙해진 분위기. 2분전 갖고있던 엄청난 흥분과 들뜬 목소리가..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우린.누가 먼저랄것도 없이..소리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연극이라면..정말 재밌는 연극이 되었겠지.. 몇분전만 해도 그렇게 웃고 소리 치다.. 눈앞의 한남자로 인해 약속이나 한것처럼 흐느끼다니.. 그러나..충분했다.. 침대위의 은형인..우릴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모습을 하고 있다...... 몰라보게....야윈 얼굴.... 보기좋게 까맣던 얼굴은..정말로 하얗게..핏기없는 창백한 피부가 되어버리고.. 독한 항암치료로 인해서...얼굴에선 그 어떠한 표정도 찾아볼수가 없다.. 이불밖으로 나온 팔은..4개월전엔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깡 말라버렸으 며..팔에는 여전히 몇십개가 넘는 바늘이 꽃혀있다... 씩씩하고.장난기 어려있던..늘 천방지축 이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고... 정말 처절할정도로 야위어버린..은형이가 눈앞에 있다.. 우릴 미치게 하는건..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세사람의 사진... 우리 세사람의 사진........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은형인.. 아빠밖에 없는 이 외로운곳에..도망쳐온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은형인.... 사진으로 외로움을 달래며.아빠와 단둘이 아픔을 참아낸것이다.. 우리 네사람이 숨죽여 흐느끼는 가운데..참다못한 동영이가..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로..참고있던 말을 터트렸다.. "아니야...이새끼 권은형 아니야.. 아니야..은형이 이렇게 안말랐어....은형이 아니야.. 이렇게 안하얘..그새끼 피부 이렇게 안하얘..... 은형이 아니야.....권은형 아니야......" "철없는말하지마..은형이야..은형이 맞아.... ....씨발..폐암 새끼 죽여버릴꺼야...폐암새끼 진짜 눈앞에 띄기만 해봐..." 흐느낌에 가까운 광민이의 대답.. 난 말없이 은형이의 차디찬 얼굴위에 가만히 한손을 올려놓았고.. 동시에..그아이의 눈에선.. 작은 눈물 한줄기가 떨어져.베개 위를 적셨다........ 아무도 몰래..아이들 몰래..재빨리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눈물 보이기 싫어하니까.. 은형인 눈물 보이는것도 싫어하고..우는것도 싫어하니까........ 맞다.은형이 우는거 싫어하지.. 바보처럼..또 울고 있었어...이렇게 멀리까지 보러와선.. 정신을 차리고..자꾸자꾸 샘솟는 눈물을 손등으로 꾹꾹 눌러찍는데.. .... "권은형!!!!!" 동영이의 갑작스런 고함소리. 그 소리에 놀라..시선을 아래로 떨구니.. 은형이가..깨어났다. 아니..깨어난건 한참전이겠지만..이제서야 눈을 떴다.. 빛을 잃은..죽어버린 눈으로..우리 네사람을 하나씩 어루만져준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정말 소중히.. 울보 동영이가..침대위로 쓰러져 또 울어버리고.. 광민인 눈물을 참으려는듯 고개를 돌리고. 은형인..무슨말을 하려는듯..천천히 입을 연다.. 쉽지 않은듯...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듯...그렇게 5분가량을..소리없이 입만 움직이다가........ 점점 커져가는 동영이의 울음소리에... 마침내..아주 힘겹게...첫인사를 건네는 은형이.. 앙상히 마른 손으론..떨리고 있는 나의 두손을 꼬옥 잡고.. 희미하게.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생기없이 말라버린 목소리로... "......우리..꼴통들 왔네..." 엄청난 감동을 안겨줄줄 알았던 우리의 재회는... 숨막히는 눈물외엔 아무것도 허락치 않았다.. [93] 예전같았으면..분명..제발 울지말라고 버럭 소리쳤을 은형인.. 눈뜨고 있는것조차 힘이든듯..두 눈을 감고서.. 쉬지않고 흐느끼는 우리의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맨날..하얘지고 싶다고..노래를 부르더니.. 못본사이..완전 백인 됐네..배신자새끼....." 문쪽으로 시선을 던져놓은채.뚝뚝한 한마디를 던져놓는 광민이 그로써.몇시간째 병실안을 메운 눈물소리는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은형인 아무말없이 웃어보인다. "도망온데가..여기냐.. 우리 버리고..편지하나 남겨놓고..도망온데가..여기냐... 그래..전화한통도 못해......." 눈물을 겨우 멈춘 동영이의 떨리는 목소리.. 대답할수 없음에 또다시 작은 미소만 짓는 은형이. "..말을해...꺼지라고 욕을 하던지..병신이라고 욕을하던지.. 제발 뭐라고 말을해...힘없는척하지말고..제발 뭐라고 말을해.." "......어..떻..게..알.." "강순이가 말해줘서 왔다!!!! 너 우리가 안찾아왔음 죽을때까지 연락안할라 그랬지..!?! 우린 너 친구라고 믿고..우린 너땜에 4개월을 미친놈들처럼 헤매고 다녔는데..넌 뭐야..우리 뭘로 생각했어.... 이런꼴로 누워있을꺼면서 왜 떠났어!!!!!" "....나..안..죽...어..." "누가 너 죽는대!!!!!어떤새끼가 너 죽는대!?????!!" "....아..니..." "병신아...너랑..흰얼굴..안어울려..그러고 누워있는것도 안어울려.. 근육없는것도 안어울려...말없는것도..안어울리고...." "...응...." "그렇게 힘없이 대답하는것도 안어울려!!!!!!!!" 흥분한듯한 동영이..진지한구석이라곤 전혀 없을것 같지만.. 그 누구보다 맘 여리고 눈물 많은 동영이. 겨우 눈물을 멎은 광민이는..그만하라는듯.그아이의 왼쪽어깨를 꾸욱 잡았고... 그제서야..누구보다 힘들사람은 은형이란걸 깨달은 동영인.. 앞에 놓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분명..불이야..라는 장난으로 우리 여기서 다같이 웃고있을줄 알았는데. 햇빛에 비춘 니 얼굴은.. 왜이렇게 말라버렸니.... 4개월동안..그 아픔..그 고통..어떻게 혼자 참았니.. 지독한 원망과..지독한 슬픔에..아무 의미도 될수없는 첫인사를 건네려할때. 삐그덕... 등뒤에서 낯선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고,뒤돌아본 그곳엔. 웃음을 잃어버린 아저씨가 말없이 울고계셨다. "...결국..찾아왔구나...." 원망밖에 될수없었던 1시간이 지난후... 겨우 안정을 되찾은 난.보기에도 안쓰러운 얼굴을 한채 은형이의 머리맡 에 앉아 쉴새없이 중얼대고..언니는 창가에 기대서서 알아듣기 힘든말을 중얼거리고. 동영이와 광민인 커다란 은형이의 웃음소리가 많이 그리운듯. 잃고있었던 어이없는 농담을 계속 내뱉고 있다. 나의 손을 꽉 잡은채..연신 고개만 끄덕여대는 은형이. "아....아저씨.은형이 수술은 언제해요.." 번뜩 떠오른 '폐이식'에.잠시 말을 멈추고,창가에 서계신 아저씨에게 물었다.갑작스런 나의 물음에..고개를 돌려 당황한 표정을 짓는 아저씨. "..무슨수술.." "이식수술해야죠.." "이식수술..이라니.." "폐 이식수술이요...은형이 아직 수술안했잖아요.." 순간.병실안엔 굉장히 묘한 침묵이 돌았고.. 가만히 손을 뻗어 아빠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은형이의 손에. 나만 모르는 무언가 있단 생각이 머릿속을 분명하게 스쳐갔다. "수술..이식수술..해야죠.." "..그래.." "언제쯤 해요..?" "회복하면..바로 해야지.." "기증자는 구했어요...?" "아니..아직....." 나의 눈을 외면하는 아저씨..그리고 갑작스레 침묵을 유지하는 두사람... 바보가 아닌이상..이들의 표정이 뭘 의미하는지쯤은.. 잘 알수있다.. "..나만..모르는거..있죠..." ".아니다.." "아니에요..뭔가 있잖아요..왜..다 내 눈 피해요..왜..다 그런 울거같은 얼굴 해요.." 대답없는 아저씨.. 그리고.못참겠다는듯.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빠르게 무언가를 웅얼대는 동영이. "수술못해" "어..?" "은형이 수술못해" "..왜....?" "재발이니까" "..재발이라니...." "고등학교 1학년때 이미 한번 했으니까" "...뭐..?..뭘..말이야..?" 멍한 나를 남겨놓고.. 동영인.그길로 병실문을 열더니.탕!!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모습을 감추어버린다. 난 넋나간 눈으로 말라버린 은형일 내려다보고.. 그 아인..고개를 돌려버림으로써.이 모든사실을 인정해버린다.. "잠깐만..재발이라니.수술이라니.그런말 없었잖아.은형아. 니가 말해봐.아니지?너 아팠던적 없잖아. 이번이 첨이잖아.맞지?" "........." "아니..아니잖아...은형아..대답해봐..그냥 아니라고 한마디만 하면 돼..재발이라니..수술이라니..나한테..그런말 한번도 없었잖아.." ".........." "권은형............" 뒤이어.눈물맺힌 눈을 스윽 닦으며.광민이가 나가버리고.. 조금씩 떨고있는 내게. 엄숙한 목소리의 아저씨가..청천벽력같은 한마디를 던져버렸다. "은형이....두번째다.." "뭐..가요..?" "1학년때 이미 종양 제거 수술했었고.이젠..이식 불가능이란다" "..전..그런말 한번도 못들었는데요..." "놈이 말 안했으니까..." .... ........ 말도안돼..정말..이건 말도 안돼.. 난 그런말 한번도 못들었는데..이게 무슨소리야.. 대답없는 은형이의 옆모습.. 분명 알면서도.은형이가 이순간 젤 힘들거라는거.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난 밀려오는 배신감과 날아가버린 작은 희망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1학년때 수술이라니요!!!!!!나한테 그런말 없었어요!!!!! 권은형.너 한번도 그런적 없었잖아.수술이라니!??! 무슨수술.너 그때도 이렇게 아팠어!?근데 나한테만 말안한거야!?!?" "....미....아.." "하..말도안돼..정말 말도 안돼.. 나한테만 말안했어.??나만 바보같이 혼자 모른거야?! 나만..나만..수술하면 무조건 낳을수 있다고 생각한거야!?!?!" ".......수술..안..해..도.." "너한테 나는 대체 뭐야!!!!! 왜 매일 난 뒤늦게 알아야돼!!!니가 어디가 아픈지.왜 힘든지.어떤 상태에 있는지.그정돈 당연히 알아야되잖아... ...나 니 여자친구잖아!!!!!" "......나..안..죽어....." ".......뭐라구.." "..살께...살테니까..... 니.가...허락..해..주기..전엔..안..죽..을..께..그러니까.." "..그러니까..." "..화..내..지..." 하얗게 말라버린 입술로..10분여간에 걸쳐 한마디 한마디를 겨우 중얼거리는 은형이. 그런 그에게.더이상 화를 낸다는건..악에겨운 투정을 부린다는건.. 철없는 욕심외엔 아무것도 될수없다는걸 깨달았다.. 그래서.. 한참동안 모든 감정을 눌러삼킨뒤...떨구어진 그아이의 두 손을 꽈악 붙들었다.. 그런 날 보며 언니가 싱긋 웃어주고... ".너..다 나으면..그때 막 화낼꺼야..알았어..?.. 그냥..이렇게 넘어갈거라고 생각하지마..너..벌떡 일어나서..우리학교로 오면..그때..다 몰아서..따져댈꺼니까..너 숨쉴틈도 없이.. 무섭게 화낼꺼니까.." "...으...." "...살꺼잖아...안죽을꺼지... 눈물로 범벅된 내 얼굴을 조용히 올려보는 은형이.. 익숙치 못한 쾡한 눈으로..끄덕끄덕 대답을 해주는 은형이.. 믿어야지..그래..내 남자친구니까..... 믿어야지.. 들릴리 없는 혼잣말을 중얼대며... 푸석해진 은형이의 이마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차가운 나의 손길에..다시 눈을 감다가..다급한 목소리로.아빠를 부르는 은형이.. "..아..빠..아빠..나.." "왜그래" "...꺼내..줘.." "뭘말이야.." "교복...." "..그건 갑자기 왜.." "..입을....래.." "바보같은 소리마라.그걸 지급 입어서 어쩌겠다고" "..제발..부탁.이.다......" 교복..?교복이라니..? 갑작스러운 교복의 등장에.어안이벙벙해져 아저씨의 뒷모습을 쫒는데.. 그런 날 아는지 모르는지. 침대옆에 놓인 작은 상자를 뒤적거리고 있는 아저씨.. 은형인.그런 아저씰 보며 만족한듯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고.. "왜그래.누워있어..!!" 걱정스런 나의 목소리에.괜찮다는듯 씨익 웃어보이는 은형이.. 이 와중에도 호기심이 발동한 언니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눈으로..아저씨가 뒤적이는 상자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고.. 모든걸 체념한듯한 얼굴로.아저씨가 침대위로 꺼내놓은 교복은.. ".자..여깄다.." "..응....누나..강순아..나..옷갈아입을꺼야..." 말도안된다는 표정으로.의자위에 꿋꿋히 앉아있는 나완 달리.. 씽긋 웃어주며..자리를 피하려는 강윤언니. "왜그래.언니.어딜 나가." "은형이 옷갈아입는대잖냐!!너 은근히 볼라고 그러지?" "그런게 아니잖아.지금 옷을 왜 갈아입냐구!거기다 저 옷은.." "제발.은형이 말좀 들어라.!!두번말하기 힘들잖아!!" "........." 은형이만한 커다란 손으로.내 어깨를 덥썩 붙들더니.. 기어코 의자위로 일으키는 강윤언니.. 비틀대는 나는 힘없이 의자밖으로 밀려나고.. 은형인..천천히 하얀 환자복의 단추를 끄르고 있는중이였다. 대체..저 옷으로 어쩔생각인거야.. 왜 저 교복을...... 1초라도 떨어지기 싫은마음에..등뒤에서 마구 끌어대는 언니의 손을 꾸욱 잡고있는데.. 순간..흘러내린 환자복안으로 보인 은형이의 등이.. 믿을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와버려서.. 나도 모르게.. 쾅!!!!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병실밖으로 나와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일이였다.. 병실안에서 발버둥 쳐대던 내가.. 401호라는 문패가 걸린 문을 바라보고 있는건.. "기집애야.나올꺼면서 왜이렇게 뻐팅겼냐!!!어휴 그리구 너 왜이렇게 철이없어!!" "..언니..은형이..등봤..어..?" "아니..." "은형이..등이 이상해..안그랬는데..은형이 등이.. 변해버렸어...정말..안그랬는데.." "그런거..내색하지마 바보야.놀래도 놀래는척 하지말고 슬퍼도 슬픈척 하지 말란말이야. 은형이 눈물 참는거 못봤어!?눈물들킬까봐 자는척 하는거 못봤냐구!!" "언니..은형이..등이 이상해..." "그만하랬어!!너 아까도 그게뭐야!아픈애한테 소리나 지르고. 말할수 없는 은형인 얼마나 힘들겠어..밝은척 못해.너?! 한번울거 열번 웃으란말이야!!!!!" "....그게..안돼 언니..나도 노력해보는데.. 하얗게 변한 은형이 얼굴보면..말보다 눈물이 먼저나와..." "...휴....." 언제나..씩씩하고....지칠줄 몰랐던..벽처럼 단단했던 강윤 언니는..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병실문에 기대 앉아버렸고.. 난..한순간에 깊은 충격으로 박혀버린 은형이의 등과 가슴에.. 소리질렀던 이강순을 증오하며 미련하게 꺽꺽 울고말았다.. 그렇게.. 점점 커져가는 나의 울음소리가..주저앉은 언니를 짜증나게 할때쯔음.. 삐그덕.. 206호보다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병실 401호의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그리고,벌떡 일어난 언니가 울고있는 내 얼굴을 잽싸게 가렸을때.. "전학생..권..은..형..." 바보같은 놈의 목소리는.. 내 귀를 또 한번 의심케 만든다.. "은형아..이게뭐야..왜 그걸 입고있어.." "권은형..입니다.." "....그거..어디서났어...." 우리학교 동복을 입고서..아저씨의 부축아래 문옆에 비틀대듯 서있는 은형이.. 눈시울이 붉어진 아저씨는..멍한 나와 언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겨울때..전학가면..입는다고........." "...나도..까만색 잘어울리지 않냐.." 우스꽝스러울만치.헐렁한 교복을 입고서.. 한손으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은형이.. 어느새 등뒤에 도착해있던 광민이와 동영이가..믿을수 없단듯한 얼굴로 빠르게 가까워오고. "야.너 이 교복 뭐야!!!이걸 왜 입었어!!!!!" "..겨울에..입을..꺼다..." "우리학교 교복 아니잖어!!!!!" "...용..덕고..가기로 했다.." "이새끼야!!그럼 우리는!!!!너 지금 종운고 배신하냐!!!!!" "...강순이랑..약속했다..." 어린아이처럼 웃는 이 아이에게.. 우린 그 어떤말도 꺼내놓지 못한채..마주본 얼굴로 빙긋 미소를 지었고.. 은형인..헐렁히 흘러내리는 두 소매를 힘없이 바라보며.. 병원밖에 나가게 해줄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하여.언니와 아저씨의 반강제.반협박에 의하여.. 1시간이라는 외출시간이 주어지고.. 지금 이순간만큼은.건강했을적의 당당하고 장난스런 모습을 찾고 싶은듯.. 두친구의 부축을 받아..건들대는 걸음으로 계단을 내리는 은형이.. 언니와 아저씨는 남은 얘기가 있다며 401호에 남았고. 그바람에.나는 한손에 은형이의 코트를 든채..타닥타닥.. 38.39.40.등의 뒤를 따랐다.. 4개월동안 환자복 차림으로만 있다가..오랜만에 입은 교복이 정말 맘에 드는듯..볼품없이 마른 두다리를 힘차게 움직이면서.. 말도안되는 장난을 치고 있는 은형이.. "나..쟤네..학교..가면..얼짱..이라..니까.." "지랄하네!!박승현은 돌부처냐!!!닌 종운고가 딱이야!! 가긴어딜가.전학갔다가 학주한테 뭔소리 들을려구" "..하..학주..보고..싶네" "빙신.너 없으니까 광민이가 맨날 38등하잖아.. 빨랑 나.어울리지도 않는 하얀낮짝 집어치고" "...종운고..안간다니.까..." 왜였을까.. 이젠 바닥났을꺼라 생각했는데..또한번 울컥 눈물이 치민건.. 마지막이 될거같다는 그들의 뒷모습에.. 인정할수 없는 눈물이..툭..발위로 떨구어지고.. 티격태격대며 병원밖으로 나서는 세남자의 뒷모습은...... 손을 뻗어 잡는다는건..헛된 망상에 불과할만큼.. 너무나 멀고..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세상에서..제일..아름답고..슬픈 뒷모습.. 끔찍하리만큼..슬픈..뒷모습.. 광민이..은형이..동영이.. [94] 벌써.10분째. 병원앞에 놓인 작은 나무의자에 앉아..껄렁대는듯한 표정으로 나뭇가지 를 물고있는 은형이.. 그앞엔.조용히 미소짓는 내가 있고.. 광민이와 동영인..은형이의 양옆에 앉아.4개월전의 모습을 재현하려는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수원바닥을 당당하게 누벼대던 4개월전의 그 모습을.. "봐..나..담배..문거.." "잎사귀 달린 담배두 있냐!?!!" "..그..래도.병..신..비슷..하잖..아.." 입에 문 나뭇가지를 담배라고 우겨대는 은형이. 그런 그의 모습에 할말을 잃은듯.. 상체를 의자 밑으로 늘어뜨린채 쓴웃음만 짓고있는 광민이. 그와는 대조적으로 끝까지 상대를 하려는 동영이. "개코도 안비슷해.거따가 불붙히면 니 코 훌렁 다 탄다" ".아..우리..담배피다..맨날..걸리면..화장.." "화장실 청소 맨날했지.니가 대걸레질 젤 잘해서 맨날 너만 집에 먼저 가구 그랬잖냐.그래서 청소상 받았잖아.우리중에 첨으로 상받았어" "하하..맞..아.." "그것땜에 나랑 광민이놈이랑 샘나가지고. 가방에서 니 상장 몰래 쌔비다가.너한테 걸려가지고. 진짜 그때 너 진정으로 화난거 첨봤다." "..하하..." "상장하나때문에.소심한새끼" "그리고......우리..바다.놀러가면.." "바다 놀러가서 헌팅하면 작살이였지.. 고1때..술집에서 대포까다 걸려서 너만 인질루 잡혀있었잖어. 비틀대다 넘어져서" "..맞..아..킥.." 동영이의 어깨에.기대앉아..옛추억을 하나씩 꺼내놓고 싶었던 은형이. 그러나..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입은.. 5분에 걸쳐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을 뿐이였고.. 그런 그의 맘을 충분히 안다는듯.동영인 알고있는 모든 기억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있었다. 지나가던 간호사들은..안됐다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차고.. 선선한 가을바람은..눈물가린 내 머리카락을 자꾸만 걷어내려한다. "남문 코끼리 분식에서.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하다가.. 9만원어치 먹었던건 생각나냐?!" "..하하..맞..어..맞..어.." "그래서 돈없어서 핸드폰 맡기고.맞다.북경반점에서 배달하는 시끼들이 자꾸 시비걸어서.짜장면 40그릇 교무실 앞으로 배달시킨것도.." "..응...." "남문사거리에.삥뜯는 중학생들 혼내준것도.. 그때 우리 정의의 폴리스 3인방이였어..생각나지.." "...내가..대빵.." "지랄은.무슨 니가 대빵이여..!!!" "...그때.돌아가고..싶..다..." "돌아올꺼잖아!!!!!!!" ".....그....래....." 은형이의 힘없는 대답이.또다시 날 불안하게 만들때.. 잠자코 앉아있던 광민이가.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주차장쪽을 향해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어디가 광민아!?" "카메라..사러..." "..카메라..?" "10분안에 올께.." 사진찍기.그림그리기를 자랑스런 취미로 가지고 있는 광민이가. 이상황에서도 카메라를 찾으며..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눈앞의 두 남자는 계속되는 추억회상에 여념이 없고.. "정류장에서.수원여고 애들 명찰 얻는거 내기한건?!생각나지!?!" "..생..각..안.." "무슨소리여!!니가 신기록 세웠었잖어!!!빨간색.노란색.초록색. 색깔별로 다 얻어놓구선.너 강순이 있다고 발뺌하는거지!?" "...꼴통..." "아!!작년 가을엔.병훈이 형 양호실에 누워있는지도 모르고.신나게 뒷땅 까다가.진짜 먼지나게 맞았었는데.그래서.호프가서 또 뒷땅까다가. 알바생이 병훈이 형 친구여서.또.맞고.그치." "..너..울..었어..그때.." "..맞아..근데.지금와서 말하지만 .맞아서 운게 아니라.배고파서 운거야. 그때 그새끼들이 5시간동안 쉬지않고 패서 저녁도 굶었거든" "식..충이.." 물론.5분전에 나왔던 명찰얘기는.잠시나마 날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소잿거리였지만.. 철 들지 않은 유치원생마냥 즐겁게 웃는 은형이의 얼굴은. 그 어떤말도 꺼낼수 없게 하는 묘한 마력을 갖고있었다. 수원에서 제일 멋있다고 소문난 우리학교 동복을 입고서.. 자꾸만 날 울게만드는 남자친구 은형이. 하나씩 터져나오는 추억에..뭐가 그리 즐거운지..헐렁한 교복바지를 붙들고 힘겹게 웃고있는 은형이..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나약한 모습을 들키기 싫어..이곳에 나온뒤부터 내 시선을 피하고 있는 은형이.. "이건 카메라 사러 간놈이 카메라 장사랑 눈이 맞았나 왜 안와!!" "....재미..없어.." "니가 못본사이에 내 유머가 레벨높아져서 그래.인제 적응될꺼야" "....그..래.." 푸우 잠옷을 입은 동영이와.용덕고 동복을 입은 은형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광민이를 찾는다.. 울고있는 날 모르는척 하기 위해.. 이들은.몰라보게 변한 은형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당당하기만 했던 1년전 그 모습을 재연하고 싶어서.. 죽음.아픔.눈물.이란 눈앞의 현실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야!나 왔다!!!!" 그리고.그들의 간절한 바램대로.. 가쁜숨을 헐떡이며..광민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손엔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서..이미 저 뒤에서 실컷 울고 온듯. 눈물기 가신 눈으로.. "어우.카메라 사는데.애들이 막 쳐다봐!!아무래도 내가 춘천스타일인가 봐!!" "진정 넌 멍청이냐!?!대낮에 푸우 잠옷입고 뛰어가는데 니같음 안보냐!? "그런가..내가 잘생겨서 본게 아닐까?" "걔들이 히로뽕을 10대 맞지않은이상." "이새낀 말을 해도 진짜 적나라하게 하더라!?!" "잔말말고 사진이나 찍어!!" "아.맞다.사진." 동영이의 퉁명스러운 말에.카메라를 만지작대며 몇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광민이. 그러더니.. "강순아!!은형이 옆으로 붙어!!!" "..아..어.." 광민이의 고함에,화장기 하나없는.눈물만이 잔뜩 적시고 간 추한 얼굴을 하고서.조심스레 은형이 옆에 붙어앉았다. 그러면.잠시동안 손아래 떨구었던 나뭇가지를 다시 입에 물고. 의자위에 쭈그리고 앉는 은형이.. "..폼..나게..찍자..." 은형이의 어처구니 없는말에.난 피식 웃음을 터트렸고. 절대 찬성이라는듯..턱을 들어 건방진 표정을 해보이는 동영이. 카메라에 가려진 광민이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조그맣게 들려오는 웃음소리로 보아선. 나와 마찬가지로 실없이 웃고있는게 분명했다.. 몇분의 부산스런 움직임 끝에.광민이가 셔터를 누르려 할때.. "야.너도 저기 가서 서라.내가 찍어주께" 언제부터 와있었던건지.. 하늘의 태양보다 더 밝은 미소로 나타난 강윤언니가. 머뭇대는 광민이 손에서 휙 카메라를 빼앗아 들더니.. 다짜고짜 그아일 우리쪽으로 밀어낸다.. "아이씨..내가 찍어야 예술사진이 나오는데.." 투덜투덜대면서도 은형이의 등뒤에 바짝 다가서는 광민이. 그리하여 그 세남자는. 약속이나 한듯.얼굴을 비스듬히 들어 터프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 우스꽝스런 모습에. 난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은형이 옆에 철썩 붙어앉았다. "자.찍는다.!!김동영 김광민.너네 입에 문 담배 안내려놔!!! 은형이 넌 입에 문거 그거 뭐야!!" "우리 사진 찍을때 원래 이렇게 찍는단말이에요!!이번 사진 컨셉 똥폼인데.왜 자꾸 판깨요!!" "어린것들이.아주 그냥.턱좀 내려!!그리고 좀 웃으란 말이다!!" "웃으면 폼 안나잖아요!!!!" "기가막혀서.꼭 그렇게 허리춤에 손 얹어야되냐?!" "이래야 도도하지" "얼씨구.얼씨구.꼴보기 싫어 죽겠네.자..!!찍는다!!! 하나!!!!둘!!!!셋!!!!!" 셋...그리고.......찰칵..... 순식간에 터진 후레시와 함께..걸작이 될 사진 한장이 완성되었고. 눈앞의 세남자는 심각해야 할 이 상황에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커다란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 그건.이들에게 있어서..절대로 용납할수 없는 사실.. 친구와 애인의 차이점.. 같은상황에서 눈물과 웃음으로 나뉜다... 약해지려는 나를 느끼며..은형이의 헐렁한 교복깃을 꾸욱 잡았다. 웃는 얼굴은 동영이와 광민일 향한채.. 깡 마른 한손으론.눈물젖은 내 손을 꽈악 감싸쥐는 은형이. 놓치지 않으려는듯.웃음소리가 커질수록.잡은손에 더욱더 힘을 주는 은형이. "어머.아직도 밖에 있음 어떡해요!!!!" 간호사가 호들갑을 떨며 달려올때까지.. 세남자는 정신나간듯 웃고있었고..남아있으려는 은형일 억세게 일으키 는 간호사때문에.잠시동안 이곳엔 실갱이가 벌어졌다 "안돼요.안된다구요.바람쐬면 안돼요.감기걸리면 큰일난다구 했지요!?" "감기안..걸려요..." "지난달에도 걸려서 고생했잖아요!!얼른 일어나요!!" "...좀만..더..있.." "안돼요.친구분들도 빨리 도와요.환자분 악화되는거 보기싫으면!!" 송곳같이 매서운 눈으로 간호사를 노려보다가, 환자의 악화라는 한마디에 은형이의 양쪽팔을 척척 붙들어매는 광민이와 동영이. 나역시.조금씩 흥분하려하는 다혈질 남자친구를 억지로 병원입구로 끌어댔고.. 그 덕분에.20분이라는 아주 긴시간이 흘러서야..다혈질 은형일 병실안에 눕혀놓을수 있었다. \ 병실안. "아우.땀나.저새끼 살 쪽빠져도 힘은 여전하네." "그러게.아주.그냥.십년치 땀을 한꺼번에 다 뺐네" "그건 오버야" "알아.나도." 의자위에 앉아.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은형이 친구들. 아직까지 화가 풀리지 않은 은형인..웃음기 가신 얼굴을 창가쪽으로 돌리고.. 그나마 제정신을 갖고있는 언니는.어울리지 않는 애교섞인 말투로 은형이의 화를 풀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그래.은형아.바람이 차서 그런거잖아.화 풀어라.응?" "해 더..보고..싶..었.." "그래..알아.해는.퇴원해서 보면 되지.뭘.안그래?" 천연덕스러운 언니의 대답에..갑작스레 슬픈얼굴을 해보이는 은형이.. 아무도 몰래..부정하고 있다.. 난..알수있다.퇴원에 관한 은형이의 눈이..무엇을 의미하는지.. 저아이가 지금 속으로 무슨생각을 하는지도.. ..난..다..알수있다.. "..아..빠.." "응?아빠?" "..어딨어요..." "..아..아저씨.?!담배피러 화장실 간거 같던데.불러다드려?!" 끄덕끄덕.. 이것으로 은형이가 화를 풀었을거라 생각하며.헤벌쭉 웃으며 병실을 나가는 언니. 헥헥대던 동영인 옆에 놓인 바나나를 집어들고.. 난 조심스레..은형이의 뒷통수에 대고 말을 건넸다. "은형아.교복.벗어.불편하지않아?" "..아니..." "아니긴.불편해보이는데.나 나가있을까?" "아니..!!" ... ....... 고개를 홱 돌리며.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은형이. 이곳에 온뒤로 그렇게 힘있는 모습은 처음이였으므로. 우리 세사람은 적잖이 놀란눈으로 그를 바라보았고..그아인.. 멋쩍은듯..다시 고갤 돌려버린다. "나..가지..마.." "갈아입어야지.그거 공기도 잘 안통하고.덥잖아. 환자복 입어." "..싫..다..." "..퇴원하고 입으면 되잖아.." "..이거..입고..죽..을꺼..야.." .... ........ "뭐.....??" 벌떡 일어난 되묻는 나.. 엉겁결에 뱉은 대답에.자신이 더 당황한듯..굳게 다문 입으로 침묵 을 지키는 은형이. 그리고, 광민이와 동영이가 양옆에서 말리는 가운데.또다시 흥분해버리고 만 이강 순. "그거 입고 죽는다니.너 무슨뜻이야!!!! 그럼 니가 당장 죽기라도 한단소리야!?!?" "......" "말해봐.그거 입고 죽는다니!?빨리 갈아입어!!!나 나가있을테니까!!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라구!!교복은 퇴원해서 입으란말야!!" "........" 대답없는 권은형의 얼굴은.날 미치기 일보직전으로 몰고갔다.. 기가찬 눈물에 그아이를 쏘아보는데.. 병실문이 열리며 호들갑스런 언니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형아.!!아저씨 모셔왔다!!!!" 눈치없는 사람... 아직 벌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발견치 못한듯. 아저씨를 침대옆으로 끌고오는 강윤언니. "인제 화 풀꺼지?누나 안미워할꺼지?!" "...아..빠..." 철없는 언니에게 몇초가량 웃어주곤..지금 막 침대옆에 다가선 아저씨를 힘주어 부르는은형이.. "그래.무슨일이야" "..내일..수원..간..다.." ?!?!?!????! 그 순간.앉아있던 동영이와 광민이마저 자리에서 벌떡 튀어오르고. 모두가 놀란 가운데. 혼자 침착한 은형이가..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나..할..꺼..있...어.. 수원..가서..할..꺼있다..꼭..해야돼..." 8분에 걸쳐..겨우 마지막 글자를 중얼대곤..힘없이 배게위에 머리를 떨구는 은형이. "무슨소리야.그 몸으로 어딜간다 그래" "..꼭..할..꺼..있어..꼭...해야돼......." "여기서 못해!?!?" "...여기선..못..해............" 단호한 은형이의 말투.. 우린 불길한 예감에 서로의 눈을 보며 스스로를 안심시켰고.. 아저씬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병실을 나가셨다. "야.임마.그 몸으로 어딜가.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딜간다그래!!!" 첫마디를 연건.우리중 가장 심하게 떨고있는 동영이.. 고개를 돌린 은형인..말없이 이불을 끌어올리고.. "할께 뭔데!!할께 뭔데.퇴원하고 나서 하면 되지. 왜 꼭 내일해야되는데!!!!!" "........." "왜 꼭 내일인데!!!!일주일있다 해도 되고.한달있다 해도 되는데!! 왜 꼭 내일인데!!!!!!!!" 바닥으로 떨구어지는 동영이의 눈물은..대답없는 은형일 저 구석으로 내몰았고.. 그 아이의 결심은.완강했다. 꼭......내일이여만 했다...... [95] 별이 참 많다.춘천 하늘엔.. 공기가 맑아서 그런가..우리집에서 볼땐 몰랐는데..하늘엔. 숨겨진 별이 참 많았나보다. 새벽 한시반.. 별빛 달빛만 가득한 401호 병실.. 강윤언니는 차안에서 잔다며 1시간전 병원을 나갔고.. 아저씨 역시 벌써 몇시간전부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이 바보 두명은..교복차림의 은형이 손을 꼬옥 붙든채 의자위에 서 잠들었고.. 난..언니가 서있던 창가에 서서.대답없는 별을 보며 소원을 빈다... 유난히 반짝이는 별 하나를 보며.. 은형이.데려가지 마세요.. 나..아직 못해준게 너무 많아요... 매일매일 못된짓만해서..아직 갚아야 할 빛이 너무 많아요.. 알잖아요.은형이한테 어울리는게..눈물보다 웃음이란거.. 하늘보다 땅이란거..내일보다 오늘이란거.. 늘 힘들기만 했어요..이젠 은형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하늘에 있는 별은..당신 하나로 충분하니까.. 땅에 있는 별은..은형이로 남겨두세요..만질수 없는 별은..필요하지 않아요..그러니까 은형이..제 별로 남겨두세요.. 처음으로..별에게 기도란것을 해보고.. 여전히 대답없는 별을 향해..씽긋 웃어보였을때..등뒤에서.. 아까보다 조금 더 가빠오는 은형이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은형아..왜그래.." "...자..." "..너야말로.빨리자.." " 강순아...." "..응.." "..사랑한다구..." "응......" "강순아...." "...응....." "아니야...." "뭔데.말해봐.." "..아니야..." 뾰루퉁한 나를 보며..보이지 않는 얼굴로 활짝 웃는 은형이. 아니.분명 웃었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곤..비좁은 침대위로..내 옷깃을 조금씩 잡아당겼다. 은형이의 뜻을 알아차린 나는.. 조금의 망설임없이 그아이 옆에 파고들었고.. 팔베개를 해주려는 은형이의 팔을 조심스레 뿌리쳤다. "하지마.아프잖아.." "..해.." "너 아파." "..아니..해.." "아프다니까.." "..하랬..다.." 조금 강제적으로 느껴지는 그아이의 대답에.. 어쩔수없이 머리를 들어 앙상 마른 팔위에 올려놓고.. "제..대로..배.." "..알았어.." 슬며시 올려놓는 시늉만 했던 머리를..큰맘먹고 조금씩 내려놓았다. "....나..만..약..에.." "만약에 뭐.." "아주..만..약에.." "말하지마.." "죽으면..." "말하지말라구..." "딱 일년만..울어..." "너 안죽어" 여기까지만.제발.여기까지만. 더이상 말하지마 은형아..나 그렇게 강한애 아니란거 알잖아.. "왜..하필..나..일..까...." "..나을꺼야.은형아.나 우는거 싫댔지.그럼 그런말 하지마.. 너 살아.살꺼야 은형아.." "매일밤마다..머리에..얼굴이..백개도 넘게 떠올랐어..." "........." "근데..그.얼굴이..다..니 얼굴이야..." "........" "...근데..오늘은..니..얼굴이..천개도.넘게.떠올라.." "..그만..." "나.진짜..가야되..나봐.." "그만해!!!!!!!!" 갑작스러운 나의 고함에.. 화들짝 놀라.잠에서 깨어난 광민이와 동영이.. "야.왜그래.무슨일이야!!" "..아니야..아무것도..나쁜꿈꿔서.계속자..얘들아." "너 지금 은형이 옆에 찰싹 붙어서 뭐하는겨!!!!!" 반딧불보다도 어둠을 잘 밝히는 동영이의 눈이. 침대위에 누운 날 발견했고.. 광민이는.그런 그를 질질 끈채 병실밖으로 나가버린다. "야 차에서 자자" "싫어.왜그래!!난 저기서 계속 볼껀데!!" "넌 생각이 없으면 눈치좀 있어라." "잠깐만.아.잠깐만.좀 놔보래니깐!!!" 점점 밑으로 내려가는 두사람의 고함소리.. 언니가 있는 차로 가려는듯. 문을 열기도 전에 언니의 발에의해 쫓겨나겠지만... 닫혀진 병실문을 힘없이 바라보다..다시 은형이의 팔위로 조심스레 머리를 뉘였다. 그리곤..한손으로 조용히 그아이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만해.이제.자자." "....." "내일 수원가서 할일 마치고.바로 다시 내려오는거야. 그래야.겨울에.지금 입고 있는 교복입고 우리학교 오지.." "...십대때..젤 사랑했던 남자.. 나..너한테.그렇게 기억되겠다..맞..나..?" "아니.평생 남편으로 기억될꺼야.그만.조용히 해.그만자" 인정할수 없는말들만 자꾸 중얼대는 그 아이가 미워서.. 배게위에 얼굴을 묻고 쌔근쌔근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조용히 입을 다무는 은형이.. 앙상한 손으로 내 머리를 여러차례 쓰다듬곤..1시간이 지나서야.. 힘겨운 잠을 청하는 은형이.. 밤새도록..단 일분도 꿈꾸지 않았던 나는. 맨정신으로 그 지옥같은 새벽밤을 지새웠고.. "얘들아!!!일어나라!!!!!아침이다!!!!!" 활짝 열린 병실문과 함께.언니의 목소릴 들었을때.. 배게속에서 쾡한 얼굴을 꺼내들었다.. 옆에는 세상모르고 잠든 은형이가 있고.. 조금은 놀란듯..더듬대며 침대쪽으로 다가오는 강윤언니. "니들..같이 잤어..?" "응.." "뭐..뭐..그냥.잠만잤지..?" "언니!!!!!" "아..그래..빨랑 은형이 깨워..수원얼른 올라갔다.오전중으로 다시 내려 와야된대.4시쯤 항암치료있다고.." "그래..참..광민이랑 동영이는..?" "아.그놈들.자는데 자꾸 귀찮게 굴길래.트렁크에 있던 파라솔로 손좀 봐줬어" "...아팠겠다.." "그냥.뭐.밖에서 기다릴테니까.은형이 데리고 나와" "응" 의심쩍은 눈으로 나를 두어번 흝어보더니.휘적휘적 문밖으로 나가는 언니. 그리고 난 깊히 잠든 은형이의 어깨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은형아..일어나..수원..갔다온다며.." "......." "은형아......" "....." "은형아!!!!!!!" "......어...." 눈물고인 눈으로 버럭 악을 썼을때.. 무슨일이냐는듯 부스스 눈을 뜨는 은형이. 철렁.숨을 놓았던 심장이..다시 천천히 뛰기 시작하고.. "바보야!대답을 빨랑빨랑 해야지!!" "....잤..잖..냐.." "수원갔다온다며.4시전에 도착해야된대!얼른 일어나!!옷 갈아입고!!" "이...거..입을꺼야.." "왜그래.정말!!" "..이거..입는다구..." "......." 부탁이다.이건.억지가 아니라.은형이의 간곡한 부탁이다.. 빛을 잃은채..한참동안 흔들리는 은형이의 눈이..그렇게 말하고있다.. 그래서.난 말없이 은형이의 코트를 꺼내들었고.. 어쩐지.어제보다도 더 멀게만 느껴지는 그아이를 간신히 부축해.. 끔찍한 401호를 벗어날수 있었다. 문앞에 대기하고 있던 언니가..끙끙대던 나완 달리. 아주 가뿐한 걸음으로 은형일 부축하고.. 까만 교복위에.베이지색 코트를 걸친 은형이와 함께. 주차장쪽에 모습을 드러냈을때.. 푸우 잠옷을 입고 덜덜 떨고있는 광민이와 동영이를 쉽게 찾을수 있었다. 아빠 차 앞에 꿈쩍없이 서서.무서운 눈으로 우릴 쏘아보는 동영이. "흥.따뜻한곳에서 자니깐.기분이 좋나보지?재수없게 웃고있네" "너 그만못해!!빨랑 타!!!!" "차 문을 열어줘야 타지!!!!!누군 못타서 이러고 있어요!!!" "야!!옛다!!너 빨랑 안으루 사라져라!!" 한팔엔 은형일 부축한채.나머지 한팔로 주머니의 차키를 휙 던져주는 언니. 그리고.차키를 손에 쥔채..10분가량..나와 은형일 쏘아보다가.. 차 안으로 휭 들어가버리는 동영이.-_- 얼어붙은 광민이가 뒤따라 차안으로 자취를 감추고.. "은형인 누워서 가야되니깐.아빠 차 타고가.쟤네랑 같이 타면 가는내내 시달리니까..아빠 차 병원 뒤쪽에 있어.아빠도 거기계실꺼야" "....싫어..요..같..이..갈래..요.." "고집부리지마.안그럼 너 아빠가 안데리구 간대.얼른 가.이따 보자. 우린 뒤따라갈테니까." "..같이..갈래요..." "강순이도 같이 갈꺼야.강순아.너 은형이네 아빠 차 타구 가. 저놈들은 내가 맡을테니까" 언니의 마지막 말에..순순히 병원뒤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은형이. 나도 재빨리 은형이를 부축해.아저씨의 차가 있는곳을 향했고. 등뒤에선.뼈에 사무친 동영이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야.저새끼 진짜 치사!!이야!!강순이도 같이 탄대니깐 바로 가는거봐! 진짜 살아야할 의미를 못느끼겠네!!이야~~!!!" "입 다물어!!!!" 두번째 목소리는 설명할 필요없는 강윤언니 목소리고.. 오랜만에 보는 아저씨의 까만차는.앞문을 활짝 열며 나를 반겼다. 밤새 차안에서 주무신듯.졸린눈을 비비며..은형일 뒷좌석에 눕혀놓 는 아저씨.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앞좌석에 내가 올라타면.. 아저씨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내키지 않는듯한 얼굴로 차를 출발 시켰다. 역시.언니가 몰고 왔을때랑 승차감이 달라. 이 차 타길 천만번 잘했지.!! 의자에 비스듬히 등을 기대고..빽미러로 힐끔힐끔 은형이를 훔쳐보았다. 길게 엎드려서..종이를 찾고있는 은형이. "아빠.여기..종이..없나.." "종이는 왜" "비행기..접..게.." "거기 꼽혀있어.의자앞에 찾아봐" .... ...... 은형이가 종이를 부시럭거리는 모습을 마지막으로..스륵..눈을 감았던것 같다.. 그리고..잠결에 똑똑히 들린 은형이의 목소린.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빠..집으로..가.." "할일있다며." "..응..집에서..." "집에서 무슨할일이 있어.니 짐도 하나 없는데." "할일..있어...집..으로..가..." 알수없다는듯 중얼거리는 아저씨.. 그뒤부턴..완전 깊은 잠에 빠져버렸으므로.. 차안에서 오가는 대화를 들을수가 없었고.. 꿈도 안꾸고..오랜만에..아주 편안한 잠을 청하고 있는데... "강순아.넌.오늘 학교 가야지." .... ..... "강순아.." ..... ....... "강순아!!!!!!!!" "네?!?!" "너 오늘 학교 안가?!" "아..아니요..안가도 되는데...." "무슨말이야.그런게 어딨어.집에서 부모님도 많이 걱정하실것 아니냐" "아니요.괜찮아요.말하고 왔어요.." "그래도 그럼 안돼.니네 집부터 먼저 간다" "아니요.아저씨.." "아니긴 뭐가 아니야" ㅠ_ㅠ 진짜 아닌데.. 그랬다.눈을 떴을때.아저씨의 차는 장안문 지점을 파악 통과하는 참이였고.. 괜찮다는 나의 말을 묵묵히 드시며.아저씬, 엄마아빠가 있는 집쪽으로 차 방향을 틀어버렸다. "아저씨.은형이 이따 내려갈때 저도 집에 갈께요.네?" "말도 안되는 소리마라" "아저씨.제발요.." "안돼.은형이도 그건 원치 않는다.맞지.권은형." ....... ........조용........하다...... "권은형.대답해봐.맞지" ".............." 역시.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뒷좌석. 나와 아저씨는.하얗게 질린 얼굴로 동시에 고갤 돌렸고.. ..동시에..엄청난 고함소리로 차를 울게 만들었다. "은형아!!!!!!!!!!!" 대답없다..식어간다..은형이가..아무말없이 누워있다.. 손에는 종이여러장이 쥐어져있고..은형이는 말이 없다.. 눈을 꼭 감은채..꼭 쥐어진 주먹은 아주 희미하게 떨려온다.. "아저씨!!차돌려요!!!아저씨!!!병원!!병원이요!!!!" 흥분한 나와.침착한 아저씨.. 아저씨는 재빨리 유턴을 시도하고..뒤따라오던 언니의 차는.. 턴할 기회를 놓친채 앞으로 쌩 달리고 말았다.. "아저씨.빨리요!!!!!아저씨.은형이 죽어요.아저씨.빨리가요!!!!!!" 시속 130km 손짓하는 경찰관을 쌩 지나친채..병원을 향해 미친듯 질주하는 아저씨 의 차. 점점 희미해지는 은형이의 숨소리.... 난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밑에 깔린 방석을 잡아뜯으며 마구 울부짖었고.... 뒤늦게 따라오는 언니의 차가 뿌연 빽미러를 통해 가까워온다. "은형아.참아.다왔어.은형아.아직 아니야..참아..정신차려.. ..아직..눈감지마..아직이야.은형아..." 대답대신.손에 들린 종이를 바닥으로 떨구는 은형이.. 아직..아니야..조금만 더 참아..... 너 이렇게 갈애 아니잖아....너...내 남자친구잖아. 권은형..제발..버텨야돼...지금..가면 안돼.. 죽지마............. [96] 끼이이익!!!!! "이 새끼 뭐야!?!너 미쳤어!?!?" 신호를 무시한채 마구 달리고 있는 아저씨의 차. 덕분에 도로에서는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고. 아저씨는 땀에 흠뻑젖은 손으로.핸들을 꺾어버린다. 그리고..뒷좌석으로 건너와 힘없는 은형이의 두 손을 움켜쥔 이강순.. "은형아..참아..기다려.아니야..다왔어..조금만 더 참아.... ..아직 가지마...10분만..10분만 더 버텨..제발..제발.."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은형이의 손위를 적시고.. 차의 속도가 위험하리만치 빨라졌을때.. 그래서 지금 내게 천국과도 같은 병원이 희미한 윤곽을 들어냈을때.. 내가 꼭 쥐고있는 은형이의 손이..가늘게 떨려옴을 느꼈다.. "은형아..정신들어!?!?눈뜰수있어!?!?" "....집..." "아니..병원 다왔어..병원 다 왔다구.." "집...가....." "집엔 아무것도 없어!!!!!!!" "..제발...나.....마지막은..마음대로할께...." 끝내 보이고 싶지 않아서..늘 당당하고 싶어서.. 넘어갈것만 같은 숨을 간신히 참으며..의자쪽으로 얼굴을 파묻는 은형이 마지막이라는 그 말에..모든 의욕을 상실한 나는..넋나간 눈으로 아저씨의 뒷통수를 바라보았고.. "집은 왜..집은 왜 임마.." 생소한 흐느낌으로..은형이를 다그치는 아저씨.. "....병원..싫..다......" "니놈 집에 가면 살아날 자신있어!?!?" "........" "살아날 자신 있냐고 물었어!!!!!!!!" ".......미...안.해.." 그때였다.. 은형이의 짧은 신음소리에.아저씨가 차를 뒤로 후진시켜버린것은. 난 놀란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보고.. 곧이어 그 충격은 악으로 바뀌어버렸다.. "아저씨.안돼요!!!!지금 은형이 아파요 숨도 제대로 못쉬잖아요!!!! 아저씨.안돼요 은형이 숨 쉬게해야돼요..집에 아무것도 없어요!!!!!! 병원가요.병원가요!!!!!!!" 들릴리 없다.. 입을 꾸욱 다물고서..이미 내리막길을 내리고 있는 아저씨의 차.. 난 은형이의 양손을 잡은채 또다시 울부짖고.. 그런 날 보며..은형인..아무말없이 입만 벙긋댄다.. "은형아.병원가야돼.집에가면 아무것도 없어... 나좀 살려줘..은형아..너 말고..나좀 살려줘..너 이대로 가면.. 나도 없어져..너 없으면 나도 없어져!!!!!!" ".........." "..권은형...이러지마..너 이렇게 쉽게 갈애 아니잖아.. 병원가야돼...너 숨 멈춰온단 말이야 바보야... 너 지금 숨소리 작아진단말이야!!!!!병원가야돼..병원가야돼..권은형.." "....병원..에서..죽기..무섭다..." "안죽어!!!!!!너 안죽는댔잖아!!!!!!" 찢어지는듯한 나의 울부짖음.. 눈물흘릴 힘도 남아있지 않은 은형이.. 말없이..집으로의 위험한 질주를 하고있는 아저씨.. 세사람은..몹시 아팠고..세사람은..미치도록 고통스러웠다.. 꺼져가는 생명을보며..그냥 무작정 울고..달려야했다.. 사람은..결국..이렇게 약한 존재였다.. 몇분이나 걸렸을까.. 정신을 잃은내가..무의미한 발악을 하고 있을때.. 아저씨의 차는..주인없는 집앞에 도착한뒤였고.. 철컥.!! 듣기싫다..듣고싶지 않다.. 재빨리 차문을 박차고 나와..뒷문을 여는 아저씨.. 애원하는 나를 내버려둔채..은형이를 등에 업는다. "아저씨...병원가요..집에가서 뭘하는데요.. 은형이 아프잖아요...지금 숨도 못쉬잖아요... 은형이..죽는다잖아요......." 힘빠진 손으로..아저씨의 허리띠를 붙들었다.. 무의미한 짓... 꿈쩍도 하지 않고,현관문으로 멀어지는 아저씨. 등에 업힌 은형이의 뒷모습은..이제야 안심이라는듯.. 마악 잠든 아기처럼 축 늘어져있었고.. 정신이 번쩍 든 나는.차에서 튀어내려 문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문은 닫겼다.. 타앙.!! 싸늘한 공기만 잔뜩 맴돌고 있는 은형이네 집. 4개월동안 인적 하나 없었던 은형이네집.. 신발장에 기대듯 서서..멍해있는 나와는 반대로. 아저씬 침착히 보일러를 틀고..은형이를 침대위에 눕히신다. 그리곤..창문을 열고..커튼을 열고.은형이 얼굴위로 햇빛을 쏟아넣는 다.. "자.니방..니 침대다...." "..나..나가야돼.." "말도 안되는 소리마!!!!!!고집그만부려.더이상은 못봐줘.." "....나..나가..." "강순아.옆에 와 앉아..은형이 손좀 잡아줘라.." .... 어둡게 깔린 아저씨의 목소리에..난..비틀비틀 다가가.. 은형이가 누운 침대끝에..무너지듯 걸터앉았다. 눈물은 내 눈을 막았고..그바람에 은형이의 모습은 뿌옇게 들어오지 만..손에 닿은 감촉만은 확실히 느낄수있다.. 한겨울의 눈처럼..차갑게 식어버린 손.. 초점없는 눈으로..열린 창문을 빤히 올려다보는 은형이.. 점점..작아지는 숨소리.. 말을 시켜야한다..은형이.한마디라도 더하게 해야한다.. 이대로 그냥 있다가..갑자기.. 안돼..절대 안돼.. "은형아..괜찮아..?..말할수있겠어..?" "......나가야..돼...." "여기..니방이야..알지..생각나지..우리 여기서..옥상에서.. 같이 포도씨 심고 잤던거 생각나지..." ".....응..." "니가 핫케익 만들어주던것도..생각나지..." "....응....." 지난일을 떠올린다는게..너무너무 고통스러운듯.. 손등으로 눈을 가린채..떨려오는 음색을 내뱉는 은형이.. "그럼..우리..10년뒤에..포도나무..보기로 한것도..생각나지.." "....." "생각나지..은형아..말해봐..생각나지.." ".....아..니...." "그랬었잖아!!!!!우리 같이 보기로 했잖아!!!!!!" "..생각..안나...생각..안할래.. ..생각.안할래..생각하면...나..너무 아파....너무아파...강순아.." 작아진 은형이의 목소리에..이곳엔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난..쓰러지듯 그의 배위로 기대어..평생 흘려야할 눈물을.. 미친듯 쏟아내고 있었다.. "으..으...제발..은형아..그러지마. 무섭게 말하지마....가지마..은형아..가지마..." 끔찍하다..꿈이였으면 한다.. 언니의 씩씩한 목소리로 나는 눈을 뜨고.이 모든건 꿈이여야한다.. 그래서 난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고... 은형이를 만나러 가야한다.. 밝고 당당한..내 남자친구 은형이를 만나러 가야한다.. 눈을 감은채..마구 몸부림을 쳐대는데.. 나의 헛된 소망을 한순간에 깨버리는 동영이의 목소리. "권은형!!!!!!!" 곧이어.엄청난 소음과 함께..동영이와 광민이가 활짝 열린 문틈사이로 등장하고..뒤에는..식은땀으로 범벅된 언니가..가쁜 숨을 내쉬고있다. 누워있는 은형이와..반쯤 미쳐버린 나를..멍한 눈으로 번갈아보는 두남자.. 그러더니..눈깜짝할사이에..침대앞에 쓰러지듯 앉아.. 누구보다도 큰 목소리로 악을 써댄다. "너 여기 왜있어!!!병원가랬잖아!!!!병원가라고!!!!!!!" "....빨리..도..왔.." "입다물어 병신아!!!!일어나!!!!빨랑 일어나!!!!!!!" .... 기진맥진해있으면서..안간힘을 다해 은형이를 일으키려는 두남자.. 눈물젖은 이불위에서..은형인 죽을힘을 다해 버텼고.. 결국..두남자의 힘도.. 세상에서 모든걸 놓아버린 그아이를 당해낼순 없었다.. 거친숨을 몰아쉬며 은형일 노려보는 동영이.. "여기서 뭐..여기서 뭐할껀데..뭘 어쩔껀데!!!!!!!!!!!" ".....땡땡..이..그만까고..." "조용히해.." "임마....공..부해..대학가..야지." "병신..웃기네....." "....쌈..질도...하.." 은형이가 한마디를 내뱉는데는..짧게는 5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힘겹게 말하는 그아일 보며..우린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꿋꿋히 견뎌야했다..누구보다 힘들 그 아일 위해서... "...광..미..아..가까이..와봐....." 별안간. 흐느끼는 동영일 옆에 두고..꿈쩍없이 앉아있는 광민일 향해 손짓하는 그.. 한줄기 빛도 없는.쾡한 눈으로.죽어가는 친구를 바라보는 광민이.. 은형이의 간곡한 부탁에 따라..광민이가 침대위에 바짝 다가앉고.. 은형인..광민이 귀에대고..들릴리 없는 희미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마치..죽음을 바로 눈앞에 두고 유언하듯... 하... 기가 찬 난..언니의 품에 안겨 그치지 않는 눈물을 흘려대고.. 무표정한 얼굴로 은형이의 말을 건네받는 광민이.. 그리고..그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창문을 닫고있는 동영이.. 쾅.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창문이 닫기고..그다음은..거실로 뛰어나가.. 현관문을 걸어잠그는 동영이.. "...아무도 못데려가..권은형 아무도 못데려가.. 웃기지마..아무도 못데려가....여기서..나랑 평생 살꺼야... ...못나가..아무데도 못나가.." 앞으로 살면서..오늘보다도 슬픈 날을 만날수 있을까.. 죽기보다 끔찍한 하루를 만날수 있을까.. 오늘처럼..지금처럼... 마지막으로.동영이의 손에 의하여 방문이 굳세게 잠귀었고.. 그아인..눈물콧물 범벅된 얼굴로..기절지경에 이른 낯색을 하고서.. 승리감에 가득찬 표정을 지어보인다.. "봐봐..은형아..내가 문 다 잠궜어..!! 너 아무도 못데려가게 해놨다..안심해..이제 너 안가도 돼.. 나랑 여기서 살자..평생 살자..내가 돈벌어올께..내가 밥갖다줄께.. 넌 아무데도 가지말고 여기있어..내가 다 할께.. 여기서 계속 살자.........." 어이없는 그아이의 말에..방안의 죽어가는 사람들은 힘없는 웃음을 터트렸고..알수없는 귓속말을 마친 은형인.. 애써..웃으려는듯..두 눈을 살짝 찡그려보였다.. "..지..랄..내..가..너랑..왜..사냐..애도..못..낳는게.." "애 입양하면 되잖아......나도 안나갈께.우리..여기서 절대 나가지 말자..." 말을 마치고..은형이가 달아날새라..다시 그의 손을 꽈악 움켜잡는 동영이.. 아이같은 그 모습에..은형인 마치 두세살 많은 형처럼 씨익 웃어보였 고.. 은형이한테 무슨말을 전해들은건지.. 말이없던 광민이는.방 구석에서 아까보다 훨씬 커다란 흐느낌으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꺽꺽대는 동영일 쓰다듬으며..말없는 아저씨를 향해 시선을 돌리 는 은형이..... 벌써 몇십분전부터.아무런 말씀도 없는 아저씨.. 정말이였다..아저씬..단 한마디도 없이..묵묵히..아들의 고통스러 움을 지켜보고계셨고... "...나..이럴줄 알았으면...울아빠..웃게.. 1등한번 할껄 그랬다.." 점점 더 버거워진 은형이의 말소리에.. 재빨리 등을 돌려..눈물을 감추신다 "...1년만..더 주면..지금부터.공부..빡시게..해서... 전교 1등..할수있는데..1년만..더주면...근데...왜..다 나 안봐... ..나..좀봐...왜..그러고 있어...." 불안한 은형이의 목소리.. 해는 점점 저물어..무섭다 못해 끔찍한 어둠이 밀려오고.. "...나..할말이 참 많다... 강순이한테.광민이한테..동영이한테..아빠한테..누나한테... ..근데..짜증나게..말이 맘대로 안나와..... 빨리..다..말하고 가야되는데......말이..잘 안나와...." "....어딜가...니가 가긴 어딜가....." 잠자코있던 내가..굳게 닫혀있던 입을 간신히 열었고.. 은형인..용덕고 교복차림으로..창문너머의 먼산을 바라본다.. "고개.. 들었을때..젤먼저..눈에 띄는별..무조건 나다..알았지..." "...무슨뜻이야...." "....죽기전엔.꼭...듣고..싶다..그말....." "무슨뜻이냐구.눈에 띄는 별이라니!!!!!!!" 아무것도..몰라서..별이라는 그말에..또다시 흥분해버려서.. 은형이가 듣고싶다던 말을 무심히 흘리고..붉어진 얼굴로 버럭 화를 내버렸다.. "..듣..고..싶다..강순아...사.랑..." "나 너 이대로 못보내!!!!!! 내가 못된짓 얼마나 많이 했는데..이제 정말 잘하려고 맘먹었는데.. 이렇게 너가면....나 보고싶어 미치면..그래서 나 죽으면.." "..내 사진....있어..." "니 사진은 말못하잖아!!!!지금처럼 손잡아주지도 못하잖아.. 울지말라고..눈물 닦아주지도 못하잖아...안아주지도 못하잖아... 그냥..그거..사진일 뿐이잖아..." 그때... 무겁게 붙은 두 눈을 억지로 뜨고서..침대귀퉁이에 손을 짚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은형이..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미친듯 울어제끼는 바람에..모든 힘을 소요한 우린..잠자코 그아일 지켜보았다.. 십분간에 걸쳐..소맷자락을 겉어붙히는 은형이.. 도우려는 나의 손길을 가만히 뿌리치고.. 상체를 겨우 일으켜..침대위에 앉는 은형이..그리곤.. 방안의 모든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은형이.. 말하는것이 너무 버거움에.. 금방이라도 감길것같은 눈으로..한사람..한사람을 정성스레 바라보곤.. 가죽밖에 없는 배로..커다란 심호흡을 들어마신다.. "꼴통들.담배피지마.형꼴 나기 싫으면....!!" 믿을수 없는일.. 5개월전 그 모습으로..잊고있었던 밝은 모습으로.온힘을 다해 소리치는 은형이.. 물론..필사적으로 외치는 그아이의 고함은..보통사람들의 목소리에 비해서도 턱없이 작았지만.. 어쨋든..우리 모두는..갑자기 밝아진 은형일 보며..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바보같은 우리는..그렇게..그아이가 다시 되살아난줄만 알았고.. "구구단좀 왠만하면 외우고..!남문 삼총사.영원하다.!!알지.?! 나없어도 맞고당기면 안돼..그리고.누나는 머리 긴게 더 이쁘니까 스포츠 하지마요..강순이 시집도 좋은데 보내야돼요..시시껄렁한 놈한테 보내면 안돼요..." ...넋나간 얼굴의 강윤언니.. 고함을 지르며 책상을 내려치는 동영이.. "아빠한텐.무조건.미안해..아빠보다 먼저가서.내가 아빠 산소 벌초줘야되 는데...엄마한텐 안부전할께.. 말 많이 안한다고 섭섭해하지마.나 지금....입이 안벌어져..짜증나게.. .하..아빠한테.할말..진짜..많은데...부탁할것도 많은데.." 한계에 다다른 은형이의 목소리는 조금씩 가빠져왔고.. 도저히 참을수 없었던 난.그대로 달려들어..그아이를 와락 끌어안은채 깍지낀 두손에 더욱더 힘을 주었다.. 절대 보낼수 없다는 마지막 각오에..온힘을 다해..그아이를 붙들어 잡았다.. "못가..웃기지마..못가..동영이 말대로 너 여기서 한발자국도 못나가.." "나..약속..지킨다..우리..천국에서 보자...." 불규칙한 숨을 내쉬며..왼쪽 주먹을 살며시 내밀어보이는 은형이.. 잠깐동안 주먹을 폈다가...멈칫한 나의 얼굴을 확인하곤.. 다시 주먹을 꼬옥 쥐어버린다... 그거...아직도...갖고있었어...? 우리약속...벌써 몇년전일인데..아직도..기억하고 있었어......? 난..산산조각내버렸는데... 가위로..오려서..그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게되버렸는데.. .. "은형아!!!!!!!!!!!!!!!" 잠시후..찢어지는듯한 언니와 동영이의 고함소리가 뒤섞였을때.. 온힘을 다해..모든말을 마친 은형인..내 품에 안긴채..스르륵.. 침대위로 무너져내렸고... 마지막모습만큼은.씩씩하고 싶었던 은형인.. 당당하고..밝게 남고 싶었던 은형인... 천마디의 힘없는 말보다..단 몇마디의 씩씩한 말을 택하고.. 이제..다 끝났다는 편안한 얼굴을 한채..반쯤 떠져있던 눈을..천천히 닫아버렸다. "그말...듣고 가야되는데..." 가쁜 숨에 묻혀..간간히 끊어진 저 한마디를 남겨놓고... [97] "눈감지마!!!!! 눈감으면 너 죽어!!!권은형!!!!!!!눈감지마..눈감으면 안돼..." 동영이와 광민이가 달려들어.창백한 은형이의 얼굴을 마구 두들기고..여지껏 단 한마디 없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울어대던 언니 도..눈감은 은형이의 모습에..미친듯 고함치며 사실을 부정했다.. "아니야!!!!!너 죽은거 아니야!!!!은형아..눈떠... 숨쉬란말이야....그러지마..너 이렇게 가기엔 너무 아팠잖아..!!!!!" 하..... 말도안돼죠.. 말도안돼요...눈앞에서..이렇게 데려가는법이 어딨어요.. 볼때마다 웃고있던 얼굴이...왜 저렇게 죽어있어요.. 그렇게 씩씩했던 애를..단 4개월만에 저렇게 만드는법이 어딨어요.. 죽는거..다신 못보는거잖아요..말도 못하는거잖아요.. 보고싶어 죽을거같아도..볼수있는 방법 전혀 없는거잖아요.. 차라리 날 데려가지.. 은형인..내 별인데..내 별하기로 했는데... 내 허락맞고 눈감기로 했는데..나 아직 그래도 된단 말 안했는데.. "장난하지말고...병신아..그만해.재미없으니까..빨리..눈떠.. ...눈떠..제발....일어나..권은형.. 일어나..!!!!!!!!!" ..... 그칠줄 모르는 광민이와 동영이의 고함은..2시간이 넘도록 계속되었고 아저씬..차가운 은형이를 부둥켜안고서..소리없는 눈물을 흘려대고.. 난..구석에 놓인 별인형을 끌어안은채..중얼중얼..은형이 이름을 불렀다.. 차마..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볼수없었다. 마지막 인사..도저히 할수없었다.. 부정해야했다..은형이는 죽은게 아니다..이건 꿈이다.. 한시간 있으면..커다란 목소리로 언니가 깨워줄꺼다.. 말도 안된다.... ...이건..꿈이다.... "아저씨.은형이 기절한거맞죠.....1시간있다가 다시 일어나죠..." 혼나간듯..반듯이 누워있는 은형일 향해 중얼대는 광민이.. 산발된 머리카락사이로.조심스레 두 눈을 들었을때.. 침대아래로 떨구어진..아주..꽉 쥐어진..은형이의 왼쪽주먹을 보았다..다음은..그아이의 앙상하게 마른 팔을 보고.. 다음은...편안히 잠든 얼굴을 보았다... 인정할수 없어서..커다란 용기를 내어..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태연한 목소리로..혼잣말하듯 중얼대는 날 발견했다. .... "은형아..은형아...왜그래...괜찮아...괜찮으니까 눈 떠봐... 일어나서..광민이랑 동영이랑 장난치고..앞치마 두르고 핫케익도 해줘야지...우리 같이 코끼리 분식도 가기로 했잖아.. 우리집에 인사하러 가기로 했잖아.....이렇게 어이없이 가는게 어딨어...우리 보는앞에서....눈감으면 어떡해..." 대답없는 은형이... 방 한구석에 쓰러져버린 동영이때문에..아저씬 119에 급히 구조요청을 하는중이였고... 난 작은숨 하나 내쉬지 않는 그아일 보며..정신나간듯 말을 건네고 있다. 한손엔 별인형을 꼭 끌어안은채... "나 너 맨날 구박만 했잖아..나 보러 학교 오면..창피하다고 짜증 내고..고등학교 들어와서 뽀뽀도 한번 안해줬잖아..무대에서 춤춘다고 도 망가기나했잖아..넌 매일 나 때문에 다쳤는데...나쁜거 혼자 다했는데... 바보야..너 나한테 못받은게 얼마나 많은데...너..나한테 러브장 받고싶 다며..나 공책도 사고..벌써 반도 넘게 꾸몄는데.. 그거 보여주지도 못했는데..이렇게 가면 어떡해.... 우리 이제 너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슬픈것만 다하다 이렇게 죽으면 어떡해...한번도 못웃고...은형아..눈떠... 눈떠..제발..숨쉬고..앉아봐...은형아.....권은형..." 그렇게..내 얼굴과 그아이의 얼굴이 맞닿았을때..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는걸 피부로 느껴버리고.. 커다란 쇠망치로 한대 얻어맞은듯한 기분에..난 잠든 은형이의 옷깃 을 두손으로 움켜쥐고 미친듯이 흔들어댔다.. "아아아악!!!!!!!!!!!!!!!일어나!!!이제 그만해!!!!!!!!" "안에 무슨일 났어요!?!?어떻게 된겁니까!!문열어보세요!!!" 그때. 문을 두드리는 낯선남자의 목소리에..아저씨가 비틀대며 방을 나가고..난 차갑게 식은 은형이를 온몸으로 부둥켜안는다.. 아무데도 못가..안돼..아무도 못데려가.. .. "뭐에요.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잠시후..방문을 열고 들어온 구조요원들이..매우 놀란듯 방안의 처절한 모습을 살펴보고..이내..빠른 속도로 동영이를 들어올렸 다. 그리곤.그치지 않는 나와 언니의 비명소리에..멍한 눈으로 침대 를 들여다본다.. "그 학생도..기절한겁니까?" "기절한거 아니에요..그냥 가세요...잠든거니까..그냥가요.." "...안색이 안좋은데요..숨도 안쉬는거 같은데!!" "아니라고 했잖아요..제발 그냥 가요..은형이 안죽었으니까.. 빨리 나가요...계속 이름 부르면 일어날꺼니까....나가요... 쳐다보지마요..내 남자친구..쳐다보지마요..." "..헐..." 혀를 끌끌 차며..혼나간 나를 위아래로 흝어보곤.. 들것에 실린 동영이를 힘겹게 집밖으로 나르는 요원들.. 그리고..말없이 내 손목을 잡아채는 광민이.. "일어나봐...." ".........." "보여줄꺼..있으니까..일어나보라고......." "...싫어...못데려가..아무도 못데려가..내..남자친구야... 다시 일어날꺼야.." "..그만해..은형이 못나가고 있잖아.." "..못나가.." "고집 그만 부려...그새끼 죽어선 편하게 두자.. 살아있을때 아픈거 실컷 다했으니까..죽어서라도..편하게 해주자...그새낀 바보라서..너 이렇게 울면..하늘 못가고 떠돈단 말이야...평생 니 옆에 붙어서..닦아주지도 못할 니 눈물 보면서.. 병신처럼 또 아파한단말이야...그새끼..그러고도 남는단..말이..." 이어지지 않았다..이어질수 없었다.. 나와 같은 심정이니까..나와 같은 표정이니까.. 참으려참으려 해도..광민이의 눈에선 힘없는 눈물이 자꾸만 흘러나왔고.. "은형이가..부탁한거야..일어나.." 이어지는 그아이의 말에..은형이의 부탁이란 말에.. 난 탈진지경에 이른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아저씨의 손에 의해..이불안에 묻히는 은형일 보며.. 질질 끌리듯 방을 나왔다.. 마지막 힘을 다해..날 집밖으로 데리고 나온 광민이.. 은형이 방안에선..끊이지 않는 언니의 흐느낌이 들려오고.. 그 흐느낌에..또다시 바닥으로 무너져내리려는 찰나.. "잘..봐..이거..은형이가 하려고 했던거니까..." "......." 갑작스레..들고나온 펜뚜껑을 뽑는 광민이.. 자신도 어이없다는듯..피식 웃어버리곤..이내..하얀담벼락에 바짝 붙어선다..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은 나는..몽롱한 눈으로 그런그를 올려다보았고.. 그제야..발견했다.. 이 담벼락..의문의 동그라미가..수없이 가득차있던 곳이라는걸. 잊고 있었던 추억에..한차례 더 감정이 격해지려는 찰나.. 갑자기 담벼락 저 쪽 끝으로 가버리는 광민이.. 그러더니..거기서부터 기다란 선을 그려오기 시작한다... 잠시후. 20m쯤 되는 담벼락엔.광민이가 그린 아주 커다란 원이 새겨지고.. 그 안엔..은형이가 그려놓은 무수한 동그라미들이 들어있다.. 난데없는 그아이의 행동에..난 고개를 돌려 또다시 은형이 이름을 불렀고... "여기봐..." "........." "이거.은형이가 부탁한거야.." "..........." "여기보라고!!!!!!!" 버럭 소릴 지르며..날 담벼락 앞에 몰아세우는 광민이.. 그바람에..알수없는 동그라미들이 바로 눈앞에 가까워지고.. 발견했다.. 그제야..발견한것이다.. 작은 동그라미안에..깨알같이 적혀진 글씨.. '오늘 강순이랑 밥먹은날' '오늘 강순이랑 뽀뽀한날' '오늘 강순이 못만난 날' '오늘 강순이때문에 싸운날' 각각의 원안엔..그날그날 했던 일들이 하나씩 적혀있고.. "너랑 사귄날짜 까먹을까봐 천일도 넘게 해온짓이래.. 그래서..버릇이 됐대..하루라도 안그려넣으면..마음이 불안하더래.. 그 하루에 니가 없는거 같아서..하루에 하나씩 빠짐없이 그렸대.." "........." "막상 죽을라고 하는데..저게 맘에 걸려서.. 앞으로..다신 동그라미 못그리니까..그거 다 합쳐서.. ..마지막으로..제일 큰거..그리고 싶었대..너 보는앞에서.." "이거때문에..집에..온거야...?" ..... ...... ".....사랑한단말..해주지 그랬냐..." "..이거때문에...병원안가고..더 빨리 죽을려구..이거때문에.." "마지막까지..그말 듣고 싶어했는데.. ..사랑한단말..한마디만 해주지..그새끼..세상에서 젤 듣고싶은말이.. 이강순이 해주는 사랑해라고했는데..좀..해주지..한마디만..해주지.." 마무리는 눈물.. 바닥으로 펜이 떨어지고..난 광민이가 그려놓은..세상에서 가장 크고 슬픈 동그라미를 보며..미친듯이 웃어버렸다.. 부탁이란게..고작..나랑 사귄 날짜 그려놓으려고.. 목숨까지 버려가면서....난 천일날 모질게 쫓아냈었는데.. 그런 나 뻔히 알면서..마지막 날짜 그려넣으려고... 사랑한단 말도 안해준 못된 여자친군데.. 그토록 듣고싶어하던 말..끝까지 안해줬는데.. 그나마..몇개월전..발신번호 금지로 걸려온 그아이의 전화에.. 사랑한단말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 난 엄청난 죄책감에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허나..끔찍하게도..나에겐 아직 죽을만큼의 용기가 생기지 않았고.. 대신..바닥아래 머리를 떨굼으로써 눈을 감아버렸다.... 귓가에선..광민이의 목소리가 웅웅대며 울려왔고.. 눈안에선..용덕고 교복차림인 은형이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전학생 권은형입니다!!우우!!>_<강순아!!오빠왔다!!' 몇개월동안 잃었던 그 밝고 씩씩한 표정으로.. "허이고!!여기 또 하나 기절했네!!!또 기절했어!!!!!무슨 일 난거야 정말?!" 귓가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은형이의 환상을 깨버리려는 인정할수 없는 목소리.. 희미해져오는 의식을 더욱더 구석으로 몰아넣고.. 웃고있는 은형일 잡기위해 마지막 남아있던 정신을 재빨리 놓아버렸다.. '은형아..거기 너 은형이 맞지..나 강순이야..나 알잖아..' '똘치기 새끼야.나도 외웠다니까!!일단부터 시작해봐.다 외웠어 진짜로' 어둠속에서 본 은형이는..누구보다 환하게 웃고있다.. 양쪽엔..교복차림의 광민이와 동영이가 있고.. 언젠가 보았던 그 모습처럼.그 아이들은 내게 뒷모습을 보이며 유유히 건물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웃고.떠들고.장난치면서.. 구구단도 못외운다고 서로를 마구 놀려대면서.....내가 갈수없는 높은 건물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내 남자친구 은형이는.. 하얗게 흩어지는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다신 볼수 없는 하늘위로 떠나고말았다.. [98] 지금 함께 있는 사람한테..사랑한단말..절대 아끼지마세요.. 이유없는 자존심으로..괜한 부끄럼으로..자꾸자꾸 감추지 마세요.. 그말.. 듣는사람이 있어야하구요..대답해줄 사람이 있어야해요.. 혼자서 중얼거리는 그 한마디는.. 눈물외엔 아무것도 되지못해요... 혼자 할수없는말.이젠 해줄수 없는말. 들을사람 없는말.너무너무 아픈말.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말.. 은형아.사랑해.. 병원. 3일째였나보다..3일째..내가 혼수상태였었나보다.. 은형아..사랑해를 중얼대며..겨우 눈을 떴을때.. 내 머리맡엔 목청껏 울고있는 엄마가 있었고...난 그런 엄마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었다. "일어났냐!!!!!너 진짜.엄마 죽을뻔했어!!" "언니는..아빠는.." "괜찮어?배 안고파?!!어디 아픈덴 없고!?!" "...은형이는..어딨어..엄마..." "........" "땅이야..아님..강이야....아님..바다야..." 바짝 마른 입술로..마지막 말을 간신히 내뱉었을때.. 엄마는 벌떡 일어나 병실문을 뚫어져라 응시했고..그런 엄마를 힘없이 올려다보았을때.. "..강순아..친구왔다.." "....광..민이...?" "..아니.." "..동..영이..?" "..아니.." "..그럼..화진이.." "나 승현이다" "......?" 갑작스럽게 들려온 그아이의 목소리에.. 놀란눈으로 고개를 젖혔다.그리곤..정면으로 보이는 천사의 하얀얼굴에 맥없이 다시 시선을 떨구었다.. ..찰칵..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며 엄마가 나가고.. 이 지긋지긋한 병실안에 남은건. 나와 승현이 단둘뿐. 쾡한 나의 얼굴에 많이 놀란듯..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아이의 표정. 말없는 날 물끄러미 보다가..조심스레 의자끝에 걸터앉는 승현이.. "..얘기.들었어..이틀전에.." ".....그..래..." "아무말..안할께..꺼내면..더 힘드니까..." "........." "미안하단말..하러왔어.." "........" "..그냥..그얘기 듣는데..미안하단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나랑..엄마가 너무 미워서..미안해..용서해줘..이말밖에.." "..아니야..괜찮아..정말 괜찮아..." 울컥 치미는 눈물에..이불속에 얼굴을 묻어버리는데.. 또다시 떠오르는 은형이의 마지막 얼굴에..그렇게 삼일만의 흐느낌 을 다시 시작하는데.. "제발..울..지마....." 귓가에 들려온 승현이의 저 한마디가.처음이라 치기엔 너무 낯이익다. 어디서 들은듯한 말투..한번쯤 들었던거 같은 목소리.. 번뜩 스치는 예감에.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너 방금 그말.." "..울지마..." "나한테.한번 한적 있었지.." "...무..슨말..." "..제발..울지마..라는말.." "..그건..왜.." "느낌이..이상해..자꾸만..불안해져.." 흔들리는 나의 눈에..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떨구는 승현이.. 다급해진 나는..쥐어짜는듯한 목소리로..그 아일 재촉해댔고..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승현이가 말없이 지킨 침묵을 깨트렸다.. "있어.." "그럼...그..전화..너..였니.." "...그래.." "....그럼..나..죽어야되잖아.." "무슨말하는거야.." "나..사랑한단말..한줄알았잖아..그래서..그나마 다행이라고 바보처럼 생각했잖아..나그럼..2년동안..단한번도 그말 안해준거잖아.." "..끝까지..나 나쁜짓했구나..." "사랑하는데..이렇게 사랑하는데.. 그렇게 듣고싶어했는데..가면서도 그 말 한마디 그렇게 원했는데.. 난..나는.." 내기해서..이겨서라도..그말 듣고싶어했는데.. 핸드폰 액정에 억지로 찍어서라도 그말 듣고싶어했는데.. 지난 테이프 몇시간 가량 감아들을만큼..간절히 원했는데.. 하..거짓말... ..거짓말....... 침대위에서 처량히 울고있는 내가..그 어떤것들보다 증오스럽고 미워지는순간.. 떨려오는 손으로 두 얼굴을 마구 비벼대고.. 놀란 승현이가 내 손을 붙들어잡으려는 찰나. "...박승현 왔네..." 눈물에 절은 낯익은 목소리가.끔찍한 내 행동을 멈추게 만든다. 점점 가까워오는 발자국 소리.. 예상대로.눈앞에 서있는건.. 꿈에서.은형이와 함께 사라졌던 광민이와 동영이.. 검정색 정장을 입고서..며칠전.은형이 마지막 모습처럼. 초점없는 눈에 잔뜩 말라버린 몸으로..내 침대맡에 다가선다. 할말을 잃은 승현이가..멍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은형이..뿌려주고 왔어.." "뭐!?!?!?" "..은형이 소원대로...강에..보내줬어.." "뿌려!?그럼..!?태웠다구!?!?은형이 태워버렸다구!?!?나도 없는데?! 난 보지도 못했는데!!!!!나 마지막 인사 아직 안했는데!!!! 벌써 다 흘러가버렸을텐데.!!!!태웠다구!?은형일 태웠다구!!!!!!!" 버럭버럭 고함치는 나를..두손으로 침대속에 밀어넣는 두남자.. 머리카락 뽑을 힘도 남아있지 않은 나는..어이없이 자리에 벌러덩 누워버리고.. 말로 할수없는 배신감에..온몸을 떨며 악을 써댔다. "얼마나 뜨거운데!!!!!은형이 더운거 얼마나 싫어하는데!!!!! 무덤도 없으면.나 나중에 어디가서 인사하라구!!!!!!! 나 왜 안불렀어!!!!!나 왜 병신처럼 여기 누워있었어!!!!!" ".너 기절했었잖아..그리고.은형이도 원치 않았어.. ...자기..뼈..너한테..보여주기 싫댔어..죽는것보다..그게 더 싫댔어" "은형이 여름도 얼마나 싫어하는데... 조금만 더워도 밖에 안나가는데..태우다니...집만들어줬어야지.. ...강에..아무것도 없잖아..물고기가 다 먹어버리면 어떡해.. 은형이..정말 세상에 없잖아...태우다니..은형일.." "태운게 아니라..올려보내준거야..!!!!!그렇게 말하지마.. 왜 나 또 울려..!!!!!!" 두번째 전쟁이 시작되려나보다.. 참고참던 동영이가..잔뜩 쉰 목소리로 울분을 터트리고.. 그런 그를 막아버리는건 아무표정없는 광민이다.. "그만해.은형이 지금쯤 하늘가있을텐데.우리 이러는거 보면 뭐라고 하겠어..그새끼 싸움이라면 지긋지긋할텐데.이제 그만해. 짜지마.." "그래..권은형이라면..분명히..하늘갔을꺼야.." 힘없는 승현이의 대답에.난 할말을 잃고.. 숨죽인 흐느낌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저기.위에..있다구..그래..별하기로 했지.. 너..옛날부터..내 별하고 싶어했지.... 이제부터..나 매일 밤만 기다리겠다..눈에 젤 먼저 띄는 별이 너랬으니 까..매일 밤마다..창문열고 하늘만 보겠구나.. "넌..은형이가 왼쪽 주먹에..뭐 쥐고 간건지 알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 나에게..눈물삼킨 목소리로 가까스레 말을 꺼내는 동영이. "..왼쪽..주먹.." 시선을 옮기지 않은채.두 눈은 여전히 천장을 향한채.. 꿈을 꾸듯..되물었다.. "끝까지..안피더라..화장하러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왼쪽주먹에..니 심장이라도 든것처럼..꽉 움켜쥐고..안피더라.. .넌..알지..그게 뭔지.." "그 바보..난..버렸는데..난..벌써 오렸는데.." "역시..너구나...그새끼..마지막에 챙기는건 결국 지 마누라네 섭섭한 배신자놈.."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주머니를 뒤적대는 동영이.. 난..은형이의 주먹안에 들었을 물건을 떠올리며..터질듯한 심장으로 또다시 눈물짓고.. 그런 내 손에..하얀 종이가 하나 들려진다. 아무 생각없이 종이를 펼치면.. 승현이 옆에 다가서...중얼중얼대기 시작하는 동영이.. "..아저씨 차에 있었어.. 그새끼가..비행기 접다 만건데.....너 보여줘야될꺼 같아서.. ...장례식장에서 깽판치고 울고 지랄하면서도.. 주머니에 챙겨왔다....." 엄마는 이강순 아빠는 권은형 딴따따따 둘은 부부. 첫째는 권은별 둘째는 권샛별 셋째는 권흰별 넷째는 권금별 하..하하..하하하..뭐니..이거.. 권은형..너..왜..끝까지 나 울리니..왜..이런거..자꾸자꾸 남겨서.. 그날..차뒤에서..종이비행기를 접는다고 부시럭대더니.. 이거 쓴다고..그런거였니..우리 애기들..이름.. 죽을꺼 알면서..써서 뭐하겠다구....진짜..왕바보.. "미친놈.별에 한이 맺혔대냐.. 끝까지 별이래..별 웃기지도 않는놈이..금별이가 뭐야.금별이가.. 권금별..막내 이름 치고 너무 삮았잖아.." 맘에도 없는말로.슬픈 얼굴을 감추는 동영이.. 친구는 닮는다더니...끝까지 힘든거 숨기고 간 은형이를 닮아버린듯. 39등.40.등은..이름 적힌 종이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애써 거두 어버린다. 그리곤..창문으로 후다닥 붙어버리는 두 남자.. "별떴나봐봐 젤 먼저 눈에 띄는게 지래잖아" "병신아.강순이 눈이지.우리 눈이야.우리한텐 그런말 하지도 않았구만" "그럼 우리가 강순이 눈으로 보면 되지!!" "말도 안되는 수작치지마." "알았어.미안해." .... 웃었을텐데..평소의 나라면..웃었을텐데.. 동영이의 마지막말에..난 종이를 고이 접어..주머니안에 넣고.. 비틀비틀 창가쪽으로 다가섰다.. 동영이와 광민이가..넋나간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등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말없던 승현이도 창문너머의 하늘을 바라보고.. "강순아.젤 먼저 눈에 띈게 뭐냐." "..저기..있는거.." "저기가 어딘데.나도 말해줘봐." "...저기..있는거..저기.." 떨어지지 않는 손가락으로...무수히 많은 별중 하나를 가리키면.. 답답하다는듯.발을 쾅쾅 굴러보이는 두 남자. "뭐.저거?저거?" "..응..저거.." "에이씨.몰라.난 하이튼 내 눈깔에 띈게 권은형이야. 야!!!권은형!!!!!!" 난데없이..죄없는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해대는 동영이.. 난 멍청한 눈으로..희미하게 빛나는 은형일 올려다보고.. 동영인..광민이와 쿵짝을 이루어서..버럭버럭 소릴 치기 시작한다. "거기 재미 좋냐!?별아가씨들 이쁘냐!?!?니 잘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 학교 난리다 너땜에!!인석이랑 희지랑 애들이랑 다 울고불고 난리다!!다모임에 아직도 니 이름 있다..니 책상도 고대로 있다!! 병훈이 형은 너 별된지도 몰른다!!!!" "맞어.그리고 말나와서 하지만.금별이가 뭐냐 금별이가.!!!평소에 별 좋 아하지도 않던놈이!!우리 보이긴 보이냐!?!?!강순이 별 하지 말고 우리별도 해라 이 배신자새끼야!!!!" 갈갈히 날뛰는 두사람.. 피식웃는 승현이의 눈엔.작은 물방울이 고여있고.. 난 말없는 은형일 향해 씽긋 미소지었다.. 내일부터..하루에 천번씩..너 하늘에 뜨자마자..사랑한단말할꺼니까. 해 떠오르기 전까지..사랑한단말 죽도록 해줄꺼니까... 나 미워하면 안돼.. 아마 나 천국 가는날까진....지겹도록 들어야될꺼야.. "학주 너땜에 학교도 못나오고!!!최보람 머리밀고 잠수탔다!! 니놈이 사람 몇 망가트렸다 아냐!!!그리고 니네집 담벼락에 동그라미 쳤 다가 나 아저씨한테 오질라게 혼났다!!!!다 니땜에야 이새꺄!! 넌 나중에 만나면 죽었어!!!" "맞어 너 나한테도 죽었어!!!내가 심은 포도나무 배신했으니까.. 인제..나랑 광민이만 구구단 못외우잖아...우리 전교에서 덤앤더머 되게 생겼잖아 나쁜놈아..." 순진한건지..멍청한거지.. 처음엔..씩씩한 외침으로 시작했던 두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서..지겨운 흐느낌이 되어버리고.. 결국.하늘을 향해 등을 돌린채..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댄다. "이렇게..울어야..저새끼가 못보지..그치.." "그새낀 질겨서 다 볼껄..그리고 별이 얼마나 큰데..다 보인다.." "목욕하는데 막 훔쳐보는거 아냐.." "니 볼께 뭐있다고 보냐..지랄해라.." "그래..맞아..." 들리지 은형아.. 얘네 둘이 아직도 이러고 있어..광민이 말대로..별은 무지 크니까.. 다 보이고..다 들리지.. 앞으로..50년만 밤하늘별 해..알았지.. 우리 약속지키려면.하늘위에서 꼭 만날꺼잖아.. 그러니까..50년만..만질수 없는 별하고.. 그때되서 나 가면..그땐..이강순 별 해야된다..... 은별이..샛별이..흰별이..금별이..이쁘게 키울께. 우리.천국에서 다시 보자. "야.맞다.나 알려줘.은형이 손에 뭐 가져간건지.." "비밀.." "뭐야.그런게 어딨냐 빨랑 말해줘!!!!!" "비밀이라니까...." "돈이야!?!?먹을꺼!?!?아님 내 사진이냐!?아님 광민이 사진?!?!" "천국의 약속." "그게뭐여!!!!" "더이상.진짜.비밀이다." 징징대는 동영이와..말없이 눈물을 훔쳐내는 광민이.. 착한 천사는 무언가를 중얼대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난.2년전의 기억을 떠올리며.천국의 약속을 떠올리며... 앞으로 오천만번도 더 해야할 그 말을. 하늘위의 은형이에게 던져놓았다.. "사랑해!!!!!은형아!!!!!!사랑해!!!!!!!!!!!" 별이 된 은형이에게.. [99] 띵동.띵동. "권금별!!!!!손님왔잖아!!문열어드려!!!!!!" "아씨.나 퍼즐놀이 하는데.." "까불어!!!문 빨랑 열어!!!!!!" ....... ......... 나요.벌써 얼굴에 잔주름이 10개도 넘게 생겼어요.. 아참.지금 대답한 막내 아들이 금별이구요.. 당신.닮진 않았지만..당신만큼 씩씩하고 멋져요.. 가끔 이름투정해서 속썪긴 하지만..그래도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마흔쯤 되보이는 여자의 목소리에. 투덜대며 문을 여는 꼬마아이.기껏해야 일곱살쯤 되보이는 아이는. 한손에 장난감을 들고서.현관문을 벌컥 열고.. 모자를 쓴 집배원의 방문에.뾰루퉁한 얼굴로 여자를 부른다. "엄마.소포!!!!" ".어..그래..잠깐만.." 허둥대며.남자가 가져온 소포에 도장을 찍는 여자.. 의아한듯한 얼굴로.소포를 받아들고..남자가 돌아가면.. 거실쇼파에 앉아 하얀 포장지에 둘러쌓인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엄마.은별이 형 언제와?" "글쎄..언제 올까..모르겠네.." "그거 누가 보낸건데?" "..엄마 친구가.." "어..?광민이 아저씨가 보낸거네!!" "..그러게..말이야.." "광민이 아저씨가 우리아빠지!!" "말도 안되는 소리마!!" "그럼 우리 아빤 어딨어?우리들 다 고아원에서 줏어온거 진짜야?" "누가그래!?!?" "형아가.." "........" 슬픈 낯색을 하고서..빠른 손놀림으로 포장을 뜯는 여자.. 꼬마아이는 그 옆에 털퍼덕 주저앉아 쉴새없이 종알대고.. 포장이 반쯤 벗겨졌을때..여자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려버린다. "엄마.왜그래..?폭탄이야?" "........" "우와.!!그림이네!?누가 그린거야!?되게 못그리네!!아하하!!" "...........은형아..." "은형이가 누군데?" "....은형아......" "은형이가 누군데 엄마 누군데!!" 멍한 목소리로..그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 그리고...그녀의 손에서 팔랑대는 종이는.. 벌써 20년도 넘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그림한장. 옥상위에..은형이와 강순이가 나란히 앉아있다.. 20년전의 그 모습과 다른점을 두가지 찾자면.. 그들의 얼굴엔 주름살이 몇개 있고.구석에 놓인 토마토 화분엔. 토마토 대신 포도송이가 잔뜩 열려있다.. 그리고..그림 아래에 조그맣게 적힌 글씨 '생각나냐.20년전에.옥상에서 내가 그렸던 그림. 이제서야 공개한다.끝까지 비밀 하려고 했는데..은형이 부탁 들어 주는김에.내가 그렸던 그림도 같이 붙힌다..포도..이쁘지..? 20년넘게 참느라.입 간질간질해 죽는줄 알았다. 죽기전에 은형이가 부탁한거다.너희들 만일 되는 기념일날.꼭 전해 달라고..그게 오늘이다.난 할일 다했고.보고 또 울지는 마라. 우리.이때 참 좋았는데... 덧붙임.- 요샌.공기가 나빠서.별이 잘 안보이더라.' 작은 편지글이 적힌 종이는..그녀의 손에 의해 바닥으로 떨구어지고.. 그녀는..가늘게 떨리는 손으로.상자안의 물건들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거실바닥에 놓여진건. 천일 여행때 경포에서 찍었던 24년전의 사진. 은형이와 강순이.그리고 화진이와 동영이가.즐겁게 웃고있다. 머리엔 고깔모자를 쓰고서..한손엔 소주병을 들고서.. "엄마 이사진 뭐야?누구야?응??" ".........." 말없이.두번째 물건을 꺼내놓는 그녀.. 유통기한이 20년도 넘은 화장품.. 세번째로 꺼내놓은건.. 20년전쯤 한참 유행하던 모자.지금은 그 어디에서 찾을수 없는.. 그리고..네번째는..미키마우스가 그려진 플라스틱 시계.. 넋나간 눈으로 그 물건들을 품안에 안는 엄마를 보고.겁에 질린 꼬마아이는..무작정 울어대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앙..!!엄마 왜그래!!엄마 왜그래!!" 울고있는 아들을 한팔로 안고서... 나이를 잊은채 엉엉 흐느껴버리는 그녀.. 두 사람의 울음소리가..한산한 여름바람을 축축히 적셔오고.. 마지막으로..그녀가 바닥에 펼친건.. 잔뜩 닳아있는 노란색의 종이였다... 혹.눈물에 젖을새라..땀에 번질새라..떨리는 두 손을 앞치마에 마구 비비고..아주 조심스레..소중히..종이를 펼치는 그녀.. 종이안에 빼곡히 들어찬 못난이 글씨. '오늘은 우리 만일 되는날!강순이 서방님.혹시 이거 본다면 화내지마요.난 과거의 남자라구요 하하하 춘천 내려온지 벌써 두달이다.내일부터 치료들어가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그래서.선물 오늘 급히 사느라.이쁜거 못샀다. 화장품은.주름살 제거 하라고!이거 읽을때쯤 넌 아줌마가 되있겠지 상상안간다.하하. 그리고.모자는 아줌마 첫째놈주고.시계는 아줌마 둘째놈 줘. 놈인지 지지밴지는 확실치 않지만..' 여기까지 읽은 그녀는.치밀어오르는 눈물을 재빨리 훔쳐내야했고. 꼬마아이가 미키마우스 시계를 갖고 장난을 하는사이. 흐릿한 눈을 다시 편지위에 고정시켰다. '애기 두명쯤 있겠지?그래서 두개 샀는데. 나랑 결혼하면 네명인데.ㅋㅋ.아참.!올때 이름표 꼭 갖구와라. 난 젊은 영계구 넌 꼬부랑 할머니니까 분명 엇갈릴꺼다. ...... 내려오기전에 듣고싶었는데.사랑한단말. 뭐.천국오면 해주겠지.이거 남편이 보고 막 너 때리는건 아니겠지? 그러기만 해봐라 하늘에서 번개를 꽃아버리지.때리지마요!! 난 과거의 남자니까.ㅋㅋ 근데 우리 만일 되는날이 2045년 맞냐?아니면 왠 개쪽이야. 내딴엔 계산했는데.. 지금 아빠가 부른다..!!정신남아있을때 편지 길게 쓰려고 했는데. 이만 줄여야겠다 ... 하늘에서도..너 보이겠지..?..멀어서 안보이면 어쩌냐.. 나 그럼 또 울텐데..내가 너 안보이면..너만 나 봐라. 하늘 봤을때.젤 먼저 눈에 띄는별이 니 서방님이다. 은별이 샛별이 흰별이 금별이는.천국에서 많이 낳자. 사랑한다. 몰래 가서 미안하고...안녕이다.. 2003.7.3.' 안녕 이란 말을 마지막으로 끝맺은 편지는.. 그녀의 눈물에 의해 흠뻑 젖어버리고..제정신을 차린 그녀는 호들갑을 떨며 젖은 종이를 선풍기 위에 올려놓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아이는.붕붕 소리를 내며 시계놀이에 여념이 없고 그녀는 한층 밝아진 얼굴로.. 소포속에 들어있던 사진을 액자안에 끼워넣었다. 몰래갈 생각이였나보다.말도 안하고.선물하나만 남긴채 떠나버릴생각이였나보다.. 그러나 천사의 도움으로 그가 있는 병원을 알아냈고. 어찌됐든 그녀는.그가 별이 되는 마지막순간까지 함께 했다.. 그것은 이순간 그녀가 조금 덜 아플수 있는 이유중 하나이다. "엄마!!이거 누가 보낸건데?!응?!" "금별이 밥 안먹어.밥줄까?" "으엑!이거 화장품 다 썪었어!!!!!누가 보낸거야?!?!" "있어.어떤 바보.바보라서 화장품 유통기한이 몇년인지도 모른대" "응.진짜 왕바보네." "^-^" 아들의 심각한 말에.피식 웃음짓는 그녀.. 그러더니.생기도는 얼굴로 이곳저곳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테이블위엔.액자속의 사진이 덩그라니 놓여있고.. 1시간가량이 흐른후.. 청소를 마친 그녀가 24년전의 화장품을 조심스레 상자안에 넣으면. "엄마 나!!문열어!!!" 현관문밖에서 경박스레 울려오는 여학생의 목소리. 꼬마아이가 반가운듯 문으로 쪼르르 달려가고.잠시후 문이 열리면. 긴 머리를 질끈 묶은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신이 난 얼굴로 신발을 벗어던진다.. "금별이 뭐하구 있었어" "누나 엄마 이상해" "왜?" "몰라 이상한데서 선물왔는데.화장품은 다 썪고.모자도 되게 이상하게 생긴거 왔는데.자꾸 울어!!" "그래?!?!엄마 왜 무슨일인데?!" 놀란 눈으로.거실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여자아이. 그러다가.테이블위에 놓인 낯선 사진한장을 발견하고.. 이내.놀란 개구리눈을 하고선.재빨리 사진이 든 액자를 집어든다. 그리곤. 쿵쾅쾅!! 그녀가 있는 방으로 커다란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여자아이.. 빛바랜 편지를 몇번이고 들여다보던 그녀는.. 재빨리 상자안에 편지를 감추고.. "어.샛별이 왔어?" "엄마 이 사진 누구야!?!?꺅꺅 캡짱이다.!!나 이남자 소개시켜주면 안돼?!엄마 아는사람이야!?딱 내 스탈이다ㅠ_ㅠ!!껀들껀들하니. 근데 사진이 왜 옛날꺼야?!" 사진속의 은형일 가르키면서.언성을 높히는 그녀의 딸. 미소짓는 그녀는..말없이 상자뚜껑을 닫고.. "누군데!!근데 이 가운데 여자 엄마랑 많이 닮았다.숨겨둔 딸이야?" "^-^...." "나 이남자 소개시켜 달라니까?!?" "안돼." "왜 안돼?!?!" "남자친구니까..." "누구 남자친구..?" "내 남자친구^-^" ".....어어..???" 어이없다는듯.양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딸. 그런 딸을 지나쳐..그녀는 노래를 흥얼대며 부엌을 향하고.. 그날밤 내내. 그녀는 네명의 아들딸들에게 온갖 추궁을 당해야했다.. 온갖 변명들로 그들을 방안에 재워놓고.. 한숨을 쉬며 창가에 다가서는 그녀........ 한손엔 편지를 들고..또 한손엔 그림을 들고.. 24년전과 같은 얼굴로..같은 표정으로..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 어제처럼 슬픈 눈이 아니다. 그녀의 눈은.눈물고였지만 기쁘게 웃고있다.. "나 아직 결혼 안했다구요... 멀쩡히 하늘에....남자친구 있는데..결혼같은거 하면 어떡해요... 잘있죠..?이제 만날날이 가까워오네요... 아직 40년도 더 있어야하지만..그래도 시간 금방 가겠죠..? 오늘 당신 선물.나 참 기쁘게했어요..이거라면..앞으로 40년 문제 없을거같아요... .오늘은 안울께요...저 보이죠..?...샛별이가 소개시켜 달라고 난린데 어떡하죠..아무리 남자가 좋대고 엄마 남자친굴 넘보고.. ^-^..오늘은 일찍 자야겠어요.꿈에 당신 나올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거 든요.아참..광민이 그림 잘그리는줄 알았는데.. 흠...." 속삭이듯이.하늘의 별을 향해 모든말을 마치곤.. 조심스레 창문을 닫으려는 그녀.. 그러다가..무엇인가 생각난듯..재빨리 창문을 열어제낀다.. 그리고.. "아.깜빡할뻔했다.........." 정신없다는듯..피식 웃어보이는 그녀.. 아니.이순간만큼은.그녀가 아닌 열여덟살의 강순이.. 방문틈새로 새어나갈까..조용조용..제일 빛나는 별을 향해..속삭이듯 말하는 강순이.. "사랑해요..." 지금 함께 있는 사람한테..사랑한단말..절대 아끼지마세요.. 이유없는 자존심으로..괜한 부끄럼으로..자꾸자꾸 감추지 마세요.. 그말.. 듣는사람이 있어야하구요..대답해줄 사람이 있어야해요.. 혼자서 중얼거리는 그 한마디는.. 눈물외엔 아무것도 되지못해요... 내 남자친구에겐.사랑한단말 절대 아끼지 맙시다. ^-------------^ 내 남자친구에게. 별이된 은형이와 마침. -------------------------------------------------------------------- 가장 애착이 갔습니다. 쓰면서 펑펑 운소설이.생각하면서 펑펑 울어댄 소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것같습니다. 제가 만든 캐릭터지만.은형이는 정말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그리울것 같습니다. 그 밖에.승현이 광민이 동영이 강순이 화진이 강윤이 아저씨 보람이 현영이 주현이 저주받을 첩자..등등.. 휴..감사하구요. 이 소설 쓰면서 참 힘도 많이 들고.가장 부담도 컸거든요. 어찌됐던.완결이 나긴 나네요 ㅠ_ㅠ 내 남자친구에게_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은형이 별 만들었다고 절 너무 원망치 말아주세요.ㅠ_ㅠ 전 그럼 잠수함을 탈까합니다.ㅎㅎㅎ 사랑한단말.아끼지 맙시다.!!ㅎㅎ 아 진짜 그냥 올리기 너무 아깝네요.. 진짜 정들긴 정들었나봐요 은형아 내사랑 전 은형일 찾아 떠나겠어요 안녕 여러분. 정말 마지막입니다 ㅠㅠ 정말 안녕 ㅠㅠ 안녕....... 안녕~~~~~~~~~~~~ ㅠㅠ 아.올리기 싫어라. 하하. 진짜 애착갔나봐요..이런적은 처음인데.. 많이 심난하네요!! 어쨋든.!! 사랑합니다.!! 몸건강히.올해 지내시구요.늘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다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2003.6.2.새벽 4.53분.